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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근대가 만났을 때, 그 신풍속도-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 전체보기 2016-06-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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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김태환,이미현,차선일 등저
채륜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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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유치원에 다닐 때, 크리스마스 즈음에 산타 할아버지가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물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어슴프레 남아 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유치원에는 트리가 장식됐고, 하얀 수염에 빨간 산타복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의 등장은 어린 내눈에는 신나고 재미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거리에는 반짝이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며, 사방에서 캐롤송이 흘러나왔고, 크리스마스 이브때면 기독교 신자가 아닌데도, 친구나 연인들에게는 축제처럼 즐기는 날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가 조선에 소개된 것은  조선 말인데, 어느새 그 어느 명절보다도 전국민이 즐기는 날이 됐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뿐 아니라 조선말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근대 문물과 서구문화는 조선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때로는 전통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선망이 되기도 하고,욕망을 자극하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갔고, 새로운 문화와 풍속도를 만들어갔던 것이다.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에서는 근대 서구 문화와 문물이 조선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자리잡으며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었는지, 10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고 보게 되는 일상 속 문화가 됐기에 그럴 것이다.

 

일제 시대에 들어와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킨 것을 언급하자면, 서구식 의복과 서구식 화장술의 도입이 아닐까 싶다. 이 시기에는 바지통이 좁아지고 넓어지는 변화나, 흰옷 위주이던 것에서 벗어나 색과 무늬에서도 유행을 반영했고, 모자나 신발 등 패션관련 광고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패션으로 치장한 멋쟁이들이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박가분같은  화장품도 날개 돋힌 듯 팔렸는데, 이런 백분의 인기는 은은하게 자연스럽게 처리했던 전통적인 화장법에서 서구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이게 색조화장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상해보자면, 양장에 하이힐, 핸드백에 색조 화장을 한 여성에 모자에 와이셔츠에 넥타이, 양복을 빼입은 남자가 주는 시각적 효과가 엄청났을 것이고, 이들의 모습은 전통적인 미의식을 뒤흔들어 놓았다.서구적 기준에 걸맞게 아름답고 멋있어 지고 싶다는 조선인의 욕망이 한껏 고양됐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을 선호하는 층의 반감을 자아내기도 하고, 화장품에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서 사용자들이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지만,봉건 사회에서는 드러내놓고 추구하지 못했고, 억압해야 했던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고삐가 풀렸다. 조선을 지배했던 봉건적 가치에 균열이 일고, 근대적 서구적 욕망과 가치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근대 문물은 조선인들의 다방변에 스며들어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놀이에 대한 의미나 장난감이 등장하면서 어른들은 그것들이 어린이들의 교육과 인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창경원의 벚꽃놀이는 그야말로 장안의 명소가 되고 상춘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는가 하면 어린이날이 제정되고, 어린이를 미래의 주역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돼 갔던 것이다. '어린이'란 명칭이 만들어진 것만해도 장유유서 질서가 공고했던 봉건사회에서는 무시됐던 연소자를 존중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나도 어렸을 때  벚꽃놀이 갔던 추억이 있다. 지금이야 윤중로 등 벚꽃 명소가 여러군데지만 저 당시엔 벚꽃놀이하면 창경원(지금은 창경궁)이었을 것이다. 벚꽃 놀이가 시작되는 날부터 창경궁은 상춘객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일제시대에 조선의 관혼상제 문화도 조금씩 변화해갔는데, 그 중에서도 신식 결혼식은 빠르게 보급됐다. 족두리 쓰고 연지곤지 찍던 전통 결혼식은 신부에게는 불편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면사포에 드레스로 대변되는 신식 결혼은 특히 신부에게 낭만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던 모양이다. 더욱이 신식 결혼은 근대 교육의 보급과 함께 빠르게 보급돼갔고, 신혼여행도 등장하면서 결혼 풍속도에 일대 변화가 일었다.

