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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짓궂은 인터뷰] 보다 보면 살고 싶어질 거야 -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 쓰윽 2022-07-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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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에세이가 출간됐다.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칼럼, 에세이, 스탠드업 코미디, 드라마 등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쓰는 윤이나 작가는 이 책을 두고 “장르 불명 인터랙티브 옴니버스 에세이”라고 명명했다.



지난해 두 권의 에세이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라면 :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를 출간하고 또 신작이 나왔다! 원래 이렇게 부지런한가?

황효진 작가와 쓴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는 2020년에 쓴 글이 1년이 지나 출간된 거였고, 단독 저서는 1년 만이라 연이어 출간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1월에 첫 소설 「아날로그 로맨스」가 실린 『무드 오브 퓨처』가 출간돼서 3~4개월 간격으로 책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다들 ‘또 나와? 도대체 어떻게? 헤르미온느야?’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가지고 있었던 원고는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는 연재 원고를 상당히 많이 고쳐서 새로 쓴 기분이긴 하다. 쓰는 동안 행복했기 때문에 세상에 나온 지금은 홀가분한 상태다.

프롤로그에 “일단 글쓰기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일을 통틀어 경제적으로 가장 저부가가치의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12쪽)”라고 썼다.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출판하는 이유는 뭘까?

늘 ‘마감 노동자’로서 내가 하는 일을 돈으로 환산하고 직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시급으로 환산했다가 정말 큰 충격을 받은 게 벌써 4~5년 전의 일이다. 정작 첫 책을 제외한 저서가 모두 그 이후 출간되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긴 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읽는 사람이라서 쓴다. 나는 창작자로서 내가 보고 즐길 수 있는 무엇을 만들고 싶다. 내가 여전히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모르는 세상을 만나고, 우연히 만난 문장에 내 삶을 겹쳐 두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도 책을 쓴다. 장르와는 상관없이 읽고, 보기 때문에 모든 장르를 쓰는 거고.

가장 추천하는 OTT 작품을 선별했다. 기준이 있었나?

일간지에 연재되었기 때문에 시의성을 생각했고, 될 수 있으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않은 작품, 찾아 봐야 볼 수 있는 작품을 다루었다.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는 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서 다큐멘터리에 관한 글도 많이 썼다. 보통 한 줄 요약이 어려운 이야기, 복잡하고 고유한 여성 인물이 등장 하는 이야기에 끌린다. 엄마가 책을 읽고 ‘왜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를 좋아하냐’고 하셨는데,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면?

책을 읽은 지인들이 하나같이 <올리브 키터리지>에 관한 글의 같은 문장만 골라와서 조금 곤란할 지경인데, 이 질문을 받고 깨달았다. 그들이 모두 책을, 소설을, 종종 소설만이 해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를 본다면, 소설과 드라마가 각각 같고 또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좋은 이야기’를 우리와 만나게 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웨이브에서 볼 수 있고, 이 정도까지 얘기 했으면 정말 꼭 봤으면 좋겠다.

“픽션에서도 현실에서도 그 어떤 이야기에서도 나는 해피 엔딩을 기대하지 않는다.(13쪽)”고 썼지만 누군가 “당신이 정의하는 궁극의 해피 엔딩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드라마 데뷔작인 <알 수도 있는 사람>이 열린 결말로 끝났다. 잘 봐오던 시청자들이 악플을 달고, 작가를 찾고, 심지어 해외의 드라마 리뷰 사이트에도 결말을 납득할 수 없다는 후기가 올라올 정도였다. 더 많은 수의 대중에게 만족을 줘야하는 드라마 작가로서는 뼈에 새긴 조언이지만, 이야기를 끝내는 방식으로서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많고 닫아 두지 않은 결말을 좋아한다. 해피(혹은 새드)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엔딩이, 나에게는 최고의 엔딩이다.

OTT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는 독자라도 이 책을 재밌게 볼 수 있을까?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뭔가 보고 싶지만 보기가 싫다’고 생각하면서 OTT 메인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는 분들, 작품과 추천이 넘쳐나서 오히려 뭘 봐야할지 고를 수 없는 분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마지막까지 후보였던 제목 중에 ‘보다 보면 살고 싶어질 거야’가 있었는데, 보다 보면 살고 싶어지고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만나 주시면 좋겠다. 여기에는 작가 윤이나의 에세이도 포함이다.

다음 작품을 쓰고 있나?

책 대신 다음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단행본 세 권과 공저 두 권이 나오는 동안 계속 쓰고 고치고 다시 쓰고 또 고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히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만나실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아쉽다. 예정된 책이 없으므로 <월간 채널예스>를 통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인데 그래도 만나볼 수 있는 채널은 OTT가 될 것 같다. 꽤 성실한 독자이자 좋은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 보는 시청자로서의 내가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의 별책 에세이를 쓰고 싶어지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윤이나

칼럼부터 에세이까지, 스탠드업 코미디부터 드라마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2016년 첫 에세이집 『미쓰윤의 알바일지』를 출간했고 2017년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일하는 여자들』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같은 해에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알 수도 있는 사람>
을 썼다. 콘텐츠팀 헤이메이트를 통해 읽고, 보고, 말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여성들과 함께 나누며 ‘나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있다. 동료와 함께 팟캐스트 <시스터후드>를 만들고 있다. 띵 시리즈에는 <라면>으로 참여했으며 '하얀 음식'을 싫어한다.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윤이나 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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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짓궂은 인터뷰] 번아웃과 갭이어 사이에서 -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쓰윽 2022-07-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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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나에게 갭이어(gap year)가 필요하겠어? 자문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를 쓴 김진영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책은 ‘갭이어’를 반드시 갖자고 추천하는 책이 아니다. 일하는 마음이 어딘가 크게 변한 것 같을 때, 그 시그널을 무시하지 말자.



