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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만든 '고봉(高捧)'을 오르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9-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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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저/서창렬 역
마음산책 | 2022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진짜 투쟁은 등반 이후에 온다.'는 랜드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어쩌면 랜드는 산에서 등반 이후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답을 찾으려 했던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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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들어선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산을 오르자면 호흡법을 배우고, 행보를 익혀야 한다.” - 움베르토 에코 -

 

 

 

편집자가 장미의 이름의 도입부 100 페이지를 줄일 수 없겠냐고 물었을 때 움베르토 에코는 도입부는 고행 혹은 입문의례와 같은 것이며, 그런 수고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소설을 끝까지 읽어낼 수 없다고 말하며, 어떤 사람이 낯선 수도원에 머무르려고 한다면 그 수도원 자체가 지닌 행보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이는 비단 소설을 읽거나 산에 오르는 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삶 속에서 매번 얼굴을 달리하고 찾아오는 삶의 순간 순간들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저마다 호흡을 달리하고, 자신만의 행보를 익히며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세상에 공개되는 소설은 아니지만 제임스 설터의 소설이 한국어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무엇보다도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신작의 제목이 <고독한 얼굴>이라는 '고산 등반'이라는 소재를 다룬 소설이라는 걸 듣고, 인간의 삶 깊숙히 침잠하여 잎맥 같은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에게 너무나 적합한 주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인간의 미지의 세계에의 동경과 삶의 냉혹함을 표현하는데, 또한 삶은 고난과 시련이라는 작가의 아포리즘을 구현해내는 데 있어 '고산 등반'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문득 '(light)'과 같은 밝고, 화려해보이는 삶도, 가까이 다가가 면밀히 뜯어보면 허무하고 무의미한 '가벼운 (light)' 삶일 수 있다는 그의 전작 <가벼운 나날 (light years)>이 떠올랐다.

 

 

 

움베르토 에코의 조언대로 소설에 대한 기대를 한아름 안고 거장이 만든 '고봉(高捧)'을 오르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에코는 소설에 들어서는 것을 산에 오르는 과정에 비유했지만, 설터의 <고독한 얼굴>은 소설에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산에 오르는 체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부지런히 호흡법을 배우고, 행보를 익혀야 했다. 호흡법과 행보를 언급한 건 솔직히 약간의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임스 설터의 애독자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Solo faces>란 이름으로 1979년 미국에서 발표되었던 소설이 40여년이 넘는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넘어 <고독한 얼굴>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반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공간을 건너 그의 소설 속 세계에 들어서고 적응하기 위해서 나도 나름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당신은 산을 사랑하는군요.”

 

산이 아닙니다.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p. 195)

 

 

 

하지만 서서히 오래전 그가 구축한 세계에 들어서고, 그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고 호흡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구축한 세계에서 40여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저마다 직면한 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산 등반'이라는 소재가 이를 더 가능하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산에 오르는가 하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Because it’s there.)'라고 답한 조지 말로리의 명언처럼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을 바라보고, 등반을 선택하고 수많은 위험과 고난, 두려움을 겪으면서 우리 내부에서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 안에 있는 약함과 무기력, 절망감을 몰아내고, 자신의 고독한 얼굴을 마주하면서 내면을 성찰하고 삶의 시련을 견딜 의지를 끌어올리는 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고산 등반'은 변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시련을 겪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끝내 견뎌내고 극복하는 '인간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

 

 

 

