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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투영된 민족주의를 걷어내고 -한글 민주주의 | 전체보기 2014-10-3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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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글민주주의

최경봉 저
책과함께 | 2012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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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다면 특별하게 취급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한글 민주주의'를 읽고난 뒤 내 머리 속에서 맴도는 물음이다. 이 답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야 될 것 같지만,

 

나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한글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과 태도가 단순히 문자를 대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논의됐던 관련한 담론과 문자 정책들이 언어나 문자의 원에서 논의된 것만은 아니었다.

일제 식민지를 겪으면서 한글에 민족적인 감정이 투사되면서,어문민족주의가 등장했는데, 그로 인해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자와 관련한 정책이나 논의를 펼칠 때 '가치관'과 '정신'을 개입시킨 것이다. 그럼으로써 문자 자체의 역할이나 그 언어를 사용하는 대중들의 편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결국 어문정책은 그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해서 발전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자에 대한 여러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었다. 한글이 공용문자인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서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기본적으로 문자의 선택하는 데에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소통이나 지식의 생산과 공유, 유통, 평등문제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점이 많다는 것, 그렇기에 '한글과 민주주의'라는 제목 속에 함의된 지향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공용문자, 표준어, 표기법, 외래어 등과 관련한 정책이지만 단순하게 언어와 문자 차원에서 살피지 않았다. 어문 정책과 민권, 자주, 평화라는 가치와 연결시켜 살피고 있어서 내 시야가 상당히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표준어나 표기법이 바뀌면 단순히 사용하는 데 불편하고 혼란스럽겠다 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어문 정책은 짐작한 것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갖고 있고, 그렇기에 민주적으로 사회가 작동하는데 밑받침이 될 수 있다.

 

다문화와 관련한 소수자의 언어 교육문제나 남북한 언어에 대해서는 너무 이상론에 치우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궁극적인 방향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소수 언어, 문자 사용자들의 언어적 권리를 인정하면서,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화 일변도가 아닌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글민주주의'는 제목과 책의 내용이 잘 부합이 됐다. 개별 어문정책이 민주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순전히 내 단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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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 노래방 애창곡 '도시인'이 실린 앨범, 노래여 영원히-넥스트 HOME | 전체보기 2014-10-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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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넥스트 (N.EX.T) - Home

N.EX.T (넥스트) 노래
대영에이브이 | 1998년 10월

음악     디자인/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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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김동률의 신보가 음원 챠트를 강타한 것을 신호탄으로 올 가을에는 대거 귀환한 90년대 대중음악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5년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활발하게 대중과 만나고 있는 서태지도 그렇지만 옛음악이 아닌 신보를 들고 쨘하고 대중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 조짐은 작년 조용필이 '바운스'로 챠트를 점령하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자음에 후크송이 난무하는 음악이며 단체로  나와 댄스하는 걸그룹, 보이 그룹에 대중들의 눈과 귀가 식상함을 느끼면서 귀로 감상하고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갈구가 진해졌다.

여기에 '히든 싱어'나 '불후의 명곡'등 방송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인들과 음악들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8,90년대 음악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되새겨 주었다.

 

그리고 어제 마왕 신해철의 죽음. 그의 죽음은 단순한 추억으로서의 음악이 아닌 음악이 지닌 가치와 힘에 대해 새겨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가요계의 르네상스라 불렸던 90년대에는 IMF전까지 우리 대중문화는 전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성했고, 다채로웠다. 그 중심에 대중음악이 있었고, 다양한 쟝르의 음악이 공존했고, 여러 음악으로 존재감을 알린 음악인들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대중음악인이 신해철이었다.다양한 쟝르와 실험성으로 진취적인 음악성을 보여준 신해철.

