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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주 오래된 유죄 | 기본 카테고리 2020-12-0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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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주 오래된 유죄

김수정 저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대한민국의 법에서 과연 여성은 평등한가? 아주 오랜동안 차별과 편견, 굳건한 구조를 마주보고 싸워야했던 여성들의 끝없는 투쟁.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는 싸움들과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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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지난 20여년간 여성을 위한 변호를 해온 김수정 변호사다.

그래서 누구보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에 대한 법률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미 투 운동', 안희정이나 박원순같은 유명 정치인들의 성추문 사건, 낙태죄, 스토커처벌법 등 이미 여성에 대한 법률의 필요성이 화두로 오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들은 이는 이전까지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와 이를 위해 싸워온 여성들에게 이제서야 사회가 귀기울여 준다는 점이다. 또한 이 싸움이 성공적으로 끝날것이라는 보장 역시 없다.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다만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목으로, 2020년 엄청난 사건이었던 조주빈 사건과 디지털 성범죄, 성매매와 성착취,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2부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들리는 비명'으로, 가정 내에서 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 양육비를 내지않는 배드파머스, 이주여성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3부인 ''도구'로만 존재하는 여성의 자궁'에서는 낙태죄, 미혼모, 입양제도, 대리모나 난자채취의 문제를 담고있다.

마지막 파트인 4부에서는 '용서받을 자들 뒤에 용서한 적 없는 이들'이라는 이름으로, 위안부 문제, 군대 내 성차별과 성폭력, 여성 노동자, '수지 킴' 사건 들을 다루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특히나 정의의 상징인 '법'에서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특히나 책 뒷면에 적혀있는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산다는 형량에 대하여'라는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수십, 수백년간 물든 혐오와 차별의 덫에서 어떤 형량을 살고있는가.


성범죄에 관대한 대한민국

많디 많은 사건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에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성범죄는 어떻게 처벌되고 있는가?

뼛속깊은 유교국에서 진행되는 '성'에 대한 처벌은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성범죄 사건을 맡을 때마다, 가해자의 잘못에 대해 잘못을 비는 사람은

꼭 그들의 어머니이거나 누이였다.

P. 24

대개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다. 하지만 피해자인 여성에 대해서는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게는 합의를 구하고 이들이 피해 여성 대신 용서한다. 반면에 가해자인 남성에 대해서는 이들의 어머니나 여자 형제, 혹은 부인이 대신 피해자에게 사과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유발한 남성의 성적충돌으로 인하여 발생한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이는 종종 피해자의 행실 책임론으로 귀결되어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이 형을 감면받거나,

심지어 무죄를 받는 근거로 사용되었다.

P. 33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결국 모두 다 남성을 두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여성의 탓으로 화살을 돌린다.

예쁘고 몸매가 좋으면 남성의 성욕을 '유발'하고 '오해'하게 만든 여성의 귀책사유이며, 못생기거나 늙었으면 성적 충돌이 생길리가 없으며 오히려 이에 대해 '감사'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말하며 범죄사실을 부인한다.

가장 어이가 없는 대목인데, 애초에 자신의 '성적충돌'을 조절할 수 없으면 문제가 아닌가?

게다가 성욕은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전유물이 아니다. 허나 성범죄에 있어서 성욕은 유독 남성에게만 관대하다.

혹시 남성은 욕구를 발산하지 못하면 사망하는가?

여성의 옷차림이나 행실에 대해 성적충돌을 느꼈다면 이는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포르노 산업과 여성을 같은 인격체가 아닌 '성적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매우 뿌리깊은 여성혐오와 성차별의 역사의 전유물일 것이다. 그리고 같은 것들을 공유하고 즐겨온 남성 판사들의 지극히 '남성적인' 시선으로 성차별적인 판결이 되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을 낳으며, 차별은 다른 곳에서의 차별을 낳는다.

또 다른 황당한 사례가 있다.

바로 이 동영상과 비슷한 사례의 이야기이다.

사건 당시 만 18세 였던 A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지인과 함께있던 25세 남성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이 남성이 A씨에게 잠시 얘기하자고 집요하게 매달렸고, 강제로 키스하는 과정에서 A씨가 남성의 혀를 물어 절단시킨 사건이다. 이후 이 남성은 A씨의 아버지를 죽이겠다면 10여명의 청년들을 끌고 집에 난입했고, 결국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건은 정말 어이없는 판결로 마무리 되었는데,

법원은 A씨의 정당방위 주장에 대하여 '강제키스로부터 처녀의 순결성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젊은 청년을 일생 불구로 만들었고,

사춘기의 처녀가 범행장소까지 자유로운 의사로 따라간 것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소지이며, 이는 남자로 하여금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키스하려는 충동을 일으키게 한 데 대한 도의적 책임도 있다고 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법원은 A씨가 소리를 질러 구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질책하였다.

P.37

결과적으로 남성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반면, 피해자인 A씨는 '과잉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130여일 이상을 구속된 채 재판을 받아야 했다. 동시에 재판 과정에서, 이런 험한일을 당한 처녀과 혼인할 사람은 없을테니 가해자와 혼인하라는 권유를 여러차례 받았다고 한다.

