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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우기, 세계 최초보다는 과학적 사고, 기술의 개가라는 점이 더 의미-'기후에 대한 조선의 도전 측우기' | 기본 카테고리 2014-03-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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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후에 대한 조선의 도전, 측우기

이두순 저
소와당 | 201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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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 최초의 기록 중에 하나로 '측우기'를 꼽을 수 있다. 어떤 때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최초','최대'의 기록에  유난히 집착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최초'라는 의미를 가볍게 여길 수 만은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측우기'는 단순히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그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도 '측우기'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측우기는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호우가 내리면 기청제를 지내면서 하늘에 기대던 것에서  벗어난 방식이었다. 당시 기후를 대하는 조선의 과학적 사고와 기술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산물이었고, 또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서 측우기의 의미는 최초라는 의미를 훌쩍 넘어서는 빼어난 가치를 가졌다고 자랑할 만하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비단 측우기 뿐 아니라 기상재해에 대비하려는 조선의 과학적 노력과 방법이 꽤나 구체적인 기상관측 기구를 개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개발 홍수에 대비해 하천의 수위를 재는 '수표' 그리고  바람의 풍향과 세기를 측정했던 도구인  '풍기' 역시나 기상재해에 대비하려는, 요즘 말로 하면 농업 기상학에 해당하는 방법이었다고 할까. 

우리나라의 주식이었던 '벼' 작황에서 가뭄과 홍수, 태풍이 워낙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보니,이들 기구의 등장과 기상 관측은 기상재해를 극복하고 농업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상현상을 파악하려는 과학적 노력의 연장선었다고 할 수 있다.


측우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세종 23년 서기 1441년이었으니, 세종이 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발명의 날이 5월 19일이 된 것도 측우기과 관련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조선왕조실록'에 측우기가 처음 소개된 날을 양력 날짜로 환산한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측우기는 우리 역사에서 과학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측우기는 15세기 조선의 과학기술 수준과 농업생산력을 높이려는 실용적인 기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측우기에 대해 흐뭇하게 읽다가 반전이라고 할까. 조선이 세계에서 최초로 측우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을 논문을 통해 세계에 알린 사람에 대해서 알고나니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조선 측우기의 우수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 와다 유지라는 일본 기상학자 였다니.

 

일제 강점시기에 소홀하게 취급했던 조선시대 강수 측정 기록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하는가 하면 논문으로 정리 발표함으로써 조선 측우기의 과학성과 기록을 통해 조선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강우량을 측정했는지를 세계에 알린  것이다. 

망국의 혼란 속에서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은 제대로 보호받지도 관리되지도 않은 상태였고, 분실되거나 훼손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유지의 이런 노력은 학자로서 인정받을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작업이 일본인의 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가 없는 일이었다. 더 안타까웠던 점은 그 시점에서 유지의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자료마저 분실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유지가 조사한 결과 당시 우리나라에는 측우기가 다섯기 밖에 남지 않았는데,그중 청동기고 만들어진 금영측우기와 계측하는 주척를 일본으로 귀국할 때 가져 갔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유지를 문화재 반출범이라고 비난하는 소리도 적지 않은데, 결과적으로 그가 일본으로 측우기를 가져간 것을 비난만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와다가 수집해서 우리나라에 남겨져 있던 몇 안되는 측우기 마저 해방과 한국전쟁 등 혼란시를 겪으면서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오히려 다행이 돼버렸다. 그런 점에서 측우기와 관련한 와다 유지의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서는 그의 공로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긍정 일변도로만 평가하자는 것은 아니고,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측우기'가 아닌 '기후에 대한 조선의 도전, 측우기'라고 한 것은 과장이 아니라 타당해 보였다. 지금처럼 정밀한 과학수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당시 조선시대에는 날이 가물어 농사에 지장을 받으면 왕의 정통성이 흔들릴 정도였다.그런 시대에 세종은 수표와 풍기를 활용하는것으로, 또 측우기를 만드는 것으로  여러 면에서 조선의 높은 과학적, 행정적 수준을 증명해주었다. 우선 측우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과 실무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더불어 강수 기록을 측정하고 그 기록을 처리할 수 있는  통계처리 과학적 사고 능력 또한 만만치 않았음을 전 세계적으로 입증해 보였다. 측우기는 최초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랑거리가 될 만했다.


