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금비가 내리는 나라
http://blog.yes24.com/goldleaves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금비
(since 2010.1.21) 금비가 내리는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3·4·6·7·9·11·15기 책

5기 일상·교육

10기 사진·여행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0월 스타지수 : 별4,739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금빛소개
끄적끄적
육아일기
교단일기
여행일기
사진이 있는 풍경
이웃들
금박용이벤트
금빛다락방
그 외 리뷰
이벤트
스크랩
나의 리뷰
문학/에세이
유아/어린이
인문/사회/과학
육아/교육/가정
여행/예술/만화/실용
음반/영화/뮤지컬/연극
GIFT
나의 메모
비공개메모
태그
#독립출판#1인출판#구성진#시골도백구도처음입니다만#초록스토어#아마도책방 구전 아카이브 은모래책방 남해서점 남해상주가볼만한곳 돌창고 전시공간 유어예 고성카페
2021 / 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서평관련
출판사블로그
작가
최근 댓글
리뷰 감동 받아 책 구매하러 갑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이 책은 들어본 책..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선물로 받아.. 
금비 님 잘 계신지요. 애제자와 함께.. 
오랜만에 소년을 데리고 오셨네요. 남.. 
새로운 글
오늘 134 | 전체 871692
2007-01-19 개설

전체보기
죽음을 끊어내는 소녀의 투쟁기 『단명소녀 투쟁기』 | 문학/에세이 2021-07-28 21:47
http://blog.yes24.com/document/1480931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단명소녀 투쟁기

현호정 저
사계절 | 2021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딸들이 많이 읽을 수 있게.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우선 박지리 작가가 궁금했다. 사계절 출판사가 작가 이름을 걸고 만든 문학상이라면 그 작가님이 주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일 테고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궁금했다. ‘박지리로 포털 검색을 하니, /20대에 등단/비문학 전공자/천재 작가/요절한 작가/라는 특징으로 모아진다. 거기에 요절한 작가, 라는 내용까지. 요절의 원인이 궁금해서 이리저리 뒤져도 잘 나오진 않았는데 느낌으론 알 것 같았다(나중에 찾은 기사에서 단서를 찾긴 했다). 사계절출판사가 이토록 애정을 갖고있는 작가라면, 비록 한 작품도 접한 적 없지만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하며 그 믿음 하나로 읽기 시작한 책이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품인 단명소녀 투쟁기이다.


 

e북으로 먼저 읽었다. 일주일쯤 후 종이책으로 보았다. 역시 종이책이다. 같은 내용인데 눈으로 마음으로 들어오는 정도가 다르다. 중반부터 마지막까지의 내용을 읽을 때는 e북과는 확연히 다른 감정이 생겼다. 이미 내용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종이책으로 다시 읽은 게 더 나았다. 책의 물성이 주는 경험들이 익숙하고 크고 깊어서인가. 두 가지 형식의 책 읽기에서 공통적인으로 느낀 것은 속도감이다. 과속 딱지 몇 번 끊을 정도의 속도감이다.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이 워낙 강해서 내가 수정(단명소녀)이처럼 내일()이를 타고 막 달리는 것 같다. 내 죽음을 중지시키기 위해서라면 나도 그렇게 달리지 않을까.

 

점쟁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반신(半神)인 북두로부터 , 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라는 소릴 듣는다. 대학입시 점괘 보러 왔다가 날벼락 같은 말을 들은 수정은 이렇게 대답한다.

싫다면요?”

어른과 많이 싸워본 솜씨다. 그나마 소나기처럼 움직이는 죽음의 속도가 구름의 이동 속도보다 느리단다. 부적을 써주는 게 아니라, 처방을 내린다.

죽음과 반대 방향인 남동쪽을 향해 계속 걸으라.

 

소설초반부에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긴가 싶었다. 19살 수정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받은 처방을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것부터 이상했다. 미성년자니까 부모님께 먼저 말해야 하지 않나, 하며 만약 내 아들이 수정이처럼 혼자 남동쪽을 향해 여정을 떠나버린다면 너무나 가슴 아플 것 같아 기성세대다운 반응이 자동으로 나왔다. 그제야 깨닫는다. SF소설이구나. 마음을 고쳐먹고 현타를 정지시켰더니 이어지는 이야기로 서서히 빠져들었다.

