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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남, 괴팍남 오베의 반전 매력-오베라는 남자 | 전체보기 2015-07-0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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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저/최민우 역
다산책방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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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눈썹만 2시 방향으로 치켜 올라간 오베의 얼굴로 채워진 표지나 '오베라는 남자'라는 제목부터 너무 노골적이다. 오베의 남자의 정체가 이 작품의 모티프이자 주제가 될 것이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봐두라고 독자에게시위라도 하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것으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오베라는 이 홀아비 중년 남자에게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그 까칠하고 까다롭기 이를데 없는 사내가 연상됐는데, 그런데 읽어가니 반전이었다. 오베라는 남자는 그야말로 '알부남'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정말 그랬다.

 

그가 살아왔던 과거의 에피소드가 소개될 때마다 처음에 나이값 못하고 까칠하다고 도끼눈으로 째려봤던 것이 미안해졌다. 과거가 밝혀질수록 오베는 훈훈한 남자였고,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성실하고 입 무겁고 책임감 강한 아날로그 직장인이었고, 평생 아내밖에 모르고 살았던 일편단심 애처가였다. 아내를 사랑하는 방식을 보면 오베 그는 장총들고 아내를 지키는 서부의 사나이처럼 듬직한 남편이었다.

아내를 잃은 오베로서는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를 상실할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잃고 매일 자살을 꿈꾸는 남자 오베, 하지만 인생이란 뜻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오베의 이웃에 새 가족이 오면서, 이웃과 교류도 없이 지내온 오베는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된다.

 

디지털 문명을 불신하는 고리타분한 구석도 있고,사브 자동차만 고집하는 구식이기는 하지만,  '당신은 멍청이가 아니야'가 칭찬일 정도로 좋은 말에 인색한 아저씨 오베이긴 했지만  오베가 자신의 진심을 발휘하자 오랜만에 다시 이웃과 교류하게 됐고, 집안에서 홀로 지내던 그의 삶의 반경을 넓어졌다.

40년이상 붙박이처럼 한 집에 살아왔던 그를 동네 사람들도 무심한 듯 대했지만 사실은 오베의 속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개인주의가 바탕에 깔린 서구식 이웃 사랑이라고 할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사는 동네는 다 비슷하다. 이웃이 사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은.

 

'오베라는 남자'는 내 차와 내집을 마련하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던,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의 삶을 보여준다. 오베의 삶을 보면서 스웨덴에도 저런 아저씨가 있었구나 싶었다. 성적으로 개방되고 이혼율 높고, 가족이 해체되는  최고의 복지국가, 그런데 연금 타서 안락하게 지내기보다는 성실하게 직장 다니고, 또 백년까진 아니지만 아내와 사별하기 전까지 해로했던 오베에게서 스웨덴 식 라이프 스타일이나 정서가 아닌 동양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괴팍해보였던 중년 남자가 얼마나 훈훈한 인간미의 소유자였는지,이 작품은 까칠한 캐릭터로 시작해서 배려심 넘치는 캐릭터로 마무리되는, 오베의 진면모 캐릭터를 담은 작품이었다. 그러니 작가로서 이렇게 세계 어디에든 없을 것 같지만 있을 법한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나면 얼마나 뿌듯할까. 열달 동안 배에 품었다 세상에 내보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이랄까, 아니면 조물주라도 된 양 의기양양해지지 않았을까.

 

아내가 죽은 뒤 거의 죽은 목숨처럼 하루하루를 죽였던 오베는 짧은 여생이었지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외롭지 않게 보내다, 깔끔하게 그답게 삶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조문객 금지.시간 낭비 금지'라는 그의 마지막  부탁은 성사되지 않았다. 무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례식에 왔으니.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까칠하긴 했지만, 그는 아내 곁에서 영면하는 것으로 만족했으려나.

