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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모던 바람이 불던 90년대 초반 화제작, 정조 독살설을 최초로 다루다- 영원한 제국 | 전체보기 2014-09-2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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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원한 제국

이인화 저
세계사 | 199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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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학사에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소설이 몇 작품 안되는 걸로 아는데, 그 작품  중에는 90년대 초반에 출간된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 들어 있다. 이인화하면 80년대 후반에는 류철균이라는 이름으로 평론으로, 90년대 초반에는 이인화란 필명으로 소설을 써, 문명을 떨친 인물로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나만 해도 8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그의 평론을 지면을 통해 읽으면서 이제 평론계에 젊은 피가 본격적으로 수혈되는구나 싶었다. 사진을 통해 앳된 얼굴을 한, 그것도 아주 모범생 혹은 백면서생같은 이인화의 얼굴을 보고난 뒤라 그의 활약상을 더욱 기대하게 됐다.

그런데 평론가로 기억하고 있던 그가 언제 소설가 변신을 한건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로 문학상 수상자가 되는 기염을 토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약관의 청년이 평론과 소설 이 두 분야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는 천재인가?  다른 작품들 평가하는 눈이었다가 자신이 평가받은 입장에선 어떻게 작품을 쓸까? 평론에서 창작으로 영역을 바꿔 글을 쓰는 것이 마냥 신기해 보였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만큼 당시에는 평론가 겸 작가 이인화는 화제와 관심의 대상이었다.

 

'영원한 제국'은  정조의 독살설을 처음으로 다룬 작품으로 알려져있는데, 역사저술가 이덕일의 책으로 정종 독살설이 대중들에게 널리 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작가의 말에 보니 이인화가 열한살 때 친척에게 정조 독살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 걸 보면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설화처럼 정조 독살설이 민간에 유포돼 있었나 보다. 그 때 들은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었고,'영원한 제국'이라는 작품으로 탄생하는게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었다.

 

규장각 서고에서 영조대왕의 글을 정리하던 검서관이 의문의 시체로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원한 제국'은 읽기 편한 작품은 아니었다. 좋은 말로 하면 학구적이고,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심하게 먹물냄새 나고  현학적이라는 평을 들을 만한 작품이었다.

스릴러, 추리기법이 활용돼 단서를 좇아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조 당대뿐 아니라 그 윗대의 당색을 기반으로 학맥과 당시 논쟁이 됐던 철학적 이론 등이 언급되고 있어서 어렵기도 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상당한 집중을 요하는 작품이었다. 약관의 작가였지만 작품의 전체적 흐름은 젊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문제는 자꾸 다른 작품이 연상된다는 것이었는데, 그 다른 작품은 다름아닌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였다. 작가의 말에서도 '장미의 이름'를 비롯한 몇몇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작가의 전작인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에서도 표절시비에 오른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처음 그에게 가졌던 평론과 소설, 양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자라는 생각이 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인화는 전작의 경우에는 당시 불고 있던 '포스트 모더니즘'의  패티지 혹은 혼성 모방 기법을 보호막으로 내세웠다. 그것으로 표절시비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문단의 시선은 그렇게 관대하지 않았다.

사실 나부터도 그를 다시 보게 됐었다.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모티프를 차용해서 작품을 쓴다는 것, 아무리 좋게 봐도 짜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쓰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단 한 줄의 문장때문에 혹은 내용 때문에 피땀을 쏟아부을 각오가 서 있지 않는 작가라면? 혼성 모방에 혹은 다른 작품의 모티프를 수시로 차용하는 작가라면? 우선 나부터도 곱게 봐주진 않을 것이다. 

 

'영원한 제국'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 사건은 영조가 남긴 책 '금등지사'와 이어지고, 그 책을 탈취하려는 움직임으로 진행되는데 작가의 이력에 너무 신경을 써서 그랬는지, 더러더러 책의 내용을 놓쳤더니 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는건지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영원한 제국'은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수 많은 팩션들이 탄생하게 된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한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질만큼 흥미로웠던 것은 분명했다.

