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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명나라 형 후금 사이의 샌드위치 조선-병자호란1 | 전체보기 2014-12-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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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병자호란 1

한명기 저
푸른역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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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을 펴기 전에 심호흡부터 했다. 백성들이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인조를 비롯한 지배계급들이 얼마나 비겁한 짓을 했는지 알고 있기에 이 시대, 이 전란을 읽으면 늘 혈압이 상승하는 걸 느끼게 되는지라  조금이라도 덜 열 내면서 읽으려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기를 시작했다.

 

이 책이 역사서로는 드물게 2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어떤 점에서 독자들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인지 궁금했는데, 1권을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역시 전공자가 쓴 책은 대중저술가가 쓴 책하고 차원이 다르구나 싶었다. 병자호란 당시 동아시아 정세 전체, 그러니까 조선 뿐 아니라 명과 청의 패권 다툼과 일본의 국내 정세를 함께 다루고 있는데, 왜 이 전쟁이 발생하게 됐고, 호란으로 인해 각 나라와 동북아시아 정세가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살피고 있다.

단언컨대 인조는 조선 최악의 임금이다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평가가 다분이 감정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지독한 숭명주의자 인조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당시 조선은 전통강자 명과 신흥 강자 후금,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신세, 샌드위치 신세였다는 것을 감안하자면, 명과 청의 정세를 잘 잘피고 전략적으로 대처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전쟁이었을텐데..

 

'병자호란'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명의 숭정제, 후금의 홍타이지, 조선의  인조 세 나라 리더들에게 저절로 눈길이 갔다. 이들의 행보나 전략을 보면 누가 흥하고 망하는지,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는지 그 명암이 엇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모든 역사적 결과가 오로지 인간의 의지와 행보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운이나 우연으로 비춰지는 요소 또한 작용한다. 누르하치 뒤를 이은 홍타이지가 하필 조선에 대해 강경론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에서부터 조선에게는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이나 다름없었고, 하필 광해군이 축출되고 존명하는 인조가 왕이라는 것 또한 불운이었다. 명나라 숭정제 또한  간신의 말에 혹해서 그나마 후금의 공격을 선방하고 있었던 장수 원숭환을 처형시켰으니 그야말로 자책골을 넣은 셈이었다.

이러니 홍타이지가 단연 돋보일 수 밖에 없었고, 후금이 흥한 것은 당연한 일인 걸로 보였다.

 

인조만 해도 반정으로 보위에 오르자마자 이괄의 난이 발생했고, 그 난을 피해 한양을 떠났다.  임진왜란을 통해 왕과 사대부들이 백성들에게 호통만 쳤지 위기대처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을 이미 겪었던 백성들 눈에 난을 피해 성을 떠나는 인조가 어떻게 비춰졌을지는 뻔한 노릇이다. 백성들은 새 왕에게 기대는 커녕 싸늘했을 것이고, 조선 조정이 명나라 사신의 횡포에 쩔쩔 매는 모습이나 후금을 치겠다고 식량에 자금을 요구하는 모문룡에게도 끌려다니며 재정을 고갈시켰던 조정을 보면 요즘말로 조선은 명나라 호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명과 후금의 패권다툼을 벌이는 틈바구니에서 결국 명을 추종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며,인조는 끝내 전화를  자초하고 말았던 것이다. 백성입장에서는 이런 인조의 선택은 불운 정도가 아니라 재앙일 수 밖에 없었다.

 