 

신해철이 생사기로를 헤맬때, 집에 있는 앨범들을 뒤져보았더니, 그의 앨범이 한장 있었다. 평소에

신해철의 팬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90년대 웬만한 가수들 앨범 한두장정도는 다 갖고 있을 정도일만큼 90년대에는 대중음악의 위상이 대단했던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절보다 눈에 띄게 앨범 시장이 죽었고, 음원 중심으로 음악 시장이 개편되면서,앨범처럼 소장하는 음악이 아닌 음악은 소모품처럼 취급됐다. 음원 한곡씩 발표하면서 그 가수가 어떤 주제로 무엇을 외치고 있는지, 메세지는 증발돼 버렸던 것이다. 메세지의 자리에는 비쥬얼적인 가수들의 댄스와 퍼포먼스와 무의미하게 들리는 반복적인 후렴들이 채워졌고..감상이 아닌 소비하고 소모하는 일회용품같은 노래가 많아지게 됐던 것이다.

 

오늘 모처럼 신해철의 앨범을 들어보았다.그가 죽은 뒤에 비로소 너무나 큰 그의 자리와 인생사 허망함을 실감하며, 다양하게 음악적인 실험을 감행했던 NEW EXPRIMENT TEAM,즉 N.EX.T의  'HOME' 앨범에 귀를 기울여봤다. 정말 오랫만에 10곡이 실하게 채워진 앨범 전곡을 듣는 귀한 시간이었다.

 

LP나 카세트 테입도 마찬가지지만 앨범을 보는 재미 가운데 하나가 쟈켓인데, 'HOME' 표지에는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있고,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나무에  새와 달팽이, 여우,토끼가 있는  숲이며 뾰족한 지붕의 아담한 집들이 멀리 보이는 것이 마왕이라는 그의 애칭답지 않게, 동화 속 세계가 펼쳐져있었다.

하지만 뒷쪽을 보면 톱니바뀌며 일그러진 고층 빌딩 그림..도시를 상징하는 그림의 표지였다. 그럼 그렇지. 신해철의 음악이 동화적일 리는 없었다. 신해철스러웠고 현실적이었다. 강렬한 메세지를 담은 노랫말과 나레이션, 그리고 연주로 채워져있다.

 

인형의 기사 PART1,2, 한때 내 노래방 애창곡이었던 도시인, TURN OFF THE TV, 외로움의 거리, 증조 할머니의 무덤가에서, 아버지와 나 PART1,2, 집으로 가는 길, 아버지와 나, 영원히

 

이 앨범은 음악성과 대중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나같이 생소한 음악은 멀리하는 사람도 즐기면서 감상한 걸 보면 충분히 그런 평가를 받을만했다.

그의 중저음은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었다. 그의 작품에 나레이션이 많은 것도 묵직하게 깔리는 그의 중저음이 전하는 메세지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흡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컬로서는 고음에 약하고, 가창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만의 메세지와 쟝르로, 자신만의 색깔을 칠하며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대체불가의 음악인으로 성취를 일궈냈다.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거침없이 노래에 담아냈고, 무대 밖에서도 기꺼이 큰 목소리를 내는 음악인이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한 방송사 고정 패널들 회식자리에서 신해철은 한참 후배 개그맨에게 나는 위아래가 없으니 친구하자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이런 반권위적인 성향은 '아버지와 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는 노랫말을 보더라도, 권위에 저항했던 자유인이었다. 동시에 음악을 통해 자유를 꿈꾼 몽상가였을 수도 있다.

 

가을이면 요절한 음악인들이 유재하, 김현식, 김정호 등 여럿 떠오르는데, 신해철 또한 가을에 떠난 음악인이 돼버렸다. 앞으로 매해 가을이면 앞서 음악인들과 함께 신해철 그의 음악과 그가 그리워질 것은 틀림없다.

오늘 기사를 보니, 빈소에는 그의 음악과 함께 했던 대중들의 조문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한다. 대중들은 그를 진정한 음악인, 자유인으로 추모하고 있다.

이 앨범 끝곡으로 실려있는 노래, '영원히'처럼 '비웃던 친구들도 걱정하던 친구도 이젠 곁에 없지만 노래여 영원히'로  끝나는 노랫말처럼 신해철의 노래 또한 그렇게 영원히 불려지겠지.