 

*'영원한 제국'은 2006년 같은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왔지만 이 리뷰는 초판 42쇄 본을 읽고 쓴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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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장상의 관상이 따로 있는 걸까?-관상1+2 | 전체보기 2014-09-2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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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상 1

백금남 저
도서출판책방 | 201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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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러진 않지만 한 세대 전에 신입사원 공채할 때  회장이 관상가를 동반하고 면접을 봤다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 있었다. 인사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그런건지, 관상까지 본뒤 사원으로 뽑는다니, 지원자들의 얼굴에서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 관상은 얼마나 적중됐을까도.

 

'관상'은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시간 상으로 보면 시나리오로 먼저 씌여지고, 영화로 만들어진 뒤 이렇게 소설로 출판된 모양이다. 시나리오 작가와 소설을 쓴 작가는 달랐지만 '관상'이 요즘 말하는 원소스 멀티 유스( One Source Multi Use ) 으로 활용된 것이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흥행 스코아가 좋은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소설만 봐도 충분히 그럴만 했다. 관상이란 소재를 세조의 왕위 찬탈과 연결지어 몰입감 있고 흥미롭게 끌어가는 데 성공했다. 관상에 기반해서 '계유정란'에 접근한 것만 해도 충분히 색달랐고, 꽤 성의있게 관상에 대해 공부하고 집필한 듯 해 명함으로만 관상으로 내세우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 상 생략해도 될 법한 군더더기가 좀 많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기본적으로 '관상'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고,주제를 끌어가는 필력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도 읽는 동안 내경에는 송강호씨가,수양대군에 이정재, 김종서에 백윤식씨가 대입돼 머리 속에서 움직이고 이 대목에선 이런 표정을 지었겠구나 상상이 됐다. 아무래도 영화가 먼저 나온 다음에 소설을 읽게 되는 경우 이렇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영화 속 배역 배우의 이미지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정말 왕후장상의 관상은 따로 있는걸까? 역적의 관상 그러니까 반골 상도 그렇고. '관상'을 보면은 관상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관상이 만능처럼 사용된다. 사람의 앞날을 점치는 것은 기본이고, 복잡한 사건의 진범을 잡기도 하고, 병을 짚어주기도 하고 혈액형 구분도 안되던 시대에 친자확인까지 해주고 있다.심지어 성기를 보는 관상까지 있었으니, 작심하고 나서면 이 '관상'으로 에로 영화를 찍어도 되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관상이 너무 여러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니, 거부감도 들었고, 너무 과한 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인간의 길흉화복이 이미 다 점지돼 있고, 그것이 얼굴이나 기타 인간이 외모에 암호처럼 표현돼 있다니. 용한 관상장이를 만나면 그 운명의 암호 코드를 해독할 수 있고,이것이야 말로 운명론 아닌가. 그래서 심기가 불편해지기도 했다.

 

미래를 궁금해하고 혹은 불안해하는 것이 인간의 당연지사이고, 그래서 점성술을 비롯해 갖가지 방법으로 미래의 성패와 존망을 내다보며 불행을 피해가고자 했다. 동서고금 모두 그랬고, 관상이란 인간의 그런 욕망을 읽어내는 한 발판이었고, '관상'에서는 복수에 대한 욕망과 수양 대군의 왕좌에 대한 욕망이 얽히고 설켜있다.

 

옛말에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고 했듯이 내경은 자신의 운명을 읽지 못했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 평상심을 잃어버리고 보고 싶은 것만 봤던 것이다. 관상장이로서는 치명적인 실수였고, 그것이 그의 운명을 파국으로 몰고 가버렸다. 인간의 미래를 읽는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피눈물을 흘려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돌이킬 수 없었다.

자신이 취한 여인이 어머니임을 알고 난 오이디프스가 스스로 눈알을 뽑고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듯, 내경 역시나 복수심에 사로잡혀 세상을 보지 못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벌하며, 눈을 자해한다. 관상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법인데..그러지 못했던 자신을 통탄하면서.

 

좋은 관상에 맞춰 성형수술을 하는 것으로 미래를 바꾸려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관상의 위력이 21세기인 현재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관상은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지 그 욕망을 읽어내고 해석하는 작업이 아닐까. 관상이란 그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꿈틀거리는 욕망에 대한 탐구였던 것이다.