위의 문장은 정말 하나하나 말도 되지 않는 문장이라 기가 찼는데, 더더욱 판결이 기가 막혔다.

만약 여성의 '정조'나 '순결'이 지켜 마땅해야 할 가치였다면, 오히려 이를 빼앗은 남성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에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하지 않았을까? 아예 모순인 지점이다.

동시에 만약 A씨가 소리를 질렀다면? 과연 무사했을까?

이야기를 거부했다고 강제로 키스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후 남자들을 끌고 무단으로 주거침입하고 협박까지 한 사람이 과연 순순히 그녀를 보내줬을까?아마 이 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보도되었을지도 모른다.

미성년자는 미성숙하여 어른이 보호, 양육해야 한다는 주장이 왜 성인 남성과의 성적인 문제로 얽히면, 남녀간의 사랑에 따른 성적 자기 결정권의 행사로 둔갑하는가.

P. 63

법은 결코 객관적이고 정확하지 않다.

능욕당한 여성들을 변호하며 만난 남성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직장인, 학생, 공무원, 남편, 아빠 들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평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되어 정상참적 사유가 된다.

P. 71

이들의 평범함이 오히려 더 무섭다. 성 범죄자들이 일상 곳곳에 숨어있고, 이를 넘어서 남들이 별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지인이던, 혹은 한때는 사랑하던 사람이던 여성에 대한, 약자에 대한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N번방 사건으로 인해 사회 곳곳에 숨어있던 이들과 평범함이라는 가면을 쓰고있던 자들이 공공연하게 드러나면서, 특히 이 중에서 선생이나 공무원, 경찰, 교수 등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임이 알려지면서 많은 여성들은 더욱 큰 공포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많은 남성들은 이를 보고는 '모든 남성들이 그런것은 아니다',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거냐'며 화를 내는 모습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남자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화낼때, 여성들은 잠재적 피해자가 되어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이들이 설령 범죄자가 아닐지언정, 이미 한국 사회에 만연하는 여성차별과 혐오에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능욕당한 여성들은 오히려 꽃뱀으로, 행실에 책임이 있는 여성으로,

유난히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더욱 추락하고,

피해 여성의 추락은 나아가 가해 남성의 정상참작 사유가 된다.

P. 71

유독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성욕'은 이중잣대가 심하다. 여자로 살기 참, 힘들다.

자신의 '성욕'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은 '적극적'이고 '섹시'한 여자가 되고, 동시에 '헤픈', '싸보이는', '꽃뱀'이 된다. 그럼 그 반대는? 물론 '예민한', '눈높은', '도도한', 그리고 '언젠간 정복할' 대상이 된다. 이 두 가지 종류의 여성의 이 모든 요소들은 물론 성범죄에서 그만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 둔갑된다.

'남성'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P. 67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남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를 사용해 처벌을 빠져나갔나.

이제는 이 면죄부를 폐기할 시간이다. 잘못된 성인지를 인식해 바로잡고, 통념을 고쳐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은, 1960년대의 그녀들부터 오늘의 그녀들까지

온갖 모욕과 굴욕에도 여성들은 멈추지 않고 싸워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P.41

60년전의 판결문이 지금 우리에게 어이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들의 싸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잘못된 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하고 멈추지 않은 끝에 발전된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평등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현실은 고통스러운 것이었지만 이 책은 고통에 쓰러지지 않고, 현실에 극복하지 않고 피해를 드러내고 끝내 지는 경우에도 가장 끝까지 싸워낸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P. 12

책의 가장 앞부분인 <프롤로그>에 적힌 구절이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은 싸움을 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리고 이 싸움은 단순한 재판이 아니라 굳건한 차별과 구조에 대항하는 싸움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계속해서 퍼지고 알려져 많은 이들의 지지와 연대를 낳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모이고 더욱 큰 목소리를 내고 모두가 들을때, 세상은 바뀔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혐오와 차별에 몸을 떨었다.

대한민국의 법에서는 그동안 추상적이고 순화되었던 여성차별의 모습을 또렷히 마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법은 정당하고 정의로운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법이 사회의 통념과 삐뚤어진 시선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의 법은 정의 이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지어진 기울어진 법원이었다.

특권층은 본인의 특권을 인지하지 못하듯이, 이 책 역시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법에서의 차별을 보여주었다.

여성은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법이라는 '기울어진 정의'에서 외면당해왔다.

사회의 주류인 남성들은 더 위로, 위로 올라가 사회를 구성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 정치, 경제 등의 방면으로 계속해서 진입했다. 그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이 가득한 사회구조는 더욱 굳건히, 계속해서 재생산되었다.

그 사회에서 살던 여성들은 끝없이 짓밟히고 가정에서, 노동시장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정의에서 외면당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한 나라의 법은 곧 그 사회의 규칙이며, 기틀이기도 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곳에서부터 차별을 지워나가야 한다.

차별이 없어지지 않으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결국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며 같은 '사람'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인권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10년전 성차별적인 발언과 판례문을 보면 이상하게 보이듯이, 매년 과거의 것들이 다르게 보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 모든 성에 대한 고전관념과 차별, 혐오가 없는 세상이 오도록.

그 세상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부터 변화하고,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변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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