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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산책 13 : 미국은 '1당 민주주의' 국가인가? - 강준만 |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2019-09-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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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국사 산책 13

강준만 저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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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임 시기를 다루고 있는 [미국사 산책] 시리즈 열 세버째의 내용들은 나로서도 아직 고등학생이었지만, 이전보다는 달리 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20여년 전의 당시 미국의 역사에서 미처 몰랐던 부분은 물론 그 과거의 역사가 미국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우리가 역사를 통하여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의 내용 중 개인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 대법관 인준

 1991년 부시 대통령은 흑인 출신 법조인인 클래런스 토머스를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하게 된다. 이로써 그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연방 대법관이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는데, 인준 과정에서 몇 가지 부정적인 부분들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특히 흑인 여성 출신의 교수였던 애니타 힐의 폭로로 인하여 과거 토머스의 성희롱 의혹까지 등장하면서 1991년 10월 11일에 열린 그에 대한 상원 법사위 인준 청문회장에 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공화당은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원들의 도덕적 결함을 내세우면서 후보자를 그렇게 몰아붙이는 것이 맞는지 강공을 펼치기도 하였는데, 논란 끝에 52대 48로 클래런스 토머스의 연방 대법관은 인준을 통과하게 된다. 이는 청문회를 통하여 민주당이 제기한 사건들은 대부분 의혹에 불과한 것이고, 오히려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애니타 힐이 토머스의 추천서를 얻어 다른 직장으로 갔다는 점꽤 시간이 흐른 상황에서 아무런 증거 없이 단순히 폭로만으로 성희롱을 주장하였다는 점에서 클래런스 토머스의 임명 찬성으로 여론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백인 페미니스트들이 고안해낸 '직장 내 성적 희롱'이라는 민감한 사안의 덫에 토머스가 걸려들었다는 주장'성희롱'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흑인 차별'이라는 의제에 눌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었다는 것으로 극명한 평가로 갈리면서 그 논란은 한동안 지속되게 된다. 이러한 논란이 아무런 증거없이 애니타 힐의 증언 하나만으로 제기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통 성희롱을 당하면 가해자를 외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도움을 받은 과거 이력은 대중으로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보면 최근 한국의 정치인의 성희롱 의혹에 대한 대법원 판단 및 장관 임명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 양상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 미국에서 일어난 이 사건과 놀랍게도 닮아 있지 않은가? 때론 그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의혹이 유죄로 또는 무죄로 해석되는 이러한 모습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확실한 증거없이 개인 또는 기관에서 과연 판정을 내릴 수 있는가와 진상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여론 형성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상황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2. 로스앤젤레스 폭동(1992)

 흑인들의 폭동으로 인하여 한인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 사건은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실제 폭동으로 인한 피해의 40%가 한인들에게 집중되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27세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관에게 구타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경찰관들이 무죄 평결을 받게 된 것으로 촉발된 이 폭동에서 도대체 왜 한인들이 피해를 입었어야 했던 것일까? 우선 폭동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라타샤 할린스 사건'(1991년 3월 16일)이 눈길을 끈다. 한인 상점에서 오렌지 주스를 몰래 가방에 담던 것을 목격한 한국 여성이 그것을 제지하다가 몸싸움이 일어났고, 고장난 것으로 알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당겨서 라타샤 할린스가 죽음을 당한 이 사건은 흑인들의 분노를 사게 된다.

 

 이 사건은 1990년대의 민족간, 인종간 투쟁은 인종차별 정책으로 백인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질 흑인들의 분노와 불만, 대결이 흑인과 다른 인종 및 이민자들고의 갈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특히 한인을 상업에만 종사하는 영원한 이방인이며, 언제든 성공하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부정적 뉘앙스의 '미들맨 마이너리티(middleman minority)'라고 불리었으니 폭동에서 흑인들로부터 약탈 대상이 됨과 동시에 백인 공권력으로부터 소외됨은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폭동의 피해자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한인들이 과연 미국이라는 그 사회에서 적응 및 소통하는 방식은 과연 문제가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성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여러 민족 및 인종들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이방인이라는 시선은 그만큼 그들에 대한 적응 과정 중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3. 클린턴의 등장

