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급한 민족성을 탑재한 채 남들의 이목에 크게 신경쓰는 부모님, 입시생과 그 가족의 불안의식을 마음껏 부추기는 학원, 친한 친구도 경쟁자라는 생각으로 나보다 덜 잘하길 은연중에 바라게 되는 희한하고도 특이한 우리나라의 입시상황!
고3을 앞둔 바림이는 약간은 의도적으로 빙판에 넘어지게 되고 오른손 인대를 다치며 잠시 학원을 쉬게 된다. 한창 겨울방학 특강중인 미술학원... 당분간 그림을 그릴 수 없으니 인강을 들으며 내신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시골집으로 내려간다. 그 곳엔 들들 볶는 엄마와는 달리 말 통하는 이모가 번역작업을 하며 살고 있는데....
어릴 적 그림이 좋아 미술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싫고, 물감냄새도 맡으면 구토가 나올 만큼 바림이는 지쳐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들인 노력과 시간, 경제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부모님께 그만하고 싶다고 차마 말을 꺼낼 수 없고...시골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으로 마음여행을 떠나본다.
파란 티셔츠와 고무신을 신은 어린 날의 내 그림 속 주인공 수, 시골에서 같이 놀았었다는 동화작가인 이과생 이레를 만나며 천천히 자신과의 대화를 해나간다.
수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노력에 실망하지 않고 당장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알며, 자신의 힘을 굳게 믿는...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의 지혜를 알게 된다.
또 이레를 통해 진짜 좋아하는 건, 꼭 하나일 필요가 없고, 앞으로 꿈이 변한다고 해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므로 과정을 즐기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페인트>,<나나>를 통해 익히 그 필력의 섬세함을알고 있는 이희영작가의 이번 작품은, 10개의 색으로 이야기를 배부하였다.ㅍ어둠고 짙은 램프블랙에서 미드나잇블루와 챌린지블루를 지나 더치오렌지와 옐로골드에 이르기까지 바림이의 마음상태를 표현한 듯 하다.
도전이라고 해서 꼭 전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끔은 제자리에 멈춰서는 것, 천천히 돌아가는 것 역시 또 다른 의미의 도전이다.
* 본서평은 창작과 비평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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