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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읽고 | 2020-10-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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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판본 페스트

알베르 카뮈 저/변광배 역
더스토리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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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춥고 두려웠던 2월, 불안에서 나를 건져올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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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X년 프랑스 오랑. 신과 인간을 시험하는 비일상적인 일련의 사건들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바닷가 마을에서 시작된다. 4월 16일 아침, 마을 의사 베르나르 리외가 병원 건물 계단 복도에서 발견한 죽은 쥐 한 마리는 마을을 죽음의 공포와 불신, 도피적인 향락으로 몰아넣는다.




"페스트 사태를 공표하라. 도시를 폐쇄하라."

- 페스트 1부에서


  2020년 2월. 머지않아 종식될 것처럼 보였던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대구 신천지 모임으로 인해 폭증하고, 모두가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얼어붙어 있을 무렵이었다. 약국에 줄을 서도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던 10대의 학생이 면역기능 이상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우리 시민들이 겪은 페스트의 첫 단계는 귀양살이였다." 

- 페스트 2부에서


  그 당시 나는 잠시 일을 쉬고 있을 때였다. 주중에는 출근할 일이 없었고, 주말에는 무서워서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뉴스와 SNS를 보며 새로운 소식에 일희일비했다. 불행은 다행보다 발이 빠른 법이어서, 괜찮은 날보다 괜찮지 않은 날들이 더 많았다. 나는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고,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나는 전염병이 아니라 불안이 나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하찮은 우상들이 낮게 내리누르는 하늘 아래 생명이 없는 교차로에서 으스대며 서 있었다." 

- 페스트 3부에서


  지역 카페에서 방역 봉사자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지역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주말 이틀 동안 오후 3시에서 밤 11시까지, 기차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체온을 재는 일이었다. 기차는 30분에 한 대 정도 들어왔다. 대기 시간이 길고 밤이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약속 시간에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다른 봉사자들은 이미 와 있었다. 우리는 3인 1조로 일했다. 한 명이 줄을 세우고, 다른 한 명이 체온을 재고, 마지막 한 명은 인원 수를 체크했다. 승객은 많지 않았다. 짧으면 5분, 길어도 10분이면 발열 체크는 끝났다. 남은 시간, 우리는 무릎담요를 덮고 전기난로를 쬐며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통성명과 짧은 대화 후, 자연스레 침묵이 감돌면 우리는 각자 묵묵히 책을 읽었다. 나는 책을 준비해 오지 않아 잠시 멀뚱멀뚱 웹서핑을 하다, e-book 어플을 깔고 '페스트'를 다운로드 했다. 이틀 밤, 나는 기차가 도착하면 승객들을 줄 세웠다. 그들이 떠나가면 자리에 앉아 '페스트'를 읽었다. 밤 11시가 될 때까지 그 두 가지를 반복했다. 길고 추운 밤이었다. 



"원하시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동맹입니다. 함께 그것들을 겪고 함께 싸우고 있죠.” 

- 페스트 4부에서


  어느 봄, 이유도 없이 (또는 신만이 아실 이유로) 페스트가 오랑 시를 덮친다. 페스트는 처음에는 쥐떼를 죽이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가 사람들을 무차별로 학살한다.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절망하는 다수의 시민들을 배경으로, 의사 리외와 떠돌이 타루, 공무원 그랑, 기자 랑베르, 신부 파늘루 등 제각각 다른 목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페스트와 싸운다.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죽음과 패배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긴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올까? 새벽이 찾아왔을 때, 그들의 소망은 이루어져 있을까?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 칭찬해야 할 것이 더 많다." 

- 페스트 5부에서


  그 이틀 밤은 나를 불안에서 건져올렸다. 좋은 사람들만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승객들의 감사 인사와 불안을 공유하는 표정에서 힘을 얻었다. '페스트'를 읽으며 나는 리외였고, 타루였고, 그랑이었으며, 랑베르이기도, 파늘루이기도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코타르에게서 내 얼굴을 발견하기도 했다.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근거 없는 희망과 섣부른 절망이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 알베르 까뮈는 전염병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책 서두에 인용된 대니얼 디포의 문장은 '페스트'가 전염병이 아니라 인류를 위협하는 폭력의 한 형태(흔히 '전쟁'으로 해석된다)를 상징함을 시사한다. 수십년 후, 전쟁보다 더 무서운 감염병이 '그가 묘사한 바 그대로' 전세계를 휩쓸게 될 줄은 까뮈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글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될 수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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