 

다행이었다. 사람을 배려하고 마음을 열었을 때 오히려 상처받을 수 있는 무서운 세상인데도, 오베의 말년을 그렇지 않았다는 것. 까칠한 중년 아저씨에 시끌법석한 이웃 가족, 오랜 지기들. 그 속에서 오베는 그다운 까칠함과 괴팍함을 유지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으니. 슬픔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오베를 보낼 수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묘비명에는 뭐라고 씌여져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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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 주세요-목격자들(1+2) | 전체보기 2015-07-0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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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목격자들 1

김탁환 저
민음사 | 201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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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소설에 있어서 셜록 홈즈와 왓슨만큼 정석적인 콤비가 있을까. 두 사람은 성격은 대조적이지만 손발을 잘 맞추고 이심전심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데, 실과 바늘같은 이 두 남-남과 가장 근접한 우리 소설속 인물을 찾아본다면 단연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에 등장하는 두 사람, 김진-이명방이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백탑파 시리즈를 즐겨 읽던 애호가로서 이 두사람이 등장하는 작품이 한동안 나오지 않아 섭섭했는데, 8년만에 이 두사람의 활약상을 다시 지켜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한 작품이 이 '목격자들'이었다.

 

세곡을 실어 한양으로 옮기는 조운선이 몇군데에서 동시에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헌 홍대용과 규장각 서리 김진, 의금부 도사 이명방 이 세사람이 어명을 받고 조운선 침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밀양에 출동하게 된다. 더불어 영의정의 서자 조택수가 조운선이 침몰한 근방에서 소선을 타고 침몰해 죽은 사건까지 함께 조사하게 되는데..

 

김탁환의 '백탑파'시리즈의 매력 중 한가지는 추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진, 이명방 외에도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유득공, 이덕무, 백동수 등 정조시대 당대의 지성인과 무도인 등 정조대의 빼어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만큼 지성을 담은 에피소드 또한 함께 펼쳐진다는 것인데, 이번 작품에는 음악과 천문, 수학 등에 조예가 깊은 홍대용의 풍금제작과 작곡 과정이나 청나라 연행에 관련한 이야기도 함께 펼쳐졌다.

여기에 냉철하고 이성적인 김진이 사랑에 빠져 로맨스까지 곁들여졌으니, 스토리 라인은 풍성했다. 오랫만의 백탑파 작품이라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나보다.

 

하지만 그래서 '목격자들'은 주요 이야기 줄기에서 곁가지가 너무 많다는 느낌을 준다. 홍대용의 풍금과 작곡 이야기는 장황했고, 김진과 이명방의 로맨스는 전체 이야기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내 눈에는 김탁환 작가는 지적이고 학구적인 작가인데, 그런 특징이 로맨스의 감정을 묘사하는데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김진과 주혜가 서로에게 한 눈에 빠져드는 그 격정이나 이명방과 옥화가 차츰차츰 서로에게 이끌리는 그 연정이, 절절해야 할 사랑의 감정이 제대로 와닿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조운선 침몰에 관한 진상을 밝혀가는 속도감은  떨어지고, 전체적인 스토리의 유기성이 약해져서 조운선과 관련한 사건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독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한 것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였고,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치유의 방법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조운선의 진상보다도 이들의 탐욕을 막으려다 희생된 백성 열다섯명 그 죽은 자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말에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강렬하게 부각이 됐다.

 

홍대용은 실학자다운 내용을 진언했고, 이명방 역시 왕에게 아룄다. 이명방의 제언은 사고로 목숨을 백성을 정성을 다하여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왕이 앞장서서 망각을 찢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소 신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미 이승을 떠난 열다섯 명의 이름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시옵소서. 그들의 삶을 기억해 주시옵소서. 그들의 꿈을 기억해 주시 옵소서."

 

이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져왔고, 이것은 씻김굿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의무는  결코 망각하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이었다. 기록하고, 추모하고, 전파하고..

영화 '연평해전'도 떠올랐다. 최극 부각되고 있는 참수리 357호의 희생자 6명의 장정과 부상자들..또한 기억해줘야 할 인물인 것이다.

