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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사람들 - 김성희, 김수박 | 정치 & 사회 2021-01-2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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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밖의 사람들

김성희,김수박 그림
보리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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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연히 젊은 부부의 삶을 다룬 영화 리뷰를 보게 되었다. 부부가 각자 열심히 일하지만 그들은 작은 원룸에서 겨울에는 보일러가 고장이 날때마다 추위에 떨어야 했고, 생계를 위하여 그토록 하고 싶었던 연극 배우의 길을 포기하려는 남편과 그런 남자가 배우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아내의 모습은 요즈음 젊은 세대의 극히 일부분의 모습이 아닌 대부분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착잡해졌다. 


 #2

 요즈음 급격히 상승하는 부동산을 보면서 정말 젊은 세대들이 취업을 하여 자기 힘으로 집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잘 사는 부모가 지원을 해준다면 모를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영원히 집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에는 열심히 하면 그래도 작은 보금자리는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즈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는 것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나로서는 노후에 대한 준비와 더불어 현재 다니는 회사에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즈음 부모로부터 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겪는 고통에 비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러한 상황이 빚어진 것에 대하여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가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는 점이후 세대 역시 자라면서 그러한 고통을 짊어질 수도 있기에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청년노동의 현실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그들에게 오로지 노력만을 강요하며 그러한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 청년노동자의 숙명이라고 말하거나 아예 외면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청년노동의 현실을 다룬 [문밖의 사람들]을 읽어보고 싶었다. 감상적으로 젊은 세대들을 바라보는 나에게 그들이 처한 현실과 또 그 현실이 만들어진 사회적 구조의 문제점을 직접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밖의 사람들]젊은 여성 노무사 박행과 대도시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진희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언뜻 요즈음 젊은 세대들을 대변하는 주인공들을 통하여 그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뜻밖에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전해준다. 먼저 박행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젊은 나이에 노무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었으니 보수가 괜찮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도 가능했을텐데, 그녀는 적은 기본급만 받고 '노동건강연대'에 취직하게 된다. 만화이기에 능력있는 젊은 사람이 높은 보수보다는 가치있는 일에 헌신하는 캐릭터의 클리셰로 보여질 수 있지만, 박행이 '노동건강연대'에 참여하는 과정은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노동자의 현실을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된다. 

 

산재사망은 기업 살인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로 가중처벌을 받고 기업이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로 가중처벌을 받아야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습니다.

 - p. 12 中에서 -

 '산재(산업재해)사망'은 익숙한 용어이다. 하지만 이것을 '기업 살인'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그동안 일을 하다가 죽는 것을 그저 운이 없거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던 우리의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죽은 것은 똑같은데, 왜 일하다 죽은 것은 살인과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던 것일까? 내가 그 피해의 직접적인 대상자가 아니기에 은연중에 고용주를 옹호하게 된 것은 아닐까? 또한 '노동건강연대'(실제로 존재)의 명칭만 보더라도 단순히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대하여 월급을 받는 것으로 여겨지던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 역시 재고의 필요성이 느껴지게 된다. 그동안 노동운동, 노동조합을 노동운동에 있어서 가자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정작 시급한 것은 노동자의 건강에 관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인력도 많고, 생산도 많은 사회, 돈을 가진 소비자로만 살면 사회적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지만 그게 아니잖아. 

 필요한 존재가 되라고 풍종한 세상의 좁은 문이 우릴 닦달해.

 무언가를 해야만 사랑받을 것 같아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 사람을 또 그만큼 미원하거나 하찮게 여겨. 

