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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함에 주목하라-관찰의 힘 | 전체보기 2014-08-2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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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사이먼 슈타인하트 공저/야나 마키에이라 역/이주형 감수
위너스북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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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칼럼에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대문짝만하게 나는 기사가 아니라 자그마하게 보일 듯 말듯한 기사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그 칼럼을 쓴 논객의 논리는 대서특필되는 기사는 그래도 드물게 일어나 충격을 주지만, 신문 하단의 자잘한 기사는 사소하게 여기고 넘기는데, 그래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 일상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기에 우리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그래서 더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있는 말이다.

 

이러한  일상의 논리는 '관찰의 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상, 즉 현실을 관찰하는 것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근대 이후 사회 변화를 주도해온 것은 바로 기술의 힘이었다. 신기술이 등장하고, 그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가치관을 바꾸고 그렇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세탁기의 발명으로 많은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설은 충분히 근거가 있는 말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는데, 필요는 바로 우리 일상의 결핍과 불편에서 발생하는 것이니만큼 관찰의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관찰'에서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당연시하고 익숙해한다면 관찰의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물음표를 품고 살펴보는 것에서 새로운 발상과 통찰이 가능해진다. 그게 질문이 가진 힘이다.

배가 한껏 부른데도 왜 더먹게 될까? 휴대전화 기능 중 딱 한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책 속에 나와있는 질문이지만, 이 물음에는 답보다는 질문 자체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생각을 깨트리는 것에 더욱 의미가 있다. 잔잔하던 수면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는 효과라고 할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사고가 유연할 수록 다양하고 참신한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질문이많이 나오는데,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서 바로 사고의 차원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예리하고 참신한 질문이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는 바탕이된다. 질문은 답을 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해주는 열쇠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관찰의 힘'에서는 여러 나라의 사례와 실험 사례들이 제시돼 있는데, 흥미로운 사례나 심리분석 결과들이 많았다. 가령 비싼 브랜드를 입은 사람들에게 취직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거나 중산층은 부자로 보이고 싶어서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정말 부자들은 오히려 소박하게 보이고 싶어한다니.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분석 결과도 눈에 띄였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런 선입견이나 개인적인 판단 기준은 접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최대한 새로운 면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관찰의 목적은 필자가 주장한 대로 세상을 좀더 다채롭고 온전히 이해하고, 진정한 현실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지, 옳고 그름을 가리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관찰의 힘'은 예상보다 딱딱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필자의 경험이 반영된 다양한 나라의 문화적, 경제적 차이가 드러나는 사례들이 흥미로웠고, 생각보다 내용이 포괄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산만하고,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이 났는데, 조금 내용을 정리했으면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을텐데. 물론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파악할 수 있었다.

 

'관찰의 힘'에서 '관찰'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행동을 통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개발되고, 그것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좋아질지 내다보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어떻게 보면 사업가적 안목, 발명가적 정신을 갖게 되는 것인데, 꼭 사업이나 발명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일상에 대한 관심과 물음을 갖는 것은 자신을 나태하지 않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동시에 오늘보다 나아진 내일을 꿈꾸고 상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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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사시나요?-사라진 이틀 | 전체보기 2014-08-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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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라진 이틀

요코야마 히데오저/서혜영 역
들녘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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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란 도마뱀과 흡사하다. 위기가 닥치면 꼬리를 잘라내는 도마뱀처럼 조직에 불이익이 된다 싶으면 가차없이 구성원을 쳐내며 조직을 보호하는 그 생존방법이 기가 막히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초장에 도마뱀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사라진 이틀'에 등장하는  경찰, 검찰, 언론이 모두  저마다 자신의 조직논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라진 이틀'에서는  경찰 간부  카지 소이치로가 알츠 하이머에 시달리는 아내를 목졸라 죽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이 사건에는 눈물어린 사연이 숨어 있었다.이 부부는 금슬이 좋았다. 일찍이 아들을 백혈병으로 잃는 아픔을 부부가 함께 겪어내며, 서로를 의지하면서 지내왔다. 하지만 비극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내가 알츠 하이머에 걸린 것이다. 증세가 급작스레 심해져갔고, 마침내 아들의 기일마저 잊어버리게 되자, 아내가 남편에게 간곡하게 호소한 것이다. 아들의 기일을 기억하고 있을 때 엄마로서 존재할 때 죽고 싶다고. 제발 죽여달라고. 그런 아내의 고통을 받아들인 남편은 망설이다 결국은 그 요구를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그런 뒤 자수를 한 것이었다.