 

수정의 여정에 시커먼 속과 욕망을 가진 자들이 계속 등장한다. 환상의 세계로 진입하기 직전에 만난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의 등장은 소름 그 자체였다. “, 떡볶이 먹고 가.”란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구역질이 났다. 이런 모욕적인 경험을 지닌 소녀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녀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떠난 길에 은주 아주머니의 백설기가 없었다면 어쩔 뻔 했는가.(여성들의 연대는 보이지 않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야기의 줄거리는 무의미하다. 작품해설을 읽고 알게 된 것. 연명설화 중 단명소년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제법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모두 남자이고 대를 이을 목적의 이야기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현호정 작가는 남자아이의 목숨 늘이기 서사(137p)를 전복하고 여자아이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투쟁기로 바꾸었다. 허무맹랑해 보일 수 있는 짤막한 에피소드들에, 이건 뭐지? 하던 마음이 후반부로 갈수록 무얼 말하는 것인지 점점 뚜렷해짐을 느낀다. 맨마지막에 가서는 안도한다. 수정이가 쓴 어제와 오늘의 일기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지만 단어들이 담고 있는 중의적 의미들을 해석하고나면 안도의 깊은 숨을 내쉬면서 책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명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잘라내는 단명소녀, 수정에게, 우리의 어리거나 젊은 여성들에게 백설기를 나누어주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될 것이다. 가부장적인 질서에 강제 편입되느라 지치고 웅크린 딸들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하철을 탔을 때 꾸벅꾸벅 조는 젊거나 어린 여성들에게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박지리 작가의 숨을 대신 쉬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현호정의 단명소녀 투쟁기와 어떤 연결지점이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사계절출판사가 품고 가는 박지리 작가를 알고 싶어졌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사계절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은 도서이며 저의 솔직한 감상문입니다.

 

 


책의 만듦새가 좋다.

양장본이라는 것부터 북끈도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듯한 흑백 두 개,

띠지 보고 놀랐다. 물결무늬의 흰띠지. 그 위에 적힌 문장들은 세로로 쓰였다.

죽음과 삶의 경계선을 보여주는 것 같다.

출판사가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지리 작가, 박지리문학상에 관한 기사들-

https://bit.ly/3zHvMqF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1011519717798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3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곳 [달의 방] | 문학/에세이 2021-04-13 13:17
http://blog.yes24.com/document/1418982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달의 방

최양선 저
사계절 | 202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런 책을 읽으면 자동으로 나는 소녀 적의 느낌들이 떠오른다. 결코 밝고 명랑한 느낌이 아니다. 외롭고 불안하던 시절이다. 겉으로는 친구들에게 호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그건 주류라서가 아니었다. 지금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가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쓴 걸까. 따뜻하게 대했던 것 같긴 하다. 내가 덜 외롭기 위해서였을까. 착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래야 그나마 존재감을 보인다고 착각한 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때의 불안감과 서늘함이 엄습한다. 그래도, 꿋꿋하게 내 곁에 있어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보름 전에 만나고 왔다. 그렇게 2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그 시절을 곁에 있었기 때문에 달 바깥으로 떠돌지 않을 수 있었다.


 

표제작 달의 방은 시적인 이야기다. 5개의 단편 중 가장 오묘한 빛을 내는 작품이다. 달빛마저 사라진 방에서 두 소녀는 중력을 거스르며 제자리 뛰기를 하고 물구나무를 선다. 태양이 아닌 지구 주변을 맴돌면서 잠시 태양을 가리기도 하고 지구의 그림자에 사라지기도 하는 달의 존재. 그녀들의 존재같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유령 취급당하는 학급 단톡방이 싫어서 정은은 자진해서 단톡방을 나간다. 자신을 유령 취급하던 친구들에 의해 다시 소환당한다. 교묘한 괴롭힘과 따돌림이다. 이를 위로하는 방식은 고립감을 느끼는 단톡방보다 나만의 정보들을 저장해두는 나와의 채팅방이다. 세상과 연결된 최소한의 끈이다.

 

다섯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추린 단어들을 배열해본다.

 

(태양이 아닌),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존재. 중력도 없는 곳. 음의 기운. 월경. 여성. 비주류, 바깥으로 밀려난, ()소수자, 성폭력, 은둔자

 

고립은 다연의 생존방식이었다. 그것이 더 지질했고 조금은 멋져보이는 듯도 했다.” (일시 정지26)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건 주류들의 시선이었다.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 그래선 안된다는 다수의 시선이 다연의 시간을 멈추게 했다. 이 책 다섯 꼭지에 등장하는 친구들 모두 비슷하다.

 

외로움이 깊어질 때면 나는 처음부터 없는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편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중략)학교에서 말 한 마디도 못할 때면 온몸이 답답하다. 그럴 때 심장을 가쁘게 만든다. 심장을 뛰게 해서 내 감정을 헷갈리게 한다.” (달의 방55)

 

다행인 건, 이 아이들이 결국 자신과 비슷한 친구를 만났다는 것.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들도 달의 뒷면에서 살아가는 낯선 존재가 된 것처럼 단둘이어도 손을 마주 잡고 폴짝폴짝 뛰며 기뻐할 수 있는 존재 한 명을 만난 것이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작품은 달 없는 우주도 그랬다. 영진이와 우주가 겪었을 성폭력은 어찌 보면 흔한 경험이다. 그런 일을 당한들 누구에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탓도 있다며 아마도 많은 피해자들은 함구하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믿고 고백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이미 중력같은 사람이 곁에 있는 그녀들을 보니 웃음이 난다.