 1993년 1월 20일 빌 클린턴은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중학교 시절의 내가 본 빌 클린턴의 모습은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젊고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꽤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훗날 백악관 내의 성추문이 있을 정도로 바람둥이 기질은 물론 실제 선거 기간 중에서도 이미 섹스 스캔들이 제기되었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극복하면서 오히려 부시를 '유약한 남자'로 비교되면서 '강한 남자'의 증거로 바꾸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 미국 국민들에게 통하는 이변이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각종 토크쇼는 물론 색소폰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나로서는 그러한 환상을 갖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정작 클린턴이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사회적 메세지는 보수주의였다는 점에서 확실히 미국의 역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선거 기간 동안 "바보야, 중요한 건 경제야."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웠던 것처럼 빌 클린턴 정부는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의 시장개방을 강조함으로서 새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더욱 국익중심주의로 흘러가게 된다. 이로 인하여 미국 민주당은 그간 세계정책에서 추구해온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의 이상론적인 가치들도 클린턴의 현실주의 노선 아래에서 미국의 국익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최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빌 클린턴과 마찬가지로 경제 회복을 내세운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우리에게는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음을 통하여 확인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세계 영향력과는 무관하지만 한국 역시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면서 복지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덜했던 정부를 경험하였다는 점에서 그러한 미국의 역사에 공감하게 된다. 세계 경제 정책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입장에서야 대통령에 따라 경제 회복이 관건이 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의 경제는 한국 대통령이 아닌 국제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가끔은 한국 대통령 후보들의 경제 회복 주장은 그리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4. 로스 페로를 통한 미국 정치 및 언론.

 1992년의 대선에서 부시와 클린턴의 대결 과정에서 로스 페로의 부상은 주목할 부분이다. 먼저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미국의 양당 체제에서 제3당의 출현 가능성을 고조시켰다는 점과 기존 정당과 연계가 없는 후보가 미디어를 통하여 대중과의 직접 소통을 통하여 정치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하여 오랜 시간 인내하며 정당 내 위계질서를 밟아 정상에 올라야 하는 길고 번거로운 과정을 우회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며, 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부각된다. 이전의 레이건이 그러한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력이 있었지만, 이제 이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더욱 격화됨을 로스 페로의 등장을 통하여 재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빌 클린턴이 각종 토크쇼에 등장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한 노력 역시 로스 페로의 선거 방법을 의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디어의 성장은 훗날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는 수단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으며, 이는 현재 한국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장관 임명에 대한 언론의 기사가 과거 부정한 짓을 저지른 대통령을 다룬 기사보다도 더 많았다는 점은 국민들 입장에서 신문사를 비롯한 언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5. 빌 클린턴의 대북 폭격 계획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소식은 한국에서도 호외로 알려졌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로서도 꽤 큰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당장 눈 앞의 시험을 준비하느라 그저 한 독재자의 죽음으로만 인식하였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이 그랬을 것이다. 김일성에 대한 조문을 보내는 것에 대한 논란이 뒤를 이었고, 당시 우리 정부는 이후 북한이 혼란으로 인하여 흡수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헛된 망상마저 할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김일성 사망 직전에 북한의 핵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또한 그 사태에 대하여 모든 주도권이 미국에 달렸다는 점은 한국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직시하게 된다. 실제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 처리를 시작하자 그곳에 공중 폭격을 검토하게 된다. 그것도 보수적인 공화당이 아닌 빌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에서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 카터의 방북을 토대로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게 되었고, 김영삼과 김일성의 평양 만남 계획까지 성사되었다. 그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김일성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사실 빌 클린턴은 1994년 6월 어느 날 재래식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는 폭격을 진행하려고 하였다. 미 CIA 보고서는 미국이 선제적으로 북한의 핵 시설을 공격하더라도 북한히 재래식 무기만으로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권은 초토화되고, 장거리 미사일로 남한의 원자력 발전소를 타격하여 남한 전역이 핵 오염지대가 될 것이며, 전쟁 발발 후 1개월이 지나면 한국인 10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2개월 뒤에는 북한 정권이 사라지고 전쟁 종료와 함께 통일이 되겠지만, 남한의 경제는 50년 전으로 돌아간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1994년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실제로 느꼈던가? 빌 클린턴이 재래식 전쟁의 위험성을 감수한다고 밝혔지만, 그 감수는 모두 한국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도대체 무엇을 감수한다고 천명한 것일까? 한국이라는 나라의 운명이 한국의 대통령도 아니고 미국의 대통령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또 비밀스럽게 결정될 수 있음을 확인한 이 사건은 오히려 북한의 핵 위협보다 더 공포스러운 상황이 아닌가? 이제 전쟁이 발생하면 1994년보다 더 심각한 피해가 예견된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미국 입장은 우리 입장에서 곱씹어 보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 위주로 정리하였지만, 이밖에도 미국의 대중 문화의 수출이라든지 1995년의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탄테러 사건과 세계무역센터에 가해진 폭탄테러도 꽤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사건들로 인한 영향력은 우리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의 종말]을 쓴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은 오늘날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간의 노동력의 자리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유효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과거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인 현상 및 문화 형태가 뒤늦게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우리는 확실히 미국의 역사에 대하여 보다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미국에 기대고 있으면서 점점 고개를 들고 있는 반미라는 한국이 모순적인 상황은 오히려 미국을 더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사 산책] 시리즈는 단순히 미국이 역사에 대한 설명과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초반에 언급한 클래러스 토머스 청문회 인준 과정처럼 해당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보여주고, 그것을 통하여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읽으면 읽을수록 미국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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