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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폭풍처럼 무언가가 지나가고 나서야 | 2022-11-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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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저/황유원 역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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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을 위할 수밖에 없는 존재니까요. 온화하고 관대한 사람은 군림하려 드는 사람에 비해 좀 더 정당하게 이기적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본문 159쪽)

 

  이 소설에 몰입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선 듯 보이는 사람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강자나 학대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증오심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를 볼 때 시청자가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특히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를 볼 때 더 그렇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보다 인간의 삶을 훨씬 깊게 들여다보고 통찰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인 소설가, 그러니까 에밀리 브론테는 독자가 이 소설책을 읽을 때 좀 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끔 했다.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엔 감정이 복잡해지고, 어떨 땐 책을 놓고도 여운이 급하게 가시질 않는 경험을 한다.『폭풍의 언덕』을 읽고 나서도 그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떤 등장인물을 쉽사리 좋아하거나, 쉽사리 미워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이 복잡했다. 아무리 악인이어도 그의 삶을 과거로 되짚어 나가면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다 있었으며,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받아들이면서 함부로 그 사람을 미워하기가 어려웠다. 

 

  겉보기에 비교적 착한 인물이나 적어도 악인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인물이어도, 어떤 면에서 따지고 보면 이기적이라고 평가할 법한 행동을 했고, 그래서 미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떤 인물이어도 한 사람의 단면만을 보고 그 사람을 바로 평가하기가 어려웠다. 좋은 소설은 어쩌면 독자의 마음에 확신을 주기보다는 시시때때로 뒤흔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만약에(IF)'라는 단어를 몇 번씩이고 떠올렸다. 

 

  만약에 워더링 하이츠의 '언쇼 씨'가 집시 아이인 '히스클리프'를 양자로 들여 자기 아이들보다 그를 더 편애하는 행동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사단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만약에 '힌들리 언쇼'가 아버지의 행동을 용서하고 히스클리프를 불쌍히 여겼더라면 히스클리프가 악인으로 성장하는 걸 막을 수 있었을까? 만약에 '린턴 히스클리프'가 어린 시절 워더링 하이츠 대신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서 살았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등등.

 

  사람이 정신병에서 멀어지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바로 '만약에'를 머릿속에 달고 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제대로 된 답은 나오지 않을 게 뻔하다. 우리는 그저 폭풍처럼 삶에서 무언가가 지나가고 난 이후에만 '만약에'를 물을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의 작은 행동이 어떤 이야기의 불씨가 될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신이 아니고서야. 

 

  소설의 결말은 상당히 의외였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거나 복잡하기만 해서 결말도 그렇겠거니 짐작했는데 말이다.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와 워더링 하이츠, 두 집에서 두루 가정부 일을 했던 '넬리 딘'은 현명한 인물로 보였는데, 그녀는 '캐서린 언쇼'에게 오만한 사람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캐서린 언쇼도 자신에겐 천국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면 오만하다는 건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는 뜻이고, 지극히 오만한 사람은 남과 쉽게 타협할 줄 모르고 자신이 세운 성 안에만 갇혀 살려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국, 소설 속에서 오만하게만 군 이들에겐 그만한 결과물이 뒤따랐다. 모두들 자신의 오만함을 조심하자, 그것도 이 소설의 교훈이라면 교훈일 수 있다. 복수심은 양날의 검과 같을 수 있다는 것까지도.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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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3 : 질투와 복수』 | 2022-11-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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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3 : 질투와 복수

에밀리 브론테 등저/황유원 등역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모집인원 : 10명 
신청기간 : 11월 17일 까지
발표일자 : 11월 18일

  

 

상세 이미지 1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의 세 번째 시즌인 ‘질투와 복수’를 테마로 하는 다섯 작품 『폭풍의 언덕』, 『동 카즈무후』, 『미친 장난감』,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밸런트레이 귀공자』가 출간되었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은 하나의 테마로 연결해 읽을 수 있는 다섯 작품을 4개월마다 출간하는 큐레이션과 시즌제 방식의 새로운 세계문학 고전 시리즈다.
흔히 복수를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 질투나 복수처럼 부정적인 감정은 그 감정이 향하는 대상에 앞서 그 감정을 품은 사람에게 독이라고. 그러니 시작도 말라고, 그만두라고, 용서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질투와 복수는 사랑의 대척점에서, 사랑만큼이나 강렬한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복수는 필연적이다. 죽음이라는 끝을 알고도 살아가듯이, 파멸이라는 결말을 알고도 멈출 수 없다. 삶이 죽음만을 남기지 않듯이, 복수 역시 그 여정을 통해 많은 것을 남긴다.
『폭풍의 언덕』은 비참함에서 비롯한 잔인함을 그린 대표적인 복수극이다. 주인공 히스클리프를 비롯한 인물들은 저마다 증오와 복수심에 휩싸여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지만, 폭풍에도 휩쓸리지 않은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무력화한다. 『동 카즈무후』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남편의 회고록으로, 질투와 의심으로 써 내려간 문장들 속에서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골라내는 묘미가 있다. 『미친 장난감』은 다른 작품과 달리 특정한 누군가를 미움과 복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주인공을 좌절시키는 것은 개인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 그 자체다. 언뜻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엔 가장 높은 온도의 파란 불꽃을 품고 있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스릴러로, ‘살인으로 복수한다’는 분명하고 자극적인 줄거리를 통해 인종차별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형제간의 복수를 그린 작품으로, 엇나간 지배욕과 강박관념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형제의 모습이 한 시대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3의 테마는 ‘질투와 복수’다. 가슴 한구석에서 조용히 타오르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한 불길로 번져나가는 이야기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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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나에게 있어 모비 딕은 무엇일까? | 2022-10-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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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비딕

허먼 멜빌 저/레이먼드 비숍 그림/이종인 역
현대지성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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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책장에 꽃힌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책은 고래에 관한 동화가 아닐까? 그런데, 동화치고는 책이 두꺼우니까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아무래도 소설에 대한 사전 지식도 전혀 없었던 데다가 책 표지에 그려진 삽화를 보고 막연하게 동화일지도 모른다고 착각했나 보다.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냥 동화도 아니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아니다. 