책 출간 후 각별한 축하를 받았다.  ‘우.아.무. 사랑 위원회’가 창단됐다고 하던데?

서로의 삶 깊숙이 서로의 일과 삶을 응원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들이 나보다 먼저 작년 3월, 7월 각각 첫 책을 냈다. 서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그리고 우리 모두 이벤트와 축하와 기념을 좋아하는 본투비 기획자들이라 소박하지만 아주 유난스럽게 서로의 출간을 축하하기 시작했다. 이미 앞선 두 친구의 출간 기념회에서 웬만큼 할 수 있는 서프라이즈는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책 모양 케이크, 100쇄 기원 초대형 풍선 등) 역시나 이 기획자 둘은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우아무'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우아무 사랑 위원회'가 주는 크리스탈 감사패. (내 이름이 단독으로 박힌 상패는 난생 처음이다) 나도 아직 어색한 내 새끼를 '사랑'해주는 위원회가 있다니. 

요즘 근황은?

첫 책을 쓰고 작가가 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출간 후 작가 소개란에 쓴 메일 주소로 단 한통의 메일만 왔다. 하지만 잔잔히, ‘우아무’의 안부가 전해진다. 정말로 책을 '읽은' 사람들의 공감과 토로, 반가움 등이 가득 담긴 안부를 전해 받을 때마다 쓰는 동안은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쓰기 잘했다, 싶다. 요즘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데, 여전히 고통스럽다. 두 번째는 처음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 역시 쓰고 나면, 쓰기 잘했다, 이 고통을 잘 견뎠다 싶겠지.

<폴인 – 일하는 사람의 갭 이어> 연재를 계기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 

연재를 하면서 19번의 전화 인터뷰와 6개의 정식 인터뷰를 했는데, 내 안에도 인터뷰어 이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번아웃을 겪기 전과 후를 모두 알고 있는 편집자님께 두 개의 원고와 기획안을 보냈다. 다행히 ‘자기만의 방’의 페르소나인 '김시영' 씨와 일하는 마음의 겨울을 맞은 '나'의 고민이 잘 맞았다.

책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긴다. 희망적이다.

편집부가 원고에서 발견해준 문장이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좋다고 생각했지만 곱씹을수록 '될 수 있다'가 마음에 걸렸다. 무엇이 돼도 안 돼도 괜찮다는, 지금의 나를 충분히 살피고 내 중심을 잡자는 책이라서. 또 내가 아직 번아웃에서 회복된 것 같지 않아서 이 제목을 결정하기까지 무척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편집부에게 무척 감사하다. 출간 후 감사하게도 제목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큐 에세이(텍스트로 쓴 다큐멘터리)’라는 독특한 콘셉트가 책 표지부터 펼쳐진다.

갭이어를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할수록 '질문' 이상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하지만 나는 늘 카메라 뒤에서 질문만 하던, 타인의 이야기를 담은 촬영본을 가지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엮어가던 사람이었다. 막상 백지에 내 이야기를 쓰려니 텅 빈 화면에 커서만 꿈뻑꿈뻑 쳐다보기 일쑤였다. 그러던 차에 편집부에서 '다큐 에세이'라는 콘셉트이자 장르를 제안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카메라를 들고 그 답을 찾아가는 저자의 로드무비같은 책을 만들자고. 그 덕에 쓸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에게 갭이어를 꼭 생각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가?

이 책은 갭이어를 가지시라고 추천하는 책이기보다 갭이어를 가져도 괜찮다에 가깝다. '나 정말 더이상은 이대로 못 살것 같다', '주말과 휴가로는 도저히 충전이 되지 않는다', '일하는 마음이 어딘가 크게 변한 것 같다' 하는 어떤 시그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부디 그 시그널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커리어 중간에 갭이어를 가지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실제로 만난 인터뷰이들은 대부분 갭이어를 매우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 갭이어가 '주어진' 것에 가깝다. 더이상은 일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나 마음의 건강이 악화된 것.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갭이어를 '선택'하는 나름의 특단의 조치를 내렸기에 모두들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이들의 이야기 중에 꼭 하나의 문장을 소개한다면?

"20년 차가 되어도 진로 고민은 계속해요. 20대 땐 30대가 되면 더이상 고민이 없을 것 같고, 30대 땐 40대가 되면 일에 고민이 없을 것 같죠.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에는 평생 진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20년차 MD이자 브랜드기획자 허윤의 인터뷰 중 문장이다. 

그와의 인터뷰 전에는 나보다 5살, 10살, 20살씩 많은 언니나 선배들과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들 역시 나처럼 고민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좌절했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도 지금 이 혼란과 방황이 계속된다고?!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그런데 허윤님과의 인터뷰 후에는 이런 고민이 고단하고 지리하다기 보다 좀 더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일에 꽤나 많은 삶의 부분을 쏟고 있는 사람들, 일과 나를 분리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라면 고민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니까.

