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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 (Loving Vincent, 2017) -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 영화 및 공연 2018-03-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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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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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방식으로 만난 고흐의 마지막 모습! 영화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2017)>는 그의 죽음을 기점으로 거꾸로 그의 삶의 전반을 바로 그의 다양한 작품과 더불어 탄생되었다. 수많은 미술가들이 손으로 직접 그린 유화로 구성된 이 장편 애니메이션은 색다른 기법이라는 점에서 참신함을 느끼며 동시에 빈센트 반 고흐를 나타내기에 최선의 방법이었으리라 생각된다. 1890년 7월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 그의 극적인 죽음은 충분히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영화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2017)>로 만들어진 것이다.

 

 캔버스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유화의 느낌이 영화의 시작과 더불어 그대로 스크린에서 느껴지게 된다. 더구나 대부분의 장면이 바로 고흐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1853 作)이 실제 이야기 속의 밤을 나타내고 있으며, 아르망 룰랭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 역시 모두 고흐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기에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2017)>는 또 다른 형식의 고흐의 작품전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법을 적용하여 적어도 스크린 상에서는 생명을 불어넣고 있으니 아마도 고흐에 대하여 조금만 관심이 있더라면 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엄숙한 관람이 아니라 고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소재로 한 스토리는 그러한 몰입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게 된다.

 

 고흐의 권총 자살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집배원인 룰랭이 아들인 아르망에게 고흐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그의 동생인 테오에게 전해줄 것을 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카페 테라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의 시작은 이미 사망한 고흐로부터 비롯되었음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고흐가 남겼다는 마지막 편지와 더불어 고흐의 작품을 그대로 옮겨 놓은 그의 작품이 배경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고흐의 권총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과연 고흐가 남겼다는 그 마지막 편지가 어떤 것인지 호기심을 갖게 되며 자연스럽게 룰랭의 아들인 아르망의 여정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된다. 이전에 고흐에 대하여 그리 좋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던 아르망이지만, 아버지의 설득에 의하여 파리로 떠나는 그의 출발은 우리로 하여금 고흐의 마지막 순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아르망은 고흐에게 미술 용품을 공급하던 탕기 영감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고흐의 동생인 테오 역시 이미 사망한 난처한 상황에서 아르망은 의외로 책임감을 발휘하며 고흐의 마지막 정착지이자 삶을 마감한 오베르로 향하게 된다. 아르망은 고흐가 죽음을 맞이한 라부 여인숙에서 머물면서 고흐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고흐가 사망하기 전에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에 대하여 제각각의 평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견과 가셰 박사의 진단대로 정신적으로 불안했다는 평가가 뒤섞이면서 아르망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나 역시 아르망과 같이 그동안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고흐의 죽음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고흐가 그린 초상화 속의 주인공들이기에 완전한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살로만 알고 있던 고흐의 죽음이 타살이었다면?

 

 이러한 고흐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아르망의 고흐에 대한 감정 변화라 할 수 있다. 이전에는 고흐에 대하여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지만, 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흐에 대한 동정심, 그를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한 죄책감, 지금이라도 그의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려는 정의감 내지는 적극적인 감정. 이러한 아르망의 감정 변화는 곧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 변화를 대변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오늘날 고흐를 위대한 예술가로 기억하게 된 역사의 흐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전 오직 한 편의 작품만이 팔릴 정도로 그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후일 그의 작품을 통하여 서서히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고흐야말로 죽음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 대표적인 인물이 아니었던가? 어쩌면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2017)>는 9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고흐에 대한 변화된 사람들의 평가를 상징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유화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기법과 수많은 화가들이 참여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다. 그러나, 영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스토리는 특별한 반전없이 단조롭게 흘러간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고흐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관객의 반전에 대한 기대를 자극하는 충분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가셰 박사의 설명에 곧바로 수긍하는 아르망의 모습은 그래서 아쉽게 느껴진다. 더구나 고흐의 죽음을 통하여 그의 생애 전반을 다룰 것처럼 영화가 시작되었지만, 이내 그의 죽음 직전의 상황에만 이야기가 한정되었다는 점도 안타깝게 보여지는 부분이다. 제작 환경을 감안한다면 95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고흐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2017)>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비록 단조로운 이야기의 흐름과 고흐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영화의 모든 것이 바로 고흐의 작품을 그대로 옮겨 놓은 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고흐의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를 구분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흐의 죽음에 대하여 충분히 의심할 수 있던 고흐와 닥터 가셰의 관계는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영화의 평면적인 구성을 오히려 관객의 입장에서 입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영화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수확이 아닐까? 이 영화가 고흐의 작품과 삶으로만 만들어졌으니 우리 역시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를 만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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