 

복잡할 것이 전혀 없는 사건이었다. 카지가 범인인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고, 범행동기도 밝혀져서 사건은 간단하게 해결됐다. 병에 걸린 아내의 부탁을 받고 아내를 살해한 남편, 즉 촉탁살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진가는 사건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었다. 카지가 밝히지 않은 이틀 동안의 행적을 밝히는 것에 달려 있었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수하기까지 이틀의 공백이 있다는 것, 이 이틀 동안 카지는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에 집중돼 있는 것이었다. 왜 그 행적에 대해 입을 꼭 다문 것일까. 대체 무엇을 감춰야 하길래.

 

이 이틀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경찰이 신문을 하고, 언론이 취재를 하고, 검찰을 경찰의 신문 자료를 받아 기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경찰대로, 검사는 검사대로 기자는 기자대로 외면적으로는 정의를 위해서라거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는 허울좋은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조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직 논리에 안주하면서  다시 꽃보직과 특종과 자백 등 자신의 보신과 출세욕을 채워간다. 조직과 개인의 이기적인 민낯이 가려지지 않고 드러나고 있다. 

 

경찰 간부가 살인은 저질렀다는 점에서 경찰은 조직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카지가 이틀 동안 자살할 장소를 물색하러 이곳저곳을 다녔노라고 조서에 밝혔다. 이 행적에 의문을 품은 검사는 경찰이 신문 조서를 거짓으로 제출하자, 검찰의 권위를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 경찰에게 호통을 치고, 기자는 카지의 행적에 대해 단서를 잡고 특종을 터뜨리지만, 다른 신문사 기자들은 후속 보도하지 않는 것으로 이 기사가 특종이 되지 못하게 수를 쓴다. 자신들이 낙종할 수 없다는 더러운 견제심리가 발동한 것이었다.

경찰, 검찰, 언론의 조직 논리는 치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사회의 지팡이, 저울, 빛과 소금의 역할을 짊어졌다고 하는 이 권력들은 조직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래를 마다하지 않았다.

카지는 촉탁살인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 받았고, 항소를 포기하면서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사라진 이틀'은 단편으로 써도 무방한 작품이었다.아니 단편이었다면 더 깔끔하게 압축적으로 작가의 메세지가 전달되지 않았을까,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나 부연 상황들은 굳이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들이 없어도 전개에 지장이 없었고, 사족 같았다. 용두사미가 된 인물에 에피소드도 여럿이었고.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던지고 있는 '누구를 위하여 살고 있나요?' 이 질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로 강한 울림을 주었다.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누구를 위해 사시나요?'이 물음은 카지가 애써 밝히지 않았던  이틀 동안의 행적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더불어 '인간 오십년'이라고  유서처럼 쓴 카지의 글에, 곧 50세가 되는 카지가 자살이라도 할까 경찰에서는 신경을 곤두 세웠지만 그는 무사히 50세 생일을  넘겼다.

 

(지금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책읽으실 분들은 피해 가세요)

그 이유 역시 '누구를 위해 사시나요?'라는 질문에 답이 되었다. 그는 맞는 골수 기증자가 없어서 아들을 떠나 보낸 아픔을 잊지 않고 자신이 골수은행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골수 이식을 해주게 되는데, 우연히 신문 기사를 보고 누구에게 이식을 해주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아내를 죽인 뒤 밝혀지지 않았던 사라진 이틀의 비밀은  거기에 있었다. 카지는 자신의 골수를 이식받은 소년을 찾아가, 그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이틀 동안의 공백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던 것처럼 소년에게도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소년을 보면서 다시 또 누군가를 위해 골수를 기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이고, 그 골수 기증은 51세까지 가능했던 것이다. 그 이유로 그는 자살을 포기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조직 이기주의와 보신주의의 틈바구니 속에서 '누구를 위해 사시나요?'라는 물음은 이타심을 일깨웠고, 그는 또 한번 골수 이식의 기회를 가지려 했던 것이다. 비록 아내를 죽인 살인자였지만 반면 한 생명을 구했고, 또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더 살아야 할 이유가 됐던 것이다.

