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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늘날 우리가 논어를 다시 읽어야 할 이유 | 역사인문 2020-09-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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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논어

공자 저/소준섭 역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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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소중한 까닭은 그것이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가장 적확하게 분석하고 인간이 지향하여 나아갈 바를 가장 본원적으로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연유로 인류의 장구한 역사에서 고전이 그토록 많이 회자되고 널리 읽혀온 것이리라
-10page

오늘날 우리가 논어를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의가 상실되고 가치관이 대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동양 사회사상의 모태가 되고 기본이 된 논어를 다시금 펼쳐 흔들리는 모든 것의 뿌리를 견고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동안 논어를 오해해 왔을지도 모른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이고 다분히 이론적인 학문이자 경전으로.

거기에는 잘못된 해석이 한몫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논어>의 첫 문장인 '학이시습지'를 우리는 '배우고 때로 익히니'로 해석해 왔는데, 여기에서 '습'이란 '어린 새가 날기를 연습하다'란 뜻으로 '실천하다'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렇듯 공자의 말씀 중 해석이 잘못되어 오해하고 와전된 것들을 살펴, 이번 현대지성 <논어>편에서 말끔하게 정리를 해주었다.

공자는 일평생 '실천'을 가장 우위에 둔 삶을 살았고 '현실주의자'이며 누구보다 '인간 중심주의자'였기에 법치보다는 인치를 중시하였다.

그가 꿈꾼 도덕의 이상 사회 역시 사람을 통한 사회였다. 문득 대통령이 한 말 중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말 역시 공자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언행이 담긴 어록을 후대 제자들이 모아 편찬한 것인데 정치, 경제, 사회, 가족, 교육, 수양 등 제반에 걸쳐 인간 사회의, 인간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탁월한 실천적 교육자였던 공자는 같은 질문이라도 제자들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에 따라 답을 달리하였는데, 이는 오늘날 개별 학습의 면모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높은 책임감과 깊은 애정을 가진 위대하고도 진정한 인류의 스승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자의 수많은 제자 중 '안회'를 가장 사랑했는데 안타깝게도 요절했다. 당시 공자의 나이 71세였고 그의 죽음에 크게 슬퍼했다고 한다. ????

<논어>의 문장은 짧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다. 때문에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마음이 흔들리고 미혹될 때마다 읽어야 할 것이다. 바로 서서 삶을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 나가기 위해서.

#논어 #공자 #동양사상 #고전 #동양철학
#현대지성 #철학 #철학책 #소준섭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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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 흔글 | 에세이 :) 2020-04-1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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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흔글 저
arte(아르테)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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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흔글 작가님의 감성 돋는 위로의 글들이
아르테 카카오프렌즈와 콜라보되어
예쁜 에세이로 출간되었다.

요즘처럼 일상이 답답하고 울적할 때 짧지만
가슴에 콕 박히는 흔글 작가님의 글은
메마르고 닫힌 마음에 촉촉한 환기가 되어 주었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카카오프렌즈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한다.

모든 글들이 다 좋았지만 가장 내 마음을
움직인 글들을 적어 보며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나하나
남들이 하는 얘기를
모두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어.
나로 살아본 사람은
세상에서 오직 나 하나니까.

#냅두자
간혹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나타나
우리의 마음을 헤집기도 해.

그럴 땐 이해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는 게 좋을지도 몰라.
모든 사람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는 없어.

#방심
다 안다고 생각할수록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사람 마음.

#나답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래저래 애를 쓰다가
힘이 들어서 자주 쓰러졌어.

이젠 나은 사람보다
나다운 사람이 되려고 해.
무엇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한
나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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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살인자에게 - 김선미 ★★★☆☆ | 한국문학 2020-04-0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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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자에게

김선미 저
연담L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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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와 빚독촉에 시달리던 재만은 가족 살해 후 자살을 결심한다. 매스컴에서 '동반자살'이라는 이름의 비극으로 종종 보도되는.

아내는 죽었지만 큰아들 진혁의 예기치 못한 저항에 진혁을 놓치고 그 틈을 타 둘째 아들 진웅은 침대 밑에 숨는다. 그때 진웅의 눈에 비친 처참한 엄마의 모습... 재만은 죽은 아내 곁에서 자살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감옥에 가게 된다.