 

교실을 둘러보면 조용히 은둔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친구들은 자기 세계에 갇혀 산다고, 지가 특별한 줄 안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딱 한 번 여학생 반을 담임한 적이 있다. 무언가 적대적인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상담 같은 건 싫어했다. 자신을 그냥 두라고 했다. 규칙을 어기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별 참견을 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오직 책만 읽었다. 귀에는 늘 이어폰이 꽂혀있었다. 하고 싶은 공부만 했다. 친구가 없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걸었다간 무안을 당하곤 했다. 이미 다 큰 아이들이었다. 3, 학교생활의 끄트머리였고 알건 다 아는 아이들이었다. 자기 방어기제일 수도 있고 자신이 터득한 나름의 학교생활 방식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아이의 철벽방어의 벽조차 만질 수 없었다. 문고리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도 알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아이가 떠올렸다. 유명한 배우와 이름이 같았던 그 아이. 가끔 떠오른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자기만의 친구를 만났을까. 그리고 미안하다. 평범함을 기준으로 그 아이를 어렵게 대하는 게 표났을 테니까. 상처받을 거란 지레짐작으로 단어 하나하나 고르고 어설프게 미소 지으며 다가갔던 나를 그 아이는 간파했을 것이다. 무심하게 대할 걸, 지금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다섯 개의 이야기에 그 아이와 비슷한 아이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매우 공감하겠지. 내가 그랬듯이. 나도 그런 아이였기 때문에 공감했듯이.

 

서툴지만 관계를 만들어가고, 어설프지만 다정함을 건네는 우리들의 연대가 뭉근한 따스함을 선사해주던 소설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제공받은 책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7        
어른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 인문/사회/과학 2021-04-09 18:06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15931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저
우리학교 | 202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어야 할 책.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 정말 잘 만들었다. 디자인 자체가 세련된 데다 튼튼하다. 속지에는 컬러 그림들이 곳곳에 들어있다. 해당 내용에 맞는 그림이어서 책 읽는 묘미를 한층 살린다. 금박을 입힌 제목이 여러분!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해주는 것 같다.

소년 재판만 20여년 맡아오신 천종호 판사님.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읽었고 반 아이 생일에 선물도 종종 했던 책이다. 천종호 판사님의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어야 하지만.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들의 잘못보다 아이들이 비행을 하게 만든 환경 조성의 책임이 어른에게 있기에. 또 처벌 이후 국가나 시스템이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있다. 인식하고 바꾸어나가야 하는 주체는 아이들보다, 어른이다.

이 책의 초반부는 재판 사례들이다. 재판 자체의 과정과 결과라기보다, 비행을 저지른 아이에게 어떤 사연과 맥락이 있는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 호통 판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례들 속의 판사님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과 미안함이 가득하다. 힘들면 찾아오라, 배고프면 찾아오라, 연락해라, 오갈 곳 없거나 막막한 아이들에게 이만한 위로의 말이 있을까. 비빌 언덕이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엇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비행 청소년 사건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처리에서도 격차를 보여준다. 물질적인 변상 가능 여부가 수사나 기소로 이어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방황하며 상처 입은 마음, 눈물로 얼룩진 아이들의 마음을 누군가는 다독여 주어야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도 잘못을 저질렀으나 두 팔 벌려 품어 주는 존재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비행소년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언제나 아이들 편에 서려는 이유입니다. (33)

 

쉼터 소녀들이 끓여준 삼계탕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졌다. 간식으로 받은 고구마 두 개 중 한 개를 마침 지나가는 판사님께 준 아이의 마음이 예뻐 겨우 고구마를 넘기셨다는 판사님.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그날 저녁 다섯 명의 아이를 데리고 패밀리레스토랑을 갔다. 아이들의 이런 레스토랑은 처음 와 봤어요.” 라는 말에 또다시 목이 메인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청소년기에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어야  방치되어 외롭게 살아왔던 아이들에게는 어두운 길을 비춰주는 아름다운 별빛이 될지도 모른다는 신념이 아이들에게 저녁을 사주게 만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안다. 귀신같이 안다. 누가 진심으로 자신들에게 마음을 내어주는지.

판사님, 지금껏 살아오면서 오늘 가장 대접을 잘 받았어요.”(104)

이렇게 감사해할 줄 아는 예쁜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다면, 과연 비행의 길로 갔을까. 며칠 후 이 아이들이 머무는 센터를 방문하신 판사님. 그 소녀들이 우루루 몰려와 판사님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심지어 라면 끓여 드릴 테니 드시고 가라며 붙잡는다. 이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나의 온몸에 한지가 물을 먹듯 따스함과 미소가 번진다. “판사님, 삼계탕 드세요.”