하지만 신해철 그가 아깝기만 하다. 너무 일찍 가을의 전설이 돼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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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받고 싶다-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전체보기 2014-10-2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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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저
창비 | 199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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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 가지는 않았는데도  올해는 내게 유난히 골치아픈 일이 많이 벌어졌던, 궂은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하나 터지고 겨우 잠잠해진다 싶으면 다른 일이 터지고, 올 해에는 운이 안 좋은 해 인가보다하고 마음을 내려 놓는다고 놓았는데, 지난 주에 또 안 좋은 일이 터지니, 정말 올해는 마가 꼈다 싶은 것이 다시 심란해져왔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이렇게 마음이 뒤숭숭할 때 눈에 들어온 시집이었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내내 그 자리에 4년이상 꽂혀 있었건만 나 편하고 멀쩡할 때에는 그냥 무덤덤하게 스쳐보내다 마음이 스산해지고 나니 비로소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이런 내가 얌체같다는 생각이 안든 건 아니었지만 시란 게 원래 편할 때 읽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상심한 범인들을 위로해주고, 세상사를 꿰뚫는 한줄의 말에 담아 중심잡게끔 해주는 것이 시의 역할인 거라고, 이제 시집 값을 할 때라고 뻔뻔하게 이 시집을 펼쳐 들었다.

이 시집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긍정적인 밥'이란 작품이 떠올라서였다. 그 작품에서 갓 지은 밥처럼 고슬고슬 따뜻한 느낌과 뿜어져 나오는 긍정의 기운을 기억하고 있어서였다.

 

"시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긍정적인 밥상'의 첫 연, 시 한편에 삼만원 이란 표현 때문인지 88만원 세대에 버금가게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지만 끼니 거르지 않고 밥 잘 먹는 나로선 따뜻한 밥이라는 구절이 참 마음에 들었다. 3만원짜리 시를 쓰는 것이 고달퍼 보이는데도 따뜻하고 낙천적이라 좋았고, 함민복 시인의 숭글숭글하고 소박한 인상도 작품에 어울린다 싶은 게 괜찮았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함민복 시인은 강화도 노총각으로 유명했는데, 몇년 전 늦장가를 들어 이젠 어엿한 유부남이 되어 있다. 아무 상관없는 관계건만 그의 혼인 기사를 흐뭇한 마음으로 꼼꼼히 읽었던 기억이며, 비록 혼기에서 많이 늦은 결혼이었지만 신랑과 색시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부부도 있구나 하면서 축하했던 기억도 남아있다.

 

'긍정적인 밥상'을 새겨 읽고 나니, 더 이상 투덜거리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따끈한 밥 한그릇 거뜬히 비워낼 건강도 있고 아직까지도 밥 안 먹으면 챙겨주는 엄마가 계시니 그게 어딘가. 올해 닥쳤던 여러 일 중에서 나를 가장 힘들었게 했던 일이 엄마건강 문제였는데, 엄마 건강이 다시 회복세가 되니 불과 몇달 전 걱정을 잊고 있었던 거다.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던 걸 생각하면, 다른 일쯤은 넘겨버릴 수도 있는 건데.

 

이 시집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관련한 꽤 여러 편의 시가 실려있는데 그중에서도 어머니 시 때문에 울컥했다. 엄마..어머니란 말 자체가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도화선인데다, 연세를 생각하고 편찮으신 뒤 부쩍 살도 빠지고 머리도 쇤 엄마를 생각하면,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을 생각하면, 가슴 속에서 휭하니 찬바람이 지나갈 수 밖에 없다.끔찍해서 생각하는 걸 멈추지만, 언젠가 방송에서 중견 탤런트 배종옥씨가 엄마있는 분들이 가장 부럽다고 한 말처럼,결국 엄마는 영원한 그리움으로 가슴에 새겨질 것이란 걸 안다. 그게 자궁에서부터 엄마의 애정을 빨아 먹고 자란 자식의 업보이다.

 

그 중에서도 '눈물은 왜 짠가'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설렁탕 집에 앉아있는 장년의 아들과 고생의 흔적이 묻어있는 어머니, 그 모자의 행동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진한 설렁탕 국물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하는 보통 엄마의 모정이 유난히 와 닿았가. 요즘 엄마하고 추어탕 먹으러 자주 가기 때문인가보다. 우리 엄마도 당신 영양 보충하러 간건데도 자꾸만  엄마 국물이며 건더기까지 자꾸 내게 더 퍼주려고 하시는데..

