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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여름의 겨울 - 아들린 디외도네 ★★★★☆ | 외국문학 2020-03-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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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저/박경리 역
arte(아르테)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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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음과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 있는 계절, 여름. 그러나 만약 여름을 비추는 태양이 없다면 여름은 그저 여름이라는 이름만을 가질 뿐 혹독한 추위 속 찬바람만 부는 한겨울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다. 아이들이 자라 무성하게 숲을 이룰 수 있도록 양질의 빛을 제공해 주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존재, 마치 태양처럼 말이다.

 

<여름의 겨울>속 '나'와 '나'의 동생 질은 가장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여야 할 집이 그들에겐, 매 순간 살얼음 판을 걷는 것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공간일 뿐이다. 사냥과 TV, 술 외에는 관심이 없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력에 길들여져 무기력해진 어머니까지. 두 아이를 보호하고 따뜻하게 보살펴 줘야 할 태양은, 어른은, 부모는 그들의 세계엔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혹독하고 추운 계절, 긴긴 겨울만이 있을 뿐.

 

반면 '나'는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동생 질을 사랑한다. 어쩌면 추운, 이 계절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 동생 질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은 예고 없이 아이들 앞에 나타났다. 아이스크림 할아버지의 끔찍한 사고를 목도한 '나와 질. 이 생경하고도 생생한 사고는 이후 아이들의 삶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위태로운 여름의 한 가운데를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부모님이었다. 그들의 따뜻한 품 안, 따뜻한 손길, 따뜻한 숨결이 담긴 위로의 말 한마디.

 

"단지 곧 깨어날 악몽을 꾼 것뿐이라고,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단 한 마디의 말.

 

그러나 '나'와 질은 폭력과 무기력이라는 각자의 감각 속에 갇힌 부모로 인해 방치되고 유폐된다. '나'는 동생을 지키려 하지만 '나'역시 위로가 필요한 어린아이일 뿐. 결국 동생 질은 자기 자신을 잃고 해소되지 못한 두려움과 공포, 트라우마는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만다. 아버지의 전리품들이 가득 쌓여있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도 좋지 못한 환경이랄 수 있는) '시체들의 방'은 동생 '질'의 유폐 장소가 된다. 그 스스로가 유폐한. 머릿속 악의(하이에나)가 둥지를 틀고 조금씩 조금씩 질을 갉아먹어가면서 질은 아버지와 같은 잔인한 폭력의 길을 걸어간다. 주위에 희생양이 될 것들은 충분함으로.

 

'나'는 시간 여행을 결심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이스크림 할아버지의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니 최소한 그 사고를 목도하지만 않았다면 질을 내 동생 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나뭇잎 사이로 비춰드는 한 줄기 햇살처럼 빛나던 질의 눈동자, 포근하고 따사로운 질의 머릿결, 그 아이의 순수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이후 과거로의 여행이 불가능함을 막연하게나마 깨닫는 '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나'. 영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과학과 수학 두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게 되고, 챔피언과 깃털이 사는 집 아이들을 돌보면서 '나'는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는다. 폭력이 지배하는 집으로부터, 아버지의 감시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구원할 돌파구를. 하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선 늘 그렇듯 시한폭탄은 언제든 터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버지와 질, 그리고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에 '나'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냥감이 되어 참가하게 되고 크게 다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와 공포가 '나'에게서 포식자를 키워내고 '질'은 상처 입은 누나로 인해 아주 잠깐이지만 예전의 반짝이는 모습을 보인다. 같은 여자로서 어머니와는 달리 폭력의 굴레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 '나'는 공포를 삼키고 분노를 내뱉는 포식자를 앞세워 아버지에게 대항한다. 그러나 '나'의 대항은 강인한 마음과는 달리 여름날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녀 앞에 잔인하게 내던져진 삶과 죽음의 기로에 '나'는 '질'은 무기력하기만 했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상대로 고통받은 육신과 상처 입은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까?