'관상'에서는  여러가지 상들이 언급되고 그 상에 대한 풀이가 나오는데, 과장 좀 보태서 말하면 관상에 의한, 관상을 위한 관상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당히 집중적으로 관상에 집중해서 작품을 풀어갔고, 그런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관상'에서는 역사와 개인의 욕망 사이,그 틈을 관상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관상을 믿는 운명론에 가까운 눈으로 계유정란을 바라본다면,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하게 되는 것을 정해진 운명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관상'은 그렇게 인간의 운명, 역사의 운명론을 언급하는 것처럼 읽힐 여지가 분명히 있지만, 한편으로는 관상을 이용해서 주어진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운명 보다는 의지를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굳이 무엇이 운명이고, 어디까지가 인간의 의지가 작용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운명이냐 의지냐, 어느 쪽을 믿을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자 의지일테니.

 

그런데 끝까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정말 관상적으로 단종은 단명할 운명이었던 것이고 수양대군은 왕의 기상을 지닌 인물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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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도 통하는 동양고전 속 성어, 온고지신의 위력- 3분 고전 | 전체보기 2014-09-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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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분 고전 古典

박재희 저
작은씨앗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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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양고전이 독자들에게 각광받는가 하면 강좌나 추천 도서로 권장되고 있다. 왜 동양고전일까? 한때는 공자왈 맹자왈하면서 고리타분하다고 폄하되던 시절도 있었는데, 21세기에 오히려  그 의미와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이런 동양고전이 가진 힘은 대체 무엇일까.

나만해도 그렇다. 예전에는 동양 고전하면 케케묵은 문장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가, 나이가 들어서 동양고전의 고아함이나 깊이를 새삼스레 느낀 적이 여러 번이었다. 문장의 기교나 내용의 다양성은 현대보다는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래서 진지하면서도 한결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담백하게 다가왔다.

 

'3분고전'에서는 '논어','장자','손자병법'.'도덕경',' 주역'.'삼십육계','한서','굴원' 같은 경서나 병서 등 중국 고전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책에서 혹은 '열하일기','격몽요결' 같은 우리 고전에서 뽑은 알토란같은 문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음미하고 있다.

흔히 동양고전하면  도덕적이고 원칙적인 언급이 많지만, 병법은 아주 현실적인 방식으로 승리를 지향하는 방법을 언급하고 있어서, 인생을 잘 꾸려가고 난세를 헤쳐온 혜안과 통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0여 개가 넘는 고전 속 명구를 '역발상의 미학', '마음경영', '변화와 혁신', '역경이 경쟁력이다', '전략으로 승부한다'. 이 5가지로 범주화했다. 여러 개의 성어중 비슷한 의미를 지닌 성어를 묶는 범주화 작업과정에서  고전 사회와 현대 사이의 간극, 그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혁신이고 역발상이 아닐까 싶었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위기에 대처하고,마음을 다스리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결실을 거두기까지 비젼을 갖고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격려까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짧지만 지혜가 깃든 삶의 태도를 일러주고 있다. 별다른 말이 아니고 다분히 원칙적인 말이지만, 역사의 실제 인물에 담긴 이야기로 전해져서 그런지 더 와닿는다고 할까.

'논어'에 나온 '불천노(不遷怒)'- 남에게 화를 옮기지 말라, '격몽요결'에 있는 '혁구습(革舊習)' 낡은 관습을 혁파하라.를 보더라도 단 석 자인데도 오히려 구구절절 긴 말보다 짧아서 담긴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읽다보면 짧은 문구 속에 깃들여진 이야기 자체도 무척이나 흥미롭고 그 시대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시대의 간격이 체감되는데, 과학이 발달되지 못한 시대인만큼 나오는 비유도 다양하기 이를데 없다. 하늘이나 바람같은 자연에서 사냥개 토끼, 뱀 같은 동물이나 일상의 생활에서 가능한 비유까지, 기계적이지 않고 소박하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고전이 특히나 남성 직장인에게 더 수요가 많은 것은 조직생활에 대한 지혜가 깃든 전략, 비젼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덕성에 주안점을 둔 고전도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를 목적으로 한 병서의 경우에는 이기는 전략과 패배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승패와 관련한 현실적인 조언을 잊지 않고 있다. 당장 눈앞이 아닌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전략을 동양 고전을 되새김질 하면서 취하는 것이다.