이쯤에서 제목의 의미를 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목격자들'은  방관자가 아닌 눈 부릅뜬 목격자들로 살아야 한다고 외치는 작가의 육성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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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전 독립신문의 사설, 우리에게 성찰과 비젼을 요구하다-독립신문 다시 읽기 | 전체보기 2015-06-3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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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립신문 다시 읽기

서울대 정치학과 독립신문강독회 저
푸른역사 | 200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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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개인의 의견과 주장이 어떻게 전파되고 공론화되는지, 또 그렇게 공론은 어떻게 유통돼 여론으로 형성되는가? 언론의 자유라는 것은 바로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이나 단체의 의견 표명과 언론의 역할이 보장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렇기에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반면 사대부들의 공론을 바탕으로 정치를 펼쳤던 조선은 특정 신분에 의해 공론이 독점됐다는 점에서 봉건시대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19세기 말 즉 조선 말기에 일련의 근대적 신문들이 속속 창간되면서 신문이 공론화와 여론형성의 제일선에 나서게 됐다.

그중에서도 '독립신문'은 개화와 문명개화를 주장하는 일성을 담아내면서 조선의 근대화를 향한 여론을 주도해나갔다.

 

'독립신문 다시 읽기'. 한시간이 무섭게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한세기도 더 지난, 그것도 오래 전 문체라 읽기도 불편한 신문의 사설을 굳이 '다시'읽어야 봐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제를 보면 바로 그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백년 전 거울로 오늘을 본다' 

독립신문 사설은 서재필이나 윤치호 등 당시로선 최고의 개화지식인들이 필진으로 나서,계몽을 선도해 나갔던 것이다.

 

'독립신문'이 순한글신문이었다는 점에서부터 폭발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은 한문을 문자로 했던 사대부사회, 소중화의 벗어난 근대적인 민족국가, 조선인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마치 중세 유럽사회가 성경을 통한 자국문자를 통해 민족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운 것처럼.

그래서 그런지 독립신문을 쭉 보다보면 프랑스 혁명시기에 막 움텄던 주권재민의 사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설 곳곳에 민권, 인민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에서 독립신문이 전파하고자했던 근대사상의

면모가 엿보였다.

실려있는 사설이 워낙 다수라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양했다. 기본적으로  조선병, 개혁, 외세, 사회계약,근대 학문 수용 등, 서구 문명을 수용해 문명을 이루자는 것이 골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바로 독립신문이 인지하고 있는 조선이 처해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었고 당면과제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신문이다보니 첨예한 시국문제, 가령 외세라든가 고종의 칙령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방한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비분강개나 개탄이 느껴지기도 했다. 읽다보면 백성된 입장에서 정치나 시국에 대한 걱정은 한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대동소이했다.

글을 읽으면서 국가의 존재 목적이나 언론의 존재 목적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달라지더라도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웠던 것은 '독립신문'이 당시로선 상당히 진보적인 노선의 신문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단발령에 자살하는 인물까지 등장했던 분위기에서 남녀평등사상이나 주권재민 사상이 이렇게 빠르게 공론화되고 전파되는 속도였다. 과장을 보태면 불과 몇년 사이에 천지개벽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단점도 드러났다. 독립신문은 지나치게 서구의 기준에 매몰돼 있는 부분도 보였다. 서구를 기준으로 '조선병'을 진단하다보니, 서구우월주의, 혹은 오리엔탈리즘에 경도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 일리가 있있었다. 

 

그야말로 소용돌이 였던 시기,외세의 각축장이 되고 남의 나라 전쟁에 전장터가 돼버리는 어이없는 사건도 벌어지고. 나라의 존망에 대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격변기에 독립신문은 조선을 서구적 문명화를 통한 독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꾸준히 방향제시를 했다. 그리고  엄청한 파급력을 확보해 나아갔던 독립신문. 하지만 독립신문의 생명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1899년 12월 4일을 마지막으로 폐간됐는데, 불과 3년 반 정도 발행된 신문임에도 독립신문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했고, 정치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기념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사실 1100년전 사설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로선 최고 지식인의 에세이였겠지만, 글 스타일이나 문장력 단어에서부터 고풍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국문학적인 연구가치가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글을 읽으면서 110년전의 조선을 거울삼아 21세기인 지금은 얼마나 당시에 제기됐던 근대성이 실현되고 있는지 지금의 현실을 톱아보게 만든다. 일제강점으로 인해 좌절됐던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 그리고 그 기간동안 왜곡됐던 근대화의 징후들은 없었는지를.