책을 쓰고 달라진 점이 있나?

이전보다 아주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잔잔히 전해져 오는 ‘우아무’에 대한 공감의 메시지가 정말로 큰 힘이 된다. 일을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번민하는 마음은, 당신뿐만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 쓴 책인데, 그 말을 오히려 내가 돌려 받는다. 그리고 나는 '팀'으로 일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라는 데에 더 큰 확신을 갖게 되었다. 원고를 쓰는 시간은 외로웠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은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였다. 나의 지분은 10%뿐이고. 내 책이면서 나만의 책이 아닌 것. 책이 나오고 퍼져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즐겁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나는 팀으로 일하는 데서 행복을 느낄 것이다.

의외의 독자들을 상상해본다면?

아직 번아웃이 오지 않았고, 번아웃이 뭔지 잘 모르는, 그래서 번아웃이란 사실 조금은 꾀병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독자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주변에 번아웃으로, 무기력으로, 일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친구나 동료, 가족들에게 선물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우아무’가 가장 가닿고 싶은 코어(core) 타깃은 사실 번아웃과 우울, 무기력의 터널 2/3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마음이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 혹은 여러 경험담을 토대로 몇 개의 '심리상담/정신과 119 리스트'를 갖고 있기를 정말로 강력히 추천한다. 마음에도 언제든 응급상황이 올 수 있다. 처음에는 내 마음과 정신의 응급상황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지, 어디를 찾아가면 나아지는지 알지 못해 무척 괴로웠다. 괴로움과 막막함이 무너진 마음에 공포심을 더했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얼른 심리상담 선생님의 전화번호 최소 1개를 핸드폰에 저장하자. 그 번호가 언젠가 나를 구원할 것이다.



*김진영

이야기를 듣고, 쓰고, 찍는 다큐멘터리스트. 좋은 질문을 던져, 세상에 흩어져있는 이야기를 엮어내고 전달하는 일이 좋아 다큐멘터리 PD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콘텐츠 기획자로, 때로는 브랜드 콘텐츠 전략가로 하는 일이 확장됐다. 일의 언어는 달라도, 결국 평생을 이어갈 내 일의 이야기는 하나라고 믿는다.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김진영 저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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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짓궂은 인터뷰] 착한 척할 시간에 정말 착한 짓들을 했다면 - 『착한 척은 지겨워』 | 쓰윽 2022-07-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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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끔했다. 김한민 작가의 신작 제목을 읽고는! 대관절 무슨 내용이길래 ‘착한 척’은 지겹다고 말할까. 주인공의 결기 넘치는 표정을 오랫동안 응시한 뒤 책장을 펼쳤다. 『착한 척은 지겨워』는 NGO 바닥에서 15년째 잔뼈가 굵은 소심한 시민운동가가 거침없는 언행으로 공포의 시위꾼으로 소문난 기후 활동가 ‘마야’와 기후 정치를 하는 당 ‘불가능한당’을 창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내 안의 ‘쓰레기가슴’을 발견한 적이 있는 독자라면 책을 읽는 내내 콕콕 쑤실 것이다. 



5년 만에 신작이다. 2018년 『아무튼, 비건』 출간 후 페르난도 페소아의 작품을 번역했고 단독 저서는 오랜만이다. 5년간 어떻게 지냈나? 

책 작업을 소홀히 하고 환경운동에 매진했다. 『착한 척은 지겨워』도 기후 문제와 비거니즘에 관심 가지면서 구상했으니 꽤 오래됐다. 아무리 긴급하고 절실한 문제라도 해결하려면 대중의 지지 없인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지지를 얻으려고 ‘착한’ 접근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때쯤 그레타 툰베리처럼 전혀 ‘안 착한’, 가감 없는 목소리도 나타났는데, 이 책은 그런 흐름의 일종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치유와 힐링, “괜찮아, 네 잘못 아냐” 류의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메시지들이 여전히 지배적이었는데, 이 책은 그런 흐름에 역행한다.  

주인공 ‘나’와 기후 활동가 ‘마야’. 두 인물은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대비된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화자인 ‘나’의 이름은 (책엔 안 나오지만) ‘신디’이다. 신디와 마야 둘다 실제 모델들이 있다. 나는 책 속 인물을 만들 때, 두 명 이상의 실존 인물을 섞어서 만들곤 한다. 그래야 모델과 거리를 둘 수 있으니까. 가장 큰 고민은, 그러면서도 인물이 얼마나 살아 있느냐는 것이다. 

기후 위기, 연민, 미투, 인류세, 동물해방, 기분만 띄우고 행동은 억제하는, 허영에 쉽게 자극되는 ‘쓰레기가슴’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쓰면서 ‘이 내용은 꼭 넣고 싶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나?

“쓰레기가슴”과 “자위는 집에서”. 그 뜻은 책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제발 다들 지금 작동하고 있는 것이 쓰레기가슴인지 아닌지 구분하고, 전자라면 과감히 집어치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위를 하려면 집에서 각자 했으면 좋겠다, 공개하지 말고.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SNS 환경에 익숙해진 우리는 지금 하는게 자위라는 사실조차 자주 까먹는다.

제목을 지은 배경이 궁금하다. 『착한 척은 지겨워』라니! ‘착한 척은 괴로워’도 아니고!