 

그렇게 남겨진 형제는 친할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마을 호수에서 한 소녀가 목숨을 잃자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명을 쓰게 된 진혁은 쫓기듯 마을을 떠나게 된다.

 

10년 후 유등축제가 한창인 어느 날, 감옥에서 출소한 아버지가 돌아왔다. 할머니의 부탁으로 다시 마을로 오게 된 형 진혁까지 죽은 엄마를 제외한 한 가족이 모였지만 모든 것이 어색하고 껄끄럽기만 하다.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유등축제 분위기와는 달리 진웅의 가족은 위태롭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돌아온 날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어딘가 이상한 형의 행동, 이미 전적이 있는 아버지까지. 진웅은 아버지와 형을 의심하는데... 이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반전에 비애적인 부성애와 씁쓸한 결말까지. 그리 유쾌하게 읽지 못한 소설 '살인자에게'. 이는 엄연한 '살인'임에도 불구하고 '동반자살'이라는 너무나 이상한 이름으로 표현되어 삶을 마감한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다가 쓰게 된 작품이라 한다. 가장으로서 느꼈을 책임감과 중압감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버지라는 한 개인의 삶은 분명 서글프고, 아프다. 그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불완전한 사회 시스템 또한 책임 없다 하지 못할 것이나, 어떤 부모도 자식의 생명과 기회를 박탈할 권리는 없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우한폐렴 (코로나19)으로 인해 실직한 영국의 한 가장이 자신의 아내와 어린 두 딸을 총살 후 자신 또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책이 생각났다. 너무나 해맑고 예뻤던 어린 두 딸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아버지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과연 아내와 두 딸은 이 죽음에 동의했을까? 아버지인 그 자신이 사회로부터 지원받지 못했기 때문에 남겨질 내 가족들 또한 그런 운명을 맞이할 것이란 생각에 죽음을 선택했겠지만, 이는 비극이기 전에 오만이고 분명한 범죄다.

 

동반자살이 아니다. 동반자살이라는 말은 모든 가족이 동의해서 함께 죽음을 택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죽음에 동의한 적이 없다. 그건 엄마도, 형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대항할 힘도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가 정한 목적에 의해 강제로 희생당한 것이다. 그렇기에 동반자살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19p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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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 | 예술과학 2020-03-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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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저/류동수 역
애플북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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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좋아하는 식물을 기본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바로 보태니컬 아트라는 것을. 배우다 보니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식물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인 식물의 삶과 그들이 처한 환경, 식물의 다양한 종류에 대하여.

애플북스에서 출간된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는 이런 나에게 많은 영감과 배움을 준 고마운 책이다. 내용도 좋지만 무엇보다 책 속 식물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다양한 삽화가 눈길을 끌었다. 추후 하나씩 하나씩 모작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저자인 안드레아스 바를라게는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이며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식물의 특성>, <환경이 미치는 영향>, <다양한 식물들>, <식물과 정원의 사소한 진실>, <정원에서 일어나는 일들>, <식물을 보살피는 올바른 방법>까지.

아무래도 이 책이 식물학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내용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어렵진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일정 부분 전문적인 내용도 있다.) 우리가 평소 식물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이나 전혀 몰랐던 사실이, 질문형식의 소제목을 시작으로 한 꼭지씩 간결하면서도 소상하게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때문에 책 전체를 다 읽을 필요 없이 내가 평소 궁금했던 점이나 호기심이 가는 부분만을 발췌해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책 읽기에 대한 부담감이 덜 하다. 심지어 책 속 식물 삽화는 눈과 마음에 힐링을 준다.

