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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을 한 효자 금동이-아버지를 구해야 해 | 전체보기 2015-06-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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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버지를 구해야 해

하은경 글/홍선주 그림
별숲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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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이란 이름은 토속적인 느낌이 들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20년 이상 방송됐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회장댁에서 맞아들인 양자 이름이 금동이었고, 전래 자장가의 대명사격인 '금자동아 은자동아'에서 '금을 준들 너를 살까 은을 준들 너를 살까'하는 대목에서 처럼 금을 주고도 못살만큼 귀한 자손이라는 애정이 담뿍 담겨있기도 하다.

'아버지를 구해야 해 '의 주인공 이름이 금동이라 그런지 일단 친근하게 다가왔다. 금동이는는 '아버지를 구해줘'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방화범 누명을 쓴 아버지를 위해 진범을 찾아나서는 효심가득한 소년이다. 금동의 아버지는 목수로 고리대금업자인 황부자에게 빚 독촉을 당하다가  황부자집에 화재가 나자, 방화범으로 체포돼 옥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아버지를 구해야 해'는 쟝르적으로 따져보면 역사추리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금동이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고 나섰다가  방화만이 아닌 조선시대 부패상을 들여다 보게 된다.

고리 대금으로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황부자, 과거를 대리 응시해주며 부정한 재물을 취득하는 최선비, 그리고 비리가 만연한 세상에 권문세가 특히 가난한 사람의 등을  쳐먹는사람의 재물만 훔치는 의적 보라매. 보라매에게는 현상금 만냥이 걸려있다.

 

설정을 보면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이고, 특히나 의적의 존재는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의 생동감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사건도 약하고 등장인물들의 움직임도 약해서가 아닐까.

아무래도 주인공인 금동이가 부지런히 단서를 찾아 움직이면서 추리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금동이의 뚜렷한 활약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추리소설의 열쇠는 단서이다. 유능한 탐정이 되려면 단서를 좇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금동이는 본인의 활약상보다는 주변 도움이 더 많아서 탐정이라는 인상을 제대로 심어주지 못했다고 할까.

 

황부자와 과거 대리 응시자 최선비, 이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는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박참판댁의 박준수로 황부자에게는 투전판 판돈을 빌렸고, 최선비에게는 대리 응시를 부탁해 초시에 합격하게 된 인물이다. 추리 소설의 묘미는 사건을 통해 단서를 확보하고 유추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금동이 사건을 추리하기보다는 주변인물들이 자백하거나 정보를 주게 되니, 맥이 좀 빠졌다.

처음부터 보라매의 현상금 얘기가 언급되고 있어서 그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존재감이나 활약상에서 이렇다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등장인물들이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황부자-최선비-보라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살려서 서로 갈등을 빚고,사건이 벌어졌으면 작품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을텐데..

 

눈에 띈 것은 최선비가  전문적인 과거대리 응시자로 나서게 되고 보라매가 의적이 된 배경에 있었다. 양반으로 행세하고 있었지만 실제 신분은 중인이었던 최선비. 그는 신분으로 인해 자신이  고관이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라매는 관청에서 빌린 곡식을 갚지 못해 아버지는 매를 맞다 죽었고, 어머니는 화병으로 숨지자 전국을 떠돌았고, 그렇게 의적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생동감있었던  선이는 반촌 백정 딸이었고, 주인공 금동이도 양반가 자제가 아닌 목수의 아들이었다.

이에 반해 명문가 아들인 박준수는 부도덕한 인물이었다.  성균관은 빼먹기 일쑤고 투전판에 기웃거리면서 과거 대리 응시자를 구해서 초시에 합격을 하게 됐다. 양반이라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관직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평생 고관대작은 꿈도 못꾸는 삶이겠지만, 금동이,돌석이,선이는 분명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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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알게 된 개념사, 내겐 너무나 어려웠다-조선 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 | 전체보기 2015-06-2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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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