"나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그걸 되살려내는 데 기쁨이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엔 전반적인 진실의 문제가 있어요. 우리에겐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충분히 있어요." - 제임스 설터 파리 리뷰 인터뷰 -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은 사건의 잔상과 흔적, 진실의 파편 속에서 원형만이 남아 우리의 의식속에 누적된다. 그러한 기억의 원형들을 현재의 시점에서 되살려낼 때 우리 삶과 진실의 의미가 재구성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경험을 하든지 간에 그것을 현재의 시점에서 어떻게 재생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기억이 될수도, 뼈아픈 추억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개인은 모더니스트 (Modernist)인 동시에 자기 자신의 역사가(His own historian)라고 할수 있다. 제임스 설터는 <고독한 얼굴>에서 '버넌 랜드'라는 한 등반가의 성공과 몰락의 과정을 조명하며, 우리 삶에 대한 본질적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에서 랜드는 사회부적응자다. 대학과 군대생활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교회 지붕을 청소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삶에 대한 특별한 목표와 의지도 없이 여성들을 만나고, 관계 형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과거 등반을 함께 했던 친구 캐벗을 만나 등반에 열정을 다시 불태운다. 샤모니로 가서 여러 등반에 성공하고, 드뤼에서 조난자들을 구하며 랜드는 등반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지만, 등반에의 순수한 열정을 일상의 삶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채 욕망과 유혹, 좌절과 절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깊은 고독의 심연으로 들어가게 된다. <고독한 얼굴>은 고산 등반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우리는 왜 삶을 살아가는가?

 

 

 

"내가 등반에 대해 배운 한 가지가 뭔 줄 알아? 단 한 가지 교훈 말이야."

 

"뭐지?"

 

"등반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거." "진짜 투쟁은 그 후에 온다는 걸." - p. 256 -

 

 

 

사실 앞서 언급한 조지 말로리의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Because it’s there.)'라는 말보다도 등반에 관한 진정한 명언은 정상은 내려오고 나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 전에는 진정 오른 것이 아니다. It’s not until the summit comes down that it’s mine. Before that, it wasn’t really a climb.)' 라고 생각한다. 그가 어떤 의미를 염두에 두고 이같은 발언을 하였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등반을 삶의 메타포로 바라볼 때, 우리는 등반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종국적으로 산에서 내려와야 하고, 다시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말로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말 그렇지 않을까? 정상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반과정에서 겪는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내면 깊숙히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이 소설 속 랜드의 말처럼 진정한 투쟁이며 삶에 대한 교훈이 아닐까?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정복은 의미가 없다. 등반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고 자신을 탐구하고 내면을 탐험하기 위한 것이다.“ - 라인홀트 메스너 -

 

 

 

전설적인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197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고 세계최초 7대륙 최고봉 무산소 완등, 남극 및 북극 탐험, 고비 사막 횡단, 그리고 히말라야 8천미터 14좌를 모두 알파인 스타일 안내인이나 지원인력의 도움 없이 고정캠프나 고정 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또한 산소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자력으로 정상까지 등반하는 방식로 오른 기록을 세웠다. 그가 남긴 기록만으로도 그는 이미 산악 등반의 전설이지만 메스너의 위대함은 기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불가능에 끊임 없이 도전한 이유는 고난과 시련을 딛고 내면을 성찰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대중들은 라인홀트 메스너의 위대한 기록에만 주목하지만 그도 17번이나 정상 등반에 실패하였고, 등반 파트너였던 자신의 친동생도 잃었다. 그의 빛나는 성공 뒤에 고독과 두려움, 실패가 있었기에 그가 등반가로서, 또 한명의 인간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투쟁은 등반 이후에 온다.'는 랜드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랜드는 산에서 등반 이후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답을 찾으려 했던게 아닐까? 소설 속 랜드의 실제 모델이라고 알려진 등반가 게리 헤밍의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다만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이 두려울뿐이다.”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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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엘리자베스 조트의 화학강의를 통해 배우는 것 | 기본 카테고리 2022-07-3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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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저/심연희 역
다산책방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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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조트의 화학강의를 통해 배우는 것... 화학은 삶이고, 우리는 화학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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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새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인류의 지적 전통을 자연스레 전수 받으며 세계를 조망하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거다 러너의 말이다. 세계는 아버지의 이름에 의해 호명되고 구성되기 때문에 남성은 세계를 잘 익히기만 하면 되는 반면 여성은 끊임 없이 자신을 단속해야 하며 아버지의 어깨 위로 올라가 세상을 조망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보니 가머스의 『 레슨 인 케미스트리 』를 읽으며 처음 떠오른 단어는 '페미니즘'이었다. "저는 6시 저녁식사를 통해서 화학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여자들이 화학을 이해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시작할 테니까요."라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의 말이 인상 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계속해서 자신의 지론에 대해 설명한다. "저는 원자와 분자에 대해서 말하는 거예요. 물리적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규칙 말이죠. 여자들이 이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면 그들을 위해 창조된 세상의 그릇된 한계를 보게 될 겁니다. 남성을 단성적 지도력을 갖춰야 하는 부자연스러운 역할로 몰아넣는 인위적인 문화와 종교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2권, 204쪽)

