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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연기가 어색하고 어설펐다-봉이 김선달 | 전체보기 2016-08-24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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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봉이 김선달

박대민
한국 | 201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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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 여름이면 코믹 사극이 빠지지 않고 관객을 찾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조선 명탐정'에 이어 올해에는 '봉이 김선달'이 그 계보를 이어받아 개봉이 됐는데, 이들 작품에서는 여러가지 공통점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코믹이라는 점은 기본이고, 남-남(男-男)배우가 주연이라는 점, 또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의상이나 화면 색감이 뛰어나고, 조선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는다는 점이 바로 눈에 띄였다. 반면 앞의 두 작품과 큰 차이가 있다면 두 작품이 범인을 찾는 탐정쪽이라면 '봉이 김선달'은 범죄를 저지르는 쪽이라는 것이다. 치고 빠지는 데 탁월한 사기꾼.

김선달은 째째한 사기꾼이 아니라, 통큰 사기꾼이다. 임금이 머무르고 있는 온양 별궁에 들어가 금괴를 들고 나오는가하면 최고의 세도가 성대련이 운영하는 창고에서 담파고(담배)를 빼내올만큼 담이 크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코믹사극작품에서 그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주인공 캐릭터라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 김인홍(유승호)은 모든 걸 갖춘 인물이다. 잘생기고, 머리 회전 빠르고, 유흥도 즐기고 수완까지 좋은. 그의 파트너인 보원(고창석)은 위장전문가이고, 윤보살(라미란), 견이(시우민)도 함께 움직이는 팀인데, 견이가 성대련 수하의 손에 죽게 되자, 성대련에게 복수할 사기극을 꾸미게 된다.

 

그런데, '봉이 김선달'은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단순하고, 뻔했다. 내용이 빤히 보이는 작품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법인데, 이 작품의 경우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동선이나 개성이 돋보이지 않았고, 평면적이라고 할까. 이상하리만큼 캐릭터들이 이렇다할 극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잖아도 단조로운 내용이 더욱 단조로워 보였고, 성대련 역을 맡은 조재현 외의 연기자들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연기가 어색하기 이를데 없었다

 

특히 주연을 맡은 유승호씨는  유들유들하고 능수능란한 김인홍 캐릭터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김인홍 캐릭터에 다가가려고 애쓰는 모습은 분명  눈에 띄었지만, 반듯한 청년 이미지를 벗으려고 이 역을 선택했나본데 세월과 경험을 더 겪은 뒤 도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의 연기가 가장 빛을 발했던 장면은 견이의 주검을 안고 오열하는 장면이었으니..

 

인홍과 보원이 의금부 병사들의 추격을 피해 시장통을 달리고, 민가를 뛰어다니는 장면을 보면서, 저 장면은 코믹 사극류에서는 빠지지 않는구나 싶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조선 명탐정'에서도 본 기억이 나고. 또 임금이 위험을 무릎쓰고 사건 현장에 출동하는 것은 '조선 명탐정'에서도 나왔는데. 

비슷한 쟝르, 비슷한 시대, 남남 콤비 등 유사점 뿐만 아니라, 이렇게  본듯한 장면이 자주 나오는, 즉 아류작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작품을 차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획단계에서부터 스토리, 캐릭터 등에서 세심하게 설정하고, 캐스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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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자잘한 일상에 대한 긍정과 응원-안녕,나의 모든 하루 | 전체보기 2016-08-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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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녕, 나의 모든 하루

김창완 저
박하 | 201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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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전국을 아니 벌써~의 일성으로 뒤덮이게 하면서 떠들석하게 등장했던 밴드 산울림. '아니 벌써'의 파격성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만, 산울림의 맏형이자 그렇게도 팔팔했던 청년 김창완씨도 장년이 돼버릴만큼 어느덧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이제는 밴드뿐만 아니라 연기로 방송 DJ까지 영역을 넓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책 띠지에 붙어있는 김창완씨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이를 드러낸 채 머금은 미소며, 티셔츠에 목걸이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40년의 세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쓴 가사나 곡들도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김창완씨의 가장 큰 장점은 화려하거나 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남다른 개성과 아우라를 풍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사진 속 모습 역시나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 김창완씨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작가가 김창완씨라는 이유로  이책을 선택했던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에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안녕, 나의 모든 하루'는 김창완씨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멘트를 담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김창완씨의 담백한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듯 했다.