이경구 저
푸른역사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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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알았다. 역사 연구하는 방법 중에 '개념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역사 연구의 방법이 다양해지고 여러 면에서 역사에 접근한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일단 개념사라는 분야가 낯설기도 하고, 어떤 연구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설명을 보자면 개념의 사유체계의 변화와 지속, 언어와 사유구조의 변화를 토대로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이 설명을 보자면 역사 보다는 철학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선 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는 내가 읽기에는 수준이 너무 높았다. 전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전적으로 필자의 필력 때문이었다. 2년 전에 읽었던'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에서 독자에게 내용을  이해시키는 필자의 전달력과 필력이 어찌나 명징하던지, 감탄한 경험이 있었다. 이번 책은 '개념과 사유 체계의 지속과 대립으로 본 18,19세기 한국의 사상'이라는 부제에서 난해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면서도 그때의 경험을 믿고 선택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필자의 문장에 감탄할 여력이 없었다. 무슨 내용인지 해석을 쫓아가기 급급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개념은 '실학','이용후생','시체(時體),'유속(流俗)'인데 이 중에서 '시체'와 '유속'이란 개념은 지금은 생소한 용어인데, 시체의 경우는 18세기에 정치사적으로 새롭게 등장해서 20세기에 유행(流行)으로 대체됐다고 한다.

 

시체의 경우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시체란 용어가 유행으로 대체되느 과정에 '전통과 근대 패러다임'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18세기에 당대의 사조,양식을 포괄하는 일반 용어로도, 도시의 유산자와 젊은이를 중심한 가속적인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였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모던'이란 용어가 시체를 밀어내고 1920~30년대라는 특정한 시기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됐고, 이 모던이 고유명사화되면서 '유행'이라는 말의 일반화를 낳았다. 유행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면서 시체는 더이상 용어로 기능하지 않고 거의 일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용어가 사멸되거나 뜻이 전화되는 예는 부지기수인데, 왜 이 용어에 전통와 근대 패러다임이 존재하고 있다고 하는 것일까? '유행'은 전근대에 성리학적 의미가 깃들어져 있었던 용어였는데, 이 용어속에 담겨있던 18세기 상황에 맞는 시체라는 용어에 대한 기억 또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망각이 심해지면 전근대에 자라난 근대성을 무시하게 되고, 역사적 경험을 사라지게 만들고, 그렇기에 현대의 우리들은 '서양 근대와 동아시아 전근대'라는 도식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실 한 용어에 대해 그 용어의 학문적 개념뿐 아니라 이렇게 다층적으로 그 의미에 접근하고, 통시적으로 파악해 역사 해석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접해서 그런지 어렵기도 했지만 신선하기도 했다.

용어 하나 하나 이렇게 역사 경험과 맥락을 다 따지자면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상당히

넓은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판단도 섰다..

 

'조선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는 역사 연구의 방법이 상당히 다양하고, 새롭게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전혀 몰랐던 개념사를 역사연구의 한방법으로 받아 들이게 됐고, 전근대와 근대 사이의 단절을 염려하는 필자의 문제의식에도 공감을 하게 됐다.

반면에 나같은 일반 대중에게는 개념사는 어렵고, 포괄적이라는 느낌에 접근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역사에 대한 탄탄한 이해가 뒷받침 돼야 접근이 용이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너무 난해하다고만 받아들여서 멀리하기에도 찝찝하다. 처음이라 생소해서 어렵게 여겨지는 거지 더 많은 연구 성과를 담은 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자주 접하게 되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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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더 멀리의 욕심을 떨쳐내고 어슬렁 어슬렁 여유롭게-작게 걷기 | 전체보기 2015-06-2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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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다의 작게 걷기

이다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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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귀여워라. 일러스트레이터인 필자가 직접 그린 표지,구불구불 뱀같기도하고, 약도 같기도 한 그 표지에서부터 필자의 개성이 물씬 느껴졌다. 필자 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식으로 살아가는 독립된 자아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작게 걷기' 중 '작게'란 단어가 주는 소박한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그 '작게 걷기'가 무엇을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보폭을 작게 하란 것이나 가까운 거리만 걸으라는 건 아닐테고.