분명히 라면을 끓여줘놓고 삼계탕이라고 하는 아이들. 무슨 의미일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이에 또 목이 메인 판사님은 겨우 삼계탕을 다 먹고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쓰라며 오만 원을 준다. ! 하는 탄성 속에서 어느 한 아이의 말이 내 마음을 후벼판다.

판사님, 오만 원짜리 돈은 오늘 처음 보았어요.”

물론 몇 년 전 일이라곤 하지만 이 부분을 읽고 표현하기 어려운 미안함이 몰려와 심호흡을 하고 말았다.


 

 

수치 상으로는 소년범은 수로도, 비율로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잔혹성 정도나 보도의 횟수, 노출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요즘 애들은 큰일이다라는 꼰대스런 말을 하는 어른들이 많은 것 같다. 가난하다고, 결손가정이라고 다 엇나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하곤 한다. 비행을 저지르는 것을 정당화하지 말라는 반박으로 자주 나오는 말이다. 그렇긴 하나 가난과 불안정한 가정환경이 주는 압박은 아이들에게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지는 것, 구조적인 제도와 국가의 케어를 떠나 우리 어른들이 더 품어 줄 필요는 있다. 물론 범죄 피해자를 돕는 제도 마련도 중요하다고 판사님은 말한다.

 

책의 후반부는 법과 제도에 관한 내용으로 전환한다. 이 부분을 좀 더 세밀하게 읽었다.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기본값으로 늘 품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힘든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 아이들도 보통의 아이들과 다름없다.’(178)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독여야 할 것 같다.

 

요즘 연예인 학폭논란을 지켜보며, 과거를 소환하여 지금의 응보적 비난 정당한가란 생각을 했다. 형사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달게 받은 후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과거를 들추는 것은 이중처벌 같기도 하다. 연예인 학폭논란은 그 차원과는 다른 영역이란 생각을 했다. 두 가지 모두 피해자의 용서가 중요해 보인다.

 

소년법 개폐 논쟁과 관련한 천종호 판사님의 입장을 유심히 읽었다. 새롭게 깨달은 지점이 있다. 형벌에 있어 미성년자를 성인과 동등하게 취급한다면 다른 법 영역에서도 동등해야 한다는 것. 미성년자에게 법 제정과 관련한 어떠한 권리도 주지 않았으면서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내몰 생각이 더 강하다. 처벌보다 처벌 이후에 사회와 국가가 품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한다. 특히 청소년회복센터 같은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를 발판삼아 이를 확대하려는 의지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안전한 사회를 바라면서 바깥으로 내몰린 아이들에 대해서는 냉담하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이 돌아갈 수 있는 곳, 사랑을 받아볼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필요하다. 청소년회복센터가 작은 지역까지 곳곳에 만들어지면 좋겠다.

 

내가 아이들을 더 품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나는 진심으로 대했는데 아이(들이)가 어떤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었을 때 더 이상의 감정 소모를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는 나 자신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 쓰지 않기로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수치심과 모욕감이었기에 나를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어른이야, 수없이 외쳤지만 그런 세뇌도 어느 순간부터 통하지 않았다. 무표정과 거리두기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한 템포 쉬어가는 올해, 회복의 해로 삼으려 한다. 애들은 애들이야, 그리고 나는 어른이잖아, 그리고 교사잖아. 이렇게 속으로 다져본다. 그 다짐에 힘을 얹어준 책이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무상제공 받았습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6        
성인로맨스물이 목마른 사람에게 [365일] | 문학/에세이 2021-04-04 18:52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13106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365일

블란카 리핀스카 저/심연희 역
다산책방 | 202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로맨스 환타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365명의 서평단 모집에 혹~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제공한다고?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 분명히 응모할 때는 내용 소개를 읽었을텐데, 막상 받았을 때는 그저 장편소설인가보다, 하며 펼쳤더니, 와! 세다, 세!

놀랐다. 

성인로맨스물이라고 봐도 될만큼 수위가 높은 성애장면들이 등장한다. 계속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면서도 끝까지 읽은 건 안비밀. 여성에 대한 묘사가 불편했고 남자 주인공에 대한 환타지, 비정성적인 권력 행사(폭력성)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도 2권, 3권 이어질 이야기라고 하니 뭔가 사건들이 더 많을 모양이다. ^^

이 두꺼운 책을 앉은 자리에서 후다닥 읽을 수 있다. 문장을 곱씹거나 할 필요없이 서사 중심으로 쫘아악 펼쳐지므로 속독이 가능하다. 