이책에는 눈에 팍 튀거나 별다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매일매일 부대끼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들, 그 자잘한 삶에서 따뜻함과 희망을 발견하고 긍정의 기를 불어넣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김창완씨 노래중 아는 곡을 한곡한곡 떠올리고 있는데, 김창완씨  노래에 비유하자면 젊은 시절의 '아니 벌써'하고 질러대던 파격이나 패기쪽이 아니라 '어머니와 고등어'같은 사소한 일상 쪽이라고 할까.

 

김창완씨는 이른바 자출족, 자전거로 일터로가는 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보고 느끼는 단상들을 비롯해서 날씨, 그날의 기분, 계절 같이 그야말로 스쳐지나기 일쑤인 일상에서 짧지만 잠시 생각해보는 단상들, 그것으로 매일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에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깊게 생각하고 심오하게 받아들일 이야기들이 아니라..칫솔질 하면서 세수하면서 밥 먹으면서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하는 응원과 에너지를 담아서.

 

김창완다운 시선이었지만, 그렇지만 라디오멘트라 글이라기보다는 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방송이라 말할 수 있는 내용도 무난했다. 눈에 걸리는 것 없이 쉽게 읽혀서 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몇번은 곱씹고, 되새겨보는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조금은  깊이 생각해볼 내용도 언급했으면 어땠을까하는 마음도 들었다.

 

'안녕, 나의 모든 하루'를 읽으면서 김창완씨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서 선 내 누님같은 꽃'의 남성 버젼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의 내용보다 김창완씨에 주로 주목하고 있었나보다. 내 사춘기 시절 내 감성의 많은 부분을 채워주었던 젊은 청년이, 이렇게 장년이 된 모습과 그가 전해주는 메세지가 반가우면서도 세월의 흐름에 마음 한 구석에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김창완씨뿐 아니라 나도 그만큼의 세월을 살아왔다는 나이듦을 자각하고 나니 더더욱이 그랬던 모양이다.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일종의 동료의식이라고 할까. 그래서 하루하루 아깝지 않게 살아내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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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 찬 자리에~ 최초의 여성 소리꾼 진채선 -도리화가 | 전체보기 2016-08-1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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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리화가

임이슬 저/이종필,김아영 각본
고즈넉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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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채선. 최초의 여류 판소리꾼,  예스러운면서도 멋스러운 기운이 풍기는 이름에서부터 예술가 분위기가 배어나는 듯 했다.

예술가가 세상에 맞서 자신이 갈고 닦은 재능과 재주를 만인 앞에서 펼쳐 보이는 순간은 언제나 경이롭다. 특히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최초의 어떤 존재가 된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한 인간의 승리일 뿐 아니라 고정관념과 관습을 깨뜨리는 일종의 변혁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 '도리화가'가 이미지가 너무 크게 다가왔나보다.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도 진채선 이야기에 배수지양 얼굴이 자꾸 어른거리고 신재효는 유승룡으로 대체가 돼..이야기 속에서 움직이는 걸 보면. 영화의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온전하게  책 속의 모습으로 진채선과 신재효를 상상하고 싶었는데..책 보기도 전에 이러니, 영화 속 인물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 했다.

 

무당의 딸이란 바닥의 신분의 천덕꾸러기 소녀 진채선은 여성은 소리를 할 수 없다는 벽에 가로막혀 소리꾼이 될 수 없었다. 자신도 목구녕이 있다고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아무리 외쳐봐도 그녀에게는 소리 한자락 배우고 풀어낼 환경이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최초의 여류소리꾼이 되기까지 넘어야 했던 많은 편견과 장벽들, 그 벽은 멀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지인들부터 여자가 무슨 소리를 하냐고 타박했고, 동리정사를 세워 소리꾼을 키우고 있었던 신재효 역시나 진채선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재효하면, 판소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명창을 육성해 우리 국악사에서 빠질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그 역시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채선에게 소리를 가르치는 것을 거부했던 것이다.