 

두렵지 않았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열다섯 살에 내 죽음을 받아들였다. 나는 삶이 나에게 선사한 그 모든 경이로움을 보았다. 공포를 보았고,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리고 아름다움이 승리했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나는 질을 영원히 잃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270page

 

김창옥 작가님의 책 제목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실연, 사별, 이별, 수많은 고통과 슬픔을 겪어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분명 어떤 면에선 강할 거라 믿는다. 아직 어린 '나'와 질. 그 속에서 싹튼 포식자와 하이에나는 잠들지 언정 쉽게 떠나진 않겠지만, 혹독했던 만큼 차갑고 시린 시련의 계절을 결국엔 이겨내리라 믿는다. 앞으로 시작될 그들의 인생 2막에.

 

차갑고 두꺼운 땅을 뚫고 나온 맹아는 오랜 웅크림 속에서 인내하는 법을 배우고 결국엔 저항하고 저항하여 대지 위로 초록빛 얼굴을 내민다. 마치 <여름의 겨울> 속 '나'처럼. 그러다가 언젠가 그 고통의 세월이 잊힐 만큼 아름다운 꽃을 만발하겠지. 이제는 나 역시 이 어린 소녀를 보내줘야 할 것 같다. 더 넓고 넓은 세상 속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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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일생일대의 거래 | 외국문학 2019-11-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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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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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서 내가 죽으면
그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섯 살 짜리의 죽음은 기사로 다루어지지
않고, 석간신문에 추모사가 실리지도 않는다.
그 아이들은 아직 발이 너무 작고,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발자취를
남길 시간이 없었다.
-26page

내가 내 생각과는 다른 사람이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다.
너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할수만 있다면 그 아이를 살리겠지?
당연히 그러겠지.
그래서 회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가 아이의 병실 문을 열었을 때 내 안의 일부분이 무너졌다.
알고 보니 내가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이었거든.
-82page

항상 네 눈에 비치던 헬싱보리가 아주 찰나의
순간 내 눈에도 보였다. 네가 아는 어떤 것의
실루엣처럼. 고향.
그곳은 마침내 그제야 우리의 도시가 되었다.
너와 나의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105page

삶의 정점에 선 한 남자가 암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둔 순간,

아들에게 쓴 편지글 형식의 글이다.

아버지인 나는 병원에서 한 여자아이를 보게 된다.
겨우 다섯 살 나이에 암에 걸린 아이.
엄마가 걱정할까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

그리고 그 아이 주변을 서성이는 사신까지.

나의 삶 속, 매 순간 죽음이 드리울 때 늘 보았던 사신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동생이 죽었을 때에도.

삶이 허락한다면, 이 어린 아이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까.
이 아이에게 보장 될 일 없는 미래지만 아이의 삶과
생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나이때 아들이 나에게 던졌던 질문들과
여느 평범한 아버지들처럼 아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

성공, 부, 자유를 쫓아 여기까지 왔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 뒤늦게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는 건
인간이 어리석기 때문일까, 미련하기 때문일까.

가족. 나의 아내, 나의 아들. 이기적인 나로 인해
상처 받았을 나의 가족.

회환으로 점철 된 삶이었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 만큼은
망설이고 싶지 않다. 나는 이 어린 여자아이를 살리고 싶다.
아이에게 삶을, 미래를 주고 싶다.
예전의 나였다면 생각지 않았을...

죽음을 앞두고 제안한 사신과의 일생일대의 거래
그것은 죽음으로써 목숨을 살리는 것이 아닌
목숨과 목숨을 맞바꾸는 것.

나의 업적, 나의 발자취, 나의 모든 것, 그리고 나의 가족까지.
그대로 남겠지만 그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겠냐고.
두렵지 않겠냐고.
아쉽고 슬프지 않겠냐고.

나는 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까?
나의 모든 것들을 걸고서.
아들에게서, 아내에게서 잊혀지면서 까지.
나는 선택할 수 있을까... 일생일대의 이 거래를.

짧은 작품이었지만 긴 여운과 짙은 슬픔이 남은
프레드릭 베크만의 <일생일대의 거래>
삶을 살아가면서 죽음, 성공의 척도, 행복의 가치
생의 의미,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그리고 한 아이의 부모로써 나의 부모님이 걸어 왔던 길을 관통하고 있는 이 길목에서

당신들이 느껴왔을 무게감과 책임감, 고독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니, 그때 이해해 드리지 못했던

사실이 가슴이 사무치도록 아프다. 이제는 이해한다고도
말할 수가 없으니.

