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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9 개설

리드나우 레터
무게 - 2021. 2. 22 | 리드나우 레터 2021-02-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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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더 무거워야 돼.

 

문예 창작에 심취해 있던 시절 은사님께 들었던 말입니다. 이 한마디는 제게 한동안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희망이 용기를 주었습니다. 텅 빈 화면을 마주칠 때마다 느껴지는 압박감과 자괴감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지금의 괴로웠던 시간을 보상 받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엉덩이 무게를 꾸준히 기르며 글을 쓰면 언젠가는 작가님 소리 정도는 듣고 살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을 거치며 필드 경력을 쌓고 나서 생각해보니, 엉덩이 무게만 기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기야,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엉덩이 무게만으로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고 인기도까지 결정된다면, ‘유명’까진 아니어도 ‘저명’까지는 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무명’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특정 상황 또는 사건이 반복되면 특정 책을 꺼내 읽는 버릇이 있습니다. 글에 대한 사고가 머리를 어지럽히는 걸 보니,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다시 읽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엉덩이 무게 하나로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 살던 젊은 작가 지망생에게 아주 좋은 멘토였던 이 책이,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천국으로 가는 거룩한 계단을 놓으려면 그저 망치 하나 들고 멍하니 서 있어서는 안 된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놓고 싶다면 망치를 들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 과정에선 또 다른 도구나 자재가 필요하겠지요. 그렇게 계단을 놓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활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많은 것들이 변해 있을 겁니다. 우리의 시야는 계단을 놓느라 사용할 수 있게 된 도구나 자재의 종류만큼 넓어져 있을 겁니다. 목적지가 머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 어쩌면 이미 목적지에 도달한 후일 수도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바라보니,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망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듯 엉덩이 무게만 기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 단순한 사실을, 오랫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어쨌거나, 결과만 놓고 보면 글과 책으로 인해 먹고 살고 있으니 절반은 성공입니다. 아직은 작가라는 호칭을 달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가 올 겁니다. 엉덩이 무게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제 다른 무언가의 무게를 길러볼까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찾아내면 꼭 전하러 오겠습니다.

 

저는 이제, 좀 일어나서 움직여야겠습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저/김진준 역
김영사 | 2017년 10월

 

eBook팀 홍혜은 (heho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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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 – 2021. 2. 15 | 리드나우 레터 2021-02-15 09:08
http://blog.yes24.com/document/1384699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리드나우 레터'의 첫인사를 어떻게 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랜선 세상에서 자기 이름을 공개하며 글을 쓰다니 아이디 공개도 꺼리는 제겐 낯선 도전입니다. 하지만 이 레터는 말미에서 꼭 이름을 공개해야 하더군요. 그래서 어차피 공개할 이름, 글감으로 써먹어 보렵니다.

 

흔한 이름을 가진다는 건 생각보다 피곤한 일입니다. 저는 어디에나 비슷한 이름이 많은 이름을 가졌습니다. 가운데 글자가 '지'거든요. 읽자마자 생각한 이름 3개 중에 제 이름이 있을 겁니다. 이 글의 말미에서 밝혀질 이름이니 그때까진 사소한 재미를 위해 지O라고 표기하겠습니다.

 

호명될 때마다 고민해야 하니 영 번거롭습니다. "저요?" "아니. 지X." 이런 대화를 살면서 몇 번이나 했는지. 비슷한 이름도 많은데 같은 이름을 만나면 더욱 떨떠름합니다. 타인을 제 이름으로 불러야 하니까요.

 

같은 이름이 어쩌면 기분 좋은 인연일 수 있다는 생각은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떠올랐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아는 지O 중 가장 좋은 지O를 만나고 나서 말이죠. (아부성 발언이라고요? 그는 다른 곳으로 떠나고 없으니 오해는 마십시오.) 이름만 같고 역량이나 성격이 전혀 다른데도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얼마 전 이런 기분 좋은 인연을 더욱 사랑스럽게 묘사해 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 '셜리'들만 가입할 수 있는 '더 셜리 클럽'에 가입한 설희가 주인공입니다. 셜리의 집에 초대받은 셜리가 셜리를 만나는 이야기지요.

