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6. 리처드 리브스 『20 VS 80의 사회』 : 민음사
먼저 이 리뷰를 읽게 될 분들 중 만약 자녀가 있고 현재 교육을 받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또한 자녀 계획이 있는 분들 역시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계층 간의 균형을 맞출 해법을 제시하고 있고, 비슷한 부류의 책들 중 지금까지 가장 예리한 시선으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평등한 세상이 올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버리는 것이 좋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계층 간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게 마련이다. 만약 아직도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선 1대99라는 프레임부터 벗어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우리는 항상 상위 1%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것을 오로지 숫자와 그래프로 분석해보면 사실 상위 1%는 언제나 열외 대상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상위 20퍼센트 중 최상위 1퍼센트를 제외한 19퍼센트는 현재 미국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마다 조금씩의 차이를 보이겠지만 미비한 수준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1대99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20대80의 계층 구분으로 상위 20퍼센트가 불평등하게 만들어가는 사회구조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인 측면의 분열은 날이 갈수록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계급은 단순히 돈으로만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력, 거주지, 문화, 친구(지인) 등 경제 수준뿐 아니라 삶의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시작에서의 차이는 결코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시장 경제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인정받는 능력의 사람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세계적인 싱크 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경제학 분야 선임 연구원이자 『20 VS 80의 사회』의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이 책의 말미에서 계급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행할 수 있는 일곱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그가 주장하는 해법의 핵심은 인적 자본 개발의 기회를 평등하게 만들어 시장에서 인정되는 능력이 보다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획된 출산을 하는 것, 가정 방문 복지 프로그램을 확충해 양육 격차를 줄이는 것, 훌륭한 교사들이 가난한 학교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사 임금 체계를 개선하는 것, 대학 학비 조달의 기회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것. 앞선 네 가지는 인적 자본 개발의 기회를 평등하게 하는 방안이며, 그 외에 세 가지는 기회 사재기를 줄이기 위한 조치에 해당한다.
부의 절반을 획득한 상위 20퍼센트가 원하는 것은 보다 노력하여 상위 1퍼센트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최대한 방어하여 나머지 80퍼센트가 상위 20퍼센트로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보다 평등한 사회로 진입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그렇다면 80퍼센트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기회와 가치를 최대한 평등하게 만드는 일이다.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는 현대 사회가 만든 불평등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불균형을 균형으로 맞춰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로 양육과 교육에 대해 꼬집고 있다. 현대의 능력 본위 시스템은 계급 장벽을 무너트리지 못한다. 오히려 유지하며 더욱더 영속화하는 메커니즘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저자는 상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중상류층이 반경쟁적인 기회 사재기를 통해 점점 더 기회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넓어진 계층 간의 격차는 상위 20퍼센트를 보다 안전한 지대로 옮겨줄 것이고 더 탄탄한 보호벽으로 감싸 줄 것이다.
우리의 자녀가 이 땅에 스스로 설 때면 지금 보다 훨씬 계층 간의 격차는 벌어져 있을 것이고 불평등의 간극은 더 벌어져 이미 균형을 잃은 상태일 것이다. 자녀 문제를 떠나서라도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20 VS 80의 사회』에는 불평등하고 불균형한 우리의 사회가 드러나지만 아직은 해 볼만한 여지가 있는 사회로 표현되기도 한다. 반드시 기억하자, 균형을 무너트리는 것은 상위 20퍼센트의 일이지만, 평등을 되찾는 것은 80퍼센트의 몫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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