필자 이다가 지향하는 '작게 걷기'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려는 욕심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스케치북과 연필을 준비해 걸었던 여정을 그림으로 남겨둔다.

사진으로 남겨두기 보다는 소소하게 오래 추억으로 기억해두는 자박자박 걷기를 지향한  것이다.

 

 

요즘 엄마가 입원하셔서 병원에 다니다보니 마음이 낮아졌다고 할까.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라는 마음이다. 아직은 부족하겠지만 욕심을 많이 걷어냈다.  전 같으면 언제 다시 와볼까 싶어서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보고 더 많이 봐야지하면서 강행군 했을텐데 이젠 그 마음을 접어두었다.자박자박 걷기란 말도 그렇고 걷는 방식도 그렇고 '작게 걷기' 방식에 동의하게 된다. 자박자박 걷기라는 말보다는 어슬렁어슬렁 걷기라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어울리지만. 

 

내가 소박한 걷기의 매력을 처음 느낀 때가 떠올랐다. 한 십오륙년 전쯤이었다. 삼청동에서였는데, 아트 선재에서 영화 보고 나서는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갑자기 걷고 싶어졌다. 원래 경복궁 담길이나, 화랑가쪽이 걷기에는 그만인 곳이지만, 그쪽이 아니라  정처없이 삼청동 뒷골목을 거닐었던 것이다.

이때 대로변이 아니라 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길을 따라 누비는 재미가 예상을 뛰어 넘어서, 걷는 것의 묘미를 맛보기한 셈이었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골목길, 화려한 삼청동에 가려져 있었던 그 소소한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즐거움은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작게 걷기'는 필자가 겪은 걷기 여행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다. 책의 반 이상을 채우는 필자의 일러스트와 손글쓰를 보는 눈의 즐거움도 만만치 않았다. 여정이나 음식은 보통 사진으로 담기 마련인데, 예쁜 색색의 그림으로 묘사한 것이 아기자기하고 화사했다. '작은 걷기' 전체 분위기를 밝고 화사하게 해주었다.

요즘 걷기 책이 여러 권 나오다보니, 이렇게 일러스트와 손글씨를 통해 독자에게 차별화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었다.   

 

 

 필자가 다녀왔던 행선지 목록을 쭉 훑어보니, 몇 군데는 나도 걷기를 했던 곳이었다. 홍릉 수목원을 비롯해서 '운현궁과 덕수궁' '삼청공원'과  동네 걷기같은 경우가 그렇다. 홍릉수목원에서는 나무 가지 사이로 부서져 내리던 그  햇살 조각들, 이십년 가까이 지났지만,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던 하늘이며 햇살이며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충전이라도 하듯 그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는데..

 

필자가 걸었던 곳 중에선 통영에 가보고 싶다. 15년 전쯤에 통영에 한번 다녀오기는 했지만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보면, 그때와 지금의 통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통영을 배경으로  문소리씨가 나왔던 영화 '하하하'가 생각났다. 바닷 내음을 맡으며 통영을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하는 희망을 남겨둔다.

 

 

그런데 책을 쭉 보다보니, 카메라를 놓고 가는 건 재고해봐야겠다. 그림이 주는 평화로움이 좋긴 하지만 필자야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터이고 길 드로잉에 정통하니 이렇게 그림이 편하겠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그림 대신 휴대폰 사진 몇 장이라도 남기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말로 하면 인증이라고 할까.  

 

'남는 것은 사진 뿐이다' 라는 말까지는 아니지만,그래도 물리적인 기억력이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 사진 몇 장 정도 기록으로라도 남겨두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도 될터이고. 다만 사진 찍느라 주변을 보지 못할 정도로 정신 팔리면 곤란한 거다. 내 경우엔 열심히 찍어는 놓았지만 다시 그 사진을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휴대폰 메모리에 저장할 수도 없고 처치곤란이 돼 삭제하는 사진도 많았다. 뭐든 과유불급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진도 속도도 아닐 것이다. 주변 풍경이나 대상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안목이고, 여유가 아닐까. 고은님의 아주 짧은 시, '그 꽃'이 떠올랐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꽃