그렇지만 더불어 부끄러운 점도 적지 않았다. 비록 국가적 혼란기가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측우기를 제대로 보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측우기가 갖는 가치와 강수 기록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본인 학자가 측우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했다는 점 또한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무관심과 부주의들이 쌓이고 성리학적 사고가 가세하면서 15세기의 과학적 사고의 기반들이 전통으로 계승되지 못하고 점점 약화되며, 단절돼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다 유지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평가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로선 부끄럽고 아쉽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증명하고 알려야 하는 것은 역사와 과학적 성과물 역시나 예외일 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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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그리고 반성-징비록 | 기본 카테고리 2009-10-3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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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징비록

유성룡 저/김흥식 역
서해문집 | 200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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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懲毖錄)이란 쉽지 않은  제목에서부터 공맹의 글 깨나 읽은 이의 기록이라는 냄새가 풀풀 풍긴다. 징비(懲毖)는 시경에 나오는 문장이란다. 予其後患(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에서 유래했다는데,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을 지냈던 유성룡의 사후에 출간됐다.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상황에서 시작한다. 1586년 일본 사신이 서신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온 것에서부터. 일본 정세, 명나라와의 외교적 문제 등 당시 국제 정세를 비롯해서 당파문제로 전쟁 가능성에 대해 오판한 것 등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부터 숨기지 않고 기술하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의 기록 역시나 상세하다. 전국의 전황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싸웠는지 어떤 전과를 올렸는지, 도망을  쳤는지 수도 없이 많은 관직과 인물들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의병들에 대한 기록도 빠뜨림이 없었다. 이렇게 꼼꼼하게 기록을 남긴 것을 보면 역사를 중시하는 유생다운 풍모가 느껴졌고, 임진왜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료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징비록이 국보 132호로 지정되지 않았을까. 

유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좌의정과 병조판서를 겸하다가 영의정에 오른 인물이다. 제 일선에서 조선군을 지휘하고 전세를 이끌어가야 했던 인물이었음에도 징비록은 사실 중심으로 기술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원균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이순신에 대해서 상찬하는 부분은 예외였지만.

징비록에서 빠진 부분이 보였다. 그가 고위 관직자였고, 양반이어서 그랬을까.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던 백성들의 피해에 대한 언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임금의 역할에 대한 언급도 드물다. 너무나도 쉽게 한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 선조, 임금이 다시 평양을 떠나, 의주로 향하자,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졌다는 언급이 보일 뿐이다. 전국의 싸움에 대한  승패나 전과에 대한 진술, 전술적 언급은 있지만, 조정 차원의 대책이나 지휘관들의  역할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선조가 피난 가는 길을 막으며 욕하는 백성도 있었고, 노비와 백성들이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궁궐에 불질렀다는 사실을 과연 그는 몰랐을까? 선조는 무엇을 해야 했고, 백성들의 분노에 왕과 왕실, 사대부들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언급이 없는 걸 보면 유생이 갖는 관점의 한계가 확인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유성룡은  탄핵과 복직을 되풀이했고, 정유재란 이후에는 북인의 탄핵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했다. 그리고는 다시는 관직에 나서지 않았다. 임진왜란 당시 막중한 자리에 있었던 유성룡, 그는 임진왜란에 대해 무엇을 반성하고 어떤 책임감을 느꼈을까?  만약 양인이 징비록을 남긴다면 전쟁 당시의 양반과 왕, 왕실에 대해 어떻게 기록했을까, 징비록에는 없는 그 답을  상상해 볼것을 권하면서 이 리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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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 기본 카테고리 2008-06-2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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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회사에서 통하는 독심술

윤태익 저
크레듀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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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성격 테스트에 의하면 나는 머리형의 탐구형 인간에 속한다.

얼마전에 해본 애니어그램 프로파일에 근거한 성격유형검사에서는

장형인간으로 분류된것과 다른 결과이다.

당연할 것이다.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을 자로 잰듯하게 분석하고

분류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회사에서 통하는 독심술'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독심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보다는 주변 사람을 잣대를 갖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관찰하는 안목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통하는 독심술'은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공부를 하는 것은 곧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요. 

그것이 바로  독심의 비결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모든 사람은 세가지 유형이 있고, 다시 이 세가지 유형에서

각각 세가지 유형으로 다시 나눠져 모두 9가지 유형이 있다고 분석한다.