 

짧으면 석자, 길어야 열자 안팎의 이 짧은 문구에서 느껴지는 웅숭한 깊이란..마치 깊은 우물에서 퍼올린 시워한 물을 맛보는 기분이다. 그 간단한 문장에도 역사에 얽힌 이야기가  곁들여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스토리 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그 비유와 은유적인 표현으로 이어져,얼마든지 그 시대에 걸맞는

시선으로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유연하다는 것이고 온고지신의 여지가 넓었다.

 

한가지 눈에 거슬리는 게 있었다. 책을 펼쳐들면 바로 나오는 이 책에 대한 각계의 찬사라고 인용돼 있는 문장들이 있었다. 책을 펴자마자 주례사처럼 찬사 일변도로 열거돼 있는 문구와 인명들을 접하는 것도 산뜻하지 못했거니와 읽기도 전에 책의 매력을 확 떨어뜨렸다. 아무리 봐도 사족 같아서 이 책에 인용된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태상유지(太上有之)-칭찬 받는 사람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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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에서 정적으로, 동지에서 암살로 -송현방 암살사건 | 전체보기 2014-09-1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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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송현방 암살 사건

박은숙 글/김창희 그림
스푼북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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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책을 종종 본다. 요즘 어린이들 책은 어른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높은 책도 많거니와 편집이나 기획이 참신해서 볼만하기 때문이다. 덤으로 인문학이니 뭐니 굳이 무게잡지 않고 어린이의 눈높이로 돌아가 읽는 여유를 누릴 수 있기도 하다.

 

'송현방 암살사건'은  잘 알려진대로 1398년 정도전이 이방원 일파에게 죽음을 당하는  사건을 미스테리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역적으로 취급되던 정도전이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정몽주 등의 고려에 충성을 바치고자 했던 인물과의 관계, 이성계와 이방원을 만나 조선을 건국하고, 건국 뒤 하륜과의 견해 차이등  여말 선초 동안 벌어진 일들을 한꺼풀 한꺼풀 드러내고 있다.

널리 알려진 사건이지만 어린이들에게 조선의 건국에서 정도전이 한 역할을 추리기법으로 전해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집중하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당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정몽주, 정도전, 이방원, 하륜 등 당대 인물을 통해 그들의 취한 노선을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 제목의 '암살'이란 단어는 꽤나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이 책을 읽을 때에 어른인 나로선 어린이의 눈높이와 정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보고 있지만 그 반대로 어린이 눈에는 이런 어른들의 세상이 어떻게 비춰질까. 정치야 말로 가장 어른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절친에서 정적으로 또 건국에선 뜻을 함께 했지만 그 뒤에는 이견으로 갈라지는 상황을, 결국 정치적 노선때문에 암살까지 저지르는 상황에 대해 어린이들은 얼마나 받아들일까, 이해할 수 있을까.

역사속 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선과 악이 대립하고 마침내 선이 이기는 이야기쯤으로 받아들일까. 아니면 정확하게 저들 노선의 차이를 알면서 그들의 정치적 선택을 따져가면서 그 선택의 결과와 역사의 흐름이라는 큰 줄기 속에서 바라볼까. 후자의 경우라면 역사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의견을 가진 어린이일 것이다.

 

나는 어땠는지,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봤다. 그때는 정도전이 나쁜 쪽의 이미지가 강해서 지금처럼  신권을 강조했다는 것이 부각되지도 않았고, 조선 건국에서 조선의 방향이나 한양을 설계한 인물이라는 점을 알지도 못했다. 정도전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악의 시선으로 정도전을 바라봤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엔 어린이  책이라고 해도 대체적으로 누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간략하나마 전달해주려고 하고 있다. 

 

'송현방 암살사건'에서도 절친에서 정적으로, 또 함께 조선을 열었지만 다시 갈라지고 마는 그 이합집산의 과정을 일러주고 있다. 정치와 권력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암살'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목숨까지 뺏고 빼앗는 권력의 죽고 살기 식의 비장함과 무서움이 풍겨지기도 했다.