 

이렇게 쭉 변화된 일상들을 살펴보다보니, 조선이 한 폭의 그림이라면 동양화에서 서양화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적인 삶의 뿌리가 일제 시대때 도입됐던 근대문물, 문화에서 비롯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문화가 뿌리 내리기까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고,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은과 납같은 중금속이 함유됐던 화장품을 사용해서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른 사고가 발생했고, 일종의 증권거래소였던 미두 시장은 한탕을 노리는 투기장화 돼, 파산자가 속출했다. 매독과 같은 성병이 만연하기도 했고, 또 소비와 결합되면서 상업성이 강조되는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벚꽃 놀이는 벚꽃이 일본 국화 사쿠라라는 점에서, 일제 문화의 잔재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 문화가 우리 일상의 삶이 된 것은 조선사회를 지배했던 유교적 가치관과 봉건사회가 약화되고, 한편으로는 조선인들이 그동안 억눌러져 있던 욕망을 더 이상 억압하지 않고 발산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근대 교육이 보급되면서 조선인들의 감각과 가치가 조선의 그것과 달라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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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어둠에 자신을 맡긴 여인과 남자의 이야기-희랍어 시간 | 전체보기 2016-06-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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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희랍어 시간

한강 저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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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멸되다시피한 언어이건만 내게는 희랍어하면 궁극의 언어라는 환상을 품게 한다.  성경에 씌여진 언어라는 것과 고대 서구문화와 문명의 뿌리라는 점에서 또 전 유럽의 언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근원이고 기원(起源)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희랍어시간'은  내가 희랍어에서 가졌던 이 두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말(語)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眼)을 잃어가는 남자, 그런데 이 두사람이 상실한 것은 비단 말과 시력뿐이 아니었다. 여인은 어머니를 잃었고, 남편과 이혼후 아들의 양육권을 그리고 직업까지 잃어버린 상태이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말을 되찾기 위해 희랍어 강좌를 수강하게 된 것이었지만, 여전히 침묵으로 세상에 견고하게 벽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 역시 독일로 이민가 이방인으로 지내다, 친구와 사랑을 잃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단신으로 귀국해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희랍어 강사로 생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희랍어 강좌의 강사와 수강생으로 알게 됐지만, 여인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남자는 그 침묵에서 오히려 여인의 존재감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그 남자처럼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처럼 여겨졌다. 작품은 분절적으로  전개돼,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 듯 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워낙 강렬해서.

처음에는 두 사람의 상황만 어슴프레 보이다가, 두 사람의 과거사가 하나 둘씩 소개되면서, 그들의 상실과 결핍의 근원을 찾아 가는 듯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윤곽선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런 전개 방식이 언어를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 이야기를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거들었고, 작품 내용과 어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술 넘기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읽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됐고, 눈이 피곤했고, 어깨가 뻐근해졌다.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작품 중간중간 여인과 남자가 좌절했던 욕망과 이별했던 관계가 환기되면서, 두 사람의 고통와 상처, 결핍이 더더욱 도드라졌다.두 사람은 자신의 불행에 대해  비명을 질러  드러내거나  신을 원망하거나 절망하는 대신 침묵과 어둠에 자신을 맡기는 것으로 반응한 것이었다.

 

그러던 두 사람이 대화를 하던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비록 여자가 듣지도 못한다고 착각한 남자가 독백처럼 털어놓게 된 것이지만. 남자가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토해내자 여자는 침묵으로 답을 해준다.

용기를 낸 것인지 우연히, 어쩌다 그런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상처를 드러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 여인의 침묵에 파장을 준 것이었다.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처럼, 두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손가락으로 입으로 탐닉하는 대목에서 이르러서는 저 손짓이 세상을 향한 손짓이기를. 서로의 결핍과 상실을 조금은 메울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두 사람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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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파리, 터키 삼인삼색의 불행과 마주하고 치유하는 방식-수플레 | 전체보기 2016-06-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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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플레

애슬리 페커 저/박산호 역
박하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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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행은 모두 한뿌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는 행불행 모두를 안겨주는 법이다.

'수플레'에서도 그렇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불행과 마주하게 되는 세 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뉴욕, 파리, 이스탄불에서 살아가고 있는  릴리아,마크, 그리고 페르다가 삼인 삼색의 삶을 드러내고 보여주고 있다.