 

언젠가부터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사람은 ‘남성을 혐오하고 여성 우월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으로 오해되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한 젠더갈등의 핵심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한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의 주체에 대해 주목할 뿐 그것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즉 페미니스트가 반대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다. 남성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남성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또한 여성도 때론 성차별주의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모든 형태의 성차별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유와 평등, 해방을 위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페미니즘은 지배와 복종, 강압, 억압과 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고 대등한 입장에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페미니즘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노력을 해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은 페미니즘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종식시키고, 그것이 가진 비전을 제대로 알리고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레슨 인 케미스트리>를 읽으며, 이 보다 적합한 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시 저녁식사는 인간의 공통점인 화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 시청자들이 이제껏 배워온 사회 규범, 즉,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 식의 케케묵은 관념에 저도 모르게 얽매여 있더라도, 우리 방송은 문화적 단일성을 넘어서 생각하도록 격려해주는 겁니다. 분별력을 갖추고 과학자처럼 생각하라고 말입니다. (2권, 112쪽)

 

『 레슨 인 케미스트리 』는 '화학에서 배운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의미 있을 것 같은, 어렵고 복잡할 것만 같은 화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시 엘리자베스 조트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엘리자베스는 "화학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고 말한다. 또, "화학은 삶 그 자체인 동시에,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엘리자베스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실제 우리의 삶 자체가 화학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숨을 쉬는 행위는 산화-환원 반응이고,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고분자 해중합(분해) 반응이다. 우리 몸을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해서 수많은 필수 화학물질이 생산되고 사용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화학반응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가 이 모든 화학반응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 잘 몰라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화학반응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삶도, 물질의 변환도 에너지의 생산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 삶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면 밑에서 수많은 화학반응이 끊임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화학반응이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우리의 삶은 지속가능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의 "화학은 삶이며, 변화"라는 것은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 레슨 인 케미스트리 』는 페미니즘을 넘어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다.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2권, 252쪽)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맺게 되는 인간관계도 화학의 원자 결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리도 공유결합처럼 사랑과 헌신, 우정이라는 마음을 공유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과 마음이 뭉치고 결합하여 내가 상대의 일부가 되고, 상대도 나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우리가 된다. 우리는 흔히 사람간의 좋은 관계를 ‘케미가 좋다 (good chemistry)’ 혹은 ‘케미가 맞는다’고 표현한다. 이는 화학반응으로 형성되는 견고한 결합만큼이나 단단한 인간관계를 비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반대로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이혼사유 역시 "성격차이 (difference in chemistry)"이다. 인간관계에서 보다 튼튼한 결합이 형성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이다. 서로 마음을 나누는 존재가 많을수록 상실감과 공허함이 메워지고, 가치 있는 삶이 지속될 수 있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좋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좋은 에너지는 우리 사회를 한 단계 향상시키는 힘이 된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화학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젠더 뿐만 아니라 인종, 동성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벌어지는 각종 차별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화학에서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와 같이 우리 각각은 저마다의 역사와 존재 이유를 가진 하나의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고유한 존재방식, 상실과 결핍의 기억들은 우리 각자를 섬으로 만든다. 하지만, 섬은 단절된 듯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이중적 성격을 띠는 특별한 공간이다. 수면 위 드러난 부분을 기준으로 보면 섬은 단절된 공간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수면 밑으로 섬과 섬들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로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타인과 삶의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며,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삶의 흔적, 아픔을 매개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삶의 고통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진정한 위로의 경험을 얻는다. 초월적인 존재를 통해서도 치유 받을 수 없는 오직 사람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 6시에 저녁 식사를 같이 해요. 에이버리와 윌슨, 매드와 여섯시-삼십분, 해리엇, 월터와 어맨다까지 모여서요. 조만간 웨이클리와 메이슨도 만나보셔야 할 거예요. 온가족을 보셔야죠."