 

앞으로도 저는 지O들을 만나게 되겠죠. 이 이름을 가진 자들의 숙명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설렘과 기대를 안고 낯선 지O들을 기다립니다.

 

 

더 셜리 클럽 -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저
민음사 | 2020년 09월

 

eBook팀 박지현 (jihyun@yes24.com)

 

 

p.s. 제 이름을 맞히셨나요? 월요일부터 적중률이 좋으시군요. 운 좋은 한 주가 되실 겁니다.
p.p.s. 다른 이름을 떠올리셨나요? 친구 중 지영, 지혜, 지윤이 있나 보군요. 제 적중률은 어떤가요?
p.p.p.s. 이 추신은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에게서 배웠습니다. 정말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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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 2021. 2. 8 | 리드나우 레터 2021-02-08 09:42
http://blog.yes24.com/document/1378953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새해를 맞이하면 늘 새로운 다짐과 함께 하게 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2월쯤 되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고민들 중에는 올 해 새롭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마다 약간은 울적해지고, 외로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주위의 사람들도 머물다가 떠나고, 그만큼 저도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 유독 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올 해 2월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마냥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기에 그 애잔함으로 인생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열 살이었던 모모는 어느 날 자신이 사실 열네 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존재한 줄도 몰랐던 여러 번의 계절을 단숨에 지나온 것처럼 나이를 먹어 버리고 맙니다. 사랑받고 사랑한 기억이 없는 계절은 도무지 기억해낼 수가 없었기에 모모는 정말로 자기가 열 살인 줄로만 알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큰 덩치 덕에 어딜 가든 눈총을 받을지라도 말입니다. 

언제나 '삶'을 바라보며 담담하거나 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모.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어요?'
모모와 로자 아줌마는 어떻게 만나게 된 사이든, 어떤 방식으로 그 관계가 지속되든,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존재를 원하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받으려고 합니다. 비참하고 끝도 없는 삶의 늪 속으로 가라앉아 가지만 그래도 그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함께 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기억해내는 것 만으로도 견딜 수 없이 잔인한 삶이 때로는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것'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었을까요? 이야기는 계속해서 삶과 사랑의 필수 불가분적인 관계를 드러냅니다.

모모와 로자 아줌마. 그리고 모모가 만난 사람들. 죽음을 앞둔 은둔자든, 어마어마한 부자든, 하루만 살 것처럼 날뛰는 그 누구일지라도 남몰래 초조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한 번의 미소와 관심을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대한 축제나 불꽃놀이처럼 맘 놓고 즐기기에도 모자라지만 자신에게만은 모질고 변덕스럽게 다가온 '자기 앞의 생'. 모모는 그럼에도 버텨내고, 살아갑니다. 자신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나은 삶을 살고 그토록 애달프게 바라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보며 열등감에 어쩔 줄을 모를 때도 있지만, 모모는 자신의 인생을 저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또 살아갑니다. 부러움에 바닥을 뒹굴기도 하고 삐딱한 마음에 눈 앞의 것들을 쓰러뜨리고 침을 뱉을지라도 어찌 됐든 모모는 비록 누추하긴 해도 자신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드러나는 밝음과 어두움은 눈 앞에 주어진 일생에 그 나름대로의 무늬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모모를 보며 어떤 상황에서도 눈 앞의 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어찌 됐든 사랑이라는 것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 해도 헛된 기대들로 오히려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을 주고 받을 사람이 내 곁에 있어준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어둑해진 마음을 밝혀주고 계속 해 나갈 수 있게 해줄 희망만큼은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eBook팀 송지원 (jwsong@yes24.com)

 

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 저
문학동네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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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리얼! - 2020. 8. 31 | 리드나우 레터 2020-08-3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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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축구, 농구, 배구. 국내에 프로리그가 있는 4대 구기종목입니다. 사실 이 네 종목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구기 종목들입니다. 각 종목 모두 나름의 재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농구의 경우 특이한 게 다른 종목들의 특징을 골고루 가지고 있습니다. 선수 간 신체 접촉이 있고 시간 제한이 있다는 건 축구와 같고, 스코어가 많이 나고 겨울철 실내 스포츠인 점은 배구와 한 묶음입니다. 가장 큰 스포츠 시장인 미국에서는 야구와 함께 4대 프로리그(나머지 둘은 미식축구와 하키)를 형성합니다.

