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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 YMCA : 일본 성남클럽, 베쓰볼 클럽 한일전의 열기 -YMCA야구단 | 전체보기 2016-06-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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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YMCA 야구단 : 블루레이


| 2013년 12월

작품     디자인/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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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이대호, 김현수 등 지금은 야구 본 고장인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도 한국 선수가 맹활약할 정도로 우리 야구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급이다. 

미국 선교사에 의해 야구가 도입될 때만 해도 이렇게 우리 선수들이 미국 본토에 진출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텐데..축구와 달리 야구는 룰도 복잡한데 그 룰을 제대로 이해했으려나 글로브나 배트, 포수 마스크 보호대 등 장비도 필요했을텐데..그 시대에 그걸 어떻게 구했을까. 아니 선수들이나 제대로 모을 수 있었으려나.

 

'YMCA야구단'이 바로 이 초창기 야구단을 담고 있는데, 단순히 오합지졸 같았던 YMCA 야구단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은 아니다. 을사조약 체결 무렵이라는 시대가 시대인만큼  국내 최강의 YMCA 베쓰볼 팀과 일본군 성남 클럽과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비장하거나 진지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 가벼운 코믹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호창(송강호 분)은 갑작스레 과거제도가 폐지되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은 선비이다.  하루하루 축구를 하면서 거의 무위도식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YMCA에서 야구하는 모습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된 차에 야구단에 참여하고 있는 민정림(김혜수 분)에게 호감을 느껴, 야구단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호창의 죽마고우이자 친일파 아들 류광태(황정민 분)와 아직도 신분의식을 버리지 못한 젊은 양반, 한때 머슴살이했던 성한(이대연 분), 정림의 연인이었던 일본 유학생  오대현 (김주혁)등으로 구성된 YMCA야구단이 결성된다. 조선 최초의 야구단. 호창은 타고난 센스로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게 되고, 대현은 투수로 맹활약하는 등 그들은 연전연승을 거두며 조선 최고의 팀으로 부상하고, 황성시민의 뜨거운 응원을 받게 되는데..

 

'YMCA야구단'은 다양한 신분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전통적 선비, 일본 유학생, 친일파 아들, 머슴 출신 등..그리고 시대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개화학문에 밀려 점차 힘을 잃어가는 전통적 학문을 배운 호창, 호창은 큰아들을 대신해 자신에게 기대하는 아버지 몰래 야구단에 참여한 것이었다.

아직도 신분의식이 강한 양반은 자신의 집에서 머슴살이했던 성한을 대놓고 무시한다. 양반 체면에 머슴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면서 조선을 들끓는다. 비분강개한 정림의 아버지는 자결하고  YMCA야구단이 연습했던 곳은 일본군이 주둔하게 되고, YMCA야구단과 일본군 성남 클럽이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전통 학문과 신학문, 서구문물, 신분제가 폐지된 지 십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양반, 친일파 아들...등 봉건제도와 신문명과 일제의 노골적인 침략야욕, 서구문물의 도입 등 당시 혼란스러웠던 조선의 사정이 이 야구단 속에 응축돼 있었다.

봉건적 제도와 문명의 자리에, 막 도입되기 시작하는 근대문명이 들어오는 가운데, 일제는 조선에 대한 침략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친일파가 저격당한 사건에 선수가 연루되면서 YMCA 야구단은 해산이 되고 만다. 그 친일파는 광태 아버지였고, 그를 공격한 이는 대현이었다. 대현은 정림과 함께 일본군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게 되고, 야구단은 더이상 경기를 할 수 없게된 상황이 된 것이었다. 

낙담하게 된 호창도 낙향해 아버지 곁에서 서당일을 돕게 되는데..

 

이 당시 조선에는 축구와 야구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었다. 이렇다 할 오락거리가 없었던 조선에, 노동이 아닌 스포츠를 즐기게 된 것이나, 경기를 응원하는 것도  일찍이 조선에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자 근대성의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일 베쓰볼 경기가 열리게 된다. 황성 YMCA 야구단 대 일본 성남 클럽간. 그야말로 장안의 관심이 이 대결에 몰리게 되고, 호창과 대현, 정림이 과연 이 경기에 등장할 것인지..

