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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취하라!! | 기본 카테고리 2020-02-0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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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김원 저
21세기북스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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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도 그렇고 책 겉표지 생맥주잔에 빠져 있는 사람 얼굴도 그렇고 혹시 '알콜중독'에 관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알콜중독'에 관한 책이면 그런대로 또 아주 적극적으로 읽어줄 마음이 있었다. 난 알콜중독임을 부정하기 힘드니까. 그런데, '알콜중독'에 관한 책은 아니었다. 다만, 저자가 (나이가 60대라고 한다) 40년 가까이 많은 양의 음주생활을 해 왔고, 이제는 젊었을 때처럼 왕창 마시지는 않지만 여전히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정도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저자가 살아온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저자처럼 '자유분방함'을 상당한 정도로 누리며 살아온 분들의 비율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에, 그런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과 개성을 지키고 가꾸고 유지시켜 온 저자의 결단과 노력과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책 속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모습은 서양미술을 전공한 화가(유학도 다녀오심)이고 술을 참 많이 마셨고 결혼해서 장성한 30대 아들 1명을 두고 있고 몇 년 전부터는 나무를 깎아서 여러 공예품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자유인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 방면에서 폭넓은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상대의 나이 성별 직업 취향 등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음없이 하루종일이라도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과 다정다감함을 겸비하신 분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술 마시지 않고도 취한 상태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늘 했다고 말하면서, 이 책에 '술 마시지 않고도 몽롱해지는 법'을 적고자 했다고 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1장 2장 보다는 3장이 그리고 3장보다는 4장이 더 크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만나면 이별하는 게 삶의 정해진 이치라 할지라도 안타까운 이별 앞에 담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광석의 노랫말 중에도 있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136쪽)

"아버지는 나를 키우며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버지가 사는 모습을 보고, 그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되면 아버지처럼 살고.... 그게 아니라고 생각되면 너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고."(147쪽)

"우리 어머니도 외롭고 아버지도 외롭고 형들도 외롭고....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 혼자서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그 사실이 묘하게 나를 외롭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한다."(153쪽)

"아, 내가 조언을 하기 전에 떠올리는 또 한마디의 말이 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 금자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가 차갑게 내뱉던 한마디. '너나 잘하세요'를 떠올리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며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짜릿한 쾌감이 감돈다. 정말 짜릿한 말이다. 그러니 참아야 한다. 쓸데없는 참견과 조언을."(159쪽)

"그림 말고 날마다 4시간씩 계속 이어나갈 다른 작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나무를 만났다. 나무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원목이 지닌 질감과 나뭇결 그리고 저마다의 형태와 빛깔. 그리고 서로 다른 나무가 만나 만드는 즐거운 하모니. 그 작업을 통해 기쁨을 누리고 있다."(166쪽)

"어쨌든 존경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내가 죽을 때까지 아들과 사이좋게 지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살아오면서 아이가 내 삶의 길잡이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사이에 아이가 있었기에 서로 조금씩 더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자기주장을 앞세우지 않으며 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185쪽)

"어느 달빛이 고운 밤에 편안한 얼굴로 자리에 누워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나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다. 세상을 조용히 빈손으로 떠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꿈.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져서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덧없어서 참으로 고마운 삶."(199쪽)

그리고 책 맨 뒤편 238쪽에서부터 시작되는 "죽음이라는 이름의 축제" 단락은 한 단락 전체가 참 멋진 아이디어이자 내 마지막 모습에 대한 이정표가 되어 주는 내용이었다. 아직 목숨이 붙어 있을 때 내가 직접 연출하는 장례식이라. 지극히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ㅎ ㅎ ㅎ 얼마 전에 접했던 "빅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라는 멕시코 작가의 소설도 아주 유사한 프레임으로 되어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간다.

여러 자기 계발서나 인생멘토 비슷한 책들에서 나오는 삶의 진리는 대개 유사하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감성과 표현으로 그런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하루하루 오늘을 살라는 것, 아주 작고 소박한 것에서 행복과 감사를 느끼라는 것, 이별도 외로움도 죽음도 완전히 인정하고 포용하라는 것, 술도 좋지만 굳이 술이 아니어도 삶에서 몽롱하게 취하고 즐길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놀아보라는 것, 조언 참견을 삼가하고 혼자만의 시간에 잘 놀라는 것 등등.

60대인데도 불구하고 30대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저자가 부럽다. 난 아직 40대이니 20대 후반의 감수성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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