#다산북스 #일생일대의거래 #프레드릭배크만
#매3소 #매3소열독응원프로젝트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bookstar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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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열세 번째 배심원 - 스티브 캐버나 ★★★★☆ | 외국문학 2019-04-1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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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열세 번째 배심원

스티브 캐버나 저/서효령 역
북로드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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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면부터 강렬함을 선사하는 스티브 캐버나의 <열세 번째 배심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전 하나로 사람의 삶과 죽음을 운에 맞기는 남자, 조슈아 케인. 그는 전무후무한 연쇄살인범이자 변신의 귀재로서, 작가는 첫 장부터 범인의 정체와 잔학성을 공개한다. 그에게 있어 살인이란 ?단순한 유희가 아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사명이자 소명이다. 책 서문의 문장 "악마의 가장 위대한 속임수는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믿도록 한 거요."라는 말처럼 케인은 자신이 지은 죄를 목표로 할 희생양에게 덮어 씌움으로써 자신과 자신이 지은 죄를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

또 한 가지, 범죄의 완성을 위해 케인은 자신을 대신해 법의 심판대에 오른 희생양을 단죄하기 위해 배심원이 되는 것이다. 그 앞길에 방해가 되는 것은 냉혹하게 제거해서라도. 현재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주 정부 VS 로버트 솔로몬 형사재판은 할리우드 인기 배우인 바비(로버트 솔로몬)가 아내와 경호원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기소된 재판인데, 케인은 이 재판의 배심원이 되고자 한다.

?

%EC%83%89%EC%97%B0%ED%95%84무고한 사람들이 범죄로 기소되는 것은 슬픈 사실이다. 우리의 사법 시스템은 그것에 기초하고 있다. 빌어먹게도 그런 일은 매일 일어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무고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을 말할 때를 알아볼 수 있었다. 거짓말쟁이들은 갖지 못하는 표정이 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상실과 고통이 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도로 부당하는 느낌. 나는 이런 사건들을 아주 많이 겪어왔기에 그것이 눈 한구석에 드러난 불꽃처럼 춤추는 것을 거의 알아볼 수 있었다. (...) 바비 솔로몬에게는 그 표정이 있었다. -64Page

바비의 변호를 맡은 대형 로펌은 그가 무죄임을 주장하지만, 모든 정황과 증거들이 명백하게 바비가 유죄임을 가리킬 뿐 무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로펌은 에디 플린이라는 변호사를 차석 변호인으로 영입하기에 이른다. 에디는 한때 LA 뒷골목 사기꾼 출신 변호사로서 여느 변호사와는 달리 독특한 이력을 갖춘 인물이다. 단, 유죄가 분명해 보이는 의뢰인의 의뢰는 절대 맡지 않는다는 나름의 신념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유죄가 분명해 보이는 바비의 사건을 맡지 않으려 하지만, 바비를 직접 만난 후 그의 눈 속에 담긴 진실을 알아 본 에디는 결국 사건을 수락한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대형 로펌은 바비의 사건에서 손을 떼고, 에디 홀로 남아 바비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 하나, 모두가 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희생자들 주변에서 발견된 나비 모양의 지폐. 하퍼와 FBI의 도움을 받아 오래전 사건 속 희생자들에게도 나비 모양의 지폐가 발견되었었다는 걸 알게 된 에디는 이 사건이 연쇄살인사건임을 확신한다. 지폐 속 범인의 표식과 그 의미, 희생자들 사이의 연관성 등 사건을 추적해 갈수록 진실에 다가가는 에디 플린.


%EC%83%89%EC%97%B0%ED%95%84나는 씻고 면도하고 나서 옷을 차려입었다. 미국의 국새 생각뿐이었다. 달러의 표식들. 화살. 올리브 잎. 별. 달러당 세 개의 표식. 살인당 세 개의 표식. 그리고 칼의 입속 나비 지폐의 지문. 대체 경찰은 어떻게 그 지폐가 인쇄되기도 훨씬 전에 이미 죽어버린 리처드 페나의 DNA를 그 지폐에 심었을까? -222Page

 

 

 