하지만,당시 정도전이나 정몽주, 하륜, 이방원은 모두 목숨을 건 선택을 한 것이고, 누구의 선택이 현명했는지, 또 왜 실패했는지, 그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으로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는 과정을 조금씩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친구와 등을 졌다고 배신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 역사란 이렇게 많은 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으로 이루어지고 발전해 온 것임을 어린이들에게도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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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모델, 현재 지식인의 갈길을 일러주는 중국 선비-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 | 전체보기 2014-09-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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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

쑨리췬 저/이기흥 역
인간사랑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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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대 선비들의 생활사'의 표지 속 고대 중국 선비를 보면서 참 여유롭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상하의가 붙은 심의를 입고, 수염이 길고 두건으로 머리를 맨 모습에서 고대 선비들의 복장을 알 수 있었고 거문고를 타고 있는 모습에서 선비들이 여흥을 어떻게 즐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고대에서부터 있었을 정도로, 선비가 그렇게 오래 전부터 존재했었나? 그렇지 않아도 선비하면 공자왈 맹자왈 찾으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윤리를 고집한다는 선입관이 없지 않았는데. 고대라니 그 존재의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된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선비의 존재가 오래됐고, 그만큼 그들의 의식이나 생활방식은 중국의 지적풍토에는 물론이고 동양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

 

중국 선비들은 역사에 대한 사명감과 우환의식(憂患意識)을 갖고 있어서 사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히 뜨거웠다. 문제는 이 참여가 관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선비의 숫자에 비해 진출할 수 있는 관직이 극히 적어서 이 선비 대부분은 요즘으로 치면 백수 신세를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 표지 속 선비들처럼 여유롭게 거문고나 음률을 즐기면서, 자신들의 열정을 다스리며 살아야 했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책 속에 이백, 두보, 소순 , 도연명, 백거이 등등 우리가 그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문장가들이 쭉 등장하다 보니,'선비'라기보다는 시인, 서예가, 문장가 등 당대의 예술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비는 독립된 계급이 아니었다. 관리와 민간인 사이에서 위 아래로 다 통할 수 있었던 존재였다. 선비계층이 성립됐던 시기는 전국시대였다. 그야말로 사회가 요동치고, 정치 투쟁이 복잡했던 시대였으니, 선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선비들의 목적은 과거 급제를 통한 관직 진출이었다. 관직에 진출하려니 과거를 거쳐야 하고, 과거를 통해 등용되자면 유교 경전을 기본으로  한 독서와 학습은 평생 놓을 수 없는 과제였다. 선비와 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문화적 욕구와 정서적 욕구를 시와 그림, 음악, 바둑으로 발산하고 채워가는 동시에 이런 활동은 선비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고 취미가 됐던 것이다. 직업적으로 예술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이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선비들이 예술가의 역할을 담당했고 문화적 향수자와 생산자를 겸비하게 됐던 것이다.

 

이 책에서 선비로 언급된 인물들 다수가 당대의 문장가이자 서화가라는 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급제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으니 관료로 등용되기도 그만큼 어려웠던 시대였다. 대다수  선비들은 사회 참여의 기회가 봉쇄될 수 밖에 없었고,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선비에게는 독서와 거문고, 그림, 서화 등은 문화적, 정서적 욕구를 달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그 오랜 역사, 시대를 개괄해서 선비라는 존재를  통시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여간 방대한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대 선비의 생활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동양의 고대문화의 흐름을 살펴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거론되는 면면들이 워낙 당대의 문인이나 그림과 서예에 조예가 뛰어나고 걸작을 남긴 인물들이  많았다. 또 당대의 학문과 문화의 흐름을 주도해나간 인물이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선비는 조선시대 선비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 그들이 남긴 정신적, 학문적 문화적 유산들은 높은 수준을 과시하고, 지금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또 여러 왕조와 시대를 거치는 동안 유학을 바탕으로 현실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선비 정신의 기본은 변함이 없다.  이런 점은 현실에 참여하고 사회적 비판과 발언을 아끼지 않는 현대의 지식인의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선비의 존재에서 지식인의 역할이나 관료들이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경제활동과 분리돼 있었던 즉 노동에서 벗어나 있었던 그들의 생활 방식 등 선비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냉철한 비판 또한 병행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유교를 기반으로 한 문화 전체에 대한 냉철한 성찰을 의미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특히나 과학에 대한 경시나 부정부패가 심한 관료들의 행태는 봉건성을 탈피하지 못하게 된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회는 유교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가하면 과학의 발달도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사회는 다변화되고 있다.이러한 시대와 사회에 선비문화와 선비정신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인지, 미래지향적으로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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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5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