1627년 홍타이지는 조선 정벌을 선언하게 되는데, 홍타이지로선  여러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명과의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그로 인해 명과의 교역이 단절되면서 후금은 식량부족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경제난국과 집단 지도체제 비슷한 위상에서 벗어나 권력과 권위를 다지며 명실상부한 지도자로 우뚝 서기 위해 홍타이지는 기꺼이 출정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홍타이지에는 승부수였던 셈이다.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홍타이지는 직접 선두에서 전쟁을 독려한 그였지만, 병자호란 때에는 조선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홍타이지가 염려했던 것은 후금이 명나라와 교전을 벌일 때 조선이 후금의 후방을 기습공격하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후금은 조선을 아우의 나라, 좋은 말로 하면 형제의 나라로 삼는 것으로 물러갔다. 후금에게 조선은 명을 무너뜨리면 자연히 후금의 휘하에 떨어지는 명 부속품 정도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이후 조선은 아버지 명나라, 형 후금 사이에서 낀, 갈팡질팡 샌드위치 신세가 돼버렸다. 거기에 일본까지 조선을 재차 공격해올까 일본에 유화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조선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서, 후금의 공격을 받았다.그럼에도  병자호란 이후에도 임금은 백성의 안전을 도모하기보다는 임진왜란 때 도와준 재조지은(再造之恩) 명에 대한 의리를 내심 부르짖었다.

인조 반정할 때의 명분은 다 망각해버렸고, 인조정권은 그저 정권 유지에 급급할 뿐이었다. 내치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군사력에서도 조선은 후금에 맞설 상대가 아니었음에도 자기나라 망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명나라를 따라야 했던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필패가 예상되는데도, 왜 저렇게 현실감각이 결여된 것인지. 명나라 교조주의자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함께 정치에서 교조주의자나 원리주의자들이 판을 치게 되면 현실은 무시되고, 공허한 명사대주의만 허공에서 맴돌 뿐 백성이나 조선의 존망은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에 비해 홍타이지는 전략적으로 유연했다. 명이 후금의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신하들이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자충수를 두자 홍타이지는 투항해오는 명인사들은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기용했다. 타민족을 포용하는 반간계를 구사함으로써, 결국 승리를 거두고 중국의 중원을 제패하게 된 것이었다.

 

한명기의 '병자호란 1'은 그동안 조선 내부만 바라보던 병자호란을 국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었다. 명과 후금, 조선의 내부사정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들여다보니, 조선은 왜 그리 어리석기 짝이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는지,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중국의 세력 교체기 전환기에서 조선이 어떤 노선을 택했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데, 우리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병자호란의 아픔과 치욕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것도, 중국이 다시 미국과 함께 세계 양강을 형성하는 판도가 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 병자호란의 교훈이 왜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지, 역사를 배반하지 않아야 하는지, 중국이 다시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우리와 전면적으로 접촉하게 된 21세기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사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국제질서의  변화에 그 어느나라보다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우리로선 주변 강대국, 중국에 대한 회고와 성찰은 늘 현재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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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쟁이의 감각이 돋보인 역사서-조선임금 잔혹사 | 전체보기 2014-12-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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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 임금 잔혹사

조민기 저
책비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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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역사가 많이 대중화되고 있나보다. 역사 전공 대학교수나 역사전문 저술가뿐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필자가 등장해서 역사서를 내고 있으니. 독자 입장에서야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경력을 가진 필진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역사서를 접할 수 있으니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조선임금잔혹사'의 필자는 직업이 카피라이터인데 책 전체에 광고쟁이의 감각이 여지없이 묻어나고 있었다. 왕을 분류한 목차에서부터 수시로 등장하는 도표,군더더기 없는 문장 등 카피라이터라는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다. 

 

목차를 보면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 이렇게 4부로 구성돼 있는데,시대 순도 아니고 업적 평가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분류 기준과 해당 왕들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광고의 특징이 상품에 관한 이미지나 메세지를 남긴다는 것인데, 이 목차를 보는 순간, 왕들의 이미지가그려졌다. 세종, 성종, 중종은 선택 남,  선조, 광해군, 인조는 싶었던 남, 연산군, 숙종, 정조는 태어난 남,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는 못한 남으로. 

소제목을 통해 왕의 특징이나 상황을 피부에 와닿는 단어로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광고 카피를 읽는 듯 했다. 또 복잡한 왕의 가계도 등 복잡한 내용을 도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그냥 풀어썼으면은 상당히 많은 또 복잡한 정보가 됐을텐데, 도표로 시각적으로 압축해서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많은 내용을 한눈으로 읽고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런 광고인으로서의 감각을 살린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조선임금 잔혹사'는 제목과는 달리 별로 잔혹스럽게다기보다는 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왕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나, 업적, 통치 스타일, 문제점 등을 다 담고 있음에도  너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어서가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워낙 유려하게 전개되다보니 시선이 멈추거나 막히는 법없이 술술 잘 읽히고 잘 넘어간 것이다.

