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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인줄 알았는데 감성어린 단편소설집 같았다-그녀의 시간 | 전체보기 2015-05-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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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녀의 시간

한귀은 저
예담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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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이라 얼굴이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표지에는 30대쯤 돼 보이는 여인이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들뜬 기분으로 밖을 보는 시선이 아니라 세상풍파를 겪은 여자같았는데 그 모습이 '그녀의 시간'이란 제목하고 잘 어울려 보였다. 지나온 자신의 시간들을 돌아보는 것 같아서.

표지에 실린  작가가 인문학자임을 밝혀놓은 글이 명기돼 있길래,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읽고보니 에세이보다는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각 단편의 주제에 어울리는 그림이 부록처럼 곁들여진  단편집같다고 할까. 그런데 소설이 아니라니. 필자가  프롤로그에서 미리 밝혀두길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서 의외였다. 살짝 거짓말은 섞었어도 겪은 이야기, 들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쟝르는 뭐지? 소설형식을 빌려온 에세이인건가? 형식이야 어찌됐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소설같은 방식을 취해서 여자들의 성장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녀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소재는 여자들이 지나온 혹은 앞으로 겪게 될 나이대의 시간이다. 십대부터 육십대까지. 다른 연령대는 작품이 하나인데, 삼십대만 이야기가 둘이다. 아무래도 우여곡절이 많은 시기라 두 가지 이야기를 담은 것이겠지.

아무래도 내가 작가가 인문학자라는 것을 너무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나보다. 글이 논리적으로 주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감성적이었다.

문득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방송 '복면가왕' 생각이 났다. 출연자가 복면을 쓰고 나와 노래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군지 모르니, 인기나 경력, 평판 등 선입견 없이 노래에 집중해서 듣게 하는 취지인데, 아무래도 인문학이라는 말에 혹한 나머지 선입견을 가졌던 모양이다.

 

도벽이 있는 이십대 기간제교사 명은, 사촌지간인 서언과 동희언니, 별거 중인 진숙, 사춘기 시절 첫사랑이 없었지만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안하영, 화통하고 포근한 50대 과부 미자, 아버지를 처음 만난 날 나를 갖게 된 엄마, 아흔넘은 치매 엄마를 모시고 사는 60대 독신 여교수. 모두 일곱 편의 여성 이야기인데 이들은 모두 직업이나 부부사이, 모녀 관계 등 관계 혹은 자신을 옥죄고 있는 문제와 부대끼고 있었다.

 

그런데 명은 외에는 자신을 괴롭히는 현실에 크게 망가진다는 느낌이 안들고,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어른스럽게 혹은 엉뚱하게라도 헤쳐나가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아니었다.명은은 빼고.

명은은 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기간제라도 교사인데 저러다 발각이라도 되면..아니나 다를까 백화점에서 잡힐 뻔한 적도 있었다. 스스로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을 '헌팅'이라고 명하고, 스스로를 사냥꾼이라고 여기지만, 흥미로운 것은 마음을 준 물건을 사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을  준 동물을 죽여 사냥할 수 없듯이..아무 애정없는 물건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훔치는 그 심리란..

명은은 물건을 훔칠때 짜릿했을까. 희열을 느꼈을까. 요즘 20대 젊은이들은 삼포세대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미래에 대한 불안때문에 즉 희망이 없어서 포기한다는 것이다.

 

명은의 결말은 의외였다.희망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직시하는 것이었다. 열등감 느끼고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자신의 현실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것이다.

 

'그녀의 시간' 속 여성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징징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불행 혹은 불운 에 자신을 휩쓸려가게 하지 않는다는 것. 부족하고 모자란 자신까지 결국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특히나 마지막 편에서 육십줄 독신 여교수가 구십 줄 치매 엄마와 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란! 그 행복감이 인상깊게 눈에 들어왔고 동시에 그런 감정에 충분히 공감한다.

 

  자신은 엄마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청상이 된 엄마가 나를 혼자 기르신 것이 당신의 삶이며 행복이었듯, 나도 엄마 옆에 이렇게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309쪽)

 

나 역시 엄마하고 둘이 살고 있는데, 요즘 엄마가 건강이 안 좋지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모녀가 함께 늙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여러 번이었으니. 엄마 옆에서 내 삶을 산다는 표현에 적극 공감, 동의하게 된다.

 

'그녀의 시간'은  물리적인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부터 사랑하고, 자신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서야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을수 있는 법이니.

성공이 아닌 성장은 바로 불안과 혼돈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힘! 그 힘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공이다.