착한 척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설마 착한 척이 그렇게까지 문제의 핵심이라곤 생각 안 한다. 착한 척의 폐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개인만이 아니다. 기업도, 정부도 착한 척에 도가 텄다. 그 수많은 착한 척할 시간에 정말 착한 짓들을 했다면, 세상이 두 번 바뀌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착한 척에 찌들어 있는 면이 있어 다짐을 담은 제목이기도 하다. “착한 척은 괴로워”는 당연히 염두에 둔 적 없다. 그 또한 착한 척이기 때문에.

에필로그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머리를 질끈 묶는 그림이 표지가 됐다. 어떤 결단, 결의일까? 안경을 쓰고 순한 표정을 했던 첫 장면과는 사뭇 다르다. 주인공은 이제 착한 척하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될까?

맞다. 주인공은 조금씩 변한다. 그전까지 자기 의지대로 살았다곤 하지만, 추구하는 이상도 없이 현실적으로 열심히만 살아오다가, 의지에 반해 끌려다니다시피한 경험을 하고 나서 변화가 생겼다. 그렇다면 이중에서 진짜 의지는 뭘까? 나도 모르지만, 주인공이 자기 방식대로 ‘미투’를 해낸 경험이 앞으로의 인생에 자양분이 될 것 같다.

현재도 착한 척하느라 괴로워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괴로움은 도구다. 강을 건너기 위한 나룻배 같은. 행동을 위해 잠시 필요한 감각이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괴로움 자체에 몰입하고, 몰입한 시간 동안 뭔가 했노라고 착각하면 변화는 싹부터 잘린다. 괴로움의 표현을 그치자. 아무도 (당신 자신조차) 그것에 관심 없다고 상정하자. 당장 분연히 일어나 뭐라도, 작은 뭐라도 해라. 물론 그런다고 세상이 바로 바뀔 리 없다. 하지만 내가 아는, 세상을 실제로 조금이라도 바꿔가는 사람들은 그 지점에서 징징거림이 아닌, 또다른 행동으로 넘어갔다. 물론 이건 내 말이고, 주인공 마야는 이렇게 친절하게 얘기해주지 않을 거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찔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듯하다. 채식을 비롯한 환경운동을 작게나마 실천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Just do it. 




*김한민 (글·그림)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유리피데스에게』, 『혜성을 닮은 방』, 『공간의 요정』, 『그림 여행을 권함』, 『책섬』, 『카페 림보』, 『비수기의 전문가들』, 『사뿐사뿐 따삐르』, 『웅고와 분홍돌고래』 등의 책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페루에 파견되어 학생들을 가르쳤고, 독일에서 작가 활동을 하다가 귀국해 계간지 [엔분의 일(1/n)]편집장으로 일했다.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교에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문학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했고,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원(ISCTE) 박사과정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산문집 『페소아와 페소아들』, 시선집 『시가집』을 엮고 옮겼으며, 페소아와 그의 문학, 그리고 그가 살았던 리스본에 관한 책 『페소아: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을 썼다.




착한 척은 지겨워
착한 척은 지겨워
김한민 글그림
workroom(워크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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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를 꼼꼼히 읽지 않고 이 책을 집은 독자라면 저자 소개글을 읽다가 숨이 가빠질지 모른다. "조화와 우아가 나에게 가장 모자라는 덕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로 시작하는 글. 일단 이 문장부터 반하고 들어간다. 『평균의 마음』은 전작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로 독서계에 반가운 실례를 저지른 이수은 작가의 고전 독서 에세이다. 편집자, 번역가로 일한 저자는 ‘이런 책 있으면 좋겠다’고 출판 기획안을 썼지만 필자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책을 쓰게 됐다.



출판사를 그만두고 작가로 전업한 것인가?

아니다. 운영하던 출판사는 그만뒀다기보다 망한 쪽에 가깝고, 작가로 전업은 한 적이 없다. 그냥, 망해가는 출판사에 종일 혼자 있다 보니 적적해서 옛날 책들 좀 뒤적거리고, 그러다 또 혼자 과몰입해서 캬~ 이 좋은 걸 나만 보긴 아까우니까, 이러면서 책까지 쓰게 됐을 뿐. 작가를 직업으로 삼을 만큼의 책임감이나 열망을 가질 자신이 없다.

글발이 엄청나던데 지나친 겸손이다.

나는 겸손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한 적은 더더욱 없고. 책을 쓰겠다는 생각 자체를 한 지가 몇 년 안 됐다. 다만, 내가 어느 정도 ‘훈련된 문장’을 구사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게 다 내가 읽은 책들에서 온 걸 거다. 내가 읽어본 정말 좋은 글들은 그 내부의 엄청난 에너지로 심신을 후려치기 때문에 글이 어떻다 하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글쓰기에 있어 나의 한계는 극명하지만, 사실은 글을 잘 쓰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렇게 잘 쓰지 못하리라는 걸 이미 알기 때문이다.

『평균의 마음』이라는 제목, 자꾸 곱씹게 되더라. 

책을 쓰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내가 제목을 먼저 정하고 글을 쓰는 타입이었다. 흘러 넘치듯이 글이 나오는 천부적 작가가 아니고, 꼭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제목과 콘셉트가 확정돼야 글을 시작할 수 있다. ‘평균의 마음’은 ‘위대하지도 않은 보통의 사람이 위대한 걸작을 읽고 이렇게나 감동할 수 있는 이유를 탐구해 보자’는 의도로 지은 제목이다.