지금도 한일전은 그야말로 열전이 벌어지는데 일제의 압박에 시달리던 조선으로서 이 경기가 단순히 베쓰볼 대결만은 아니었다. 국가 대항전도 아니고 외면적으로는 클럽 대결이었음에도 YMCA 팀을 응원하기 위해 관람석은 그야말로 만원을 이룬다. 조선인들은 일본에 대한 저항을 야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일본군 클럽팀과 대결을 하기 위해 다시 모인 선수단들 야구를 통해 선수단은 갈등을 해결하게 된다. 호창 부는 아들이 조선 최고의 타자라고 자랑하게 되고 호창부는 전통에 기울어져있던 사고의 틀을 깨고, 서구문물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된다. 일본군과 경기를 하면서 양반도 머슴출신 성한을 인정하게 되는데..

 

작품의 흐름상 이야기의 초점은 한일 야구 대결에 맞춰져 있지만, 한일전보다는 'YMCA야구단'은 봉건성을 털어내고, 새로운 문물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야구를 통해 봉건적인 낡은 틀이 깨지고,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조선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대놓고 일본을 야유하고 조선팀을 응원하며 민족감정을 발산할 수 있었던 그 대결은, 일본에 억눌려있었던 조선인들에게는 잠시였긴 하지만 축제의 자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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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근대여성, 자유연애와 여성해방을 외치다-신여성, 개념과 역사 (작성중) | 전체보기 2016-06-2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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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여성, 개념과 역사

김경일 저
푸른역사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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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때 교양과목 중에 여성학을 선택해서 수강한 적이 있었다. 그 강의는  한국 여성에 관련한 내용은 없었고, 서구여인들이 펼쳤던 여성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성취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기억이 난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여성사하면 서구여성사에 경도됐고, 상대적으로 우리 여성들의 목소리에 대해선 소홀하게 대했다. 신여성하면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겼던 여성이라고 여기는 등 이해가  일천했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신여성, 개념과 역사'는 조선말과 식민지 치하에서 여성으로서 문제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신여성에 대한 개념과 실체에 대해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는 조선말 혹은 일제치하에서 가부장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닌 여성들을 전부 신여성이라고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근대 여성 사이에서도 세대와 이념에 따라 또 노선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한국에서 근대여성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무렵으로  근대 교육을 받고 근대 지식과 교양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여성들이었다. 이들을 '신'여성이라고 일컫게 된 것은 '구(舊)'여성 즉 봉건적이고 전통적이었던 여성과는 다른 사고와 의식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근대여성들 중 1870년대에 태어나1890년대 이후 사회 영역에 진출한 일군의 여성들을  1세대 근대 여성으로 일컫는다면,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로 이행하면서,이들에 이어 새로운 여성 집단이 출현했는데, 이들은 2세대 근대여성으로 불린다.

 

이들 대부분은 1890년대에 태어나 1920년대에 식민지 공공영역에서 활동했는데, 이시기에는 해외유학을 경험하고 식민지 조선으로 돌아온 여성들에, 또한 사회주의의 세례를 받은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이념에 따라 민족주의, 자유주의 계열과 사회주의 계열로 범주가 분류된다.

그런데 1930년대 이르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계열을 망라해서 다양한 성향과 활동을 보인 근대여성집단이 출현하고, 이들은 3세대 근대여성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제 목소리를 낸 여성집단이라고 근대여성, 혹은 신여성으로  인식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세대를 구분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탄생연대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세대에 따라 주목할만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근대 여성 내부의 차이를 논하기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1890년대를 근대여성이 출현한 시기라고 거론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시기이후 여성들이 가부장 남성 지배와 전제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평등을 주장한 것에서 기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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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근대가 만났을 때, 그 신풍속도-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 전체보기 2016-06-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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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김태환,이미현,차선일 등저
채륜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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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닐 때, 크리스마스 즈음에 산타 할아버지가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물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어슴프레 남아 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유치원에는 트리가 장식됐고, 하얀 수염에 빨간 산타복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의 등장은 어린 내눈에는 신나고 재미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거리에는 반짝이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며, 사방에서 캐롤송이 흘러나왔고, 크리스마스 이브때면 기독교 신자가 아닌데도, 친구나 연인들에게는 축제처럼 즐기는 날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가 조선에 소개된 것은  조선 말인데, 어느새 그 어느 명절보다도 전국민이 즐기는 날이 됐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뿐 아니라 조선말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근대 문물과 서구문화는 조선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때로는 전통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선망이 되기도 하고,욕망을 자극하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갔고, 새로운 문화와 풍속도를 만들어갔던 것이다.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에서는 근대 서구 문화와 문물이 조선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자리잡으며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었는지, 10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고 보게 되는 일상 속 문화가 됐기에 그럴 것이다.