"그래요, 온 가족이 모여봐요." (2권, 297쪽)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엘리자베스는 딸인 매들린 (매드), 반려견 여섯시-삼십분과 함께 추가로 가부장적 남편과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해리엇, 새롭게 가족이 된 에이버리와 윌슨, 혈연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상처 받은 월터와 어맨다 모두와 손을 잡고 가족이 된다. 가족은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기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룬다. "끝없이 일어나는 실수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게 삶"이란 말처럼 (1권, 298쪽), 살아가다 보면 일이란 생기게 마련이고 각각의 가족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로서 그러한 경험을 함께 하며 더 단단해진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야말로 가족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가족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말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서로 기대어, 또 종종 두 배로 기뻐하며 삶의 굴곡을 함께 헤쳐간다. 가족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 혈연 등으로 이루어지는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구성원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 레슨 인 케미스트리 』를 읽으며 나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의 개념을 사라지고, 원자화된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분자 가족을 형성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느꼈다. 내가 엘리자베스 조트의 화학강의를 통해 배운 또 하나의 사실이다. 누구든지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다수가 결합한 분자도 가능하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 또는 부부와 아이라는 이른바 정상가족만이 단단한 결합이며, 가족의 기본이 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나고 화학반응처럼 단단히 서로를 지지하며 유지될 것이다. 엘리자베스 조트와 그녀가 이룬 가족의 앞날에 빛이 깃들길 바란다. 애독자로서 이에 대한 속편이 출간되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한다.

 


#레슨인케미스트리, #리뷰, #다산북스, #다산책방, #보니가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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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는 최고의 야구 입문서 | 기본 카테고리 2022-07-0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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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밌어! 야구 만화 도감

익뚜 글그림/김양희 감수
후즈갓마이테일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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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야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야구의 역사는 숫자를 기반으로 한 기록과 분석, 수학과 통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는 기록경기로서 갖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갖는 특징때문이다. 야구 기록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리 채드윅은 야구기자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었고, 빌 제임스는 통계적, 수학적 야구분석방법인 세이버메트릭스를 만들었다. 혹시 영화 ‘머니볼 (Moneyball, 2011)’을 기억하는가?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단장 빌리 빈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스몰마켓 구단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빌리 빈이 부임하면서, 주어진 예산 한도에서 선수단을 운영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구하고 (예를 들어 타율이 낮아 몸값이 산 선수 중에서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는 전략), 이 결과 주목받지 못했던 팀이 2002년 20연승과 함께 지구우승을 차지하는 결실을 맺는다. 2004년 86년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이끌고 시카고 컵스로 이적하여 108년만의 염소의 저주를 깨고 우승을 이끈 테오 앱스타인도 세분화된 통계분석을 통해 저주를 깨고 기적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이 숫자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스포츠라면 누가 결과가 뻔한 승부를 흥미를 가지고 볼것인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요기 베라의 전설적인 야구명언은 마치 인생과도 같은 야구의 드라마틱한 속성을 대변하고 있다. 어쩌면 야구팬들은 기록에 열광하면서도 기록 이면에 존재하는 감동을 원하는 모순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성적 예측의 불완전성이 우리가 야구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이지 않을까? 숫자로 표현되는 기록들은 선수들의 예상성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순 있지만 선수 개인의 열정, 원팀이 되어 발생하는 시너지를 대변해주지는 못한다.