 

중간 중간 들어가있는 그림 중 몇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보다가 나도 덩달아 그림 속 시선을 따라 바라보기도 했다. 그중 아서 해커의 '갇혀 버린 봄'은 특히나 눈에 쏙 들어왔다.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눈을 위로 들어 두시 방향 쯤 되나, 먼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이라도 내 쉴 것 같았다.' 갇혀버린 봄'이란 제목에서부터, 또 시선이나 표정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가 드러나는 것이겠지.

 

이 책에서는 섬세하게 등장인물의 심리를 포착하는가하면 감성어린 표현도 돋보였다.여성특유 감성과 공감력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그래서 인문학자라는 표현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인문학이란 단어 때문에 책의 성격이 오히려 애매해졌다고 할까,  인문학적 메세지를 찾느라 필요이상으로 진지하게 읽은 것은 아닌지. 편하게 공감대를 찾으면서 읽을 수 있게 독자에게 맡겨두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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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의 조선,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조선왕조실록 19 고종편 | 전체보기 2015-05-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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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9

박시백 글,그림
휴머니스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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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의 조선은 망조일보 직전의 풍비박산 난 나라였다. 안에서 그동안 곪아있었던 해묵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왔고, 개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문제점 또한 불거졌다. 밖으로는 제국주의 열강들이 조선을 두고 경쟁적으로 노리고 있어서, 한마디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는데, 거기에 왕실에서는 콩가루성 권력다툼까지 벌어졌다. 시아버지인 대원군과 며느리인 민비가 앞서거니 뒷거거니 외세를 끌어들이면서 권력다툼을 벌이면서 몰락해가는 조선의 운명을 더욱 부채질했다.

 

고종시대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원군이 섭정하던 시절부터 그뒤 고종 친정 이후에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봉건제의 모순에 또 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세의 야욕 등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사건의 연속이었다.

고종만큼 파란만장한 일을 겪은 왕이 또 있을까.어렸을 때에는 아버지가 섭정했고, 개화를 지원해주었지만 정변으로 실권을 빼앗기는가하면, 동학농민들이 파죽지세로 올라오는 것도 겪었고, 아버지 대원군과 중전 민비 사이의 권력다툼 또한 치열했다. 러시아 공사관으로 대피하는가 하면, 프랑스와 미국 배들의 공격도 당하고, 아내 민비를 일본인에게 잃었다.

 

평범한 사람도 아닌 일국의 국왕으로서 이 정도의 우여곡절을 겪었다면 이미 조선은 나라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런 혼란기를 살아가는 백성들은 또 무슨 죄인지. 얼마나 혼란스럽고 고생을 했을지. 고종시기에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져 손으로 세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대원군은 개혁을 시도했지만 어디까지나 새발의 피였고, 실기를 했다. 서원을 철폐하는 등의 개혁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리고 그 방향 역시나 복고적이었지, 근대화를 지향하는 미래 지향적인 방향은 아니었다.

박시백은 고종의 개화에 대한 의지나 노력을 평가하는 쪽이다. 하지만 당시 왕을 비롯해서 조선 지배층은 국제 정세에 어두운데다 제국주의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강화도 조약을 비롯한 실제 조약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체결하는 우를 범했고, 이후 맺어지는 조약은 불평등 조약이었고, 그 뒤 외국 상품들이 몰려왔고, 조선의 쌀같은 원자재들은 헐값으로 외국에 팔게 되면서, 쌀값이 오르고, 물가가 치솟는 등 그 고통은 백성에게 바로 전가되고 말았다.

민비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는 망국적 행위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도둑을 불러들인 셈이었다.

일본, 러시아, 청나라 등 외세들은 수시로 조선에 영향력을 확대하려했고,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려 했다.

 

조선은 이미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모순이 깊었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세계사의 흐름을 보더라도, 조선 봉건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한 낡은 체제였다. 탈봉건과 탈외세, 자주적 근대화가 당시의 시대적 소명이었음에도 조선은 이미 선택의 폭이 별로 없었다. 조선의 손으로 조선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데, 외세들이 조선의 정국에 깊게 개입해 그럴 수가 없었다. 조선의 운명이 조선인의 손에서 떠나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민비에 대해서다. 민비가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외세에 저항하다 일본 낭인의 손에 죽음을 당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일부 대중들이 있는 것 같아서. 

본질은 그게 아니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외세를 끌어들여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하는 등 조선의 운명이나 백성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은 민비 자신이었다. 민비가 청, 러, 일 외세 사이에서 줄을 타자 일본에서 그녀를 시해한  것이었다.