 

아직까지도 엄마가 해주시는 반찬이며 밥이며 엄마표 밥상을 먹고 사는 내게 밥상 앞에서 엄마는 늘 말하신다. 음식 앞에서 깨작대지 말라고, 일단 잘 먹어야 건강하고 복도 들어오는 법이라고.

'눈물은 왜 짠가'속에서도 새끼가 고기 못먹고 여름더위에 지칠까  한술이라도 더 떠먹이려는 동물적인 어미의 모성이었다. 숭고하다기 보다는 매일 받고 있는 일상적인 애정이라 정겹게만 여겨졌다.

그러고 보면 이 시집에서는 '밥'얘기가 꽤 여러번 등장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위가가 우러나오는 데에는 이 밥의 힘이 꽤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함민복의 시속 정서는 대체적으로 현대적이기 보다는 소박하고, 정겹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 현실을 비판하는 시도 여러 편이 실려 있다. 그런데도 시어들이 뾰족하고 날이 서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종소리가 멀리 퍼지는 것은 종이 속으로 울기 때문'(시인1)이고 '가슴으로 문득 깨어나/ 내부로 향하는 소리고 가슴 소리를 내고/ 그 소리로 다시 가슴을 쳐 내는 울음'(시인2)이란 말에 답이 들어있었다.

 

시인의 울음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서도 터져나온다.  먼 발치서  지순하게 사모하는 작품도 여러 편인데 어떻게 보면 물러터져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랑이 움직이는 시대에는 진득하게 짝사랑하는 것도 아무나 못하는 노릇이다. '선천성 그리움'하고 '산'이라는 시가 좋았다. 두 시 모두 안는다는 표현이 있어서, 그 모습이 그려졌다.

 

 

'선천성 그리움'에서는 당신을 안고,'산'에서는 당신 품에 안기고.. 어느 쪽이든 따스한 감촉이 느껴지는 듯해서, 요즘처럼 애정 표현에 과감한 시대에 겨우 포옹, 그런데도 상대에게서 심장 뛰는 두근거림과 포근한 감촉이 대책없이 상상되는 것이, 백만볼트짜리 전류의 강한 자극보다 오히려 훨씬 설레였고, 그래서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분명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실연이나 상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모양이다. 약지 못하고 미욱스럽게, 계속 상대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이기에.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함민복의 다채로운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시집이었다. 눈동자가 염전이 되고, 가슴을 쳐 울음을 내는 시인, 함민복은  '시인 1'과 '시인2'에서 언급된 그런 시인의 경지에 다다른 것일까.

시를 읽어내는 지금의  내 깜냥으로는 그 경지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는 정감이 있고 담박했다. 매섭지 않게, 날 세우지 않고 현실을 꼬집기도 하고, 진득하고 웅숭깊고, 낙관적이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이 시집의 마지막 작품인 '꽃'에 이르러 함민복의 긍정성이 폭발력을 보였다.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는 마지막 줄은 단호해 보였고, 선언처럼 들렸다. 

경계는 나와 나 바깥 세상을 분리시킨다. 나와 타인, 아군과 적군을 끊임없이 구분짓고, 가르고, 충돌하고, 단절하고, 차별하게 만든다.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은 이질적인 두 세계가 화해하고, 이해하고, 소통하고,어우러짐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계란 말은  여러가지 갈등으로 시끄러운 요즘의 우리 사회에 대한 염려로로 들릴 수 있겠지만, 공존하거나 어우러진 세상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낙천성이 갖는 가장 큰 힘이 바로 희망이고, 믿음이다. 이렇게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굳건히 확인하는 것으로 시집을 매듭짓고 있다. 

나 역시나 이 긍정의 기를 받아, 더 이상 올해의 불운에 비관하지 않고 앞으로의 삶 또한 낙관의 에너지로 그득 채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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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여왕으로 등극,환타지의 서막이 열리다 -십이국기1 | 전체보기 2014-10-2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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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약판매]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오노 후유미 저/추지나 역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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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작품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본 뒤로는 마음을 바꿨다. 환타지물이라고 하면 일단 멀리하는 건 멈추게 됐는데, 생각해보면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가장 각광받게 된 쟝르가 환타지물이 아닐까. 여러 작품들이 영화화되면서 그 뿌리가 되는 원작작품들 역시나 '반지의 제왕' 전 보다는 훨씬 친숙하게 다가왔다.