나이 불문하고 많은 여성들이 읽었다는 광고 문구를 보니, 여성들의 로맨스 환타지를 자극할만한 요소가 충분한 것이겠지. 남녀 차이인지,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이지만 영상에 남자들이 자극을 받는다면 여성들은 텍스트에 더 반응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폴란드 소설이라는 점. 유럽 성인로맨스는 요런 계열인가보다. 

이런 책도 있고 저런 책도 있다. 누군가에겐 즐거운 독서가 될 수도 있겠지. 넷플릭스에 이미 드라마로 나와있다고 하는데 이야기 자체보다 마피아의 으리으리한 저택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가 궁금하다. 

 

*이 책은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오타. 417쪽 6번째 줄 : 맞춰 -> 맞혀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들어보자. | 인문/사회/과학 2021-03-29 14:59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409849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미류,서보경,고금숙,박정훈,최현숙,김도현,이길보라,이향규,김산하,채효정 공저
창비 | 202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런 책이 필요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적은 편은 아니다. 전공이 그쪽 분야여서인지, 나의 성향이 사회과학쪽 전공을 선택하게 만든 건지 순서는 모르겠지만, 사회현상의 디테일한 부분들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실천 여부를 떠나 응원과 지지, 연대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사회계층 분화는 더 심화되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불평등 문제는 어려운 시기에 더 잘 드러나니까.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 직업군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닿는 통증의 정도는 매우 적다. 그나마 자영업자 남편을 두었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경제적 약자계층의 삶을 예상하는 데 좀더 구체적 상상은 가능했을 것이다.


 

열 사람이 각자의 분야로 한정하여 코로나 사태에서 나타난 현상을 분석하였다.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는 구체적이고 당장 실천가능한 대안을 제시한 캠페인성 글은 아니다. 적어도,

당신이 모르는 사각지대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좀 관심가져 주시겠어요? 원래 있던 문제들이었어요. 보시다시피 코로나로, 상처난 살이 벌어져 뼈가 드러난 정도랄까요.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이런 세상도 있다는 것을.”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불편한 글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 분석에는 공부하듯이 밑줄 그으며, 공책에 옮기며 정리하기도 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각화하는 데 확실히 영향을 주었다. 내가 아무리 내 직업군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들 거기에 속하지 않거나 건너서 보는 입장에선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라는 소리를 듣듯이, 이분들의 말씀이 부분적으로 불편하고 치우쳐 보일지 모르나 그 입장에선 소리를 빽빽 지르고 삭발이라도 해야 한 두 명쯤 돌아봐주니까 강한 어조로 말할 수밖에 없으리라.

 

특히 인상적으로 읽은 챕터는 문화인류학자 서보경의 글이었다. 보복하지 않는 정의’, ‘회복에 필요한 정의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감염이 치료가 아닌 처벌의 문제로 전환된 국면을 매우 세밀히 들여다본다. 불편한 지점들이 있다. 그럼에도 인상깊게 읽은 이유는 감염자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서도 어떤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잘 지적해준 글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인식보다 두어 걸음 더 앞서 나간 분석과 진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이 분분할 글이지만 전체적 맥락에선 감염병 예방이 응보주의적 처벌에 기반한 접근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였다는 점, 이것이 앞으로 감염병 정책에 어떤 관점이 보완되어야 할지 설득시킨 글이라고 생각했다.

미담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로 감염된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전제하고 있다.”(42p)

코로나 대응은 정책이다. 정책은 정치이고 이는 곧 표심이다. 만약 정치적 행위, 선거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성마른 비판도 적었을 것이고 이는 좀 더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동시에 너무 바쁘고 지쳤고 코로나가 이를 가중시켰고 누군가를 향한 책임은 묻고 싶고, 탓도 하고 싶고 이런 날선 마음들까지 화학 작용을 일으킨 것 같다. 객관화가 어려운 이유다.

 

이 책을 읽으며 최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설 장애인에 대하여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선 코로나 블랙인 곳이 시설사회이다.

사회적 약자는 많은 경우에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을 상대에게 표현하기 보다는 그 상황을 회피하거나 숨어버리는 편을 선택한다.” (149p) 인종주의의 구체적 차별들을 접하며 느낀 글(이향규)에서 만난 문장에 공감한다.

 

홈리스들의 삶을 글로 접하는 건 처음이다. 노숙자에 대한 뉴스거리로 접하다가 이들을 돕는 활동가들이 지켜본 홈리스들의 삶을 읽으며 상당히 놀라고 아프고 힘들었다. 부랑아, 도피자, 무책임자 등으로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전세계의 코로나19 대책이 집이 있다는 가정에서 제시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거리두기’, ‘집에 머무르기가 곧 소득 단절과 죽음을 의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신의 노동과 존재가 조롱당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콕 집어준다.