 


 

 

이렇게 야구는 예측 가능성과 불가능의 영역을 넘나들며 오늘도 야구팬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야구경기가 펼쳐지는 모든 장소에서 매 경기 새로운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기규칙을 이해해야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처럼 수많은 경우의 수와 가능성을 헤치고 확정되는 하나의 결과를 예측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야구라는 스포츠와 경기규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지만 어린이들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 야구라는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쨌든 야구는 한국의 프로 스포츠 경기 중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기 때문에 가깝게는 아버지와 가족들로부터 학교에서는 친구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어린이 야구팬을 위한 완벽한 입문서가 나왔다. 바로 스포츠 웹툰 작가가 쓰고 베테랑 야구전문기자가 감수한 <야구 만화 도감>이다.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야구를 처음으로 접하는 어린이들이 본다면 야구 규칙을 위주로 보면 좋을 것 같고, 야구에 대해 직간접적인 경험으로 이미 야구경기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작가가 숨겨 놓은 깨알 같은 유머와 명대사들을 이해하며 보면 더 좋을 것이다. 야구장과 야구공 등 기본적인 지식부터 스트라이크 존, 심판과 타석, 감독의 역할까지, 야구에 관한 정보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나는 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지만 야구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나도 모든 야구 경기장의 내야 규격은 동일하다던지, 변화구의 세부적인 그립 방법 및 공의 궤적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을 정도로 야구의 기본부터 약간의 심화된 내용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한 가지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 건 변화구의 그립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 중에서 커터의 그립 모양이 잘못 반영된 것 같다는 점이다. 써클 체인지업과 같은 모양으로 반영되어 있는데, 써클 체인지업 그립은 'OK 모양'과 비슷한 그립으로 익히 알려져 있고, 직구의 한 종류인 커터 그립과는 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서, 혹시 작가님이나 편집자분들이 확인해주셨으면 한다. 이렇게 야구를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어린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부록으로 다양한 변화구, 야구 용어 모음, 다양한 투구 폼과 타격 폼 등 유용한 정보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야구공과 야구 글러브, 야구 방망이, 홈 플레이트 등 야구장비들을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어 구성한 4컷 만화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야구 만화 도감>은 야구를 좋아하는 가족에게 최적화된 최고의 책이다. 야구를 소재로 가족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추억을 쌓아나가기 위해서 적절한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의 부제는 "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밌어"이다. 책에 등장하는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베비'처럼 아이들에게 복잡하고 어려울것만 같은 야구규칙을 저자인 '익뚜' 작가는 만화라는 방식을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스테리 할아버지 '형구'처럼 야구박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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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하무적 박정권

박정권 저
글의온도 | 2021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기운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박정권!! 선수시절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 그의 두번째 야구 인생도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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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KBO 리그는 야구팬이라면 정말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최고의 시즌이었다. 시즌의 마지막날 즉, 최종전이 열린 10/30까지 우승 팀은 물론,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팀까지 모두 정해지지 않은 사상 초유의 역대급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KT와 삼성, LG의 순위는 30일 경기에서 결정이 났다. 시즌 최종전 하루 전날까지 1, 2, 3위가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하는 살얼음판을 걷는 와중에 만약 KT와 삼성 모두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하게 되면, KBO 역사상 두번째인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통해 1위를 결정지어야 했다. 4~6위도 시즌 최종전인 10/30에 결정되었다. 두산은 29일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를 11-4로 격파하며 7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는 것이 확정됐지만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두산이 30일 경기를 내주게 됐을 때 SSG가 승리하면 4~5위는 뒤바뀌게 되고, 두산도 4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30일 경기의 승리를 사수해야 했다.