 

특히 어떻게 왕이 됐는지에 대해서 기술한 것을 보면  왕의 정통성 문제와 맞물려있어서도 그렇고, 권력의 총아라서 그런지, 컴플렉스를 느낀 임금도 있을 법했다. 적장자가 왕이 된 경우가 오히려 드물었고, 그것은 그만큼 세자 자리를 두고 목숨을 건 피비린내나는 권력 투쟁의 가능성을 안고있는 것이다.

왕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파란만장한 일을 겪고 핏줄을 죽이거나 죽는 것을 봐야하니,그러다보면 피도 눈물도 없어지고 비정해 지겠지. 대체 왕이 뭐길래 싶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까지,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모든 것이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왕의 운명이니 그걸 다 감수해야 해야 할 만큼  권좌가 황홀한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왕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삶과 선택이 모두 정치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왕 또한 여전히 인간이었음을..임금 또한 마음을 열고 의지하는 사람이 필요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 관계나 애정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두돌도 안돼서 어머니를 잃었던 광해군은 힘겨운 궁궐생활에서 따뜻하게 품어줄 모정이 그리웠을 것이고,인조가 조강지처인 인렬왕후가 살아있을 적에는 후궁을 두지 않았던 것은 의외였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을 혹독하게 내친 것을 보면 비정하기 이를데 없다고 생각했는데, 반정 전 함께 고생한 아내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니 왕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군주로 키워졌던 왕이지만, 그들 역시나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 왕의 사랑,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랑이 임금을 행복하게 해주었지만, 그 또한 통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군주제에서는 그 애정이 바로 권력이 돼버리니.

 

'조선임금 잔혹사'를 읽는 동안  임금의 인생과 왕국 조선의 부침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설령 평가가 박하고 내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임금이라도 그들의 고뇌에 대해서 조금은 인정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리고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다시 태어난다해도 여전히 왕으로 살고 싶은가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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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허락을 구하지 못한 금단의 꽃, 몽환화-몽환화 | 전체보기 2014-12-1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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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저/민경욱 역
비채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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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신작은  도서관에서 빌리는 게 쉽지  않다.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대출할 수 있는데, 그기다림을 감수할만큼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기있는 작가이고, '몽환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끊임없이 작품을 내는 다작 작가인데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다채로운 소재를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세상사 살피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는 부지런한 작가라는 점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일 것이다.

 

'몽환화(夢幻花)'란 제목에서 환상적이면서 몽롱한 느낌이 풍겼는데, 그것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 나팔꽃으로 이 작품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이 된다. '몽환화'에서는 자연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꽃을 등장시키면서 자연의 기적, 자연의 우연한 선택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이야기는 꽃 키우는데 마음을 쏟으며 말년을 보내던 아키야마 슈지가 살해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장점이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는 에피소드가 결말 부분에 가면 하나로 연결돼 퍼즐이 맞춰지듯 완결된 한편의 이야기로 구성이 된다는 것인데, 이 작품에서도 그의 장점은 여지 없이 발휘됐다.

도입부에 벌어진 광란의 살인 사건, 소타와 다카미의 짧은 사랑, 리노의 사촌인 나오토의 자살은 뒷부분에 이르면 노란 나팔꽃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켜주면서 사건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주인공들이 사건을 추적할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여기에 주인공들의 가족관계, 가족의 역사까지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면서 주인공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는데, 이 작품을 끌어가는 주요인물은 수영을 하다가 심리적 문제로 수영을 그만둔 리노, 아내와 별거하고 있는 형사 히로세,원자력 공학 전공자지만 미래가 불안해서 진로를 고민하는 소타, 이 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사람은 저마다의 처지 속에서 사건해결을 위해 나서는데, 리노는 피살자가 할아버지였고, 할아버지 집에서 노란나팔꽃이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노란 나팔꽃의 존재와 행방에 관심을 갖게 된다. 형사 히로세는 아들이 도둑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을 때, 피살자인 슈지가 아들의 누명을 벗겨준 인물이라는 인연이 있었다. 소타는 경찰인 형 요스케가 관심을 갖는 사건이라 뛰어들게 되고..