특히나 삶이 힘들다고 여겨질 때,'누구를 위하여 사시나요?'라는 물음을 되물어보자. 그 물음에 선뜻 답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씩씩하게 삶을 헤치며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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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그리고 사랑의 의미-네메시스 | 전체보기 2014-08-1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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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네메시스

요 네스뵈 저/노진선 역
비채 | 201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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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덟 가지 고통(八苦)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 애별리고(愛別離苦)가 들어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인데 , 그 고통은 육체적인 아픔은 아니라지만 삶이 송두리 째 흔들릴만큼 큰 고통이 되기도 한다. 사랑이 증오로 변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끊을만큼,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은 그래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

 

문명사회의 원칙 중 하나가 '자력구제의 금지'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가해자를 단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아무리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해도 복수심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네메시스'는 실연의 상처로 복수의 칼날을 쥐고 마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저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치정'범죄인데,'네메시스'에서는  치밀하게 사전 계획을 짠 은행강도과 자살사건으로 위장함으로써 겉으로는 애정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슬로에서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하고, 은행직원이 강도의 총에 사망하는 사건, 그리고 또 해리 홀렌과 짦은 기간 연인관계였던 안나가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한 쪽은 홀렌이 담당하게 되고, 또 안나가 자살한 날 홀렌이 그녀의 집에 방문했기에 해리 홀렌은 두 사건에 깊이 몸을 담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탁월한 형사 혹은 탐정의 활약을 보는 것이다. 해리 홀렌은 결코 모범적인 형사는 아니었다. 알콜 중독에 법대로 원칙대로 수사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상부에서는 골치덩어리일 것이다. 다혈질에 사고뭉치지만, 수사에 있어서만큼은 좌충우돌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형사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천생 형사이다.

 

'네메시스'에서는  새내기 여형사가 등장한다. 비디오 분석가이며, 한번 본 사람은 결코 잊지 않는 방추상회의 소유자, 형사로서는 최대의 강점을 가진 베아테 뢴이 홀레와 손발을 맞추며 활약을 펼친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홀레는 사랑하는 연인이자 파트너가 범죄자에게 희생됐자면, 뢴은 아버지가 은행강도에게 총탄을 맞고 순직한 아픔이 있다는 점이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수사를 하지만 뢴은 홀레를 신뢰하기에 위험을 무릎쓰고 기꺼이 도움을 주게 된다. 다음 작품에도 두사람이 함께 등장했으면 좋을텐데,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로 기대가 된다.

 

'네메시스'는 끝까지 범인에 대한 의심의 끈을 풀지 않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이 사람이 범인인가? 사건이 해결됐나? 하는 순간 알려지지 않았던 가족사에 얽힌 이면이 밝혀지고 그 결과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작가가 자평한대로 플롯의 위력이 발휘되는데, 그 플롯의 중심에는 홀레가 있었다.  

사건의 원인이 사랑의 상처라는 뿌리까지 파고 캐고 들어가기까지, 한번 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투견처럼, 고군분투하는 홀레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찌나 행동반경이 넓은지 여기저기 거침없이 휘젓고 다니는 것이 '공공의 적' 강철중형사를 떠오르게 했다.

 

'네메시스'에는 두가지 사건 외에도 여러 이야기가 한꺼번에 전개되고 있다. 홀레의 전 파트너 피살사건이나, 홀레의 현재의 사랑까지. 그래서 얼핏보면 난마처럼 복잡해보이고, 잠시라도 한눈 팔다가는 줄거리를 놓치게 될지 모르는데, 특히 홀레 전 파트너 피살사건은 그 범인을 밝히는 이야기가 출판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한다.

 요 네스뵈 소설에서는 형사들의 사생활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면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외에도 그 사생활이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홀레는 플롯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작품 내내 사건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주동인물이 되고 있다.

이렇게 난마처럼 보이는 여러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는 방식은 작가 요 네스뵈 그의 서술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입증해주고 있다.

 

'알려진대로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복수의 여신이다. 이 작품에서는 대놓고 신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형제살인이라는 점에서 성경의 카인과 아벨이 떠오르는가 하면, 동양의 손자병법이 언급되고 우주이야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자원들이 등장해서 흥미로웠다.

 

내눈에는 '네메시스'는 사랑과 증오, 속죄와 복수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상반돼 보이는 심리와 태도지만, 사랑과 증오라는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감정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다른 열매이다. 얼마나 사랑했으면..얼마나 연인없는 삶을 견뎌내지 못했으면..차라리 적당히 사랑했으면, 쿨했으면 이런 이별의 아픔에 상처받지 않았을까? 남녀간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소유욕의 발로인가? 그렇게 범인들에게 일말의 동정이 가려다가, 이내 마음이 식어 버렸다. 복수 방법이 너무 철두철미해 저렇게 치밀하게 계획할 정도면 냉철하다는 건데, 그런 정신이면 마음 굳게 먹고 새출발할 일이지. 이렇게 말한다면 야멸찬 것일까.