그리고 더 나아가 110년 후에는 어떤 사회가 돼 있을지, 되어야 하는지 그 청사진을 그려보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신문 속에 담겨져 있던 있던 조선말의 현재가 역사가 됐을 때,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성찰과 비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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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을 한 효자 금동이-아버지를 구해야 해 | 전체보기 2015-06-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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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버지를 구해야 해

하은경 글/홍선주 그림
별숲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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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이란 이름은 토속적인 느낌이 들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20년 이상 방송됐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회장댁에서 맞아들인 양자 이름이 금동이었고, 전래 자장가의 대명사격인 '금자동아 은자동아'에서 '금을 준들 너를 살까 은을 준들 너를 살까'하는 대목에서처럼 금을 주고도 못살만큼 귀한 자손이라는 애정이 담뿍 담겨있기도 하다.

'아버지를 구해야 해 '의 주인공 이름이 금동이라 그런지 일단 친근하게 다가왔다. 금동이는 '아버지를 구해줘'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방화범 누명을 쓴 아버지를 위해 진범을 찾아나서는 효심가득한 소년이었다. 금동이 아버지는 목수였는데, 고리대금업자인 황부자에게 빚 독촉을 당하다  황부자집에 화재가 나자, 방화범으로 옥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아버지를 구해야 해'는 쟝르적으로 따져보면 역사추리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금동이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고 나섰다가  방화만이 아닌 조선시대 부패상을 들여다 보게 된다.

고리 대금으로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황부자, 과거를 대리 응시해주며 부정한 재물을 취득하는 최선비, 그리고 비리가 만연한 세상에 권문세가 특히 가난한 사람의 등을  쳐먹는사람의 재물만 훔치는 의적 보라매. 보라매에게는 현상금 만냥이 걸려있다.

 

설정을 보면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이고, 특히나 의적의 존재는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였다. 혼탁한 세상에서 백성들의 편에 섰던 의적은 탐관오리나 고관대작들에게는 두려운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구해야 해'에 걸었떤 기대보다는 이야기의 생동감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사건도 약하고 등장인물들의 움직임도 약해서가 아닐까.

아무래도 주인공인 금동이가 부지런히 단서를 찾아 움직이면서 추리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금동이의 뚜렷한 활약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추리소설의 열쇠는 단서이다. 유능한 탐정이 되려면 단서를 좇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금동이는 본인의 활약상보다는 주변 도움이 더 많아서 탐정이라는 인상을 제대로 심어주지 못했다고 할까.

 

황부자와 과거 대리 응시자 최선비, 이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는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박참판댁의 박준수로 황부자에게는 투전판 판돈을 빌렸고, 최선비에게는 대리 응시를 부탁해 초시에 합격하게 된 인물이다. 추리 소설의 묘미는 사건을 통해 단서를 확보하고 유추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금동이 사건을 추리하기보다는 주변인물들이 자백하거나 정보를 주게 되니, 맥이 좀 빠졌다.

처음부터 보라매의 현상금 얘기가 언급되고 있어서 그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존재감이나 활약상에서 이렇다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등장인물들이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황부자-최선비-보라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살려서 서로 갈등을 빚고,사건이 벌어졌으면 작품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을텐데..

 

눈에 띈 것은 최선비가  전문적인 과거 대리 응시자로 나서게 되고 보라매가 의적이 된 배경에 있었다. 양반으로 행세하고 있었지만 실제 신분은 중인이었던 최선비. 그는 신분으로 인해 자신이  고관이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라매는 관청에서 빌린 곡식을 갚지 못해 아버지는 매를 맞다 죽었고, 어머니는 화병으로 숨지자 전국을 떠돌았고, 그렇게 의적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생동감 있었던 인물 선이는 반촌 백정 딸이었고, 주인공 금동이도 양반가 자제가 아닌 목수의 아들이었다.