 

SSG 랜더스는 시즌 최종전인 30일 경기를 잡아내면, 키움의 승·패 여부와 무관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SSG와 키움이 나란히 패할 경우에도 SSG는 가을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또한, 두산의 경기결과에 따라 운이 좋으면 SSG는 4위 자리도 노려볼 수 있었다. 야구팬이라면 시즌 최종전까지 순위 예측이 불가능한 혼돈의 상황이 마냥 즐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시즌 최종전까지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팀을 응원하는 팬이라면 마지막까지 가을야구를 위해서 경쟁하고 있는 팀과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를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나 또한 SK 와이번스에서 SSG 랜더스로 재창단 이후에 최초로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랜더스 선수들을 끝까지 응원하며 지켜봤었다.

 

시즌 최종전에서 안타깝게 석패를 한 랜더스 선수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떠올랐다. 찬 바람이 부는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나의 ‘가을정권‘... 우리가 가을에 떠올릴 수 있었던 수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주고, 왕조시절 우리에게 가을의 자부심을 안겨준 사람... 바로 천하무적 박정권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 승리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려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선수...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는 명언이 있긴 하지만 가을 야구의 문턱에서 안타깝게 좌절한 랜더스를 지켜보면서 '만약 박정권 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뇌리를 스쳤다. 그러면서 패배의 진한 아쉬움과 한 시즌이 끝났다는 서운함을 달래며 잠시나마 그와의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사실 또 다른 시작을 위해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를 보내는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하지만 그가 선수생활을 정리하며 그의 삶을 담은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랍고 반가웠다. 선수시절 동안 내게 너무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줬던 그였기에 그 고마움을 표현하기에 한 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그가 은퇴를 기념하며 쓴 에세이 <천하무적 박정권> 두 권을 주문했다. 한 권은 나를 위해, 또 한권은 내가 좋아하는 주변 지인에게 '선수 박정권'이 아닌 '인간 박정권'을 전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경험을 글로 써보라는 것이다. 글을 정리하다 보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은퇴가 아니라 그 어떤 일이라도 마음 정리가 되는 것을 확인한다." (p. 165)

 

솔직히 처음 책을 구매했을 때에는 팬심으로서 또 의리로서 내게 추억을 안겨준 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구매한 것이었기에 책의 내용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치가 크진 않았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그가 자신의 선수시절을, 또 짧게나마 경험한 코치생활을 진솔하게 남긴 글을 보면서 좀 놀랐다. 더 나아가 그는 팬들에게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글을 써보는 것을 권하고 있었다. 졸필이지만 그의 권유도 있고, 또 짧게나마 그의 에세이에 대한 소회를 남기는 것이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동시에 그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마음을 전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리뷰를 남긴다.

 

그 시작은 확실하지 않아도 돌이켜보면 야구는 항상 내 삶과 함께였다. 출범 당시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정열을, 온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선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한국프로야구는 내 삶 속에서 '꿈'이었고, '정열'이었으며, '여가'였다. 어린 시절 야구는 내게 우정의 상징이었고, 학창시절에는 안식처이자 탈출구였다. 사회에 나가면서는 때로는 기쁨이었고, 때로는 위안이었다. 마치 "Always B with you (야구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라는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내 삶 속에는 언제나 야구가 있었다. 

 

야구와 함께 한 그동안의 내 삶 속에서도 유난히 인상 깊었던 순간과 선수가 있다. 내가 10여년 동안 야구라는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며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고, 일상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던 선수... 박정권은 내게 그런 선수였다. ‘박정권’ 하면 ‘가을’을 떠올릴 만큼 야구팬이라면 와이번스나 랜더스의 팬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가을만 되면 펄펄 날았던 박정권을 기억할 것이다. 박정권은 2009년, 2011년 플레이오프 MVP, 2010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고, 팀을 세 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8년 정규시즌에는 부진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끈 그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선수시절에 '가을'이라는 수식어를 좋아하지만은 않았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것은 아마 꾸준한 인내와 노력, 그만의 인고의 시간들이 결정적인 한 순간의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서운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한 결정적인 한 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땀과 눈물을 얼마나 흘렸을까? 선수 때는 ‘가을’이라는 수식어가 좋지만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고, 팬 분들의 마음속에 ‘가을 정권’으로 기억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최근 인터뷰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그동안 선수 생활 하면서 잘 버텨줘서 고맙고, 너는 무슨 일이든지 참고 인내할 줄 아는 성격이기 때문에 제2의 인생도 선수 생활 보다 더 빛나는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선수생활 16년 동안 고생 많았다." - 박정권의 인터뷰 중에서 -