 

뉴욕에서 살아가는 릴리아는 필리핀계로 화가로서의 삶을 접고 가정에 충실했지만, 입양했던 자녀에게나 남편에게나 외면당하고 남편과는 무늬만 부부라는 관계를 갖고 있을 뿐, 서로에게  떠도는 섬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릴리아는 밀려드는 허망함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파리의 마크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었던 아내 클라라를 잃은 뒤 삶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 공황상태에 빠진 그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어린 관심도 외면한 책 아내와의 삶을 되새기며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스탄불의 페르다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에게 의존해 왔던 여든 두살 노모가 다치게 되자 집으로 모셔와 간호하게 된다. 괴팍하기 이를데 없는 노모는 페르다의  일상전체를 휘두르게 되고, 페르다는 점점 지쳐가게 된다. 

 

이 세사람은 모두 혈기 왕성한 청춘이 아닌 노년기에 접어든 인물이라 더 애잔해 보였다. 자식 다 키우고, 손주보면서 여생을 누릴 나이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하게 된 불행에 갈팡질팡하고 허허로움에 혹은 애증에 시달리게 됐으니. 인생이란 이렇게 잔인한 면이 있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불행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그 심리적 방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그 오랜 결혼생활 끝에 남겨진 것이라고는 허울뿐인 남편과 주름진 육신의 껍데기만 남겨진 릴리아의 불행 앞에서는 분노가 일었다. 입양한 자녀 둘과 남편, 그 누구도 그녀를 가족으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녀를 밀어내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겨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패닉 상태가 빠져버린 그녀.진심으로 혼자가 되고 싶어하는 릴리아옆에는 수발을 들어야 하는 환자 남편이 짐처럼 남겨졌으니, 운명의 여신은 릴리아에게 너무 가혹하기만 했다.

 

'수플레'에서는 유난히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커피와 케이크, 감자와 양배추 스프는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던 음식이었고, 조리법을 알려주면서 딸과 교감을 이어갔고, 음식을 함께 하면서 지인들과 소통하고, 정감을 키워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마크에게는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케이크를 먹던 평화로움은 사라졌고, 그는 텅빈 부엌에서 아내의 부재를 더더욱이 실감하게 된다.

 

r그렇지만 언제까지 난파선처럼 가라앉은 채 여생을 보낼 수 없는 법, 이들은 서서히 자신을 일으켜세우려하는데, 모두 그 돌파구를 음식에서, 부엌에서 발견한다.

세사람 모두 '수플레-가장 큰 실망'이라는 요리책을 사면서, 그 조리법대로 만들면서 삶의 생기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플레는 만만치가 않은 음식이었다. 성찬도 아니고 디저트 요리라 간단해 보였겠지만 애써 모양을 만들어내도 순식간에 가운데가 폭삭 주저앉는 고난도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마치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언제 훅 주저앉을 줄 모르는 인생처럼, 그래서 수플레가 꺼지지 않게 잘 만드는 것은 이들이 삶을 다시 온전하게 세워가는 것처럼 여겨졌다.

 

릴리아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남편 치료비로 경제적으로 압박이 오자, 하숙을 받는다. 그리고 하숙생들에게 음식을 차려주면서 또 하숙생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껴도 보았지만, 그  활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숙생들이 뉴욕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또 자신의 처지를 깨달으면서 필리아는 더더욱이 자신의 내부로 숨어 들어갔다. 필리핀으로 돌아갈 생각만 품고 있었다.

 

반면 마크는 요리를 하게 되면서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수플레는 그에게 작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페르다는 임신한 딸을 위해 음식을, 수플레를 만들어줄 생각을 하고, 모정을 다시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순간순간 과거로 돌아가는 어머니의 말 속에서, 새삼 어머니의 과거 힘겨웠던 삶을 들여다보게된다. 비로소 괴팍하고, 뾰루퉁했던 어머니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결국 불행의 극복은 자잘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거대한 만찬이 아니라, 가족 혹은 친구와 이웃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대화를 건네며 소소하게 삶을 나누고, 교감을 나누는 것이라고. 인생 뭘 별거 없다고, 그것이 불행의 치료책이라고 말하고 싶었나보다.