 

평소엔 눈에 띄진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것, '그 꽃'을 발견하는 들여다보고, 교감하는 마음, 그 마음에서 '작게 걷기'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내 삶에 충실하고, 소소한 것들과 일상을 소중히 하는 걸음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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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플함, 자연스러움을 지향하는 내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가 많았다-123명의 집 1.5 | 전체보기 2015-06-2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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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23명의 집 vol 1.5

악투스 저
위즈덤스타일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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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바지런한 편이 아니라, 요리나 집치장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왔는데, 새삼스레 요즘 부쩍 관심을 갖게 된다. 행복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맛있게 먹고, 마음에 맞게 꾸민 내 공간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일상의 즐거움이야 말로 행복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의 공간인 집을 단장하게 되면 더욱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휴식을 취하는데에도 가족과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테리어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았다. 어쩌다 미용실에 갈 때면 미용실에 비치된 잡지에서 보는 인테리어 정보가 거의 다였다. 그런데 잡지에선 화려하게 치장된 연예인 집을 보게 되면 일단 집이 넓은데다 먼지 한톨 실오라기 한올이라도 떨어뜨리면 안 될 것처럼 깨끗한 것이 사람이 들어가 사는 것이 안 어울려 보였다. 생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델하우스 같다고 할까.

외국 집 인테리어는 우리하고 자연환경이나 문화 사회환경이 달라서 그런지 영화 속 집 같아서 더더욱이 현실감이 없어 보였다. 보여주기 위한 집이지 사람이 살 집이 아닌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다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일상을 소중하는 것이야 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얼마든지 인테리어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화려하지 않게 집안을 단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123명의 집 vol 1.5'을 처음 접한 인상은 한마디로 두툼하다는 것이었다. 750쪽이 넘으니. 그리고 300쪽이 넘는 화보 '악투스 스타일 북 vol 9'까지 하면 1000쪽이 넘어간다. ' 

'123명의 집 vol 1.5' 에서는 1차로 특정 브랜드 사원 123명의 집을 소개한 이후 이번에는 사원과 고객 모두 86명의 집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에 ;vol 1.5'가 꼬리표처럼 달려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모두 일본에 있는 집이었지만 실제 모두 거주하고 있는 집이라 빨래며 전선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다. 사람들이 실제로 밥먹고 자는 생활감이 물씬 묻어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86집이나 소개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어떤 일관성이라고 할까 통일성이 있었다. 특정 브랜드를 사용한 것도 있지만 이른바 북유럽 스타일을 추구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연적인 소재를사용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심플함. 나무가구에 긴 소파 등 유행을 따르지 않고, 오래된 물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이런 통일감이 뒤로 갈수록 소개된 집 스타일이 너무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도 된다. 아무래도 이 비슷한 컨셉을 추구하고 같은 브랜드를 활용하다보니 스타일이 유사해지는 점이 있긴 하겠다.

 

최근 몇년새 우리나라에도 북유럽 스타일이 많이 보급되고,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내가 추구하는 인테리어 방향과도 맞아 떨어졌다. 나무가구에 심플함, 그리고 수납공간.

내 손으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나는 이 세가지를 원칙으로 집을 꾸밀 것이다. 이렇게 인테리어 책 속이나 영화에서 마음에 드는 집 공간이나 아이템들이 보이면 머리 속으로 구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내가 살 집에 가구를 배치하고, 단장하는 것을.

 

내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곳은 서재인데, 그래서 마음에 드는 서재를 넷상에서 보게 되면 그 사진을 저장해두기도 한다. 내가 그리고 있는 서재의 첫번째는 넓은 상판을 가진 책상을 놓고 책꽂이는 가장 넓은 방 한칸 전체에 둔다는 것이다. 큰 창문이 있었으면 더욱 좋을텐데..