식물에 대한 호기심도 해결하고, 저자의 정원생활 경험담과 소소한 유머까지 두루 갖춘 재미있는 책이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나 역시 미처 몰랐던 사실이나 평소 궁금해했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너도밤나무는 400리터의 수분을 증발시키는 것 외에 산소도 13킬로그램 생산하는데, 이는 10명의 사람이 하루 동안 숨쉬기 충분한 양이다. 이 나무를 쓰러뜨리면 수관폭이 대략 1미터쯤 되는 어린나무 2,000그루를 심어야만 비슷하게라도 공기에 대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도 아마존 산림은 시간당 축구장 128개 넓이만큼 사라지고 있다는데, 향후 이를 복구하려면 사라져 버린 나무들의 몇 백배 아니 몇 천, 몇 억 배의 나무를 심어야만 한다는 걸까?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식물 내부에서 물은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이 메커니즘은 모세관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물 분자 각각이 서로를 붙잡아두는 응집력보다 물 분자가 관의 가장자리에 달라붙는 부착력이 더 크기 때문에 모세관의 가장자리가 물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한다. 거대한 폭포는 중력의 힘에 이끌려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지만, 식물 도관 속 그 작디작은 물기둥은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니 이 얼마나 경이로운 사실인가?

꽃 색깔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식물이 체내에 지니고 있는 수분의 산 함량에 따라 결정된다. 수소이온농도(ph) 지수가 낮아 토양이 산성이 되면 수국은 푸른빛을 내고, ph 지수가 올라가면 분홍빛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단, 수국의 분홍색이나 푸른색 빛깔을 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나뭇잎이라는 사실이다. 포엽이라고도 하는데, 이 포엽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꽃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유인 수단으론 화려하지 않은 꽃을 대신해 포엽이 단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꽃들의, 수국 나름의 생존전략일 것이다.

푸른 장미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일 뿐. <델피니딘>이라는 색소가 꽃의 푸른색을 만드는 바탕이 되는데, 장미는 태생적으로 델피니딘 색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푸른색은 우리가 동경하는 천상의 색깔이지만 가루받이를 해주는 다수 곤충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들의 겹눈이 우리 인간의 눈과는 달리 완전히 다른 컬러 차트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푸른 색조는 존재 이유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식물의 꽃에게는 없어도 되는 색이다.』 -130page

『분홍색 꽃에는 꽃꿀이 들어 있어서 곤충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푸른색 꽃은 곤충들이 방향을 틀게 만든다. 그리로 날아가는 것이 헛수고이기 때문이다. 푸른색은 이미 누군가 그 꽃에 가서 꽃꿀을 먹었고, 그런 과정에서 꽃의 가루받이를 해주었음을 의미한다.』 -50page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른 장미를 만들고 만들려는 것은, 자연에 개입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은 아닐까? 그저 태생적으로 푸른 빛깔을 가진 (수레국화, 초롱꽃 등등) 몇몇 꽃들을 보는 것으로 기쁨을 누리면 되는 것을 말이다.

조용하지만 영리하게 그들 나름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식물들. 지구상에 이들이 없다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 식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제공해 주지만 인간은 쉽게 파괴하고 또 파괴한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많은 식물들이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식물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통해 많은 궁금증이 해소되었고,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식물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덧 -) 책 속 삽화들은 꼭!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 볼 예정이다!

 

 

#실은나도식물이알고싶었어, #안드레아스바를라게, #애플북스, #교양과학, #식물, #식물학, #컬러도판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문화충전200%, #도서리뷰, #서평,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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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여름의 겨울 - 아들린 디외도네 ★★★★☆ | 외국문학 2020-03-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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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저/박경리 역
arte(아르테)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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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음과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 있는 계절, 여름. 그러나 만약 여름을 비추는 태양이 없다면 여름은 그저 여름이라는 이름만을 가질 뿐 혹독한 추위 속 찬바람만 부는 한겨울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다. 아이들이 자라 무성하게 숲을 이룰 수 있도록 양질의 빛을 제공해 주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존재, 마치 태양처럼 말이다.

 

<여름의 겨울>속 '나'와 '나'의 동생 질은 가장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여야 할 집이 그들에겐, 매 순간 살얼음 판을 걷는 것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공간일 뿐이다. 사냥과 TV, 술 외에는 관심이 없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력에 길들여져 무기력해진 어머니까지. 두 아이를 보호하고 따뜻하게 보살펴 줘야 할 태양은, 어른은, 부모는 그들의 세계엔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혹독하고 추운 계절, 긴긴 겨울만이 있을 뿐.

