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서니? 도깨비 벼리?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의 흐름이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쩜 이런 스토리를 생각하고 글로 쓸 수 있을까. 작가의 위대함을 절실히 느낀 책이다.
주영은 남편과 이혼을 준비하며 7살 수인이와 함께 시골 친정에 간다. 친정 엄마는 주영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빠와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서먹 서먹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수인은 그 곳에서 도깨비 벼리를 만나게 된다. 벼리는 엄마 주영이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엄마의 기억에 벼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인이와 엄마와의 어떤 사건으로 어둑서니가 등장하게 되고,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모성애는 강하다' 등의 문장이 생각났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요즘에는 인터넷 검색이나 책에서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내가 아이를 키울 때만 해도 이렇게 정보가 넘쳐나지 못했다. 정보가 있어도 실전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게 양육인 것 같다. 말 못하는 갓난 아기가 울어도 미안하고, 아파도 미안하고, 직장 생활 때문에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주영이는 수인이를 경제적으로 어려움없이 잘 키우기 위해서 직장 생활을 하지만 정작 수인이가 엄마를 필요로할 때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 수인이의 마음에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만큼. 정말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의미 있는 미래가 되어주는 자녀가 엄마의 마음을 몰라줬을 때의 좌절감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서로의 최선이 같은 최선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인간의 슬프고 두려운 감정을 먹고 사는 어둑서니가 실제 존재한다면 어둑서니가 없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슬프고 두려운 감정을 마주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후회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해도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된다.
무언가를 해주는게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할 수 있는 순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서로가 사랑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알아주지 못해서 받게 되는 상처가 마음 아프게 했다. 말하지 않아 오해에 오해를 낳고, 진심이 닿지 않음의 안타까움에 눈을을 흘렸다. 가장 가까운 관계가 가족이지만 남보다 더 먼 관계로 지낼 수 있는 관계 또한 가족이다. 가족 간의 관계 회복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