 

'십이국기'는 일본 환타지물이다. 시리즈가 시작된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 셀러라고 한다. 이 책은 그 중 1편으로 주인공 요꼬가 등장하고 그녀가 현대 일본에서 다른 세계, 십이국으로 가게 된 상황이 펼쳐졌다. 아직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단계는 아니고, 운동 경기로 치자면 몸푸는 워밍업 단계라 요꼬가 경국의 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정도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됐다.

 

십이국기라고 하니 열두나라 이야기가 펼쳐질 모양이구나 하고 짐작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요꼬는 평소 엄한 아버지 밑에서 보수적이기 이를데 없는 받고, 남의 눈에 튀지 않는 모범생 소녀였지만 머리 색부터해서 남다른  특별한 그 무엇인가를 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문 모르고 떨어진 세상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요꼬는 이 세상이 불안하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게 된다. 그런 요꼬의 불안이 형상화돼 나타나는 푸른 원숭이는 요코를 더욱 혼란에 빠지게 그녀의 심리를 흔들어놓는다. 요꼬는 사람들에게 호되게 배신을 겪으면서 불신의 벽을 쌓게 되지만,조건없이 도와주고 선심을 베푸는 인물을 만나면서 불신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된다.

 

요꼬가 간 세상은 보통 인간세상과 다르다. 통치방식도 제도도 다르지만 그보다도  인간반 동물반 상태인 반수가 존재하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혈연으로 맺어지는 게 아니었다. 난과를 기르고 그 난과에서 나온 존재가 자식이 되고 그 난과를 따온 사람이 부모가 방식으로 부모자식의 관계가 이루어졌다.

예쁘고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면서 꽃가꾸듯이 열매를 키워가는 부모를 상상하니, 순간적으로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십이국기에 등장하는 열두 나라는 사대국으로 경동국, 주奏남국,범範서국,류柳북국,사주국으로는 안주국,공恭주국,재才주국,교주국. 사극국으로 대,순舜, 방芳, 연漣 이다. 고대 중국 나라이름을 연상케하는 국명이기도 하고, 어려운 한자 용어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 얼핏 생각하면 삼국지가 연상되기도 하고, 춘추전국시대가 떠올랐다. 이야기의 기본 설정은 동양적이지만 내용을 영상으로 상상해보면  '반지의 제왕'이 그려지기도 했다.

 

요즘 환타지에는 초영웅이 등장하거나, 이렇게  일각수인 기린이나 유용, 길량같은 상상속의 동물과 신과 인간, 반수, 인간을 해치는 맹수같은 요마 등 상상 속 동물들이 등장하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만화와 신화 그리고 '반지의 제왕' 원작자인 톨킨의 영향이 받은 듯하다.

그런데 '십이국기1'은 글로 설명하듯 풀어놔서 그런지 십이국 나라 조직이나 왕의 존재가 선명하게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복잡해 보이기도 했고, 어려운 한자 용어가 많아서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할까.

 

'십이국기1'은 요코가 자신이 경국의 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데,경국은 황폐하기 이를데 없는 나라였다.

1편에서의 요코는 자신을 공격하는 요마 등에 맞서기 보다는 피하고 도망쳐 일본 도쿄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시원한 액션이나 적극적인 행동보다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호쾌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 빨리 가족과 학교로 돌아가고자는 마음 밖에 없는 연약하고 겁많은 소녀에 불과했지만 이제 사정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일개 소녀에서 일국의 왕이 된 것이다.

 

그것은 왕으로서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건사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명을 상하게 하는 것을 피하던 요코는 사람을 죽이는 전투를 해야 하는 것도 받아들였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사람의 죽음까지 짊어질 마음을 단단히 다져야했다.