 

보통 같은 실내 겨울스포츠인 배구와 비슷한 점이 많을 거 같은 농구지만 따지고 보면 축구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앞서 언급드린 대로 비교적 간단한 룰에 선수 간 신체접촉이 있는 점도 그렇고 공수전환이 매우 자주 일어나 체력소모가 많은 점도 비슷합니다. 야구나 배구에 비해 이른바 스타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감독의 전술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종목별로 감독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려면 감독의 연봉을 보면 됩니다. 축구와 농구 감독의 연봉이 야구나 배구 감독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축구처럼 일반 대중들이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 농구가 갖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별다른 장비나 기술이 없어도 공과 골대만 있으면 어디서나 할 수 있고 같이 할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재미있는 공수 대결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같이 할 사람이 없어도 혼자서 이것저것 연습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공으로 하는 단체종목이면서도 진입장벽이 정말 낮다는 것이지요 스타 플레이어들의 화려한 개인기나 빠른 공수전환 등 보는 재미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모든 스포츠 통틀어 최고의 스포츠 스타는 마이클 조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여러 재미와 매력이 있다보니 관련 컨텐츠들도 여럿 있습니다만 역시나 누구나 첫 손에 꼽는 것은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슬램덩크』일 것입니다. 저를 비롯해 수많은 분들의 인생만화이기도 하지요. 농구 선수 출신이기도 한 이노우에는 『슬램덩크』 완결 이후에 또다른 농구 만화인 『리얼』을 발표합니다. 휠체어 농구라는 특이한 소재로 젊은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려낸 작품인데 이노우에 본인은 『슬램덩크』보다 더 애챡을 가진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전히 제 인생만화는 『슬램덩크』 입니다만 『리얼』을 보면서 『슬램덩크』와는 또다른 재미와 감동을 맛봤습니다. 『슬램덩크』를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무조건 소장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슬램덩크』도 어서 eBook으로 출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Book팀 박수호 (psh4039@yes24.com)


[고화질묶음] 리얼(REAL) (총14권/미완결)

이노우에 타케히코 저
대원씨아이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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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연애! - 2020. 8. 24 | 리드나우 레터 2020-08-23 20:26
http://blog.yes24.com/document/1290733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이기호는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그만의 유니크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신작을 내는 출판사들은 이기호만이 쓸 수 있는이란 수식을 보도자료에 붙이곤 합니다. '독특한 소재와 재기발랄한 문체를 가진 이야기꾼'이란 평가로 정리될 수 있겠는데 여기에 더해 다른 이야기꾼들이 가지지 못한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제 표현력이 부족해 뭐라고 딱 집어서 말씀을 못 드리는 게 아쉽습니다.)


재기발랄한 이야기꾼이라면 연애소설은 몇 편 있을 것 같은데, 의외인 것이 최근에 나온 신작 『누가 봐도 연애소설』이 그의 첫 연애소설입니다. 그의 커리어로 봤을 때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그만큼 더 반갑기도 합니다


읽어보니 기대대로 이기호스러움이 가득 찬 소설집입니다. 분량부터가 남다릅니다. 장편도 아니고 단편 몇 편을 묶은 소설집도 아니고 단편보다도 짧은 소설이 무려 30편이나 실려 있습니다. 등장인물들도 그렇습니다. 통상 연애소설에 등장할 만한 인물은 거의 없고 바로 옆집에 살 거 같거나 어딘가 아픈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달달한 연애담이 나오진 않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전부터 좋아하던 대학 동기를 만나 돼지갈비를 사고 전전긍긍하는 것이 달콤한 연애 스토리는 아니지요.


눈치없는 소리일수도 있지만 솔로들에겐  여러모로 힘든 이 시기야말로 연애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도 사랑할 구석도 사랑할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연애를 하고 사랑을 합니다. 코로나도, 수해도, 폭염도, 태풍도 남녀간의 사랑은 어쩌지 못합니다

eBook팀 박수호 (psh4039@yes24.com)


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저
위즈덤하우스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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