 

이 과정에서 노란나팔꽃의 역사와 이들 등장인물의 가족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개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에도시절도 잠시지만 언급되고, 광란의 살인사건이며, 할아버지 대부터 3대째 경찰에 투신하고 있는 소타집안의 가족사와 노란 나팔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또, 피살자에게 은혜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사건에 매진하는 히로세의 심정도 충분히 공감이 갔고, 할아버지 집에서 노란나팔꽃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서 그 꽃에 관심을 갖게 되는 리노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몽환화'에서 그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신의 허락' 이란 말이었다. 노란나팔꽃이 더 많이 꽃을 피우려면 신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어떤 씨앗이 사라지는 것은 사라질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그리고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억지로 나팔꽃의 꽃 잎을 노란색으로 변화시키면 그것은 가짜에 불과하다고.

 

이 언급에서 메세지가 읽혔다. 과학문명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었음에도, 생명에 관여하는 과학에 대해서는 '신의 허락'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건 것이었다. 그리고 과학의 힘을 빌어 외양이나 속성을 변화시킨다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짜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알맹이, 정체성을 지키기 어려워진 시대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엄연하게 나누어져 있건만 과학이 발달할 수록 인간들이 신의 허락을 구하지 않는 무례를 범하게 되는 것이리라.

노란나팔꽃의 빼어난 환각작용을 이용해서 본인들 능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곡을 만들어낸 밴드 맴버 두 사람, 어떻게 보면 타고난 재능이야말로 신에게 허락받은 선물일텐데 그 두 사람은 공평하지 못한 신을 원망하는 것을 넘어서 이렇게 금단의 열매를 통해 신이 허락한 이상의 재능을 탐냈던 인간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리노가 다시 수영하겠다고 마음 먹는 것으로, 소타는 원자력을 제대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일본이 안전해질 수 있기에 원자력 전공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히로세는 결국 범행을 밝혀내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리노는 타노난 수영 재능을 살려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로 하고, 소타는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할까. 일본에서 원자력이 어떤 위치인지를 자각하면서 원자력을 연구하는 것에서 신이 허락한 재능과 인간이 스스로 선택한 사명감 모두 이 세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원천임을 보여주고 있다.

 

노란나팔꽃에는 강력한 환각 작용 물질이 포함돼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노란나팔꽃 뒤를 찾게 만들지만 그렇게 뒤를 계속 따라다니면 결국 자신이 멸하게 되고 만다는 것. 그리하여 노란 나팔꽃은 금단의 꽃이 돼버린 것이다. 

노란 나팔꽃이며 원자력이며 다 신이 허락한 범위 밖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간이 탐욕과 욕망에 눈멀고, 효율성이라는 이름과 상품성에 홀려서 신의 허락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과학을 끌어들일 때, 그 종말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어쩌면 과학은 더 빠르게 발달해서 신의 허락이 필요한 게 아니라..인간이 그 신의 판단자 자리에 서려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노란 나팔꽃은 그런 세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인간들에게 신의 판단을 내리는 위치로 격상되기 보다는 꽃을 키우는 마음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결합과 교배의  결실을 받아들이고,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는 대로 내버려두라고 그렇게 자연의 순리와 함께 하라고, 인간다움을 잃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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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목표와 적극성, 매일 거르지 않고 배우는 성실성-3개월 안에 유창해지는 법 | 전체보기 2014-12-1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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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개월 안에 유창해지는 법

베니 루이스 저/신예경 역
알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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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다니면서 영어를 잘 못해서 겪었던 해프닝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고난도 고급 영어도 아니었음에도 대체 학교 다닐 때 몇년을 배웠건만 이런 기본적인 회화조차도 못하다니..자탄해야만 했다.

