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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도 통하는 동양고전 속 성어, 온고지신의 위력- 3분 고전 | 전체보기 2014-09-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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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분 고전 古典

박재희 저
작은씨앗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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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양고전이 독자들에게 각광받는가 하면 강좌나 추천 도서로 권장되고 있다. 왜 동양고전일까? 한때는 공자왈 맹자왈하면서 고리타분하다고 폄하되던 시절도 있었는데, 21세기에 오히려  그 의미와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이런 동양고전이 가진 힘은 대체 무엇일까.

나만해도 그렇다. 예전에는 동양 고전하면 케케묵은 문장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가, 나이가 들어서 동양고전의 고아함이나 깊이를 새삼스레 느낀 적이 여러 번이었다. 문장의 기교나 내용의 다양성은 현대보다는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래서 진지하면서도 한결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담백하게 다가왔다.

 

'3분고전'에서는 '논어','장자','손자병법'.'도덕경',' 주역'.'삼십육계','한서','굴원' 같은 경서나 병서 등 중국 고전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책에서 혹은 '열하일기','격몽요결' 같은 우리 고전에서 뽑은 알토란같은 문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음미하고 있다.

흔히 동양고전하면  도덕적이고 원칙적인 언급이 많지만, 병법은 아주 현실적인 방식으로 승리를 지향하는 방법을 언급하고 있어서, 인생을 잘 꾸려가고 난세를 헤쳐온 혜안과 통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0여 개가 넘는 고전 속 명구를 '역발상의 미학', '마음경영', '변화와 혁신', '역경이 경쟁력이다', '전략으로 승부한다'. 이 5가지로 범주화했다. 여러 개의 성어중 비슷한 의미를 지닌 성어를 묶는 범주화 작업과정에서  고전 사회와 현대 사이의 간극, 그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혁신이고 역발상이 아닐까 싶었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위기에 대처하고,마음을 다스리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결실을 거두기까지 비젼을 갖고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격려까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짧지만 지혜가 깃든 삶의 태도를 일러주고 있다. 별다른 말이 아니고 다분히 원칙적인 말이지만, 역사의 실제 인물에 담긴 이야기로 전해져서 그런지 더 와닿는다고 할까.

'논어'에 나온 '불천노(不遷怒)'- 남에게 화를 옮기지 말라, '격몽요결'에 있는 '혁구습(革舊習)' 낡은 관습을 혁파하라.를 보더라도 단 석 자인데도 오히려 구구절절 긴 말보다 짧아서 담긴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읽다보면 짧은 문구 속에 깃들여진 이야기 자체도 무척이나 흥미롭고 그 시대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시대의 간격이 체감되는데, 과학이 발달되지 못한 시대인만큼 나오는 비유도 다양하기 이를데 없다. 하늘이나 바람같은 자연에서 사냥개 토끼, 뱀 같은 동물이나 일상의 생활에서 가능한 비유까지, 기계적이지 않고 소박하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고전이 특히나 남성 직장인에게 더 수요가 많은 것은 조직생활에 대한 지혜가 깃든 전략, 비젼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덕성에 주안점을 둔 고전도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를 목적으로 한 병서의 경우에는 이기는 전략과 패배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승패와 관련한 현실적인 조언을 잊지 않고 있다. 당장 눈앞이 아닌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전략을 동양 고전을 되새김질 하면서 취하는 것이다.

 

짧으면 석자, 길어야 열자 안팎의 이 짧은 문구에서 느껴지는 웅숭한 깊이란..마치 깊은 우물에서 퍼올린 시워한 물을 맛보는 기분이다. 그 간단한 문장에도 역사에 얽힌 이야기가  곁들여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스토리 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그 비유와 은유적인 표현으로 이어져,얼마든지 그 시대에 걸맞는

시선으로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유연하다는 것이고 온고지신의 여지가 넓었다.

 

한가지 눈에 거슬리는 게 있었다. 책을 펼쳐들면 바로 나오는 이 책에 대한 각계의 찬사라고 인용돼 있는 문장들이 있었다. 책을 펴자마자 주례사처럼 찬사 일변도로 열거돼 있는 문구와 인명들을 접하는 것도 산뜻하지 못했거니와 읽기도 전에 책의 매력을 확 떨어뜨렸다. 아무리 봐도 사족 같아서 이 책에 인용된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태상유지(太上有之)-칭찬 받는 사람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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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에서 정적으로, 동지에서 암살로 -송현방 암살사건 | 전체보기 2014-09-1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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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송현방 암살 사건

박은숙 글/김창희 그림
스푼북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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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책을 종종 본다. 요즘 어린이들 책은 어른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높은 책도 많거니와 편집이나 기획이 참신해서 볼만하기 때문이다. 덤으로 인문학이니 뭐니 굳이 무게잡지 않고 어린이의 눈높이로 돌아가 읽는 여유를 누릴 수 있기도 하다.