 

복수를 행하는 '네메시스'에서 역설적으로 사랑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신화에서 복수나 율법은 어디까지나 신의 몫이지 인간의 영역은 아니었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아파하고, 다시 사랑하는 존재가 인간이고, 복수하는 신의 역할은  인간세상에서 이제 법으로 넘어간 것이다.

현실에서는 오로지 인간만이 복수를 하는 존재라고 한다. 신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사는 그렇게 다른 것이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이성적이면서도 감정적이고, 사랑해서 황홀했지만 그 사랑때문에 한없이 잔혹해질 수 있는 모순투성이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랑이 인간에게 최대의 아킬레스 건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살아가는 이유였지만 사랑을 잃고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인간, 복수란 상대뿐 아니라 자신까지 파괴하고 말지만, 궁극적으로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상실한 자의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와 의미를  찾는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홀레, 그의 사랑을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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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읽는 재미도 독자의 권리 -정도전(상+하) | 전체보기 2014-08-1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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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도전 1

이수광 저
쌤앤파커스 | 201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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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명량'의 파죽지세 흥행실적으로 이순신 장군이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이나 능력,자세 등 모든 면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올 여름의 위인이 이순신 장군이라고 한다면, 지난 상반기 위인은 '정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극 '정도전'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인생역경을 비롯해서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철학과 신념, 정적과의 갈등과 권력 투쟁방식등이 관심사가 됐다.그래서인지 올 상반기에는 소설과 인문분야에서 정도전 관련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정도전이 출판시장에 핫 키워드로 부상한 바 있다.

 

소설 '정도전 上`下' 도 그런 책인 줄 알고 골랐는데, 책을 펴보니 출판 연도가 2010년이라 사극 정도전의 영향을 받아 나온 책은 아니었다. 최근 정도전에 대해 다각적으로 재조명이 이루어져 왔고, 드라마틱한 인생 역경을 겪고 목숨을 걸고 건국작업에 참여한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내가 작가라고 해도 정도전은 매력적인 주인공감으로 손색이 없다. 정도전과 관련한 소설이 계속 집필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새로운 면모를 접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다만,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한 인물을 다룬 여러 편의 작품이 나오고 있을 때, 내가 작가라면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어떤 점을 어떤 방식으로 다른 작품과 차별화할 것인지, 그것은 정도전의 어떤 면을 독자에게 전달할 것인지와 어떤 방법으로 무엇으로 그 주제를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집필 의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중의 인기에 편승한  급작스러운 기획에 별 고민없이 쓰고 아류작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작가로서 제 살 깎아 먹는 일이 될 것이다.

 

정도전하면 풍운아, 이단아, 천재, 정치 철학가, 혁명가,역적 등등  힘차고 역동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투철한 신념, 저돌적으로 그 신념을 펼쳐가는 인간형. 그렇다고 돈키호테처럼 단지 돌파력이 무기가 아니라, 천재적인 두뇌로 치밀한 전략과 비젼을 제시하는 탁월한 식견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뜨거운 심장과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 이 것이 내가 생각하는 정도전이었는데, 이 책에서 그려진 정도전은 역시나 그러했다.

 

이수광의 '정도전'은 내가 올들어 읽은 정도전을 다룬 네번째 소설인데, 정도전의 어린시절부터 그의 죽음까지 정도전의 거의 전 생애를 다루고 있다.

고려 말에서 조선의 건국 직후까지. 왕조의 교체가 일어나는 그야말로 혼란과 격동기를 헤치며 새로운 시대,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는데 주동적인 역할을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정도전의 데자뷰라고 할까.  정도전의 새로운 면이나 더 깊이있게 부각되는 면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리하지도 않았고  그저 무난했다. 생각해보니 나도 여름이라 심각하고 깊이 파고든 정도전보다는 편안하게 읽어서 이 책을 고른 것이었다.

 

이수광 작가는 이야기를 자료를 바탕으로 내용을 무난하게 풀어가는 전개가 특징이라, 정도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더듬어 보고자했던 내 의도에는 어울리는 책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정도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다 집중하는 면이 달랐다. 한 인물에 대한 여러 작품이 나와서 좋은 점은 이렇게 독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기분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목적에 따라 계절에 따라 등등등 상황상황 골라 읽는 재미는 독자가 당당하게 누려도 되는 즐거움이자 권리이고, 그런 독자의 권리를 충족시키는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내놓는 것은 작가와 출판사의 몫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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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을 위하여-'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할까요? | 전체보기 2014-08-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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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할까요?