 

그나마 말랑한 글(주제는 말랑하지 않다)은 고금숙 환경활동가의 글이었고 계층 관계없이 그나마 생활인으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글이었다. 글 자체도 재미있게 써서 편하게 읽었다. 내용은 불편했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당장 마스크부터 천마스크로 다시 돌아왔다.(수업하는 사람 입장에선 하루에 2번은 마스크를 갈아야했기에 일회용을 자주 썼다.) ‘우주의 코딱지, ‘쓰레기 덕후들과의 연대를 외치며 즐겁게 플라스틱 프리 운동을 벌이는 언행일치의 그가 쓴 글이기에 내 행동의 변화도 더 빨랐던 것이리라.

 

이길보라 감독의 글도 부드럽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국제커플+장애인+성소수자의 사례였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경우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더 구석으로 밀려난다는 것. 과연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사랑이다, 라고 말하는 것에서 정혜윤 피디의 책 앞으로 올 사랑이 떠올랐다.

 

나는 기득권자다. 나이와 직업, 경제적 안정 등을 기준으로 삼을 때 나는 기득권자다. 세상의 큰 재난이 올 때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면, 기득권자에 속한다. 기득권자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기득권자일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게 우선이다. 기득권자는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려고 애써야 한다. 의식해야 한다. 미안해할 줄 알고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이렇게 말이라도 뱉어야 조금이라도 실천할까 싶어 여기에 써 본다. 왜냐하면 사회구조가 우리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놓았다는 것을, 우리를 기준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외면하고 우선 순위에서 밀어냈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하게 도와줄 책이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6        
지구 한바퀴 속성여행(북캉스)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 여행/예술/만화/실용 2021-03-20 15:24
http://blog.yes24.com/document/1405019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이정환 저
김영사 | 202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편집과 디자인이 눈에 띈다. 북캉스로 딱이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오랜만에 읽는 여행에세이이다. 한때 질리도록 읽었던 적이 있었던 분야인데. 더 젊었던 날엔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났고 그 틈을 메우지 못할 땐 책으로 달랬다. 작년 1월 베트남을 다녀온 후 터진 코로나 사태. 공항 라운지에만 가도 설렜는데 비행기 구경도 못해본지 1년이 넘었다. 그나마 한국의 관광지에 사는데도 여행이 고팠다. 국내여행도 못하고 여행에 부쩍 곯은 상태였다. 이 책의 서평단 모집 공고를 보는 순간, 그래 이거야 여행책이라도 읽자! 라는 반가운 마음에 신청하였고 서평단 선정이 되었다.  


 

택배로 받자마자 뜯었다. 영롱한 책표지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를 나왔다. 마침 늦은 오후의 빛이 드는 시간. 책을 거실 벽에 대고 요리조리 비춰본다. 여기가 오로라구나!! 오로라야. 

글도 좋았지만 편집디자인 하신 분이 정말 신경 많이 쓰셨구나 싶었다. 페이지마다의 쪽을 표현한 동그라미 하나도, 소제목을 세로로 놓고 왼쪽 여백을 넓게 둔 것, 작가의 밝은 미소가 담긴 사진들의 배치 등, 책 만듦새에서 그 공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의 작가라도 된듯이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미소가 아름다운 이정환 작가님. 띠지에서도 해맑게 웃고 여행지 곳곳에서의 표정도 환하다. 나도 따라서 미소짓고 마는 매력적인 표정이다. 의사가 되는 과정 중 긴 휴가 기간을 만들어 세 번의 여름과 겨울을 이용해 약 500여일 간의 여행을 담은 책이다. 여행정보서가 아니라, 여행마다에서 떠올린 사람, 삶의 태도, 나름의 성찰들을 담았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한 무게감은 있어 사십대인 내가 읽어도 위안을 얻었다. 마구 발랄하지도, 시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다.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두브로브니크와 플리트비체 부분을 읽을 땐 그곳을 같이 여행했던 친구 생각이 나 1년 만에 전화를 했다.

책을 읽는데 크로아티아가 나오잖아. 니 생각 나서 전화했다.”

아 진짜~”

반가워하는 친구의 표정이 전화로도 느껴진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부분에선 다시 이곳을 찾고 싶은 이유에 격공감했다. 롯지마다 먹었던 음식들을 잊을 수 없다. 먹는 음식마다 맛이 없었던 적이 없다. 화장실 가는 게 두려워 과식을 참을 정도였으니.

가족들과 다시 가고 싶은 곳들, 또는 가보고 싶은 곳들이다. 작가님도 결혼 후 새가족이 생기면 혼자보단, 가족들과,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지지 않을까?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같은 후회는 더이상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조카들에게 느낀 감정의 몇 배로 터질 것 같은 새로운 종류의 감정이 탄생할 것이다.