 

  이 소설의 화자인 '이슈메일'은 생의 권태와 우울에 찌들 때 배를 타고 바다로 간다고 했다. 그는 '에이해브'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몸을 실었다. 그의 소울메이트인 '퀴케그'와 함께. 퀴케그는 뉴질랜드 원주민의 두개골을 꿰어가지고 팔러다니는 야만인이다. 허먼 멜빌은 실제로 포경선 선원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때 식인종과 친분을 맺은 적도 있다고 한다. 문명인과 식인종이 소울메이트가 된다니 기막힌 이야기가 아닌가. 

 

  허먼 멜빌은 『모비 딕』을 통해 문명화 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야만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에 비하여 도덕적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라는 비판을 한다. 소설에 이런 문장이 있다. 다가오는 기근에 대비해 말라빠진 선교사의 시신에 소금을 쳐서 지하실에 보관한 피지족이, 거위를 땅바닥에 못박아놓고 그 간을 비대하게 만든 다음 요리해서 파테드푸아그라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서 먹는 문명화되고 개화된 미식가들보다 최후의 심판 날에 좀 덜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본문 382)

 

  저자는 소설에서 야만인을 무시하는 문명인, 흑인과 유색인종을 핍박하는 백인, 심지어 이교도를 천대하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는데, 당시 미국 사회에서 그의 소설이 논란 거리가 되었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소설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선량한 야만인이 내게 세상을 되찾아 주었다. 그는 무심하게 앉아 있었고, 그런 무심함은 문명의 위선과 달콤한 기만이라는 걸 아예 모르는 그의 천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본문 92)

 

  여기서 야만인은 퀴케그를 말한다. 때로는 무심함이 얼마나 큰 친절이 되는가. 선량한 눈빛으로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고 거기서 벗어나면 조언하고 충고하길 좋아하는 문명인들의 삶 속에서 때로는 자유를 찾고 싶을 것이고, 그런 때 퀴케그 같은 이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된다. 야만인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물론 그들에 대한 두려움 밖에는 느낄 수 없겠지만. 우리는 어쩌면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야만적이라고 말해버리는 건 아닐까.

 

  에이해브를 따라 피쿼드호에 몸을 실은 수많은 선원들의 목표는 질 좋은 경뇌유와 고기를 제공하는 향유고래를 잡는 것이다. 그런데, 에이해브의 속내는 그들과 다르다. 향유고래 중에서도 악랄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모비 딕'을 잡으려 한다. 이슈메일은 에이해브 선장을 모비 딕이라는 거대한 악에 사로잡힌 편집광이라고 칭한다. 도대체 모비 딕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바로 허먼 멜빌의 소설을 풀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슈메일과 에이해브의 정체, 문장 속에 숨겨진 다양한 알레고리를 파헤치는 일도 중요하다. 

 

  이봐, 눈에 보이는 대상은 모두 판지로 만든 가면 같은 거야. 하지만 어떤 경우든, 특히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정한 행위 속에서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비합리적인 가면 뒤에 있던 합리적인 것이 모습을 드러내지. 무언가를 치려고 하면 바로 그 가면을 쳐야 하네. 죄수가 감방 벽을 부수지 않으면 어떻게 밖으로 나올 수 있겠나? 나에게는 흰 고래가 바로 그런 벽일세. 아주 가까이 다가선 벽 말이야. (본문 220)

 

  에이해브 선장의 말이다. 나에게 있어 벽(흰 고래, 모비 딕)은 무엇일까? 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그것의 이면이 어찌되었든 나에게 해가 되고 좌절을 안긴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극복해야 한다고 에이해브 선장은 생각했다. 나에게도 벽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벽과 마주하게 된다. 허먼 멜빌은 그것을 거대한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 즉 모비 딕으로 상징화하였다. 저자가 화자로 내세운 이슈메일은 포경선에서 생활하며 일어나는 일들에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들을 부여한다. 

 

  바다를 항해하고 고래를 잡는 일은 그에게 있어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비유인데, 허먼 멜빌의 소설이 갖가지 비유와 암시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저자나 역자의 주석이 아예 없는 상태라면 소설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현대지성'에서 나온 『모비 딕』은 역자의 친절한 주석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가 컸다. 피쿼드호의 한 선원은 모비 딕 잡기에 미쳐버린 선장에게 '에이해브는 에이해브를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충고한 바 있다. 

 

  그 말은 어떤 큰일에 앞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도 되겠고, 선원들이 모두 에이해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에이해브들'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일종의 충고일 수도 있다.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도구는 인간이라는 문장을 소설에 담아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포경선에 몸을 실은 이들의 목적과 야망이 모두 같지 않고, 그들의 그릇이 모두 같지 않으며, 그들의 삶의 방식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 배에 몸을 실은 동료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에이해브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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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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