일본의 만행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민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넘어가야 한다. 민비는 오로지 자신과 민씨 일가의 권력을 위해서 외세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러니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감성적인 문장으로 민비를 이해해줄 필요가 없다. 집권을 위해 외국 군대를 불러 자국 백성을 죽이고 진압하게 하는 국모라니. 국모라면 해서는 안될 만행이었고, 그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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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예술! 병풍으로 만들고 싶었다-엄마 까투리 | 전체보기 2015-05-1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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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김세현 그림
낮은산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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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만큼 헌신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말이 있을까. '엄마 까투리'는 예상대로 자식에 대한 엄마의 헌신을 담은 작품이었다. 몇년 전에 고인이 되신 권정생선생의 색깔이 듬뿍 담긴 작품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와 모성을 담은 이야기였다. 엄마의 죽음이 슬펐지만 엄마는 죽음을 무릎쓰고 새끼 꿩들을 보듬었고 새끼들의 생명을 살려냈다. 역시 엄마란 존재는 자식에게만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아쉬운 점은 '엄마 까투리' 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내용일지 예상이 됐다는 것인데, 실제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로 전개됐다. 동화가 갖는 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품이 진부하거나 상투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홉마리 새끼를 두고 차마 혼자 날아가지 못하는 엄마 까투리의 찢어지는 마음이 눈물 겨웠다. 새끼들을 살리기 위한 엄마 까투리의 고군분투가 안타까웠다. 불길에 쫓기는 새끼들이 얼마나 걱정됐을지,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을 그 슬픈 마음이 세세하게 와닿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 이 이야기를 살려낸 일등공신은 바로 그림의 힘이 아닐까. 가히 '엄마 까투리' 맞춤형 그림이었다. 이야기보다 그림에 정신이 팔려 그림만 다시 본 게 몇 번인지, 이 작품은 그림으로 이야기가 완성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직 글을 깨우치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그림만으로 충분히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이야기를 상상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빼어난 색감이며 그림은 심미안도 높여줄 것이다.

 

그림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장욱진의 동화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중섭의 마음이 만져지는 듯도 했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김세현의 그림이 맞춤형이었다. 그린 이는 생전에 권정생 작가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림 속에는 새끼를 걱정하는 엄마 까투리의 모성이며, 아홉마리 새끼들이 느꼈을 공포와 분주함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자식을 모두 품안에 안은 채  목숨바쳐 새끼들을 지켜낸 모정, 삐삐 깍깍하는 아홉마리 새끼 까투리들이 울어대는 소리며 깃털이 돋아나고 날개가 커지면서 점점 자라가는 새끼 새들이 눈에 그려졌다. 이에 반해  점점 부스러져가다 마침내는 앙상하게 남은 형체마저 사라지고만 엄마까투리의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했다. 비장했지만 헛되지 않은 소멸이었다.

 

마지막 장면이 훌쩍 성장해서 하늘높이 날아가는 아홉마리 까투리 그림이었다. 오래 전에 본 영화 '아름다운 비상'에서 오리들이 건물 사이를 멋지게 날아가는 영상이 떠올랐다. 그 영상은 정말 장관이었고 감동어린 장면이었는데, 힘찬 날개짓을 하는 까투리들도 아름다운 비행의 오리처럼 하늘로 날아올라 살아남은 존재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제 어른이 된 까투리에게는 저 높은 하늘이 펼쳐지고, 그것은 그들의 세상이었다. 엄마 까투리는 흐뭇한 눈길로 성장한 자식들의 힘찬  날개짓을 바라보지 않을까.  

 

어린이 책에서 그림이 갖는 힘은 이야기의 그것 못지 않고, 그림으로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그림과 이야기를 병풍으로 만들어 거실에 두면 어떨까. 아니면 화첩으로 만들어도 괜찮을텐데.

이야기와는 별도로 그림 자체의 완성도만으로 충분히 감상할 맛이 나는 작품이었다. 한번 보고 나니 그림 없는 '엄마 까투리'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야기의 힘과 그림이 멋지게 결합해서 '엄마 까투리'는 시너지를 발산했다. 

 

새끼들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모성과, 그런 엄마의 희생을 잊지 않고 건강하게 잘 성장한 아홉마리 까투리들, 이제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 앞에 펼쳐진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갈 것이고, 엄마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며 가슴에 새겨두겠지.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엄마 까투리'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동화인 동시에 그림 전시회 같았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들려주고 보여주는 이야기와 세계가 있었다. 