 

일제 시대에 들어와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킨 것을 언급하자면, 서구식 의복과 서구식 화장술의 도입이 아닐까 싶다. 이 시기에는 바지통이 좁아지고 넓어지는 변화나, 흰옷 위주이던 것에서 벗어나 색과 무늬에서도 유행을 반영했고, 모자나 신발 등 패션관련 광고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패션으로 치장한 멋쟁이들이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박가분같은  화장품도 날개 돋힌 듯 팔렸는데, 이런 백분의 인기는 은은하게 자연스럽게 처리했던 전통적인 화장법에서 서구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이게 색조화장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상해보자면, 양장에 하이힐, 핸드백에 색조 화장을 한 여성에 모자에 와이셔츠에 넥타이, 양복을 빼입은 남자가 주는 시각적 효과가 엄청났을 것이고, 이들의 모습은 전통적인 미의식을 뒤흔들어 놓았다.서구적 기준에 걸맞게 아름답고 멋있어 지고 싶다는 조선인의 욕망이 한껏 고양됐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을 선호하는 층의 반감을 자아내기도 하고, 화장품에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서 사용자들이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지만,봉건 사회에서는 드러내놓고 추구하지 못했고, 억압해야 했던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고삐가 풀렸다. 조선을 지배했던 봉건적 가치에 균열이 일고, 근대적 서구적 욕망과 가치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근대 문물은 조선인들의 다방변에 스며들어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놀이에 대한 의미나 장난감이 등장하면서 어른들은 그것들이 어린이들의 교육과 인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창경원의 벚꽃놀이는 그야말로 장안의 명소가 되고 상춘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는가 하면 어린이날이 제정되고, 어린이를 미래의 주역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돼 갔던 것이다. '어린이'란 명칭이 만들어진 것만해도 장유유서 질서가 공고했던 봉건사회에서는 무시됐던 연소자를 존중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나도 어렸을 때  벚꽃놀이 갔던 추억이 있다. 지금이야 윤중로 등 벚꽃 명소가 여러군데지만 저 당시엔 벚꽃놀이하면 창경원(지금은 창경궁)이었을 것이다. 벚꽃 놀이가 시작되는 날부터 창경궁은 상춘객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일제시대에 조선의 관혼상제 문화도 조금씩 변화해갔는데, 그 중에서도 신식 결혼식은 빠르게 보급됐다. 족두리 쓰고 연지곤지 찍던 전통 결혼식은 신부에게는 불편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면사포에 드레스로 대변되는 신식 결혼은 특히 신부에게 낭만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던 모양이다. 더욱이 신식 결혼은 근대 교육의 보급과 함께 빠르게 보급돼갔고, 신혼여행도 등장하면서 결혼 풍속도에 일대 변화가 일었다.

 

이렇게 쭉 변화된 일상들을 살펴보다보니, 조선이 한 폭의 그림이라면 동양화에서 서양화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적인 삶의 뿌리가 일제 시대때 도입됐던 근대문물, 문화에서 비롯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문화가 뿌리 내리기까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고,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은과 납같은 중금속이 함유됐던 화장품을 사용해서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른 사고가 발생했고, 일종의 증권거래소였던 미두 시장은 한탕을 노리는 투기장화 돼, 파산자가 속출했다. 매독과 같은 성병이 만연하기도 했고, 또 소비와 결합되면서 상업성이 강조되는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벚꽃 놀이는 벚꽃이 일본 국화 사쿠라라는 점에서, 일제 문화의 잔재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 문화가 우리 일상의 삶이 된 것은 조선사회를 지배했던 유교적 가치관과 봉건사회가 약화되고, 한편으로는 조선인들이 그동안 억눌러져 있던 욕망을 더 이상 억압하지 않고 발산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근대 교육이 보급되면서 조선인들의 감각과 가치가 조선의 그것과 달라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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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어둠에 자신을 맡긴 여인과 남자의 이야기-희랍어 시간 | 전체보기 2016-06-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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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수상 기념 한강 리뷰 대회 참여