한 아이는 한 세상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는 마사이족보다 열정적이며, 사막의 태양보다 뜨겁다가도 토라지면 아이슬란드의 빙하보다 차갑다. 울음소리는 이구아수 폭포 마냥 우렁차고, 변덕은 오로라처럼 변화무쌍하며, 어른의 말을 이집트 상인의 호객행위처럼 귓등으로 듣는다. 하지만 속마음은 히말라야의 만년설처럼 순수하다. (185)

여행을 이처럼 요약해서 아이로 비유할 수 있을까. 발췌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덕분에 설렘티켓발권받아 지구 한 바퀴 속성여행, 자알~ 하고 왔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위 책을 무상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포르투갈의 베니스 코스타노바 : 줄무늬 건물 -> 안개가 심해 고기잡이 떠난 남편의 안전 귀가

아이슬란드 아퀴레이리 빨간 하트 신호등 -> 굿아이디어

읽고 싶은 만화책 : 4월은 너의 거짓말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6)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8        
새로운 방식의 스릴러『피버 드림』 | 문학/에세이 2021-03-17 13:29
http://blog.yes24.com/document/1403230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저/조혜진 역
창비 | 202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새롭다, 라는 느낌이 강한 재난 소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생경한 소설형식이다. 빙글빙글, 한 공간을 돌다가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받은 피버 드림은 얇지만 주제는 묵직하다. 다 읽고 나서도 독자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여 다시 첫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액자 형식이라고 하기엔 좀 더 복잡한 구조이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라틴문학계에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인가보다. 남성작가의 라틴문학 작품만 접해보았기 때문에 이 소설은 반가운 만남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접한 라틴문학들은 아시아쪽 정신세계와 잘 통하는 지점이 있다(근거는 없다, 오직 느낌)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니나의 엄마아만다는 침대에 누워있다. 마치 심문하듯 질문하는 소년 다비드가 있다. 아만다는 다비드의 질문에 짧게 답을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이야기를 길게 한다. 중간중간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말을 막기도 하고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정확한 순간을 찾으려고 한다. 도대체 다비드가 말하는 벌레가 무엇인지, 그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독자는 반응할 것이다. 나 역시 아만다는 정신병에 걸린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초반부를 읽어나갔다.

5차원의 세계 같다. 과거의 일이 현재에 공존하는 것 같다.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일 같지만 그 일의 결과가 현재 아만다를 침대에 누워있게 만들었다. 니나는 어디 갔을까, 아만다는 니나를 애타게 찾는다. 니나를 찾기 위해 다비드가 묻는 것에 꼬박꼬박 대답을 한다. 나는 중반부까지 다비드가 납치범인가 싶었다. 아만다가 미래까지 보는 것일까. 결말 부분까지 화자는 아만다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듯한 구성이지만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불분명하다. 왜 다비드가 열병에 걸리고 시골 마을에는 기형아들이 많은 걸까.

후반부로 갈수록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아만다가 끊임없이 말하는 구조거리가 무엇인지, 내 자식과 연결되어있는 보호 기제로 묘사된 가느다란 끈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엄마들은 왜 그러나요?

-뭐 말이야?

-일어날 법한 일들을 내다보려는 거요. 구조 거리 말이에요.

-조만간 끔찍한 일이 일어날 테니까. 우리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한테 그렇게 말씀하곤 하셨어, 어머니의 어린 시절 내내. 어머니는 나한테 그러셨고, 내 어린 시절 내내. 그러니 이제 내가 니나를 돌볼 차례야. (가제본)115

 

지구의 재앙을 담은 소설이다. 그 피해는 우리의 아이들이 먼저일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환경오염이, 인수공통감염병이, 치료제 없는 바이러스가 이 지구를 잠식할 것이라는 재난소설이다. 그것을 담아낸 방식이 독특하다.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시공을 교차하는 데 화려하게 붕뜬 이야기를 만날 때의 설렘을 주지 않는다. 두근두근 빨라지는 심박수와 그 밑에 깔린 두려움이 이 소설이 스릴러임을 보여준다. 시작과 끝이 공존하여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작법에 독자는 놀아난다.

2017년 셜리잭슨상 중편부문 수상작이라고 한다. 편혜영 작가의 이 수상한 적 있는 상이다. 편혜영 작가와 통하는 면이 있다. 심리적 묘사의 촘촘함은 편혜영 작가의 작품이 월등히 낫다. 라틴계 여성 소설가의 등장에 반가움이 커서 이름을 기억하려 한다. 사만타 슈웨블린.