 

* 그림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휴대폰 잭이 없어져서 사진을 올릴 수가 없군요. 유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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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체제 속 개인, 그 누구도 공포와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차일드 44 | 전체보기 2015-05-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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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저/박산호 역
노블마인 | 201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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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자,구소련이 해체 된 것이 언제였더라.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닌데도 벌써 구소련은 뇌리 속에서 지워지다시피했다. 마찬가지로 구소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대한 것이 얼마만인지, ' 닥터 지바고''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떠오르긴 하지만, 스릴러 작품에서 구소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차일드 44'는 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당시와 그 후 20년을 훌쩍 뛰어넘은 50년대 스탈린 체제, 또 스탈린 사후 직후가 배경인데 단지 시대적 공간적 배경만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회 분위기가 작품을 끌고 가는 상당히 중요한 동력이 된다.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생물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뿐더러 아이들이 연쇄살해되는 여타 작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이쯤 되니, 2008년에 출간된 그것도 출판 당시 20대밖에 되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에 왜 구소련이 등장한건지, 그 의미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차일드 44'는 몇 개의  에피소드에 방점이 찍히고, 그 점들이 이어져 한편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그 점들은 시간상 전후 관계가 아닌, 인과 관계의 플롯이 되면서, 작품 전체의 이야기가 조여지고, 결말을 향해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1933년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다.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던 파벨이 고양이를 잡으러 갔다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이다. 그리고 국가안보부 MGB(KGB의 전신)소속 레오의 부하 아들의 시체가 발견되는 에피소드는 1953년 모스크바. 즉  2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고 모스크바로 시공간이 옮겨지는데..

 

이 작품의 초점은 레오의 변화에 맞춰져 있다. 국가가 원하는 일이라면 목숨까지 기꺼이 바칠만큼  충성하던 레오는 180도로 변했다. 조직의 명령에 반하면서까지 연쇄살인범을 추적해가게 된 것이다. 혁명의 국가에서 살인이란 존재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에서는 범죄를 은폐하려 들자, 이에 불복종한 것이다.

 아내 라이사와의 관계를 통해 레오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고, 자신이 체포돼 보니, 국가의 부당함이나 공포를 조장하는 비인간적인 통치시스템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된 것이었다. 결국 그 감시 시스템에서는 감시하는 자 역시나 자유로울 수 없었고, 그 감시의 칼끝에서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구소련에서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대의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공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 역시나 체제를 좀먹는 벌레였다. 또 시기심이나 빗나간 경쟁심, 복수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밖에 없는 인간만 가질 수 있는 심리인 것이다. 혹자는 공산주의적 교육에 의해 공산주의형 인간형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스탈린체제는 정치와 경제의 본령이 인간의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한 채 타인보다 앞서고 싶어하는 인간의  경쟁심이나 본성, 이기심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오로지 당과 조직에 대해 로보트처럼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요구했다. 이것이 바로 구소련이 해체된 궁극적 요인이 아니었을까.

 

'차일드 44'는 당시 구소련, 특히 스탈린 체제야 말로 공포정치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는데,공권력에 의한 감시가 일상화되고  법에 피고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라면 결과적으로 공포정치가 조성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렇게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레오와 라이사가 탈출하고, 모스크바에 잠입하는 대목에선 긴박감이 넘쳤고 아슬아슬했다. 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사람들을 믿었다. 그들 역시나 연쇄살인범을 잡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나약한 일개 개인이 감시와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은 인간에 대한 믿음, 상호신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레오와 라이사는 힘겹게 힘겹게 단서들을 확보했지만 연쇄살인사건의 결말은 꽤나 강렬했다. 결말을 알고 나면 우크라이나에서의 시작 부분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 눈치빠른 독자들이라면 그 대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눈치 챘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우연이 너무 과하게 설정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전혀 안 든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맹목적으로 조직에 충성을 바쳤던 레오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라이사와 진정한 가족을 이루는 것으로 레오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작품은 막을 내렸다.

 

'차일드 44'는 구소련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연쇄살인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작품이 세상에 선보인 것이 2008년이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은 월 스트리트 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창 휘청거릴 때였다. 이런 시기에 작가는 신자유주의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스탈린체제를 배경삼고 있다니. 연쇄살인은 결코 없다는 구소련의 구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인 것일까. 흥미로운 이야기라 그저 배경삼았을 뿐인건가.

