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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하는 고양이 - 정순분 | 정치 & 사회 2021-08-3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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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확행하는 고양이

정순분 저
소명출판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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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미국은 일본을 어떻게 항복시킬 것인가에 고심하게 된다. 정석대로라면 일본 본토에 상륙하여 도쿄에 성조기를 꽂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지만, 미국은 일본의 극렬한 저항에 다소 질려있는 상태였다. 총알이 떨어지면 무조건 '반자이'를 외치면서 무작정 돌격을 하고, 가미가제 특공대, 카이텐(인간 어뢰)과 같이 자폭하는 일본군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군인은 물론 민간인마저 포로로 생포하려고하면 목숨을 끊는 그들을 미국은 납득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면 수십만의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리라는 결론이 나오자 결국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을 굴복시키게 된다. 일본이 항복하고 미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자 그토록 처절하게 저항하던 일본인들은 오히려 미국이 당황할 정도로 순종적인 자세로 복종하게 된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미군을 위하여 자국 여성들을 모집하여 위안소를 설치할 정도였으니 미국의 당황스러움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부분이다. 

 

 1946년에 출간된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미국의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일본을 파악하기 위하여 저술된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을 직접 방문한 적은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자료들을 통하여 꽤 객관적으로 일본을 분석한 이 책은 오늘날까지 일본을 연구하는 데 필독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미국과는 달리 동북아 권역에 함께 속해 있으며 오랜 기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일본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유효하여 이것이 오히려 일본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최근 한국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자 한국에 대한 경계가 그들의 외교 정책은 물론 혐한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에 양국 모두 서로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일본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일환으로 읽은 책이 바로 [소확행하는 고양이]였다. 저자는 1990년대 초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지냈으며 현재에는 대학에서 일본학 교수로 재직중인데, 이 책은 그동안 역사서를 통하여 일본을 살펴본 나에게 문화와 사회적인 관점에서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30개 항목을 통해서 일본의 본질을 자세하게 해설하고, 일본 사회, 일본 문화, 일본인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상반된 성향의 공존, 즉 다양성이 오히려 일본적인 특징이며 그 다름의 조화와 균형이 일본이 추구하조가 하는 화(和)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확인한다.

 - p. 5 ~ 6 中에서 -

 제1장. '일본 사회' : 전통과 변화의 공존

 제2장. '일본 문화' : 생활과 취미의 격차

 제3장. '일본인' : 집단성과 개인성의 양립


 

 먼저 이 책의 제1장의 주제 '일본 사회'전통과 변화의 공존에 관한 것이다. 어느 사회든 전통과 변화는 공존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보다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이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천재지변이 많아서 고대부터 내려오는 토착 신앙인 신도가 현재까지 사회적 기반을 이루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독자적인 문화 콘텐츠 역시 일본의 토속신과 갖가지 관습에 의한 문화적 코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또한 1868년 메이지유신을 통하여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를 추진하여 부국강병에 성공한 것처럼 전통을 고수하는 상황에서도 변화를 추구한 사례는 저자가 왜 일본을 다루는 첫번째 주제로 전통과 변화를 선정하였는지 짐작케 하고 있다. 이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 중 아마 '세습은 내 운명'은 여러모로 현재의 일본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백년기업', '백년가업', '노포'라는 표현에 걸맞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큰 일본에서는 생활 문화나 예술은 물론이고 시대에 따라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조차 옛것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만세일계(萬世一系)로 표현되는 일본의 천황제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사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이 서구 문물을 가감없이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습에 의한 천황제를 그대로 유지하였다는 점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예로부터 내려오는 도덕이나 정신은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비단 천황제 뿐만이 아니라 일본의 정치계의 세습 역시 사이쇼와 쇼와, 헤이세이 시대를 거쳐 레이와 시대인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4번의 총리를 지낸 아베 역시 세습 정치인 중 한명이고, 일본 국회의 25~30% 정도가 세습 정치인 출신이다. 정치에 대해서는 이러한 세습을 반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세습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세습을 통하여 전통 기술이 끊이지 않고 계속 전승되는 것은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기술이 나올 수 있게 하며, 예술은 세습을 통하여 거듭될 수 있도록 더욱 원숙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세습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대응이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일본의 수많은 분야가 바로 이러한 세습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천황의 하루'라는 사례를 이러한 세습과 연관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천황의 실제 삶을 다루기 위하여 '천황의 하루'라는 사례로 따로 설명하고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천황의 삶 역시 세습 과정을 통하여 변화되는 일본의 단면 중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8시 : 아침 기상(이 시간보다 일찍 또는 늦게 일어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오전 10시 30분 :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학문소라고 불리는 집무실로 출근(입헌군주제에 따라서 천황의 업무는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한 것들뿐이었다.)

오후 12시 30분 : 점심 식사

오후 3시 30분 : 다시 학문소로 이동(오전보다 더 한가운 업무 시간)

오후 5시 30분 : 학문소에서 퇴근하여 목욕(천황의 목욕은 상반신은 상급 여관 3명이 씻었으며, 하반신은 하급 여관 2명이 씻었다.)

밤 10시 : 궁내성 취침 시간이지만, 잠이 없는 천황은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어갔다.