 

'송현방 암살사건'은  잘 알려진대로 1398년 정도전이 이방원 일파에게 죽음을 당하는  사건을 미스테리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역적으로 취급되던 정도전이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정몽주 등의 고려에 충성을 바치고자 했던 인물과의 관계, 이성계와 이방원을 만나 조선을 건국하고, 건국 뒤 하륜과의 견해 차이등  여말 선초 동안 벌어진 일들을 한꺼풀 한꺼풀 드러내고 있다.

널리 알려진 사건이지만 어린이들에게 조선의 건국에서 정도전이 한 역할을 추리기법으로 전해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집중하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당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정몽주, 정도전, 이방원, 하륜 등 당대 인물을 통해 그들의 취한 노선을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 제목의 '암살'이란 단어는 꽤나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이 책을 읽을 때에 어른인 나로선 어린이의 눈높이와 정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보고 있지만 그 반대로 어린이 눈에는 이런 어른들의 세상이 어떻게 비춰질까. 정치야 말로 가장 어른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절친에서 정적으로 또 건국에선 뜻을 함께 했지만 그 뒤에는 이견으로 갈라지는 상황을, 결국 정치적 노선때문에 암살까지 저지르는 상황에 대해 어린이들은 얼마나 받아들일까, 이해할 수 있을까.

역사속 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선과 악이 대립하고 마침내 선이 이기는 이야기쯤으로 받아들일까. 아니면 정확하게 저들 노선의 차이를 알면서 그들의 정치적 선택을 따져가면서 그 선택의 결과와 역사의 흐름이라는 큰 줄기 속에서 바라볼까. 후자의 경우라면 역사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의견을 가진 어린이일 것이다.

 

나는 어땠는지,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봤다. 그때는 정도전이 나쁜 쪽의 이미지가 강해서 지금처럼  신권을 강조했다는 것이 부각되지도 않았고, 조선 건국에서 조선의 방향이나 한양을 설계한 인물이라는 점을 알지도 못했다. 정도전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악의 시선으로 정도전을 바라봤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엔 어린이  책이라고 해도 대체적으로 누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간략하나마 전달해주려고 하고 있다. 

 

'송현방 암살사건'에서도 절친에서 정적으로, 또 함께 조선을 열었지만 다시 갈라지고 마는 그 이합집산의 과정을 일러주고 있다. 정치와 권력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암살'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목숨까지 뺏고 빼앗는 권력의 죽고 살기 식의 비장함과 무서움이 풍겨지기도 했다.

하지만,당시 정도전이나 정몽주, 하륜, 이방원은 모두 목숨을 건 선택을 한 것이고, 누구의 선택이 현명했는지, 또 왜 실패했는지, 그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으로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는 과정을 조금씩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친구와 등을 졌다고 배신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 역사란 이렇게 많은 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으로 이루어지고 발전해 온 것임을 어린이들에게도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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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모델, 현재 지식인의 갈길을 일러주는 중국 선비-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 | 전체보기 2014-09-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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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

쑨리췬 저/이기흥 역
인간사랑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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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대 선비들의 생활사'의 표지 속 고대 중국 선비를 보면서 참 여유롭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상하의가 붙은 심의를 입고, 수염이 길고 두건으로 머리를 맨 모습에서 고대 선비들의 복장을 알 수 있었고 거문고를 타고 있는 모습에서 선비들이 여흥을 어떻게 즐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고대에서부터 있었을 정도로, 선비가 그렇게 오래 전부터 존재했었나? 그렇지 않아도 선비하면 공자왈 맹자왈 찾으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윤리를 고집한다는 선입관이 없지 않았는데. 고대라니 그 존재의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된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선비의 존재가 오래됐고, 그만큼 그들의 의식이나 생활방식은 중국의 지적풍토에는 물론이고 동양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

 