스스로를 은둔형 덕후, 아주 괴팍한 족속, 취미와 특기가 의심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고전을 읽었기 때문에 스스로와 타인을 이해하는 인간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앗, 그런 건 비밀이었는데, 고전 얘기만 계속하면 지루하다고 뭐라 할까 봐, 이 말 저 말 늘어놓다 말실수를 한 거 같다. 고전을 읽고서 새사람이 될 만큼 유연하진 못하고, 탁월한 작품들에 스스로를 비춰 보다 자아의 각성에 이른 것 같긴 하다. 이토록 각양각색으로 빤한 인간 종족이라니! 이렇게 생겨먹은 나 자신, 식상해서 다행이다, 이렇게.

20여년간 편집자로 일했고 2014년에 스윙밴드 출판사를 열었다. 전직 출판사 대표의 저자 마케팅, 기대해도 되나?

얼마나 홍보에 재주가 없었으면 출판사가 망했겠나. 젠장. 저자의 적극적인 활동이 판매에 가장 효과적이라는데. 책 내준 출판사들에 도움이 되지 못해 송구하다. 그래도 SNS에다 셀프 디스하고 자폭하는 저자보단 아무것도 안 하는 저자가 차라리 나은가 보다. 뭐라도 해보라고 시키지도 않는다.

역시 현명하다. 『평균의 마음』을 읽은 독자의 반응 중, 선호하는 것은? 1. 와! 이 책 짱 재미! 작가 님 글 짱 잘 써! 2. 아, 나도 고전을 읽어야겠어!

3번을 추가하겠다. 3. 그래, 나도 이제 내 멋대로 읽어보겠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언제나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단지 책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갈 때, 나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독자로 보내는 한 사람으로서, 응원의 야광봉을 격하게 흔들어 드리고 싶다.

그래도 고전은 너무 지루해서 못 읽겠다고 말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의 책은?

단 한 권의 책이라니, 너무하다. 2500년에 걸쳐 쌓여온 기나긴 고전의 목록에서 감히 한 권의 필독서를 꼽을 주제가 못 될뿐더러, 취향의 망망대해에 흩뿌리는 소금 한 꼬집 같은 추천의 말로 누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개인적으로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발자크를 같이 읽는 독서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가끔 생각만 한다.(막상 하자고 하면, 무덤까지 같이 가잔 소리처럼 들릴까 봐 무섭다)




*이수은

조화와 우아가 나에게 가장 모자라는 덕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언제부터 알았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일찌감치 알았다. 비록 황금비율의 신체는 타고나지 못했더라도, 언행을 삼가고 마음 씀씀이를 바르게 하여 품격 있는 인간이 되고자 정진할 수도 있겠건만, 바로 그 말투와 행동거지가,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내 뜻대로 조절이 안 됐다. 일희와 일비의 극렬한 파동운동 속에서 매사가 너무 좋거나 너무 싫어서 도대체 중간이라는 게 없었다. 양철통 같은 마음과 그 안에 담긴 모난 자갈들 같은 생각이 나를 이루는 요체라는 인식은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래서 고전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걸 쓴 사람들과 그들이 그려낸 인물들이 모두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저마다 자기 시대를 힘껏 살다 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평균의 마음
평균의 마음
이수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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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커버 스토리] 최재천 "나는 평생 논 사람이다" | 쓰윽 2022-07-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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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오래전부터 꼭 쓰고 싶은 책이었다. 엄두가 안 나 시작을 못 했지만, 출판사로부터 안희경 작가와의 대담을 제안받았다. 최재천은 이미 안희경 작가가 세계 석학들을 만나 인터뷰했던 책들을 읽어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2021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최재천과 안희경은 일곱 차례 만나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를 주제로 공부 책을 완성했다. 최재천은 인터뷰 내내 “나는 공부를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는 왜 스스로 공부를 못했다고 고백할까? 최재천이 생각하는 진짜 공부를 물었다.



길은 스스로가 찾아야 해요

언젠가는 꼭 쓰고 싶은 책이었다고요.

교육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꽤 됐어요. 엄두가 안 나서 쩔쩔매고 있었죠. 편집자 선생님이 안희경 작가님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제가 기억하는 책이 있었거든요. 저도 섭외하지 못한 분들을 만나 인터뷰집을 내셨던 분이라 제가 덜컥 붙들렸습니다.

대화는 어떠셨나요?

안 작가님이 술술 이야기하게끔 만드셨어요. 독특한 재주가 있으시더라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할 이야기, 못 할 이야기를 다 해버렸어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이끌어내시고 정갈하고 매끄럽게 정리해 주셔서 되게 고마웠습니다.

평소 대한민국 교육에 관한 강연도 많이 하시고 칼럼도 쓰셨지요. 이 문제만큼은 꼭 다루고 싶다는 게 있었나요?

