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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글쓰기_[퓰리처 글쓰기 수업] | 완독서평 2021-12-0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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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퓰리처 글쓰기 수업

잭 하트 저/정세라 역
현대지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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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의 힘

 

스토리의 힘은 강하다. 스토리의 힘이 강한 것은 오랫동안 각인되기 때문이다. 이안 감독의 멋진 영화 [파이 이야기]는 인도 소년 파이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바다 위 보트에서의 사투를 다룬 이야기이다. 잔인하고 슬픈 조난을 소년 파이는 모험과 대결의 멋진 내러티브로 완성한다. 이 영화 또한 스토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잭 하트도 인도 소년 파이처럼 인물과 인물의 역경이 우리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감동을 선사함을 알고 있는 것이다.

 

▣ 글쓰기와 글읽기

 

'논픽션 스토리텔링'은 창작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다양한 실화가 6하 원칙에 맞춘 보도 형식의 글이 아닌 영화처럼 몰입과 감동을 주는 이야기로 전달된다.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배경, 캐릭터,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학작품의 구조를 논픽션에 대입한 것이다. 대신 실제 이야기여야 하며, 의미가 있어야 하고, 저자는 윤리적이어야 한다.

잭 하트가 제시하는 글쓰기 팁을 숙지하면 나도 누구나 읽고 싶은 매력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스토리를 맛깔나게 쓸 수 있게도 하지만 문학작품을 읽을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잘 쓰기 위한 글쓰기 법칙들이 잘 읽게도 만드는 것이다.

 

▣ 실용서

'퓰리처상'은 저명한 언론인 J.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하여 1917년에 창설되었다. 언론, 문학, 음악 부분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매년 4월에 발표한다. 잭 하트의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언론 분야 수상자들의 글쓰기 방식을 정리한 작품이다. 글쓰기는 물론 읽기에도 도움이 되는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문장을 통해 독자를 움직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논픽션 스토리텔링 글쓰기에 대해 서술한다. 퓰리처상 심사위원인 '잭 하트'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예화와 다수의 방법론을 제시하여 실용성이 높다. 총 14개의 챕터마다 글쓰기 구조표와 제시한 이론들이 적극 활용된 예시문들이 있어 그가 정리한 이론들을 숙지하며 바로 이해할 수 있다.

 

▣ 책을 읽고 나서

글쓰기도 훈련이고, 원칙이 분명 존재한다. 글쓰기는 목적이 존재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영리하게 써야 한다. 호소력 있는 말 하기가 존재하듯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나아가게 하는 글쓰기도 존재한다. 그런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제시한 잭 하트의 조언을 새겨들으면 된다. 저자가 35년간 이룬 글쓰기 비법을 우린 이 한 권의 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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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병동] | 완독서평 2021-11-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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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세트 : MIDNIGHT 세트

프란츠 카프카,알베르 카뮈,다자이 오사무 등저/홍성광,김예령,김난주 등역
열린책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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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을 읽기 힘들어 하던 때가 있었다. 남들은 짧은 분량이라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생각할 꺼리를 준다며 선호했지만, 나는 도대체 무얼 이야기 하는지 알 수 없어 꺼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단편이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고 있다. 슬금슬금 담고자 하는 주제도 파악되고, 짧은 문장 안에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모두 담겨 마술을 경험하는 것 같은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 단편소설을 언급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작가는 '안톤 체호프' 일 것이다. 그의 단편은 우선 이야기의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제시하는 주제가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6호 병동】

 

정신병원 6호 병동에는 5명의 정신병자가 감금되어 있다.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처음 부임했을 때 이곳의 열악함을 마주하고 이곳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 불가능함을 생각하고 쉽게 포기한다. 안드레이는 의사일에 흥미를 잃으며 지내다 우연히 6호 병동의 젊은이 이반과 삶과 철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대화를 시작으로 6호 병동을 자주 드나들게 되고, 의사의 잦은 방문은 이상한 소문을 몰고 온다.