중국 선비들은 역사에 대한 사명감과 우환의식(憂患意識)을 갖고 있어서 사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히 뜨거웠다. 문제는 이 참여가 관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선비의 숫자에 비해 진출할 수 있는 관직이 극히 적어서 이 선비 대부분은 요즘으로 치면 백수 신세를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 표지 속 선비들처럼 여유롭게 거문고나 음률을 즐기면서, 자신들의 열정을 다스리며 살아야 했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책 속에 이백, 두보, 소순 , 도연명, 백거이 등등 우리가 그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문장가들이 쭉 등장하다 보니,'선비'라기보다는 시인, 서예가, 문장가 등 당대의 예술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비는 독립된 계급이 아니었다. 관리와 민간인 사이에서 위 아래로 다 통할 수 있었던 존재였다. 선비계층이 성립됐던 시기는 전국시대였다. 그야말로 사회가 요동치고, 정치 투쟁이 복잡했던 시대였으니, 선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선비들의 목적은 과거 급제를 통한 관직 진출이었다. 관직에 진출하려니 과거를 거쳐야 하고, 과거를 통해 등용되자면 유교 경전을 기본으로  한 독서와 학습은 평생 놓을 수 없는 과제였다. 선비와 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문화적 욕구와 정서적 욕구를 시와 그림, 음악, 바둑으로 발산하고 채워가는 동시에 이런 활동은 선비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고 취미가 됐던 것이다. 직업적으로 예술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이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선비들이 예술가의 역할을 담당했고 문화적 향수자와 생산자를 겸비하게 됐던 것이다.

 

이 책에서 선비로 언급된 인물들 다수가 당대의 문장가이자 서화가라는 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급제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으니 관료로 등용되기도 그만큼 어려웠던 시대였다. 대다수  선비들은 사회 참여의 기회가 봉쇄될 수 밖에 없었고,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선비에게는 독서와 거문고, 그림, 서화 등은 문화적, 정서적 욕구를 달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그 오랜 역사, 시대를 개괄해서 선비라는 존재를  통시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여간 방대한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대 선비의 생활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동양의 고대문화의 흐름을 살펴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거론되는 면면들이 워낙 당대의 문인이나 그림과 서예에 조예가 뛰어나고 걸작을 남긴 인물들이  많았다. 또 당대의 학문과 문화의 흐름을 주도해나간 인물이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선비는 조선시대 선비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 그들이 남긴 정신적, 학문적 문화적 유산들은 높은 수준을 과시하고, 지금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또 여러 왕조와 시대를 거치는 동안 유학을 바탕으로 현실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선비 정신의 기본은 변함이 없다.  이런 점은 현실에 참여하고 사회적 비판과 발언을 아끼지 않는 현대의 지식인의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선비의 존재에서 지식인의 역할이나 관료들이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경제활동과 분리돼 있었던 즉 노동에서 벗어나 있었던 그들의 생활 방식 등 선비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냉철한 비판 또한 병행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유교를 기반으로 한 문화 전체에 대한 냉철한 성찰을 의미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특히나 과학에 대한 경시나 부정부패가 심한 관료들의 행태는 봉건성을 탈피하지 못하게 된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회는 유교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가하면 과학의 발달도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사회는 다변화되고 있다.이러한 시대와 사회에 선비문화와 선비정신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인지, 미래지향적으로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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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괴물이 너무도 많아-비독 소사이어티 | 전체보기 2014-09-1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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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독 소사이어티

마이클 카프초 저/박산호 역
시공사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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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이 뭔가 했다. 독이 아니라는 비독(非毒)인가? 했더니, 사람 이름이었다. 세계에서 최초로 수사에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한 프랑스 경찰이라니. '비독 소사이어티'는 전 세계 최고 범죄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 협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존하는 협회이고, 무료로 수사해주고, 여기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화이다.

이 책에서는 비독 소사이어티 창립을 주도하고 핵심 멤버로 활동하는  세 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직 FBI  수사관인 윌리엄 프라이셔, 손꼽히는 프로 파일러 리처드 월터와 훼손된 시신의 현재 얼굴을 재구하는데 천재적인  프랭크 벤더, 이 세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성격도 다르지만 오히려 그런 다른 점이 서로 시너지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서로 투닥거리기도 해가며 미궁에 빠진 사건 해결에 전면적으로 나선다.

