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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해 보기를 잘했다 | 기본 카테고리 2021-09-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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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처음 해 보는 엄마

김구민 저
양철북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서 시작된 엄마 해 보기의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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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하면서 아이를 낳지 말자고 서로 약속했다. 둘 다 자식에 관심이 없었다. 나는 7남매의 막내라서 늘 집안에 조카들이 들끓었다. 아이들이 지긋지긋했다. 엄마도 이미 손주들이 많아 새 손주를 요구하지 않을 것 같았고, 설사 요구하더라도 막을 자신이 있었다. 아내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 마음이 확고했기에 우리 인생에 자식이 있을 줄 몰랐다. 그러나 덜컥 아기가 아내 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아기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초음파로 확인하고 나서 거부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성심성의껏 아이를 받아들였다. 우리 인생에 아이 한 명이면 충분하다 여겼다. 7년 뒤 또 한 번 더 아기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생명이라 그저 웃음이 날 뿐이었다.

 

첫 번째 딸아이를 키우면서 서른 살 남자의 눈이 한 살짜리 아이 눈으로 확대되는 경험을 했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보게 되었다. 29살 차이가 나는 아빠의 눈이 어찌 정확한 아이의 눈으로 볼 수 있으랴. 그러나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시도는 저절로 되기도 하고 의도하기도 했다. 놀라운 경험이다. 딸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세상을 보게 되었다. 두 번째 사내아이를 키우면서는 또 사내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이미 아이 한 명과 지낸 경험이 있기에 두 번째 아이는 좀 더 능숙할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완전 새로운 아이였고 새로운 세계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갖고 있었다. 시야가 그만큼 더 넓어졌다. 두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전혀 몰랐을 세계다. 아빠 되기를 잘했다.

 

우리 모두 아이였지만 어른이 되면서 아이를 세계를 잊는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지금 어렸을 적 우리 아이들 모습도 일부만 기억할 뿐이다. 김구민 엄마의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책을 덮었다. 섬세한 김구민 엄마가 작디작은 보민이 손을 잡고 쓴 글을 보고 우리 아이들과 처음 손잡았을 때를 떠올리며 즐거워하고, 보민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을 이야기한 글을 보고 우리 아이들의 말을 떠올리며 감동하고, 어른 눈에 안 보이는 것을 보는 보민이를 보며 아이들 세계에 감탄한다. 글을 읽을수록 김구민 엄마랑 김보민 아이에 빠져든다. 지금 여기에서 자기로 살아가되 서로를 존중하려고 애쓰는 두 영혼이 아름답다. 보민이의 세계가 워낙 야무지고 새로운 덕분이지만 그것을 잘 받아들이고 엄마를 해 보기를 잘했다는 엄마 역할이 꽤 크다.

 

보민이 돌잔치 날, 돌잡이 물건으로 무얼 놓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마련한 것들.

세상을 품고 살라는 지구본

자유롭게 살라는 민들레 홀씨

작고 여린 것을 사랑하라는 들꽃

자기를 사랑하며 살라는 거울

단단하고 굳은 의지로 살라는 돌멩이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든 이들을 보살피라는 흙 한 줌’ (25,돌잡이에서)

 

보민이는 지구본을 잡는다. 엄마 아빠는 지구본을 잡은 보민이 손을 한 번 더 감싼다. 그리고 엄마는 보민이가 살아갈 세상을 지켜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세 영혼이라는 생각과 함께 김구민 엄마가 준비한 돌잡이 물건을 다시 보며 가슴 따스하다. 보민이가 세상을 품고 사는 것은 물론, 단단하고 굳은 의지로, 자기를 사랑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든 이들을 보살피며, 작고 여린 것을 사랑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것 같다. 살다 보면 아토피가 심하게 일었던 보민이 네 살 시기 같은 어려움이 또 닥칠 것이다. 그렇더라도 내가 풀어야 할 건 보민이 아토피가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두려움이라는 것을 엄마가 깨달은 만큼, 돌잡이 물건을 마련할 때의 바람대로, 그렇게, 엄마 아빠 보민이 모두,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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