[도서]희랍어 시간

한강 저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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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멸되다시피한 언어이건만 내게는 희랍어하면 궁극의 언어라는 환상을 품게 한다.  성경에 씌여진 언어라는 것과 고대 서구문화와 문명의 뿌리라는 점에서 또 전 유럽의 언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근원이고 기원(起源)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희랍어시간'은  내가 희랍어에서 가졌던 이 두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말(語)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眼)을 잃어가는 남자, 그런데 이 두사람이 상실한 것은 비단 말과 시력뿐이 아니었다. 여인은 어머니를 잃었고, 남편과 이혼후 아들의 양육권을 그리고 직업까지 잃어버린 상태이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말을 되찾기 위해 희랍어 강좌를 수강하게 된 것이었지만, 여전히 침묵으로 세상에 견고하게 벽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 역시 독일로 이민가 이방인으로 지내다, 친구와 사랑을 잃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단신으로 귀국해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희랍어 강사로 생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희랍어 강좌의 강사와 수강생으로 알게 됐지만, 여인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남자는 그 침묵에서 오히려 여인의 존재감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그 남자처럼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처럼 여겨졌다. 작품은 분절적으로  전개돼,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 듯 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워낙 강렬해서.

처음에는 두 사람의 상황만 어슴프레 보이다가, 두 사람의 과거사가 하나 둘씩 소개되면서, 그들의 상실과 결핍의 근원을 찾아 가는 듯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윤곽선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런 전개 방식이 언어를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 이야기를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거들었고, 작품 내용과 어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술 넘기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읽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됐고, 눈이 피곤했고, 어깨가 뻐근해졌다.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작품 중간중간 여인과 남자가 좌절했던 욕망과 이별했던 관계가 환기되면서, 두 사람의 고통와 상처, 결핍이 더더욱 도드라졌다.두 사람은 자신의 불행에 대해  비명을 질러  드러내거나  신을 원망하거나 절망하는 대신 침묵과 어둠에 자신을 맡기는 것으로 반응한 것이었다.

 

그러던 두 사람이 대화를 하던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비록 여자가 듣지도 못한다고 착각한 남자가 독백처럼 털어놓게 된 것이지만. 남자가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토해내자 여자는 침묵으로 답을 해준다.

용기를 낸 것인지 우연히, 어쩌다 그런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상처를 드러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 여인의 침묵에 파장을 준 것이었다.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처럼, 두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손가락으로 입으로 탐닉하는 대목에서 이르러서는 저 손짓이 세상을 향한 손짓이기를. 서로의 결핍과 상실을 조금은 메울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두 사람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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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파리, 터키 삼인삼색의 불행과 마주하고 치유하는 방식-수플레 | 전체보기 2016-06-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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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플레

애슬리 페커 저/박산호 역
박하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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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행은 모두 한뿌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는 행불행 모두를 안겨주는 법이다.

'수플레'에서도 그렇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불행과 마주하게 되는 세 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뉴욕, 파리, 이스탄불에서 살아가고 있는  릴리아,마크, 그리고 페르다가 삼인 삼색의 삶을 드러내고 보여주고 있다.

 

뉴욕에서 살아가는 릴리아는 필리핀계로 화가로서의 삶을 접고 가정에 충실했지만, 입양했던 자녀에게나 남편에게나 외면당하고 남편과는 무늬만 부부라는 관계를 갖고 있을 뿐, 서로에게  떠도는 섬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릴리아는 밀려드는 허망함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파리의 마크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었던 아내 클라라를 잃은 뒤 삶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 공황상태에 빠진 그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어린 관심도 외면한 책 아내와의 삶을 되새기며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스탄불의 페르다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에게 의존해 왔던 여든 두살 노모가 다치게 되자 집으로 모셔와 간호하게 된다. 괴팍하기 이를데 없는 노모는 페르다의  일상전체를 휘두르게 되고, 페르다는 점점 지쳐가게 된다. 

 

이 세사람은 모두 혈기 왕성한 청춘이 아닌 노년기에 접어든 인물이라 더 애잔해 보였다. 자식 다 키우고, 손주보면서 여생을 누릴 나이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하게 된 불행에 갈팡질팡하고 허허로움에 혹은 애증에 시달리게 됐으니. 인생이란 이렇게 잔인한 면이 있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불행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그 심리적 방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그 오랜 결혼생활 끝에 남겨진 것이라고는 허울뿐인 남편과 주름진 육신의 껍데기만 남겨진 릴리아의 불행 앞에서는 분노가 일었다. 입양한 자녀 둘과 남편, 그 누구도 그녀를 가족으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녀를 밀어내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겨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패닉 상태가 빠져버린 그녀.진심으로 혼자가 되고 싶어하는 릴리아옆에는 수발을 들어야 하는 환자 남편이 짐처럼 남겨졌으니, 운명의 여신은 릴리아에게 너무 가혹하기만 했다.