원래 제가 생각했던 제목이 있었어요. ‘교육으로 흥한 나라, 교육으로 망하다.’ 우리나라가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가 되기까지, 그 바탕이 공부잖아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나라를 이만큼 성장시켰는데요. 이 공부는 적어도 20년, 30년 후에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 강단에 선 지가 30년이 넘었어요. 교육자로서 대한민국 교육계를 보면 희망이 안 보여요. 20년, 30년 후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면 교육의 관점에서는 전혀 희망적이지 않거든요.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우리 세대보다 더 나아질까? 그런 확신이 안 서요. 국영수를 열심히 배우다가 바이러스에 걸려서 죽는 세상이 됐어요. 그동안 환경 교육의 중요성을 꾸준히 이야기했는데 정부가 듣지 않았죠. 이제는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했으니 환경 교육을 다시 논의해야 해요. 환경 교사를 복원해야죠. ‘도서관 만들기 운동’ 덕에 웬만한 학교에 사서들이 생긴 것처럼 모든 학교에 환경 교사를 둬야 해요. 아이들이 꼭 받아야 할 교육이니까요.

『최재천의 공부』가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5만 부가 팔렸습니다. 리뷰를 찾아보니 젊은 독자들이 꽤 많더라고요. 책을 기획할 때 염두에 둔 독자가 있었나요?

엄마, 아빠, 학부모들을 생각했어요. 교육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결론은 항상 뻔하더라고요. 부모가 변해야 한다. 지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을 가장 먼저 생각했고요. 그다음에는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죠. 두 세대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자녀 교육에 도움을 받고자 책을 읽었는데, 끝까지 읽어보니 나야말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어떤 분이 절묘한 이야기를 하나 하더라고요. 『최재천의 공부』를 읽었더니 절반은 아이들에게 잘해 주자는 이야기고, 절반은 독서를 ‘빡세게’ 하라는 말이라고. 그런데 걱정하시더라고요.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절반만 읽으면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게 하라는 이야기라서 큰일났다고요(웃음).

학교에서 강연 제안이 오면 부모님도 초대하는 조건으로 수락하신다고요.

네, 부모님들이 많이 오시는 편이에요. 그래서 강연이 끝날 때 이 이야기를 꼭 해요. 이 세상에서 절대로 듣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가 뭐냐? 그건 바로 부모님 말씀이다. 부모님 말씀을 절대로 들으면 안 된다. 이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들은 당황하시고 애들은 빵 터져요. 그러면 제가 묻죠. 자기 아이보다 키가 더 큰 부모님은 손을 들어 보시라고. 거의 전멸이에요. 아이들보다 키도 작으면서 왜 자꾸 아이들한테 강요하시냐, 그건 소용이 없다고 말씀드려요. 

우리 세대랑 지금은 너무 많이 다르거든요. 우리가 대학에 다닐 때 인기가 많았던 학과는 지금 아이들이 없어서 난리예요. 아이들은 20년, 30년을 내다보고 있는데 부모들이 30년 전 이야기를 하니 누가 부모 말을 듣겠어요. 절대적으로 아이들이 부모들보다 탁월해요. 묻지 마 투자, 그냥 도와주시는 게 정답이에요.

꿈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일단 방황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서 자주 하는 강연 제목이 ‘아름다운 방황과 따뜻한 방목’이에요. 젊었을 때 방황은 특권이에요. 부모 품에 있을 때 방황하고 설득해야 해요.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설득하면 반드시 넘어오게 돼 있어요. 계속 찍으면 넘어옵니다. 한두 번 찍으면 자존심 때문에 안 넘어와요. 그런데 세 번 찍으면 벌써 방에 들어가서 아이에게 뭘 해주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게 부모예요. 부모는 아이에게 긴 목줄을 걸어놓아야 해요. 긴 줄로 묶어놓고 자유롭게 다니게 하다가 아주 위험할 때는 낚아채야 해요. 곁눈으로 계속 살피다가 진짜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뛰어들어야 해요. 그 전까지는 꾹 참아야 해요.

아버지로서 최재천은 어떤 부모였나요?

저희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었는데 굉장히 엄하셨어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컸기 때문에 그게 참 싫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낳고 결심했죠. 나는 물렁 팥죽 아빠가 되리라. 아이가 어릴 때 아내가 “애비가 돼서 좀 바로잡아주지, 왜 아무것도 안 하냐?”고 자주 그랬어요. 그래도 안 했어요. 왜냐면 아들이 저보다 나아요. 그런데 제가 왜 충고를 해요?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죠. 제자들에게도 이래라저래라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책을 다 읽은 독자가 “선생님, 그럼 제가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키면 됩니까? 학원을 그만 다니게 하고 생태 체험이나 자율 학습으로 돌릴까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을 해주실까요?

길은 스스로가 찾아야 해요. 제가 어떤 길로 가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아요. 하고 싶지도 않고요. 각자에게 맞는 길은 스스로가 찾아야 합니다. 길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고민하고 공부해야죠.



일단 첫 문장에서 때려야 해요

교수님의 삶을 쭉 짚어보면, 차선으로 선택했지만 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경험이 많습니다. 의예과를 지망했지만 재수를 하고 서울대학교 동물학과에 입학,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당시 생물학으로 최고였던 미시간대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셨죠.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을 당한 것 같아요. 딱 원했던 방향이 아니거나 전혀 원하지 않았거나, 또는 원한 것에 못 미치거나. 그랬던 게 많았어요. 그런데 선택을 당하면 그래도 되게 노력했어요. 제가 시를 좋아했고 미술을 좋아했고 문과 체질이잖아요. 그런데 영어를 좀 하니까 유학을 갈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영어를 굉장히 잘한 건 아니었거든요.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 갔을 때 한국 학생이 대학원에 서른 명쯤 있었어요. 공대니까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일단 영어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친한 친구한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죠. 그리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길에 큰 소리로 연습했어요. 밤이 되면 학생들이 없으니까 미친 놈처럼 영어로 떠들어댔죠. 그리고 바(bar)에 자주 갔어요. 미국 사람 한 명을 붙잡고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어로 다 하는 거예요.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랬더니 영어가 확 늘었어요.