 

언젠가 판소리하는 것을 눈 앞에서 본 적이 있었다. 판소리하면 고리타분하고, 혼자 소리를 내는 것이라 단조로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소리꾼이 다채로운 표정과 깊은 속에서 토하는 듯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기간동안 연마해야만 가능한 소리..판소리에서는 득음의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득음의 과정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었다.채선도 폭포수에서 소리를 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마침내 자신의 소리를 얻게 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무모하리만큼의 열정과 용기, 그리고 노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채선 역시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진채선이 소리꾼이 되는데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신재효와 대원군이었다. 완강히 채선을 거부했던 신재효는 소리에 대한 채선의 열정을 목격하고는 마음을 돌렸다.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위험을 감수하고, 그녀를 전국 소리꾼 대회에 참여하게 하는데...

대원군은 판소리 애호가로, 낙성연에서 장원을 차지한 채선을 대령기생으로 삼아, 자신의 곁에 두고 소리를 하게 한 것이다.

신재효는 중인의 신분을 통탄하면서 가슴에 울분과 한을 담아두었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대원군에게 한때 희망을 품었다.하지만 대원군은 재효의 믿음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최초의 여성명창이라는 채선을 내세워 민초들의 분노를 잠재우고 자신의 개혁 이미지를 높이려 들었던 것이었다.

채선은 그토록 갈망했던 소리꾼이 됐지만 예인으로서나 여인으로서나 대원군에게 묶인 몸이 됐다.  운명은 채선에게 꿈과 정인을 모두 가질 수 있게 허락하지 않은 것인지,이미 마음 속에는 스승 재효를 정인으로 섬기고 있었지만, 스승 곁으로 달려갈 수가 없게 돼버린 것이었다.

 

'도리화가'는 신재효가 만든 단가인데, 곱게 푄 도화꽃과 너픈너픈 날아가는 나비, 그 봄의 정취에서 채선을 그리워하는 심정이 담겨져 있었다.

이 작품에는 소리꾼이 되고자 했던 한 여인이 마침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려져있지만,진채선과 신재효, 대원군 그들의 삼각 관계와 애증의 심리가 눈에 들어왔다.

예인이 된 채선을 권력으로 좌지우지하지만 채선의 마음만큼은 잡을 수 없었던 대원군. 자신의 곁에 정인을 둘 수 없었던 신재효는 동리정사로 떠났지만 채선 아닌 그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허허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채선이 최초의 여류명창이 됐던 1867년, 조선의 모습도. 여성이 소리를 할 수 없다는 금녀의 벽이 무너지고, 채선의 등장으로  판소리는 더 다양한 소리를 연희할 수 있게 됐지만, 조선은 변화하지 못했다는 것.

관습은 타성을 낳고, 타성은  매너리즘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매너리즘에 빠진 예술은 정체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지만 비단 예술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새로움과 변화를 외면한 사회 역시나 정체되고 구태의연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서학의 무리들을 아무리 처벌해도, 경복궁을 중건해도 세상은 변화하지만, 더이상 달라지지 않는 조선에서 떠나버린 민심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게 예술과 사회는 닮아 있었다.

 

대원군이 실각한 뒤 진채선을 스승을 찾아나서는데...마침내 그녀도 여인으로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행방이 묘연해진 채선은 어디서 어떻게 살다 죽었을까. 

"쑥, 대~ 머리~~ 귀신, 형용~~ 적, 막~~~ 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 뿐이라~"

죽는 날까지 쑥대 머리는 즐겨서 소리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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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표의 장난기 넘치는 유쾌한 이덕무-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전체보기 2016-08-1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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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김주호
한국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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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배우의 이미지가 한가지 색깔로 고정되면 연기폭이 좁다고, 혹은 매번 똑같은 캐릭터에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혹평을 받기 일쑤인데, 이런 평가에서 예외인 배우가 차태현씨가 아닐까 싶다. 익살스럽고 장난기어린, 유쾌한 이미지.  데뷔이래 쭉 이 이미지로 일관하며 연기뿐 아니라 예능에도 출격하고 있는데, 대중들은 그의 이미지를 질려하지 않고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 그의 유쾌함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보니, 대중들은 그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다.