물론 인생이 모두 해피 엔딩으로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모두 행복하게 끝나진 않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소소한 일상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크가 지인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대목에서는 영화 '바베트의 만찬'이 연상되기도 했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그렇게 마크가 아내 없이 다시 사람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것을 모두 응원하게 될 것이다.

페르다는 출산을 앞둔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궁리할 때, 페르다를 지치게 했던 노모는 이런 말을 한다.

" 페르다, 모든 게 다 미안하구나.내가 저지른  모든 일이 다 미안해. 부디 용서해다오. 얘야, 정신이 흐릿해지면 나도 더 이상 내가 누군지 모른단다. 내가 뭐라고 하니? 대체 뭐라고 하던? 난 이제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제발 용서해주렴."

이 한마디에 페르다는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가 눈 녹듯이 사라졌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엄마에 대한 애증의 감정에서 증오는 사라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엄마로 인해 받은 상처가 깨끗이 치유된 것이었다.

 

'수플레'라는 음식이 낯설기도 하고, 터키작가 작품이라 생소하거나 이질감 느껴지지 않을까 살짝 염려했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뉴욕의 릴리아,파리의 마크, 이스탄불의 페르다를 오가며 목격한 그들의 좌절과 심리적 반응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문득 돌이 던져지고, 그렇게 불행과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일테니. 그리고  다시 좌절하거나 극복하거나.

 

수플레 자체가 아니라, 정성스레, 신경을 집중해서 수플레를 만드는 마음이 사랑이고 의지인 것이다. 그것은 좌절의 순간,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펼쳐가는 사랑과 의지라는 말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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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점의 사진으로 채워진 근대사의 풍경들..-한국 근대사의 풍경 | 전체보기 2016-06-0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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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 근대사의 풍경

노형석 저/이종학 사진 및 자료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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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백여년전. 조선에는 철도가 깔리고, 전화가 설치되는 등 교통과 통신의 기반들이 다져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증권시장이 열리고 상가가 형성되면서 조선의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져갔다.

조선의 근대화가 추진된 것인데, 안타깝게도 조선의 근대화는 사상과 함께 이루어졌던 서구의 근대화와는 그 궤를 달리했다. 자생적인 근대화가 아니라 일제에 의해 이식된 근대화라는 점에서 또 우선적으로 일제의 이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파행적인 성격을 띌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이성과 합리,인권 등 물질 문명과 함께 갖춰줘야 할 근대적 가치는 성숙되지 못했기에 봉건성에서 여전히 탈피하지 못했다.

 

'한국 근대사의 풍경'에서는 20세기 초 조선 팔도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대거 싣고 있어서, 당시의 조선의 변화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차나 신작로, 전봇대가 세워진 길을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경성의 모습은 지금 보자면 상전벽해지만 그럼에도 자세히 사진을 살펴보면 지금도 당시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철도가 다니는 길목에는 도시가 형성됐고, 공업단지가 조성됐다. 그런가하면 큰 시장이 생기는가 하면, 미두시장, 증권시장 등도 등장하고, 물질 문명이 본격적으로 조선의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음을, 그래서 사람들의 정서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른바 '모던'의 풍경들도. 백화점이 등장하고 모던걸, 모던보이등이 거리에서 활개를 쳤다. 밤이면 네온사인이 켜졌고, 그렇게 외양은 화려해졌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급작스러운 변화, 일제의 이익을 위한 근대화로 인한 그늘 또한 짙어갔다. 증권시장이나 미두 시장으로 투기가 성행하고, 금광에 몰려가고, 한판을 노리며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는가하면, 도로나 철도, 항구를 통해 징용, 징병으로 혹은 쌀 등의 자원들이 일본이나 전쟁터로 송출되는 통로가 됐던 것이다.

 

 

 

'한국 근대사의 풍경'은 제목대로 근대사의 풍경들이 담겨져있었다. 특히 2부 조선팔도 도시 사진은 다큐멘터리 한편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고등학교때 지리시간에 배운 이해 북한의 도시들을 오랫만에 보았고, 잊고 있었던 이름들도 오랫만에 새길 수 있었다.