일단 정해진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한 거네요.

되게 노력했죠. 어떤 환경이 주어지면 내가 어떻게 살아남을 건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아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당신은 적응력 하나는 끝내준다.”예요.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더라도 차선이라도 필사적으로 노력했어요.

솔직한 고백도 있더라고요. 스스로 “나는 학력 세탁을 한 사람”이라고 말하셨어요.

솔직한 게 아니고 그게 저예요. 어쩌다 보니 대한민국 사회가 저를 너무 올려놓았어요. 저를 퍽 대단한 사람으로 평가해 주셔서 그렇지 실제 제 모습은 별 볼 일 없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저에게 너무 겸손하다고들 말하는데, 겸손한 게 아니라 제가 정말 그런 거죠. 빈말이 아니라 저는 대학생 때 공부를 안 했어요. 미국에 가서야 공부를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한 공부는 공부가 아니었어요.

공부가 아니었다고요?

너무 재밌어서, 너무 좋아서 한 거니까요. 그건 공부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당당하게 말해요. 나는 공부를 잘해 본 적이 없다, 신나게 놀았을 뿐이다. 저는 평생 논 사람이에요. 친구들이 공부할 때 학교를 빼먹고 벽제, 송추를 돌면서 계곡에 발 담그고 시 쓰고 물고기 잡으면서 놀았어요. 그러다 생태를 알고 동물이 궁금해져 신나게 놀면서 공부했어요. 

우리는 공부를 너무 고통스럽게 하잖아요. 이 이야기를 잘못하면 욕을 먹는데 실제가 그래요. 미국에 처음 갔을 때도 제가 GRE 수학 시험을 만점 받은 게 소문나서 동양에서 수학 천재가 왔다고 했거든요. 우리 기준에서는 뛰어난 게 아닌데 생물학과에서는 그랬어요. 그때부터 인생이 쉬웠어요.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았으니까요. 우리 애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건 공부라고 생각 안 하고 밤새서 코딩하고 그러잖아요. 마찬가지예요.

추천사를 써달라는 제안이 많이 오죠? ‘최재천 교수님이 추천한 책’이라고 강조하면서 책을 홍보하는 문구도 많이 봤습니다.

정말 많이 와요.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죠. 솔직히 이야기하면 되게 고마워요. 그 덕에 제가 책을 읽고 살거든요. 저는 공격적으로 책을 읽는 편이에요. 내가 찾는 부분을 책에서 찾으면 책을 탁 덮어요. 이게 좋은 책 읽기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추천사를 쓰려면 무조건 그 책을 다 읽어야 해요. 

번역서의 경우에는 아예 원서를 달라고 해요. 그러면 번역도 지적하게 돼서 참 힘든데 그래도 허투루 쓸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서울대학교에 있을 때는 학생들 추천서를 무지하게 많이 썼어요. 제가 쓸 수 있다고 판단할 정도로 아는 아이들만 써줬는데도요. 최근에 고백했지만 제가 20년 동안 하버드대학교 입학사정관을 몰래 했거든요. 추천서를 하도 많이 읽으니까 답이 나오더라고요. 일단 첫 문장에서 때려야 해요.

어떤 글이라도 첫 문장은 중요하죠.

제가 쓴 추천서를 하버드대학 입학사정관 회의에서 큰 소리로 낭독했던 일이 있었어요. 성남에 있는 외국인학교에 다닌 아이의 추천서였는데 제가 이렇게 썼어요. “이 아이는 등교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무슨 소리야, 싶죠? 아이가 다닌 학교가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아서 교가가 없었어요. 학생들을 상대로 공모했는데 이 아이가 쓴 곡이 교가로 채택된 거죠. 자신이 만든 교가가 매일 학교에 울려 퍼지는데 어떻게 소름이 안 끼치겠어요? 이 학생은 굉장히 뛰어난 아이인데 하버드대학에서 안 뽑으면 어떡하느냐고 썼죠. 합격했습니다.

최재천의 글쓰기 철학이 유명하죠. 경제적으로 정확하고 우아하게. 앞의 두 개는 대략 감이 오는데, 우아한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요?

저도 되게 애쓰는 거예요. 대부분은 실패했을 거고 가끔은 우아한 글이 나올 때가 있겠죠. 글쓰기 스타일을 김훈 선생님과 고 이어령 선생님으로 나눈다면, 저는 이어령 선생님 쪽이에요. 이어령 선생님은 모니터를 여러 개 켜놓고 글을 쓰시잖아요. 저도 비슷해요. 이 문장 넣어봤다가 저 문장 끼워 넣고. 또 사전을 언제나 곁에 두고 써요. 똑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는 걸 피하고 너무 밋밋한 글인 것 같으면, 앞 문단과 뒤 문단을 통째로 바꿔봐요. 그러면 갑자기 글에 생기가 돌아요. 갑자기 글이 펄떡 튀죠. 글의 흐름이 너무 거칠게 읽히면 조금씩 다듬고요.