 메이지 천황의 일과 시간을 보면 외부적으로는 신격화된 절대 군주였지만, 한 개인으로서 보면 인간다운 기본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식사는 온갖 예법으로 인하여 정작 소량을 먹으면서도 시간은 오래 걸렸고, 업무는 상징적인 결재가 전부였으니 업무 시간에 홀로 와카를 짓거나 소일거리를 찾아야 했고, 목욕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천황이었다. 근대화를 통한 입헌군주제의 시기에도 천황의 개인적인 삶은 철저히 통제되고 의례적인 것이었으니 그 이전의 천황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천황의 삶은 이후 세습 과정에서 그래도 조금씩 변화가 생겨난다. 다이쇼 천황은 4명의 아들을 두었기 때문에 후궁여관을 두지 않았으며, 스스로 산책도 할 수 있었다. 쇼와 시대에는 천황의 완전한 일부일처제를 확립했으며, 여관제도도 기존의 미혼여성이 아닌 기혼자나 미망인을 채용하여 통근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또한 황궁 역시 서양풍으로 개조되어 창문이 유리로 바뀌었으며, 천황은 보통의 침대를 사용하게 되었고, 천황 부부가 스스로 세수와 몸치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에 의해서 쇼와 천황(히로히토)이 신격화 자체를 부정하는 인간 선언 이후에 천황은 아예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만 남게 되면서 세습은 계속 진행되면서도 많은 변화를 감내해야 했다. 따라서 세습은 일본의 전통을 고수하는 것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수많은 변화에 어느 정도 부흥하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2장의 주제인 '일본 문화'에서는 일본의 생활과 취미를 다루고 있는데, 우리 역시 일본과의 대중문화 개방으로 인하여 책에서 다루는 사례는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한 것들이 많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성인 남녀의 평균키는 한국이 대략 5cm정도 크다. 에도 시대에는 조선인이 일본인보다 6cm이상 컸으며, 그 이전에는 차이가 더 컸다. 일본인을 '왜인(倭人)'이라고 부른 이유는 이처럼 일본인이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독 키가 작았을까? 이는 그들이 오래 전부터 육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황과 막부는 불교 교리로 인하여 육식을 죄악시 하면서 그것이 굳어져서 오랜 기간 고기를 먹지 않았다. 조선이 농사에 도움이 되는 소를 보호하기 위하여 소를 죽이게 하지 못한 것과는 달리 일본은 사상적, 종교적인 이유로 아예 고기를 먹을 수 없었으니 왜소한 키는 계속 유전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19세기 후반 메이지유신을 통하여 서양의 육식 문화가 들어오면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육식 문화가 곧바로 일본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그동안 고기를 먹지 않다가 막상 고기를 먹으려고하니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일본은 전골과 스키야키와 같은 조리법을 소개하여 점점 고기를 먹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하였으며, 그 과정에 서양의 '커틀릿'이 '돈가스'로 개발되어 일본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돈가스의 형태는 1929년 도쿄에서 처음 등장하였으니 1872년 육식이 해금된 지 60년 만에 서민들 손에 의해서 독자적으로 돈가스가 탄생된 것이었다. 이에 반하여 일본의 디저트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일본 전통의 화과자는 물론 서양식 디저트 역시 수준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일본으로 이러한 제빵과 디저트 기술을 배우러 가는데, 실제로 일본은 서구의 디저트 기술을 개량하여 선도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케이크'다. 서양의 쇼트케이크는 버터와 마가린, 유지를 듬뿍 배합하여 만든 바삭바삭한 비스킷과 쿠키 종류를 일컫는데, 일본은 그것을 개량하여 스펀지케이크 사이에 딸기를 끼우고 그 위에 생크림을 바르는 식으로 부드럽게 만들었으니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크이다. 일본의 근대화를 정치와 사회, 군사와 같은 것에서 찾고 있지만, 서양의 것을 개량하여 일본 특유의 형태로 만드는 것은 이처럼 그들의 먹거리에도 반영되었던 것이다.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피규어 역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취미라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TV에서 방영하던 만화들이 모두 한국의 것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훗날 그것들이 모두 일본에서 훨씬 이전에 제작된 것을 수입하여 방영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다. 또한 일본의 정서가 반영된 애니메이션이 일본을 넘어서서 전세계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과 그러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피규어로 제작되어 또 하나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일본의 취미와 생활이 그들 사회를 넘어서서 경제적으로도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 분야는 한국 역시 조금씩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나라의 특성 때문에 확장보다는 축소를 지향하고 축제 문화를 통해서 집단성을 기르는 '일본인'을 다루는 제3장의 주제는 이 책의 제목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추리소설이라든지 사시사철 벌어지는 일본의 축제, 그리고, 다양한 열차에 대한 매니야 양산 등은 확실히 일본을 소확행의 나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오늘날 일부 찾아볼 수 있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동질감마저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저자가 제3장의 주제를 설명하는 부분을 좀 더 심도있게 생각해 본다면 이 주제는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무거운 주제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축소를 지향하고 집단성을 기른 상태에서 그것이 다시 확장에 대한 욕구로 바뀌어서 등장한 것이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가 아닐까? 이 책에서 다룬 일본의 개인적인 면을 본다면 저자가 말한 3번째 주제를 공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집단으로 바라본다면 그러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다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머리로는 일본을 좀 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그렇게 일본을 바라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편견에 사로잡혀 봐야 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우리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소확행하는 고양이]는 그런 우리에게 일본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전반적으로 무겁고 딱딱한 정치와 외교,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그동안 그들을 한 가지 잣대로만 파악하려는 마음 때문에 알 수 없었던 일본의 본질과 원리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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