차태현씨도 한 때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 보려고 했지만, 밝은 이미지로 일관하는 것이 어떠냐면서, 그 유쾌함을 버리지 않고 고수하기로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를 보면 바로 차태현표 영화라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동명의 걸작 영화가 있음에도, 굳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란 제목을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갓쓰고 수염이 달린 차태현씨의 능글맞은 표정을 보고서는 일단 그 의문을 접어두게 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오를 영화는 아니겠다는 판단이 바로 들었다.

 

소재도 조선시대 얼음이라니 이 찌는 듯한 무더위에 지쳐있던 터라,얼씨구나 좋구나 싶었다. 관에서 공급하는 얼음으로는 공급이 부족한지라 민간에서도 얼음을 공급할 수 있게 하는데, 그 얼음공급권을 두고 좌의정 대감이 독점하려고 나서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덕무 부친이 독점권을 반대하다 덕무는 모함을 받고 체포되고, 이에 덕무 아버지는 좌의정에게 찾아가, 덕무를 석방하게 하고 자신은 유배를 떠나게 된다.

 

서빙고 별감 백동수는 한치의 부정도 없이 빙고를 관리하자, 좌의정 측에서 백동수를 제거하기 위해 빙부들을 사고로 죽게 만든다. 결국 면직되고 마는 백동수.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덕무와 백동수, 우리가 아는 역사속 그 인물들 맞다. 간서치(看書癡) 즉 책만 읽어서 세상물정 모르는 인물로 알려진 이덕무의 캐릭터가 익살과 유쾌함으로 무장된 캐릭터로 변조됐고, 무사 백동수는 우직하고 고지식한 무인 캐릭터이다. 이덕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가 덜한데, 이렇다보니,

유쾌함과 진중함, 두 남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나 드라마는 형사물에서는 자주 봤는데, 이 작품도 두 캐릭터의 조합으로 작품을 끌고 갔다.

 

그리고 김명민-오달수 두 남성 배우 콤비의 '조선 명탐정'시리즈가 떠오르면서 몇가지 유사한 점이 눈에 띄였다.코믹한 쟝르, 시대적 배경, 아름다운 풍광 등의 설정은 여름을 겨냥한 사극 탐정물의 안전한 장치가 되려나 싶기도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얼음과 금괴라는 소재나, 폭발전문가, 정보전문가, 운송전문가 등 어벤져스팀을 구성하는 과정도 그렇고, 이야기의 짜임새나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보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차태현의 유쾌한 연기도 연기지만, 영상도 흥미로웠다.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장면, 한강 얼음이 갈라지는 장면은 시각적으로 볼만했다. 한바탕 벌어지는 활극이 이야기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뒷받침돼 여름용 영화로 제격이었다. 단 작품성이나, 주제의식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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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잇권은 한몸, 밤의 왕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 전체보기 2016-08-1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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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이원태,김탁환 공저
민음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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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또 어떤 작품이 나올까 하고 대중들이 기대를 걸게 하는 창작가들이 있다. 내 경우, 김탁환 작가에게는 이번에는 또 어떤 흥미로운 소재를 다룰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에서 등장한 소재는 누와르에 어울리는 검계였다. 역시 흥미로운 소재를 고르는 데에는 발군인 작가였다.

 

오늘날로 치면 조직폭력배 정도가 되려나. 마포 검계, 뚝섬 검계 등, 한양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검계들이 서로 잇권다툼을 하며 경쟁하고 있었다. 그 중 사당패 광대 출신인 나용주는 검계 중의 검계 대두령으로 군림하며, 영원히 잡히지 않는 도적, 불포적(不捕賊)으로서 우뚝 섰다.그렇게 되기까지, 나용주 역시나 파란만장했다.

 

남사당패에서 나와 마포 검계의 일원이 된 그는 마포 검계 두령 포악두의 은밀한 지시를 받고,후궁 소생 호암군을 호위하게 됐다. 호암군이 세자로 책봉 된 뒤 기습을 받아  호암군의 목숨이 일촉즉발 위험에 처한 순간, 그 순간 용주는 호암군을 구해낸다. 이제 창창한 미래가 보장된 용주, 그런데 그는 자신이 검계임을 밝히면서 그 빛나는 미래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호암군은 용주를 내친 것이다.