 

두 지성의 대화는 흥미롭다. 의사 안드레이는 자신의 위치에 맞게 이반에게 충고를 전달하지만 이반은 그의 충고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순을 자신의 언어로 반박한다. 6호 병동에 갇혀서 자유를 억압 당하는 자신보다 병원 밖의 사람들이 더 부조리하며, 모순적이고, 인간적이지 않은데 왜 그들은 자유롭고 자신들은 갇혀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에 의사는 어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평화와 만족은 내부에 있다고 달랜다.(p.66) 이반은 고통에 반응하고, 공포에 겁먹는 것이 진짜 살아있는 것이니, 잘못된 것을 알고도 모른척하며, 힘들고 고통스러운데도 망각하는 것은 살아있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의사로써 충고하는 안드레이가 과연 고통과 괴로움에 대해 겪어 보았는지 반문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떠들지 말라는 소리다. 쉽게 던지는 충고와 뻔한 이론적 위로가 얼마나 모순적이며, 상대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지 생각해 본다. 이반의 외침은 모두 타당했다. 그가 잘못된 것이 아닌데 모두 그를 정신병자라 말하고 격리함으로 그를 진짜 정신병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모순과 억압은 사람을 충분히 미치게 할 수 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바닷가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난다. 그 사람은 바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다. 금발의 여자인 그녀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라고 불린다. 휴양지 얄타에서 2주째 쉬고 있던 구로프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며 가까워진다.

 

원래도 여러 여성들과 가벼운 바람을 피웠던 구로프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었던 안나와의 만남도 그럴거라 예상하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우린 언제 어떤 감정이 우릴 휘몰아칠지 예상하지 못한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 그녀가 더 생각나고, 만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진다. 충동적으로 그녀를 찾아간 구로프는 그녀에게 진심을 고백한다. 우리는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모든 감정에 충실할 수 있을까? 사회와 제도 안에서 감정에 충실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럼 거짓 감정과 얼굴로 살아가는 것은 과연 옳은 걸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두 연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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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 완독서평 2021-11-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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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저/송섬별 역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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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실행한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소년은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죄라고 이름지으며 죄를 목걸이처럼 걸고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소년은 자신이 한 행동 때문에 햇살처럼 눈부신 자신의 사랑이 아파하는 것을 보며 또다시 소녀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길 바란다. 소년의 길고 긴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루이지애나주의 배턴루지의 여름은 들끊는 모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 바깥에 있는 것은 곤혹이다. 1989년 여름, 모기가 들끊는 시간에 고등학교 육상부의 유망주이며 소년의 짝사랑 상대였던 린디 심프슨이 '강간'을 당한다. 동네의 남성들 몇몇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경찰의 조사는 조용히 종결되며 소년과 소녀의 아픔은 오래도록 남는다.

 

미숙한 청춘들은 가끔 타인의 아픔을 팔아 주목받기도 한다. 소년은 린디를 다독이고 싶었다. 소년은 린디가 자신을 쳐다봐주길 바랄만큼 짝사랑 했었다. 그냥 아이들이 하는 린디 이야기에 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소년의 말은 즉시 효과를 발휘했고 린디는 하루만에 아이들 앞에서 나이가 들어버린 것 같아졌다. 그리고 1년 동안 소년과 린디는 말을 섞지 않게 된다. 소년은 린디가 망가지는 모습과 망가지는 린디의 모습에 얼이 빠져버리는 린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이 힘겹다. 린디의 음주, 린디의 짙은 화장, 린디의 문란함, 린디의 약물, 린디의 자기혐오, 린디의 흉터가 모두 자신이 행한 행동 때문이라 느끼며 죄책감에 빠진다. 폭력의 상처는 전염된다. 상처받은 사람의 반경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힘겹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상처받기 전을 아쉬워 하며 서로에게 상처주기 보단 앞으로 나아갈 힘을 끌어내야 한다. 상처를 지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처를 가지고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소녀와 반경 안의 사람들이 그 시간, 그 곳에 있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면 안된다. 죄책감은 그녀에게 '강간'이라는 상처를 준 사람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소년은 나무 위에 있었고, 나무 밑에 누군가 있었지만 보려고 멈추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다. 또다시 나무 위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 린디의 자전거 소리를 듣고 괜찮은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곤 겁이나 그러지 않기로 했던 자신에 대해 자책한다. 린디의 반경에 있던 이웃들이 모두들 조금씩 자신이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소년만큼 힘겨워하고 자책했다면 그렇게 오래도록 린디가 고통스러워하진 않았을 것도 같다. 상처는 받았지만 상처가 곪아터지도록 부채질 한 것은 어쩌면 배턴루지의 소심하고 조용한 이웃들일 것이다. 그것을 소년의 입을 통해 작가는 범죄라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하지않는 것도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게 상처를 다루어야 한다. 또한 모두가 연대하여 가해자를 벌 주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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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공적인 연애사] | 완독서평 2021-11-2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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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장 공적인 연애사