이 모든 것들을 배심원석에서 지켜보는 한 남자 케인오랫동안 준비하고, 치밀하게 계획해 왔던 그의 완벽한 범죄행각은 늘 그래왔듯이 순풍에 돛 단듯 순항해 왔으나 에디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이 둘의 두뇌싸움은 더욱더 치열해진다. 스티브 캐버나의 <열세 번째 배심원>은 법정 스릴러 소설인 만큼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법정싸움을 지켜보는 재미, 희대의 연쇄살인마이자 치명적일 만큼 뛰어난 두뇌를 소유한 조슈아 케인이라는 인물과 독특한 이력의 사기꾼 출신 변호사 에디 플린의 두뇌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더불어 케인에게 희생당한 희생자들의 죽음 직전의 그 두려움, 남겨진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생각하느라 책을 읽는 내내 헤어 나오지 못할 만큼 힘들기도 했다. 그만큼 몰입감이 엄청나다는 것!!!! 다만 책의 번역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뭔가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는 맥락들이 좀 있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그래서 별 하나를 뺐다. 다른 리뷰어들의 후기를 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던 듯싶다. 번역이 조금 아쉬웠지만, 작품 자체는 정말 매력적이다. 전 세계 거장들이 극찬할 만큼!


 

?%EC%83%89%EC%97%B0%ED%95%84나는 네 이름을 알아. 네가 한 짓을 알아.

잠깐 케인은 가면이 벗겨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이 이러한 생각들에 휩쓸렸을 때 그의 소극적인 표정, 개방적이고 중립적인 몸짓이 한순간 바뀌었다. 그는 기침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배심원단에서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피고 측 변호인을 보았다. 플린 역시 알아차린 것 같지 않았다. 뭔가 잘못됐다. 케인은 알았다.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엔, 과거사에 대한 기억이나 향수에서 오는 가벼운 기쁨의 전율이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였다. 두려움. (...) 배심원 컨설턴트, 아널드가 케인을 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뭔가를 봤다. 그의 진짜 얼굴을 봤다. -281Page


%EC%83%89%EC%97%B0%ED%95%84동전을 던졌다. 삶과 죽음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운명 자체가 순전히 우연에 의해 결정됐다. 케인은 동전이 어떤 면으로 내려앉건 신중할 것이다. 그 불확실성이 케인을 흥분시켰다. 뱃속 깊숙이 느낄 수 있었다. -341Page


%EC%83%89%EC%97%B0%ED%95%84나는 속이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여기에 패턴이 있었다. 기본 미끼와 스위치. 희생자들은 살해되었다. 다른 주에서 다른 수법으로. 달러가 심어졌다. 그리고 경찰은 놓쳤다. 이에 대해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나 역시 나비 지폐에서 그 표식을 보았고 뉴욕 경찰과 똑같이 그것들을 무시했다. 우리 모두 그랬다. 델라니만 빼고 모두가. -364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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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안녕, 드뷔시 - 나카야마 시치리 ★★★★★ | 외국문학 2019-04-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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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저/이정민 역
블루홀6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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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비극은 그 화마로부터 시작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인 하루카와 사촌 루시아는 함께 지내며 '피아니스트'라는 같은 꿈을 꾼 어린 소녀들이었다. 그날, 하루카와 사촌 루시아는 별채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며 잠이 들었다.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전 세계 누구라도 세상의 온갖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아느냐? 그건 말이다, 이길 때까지 멈추지 않는 거다. (...) 대체로 계속 싸우다 보면 승기가 찾아오는 법이지.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면 언젠가 반드시 이긴다. 아니, 이길 때까지 패배도 절대로 없지. 패배는 싸움을 멈췄을 때 오는 거란다. 그만두고 싶어 하는 스스로에게 졌을 때 온단다. 아니, 모든 싸움은 결국 나약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니 싸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 (...) 그런데도 만약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으면.... 그때는 여기로 돌아오너라. 여기 할아비가 있단다.

매캐한 냄새와 자욱한 연기 속에서 눈을 뜬 하루카. 온 집안은 이미 화마로 뒤덮였고 이날의 사고로 사랑했던 사람들, 할아버지와 사촌 루시아를 잃었다. 다행히 하루카 자신은 목숨은 건졌지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은 처참히 망가졌다. 하루카에게 남은 것이라곤 신체 대부분의 피부이식과 고통스러운 재활훈련의 나날들뿐이었다. 그, 미사키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어쨌든, 충분히 애도할 틈도 없이 하루카에게 생전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막대한 유산이 남겨졌다는 사실을 하루카와 가족들은 변호사를 통해 듣게 된다. 단, 하루카가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갔을 때만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지만...