 

'수플레'에서는 유난히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커피와 케이크, 감자와 양배추 스프는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던 음식이었고, 조리법을 알려주면서 딸과 교감을 이어갔고, 음식을 함께 하면서 지인들과 소통하고, 정감을 키워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마크에게는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케이크를 먹던 평화로움은 사라졌고, 그는 텅빈 부엌에서 아내의 부재를 더더욱이 실감하게 된다.

 

r그렇지만 언제까지 난파선처럼 가라앉은 채 여생을 보낼 수 없는 법, 이들은 서서히 자신을 일으켜세우려하는데, 모두 그 돌파구를 음식에서, 부엌에서 발견한다.

세사람 모두 '수플레-가장 큰 실망'이라는 요리책을 사면서, 그 조리법대로 만들면서 삶의 생기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플레는 만만치가 않은 음식이었다. 성찬도 아니고 디저트 요리라 간단해 보였겠지만 애써 모양을 만들어내도 순식간에 가운데가 폭삭 주저앉는 고난도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마치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언제 훅 주저앉을 줄 모르는 인생처럼, 그래서 수플레가 꺼지지 않게 잘 만드는 것은 이들이 삶을 다시 온전하게 세워가는 것처럼 여겨졌다.

 

릴리아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남편 치료비로 경제적으로 압박이 오자, 하숙을 받는다. 그리고 하숙생들에게 음식을 차려주면서 또 하숙생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껴도 보았지만, 그  활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숙생들이 뉴욕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또 자신의 처지를 깨달으면서 필리아는 더더욱이 자신의 내부로 숨어 들어갔다. 필리핀으로 돌아갈 생각만 품고 있었다.

 

반면 마크는 요리를 하게 되면서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수플레는 그에게 작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페르다는 임신한 딸을 위해 음식을, 수플레를 만들어줄 생각을 하고, 모정을 다시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순간순간 과거로 돌아가는 어머니의 말 속에서, 새삼 어머니의 과거 힘겨웠던 삶을 들여다보게된다. 비로소 괴팍하고, 뾰루퉁했던 어머니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결국 불행의 극복은 자잘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거대한 만찬이 아니라, 가족 혹은 친구와 이웃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대화를 건네며 소소하게 삶을 나누고, 교감을 나누는 것이라고. 인생 뭘 별거 없다고, 그것이 불행의 치료책이라고 말하고 싶었나보다.

물론 인생이 모두 해피 엔딩으로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모두 행복하게 끝나진 않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소소한 일상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크가 지인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대목에서는 영화 '바베트의 만찬'이 연상되기도 했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그렇게 마크가 아내 없이 다시 사람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것을 모두 응원하게 될 것이다.

페르다는 출산을 앞둔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궁리할 때, 페르다를 지치게 했던 노모는 이런 말을 한다.

" 페르다, 모든 게 다 미안하구나.내가 저지른  모든 일이 다 미안해. 부디 용서해다오. 얘야, 정신이 흐릿해지면 나도 더 이상 내가 누군지 모른단다. 내가 뭐라고 하니? 대체 뭐라고 하던? 난 이제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제발 용서해주렴."

이 한마디에 페르다는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가 눈 녹듯이 사라졌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엄마에 대한 애증의 감정에서 증오는 사라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엄마로 인해 받은 상처가 깨끗이 치유된 것이었다.

 

'수플레'라는 음식이 낯설기도 하고, 터키작가 작품이라 생소하거나 이질감 느껴지지 않을까 살짝 염려했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뉴욕의 릴리아,파리의 마크, 이스탄불의 페르다를 오가며 목격한 그들의 좌절과 심리적 반응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문득 돌이 던져지고, 그렇게 불행과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일테니. 그리고  다시 좌절하거나 극복하거나.

 

수플레 자체가 아니라, 정성스레, 신경을 집중해서 수플레를 만드는 마음이 사랑이고 의지인 것이다. 그것은 좌절의 순간,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펼쳐가는 사랑과 의지라는 말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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