이에 반해 명문가 아들인 박준수는 부도덕한 인물이었다.  성균관은 빼먹기 일쑤고 투전판에 기웃거리면서 과거 대리 응시자를 구해서 초시에 합격을 하게 됐다. 양반이라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관직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구해야해'에서는 조선시대의 신분제나 그로 인해 벌어졌던 범죄 커넥션을 포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생 고관대작은 꿈도 못꾸는 삶이지만, 금동이,돌석이,선이 이 소녀와 청년의 아름다운 모습을

잘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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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알게 된 개념사, 내겐 너무나 어려웠다-조선 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 | 전체보기 2015-06-2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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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

이경구 저
푸른역사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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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알았다. 역사 연구하는 방법 중에 '개념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역사 연구의 방법이 다양해지고 여러 면에서 역사에 접근한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일단 개념사라는 분야가 낯설기도 하고, 어떤 연구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설명을 보자면 개념의 사유체계의 변화와 지속, 언어와 사유구조의 변화를 토대로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이 설명을 보자면 역사 보다는 철학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선 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는 내가 읽기에는 수준이 너무 높았다. 전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전적으로 필자의 필력 때문이었다. 2년 전에 읽었던'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에서 독자에게 내용을  이해시키는 필자의 전달력과 필력이 어찌나 명징하던지, 감탄한 경험이 있었다. 이번 책은 '개념과 사유 체계의 지속과 대립으로 본 18,19세기 한국의 사상'이라는 부제에서 난해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면서도 그때의 경험을 믿고 선택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필자의 문장에 감탄할 여력이 없었다. 무슨 내용인지 해석을 쫓아가기 급급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개념은 '실학','이용후생','시체(時體),'유속(流俗)'인데 이 중에서 '시체'와 '유속'이란 개념은 지금은 생소한 용어인데, 시체의 경우는 18세기에 정치사적으로 새롭게 등장해서 20세기에 유행(流行)으로 대체됐다고 한다.

 

시체의 경우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시체란 용어가 유행으로 대체되느 과정에 '전통과 근대 패러다임'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18세기에 당대의 사조,양식을 포괄하는 일반 용어로도, 도시의 유산자와 젊은이를 중심한 가속적인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였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모던'이란 용어가 시체를 밀어내고 1920~30년대라는 특정한 시기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됐고, 이 모던이 고유명사화되면서 '유행'이라는 말의 일반화를 낳았다. 유행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면서 시체는 더이상 용어로 기능하지 않고 거의 일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용어가 사멸되거나 뜻이 전화되는 예는 부지기수인데, 왜 이 용어에 전통와 근대 패러다임이 존재하고 있다고 하는 것일까? '유행'은 전근대에 성리학적 의미가 깃들어져 있었던 용어였는데, 이 용어속에 담겨있던 18세기 상황에 맞는 시체라는 용어에 대한 기억 또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망각이 심해지면 전근대에 자라난 근대성을 무시하게 되고, 역사적 경험을 사라지게 만들고, 그렇기에 현대의 우리들은 '서양 근대와 동아시아 전근대'라는 도식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실 한 용어에 대해 그 용어의 학문적 개념뿐 아니라 이렇게 다층적으로 그 의미에 접근하고, 통시적으로 파악해 역사 해석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접해서 그런지 어렵기도 했지만 신선하기도 했다.

용어 하나 하나 이렇게 역사 경험과 맥락을 다 따지자면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상당히

넓은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판단도 섰다..

 

'조선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는 역사 연구의 방법이 상당히 다양하고, 새롭게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전혀 몰랐던 개념사를 역사연구의 한방법으로 받아 들이게 됐고, 전근대와 근대 사이의 단절을 염려하는 필자의 문제의식에도 공감을 하게 됐다.

반면에 나같은 일반 대중에게는 개념사는 어렵고, 포괄적이라는 느낌에 접근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역사에 대한 탄탄한 이해가 뒷받침 돼야 접근이 용이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너무 난해하다고만 받아들여서 멀리하기에도 찝찝하다. 처음이라 생소해서 어렵게 여겨지는 거지 더 많은 연구 성과를 담은 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자주 접하게 되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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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5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