 

프로 파일러나 수사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미드 'CSI'나 '크리미널 마인드'' 본즈' 또  영화 '양들의 침묵' 등을 통해서 익숙하게 알고 있는데,이들은 범죄의 최일선에서 흉악범과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다. 읽는 내내 위의 미드가 떠올랐지만, 어린 시절에 봤던 '형사 Q;라는  미드가 문득 생각났다. 그 드라마가 방송될 때만해도 법의학이란 말조차 생소할 때였다. 형사하면 현장을 누비는 걸로 알던 시절, 그 주인공은 가운을 입고 실험실 같은데에서 알아볼 수 없는 시체의 얼굴 모양을 찰흙으로 빚어낸다거나, 현미경같은 걸로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다. 형사라기 보다 과학자같아서 그때는 왜 저렇게 하는건지, 뭘 하는건지 잘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봤었다.  '비독 소사이어티' 여기에 등장하는 주역 인물들이 바로 '형사 Q' 바로 과학적인 기법을 본격적으로 수사에 도입하기 시작하던 시절 법의학, 범죄학의 1세대 대가들이었던 것이다.

 

사실 범죄학이라는 학문이나 법의학은 굳이 발달하지 않는 편이, 발달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날로 잔혹해지고 흉폭해지는 범죄에 맞서고, 또 인권을 중시하는 현대 수사상

범죄학, 법의학의 발달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으면서도 그 범죄자들의 잔인함에 치가 떨리기도 했고, 반면에 사명감을 갖고 미제사건일 될 뻔한 사건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경찰이나 비독 소사이어티 회원들의 활약에 고맙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일면식도 없고,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었지만 저렇게 범죄의 대상이 돼 끝까지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갔을 피살자의 한도 그렇고, 또 그 유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내와 세 아이, 친어머니를 살해하고 18년동안 감쪽같이 도주한 인물, 아이들을 성폭행하고 죽인 신부,

지배욕에 사로잡혀  연인을 고통스럽게 죽인 여인 등등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범행을 저지르고 범죄자는 자취를 감추거나,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서 미궁에 빠지는 사건도 있다.

읽다보면 인간이란 존재에 회의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런 사건을 접하고 수사하다보면 경찰이나 수사관들은 덩달아 심신이 파괴되고 인성이 마비되지 않을까. 인간을 증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 저런 인간이하의 괴물들이 자행하는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 주변 사람들을 믿을 수나 있을까. 대체 이런 엽기적인 살인자, 이런 괴물들이 어디에서 왜 태어나는 것일까. 성악설을 믿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악의 절정체 같았다.

 

중간중간 심리학적으로, 범죄학적으로 드러난 이 사이코패스들의 범행 패턴을 보면 진짜 악마가 따로 없다. 분노나 욕망으로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지배욕과 최고의 쾌감을 느끼는 가학자들이라니,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

 

최고의 범죄학자, 법의학자, 수사 전문가 82명이 모여 만들어진 '비독 소사이어티'는 이런 끔찍한 사건 중에서 발생한지 2년이상 지난 사건 중 의뢰를 받아 수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범죄자들을 잡아야겠다는 정의감도 있지만 수많은 경험과 함께, 무엇보다 남다른 재능도 분명 있었다.

특히 죽은 이의 얼굴을 복원하는 프랭크 같은 경우는 상상력 풍부한 예술가적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뼈조각을 일일히 맞추면서 그 사람의 성격과 살아온 삶을 상상하면서 반신상을 제작하고, 그런데 그 모습은 실제로 그렇게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니.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범인에 대해서도 어느 지역에 어떤 직업으로 살아갈 것이고 어떤 머리에 어떤 옷을 주로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한 프로 파일러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실제로 체포된 경우, 그 분석이 적중된 경우가 많았으니, 점쟁이도 아니고 그것 또한 사건에 집중하고 과학적인 분석과 프로 파일러의 통찰력이 발휘된 것이다. 두 사람은 수사에 관해서는 천재라는 평가를 들을 만 했다.

이 세 주역들은 이제 노인이 됐다. 프랭크는 암에 걸렸지만 그럼에도 낙천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늘 죽음을 접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 그런지, 그 딸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면 고맙다고 할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우리나라도 죽은 이의 한을 풀어주지 못하면 죽은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다고,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본의 아니게 해꼬지를 하게 되는 전설이 많은데, '비독 소사이어티'에서도 망자들의 원혼을 생각하며 수사에 전념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외에도 미제사건을 몇십 년이나 쫓아다니는 담당 형사도 있었고, 은퇴한 뒤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수사관도 있다고 하니, 그들에게 미제 사건들은 목에 가시처럼 몸과 마음에 다 걸릴 수 밖에 없는 일인가보다. 노장의 투혼을 발휘하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이코패스들을 만나다보면 덩달아 인간을 불신하게 되고 삶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고 했는데, 리처드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을 달리했다. 왜 이들이 왜 이런 흉악범을 추적하는 것을 그만두지도 않고, 삶이 흔들리지도 않고 임무를 수행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악과 조우하게 되면 삶이 아주 소중해진다'고, '삶이란 아주 원대하고 근사한거'라는 리처드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동정할 가치도 없는 극악무도한 인간을 만나면서도 그들은 악이 아닌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했던 것이다. 삶의 의미를 지닌 생명을 파괴한 이들을 징벌하고, 나아가 그렇게함으로써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또 생명을 지켜주고 있음을 증명해 준 것이었다. 악을 통해서 오히려 인간과 삶의 가치를 더욱 부각되고 있다.