 

이후, 하루카는 미사키를 만나 다시, 처음부터 피아노 레슨을 시작한다. 제대로 굽어지지 않는 손가락, 내 마음과 달리 따로 노는 손가락. 사고가 나기 전엔 이 모든 일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너무나 벅차고 힘들다.

 


몸이 이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장애를 지닌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코앞을 지나가는데도 못 본 척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반 도로가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 얼마나 배려 없는 곳인지도. -159page

 

한때는 법조계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였지만 지금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살고 있고, 하루카의 피아노 레슨을 담당하고 있는 미사키. 하루카는 미사키를 통해 예전에 갖추었던 피아노 실력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할 뿐만 아니라 더 크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암흑과도 같았던 터널 속 한 줄기 빛처럼, 음악의 광명으로 이끌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미사키였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절망은 옅어지고, 희망은 짙어져 간다. 그리고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 콩쿠르를 목표로 하루카는 연습에 더욱더 매진해 간다. 문득, 헬렌켈러와 앤 설리번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내 삶에도 이런 스승 한 분쯤 있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뭐 그런 생각도 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그렇게 미사키와 하루카의 피아노 레슨이 거듭되는 가운데, 누군가 하루카를 노리는 듯한 사건이 잇다라 발생한다.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했던가? 화마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하루카에게 닥쳐온 잇단 사건, 사고들. 혹 누군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하루카를 노리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미사키는 이런 상황 속에서 하루카가 흔들리지 않도록 힘을 주고, 그 자신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안녕, 드뷔시>는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을 피아노를 매개로 극복하는 하루카의 모습과 가까이서 그녀를 돕는 미사키의 이야기가 큰 줄기가 된다. 당연히 그 속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타듯 책상 위를 굴러다녔다. 머릿속에서는 피아노 선율이 떠다녔고, 마치 콘서트홀에서 직접 음악을 듣고 있는 한 사람의 청중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만큼 작가의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와 타고난(?), 섬세한 묘사력이 바탕이 된 덕분일 것이다.

 

중간중간 책 읽기를 멈추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음악을 찾아서 듣기도 했다. 실로 독서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안녕, 드뷔시>는 리커버 개정판으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책인데, 예전에도 이 작품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다. 다만 기회가 되지 않아 읽지를 못했다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책 띠의 문구처럼 <반전의 제왕>이 선보이는...라는 말처럼 이 책의 반전이 무엇일까? 내내로 기대하며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범인이 밝혀지는 장면에선 뭐야?라는 허탈감이 나올 만큼 허무했는데, 그게 반전의 클라이맥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진짜 반전은 조금 후에 맛보게 되었는데, 정말 상상도 못한 반전이라 책을 덮는 순간까지 소름이 오소소!!


덧) 앞으로도 <미사키 요스케 음악 시리즈>는 죽~ 출간이 될 것 같은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어둠을 떨쳐라.

일어나 싸워라.

마음이 동한 이유는 그것이 미사키 씨 자신의 말이기 때문이다. 미사키 씨 자신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강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불행이나 타고난 나약함 때문에 좌절하곤 한다. 그럴 때 어둠에서 빛으로 인도해주는 건 바로 옆에서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다. 자신처럼 나약하지만 의지의 힘으로 극복하려 발버둥 치는 인간의 뜨거운 손길이다. 미사키 씨의 음악이야말로 그 손길일지도 모른다. -288page

 

나는 무기를 내팽개치고 전쟁터에서 도망치려 한 패잔병이었다. 도망치는 건 확실히 편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편하게 지내면서 얻을 수 있는 건 게으름과 죽을 때까지의 시간밖에 없다. 모든 싸움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296page

 

세상은 악의로 가득 차 있다. 공격에 노출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이 비난하는 쪽에 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한다. 아니,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잔학함을 정의감으로 둔갑시켜 자기 내면에 있는 악의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을 올바른 인간이라고 믿는 것,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을 악으로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악의가 아닌가. -356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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