코바야시 유미코 글,그림/김난주 역
시공사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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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경험을 했다. 엄마 건강검진 할 일이 생겨서 병원에 갔는데, 보호자란에 서명을 하라는 거였다. 단순 검사였지만, MRI를 찍는데 보호자 서명을 받아서 내심 당황했었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됐던 경험이 없기도 했지만 그제서야 내가 엄마의 보호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못난 딸이구나 자책이 들어서 찬찬히 엄마를 보니,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새 겉으로도 많이 늙어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서, 화장실에서 가서 엄마 몰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엄마의 증상이 예상했던 큰 병은 아니라, 한시름 덜었지만 그 뒤부터는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반대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기도 했다.눈물부터 쏟아질 것 같고, 생각조차 하고 싶지도 않았다.

 

 

 

엄마가 나 키울 때, 부모 마음에 비하면 1/100도 안되겠지만, 엄마가 조금이라도 편찮은 기색이 보이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할까요'는 고령의 부모, 몸이 불편한 부모를 둔 자식이라면 입밖으로 꺼내기는 힘들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부모의 '노환'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 만화인데, 대체적으로는 부모의 노환에 대처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우리하고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에서는 부모가 병석에 눕게 되면 아무래도 이런 저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데, 경제적인 부담부터 시작해서 간병에서부터 보호까지, 다 자녀의 관심과 손길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혹은 형제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할까요?'는 부모의 노환과 죽음을 앞두고 부딪치게 되는 문제들을 따뜻하고 밝게 담고 있었다. 심각한 문제인데도 따뜻하게 풀어가서 무겁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더러 웃기도 하고,

이렇게만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산을 받치고 있는 딸, 그 딸의 다른 한 손을 잡고 있는 엄마, 모녀가 그려진 표지를 한참 들여다봤다. 그 부드럽고 선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부모 세대는 노령의 할아버지, 치매의 시어머니, 암에 걸린 아버지, 그리고 싱글인 딸, 이혼한 딸, 아들 내외..

한 가족이 아니고 각기 다른 가족들  이야기인데, 가족 구성원들이 어떻게 환자가 된 부모, 조부모들을 대하는지, 또 그 부모들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저렇게 여유있게 병환에 대처하고, 죽음을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 당사자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할텐데..아무리 가족이라도 암에 걸려 시한부를 선고받았다면 그 앞에서 죽음에 관한 말을 꺼내는 것이 쉽지가 않을텐데. 아무리 죽음을 준비하고 마음으로 대비한다고 해도..막상 현실로 닥치면 갈피를 잡지 못하지 않을까.

간병 문제도 그렇고. 밝고 따뜻하게 다루고 있는데도 나는 자꾸만 현실적인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오빠가 있지만 아무래도 엄마는 딸인 내가 편하겠지. 주로 내가 간병할 작심하고  있지만, 일단 나부터 여러 준비를 하고 여유를 가져야 할텐데. 그래야 만에 하나 엄마에게 일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또 엄마에게도 따뜻하게 대할 수 있을텐데 하는 데로 생각이 미쳤다.

 

이 만화에서처럼 장례준비를 웃으면서 준비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당사자들에게도 죽음을 앞두고 하고 싶었던 일, 마무리해야 할일 뒷처리 잘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은게 그게 가능할까. 이 만화 속 내용을 자꾸 내 현실 속 엄마와 나에 대입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엄마도 기력이 떨어지는 걸 체감하고 있는지  전보다 부쩍 나한테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그 어느때보다 엄마하고 가까워지고 서로 마음 터놓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엄마같고 엄마가 딸같아 졌다.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밥 안 먹으려고 하시면 막 잔소리하게 되고, 약 제때 안 드시면 또 한소리하게 되고..

 

지금의 나로서는 엄마가 하루라도 더 길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생을 누리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기도를 바치는 게 고작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닥치면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그래도 이 밝고 따뜻한 '우리 부모를 어떻게 할까요?'를 읽으면서 조금은 걱정을 덜고, 밝은 쪽으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게 위로가 됐고, 바람이 됐다.

 

생각해보니 편찮으시고, 죽음에 관한 염려를 하느라 살아있는 날들에 대한 생각은 깜빡 한 것 같다.

여생을 챙기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일텐데.

내가 엄마로 행복했던만큼 엄마가 나로 우리 가족으로 행복하게 사시기를...건강하시기를. 그리고 남은 날들동안 친구 분들과 즐거운 만남도 자주 갖고, 좋은 것 맛난 것 많이 많이 보고 드시게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요즘은 엄마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고, 외식도 자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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