 - p. 20 中에서 -

 노동건강연대에 참여한 박행의 생각을 보면 그동안 사회에 대하여 너무 무심하게 바라본 것은 아니었나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행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부조리와 모순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저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실제 그러한 방식으로 사회에 종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그리는 박행의 활동은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에 반하여 자신이 살던 곳을 벗어나서 서울에서의 삶을 꿈꾸는 진희의 모습은 이 시대 청춘들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입사했을 때에도 필사적으로 수도권 근무지에서 배치를 받으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아예 한국을 서울과 서울이 아닌 지역으로 보는 극단적인 시선이 팽배하니 진희의 그러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진희가 서울에서 겪는 모습은 대부분 젊은 세대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넉넉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희처럼 지방에서 올라와서 자신의 꿈과 현실의 삶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주거지 문제와 생활비로 인하여 각종 아르바이트와 노동으로 대부분으 시간을 보내게 되니 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교차로 진행되던 박행과 진희의 이야기는 2016년에 접점을 갖게 된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의 하청공장에서 청년들이 줄줄이 시력을 잃고, 뇌에 손상을 입게 되는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발생한 사건) 박행은 수도권의 일부 공장에서 젊은 청년들이 갑자기 시력을 상실하는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 사건은 하청업체들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버튼을 만드는 과정에서 메탄올을 사용하여 세척함으로써 발생한 것이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메탄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에서 다루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동차 워셔액이 대부분 메탄올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그 심각한 피해를 막기 위하여 에탄올로 교체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대기업의 하청공장에서 메탄올에 의하여 발생한 이러한 피해를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언론에서 그리 크게 다루지 않았으며, 그 위험성을 자동차 워셔액으로 다루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다루는 2016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더구나 진희씨는 생계를 위하여 야간에 단 4일간 메탄올 작업을 했을 뿐인데도, 시력의 손실은 물론 뇌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되었다. 메탄올에 대한 이러한 문제는 OECD 가입국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후진적인 것이어서 한국 노동계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된다. 비록 이들은 산업재해로 인정되어 일정 부분 보상이 있었지만, 박행을 비롯한 노동건강연대는 이 문제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게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먼저 파견 근무자를 곧바로 생산 라인에 투입한 것도 불법이지만, 원청 기업인 대기업들은 대부분 그러한 문제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청 기업은 1차 하청업체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지만, 이 사건과 같이 3차 하청업체에서 발생된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원청 업체가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분기별로 회사에서 환경안정교육을 듣는다. 솔직히 내가 하는 일과는 관계가 없지만, 노동법에 근거하여 환경안전교육은 의무 교육이다. 그런데, 정작 그 교육이 절실한 열악한 하청업체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로지 낮은 단가를 유지하면서 이익을 얻기 위하여 불법과 편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의 이 사건으로 6명의 청년들은 심각한 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했다. 이들 이외에도 분명 메탄올에 의하여 피해를 입었음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한다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젊은 노동자들은 더욱 많다고 한다. 이 끔찍한 피해가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사회 운동가들이 없었다면 그대로 묻히거나 아예 관행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기만하다. 2016년 당시 정부는 이러한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대통령은 오히려 국회의사당에서 '파견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연설을 하는 상황이었으니 그 심각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수많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한 채, 일부 고용주들의 편의를 위하여 대통령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사실,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파견법'과 메탄올에 의한 노동자의 피해는 별개라는 국무총리의 발언은 먹먹함이 느껴질 뿐이다.

 

 애초 [문밖의 사람들]을 통하여 오늘날 청년노동의 현실을 살펴보고자 하였지만, 이 끔찍한 내용들이 현실이라는 점과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그러한 문제를 외면하거나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귀찮다는 불평과 함께 환경안전과 관련된 교육을 들었는데, 정작 그 교육은 누군가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메탄올로 인하여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과 세월호 사건으로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은 그 사건을 보면서 정작 나 또는 내 가족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으니까라는 마음으로 그저 관조적인 입장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또한 오늘날 청년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성세대라 만들어 놓은 사회적,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의 개선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2016년 파견법은 물론 그 이전의 정권에서는 보수 또는 진보를 가리지 않고, 비정규직 양산을 확대하는 법안들이 마련되었다. IMF와 금융 위기로 인하여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지며 실직자가 늘어나자 조금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자 그러한 법안들이 마련되었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좋아졌음에도 여전히 비정규직과 파견직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에 대한 것도 문제이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 '파견직'이라는 딱지는 그들의 건강과 노동 환경에도 차별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지 비정규직이니까 파견된 인력이니까 그러한 것들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고용주는 물론 노동조합 역시 그들의 편익을 위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나누려는 것에 대해서는 인색하니 말이다. 

 

 [문밖의 사람들]에서 다루는 내용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점과 또 그 현실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이었다. 이건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는 그 시기를 벗어났고, 또 좋은 직장에 다니니까 별개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원인이 사회와 제도의 부조리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부조리는 언론 또는 정치권에서도 그다지 크게 다루지 않는다. 일부 정치권 포함한 기득권 계층에서 불거진 각종 성희롱 의혹 및 권력과 연계된 부정 축재를 누가 저질렀느냐에 따라 부각되거나 아예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언론을 보면 2016년의 사고가 당장 재현되더라도 그다지 보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개선의 의지를 지녀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청년' 또는 '젊은'이라는 특정 계층에만 해당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언제라도 우리 역시 이 책의 주인공으로 다뤄질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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