거실 소파는 3단짜리정도면 되려나. 거실에서 TV 는 치워야지. 하면서 거실과 서재를 꾸미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비록 상상이지만 그 재미가 말도 못하게 신이난다. 그순간 만큼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된 기분에 빠져들어간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바뀐 것은 화분을 둬야겠다는 것이다. 식물을 잘 못 키우는 편이라 화분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책속에 소개된 집 중 잎이 큰 화분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작은 화분이 보기 좋게 놓여진 곳이 여러 곳이었다. 녹색이 주는 싱그러움도 그렇고 시각적으로도 화분이 있어서 훨씬 보기가 좋았다. 집안에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집주인과 인터뷰한 내용도 눈여겨 볼 만했다. 책 편집자가 집주인 모두에게 12가지 질문을 공통적으로 던졌는데,질문이 짧고 대답도 간단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집주인들이 지향하는 삶이나 집에 대한 생각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이 질문을 보면서 나였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답을 하다보니, 간단한 듯 보여도 간단한 답이 아니었다. 인테리어에 대한 자신의 취향은 물론이고, 생활패턴과 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이 답을 하고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 원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이 무엇인지 구체화하게 될테니, 바라는 스타일에 가까와 지지 않을까. 12가지 질문은 이랬다.

 

1.타이틀을 정한다면?

2.인테리어 포인트는?

3.이 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4.집 정리를 못하는 사람을 위해 조언한다면?

5.집에 절대로 두고 싶지 않은 것은?

6.수집하는 것이 있는가?

7.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8.인테리어 센스를 연마하려면?

9.당신에게 이상적인 집이란?

10.좌우명은?

11.이 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12.마지막으로 인테리어란?

 

4번 집 정리를 못하는 사람을 위해 조언한다면? 이 질문에 어떤 답이 나오는지 유난히 관심있게 살펴보았다. 집정리를 워낙 잘못하는지라..그런데 의외였다. 수납공간을 확보하라는 답이 가장 많을 것이라도 예상했는데, 그보다는 손님을 초대하라는 답이 많았다. 손님을 초대하게 되면 아무래도 열심히 쓸고 닦고 청소하고, 정리정돈하겠지. 그런데 그게 오래 가려나. 다시 전처럼 복귀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텐데.

필요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라는 답도 많이 나왔다. 내 방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고, 공간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정리정돈 하기 힘든 집이 돼버렸다. 버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잘 알면서도 물건을 잘 못버리는 거 그래서 정리정돈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이 책 속 86가구의 인테리어를 훑고나니 인테리어도 인테리어지만 주인의 취향이나 성격에 따라, 가족 구성에 따라 그 집안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감지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장난감도 그렇고 이런저런 물건들로 집안이 깔끔하진 않지만  활기차면서도 따사롭고 평화롭게 다가왔다.

 

여러 집안을 보면서 참고할 것이 훨씬 많아졌는데 그중 일단 몇 가지만 정해놓았다. 화려한 것보다는 자연스럽고 소박한 것을 선호하는 내 취향상 내가 원하는 것은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가구, 손때가 오래 묻어있는 가구며 잡화들, 그렇지만 가구는 최대한 단촐하게  될 수 있으면 꼭 필요한 것만 놓아두고 싶다.

그리고 정리정돈을 잘할 자신은 여전히 없어서, 수납공간을 넓게 만들어서, 잡동사니들 안보이게 치우고 집안 어지럽히지 않아야지. 이 정도 윤곽선은 정했다.

 

격자무늬 방문은 어떨까? 한옥 스타일도 조금 섞어볼까? 창문은? 도배는? 등등등...머리 속에서 도면이 아직 그려지지 않았고, 30평 정도되는 집을 상상하고 인테리어하고 있다. 