과학을 끊임없이 알려야 하는 운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가 출간된 지도 벌써 20년이 흘렀어요. 올해 개정 3판이 나오기도 했죠. 과학 소설을 비롯해 대중 과학서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과학 서평 매거진 <시즌 SEASON>도 올해 1월부터 계간지로 발행되고 있고요.

첫 호가 나왔을 때 인터뷰를 했고 두 번째 호에서는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을 하나 골라 서평을 써달라고 해서 『털 없는 원숭이』를 썼어요. 이 책은 어쩌면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 번역서로 볼 수 있어요. 대중 과학서의 효시 같은 책이기도 하죠. 이 책을 쓴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연구실에 있었어요. 도킨스가 “저도 책을 써보려고 하는데 쓸까요?” 하니 “너도 써봐.” 해서 나온 책이 『이기적 유전자』예요. 서평을 쓰다 보니 데즈먼드 모리스로부터 받은 영향, 제가 우리나라에서 과학서를 쓰게 된 배경이 쭉 훑어지더라고요. 1999년에 『개미제국의 발견』이 나오고, 같은 해 정재승 박사의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가 출간되고 또 몇 년 후에 『정재승의 과학콘서트』가 나오면서 대중 과학서가 주목을 많이 받았죠.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과학자들도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에게는 과학을 끊임없이 알려야 하는 운명이 있어요. 과학을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거든요. 국회에서는 자꾸 과학 예산을 깎는데요.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미국은 연구비를 받으면 일정 부분을 대중에게 이 연구를 알리는 비용으로 써야 해요. 0.1%인가 그랬을 거예요. 저는 미국에서 그런 교육을 받고 한국에 왔기 때문에 과학을 알릴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아했어요. 그런데 교수 회의에서는 TV에 나왔다고 욕을 먹었죠. 그래서 제가 하루는 얼굴을 푹 숙이고 회의에서 나왔는데 복도에서 화학과 교수님 한 분을 만났어요.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최 교수 덕분에 자연 과학이 살고 있다”고요. 진짜 혼란스러웠죠.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혼자서 논리적으로 한번 생각해 봤어요. 누군가는 과학을 대중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이 일을 내가 하는 것이 맞나? 당시 대한민국 수재로 불리던 물리학 교수님과 행사에서 자주 만났어요. 그분은 초를 다투는 연구를 하고 계셨는데 자꾸만 불려 나오니까 불만을 토로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 연구는 몇 달을 쉬었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 않아요. 지금도 까치 연구를 25년째 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에서 까치를 연구하는 팀이 4개 정도밖에 없어요. 그중에서 저희가 가장 오래 한 팀이고요. 저는 그래도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이니까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면 내가 하는 게 맞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달라졌죠. 너도나도 하겠다는 분위기가 됐어요.

2020년에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을 시작하셨어요. 구독자가 30만 명이 넘었습니다. 생명다양성재단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하셨다고요.

사실 시작은 전혀 순수하지 않았어요. 정말 돈을 벌려고 만든 거예요. 공익 재단을 만들었는데 운영이 쉽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으니까 누가 유튜브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1년 넘게 구독자가 1만 명이 안 됐는데 최근에 갑자기 터졌어요.

교육, 책, 과학, 사회 문제까지 유튜브에서 다루는 주제가 광범위합니다.

정말 놀라웠던 게 제가 올해 봄 베니스 비엔날레에 기조 강연자로 초대를 받았어요. 초청의 글을 읽으니까 거부할 수 없더라고요.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당신이 와서 에코 백신에 관해 이야기해 주면 예술가들이 거기서 영감을 얻어서 자연을 보살피게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1분도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는데 베니스에 가서 한국 사람을 15명은 만난 것 같아요. 다 예술가니까 저랑 연결 고리가 하나도 없잖아요. 그런데 거의 80% 사람들의 첫인사가 “유튜브 잘 보고 있습니다.”였어요. 정말 놀랐어요. 지금 학교 교정에서 학생들을 만나서 인사하잖아요? 교수를 만난 표정이 아니에요. 유튜버를 보는 표정이에요(웃음).

일찍이 학생들을 위해 서재를 공개하셨잖아요. 대출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요. 유튜브를 보니까 “책은 꼭 반납하라.”고 강조하시던데요(웃음).

빌려 놓고 안 갖다 놓는 애들이 있어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갔을 때도 꼭 책 반납하라고 포효했는데 편집돼서 안 나갔어요.

『최재천의 공부』를 읽고 났더니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드는 독자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제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무슨 뜻이냐면요. 과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생물학 책을 먼저 읽는 게 좋아요. 생물학은 과학 분야에서 비교적 말랑말랑하잖아요.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도 물론 좋지만 어려워요. 이 책을 읽고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몇 명 없을 거예요. 생물학 책을 읽고 좀 익숙해지면 화학, 물리 이렇게 도전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맷집을 좀 키운 다음에 도전하는 거예요.

다음 책으로 벌써 써놓은 원고가 있다고요.

가제는 ‘숙론’이에요. 2년 전에 써놓았는데 한 챕터를 못 썼어요. 그 챕터에 써야 할 게 ‘토론을 잘하려면’이거든요. 노하우를 이야기해야 하는 챕터인데 이걸 아직 못 썼어요. 써야죠(웃음).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 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최재천

평생 자연을 관찰해 온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며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최재천의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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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안희경 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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