 

은퇴 관련 인터뷰에서 박정권이 선수시절의 자신을 격려하고, 또 앞으로 지도자로서 살아갈 자신을 응원하는 모습은 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그다운 인터뷰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빛나는 한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남모르게 구슬땀을 흘리고 눈물을 삼켰던 그였을 것이다. 은퇴식 영상에서 “선수 생활을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소나무 같던 선수”라고 답하는 그를 보면 마음이 찡했다. 원클럽맨으로 오롯이 한길을 묵묵히 걸어오면서 그는 꾸준히 한 우물을 파 파오며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알았던 선수였다. 은퇴식 경기 특별 엔트리 참가를 정중하게 사양했다는 사실도 자신 보다는 팀과 후배들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그 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자로서도 그 마음 그대로, 제2의 박정권들을 키워내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드디어 박정권의 시간이 다가온다. 나의 시공간이 열린다.

버티면 찾아온다. 반대로 포기하면 기회도 지나간다. 당신의 슬럼프는 날아가고, 결국 박정권에게 가을야구가 그러하듯 당신의 시간이 오길 바란다." (p. 80)

 

박정권은 우리에게 코로나 19 등 삶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가치, 장점에 주목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남기고 있다. 그동안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당연하게 펼쳐지는 것인 줄만 알았던 평범한 일상이 정말 이토록 소중한 것이었음을 우리가 절절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힘든 나날들을 보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참고 견디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마스크와 백신접종이 필수가 되는 나날들을 보내면서 그동안 우리가 무심하게 흘려보낸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참고 인내하다 보면 한 순간에 터지는 결정적인 한방처럼 절망적인 순간들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박정권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선수시절에 이은 박정권의 두 번째 야구인생도 응원하며, 뜨거운 마음과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 박정권이 더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선수시절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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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늘의 인생 2

마스다 미리 글,그림/이소담 역
이봄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마스다 미리가 돌아왔다. 삶의 온기를 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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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현재 21년 1분기까지를 집어삼킨 단어를 하나 고른 다면 단연 ‘코로나19’일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불러온 위기 속 대혼란에 빠졌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많은 것들이 멈췄고 평범한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으로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될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린 신종 전염병에 각국은 국경 문을 걸어 잠궜고 자국민의 이동을 제한했다.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방법으로 봉쇄의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작이었다.

 

 

 

 

코로나 사태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고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엄중한 시기임은 분명하다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희망을 잃기에는 이르다고통과 역경의 순간 속에서도 인류는 고비를 넘기고 위기를 극복해온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앞으로도 마찬가지다코로나 속에서도 개개인의 삶은 진행중이고여전히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옆을 지나는 엄마와 아이의 대화.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은…? 그림을 보고 싶어… 대형 미술관에서 그림을 잔뜩 보고 싶어… 라고 생각한 오늘의 인생.” - 오늘의 인생2 p. 5 ?

 

 

 

 

 

 

 

 

마스다 미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날이 올 줄 예견했었을까집을 나설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는 나날들…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의 중단 여파는 생각 보다 큰 피로감을 가져왔다

 

 

마스다 미리는 전작들을 통해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해왔다코로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은 더 간절해진다아무것도 아닌 듯 느껴졌던 일상의 복귀가 절실한 요즘마스다 미리는 독자들이 과거의 애틋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해준다이제는 하나의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만의 따스함을 담은 이야기가 탄생했다

 

 

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는 묻는다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어떠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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