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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욕망의 크기와 고통의 크기 | 리뷰모음 2020-07-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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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티 픽션

조남주,정용준,이주란,조수경,임현,정지돈,김초엽 공저
한겨레출판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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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남주 - 「봄날아빠를 아세요?」


  서울에서 한번도 살아본 적 없고, 서울에 잘 가지도 않는 나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가 신기하다. 얼마 전에 서울의 '은마아파트'를 지나쳐가면서 평범해보이는 아파트지만 위치 때문에 무척 비싸겠다고 예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 검색해본 실거래 가격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조남주 소설가의 「봄날아빠를 아세요?」는 서울의 비교적 부유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내가 부동산이나 자녀 사교육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조남주 소설가께서 이야기를 매끄럽게 잘 풀어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던 게 아닐까 싶다. 


  용근은 여전히 서영동에 산다. 여름에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사람들이 집을 보러 왔다. 일주일에 오천씩 호가를 올렸다. 한번은 거의 계약까지 갔는데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어 계좌를 알려주지 않고 오천을 더 올렸다. ,…(중간생략)…, 아내는 욕심 그만 부리라는데 용근은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8월 말의 실거래 정보를 보면 지금 내놓은 가격에도 거래가 될 것 같다. 분명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인데 내 것이었던 것 같다. 빼앗긴 것 같다. (본문 43쪽)


  도시인의 욕망과 자연과 가까이 사는 사람들의 욕망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서 좋은 것들을 누리며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서울의 어느 동네에 자기 집을 한 채 마련하는 게 꿈인데, 자기가 그토록 들어가고자 했던 방의 문을 두드렸을 때 그 안에서 보게 되는 것, 듣게 되는 답은 무엇일까. 조남주 소설가의 「봄날아빠를 아세요?」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간접적으로 제시해주는 듯했다. 그 안에는 누군가가 원했던 꿈의 실체보다 더 화려하고, 더 좋아보이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더 큰 꿈을 품게 만들 것이다. 


2. 정용준 - 「스노우」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1995년, 서울에 강도 6.5의 지진이 일어나서 서울이 쑥대밭이 되고 종묘도 불탔다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정용준 소설가는 써냈다. 종묘는 임진왜란 당시 소실된 적이 있다고 하지만 후에 중건하였고, 시간이 흘러 증축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이도'는 종묘가 불타서 사라졌는데 복구 작업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사무원들은 서류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불만에 가득 찬 인물이다.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이 전통을 등한시하는 모습에 치를 떤다. 그는 종묘에서 일하면서 진심으로 종묘를 아낀다. 


  서유성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평소보다 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영혼'이라고 말했다. 이도는 그 말이 간지러워 농담으로 희석시키고 싶었지만 서유성의 음성에 실린 감정이 너무 진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본문 79쪽)


   영혼은 만질 수 없고 평소에 잘 볼 수가 없어서 공허한 것이다. 실체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쉬운 영혼. 어쩌면 전통이란 말 속엔 조상들의 영혼도 내포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로는 모두들 중요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중요하게 여기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영혼이 깃들었다고 믿는 문화재를 잘 보존해야 한다. 눈에 보일수록 중요하게 여길 수 있으니까. 없는 걸 두고 있다고 여기면서 자긍심에 찬 모습은 내가 상상해봐도 허무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사람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3. 이주란 - 「별일은 없고요?」


  제가 좀 재미가 없죠. 

  어떤 스님이 그러시는데 재미없게 사는 게 최고라고 하던데요. 

  진짜 그럴까요. (본문 134-135쪽)


  이주란 소설가의 「별일은 없고요?」가 전반적으로 별다른, 호들갑스러운 사건이 없고 잔잔하게 흘러가서 자칫하면 재미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소설이다. 서울에 살던 수연은 아랫집에 불이 난 뒤로 어쩐지 무서워져서 엄마가 혼자 사는 원룸으로 가게 된다. 화재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고 수연에겐 뭔가 다른 문제가 있어서 엄마에게 갔을 것이다. 그런데 수연이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잊기 위해서, 차분해지기 위해서 속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글을 읽는 사람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이야기로 읽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던 걸까. 


  수연이 흘러들어간 곳엔 죄다 착한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뭔가 비현실적이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 친절한 사람들,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 세상살이가 얼마나 각박한지 우리는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체감하게 된다. 그러니, 엄마가 사는 원룸이 있는 마을이 더욱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는데, 수연은 그 마을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상당히 치료 받았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잔잔하고 착하고 예쁘다. 