 

'비독 소사이어티'는 범죄와 관련한 학문과 수사기법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 발전사가 달갑지 않기도 하지만, 비독 소사이어티 회원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범죄의 현장에서 범인들을 잡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든 범죄전문가 그리고 수사관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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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고 믿고 긍정하라-너는 나에게 상처 줄 수 없다. | 전체보기 2014-09-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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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저/두행숙 역
걷는나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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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하면 육체적인 아픔보다 정신적인 아픔과 고통이 먼저 떠오르면서 동시에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게 만든다. 얼마나 아팠을까, 왜 상처 받았을까. 지금은 다 극복하고 괜찮을까. 어떻게 이겨냈을까..

어렸을 때야 상처하면 사랑의 상처부터 연상하지만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나니, 실연의 상처는 사람과 부대끼면서 겪는 일부분의 상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는만틈 평생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런만큼 그 상처를 다스리고 는 치유하는 방법 또한 스스로 터득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상처를 다스리는데  '자존감'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 공감이 갔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심리학자다운 처방전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동안 지난 날 내가 겪었던 상처가 떠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걸 보면 잘 이겨낸건가 확인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너는 나게에 상처를 줄 수 없다'는 흥분이나 분노나 자조를 가라 앉히고, 차분하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권하고 있다. 상처받은 원인을 자신의 잘못에서 찾으려하지 말라는 것은 내탓이라고  자조함으로써 자기 연민과 자기 혐오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그것은 열등감에 시달리게 만들게 되니 그러지 말라는 것으로 들렸다. 늪처럼 우울한 감정에 빠져들다보면 상처가 덧나게 되는 방향으로 악화일로를 걷게 될테고 일단 사실을 직시해야, 불필요한 감상에 젖어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사실을 직시하라는 것이 말은 쉬운데 감정조절이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격앙돼 있거나, 분노, 좌절에 빠져 있을 때에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감정적이 되기 마련이니, 자제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친 마음을 치료하는 길은 역시나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작가는 자신이 비록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가지라고 한다.

내가 겪어본 바로도 그렇다. 열등감이 있고, 비관적인 사람에게는 벌써 부정적이고 우울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선뜻 말 건네기도 꺼려진다. 좋은 마음으로 말을 건네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 자신의 가치를 믿고 있는 사람이 대하기도 편하고, 말도 수월하게 건넬 수 있다. 그것은 분명하다.

상처받았다해도 자존감이 있다면 자신의 탓이라고 스스로를 몰아가며 괴롭히는 우에 빠지지 않을테고,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지 언정 자기 연민에 허우적거리며 극심한 감정낭비는 하지 않을 것 이다. 열등감이 심하면 상처를 주는 사람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셈이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제목부터 눈에 쏙 들어왔다. 차돌멩이처럼 야무지고 단단한 사람의 선언처럼 들렸다.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를 떠올리면서 그땐 왜 그만한 일로 끙끙 거렸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었는데, 그렇게 속상해하고 아파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래도 인정하게 된다. 기나긴 일생을 살면서 상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욕심이라는 것을. 그렇게 마음 다쳐하고, 이겨내는 것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그러니 상처를 받게 되면 하루라도 빨리 술술 털고 이겨낼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거다. 생각해보면 매번 나만 다치는 게 아니고 나 역시나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말로,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나 자신도 완벽한 인간이 못된다는 주제 파악도 하고, 양면을 살피게 되니 나만 피해자인 양 굴지 않게 된다. 나아가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게 조심하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자존감의 중요성을 날로 실감하게 된다. 상처를 낫게 하는 근원이 될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누군가 자존감이 대체 뭐냐고 물어온다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고 긍정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믿고 긍정하는 거다. 그 자존감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아픔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고 조금은 더 나를 인간적으로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 일찍이 나 역시 체험으로 깨달은 바 있다. 그 깨달음 덕에 지금은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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