 

반면 '나'는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동생 질을 사랑한다. 어쩌면 추운, 이 계절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 동생 질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은 예고 없이 아이들 앞에 나타났다. 아이스크림 할아버지의 끔찍한 사고를 목도한 '나와 질. 이 생경하고도 생생한 사고는 이후 아이들의 삶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위태로운 여름의 한 가운데를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부모님이었다. 그들의 따뜻한 품 안, 따뜻한 손길, 따뜻한 숨결이 담긴 위로의 말 한마디.

 

"단지 곧 깨어날 악몽을 꾼 것뿐이라고,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단 한 마디의 말.

 

그러나 '나'와 질은 폭력과 무기력이라는 각자의 감각 속에 갇힌 부모로 인해 방치되고 유폐된다. '나'는 동생을 지키려 하지만 '나'역시 위로가 필요한 어린아이일 뿐. 결국 동생 질은 자기 자신을 잃고 해소되지 못한 두려움과 공포, 트라우마는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만다. 아버지의 전리품들이 가득 쌓여있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도 좋지 못한 환경이랄 수 있는) '시체들의 방'은 동생 '질'의 유폐 장소가 된다. 그 스스로가 유폐한. 머릿속 악의(하이에나)가 둥지를 틀고 조금씩 조금씩 질을 갉아먹어가면서 질은 아버지와 같은 잔인한 폭력의 길을 걸어간다. 주위에 희생양이 될 것들은 충분함으로.

 

'나'는 시간 여행을 결심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이스크림 할아버지의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니 최소한 그 사고를 목도하지만 않았다면 질을 내 동생 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나뭇잎 사이로 비춰드는 한 줄기 햇살처럼 빛나던 질의 눈동자, 포근하고 따사로운 질의 머릿결, 그 아이의 순수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이후 과거로의 여행이 불가능함을 막연하게나마 깨닫는 '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나'. 영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과학과 수학 두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게 되고, 챔피언과 깃털이 사는 집 아이들을 돌보면서 '나'는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는다. 폭력이 지배하는 집으로부터, 아버지의 감시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구원할 돌파구를. 하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선 늘 그렇듯 시한폭탄은 언제든 터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버지와 질, 그리고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에 '나'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냥감이 되어 참가하게 되고 크게 다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와 공포가 '나'에게서 포식자를 키워내고 '질'은 상처 입은 누나로 인해 아주 잠깐이지만 예전의 반짝이는 모습을 보인다. 같은 여자로서 어머니와는 달리 폭력의 굴레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 '나'는 공포를 삼키고 분노를 내뱉는 포식자를 앞세워 아버지에게 대항한다. 그러나 '나'의 대항은 강인한 마음과는 달리 여름날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녀 앞에 잔인하게 내던져진 삶과 죽음의 기로에 '나'는 '질'은 무기력하기만 했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상대로 고통받은 육신과 상처 입은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까?

 

두렵지 않았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열다섯 살에 내 죽음을 받아들였다. 나는 삶이 나에게 선사한 그 모든 경이로움을 보았다. 공포를 보았고,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리고 아름다움이 승리했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나는 질을 영원히 잃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270page

 

김창옥 작가님의 책 제목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실연, 사별, 이별, 수많은 고통과 슬픔을 겪어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분명 어떤 면에선 강할 거라 믿는다. 아직 어린 '나'와 질. 그 속에서 싹튼 포식자와 하이에나는 잠들지 언정 쉽게 떠나진 않겠지만, 혹독했던 만큼 차갑고 시린 시련의 계절을 결국엔 이겨내리라 믿는다. 앞으로 시작될 그들의 인생 2막에.

 

차갑고 두꺼운 땅을 뚫고 나온 맹아는 오랜 웅크림 속에서 인내하는 법을 배우고 결국엔 저항하고 저항하여 대지 위로 초록빛 얼굴을 내민다. 마치 <여름의 겨울> 속 '나'처럼. 그러다가 언젠가 그 고통의 세월이 잊힐 만큼 아름다운 꽃을 만발하겠지. 이제는 나 역시 이 어린 소녀를 보내줘야 할 것 같다. 더 넓고 넓은 세상 속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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