4. 조수경 -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중」


  서울이 정말 이런 곳인가, 하고 묻게 될 정도로 마음이 아려오는 소설이지만 도시인의 공허한 마음을 이 소설이야말로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자신이 살고있는 동네를 싫어한다. 누군가는 별다른 불만없이 살고 있거나, 오히려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 동네일텐데. 주인공은 유튜브를 통해서 부동산 강의를 열심히 듣는데, 최종적으로는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사들여서 그걸 되팔아 많은 돈을 만지고 싶은 야망에 부풀었다. 그녀가 만나는 '연석'이란 이름의 남자친구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단다. 


  연석과의 결혼을 생각한 건 그 무렵이었다. 이제는 오랜 세월을 함께 산 부부처럼 감정이 밋밋해졌지만,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점이 별로 없는 사람, 확실한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 그와 헤어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분명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가 포함돼 있었다. (본문 157쪽)


  현실은 로맨스 소설과 많이 다르다. 사랑만가지고 영영 행복하게 살았다는 건 거짓에 가깝다.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속물인 걸까. 사랑도 있지만 돈도 있어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만 보고 연석과 결혼하려 든다면 주인공은 속물이 분명하지만 그게 부차적인 이유라면 함부로 그녀를 헐뜯을 수 없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치를 떠는 동네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고, 벗어나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꿈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주인공은 꿈을 가지고 버티면서 사는 게 참으로 버겁다. 


  언제나 틈은 존재하는 법이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면 이 박사는 틈새를 찾아 회원들에게 알려주었다. 이 박사가 언근한 지역으로 회원들이 몰렸고, 사람이 몰리면 어김없이 집값이 올랐다. 카페에서는 이 박사 덕분에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화처럼 떠돌았다. 이 박사가 꿈과 불안을 동시에 팔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세상에 불안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었다. (본문 167-168쪽)


5. 김초엽 - 「캐빈 방정식」


  김초엽 소설가는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2017년에 두 단편소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한 바 있다. SF소설계의 샛별처럼,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 고백하자면 그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좋아하는 소설가께서 추천한 책이라 냉큼 도전했다가 대차게 나가떨어져버린 기억이 있다. 그녀의 글이 나빠서가 아니었고 SF소설이 내게 별로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캐빈 방정식」은 얘기가 다르다. 다소 부정적이고 삐딱한 내가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고 있었다. 


  '나'의 언니인 '유현화'는 장래가 촉망되는 과학도였는데 하루 아침에 사고를 당하고 병을 얻게 되었다. 병명은 '시간지각지연증후군'. 참으로 생소하지 않나. 소설속 현실에서만 있는, 그러니까 가상의 이야기이겠지만 읽는 동안 진짜로 그런 병이 있나, 의문이 들 정도로 빠져들게 된다. 시간지각지연증후군에 걸린 유현화 박사는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시간의 속도를 체감하면서 살아가야 했다. 무슨 이야기냐면 소설 속에 친절하게 나와 있다. 


  시간은 인간의 뇌를 통해 해석된다. 어떤 사람의 하루가 어떤 사람의 반나절처럼 흘러간다. 우리가 보는 것이 같은 빨간색일까 묻는 사람들은 있어도 우리가 느끼는 1초가 같은 1초일까 묻는 이들은 없다. 똑딱, 초침이 넘어갈 때 방 안의 사람들은 같은 1초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다른 내적 시계로 셈을 하고 있다. (본문 278-279쪽)


  언니의 내적 시계는 망가졌다. 이제부터 언니의 뇌 속에서 하루 스물네 시간은 한 시간을, 때로는 10분을 끝도 없이 늘려 놓은 것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그 외의 감각과 신체기능은 모두 정상이지만 의미가 없다. 시간 감각이 완전히 왜곡되어 있으니 외부 세계와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본문 279쪽)


  아픈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이 단순하면서도 결코 단순하지 않은 메시지가 주는 울림은 컸다. 사람들은 불안증세나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사람에게 바깥에 나가서 활동적으로 지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바쁘게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흔하게 쓴다. 정말 그럴까. 내가 겪어본 바로 시간은 약이 아니다. 좋아지는 게 아니라 고통에 익숙해진 체로 살아갈 뿐이다. 「사바하」라는 영화에서 티벳 승려가 인간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는 대사를 남기는데 나는 그 말이 참 인상깊었다. 그러니까 고통은 없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모습을 달리할 뿐이지. 이전의 고통이 없어지고 다른 고통이 생기든지, 이전의 고통은 그대로 있는데 내가 거기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버티면서 살아나가는 거다. 모르는 사람은 아픈 사람이 어떤 시간을 체감하고 사는지 전혀 모른다. 완전한 이해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 있나 보다. 사실 소설에서 그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있을까. 서로 사랑하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김초엽 소설가의 이 소설은 문학상을 받을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해버리면 부정타는 거 아닐까 싶어서 조심스럽지만.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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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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