 

이후 용상에 오른 호암군은 나라에 금주령을 내리게 된다. 금주령이 내려진 나라. 하지만 이 금주령으로 인해 밀주가 성행하게 되고, 밀주는 검계들의 엄청난 돈줄이 된다.

금주법이 발효됐던 미국, 지하 밀주 조직을 두고 마피아조직들이 암투를 벌였던 시대와 흡사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밀주 암시장을 장악하고 마피아 대부이자 밤의 황제로 부상했던 인물이 알 카포네였던 것이다. 이런 현상이 미국보다 조선에서 먼저 일어났던 것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한들 술을 팔지 못하게 해봐야 현실에서 가능할 리가 없었다. 술은 음지로 숨어들고, 검계들은 밀주를 해 술도가에 공급하게 된다.

그런데 암시장은 커다란 잇권이 되고 돈줄이 되기에, 거기에 숟가락을 얹는 고관대작이 빠질 리 없었다. 검계가 실세들에게 수익의 일부를 바치며 안전을 도모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권력과 범죄가 결탁하게 된 것이다.

 한편, 임금 임금대로 척검방을 내세워 검계 소탕령을 내리게 된다. 반대 세력에 유입되는 검계의 검은돈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왕과 신하는 극도로 대립하게 되고, 신하들도 반격에 나선다. 검계를 동원해 왕을 축출하려한 것이다. 반정을 시도한 셈인데, 이에 왕은 나용주에게 자신을 지켜줄 것을 명하고, 용주는 자신을 따르는 검계를 모아 왕의 반대 세력에 맞서게 된다.

 

검계들이 왕을 지키는 쪽, 왕을 폐하는 쪽으로  패가 나뉘어 서로 검을 겨누며 줄을 댄 조정대신과 운명을 함께 하게 된 것이었다. 범죄 세력이 정치에 적극 개입하게 될만큼  이권과 권력은 한몸이이었다. 서로 난마처럼 얽히고 설키고 결탁하고, 정치적 신의나 신념이 아니라 오로지 이해(利害)에 따라 손을 잡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니, 자유당 정권시절의 깡패들이 떠올랐다. 정치깡패라고 불렸던 동대문과 종로 등을 근거지로 활동했던 폭력배들,  이정재나 임화수 등 이들은 자유당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수시로 동원돼, 정치인 테러나, 야당행사 훼방 등 만행을 저질렀다. 폭력배들은 정권의 수족이 되는 댓가로 군력의 비호와 잇권을 보장받는,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졌다. 범죄를 소탕해야 할 권력이 오히려 범죄를 끌어들여, 커넥션을 구축했던 것이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에서 나용주가 불포적이 된 것도, 그가 검계 중의 검계가 된 것도 바로 공생의 법칙과 커넥션에 의한 것이었다. 궁궐에도 왕이 있지만 암흑 세상을 지배한 것은  검계 나용주였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은 김탁환, 이원태 두 사람이 공동집필하며 시도한 무블의 첫번째 작품이었다.

그러고 보니, 영화같은 소설 혹은 소설같은 영화로 이야기의 변화무쌍을 지향한다는 무블시리즈, 지금까지 나온 세권을 다 읽었다. 조선마술사,아편전쟁까지.

무블 세 권은 모두 소재 자체가 영화화하기에 적합한 스토리였다.읽으면서 머리 속에서는 등장인물의 움직임이 그려질 정도였으니. 대신 등장인물의 내면을 제대로 파고들지는 못했다. 상황 묘사에 치중된 느낌이었다.

인물의 내면에 깊이 파고들지 못하다보니, 등장인물의 움직임은 보이지만, 이들이 감정선이나 표정은 제대로 잡혀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야기가 세밀하게 힘을 받지 못하고, 밀도가 떨어지고 김이 빠진 느낌을 받는다. 이러니 내가 김탁환 작가에게 거는 기대라는 것이 흥미로운 소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아무리 무블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카메라로 보여주는 듯한 전개가 아니었으면 한다. 영화 제작자하고 공동집필하다보니, 영화적인 감각으로 서술한 분위기가 짙다.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활자 매체로 독자에게 읽혀지는 작품인만큼 등장인물의 심리를  펜으로 표현하겠다는 소설가, 작가로서의 결기가 작품에서 깊게 묻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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