오후 저
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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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연애'에 맞춘 세계사이다. 원시시대 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연애가 어떤 변화를 가졌는지 보여준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남과 여, 사랑, 성, 결혼제도, 출산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다양한 사진 자료로 지루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며, 다양한 조사 자료로 신뢰성도 갖추고 있다.

 

극도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남녀관계였던 원시시대를 넘어 고대와 중세는 점점 권력 중심의 가부장사회가 자리잡으며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며 그것을 당연시 여겼다. 여성과 남성의 성적인 관계도 사회와 정치, 종교, 가치관의 영향으로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는 것이 수긍이 간다. 근친상간, 일부다처, 동성애, 아동성애, 일부일처, 혼외정사 등 지극히 성에만 집중했던 시대를 지나 근대에는 '로맨스'가 탄생한다.

 

흑사병은 세상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며 개인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그러면서 억압 되었던 욕망이 터져 나온다. 이에 자신들이 입지를 더 확고히 하기 위한 종교계는 철저한 윤리관을 강요하며 금욕을 요구하게 된다.

 

근대에는 중세의 고전적 귀족보다 지식을 갖춘 부르주아가 자신들만의 특별함을 위해 탄생시킨 '매너'로 차별화를 꾀했다. 매너와 로맨스가 합쳐져 '사랑'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며 중세와 달리 사랑이 전제된 결혼을 하기 시작한다. 부르주아 들은 귀족보다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인정받기 위해 까다로운 예절을 지키고 금욕을 강요하며, 성욕을 정신병으로 취급하기에 이르게 된다. 성욕도 인정하지 않았던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성에 대해 얼마나 편협했을지 상상이 간다. 성욕을 정신질환으로 몰아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히스테리와 트라우마를 겪으며 힘겨워했다.

 

금지는 잘못된 환상과 자기 학대를 불러온다. [킨제이 보고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양한 남녀들은 금기시했던 자위, 동성애, 성매매, 혼외정사, 혼전정사, 양성애 등을 경험했다고 말하며 성을 인위적으로 억압하는 것이 의미없음을 확인시켰다.

 

결혼제도에 얽매여 일부일처제와 이성의 결합만을 인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콘돔과 피임약' 은 자유연애를 가능하게 했으며 성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결혼제도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공식에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적인 연애와 감정과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피곤함을 느껴서 '4B'(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인구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에 비상상태이기도 하다.

 