보스형,화합가형,개혁가형, 협력가형,성취가형,예술가형,탐구가형,

모범생형,모범가형이 여기에 속하는데,

어떤 성격유형이냐에 따라 갈등에 대처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직장인을 겨냥한지라, 직장에서 상사나 부하의

성격 유형에 따라 관계를 맺는 방식, 소통방식은 물론이고 업무 스타일도 다르게 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내용 자체가 상사, 부하, 고객의 경우등 실제 직장에서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직장인을 겨냥한, 직장인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주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성격이나 인간의 유형을 구분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전제할 수 밖에 없다. 인간 유형자체를 단순화한 항목을 바탕으로 선택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고 내용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중간중간 제시된 유형별 사례 제시도 눈에 띄였지만, 삽화는 부적절한 그림체와

배치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싶다.그림도 외국의 그림같은 데다, 한쪽 전체가 그림인

경우에도 책의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림이 제목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이런 삽화를 넣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저자가 사람의 성격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눈 궁극적인 목적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존중하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성격에 따라 인간을 유형화 시킨 것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어디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상사와 부하,고객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비결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덧글: 필자가 제시한 유형에 의한다면, 이렇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성격을 분석하고, 유형화하는 내용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십중 팔구 머리형 유형에 속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른 유형의 사람들에게 이 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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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동서고금,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들의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08-06-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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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저/김석희 역
루비박스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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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였다. ㅡ필자 스티븐 버트먼(Stepheb Bertman)는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이라는 제목 그대로  역사적 시공간을 바라보고, 고고학에 접근하기는 했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필자가 책 속에다 밝힌 대로 ‘과거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추구하는 학문‘ 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추구 학문이란 과연 어느 영역에 속하는 것일까? 단연 역사일 것이고, 그렇다보니 고고학의 학문적 역할은 역사적 실체를 밝히고, 역사를 해석을 하는데 바탕이 된는 것이다. 그런 역사적 관점을 빼고 발굴된 시공간에 대해 접근하자니 필자가 고고학을 내세운 낭만과 모험의 이야기로 내용을  풀어가는 건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일찍이 역사학자 랑케는 역사는 객관적이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이른바 실증주의적 역사관을 주창했는데, 고고학은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역사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필수적인 학문이었다. 그런만큼 실재하는 시공간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에서는  역사로서 실재하는 시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한 관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시공간에 대한 역사적 의미나 고고학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체계적 여행보다는, 이야기로서의 과거 시공간, 유적의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보였다. 즉 고고학적인 시각으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인물과 그 시절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는 다분히 문학전공자 다운 발상을 보이고있다. 필자 스티븐 버트먼의 학문적 이력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당연한 접근이었다. 중동·유대학과 그리스 로마문학석사 학위를 받은 그였기에, 역사와 이야기의 경계선에 있다가 고고학의 도움으로 역사로 편입된,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흠뻑 묻어나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두 26가지의 탐험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가지 탐험이 고대 그리스 로마와 관련있고, 서양중심으로 편중된 면이 있었을 것이다. 

사실 고고학을 고고학이 갖는 본질적 의미와 역사적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오로지 낭만과 모험이 있는 여행으로 보는 탈역사적 관점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우선 사례로 들었던  여러 모험 사례에서처럼  제국주의 시대, 열강의 탐험 내지는 모험가, 고고학자들이 식민지나 약소국의 유적지를 발굴함으로써, 고고학이 열강이 피식민지나 약소국의 문화재 침탈을 하는데 한 몫 거들었던 경우가 적지않았던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추구한다는 고고학의 역사적 성격을 배반하는 모순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스물 여섯 군데의 동서의 의미있는 유적공간, 그것을 발굴하기 까지 고고학자들의 학자적 노력이나 발굴 과정도 예상보다는 서술돼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에필로그에서는 고고학의 의미와 과학의 발달과 함께 첨단화되고 다양해지는 고고학의 발굴 기법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흥미로웠다. 프롤로그에서 필자는 발굴지에서 발견되는 유골을 보면서, 유한한 삶을 살고 있기에 더더욱이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는 소회를 밝히고 있고.