앞으로로 꽤 오랜 시간 상상 속에서도 집 인테리어가 미완성인 상태가 될 것 같다. 더 많은 집을 보고, 집에 대한 내 생각도 다듬어서 더 구상하는 재미, 한동안 그 재미에 푹 빠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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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조선, 한성부 그곳에선 어떤 범죄가 판을 쳤을까-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전체보기 2015-06-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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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승희 저
이학사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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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를 보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역시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나처럼 수다 떨 때 외에는 도무지 한곳에 진중하게 못 있는 성격은 제대로 공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일성록'을 비롯해서 조선의 범죄와 관련한 방대한 사료를 살피고, 통계를 내는 과정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정조와 철종 시기의 범죄를 분석했으니 시기적으로는 18~19세기 해당됐다. 이 작업이 유의미한 이유는  민란이나 변란같은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졌던 사건 사건들을 취합하고 분류하면서 범죄를 통해 구성원 간의 갈등과 사회의 균열을 감지하는가 하면, 사회의 변동을 탐지했기 때문이다. 동맥이 아닌 몸 속 말단 부분에 있는 실핏줄을 통해 몸의 이상을 살핀 것이라고 할까.

 

그렇게 살핀 결론이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다는 것인데 이 결론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18~19세기 한성부의 범죄 양상은 사회변화와 맞물려있었다. 당시 한성부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과잉집중됐고, 상업과 농업이 활발해지면서 부민이 등장해,  빈부격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유흥이 발달하고, 도박이 성행한 것이 범죄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됐고, 지방향촌민과 달리 한성부민은 집적적으로 관의 통제를 받았는데 이것이 관과 한성부민의 갈등의 불씨를 키웠던 것이다.

 

자고로 빈익빈 부익부, 유흥이 만연하는 분위기는 범죄의 온상이 되는데, 한성부의 분위기가 이랬던 것이다. 이 시기에 전문적인 위조범이 존재했다고 하는데, 위조는 대게 경제적인 범조와 관련이 높은만큼 그만큼 경제적 범죄가 늘어났다는 말이고, 당시 한성부에 배금주의가 만연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하다.

 

범죄는 그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이고, 한성부의 범죄추이 역시나 그랬는데,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은 이 당시 관의 직접적인 한성부민 통제는 백성들 특히나 하층민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한성부민들의 자발적인 결속력을 다지게 하는 요인이 됐고, 이후 깊어가는 봉건제의 모순 외에도 외세의 침탈에 시달려야 했던 개항 이후 이런 결속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아마도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은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는 국가권력에 대항하려는 한성부민의 결속력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TV에서 가끔 프로파일러들이 나와서 범죄의 원인이나 범죄자의 행동을 분석하거나 예측하는 얘기를 관심있게 보는 편인데, 이렇게 프로파일링한 개별의 사건들을 모아서 분석하고 검토해보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조선시대 범죄들을 분석한 틀 역시나 그랬다. 그 분석이 사건 건수,범죄율, 범죄 유형, 범죄 원인, 범죄인의 신분 등 실제 사례를 통계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것라는 점에서 상당히 실증적이고,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한 시대 한 사회에 접근하는 방법을 여러갈래겠지만, 이렇게 범죄라는 일탈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은 단지 그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을, 또 그에 국가권력의 대처를 살펴보는 기회가 된다. 사례 별로 집계하고 통계를 내는 노동집약적인 수고를 거치고, 또 일상에 대한 고찰을 동반하면서 일상의 차원에서 구조의 차원으로 시야를 넓혀갈 수 있었다. 

구조적인 접근이 방대하지만, 미세한 개별 사건들을 간과할 염려가 있다면 그런 염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연구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밑바닥의 꿈틀거리는 욕망과 탐욕을 들여다보는 한편, 이 당시 한성부의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사회와 시대 불문하고 인간이 욕망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을 탐하게 되는지는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욕망과 일탈을 사회구성원의 갈등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했다. 특히나 사회 변동기의 시기와 공간에서 이 연구는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시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또 그 시대와 사회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이 됐다.

 

읽다보니, 더 자세하게 그 내막을 알고 싶어지는 사건도 여러 건 있었는데, 다행히 필자의 다른 책 '미궁에 빠진 조선'에서 그 몇몇 사건의 자초지종을 담고 있었다. 그 책을 바로 여름에 읽을 목록에 올렸다.

구체적인 사례 조사와 통계 분석이 의미있는 작업이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구체적 사례에 대한 풍성한 내용을 담은 후속작이 나오는 기반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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