연애는 우상학적 시선으로 접근하면 평등하지 않다. 이에 불만을 품은 집단인 '인셀'들은 여성을 향한 반사회적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자신들이 누려야 할 것을 박탈 당했다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생각에서 시작했기에 수긍하기 어렵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로 대표되는 자유롭고 구속없는 연애 방식인 '폴리아모리'는 새로운 개념의 연애 방식이다. 전통적인 시선에서 마주보면 그들의 연애 형태는 문란함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기존의 형식적이기만 한 사회 질서에 저항하고, 좀 더 개인과 욕망에 충실한 형태의 관계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언제나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서 다양한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다양한 형태의 연애가 존재함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도 생겨났다. 그러므로 시민결합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이다. 우리나라도 '생활동반자법'이 여러모로 필요하다. 연애와 결혼을 좀 더 가볍고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이 작품을 접할 때 쯤 넷플릭스에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영국 10대들의 성에 대한 다앙한 고민을 좌충우돌 해결하는 조숙한 아이 오티스의 이야기가 보는 내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선정적인 장면에만 집중하면 문란한 10대들의 모습에 혀를 찰 것이다. 하지만 문란으로 치부하지 않고, 좀더 즐기며, 건강한 성을 위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선을 바꾸면 성숙하고 진지한 10대들의 모습으로 보였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받아들이고, 시행착오를 숨기며 넘기지 않고, 여러 층의 다양한 성을 인정하며, 서로의 사랑을 응원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책에서도 억압과 금지는 잘못된 환상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자기학대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도 성에 좀 더 솔직하고 다양한 형태의 성을 받아들이며, 현실에 맞게 제도를 바꿔 나가야 할 때이다. 그것이 전통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 구성원 모두를 인정하는 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또한 음지로 던져 버린 성이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은 생명을 잉태하는 고귀한 행위이다.그러므로 창피하게 생각하거나, 잘 안다는 것이 문란하다는 인식은 이제 그만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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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 완독서평 2021-11-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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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저/정소연 역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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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엘리자베스 문의 신간 [잔류 인구]가 출간되면서, 그녀의 이전 문제작 [어둠의 속도]가 새롭게 개정 출판되었다. [어둠의 속도]는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한다. 또한 첫 출간된 당시에 그녀가 제시했던 다양한 문제점에서 우리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한다. '빛의 속도'는 들어보았으나 '어둠의 속도'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빛과 어둠, 앞과 뒤는 하나가 존재하면 다른 하나는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관계이다. 빛이 반짝이는 속도가 있으면 당연히 어두워지는 속도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의 기준은 언제나 빛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두느냐에 따라 생각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다른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것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임신 중 진단한 자폐를 모두 치료할 수 있게 된 근미래, '루 애런데일'은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태어난 마지막 남은 자폐인 세대다. 루는 전원 자폐인으로 구성된 한 거대기업의 특수분과 ‘A 부서’에서 근무 중이다. 루와 A 부서 직원들은 사회 능력이 결여되어 정상인들과 같은 소통은 불가하지만, 패턴을 발견해내는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통해 회사에 크나큰 이익을 안기고 있다. 덕분에 그들은 심신 안정에 필요한 전용 주차장, 전용 체육관, 전용 음악시설 등 특별 복지혜택을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상사 진 크렌쇼가 부임하며 상황은 달라진다. 크렌쇼는 자폐인들만을 위한 혜택 일체를 부정하고, 급기야 그들을 사내 연구소에서 새로 개발 중인 ‘정상화 수술’의 모르모트로 사용하려 든다. 정상이 된다면 특별 복지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무지(無知)는 지(知)보다 빨리 확산하지."

린다가 씩 웃고 고개를 꾸벅인다.

"그러니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지 몰라,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이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지.

[어둠의 속도/p.22]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내가 속해 있지 않다고 존재를 부정하면 안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런 실수를 범한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건 다수가 소수에게 행하는 폭력일 때가 대부분이다. 자신들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자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부 사람들은 소통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하면 적은 수인 소수에 속한다. 작품 속에서 대부분에 속하는 사람들이 '루'처럼 생각하고 표현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당연히' 자신들처럼 되길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폭력이다. 그리고 그건 기준의 중심을 자신들로 놓고 좋은 것과 나쁜 것, 정상과 비정상을 자신들 기준으로 나누었을 때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자폐증을 앓는 게 좋다고요?"

의사의 목소리에 꾸중하는 듯한

어조가 섞인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어둠의 속도/p.394]

 

자폐를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고 그런 자신을 온전히 좋아하는 루의 모습에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일부인 자폐를 부정하고 병으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기준이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대부분인 우리처럼 그들이 바뀌길 바라는 것이다. 20세기까지 동성애는 정신병으로 인식되었다. 대부분의 이성애자들게는 이해할 수 없는 저주받을 행동이었다. 고칠 수 있는 병이라 생각하여 뇌의 일부분을 절제하거나, 화학적으로 거세를 시행하며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들의 행동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들의 타고난 성향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동성애자들은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대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자신들을 변호하거나 자신들을 이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자폐를 가진 이들은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할 수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꾸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인다. 그들의 성향을 바꾸려는 수단을 만들기 보단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자폐를 가진 대부분의 가족들이 그들과 소통하는 것을 가장 원하듯이 말이다. 그들과 소통하게 된다면 그들이 일부 분야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천재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한층 더 앞선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 엘리자베스 문은 자폐를 가진 사람을 가족으로 둔 당사자라고 한다. 그가 사랑하는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했던 많은 생각들이 작품 속 주인공 루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듯하다. 그가 행했던 것처럼 그들을 바꾸려 하기 보단 그들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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