‘투탕카멘 왕과 그의 왕비’, ‘트리노의 수의’ 등 대중에게 알려진 이야기도 있었지만,‘잉글랜드 최고의 왕릉 서턴후의 보물’ 등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이 책은 오래전에 한길사에서 나왔던 ‘동굴에서 들려오는 하프소리’를  다시 출판한 것이다. 역자는 동일하지만 다시 문장을 다듬었는데, 활자나 쪽 배열은 가독성이 높게 잘 편집돼 있지만 컬러 사진을 앞쪽에만 배치할 것이 아니라 해당 항목의 내용에다 분산해서 배치했으면 내용을 이해하고, 보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쉽게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서, 역사를 밝히는 실재적 학문인 고고학의 의미와  향기를 느끼지는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역사와 신화 사이에서 오갔던 여러 이야기들이 고고학의 입김을 통해서 역사로 편입되리 수 있었다는 점과, 동서고금, 동서의 시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과 ‘문명’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문화와 역사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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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 기본 카테고리 2008-05-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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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저/김기협 역
푸른역사 | 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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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1478년 메디치 형제가 교회에서 파치가 일원에게 피습당한사건을 시발점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살인사건의 ‘재구성’이라고 한데에는  저자 라우로 마르티네스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의미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필자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이 메디치가의 훌륭함을 전제로 상황을 바라보면서 언제가 파치家에 불리한 판정을 내려왔기 때문에 , 그 균형을 찾아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 내지 거의 의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필자의 재구성은 이 사건이후 메디치가의 초법적 군림이 피렌체의 공화적 정치 체제를  어떻게 무력화 시키게 됐는지에 대한 서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문이  메디치家와 합스부르그家 라면, 전자는 르네상스를, 특히나 피렌체가 다양한 문화를 융성시키는데 있어서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고 있는 메디치가의 인물이 그려진 그림들만 보더라도 피렌체에 있어서 메디치 가문의 영예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그러나 파치가가 피렌체 공화국 비공식 원수인 메디치가 ‘위대한 로렌초’와 그 동생 줄리아노를 암살하려 한 사건은 그 이후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에 권력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파치家 인물들을 사형 또는 추방하거나 정치적으로 거세하는 한편, 참사회의 인적구성을 자신들의 측근으로 채우는가 하면 정략결혼과 직위,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교황과의 제휴 등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메디치가 로렌초는 법에 근거하지 않는 채 피렌체 공화국 실질적인 권력을 움켜쥐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훼손된 것은 토론을 기반으로 하던 피렌체 공화국의 정치적 저력이었다.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그것도 법적인 근거에 의하지 않은 채, 메디치 정권 아래 유력 가문의 유착으로 인해 사회 내부는 공화국을 유지할 정치적, 사회적 기반을 상실해갔다. 반대자들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제거됐고, 정치적 의사 결정은 메디치가의 측근들에 의해 좌우되다 시피했다. 로렌초는 피렌체 공금을 전용하는가 하면, 세금, 재판 등에서 부패가 만연하니, 피렌체 공화정을 지탱하게 하는 정치적, 사회적 역량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뒤 로렌초 메디치가 사망한 이후 그 아들 피에로는 은 아버지의 강력한 권좌를 이어받지 못하고, 실각했고, 결국 피렌체 공화정의 몰락은 가속화 됐던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르네상스 시기의 교황은 집안의 영광을 위해 서슴지 않고 현실의 정치에 개입했고, 기꺼이 정치세력과 결탁해 조카를 교황으로 추대한다거나, 물질적 기반을 확보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로렌초 메디치 역시나 딸을 기꺼이 희생해 가며 아들의 성공을 지원해주었다. 그 아들이 바로, 교황 레오10세였다. 바로 면벌부를 발행해, 루터가 종교개혁을 주도하게 된 계기를 제공해주어, 르네상스가 막을 내리는 데 일조를 하게 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로렌초 메디치는 개인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인 능력도 빼어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그가 권력을 잡았던 시절에 피렌체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메디치가에 좋은 일이 피렌체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확신으로  피렌체의 권력을 메디치가 전유물처럼 쥐고 흔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이 재구성’은 쉽게 진도가 나가는 책은 결코 아니었다. 책 제목에서 연상되듯,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좇는 긴박함에 대해선 애시당초 기대를 접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메디치가와 파치가는 물론이고 당시 교황, 추기경등 피렌체 공화정을 움직이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정독이 요구됐다. 그런 점에서 책 커버 안쪽에 메디치가와 파치가 양쪽 가계도를 그려 놓은 것은  독자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준 셈이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풍부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노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책 중간 중간 제시된 당시 메디치 인물들이나 당시 권력자들의 그림은 당시 메디치가의 영향아래 융성했던 대가나, 명작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또한  궁전 사진, 지도 등등도 내용과 어울리게 배치돼, 편집에 신경을 많이 기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메디치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면, 이 책을 읽은 뒤에도 여전히 그 평가를 유지할수 있을 런지는 미지수겠지만,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E.H.CARR 의 말을 언급하게 한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견제받지 않은 권력, 법에 기초하지 않는 권력 행사는 결국 그 사회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재확인하게 되고, 동시에 바로 그 지점에서 메디치가의  권력행사 방식과 어제 광화문에서 벌어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집회나, 대운하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 집행방식을 비교하게 된다. 아울러 15세기 말이 아닌 21세기 현시점에서, 공화정의 의미를 새삼 곱씹어 보는 일이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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