지금 그녀 곁에는 소중한 검과 상처나 병, 피로에 효과가 있는 구슬 달린 검집, 그리고 쥐처럼 생긴 반수 라쿠슌 등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과 함께 앞으로 닥쳐올 험난한 고난과 과제를 해쳐 나아가야 하는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녀는 왕이 될 인물로 선택된 것일까?, 엄한 아버지의 억압에도 순응하던 나약한 소녀 요코가 어떻게 백성을 지키는 강한 전사로, 나라를 일으킬 현명한 왕으로 거듭날 것인지,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대장정에 상상력 넘치는 환타지를 기대하고 싶다. 다소 방어적이었던 1편보다는 스펙타클한 이야기이기를 바라면서.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가제본 책을 읽고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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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쯤 인생을 바꿀 말을 득언할 수 있을까.-'지지 않는다는 말' | 전체보기 2014-10-2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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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저
마음의숲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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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이 소설가인 필자에게는 실례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김연수 작품에서 소설보다 산문에 더 눈과 마음이 끌리고 있다.청춘을 지나온 사람에게 청춘이라는 말이, 청춘의 문장들이 얼마나 사람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인지 ,'청춘의 문장들'에 매혹된 뒤부터 그렇게 돼버렸다.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는 이제 불혹을 넘어선 김연수가 지금까지 자라고, 살아온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였다. 김천에서 자란 빵집 아들이 서울에 대학 진학차 올라오고, 명륜동에서 자취하게 된다. 사회인이 돼서는 잡지사에 취직해서 삼청동에서 살다 번역도 하고, 소설도 쓰고, 그리고  타이츠를 입고 마라톤을 뛰는 런닝맨 오늘날의 김연수의 모습까지..

그가 살아온 시절의 시대와 그가 살아왔던 마을과 공간을 나도 함께 거니는 느낌이었다. 특히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명륜동이나 삼청동 그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더욱 그랬다.    

 

산문집의 매력이 그렇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화자는 작가와 동일시 할수 없지만 산문집에서 등장하는 작가는 글쓴 작가와 분리되지 않으니. 인간 김연수, 작가 김연수의 생얼을 육성을 보고 듣는 느낌이 든다는 것.

 

김연수는 지금까지 지나온 삶을 통해 지지 않는 법들을 일러주는 것 같았다. 지지 않는다는 말은 김연수가 달리기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게 된 말이라고 한다.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결승점까지 가면서 자신에게 환호를 보낼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 아무도 이기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김연수는 이 말로 인해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말이란 내뱉는 순간 공중으로 흩어지고 사라지게 되는 법이지만 몸으로 부대끼고 체득한 경험과 합쳐질 때에는 단순히 언어로 그치지 않는다.

삶을 바꿔놓는 전환점이 되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닐텐데, 삶을 바꿀 수 있는 말을 득언했다니. 특히나 달리면서 겪었던 여러 상황들, 그 상황 속에서 느꼈던 일들이  지지 않는 말들을 새기게 되는 토대가 된 것일까.

 

나처럼 몸 움직이는 것을 꺼리는 사람은 아마 이렇게 질주하면서 달리는 동안 겪게 되는 그 고통이 끔찍해서 마라톤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렇지만 완주를 포기할지 말지, 자신과 줄다리기하는 그 심정만큼은 격하게 공감이 가기에, 지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상태에서 나온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는 가늠할 수 있었다. 완주와 포기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느꼈을 생각들과 포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결승점을 통과할 때의 그 성취감은 완주한 사람만의 특권일 것이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감내하고 목표를 이뤄낸,  지지 않은 자신에게 박수와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이고.

 

책 날개에 붙어있는 작가의 사진 속 김연수를 들여다봤다. 40대 중반 정도, 중년의 사나이, 그러나 나잇살은 없어 보이는 얼굴, 군살없어 보이는 그 몸이 부러웠지만, 김연수는 달리기로 육체에만 군살을 뺀 게 아니라 그렇게 질주하면서 자신의 삶 속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 욕심의 군살들을 뺀 것이리라.

그래서 김연수의 지지않는다는 말이 내게는 인생에 뭔가를 자꾸 채우려는 의욕보다는 비우고, 덜어내는 수양을 할 때라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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