외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영어나 일어, 중국어, 불어 어느 언어든 자막없이 그 나라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소망은 아직도 품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책 제목이 '3개월 안에 유창해지는 법'이라니. 외국어 습득이..3개월이면 우리나라에선 계절이 한번 바뀌는 시간인데, 그 짧은 시간에 외국어를 그것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걸 보면 필자가 언어 천재거나 허풍장이 둘 중 하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필자의 이력부터 살펴봤더니, 10년 사이에  프랑스어, 스페인어, 헝가리 어, 체코 어, 중국어 등등 해서 무려 12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돼 세계적인 다국어 구사자가 되었다고 나와 있었다. 

 

'3개월 안에 유창해지는 법'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그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서술해놓고 있는데, 그걸 보고 나니 필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언어 천재나 허풍쟁이 그 어느쪽도 아닌 외국어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아주 성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정도 목표의식과 구체적인 노력이라면 비단 외국어 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설정...영어를 배워야지, 중국어를 배워야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기간 안에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라고 하는데, 필자는 3개월 안에 유창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집중해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탄생하게 된 것인데, 그 나라에 가지 않고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상당히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필자가 활용한 방법은 실로 다양했다.그나라에 가서 머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카우치 서핑(외국인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해주는 것), 네트워킹 사이트,대중매체, 온라인 언어교환 등..인터넷이 발달하고 대중매체가 활발해진만큼 확실히 작심하면 외국어를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길은 많이 열려있는 셈이었다. 심지어 여성인 척하면서 채팅한 적도 있다는데, 목표의식을 잊지 않았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방법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방법론이고, 노하우이지만 외국어 습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고 생생한 경험담으로 값어치가 있다. 그런데 방법들이야 필자가 말한대로가 아니더라고 자신에게 맞는 걸로 찾으면 되겠지만, 무엇보다 필자에게 배워야 할 점은 그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었다.

여러 나라 외국어를 잘하는 점도 물론 그렇지만 그보다는 목표가 뚜렷하고, 그 목표를 열린 마음으로, 성실하게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태도는 충분히 배울 만했다. 자신의 삶을 허투로 보내지 않고,외국어를 배우면서 여행과 여러나라 사람들과 교유하며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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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통해, 영원히 간직해야 할 인생의 물음을 되새기다-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 전체보기 2014-12-0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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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우간린 저/임대근 역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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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공자왈 맹자왈 하면 현실적이지 않은 고리타분한 말을 뜻하는 걸로 들렸다면 최근 들어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최근 공자와 관련한 책들이 부쩍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우리나라 뿐이  아니다. 문화대혁명기간 격하되기 바빴던 공자는 본고장인 중국에서도 그 위상을 회복했을 뿐더러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21세기 들어서면서 공자의 사상은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2천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생명력, 여전히 현대인에게 지혜가 되는 공자의 보편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는 경제학자인 중국인 필자가 쓴 책으로,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부딪히게 되는 현실적인 여러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자를 통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우선 신선해서 읽는 재미가 배가됐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어서 오히려 관성적으로 흘려 버리게 되는 공자의 말씀을 제자의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자 자공의 관점에서 구성하고 공자의 말씀이 나오게 된 배경을 언급하고, 풀어가고 있어서 저마다 기승전결이 있는 한편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읽었던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공자의 의미를 새겨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선 공자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새삼 공자의 인생역경도 참으로 파란만장했구나 싶었다. 노나라를 떠나 열국 주유를 하는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마음고생이 짐작이 갔다. 그가 펼치고자 했던 꿈, 품고 있는 치국의 이상은 현실에서 번번히 좌절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자의 말씀은 인(仁)이나 예(禮)같이 추상적이거나 도덕적이라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든 것은 아니었지만 공자가 역경을 겪으면서 현실과 타협할 법도 한데, 그는 현실에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사상을 지켰다. 그렇기에 진정성이 느껴졌고,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하게 하는 힘이  분명히 있었다.