스탈린 체제를 비판했던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지만, 자본의 탐욕에 속수무책이었던 신자유주의체제나 공권력을 남용하고 공포를 조성한 스탈린 체제나 어느 쪽도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통렬한 지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일드 44'에서는 연쇄살인보다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만큼 감시하고 서로를 불신하게 하는 정치 시스템쪽이 더 공포로 다가왔다. 공포와 감시를 무기로 삼던 사회에서, 인간을 신뢰하는 것으로 공포에 맞서 저항하는 인간도 존재했다. 레오와 라이사는 그렇게 탈출에 성공했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꽤 언급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기근은 물론이고 세계대전도 그렇고, 이 사건들은  주인공의 인생의 틀어놓고 만다. 또 인물을 탄생시키고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그래서 숙고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차일드44'는  레오 개인사와 연쇄살인의 관련성이나, 역사 혹은 체제와 개인사의 관련성에 대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욕망은 체제를 뛰어넘은 인간 모두의 소망일 것이고, 정치 체제는 이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해 존재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공포 정치로 기억되고 있는 1950년대 스탈린 체제, 그 체제를 돌아보면서 또 2008년 금융 위기를 초래한 신자유주의를 지켜본다면 인간과 정치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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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로 직장인의 현실과 마주하다-니체씨의 발칙한 출근길 | 전체보기 2015-05-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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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니체 씨의 발칙한 출근길

이호건 저
아템포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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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거나, 난해하거나. 철학에 대한 내 인상은 그랬다. 그래서 철학은 별처럼 높은 이상과 고차원적인 삶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런데 '니체씨의 발칙한 출근길' 직장인이면 부딪히기 마련인 문제와 마주하고 씨름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고상한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어떻게 보면 출세욕이나 경쟁심 등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있는 문제인데도 철학의 힘을 빌어 성찰하는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직장인들 문제나 처세에 대해선 장자나 노자, 손자같은 동양사상가들이 거론되는  해결책을 많이 봐 왔는데 니체라니, 그리 친숙한 느낌의 철학자는 아닌데도 표지속 니체는 꽤 친근하게 다가왔다. 필자는 왜 그 많은 철학자 중에서 니체를 호출한 것일까? 니체는 초인과 영웅을 숭배하는 철학자로 알고 있는데, 지극히 평범한 월급쟁이들에게 그의 사상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니체 철학에 대한 설명이 꽤 많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아니 그래서 현실과 철학을 오가는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니체는 동양적인 덕목에서 높이 평가하는 도덕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하지 않는다.가령 맹목적인 근면성은 노예근성이라고 일갈한다.현실성 없는 희망은 재앙이라고 꼬집고, 도덕은 삶을 후퇴시키는 약자의 선택이라고 못을 박는 것에서 근거없는 낙관론에 취하지 않는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성장할 때 애정결핍이 이렇게 냉소적인 면으로 발휘된건가. 니체의 사상에 대해 엉뚱한 시각을 갖게도 했다. 

 

그런데 계속 읽어가다보면 왜 니체가 등장하게 됐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는 기본적으로 강자와 승리를 지향하는 쪽이었다. 그에게 강자와 승리는 끊임없이 자기를 극복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진화해가는 것을 의미했다. 생각해보면 그는 관성적인, 즉 습관이나 맹목적인 근면성에 일침을 가하고, 이렇게 자신을 극복하거나 저항하고 일사불전하는 전투적인 인간상을 지지한  것이다. 조기퇴직이나 꽃보직선호하는 작금의 우리 노동 환경에서 왜 니체가 언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직장인들이 안주하지 않고 계속 뭔가를 시도해서 성취하라고 들쑤시고 있는 것이다.

 

보통 철학하면 약자에게 연대나, 따뜻한 시선을 보낼 것이라고 짐작하는데, 니체는 그렇지 않았다.  니체에 대한 호불호가 유난히 심한 데에는 이런 연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니체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 자신에 대한 신뢰를 중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선택을 강조한 부분,누구나 자신만의 길이 있고, 높이 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존재라고 역설한 것이다.

 

이 책은 니체에 대해 심오하게 해석하고, 이해하게 하는 책은 아니었다. 니체 철학의 문턱을 낮추고 낮추어서 직장인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직장인의 현실과 그 눈높이에서  니체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는 신랄하다가도 어깨를 다독거려주는 것 같고, 부드럽게 조언하다 호통치는 것 같기도 하고, 직장인에게 호전적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직장인들보다 사장님들이 선호할만한 철학이 아닌가 알쏭달쏭해지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니체는 자신 앞에 놓인 인생을 사랑하고 그 주인공이 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파시즘을 옹호하는 철학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개인의 가능성과 환경과 압박을 극복해가는 자신의 의지를 높이 샀던 니체,  '일찍이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니체답게 신의 은총 대신에 굳건한 인간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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