사진을 제공해준 이종학님이 아니었다면 수백점이나 되는 이 귀한 사진들을 볼 수 없었을텐데..역사적 자료를 이렇게 사비를 털어 수집하고, 후손들에게 전해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만 보면 이 책에서 일제 시대때 본격적으로 근대화가 추진됐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근대화의 현장들을 담고 있는 사진을 통해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분명 시설적인 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를 도모하고 있었지만, 사진 속에서 보여지는 조선인들은 물질이 변화하는 속도처럼 빠르게 근대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대다수 조선인들이 그 물질문명의 수혜자가 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일제의 군국주의에 의해서는 합리성과 이성, 그리고 개개인의 정치적, 사회적 권리 찾아가는 근대적 가치가 뿌리내릴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 방향이나 내용에서  조선의 근대화는 왜곡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조선사회의 봉건성은 완전히 뿌리뽑히지 못했고, 일제의 군국주의적 사고 역시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채 해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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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의 친일 논란에 작품의 개연성이 빛을 잃었다-청연 | 전체보기 2016-05-3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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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청연


캔들미디어dvd | 200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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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실존 인물의 경우, 그 인물에 대한 예술적인 허구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조선 여류비행사 박경원을 주인공으로 제작됐던 영화 '청연'은 실존 인물의 생과 작품 속 모습의 간극으로 관객에게 외면당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개봉전 박경원의 행적 즉 그녀가 조선 최초의 여류 비행사가 아니고, 친일행적이 있는 인물이라는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흥행에 참패하고 만 것이었다. 

 

이 작품의 시련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시작부터 내용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도입부부터 불안했다. 왠 닌자? 아니 왜 닌자의 얘기로 작품을 시작하는 건지.

'여자는 사람도 아니에요? 죽어도 학교 보내주세요' 라면서 당돌하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박경원, 여성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인식하고 있는 똘똘한 아이로 캐릭터를 설정한 것이 한눈에 보였다.

그리고 일본에 건너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비행사의 꿈을 키우면서 비행학교에 다니는 박경원(장진영분)은 조선의 친일 갑부 아들 한지혁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초반에는 시대적 상황을 그다지 반영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일본배우들이 등장해서 일본어로 하는 대사가 많았지만, 가와사키지역의 일본 비행학교라는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나보나하고 넘어갔다.

박경원과 한지혁(김주혁 분) 서로 사랑에 빠지는데,기타를 연주하면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머리만 복고 스타일이지 21세기 지금 연애하고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만큼 초반에는 일제 시대라는  시대상황을 탈색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행학교에서도 조선인이라 차별당하지 않고 테스트를 거쳐 박경원은  조종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다 영화의 분위기가 반전한다. 한지혁의 아버지가 조선 전색단의 총격에 죽음을 당하면서, 한지혁과 박경원 모두에게 고난이 닥친다. 둘이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끔찍해서 눈을 돌려 버렸다. 그런데, 이 또한 반일적이라기보다는 박경원의 꿈에 제동이 걸린 설정이었다.

하늘에 있는 것이 행복하고, 세상 끝까지 가보는 것이 꿈이라는 박경원. 미국의 여류 조종사 에일리어 에어하트가 언급되고, 박경원 또한 조선으로 가는 장거리 비행을 구상하게 되는데..

 

'청연'에서 조선 여류비행사는 소재에 불과했고, 진심은 자신의 꿈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 여성의 삶이었다. 다른 건 극적 장치였을 것이다. 문제는 극적 장치가 극적인 설득력을 갖느냐 여부인데, '청연'은 박경원 친일파여론에 그 극적 장치가 대중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비행기를 탄다고 매국노라는 사람도 있고'라는 대사가 나온 것을 보면 박경원의 행보에서 친일 색깔을 탈색한 감이 없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작품 속 박경원 캐릭터나 그녀의 행동보다는 실제 박경원의 행보를 떠올리고 있었으니, 영화에 몰입하는 데  방해됐다. 식민체제하에서 주체적으로 살았던 '여성'을 그려보고자 했던 작품의도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실존인물을 다루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감독은 감안하지 못했던 것 같다.

친일논란에 사실과 개연성의 간극이 좁혀지지 못했고,그것 때문에 작품 속의 개연성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게 된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물찬 제비같다고 할까. 이제는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게 된 배우 장진영, 오랫만에 그녀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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