 

    

 

공자가 일러주는 인생의 지혜를 접하다보니, 잊고 있었던 고민과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는 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얻는 소득이었다. 그러니까 공자의 답도 의미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공자에게 답을 구하게 만든 그 고민이야 말로 자신의 삶을 인간답게 또 행복하게 채워가겠다는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원하는 삶을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하면 현실과 꿈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내 삶에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삶을 찾는 방법은 없을까? 등등..이 책을 목록을 보면서 이런 문제를 계속 품고 있는 것이야 말로 인간을 성장하게 만들고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고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곱씹으면서 공자의 답을 읽게 되면 원칙이 주는 힘이 느껴졌다. 변칙은 임기응변이고, 원칙은 지키기는 어렵지만, 일관성있게 상황을 헤쳐가게 하는 내공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것는 답을 내놓은 것 같았지만 사실은 공자 자신이 현실에서 좌절하면서 얻은 답이라, 21세기에서도 여전히 현실적인 지혜로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공동체 관계 속에서, 현실과 이상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원하는 삶을 추구하는 동시에, 한 개인으로서의 수양 또한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다.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성숙한 인간이 되고, 아는 것을 실천하는 인간이 되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눈여겨 봤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제자들의 존재였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서술자가 돼 풀어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제자들에 대해서 자주 거론되고 있어서 관심을 두고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공자의 사후 6년동안이나 공자의 묘를 지켰던 서술자 자공을 비롯해서 공자가 가장 아꼈다는 안회와 자회, 자로, 자장, 증삼, 염구,복자천, 등. 이 중에서는 관료로 뜻을 펼쳤던 제자도 있고, 공자와 함께 주유한 제자도 있지만, 자로의 죽음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무사처럼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한 자로. 그렇게 그는 스승 공자의 가르침을 죽음으로 실천했다.

 

   

 

이들의 품성이며 장단점은 저마다 달랐다. 이 책을 통해 스승 공자에 가려져 있던 그 제자들의 면면들을 떠올릴 수 있었고, 또 공자를 멘토 삼은 멘티들 그 대화하는 장면들이 머리 속에서 상상되고 그릴 수 있었다. 요즘처럼 체계화되고, 표준화된  학교교육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 스승과 제자의 관계며, 학습 방법이 활기차게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히 공부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처신이며 도덕에서 공자는 이들에게 죽는 날까지, 아니 사후에도 스승이었던 것이다. 고전적인 사제관계는 분명 영원한 것이었고, 공자 사후에도 이들은 공자의 뜻과 학문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또 공자가 남긴 말을 실천하려고 고군분투했을 것이다.이들의 삶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또다른 모델이 되기도 했고, 공자의 지혜가 주는 힘을 증명해주는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어렸을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느끼지 못했던 의미들이 이제사 새삼 눈에 선하게 보였다. 왜? 젊었을 때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살아가면서 뼈저리게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지혜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겪는만큼 고민하는 만큼 보이는 것이 세상이니.

산전수전 겪고 난 지금에서야 일희일비하지 않고 공자가 말한 평정심을 지키는 내공이 생겼지만, 한창 팔팔한 나이에는 왜 그렇게 혼란스러워 했는지, 돌이켜보면 미숙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 같다.

 

공자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지혜로운 스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제대로 인생을 살고 싶은 인간이라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근원적이고 현실적인 물음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자 자신의 고민이기도 했고, 공자 역시나 그 답을 찾으며  실천하는 것으로 난세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덮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꽤 오랫동안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적당히, 편안하게,하던대로, 그럭저럭 하루하루 지내고 있고, 이 나이 먹어서 뭘 새삼스럽게..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여전히 부족하기 이를데 없는 인간인데도, 내 삶을 풍성하고 값어치있게 채우려는 의욕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쭉 읽어가다보니, 2천년 전 공자의 행보와 말씀에서, 자극을 받는 느낌이 들었고, 풀어지고 해이해진 내 마음에 적당한 긴장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게 되길..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내가 원하는 삶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기에 공자는 일깨우고 있다.'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이 물음을 죽는 날까지, 영원히 품고 살라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물음이야 말로 인문학이 추구하는 근원적인 물음이자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그리고 가치있는 삶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려는 출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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