 

*가제본 서평단으로서 쓴 솔직한 글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6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뽑게 될 것 예감이![사이보그가 되다] | 인문/사회/과학 2021-02-21 11:03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88567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금.토.일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예스리커버]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공저
사계절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미래 사회의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능력차별주의 관점의 해체를 말하는 책이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제목만 보고 미래의 사이보그를 전망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장애와 연관있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김원영 변호사의 장애는 알고 있었지만 김초엽 작가가 청각장애가 있는 것은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에 둘의 접점이 장애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만 두었다면 관심을 덜 받을 책이 되었을 것 같다. 띠지가 표지를 압도한다는 인상이 들었다. 반드시 띠지가 있어야 할 책이다.(나에겐 그렇다.) 두 분 모두 내 관심을 끄는 분이었기에 이 책에 더 호기심을 가졌을 것이다.

 

 

 

읽는 내내, 감탄했고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에 중간중간 쉬어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결합은 전공의 차이, 성별의 차이, 나이의 차이 그리고 장애의 가시성에서 차이가 있었기에 더욱 특별한 화학작용이 일어난 것 같다. 두 분 모두 글을 잘 쓴 건 말할 것도 없고.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길, 간절히 바란다.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였기에 그 세계는 생각하는 방식, 관점을 아예 뒤집거나 창조해야 했다. 내가 얼마나 주류에 속해 있는지에 대한 강한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 밑줄을 긋다 보니 안 그은 곳보다 그은 곳이 더 많아, 줄이고 줄이면서 그었음에도 한 문단씩 줄을 그었다. 특히 김초엽 작가의 문장은 명료하면서 분명한 내용을 담고 있어 통으로 외우고 싶을 만큼 머릿 속 탄산들이 투두두둑 터지곤 했다. 김초엽이 비문학이라면 김원영은 문학 같았다. 둘의 글내음이 다르다. 한 줄씩 색깔이 다르면서 무늬도 다르게 하여 뜨개질하는 느낌이다. 하나의 스웨터를 완성한다. 과학기술과 몸의 결합에 대하여. 또는 몸 자체에 대하여. 그 완성체가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다.

 

우리는 사이보그적인 존재다. 나의 입안에는 크라운을 씌운 치아가 대여섯 개나 있다. 심장에 스텐드가 있거나 다리에 철심이 박혔거나, 사이보그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이 사이보그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인 생각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일단 나누고 장애인이 사이보그가 된다고 가정하며 이들을 위한 대단한 과학기술을 기대한다. 그러나 여기 두 사람은 장애인 사이보그에겐 정상적인 신체로 생활할 수 있는 거창한 기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서사는 우리가 장애인 사이보그의 영웅적 서사에 환호하게 만들고 그 관점이 일상을 장악한다. 정작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최첨단 기술이 아닌 청테이프적인 연결망이 필요하다. 이를 김원영은 연립이라는 용어를 써서 설명했다. 김초엽 작가는 자신의 장애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청인만큼의 청력을 가져다주는 보청기의 획기적 기술보다 지금 당장 나의 청각 장애를 보완해줄 수 있는 속기 문자통역이 필요했노라고.

 

장(章)이 넘어갈 때마다 내가 가진 관점과 체계가 완전히 전복되는 느낌이었다. 부끄럽고 화끈거렸다. 그러면서도 설렜다. 지적 영양분들이 마구 쏟아지는 과잉섭취의 기쁨때문이었다. 몰랐다는 것에서 미안하고 부끄러웠지만 뭔가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딘 것 같아서 기뻤다. 읽는 내내 감탄한 이유다. ‘장애학이 있었구나. 휴머니즘의 범위에 여성이자 황인종 거기에 장애인이라면 들어갈 수 있나? 라는 의문을 던져주는 학문이 있었구나, 하며.

 

장애를 정상성을 기준에 두고 치료와 기술의 접목을 강조하고 있어서 오는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과 환경 변화는 느릿느릿하기만 하다. 우리는 왜 두 다리로 걷는 직립 보행만 정상성의 범주에 넣는가? 걷는 기술에만 집착하는가? 정상성의 모방’(133p), ‘손상된 몸의 패션화’(162p), ‘크립 테크노사이언스’(185p), ‘최후의 빨대’(208p), ‘사이보그 중립’(281p) 등의 용어가 강하게 남는다.

 

조금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읽으면서 계속 생각을 한다. (능력 차별주의가 종식했다는 전제하에) 인간의 몸+미래+테크놀로지+고유성+자유 등 어렵고 추상적인 영역들을 말끔하고 촘촘하게 엮어낸 글이다. 김초엽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문제제기적 내용을 담은 막힘없는 문장 앞에 이런 고급 글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김원영의 경험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냉철한 주제의식은 연륜과 따스함을 느끼게 만든다. 아직 남은 2021년의 날들이 많지만, 아마도 올해 읽은 최고의 책들 중 하나로 들어갈 것이 분명한 책이다. 요즘 이 책을 가지고 유튜브 라이브 북토크를 제법 하고 있고 3월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 계속 놓쳤는데 문자 통역까지 되는 라이브로 꼭 만나고 싶다. (잘 안들려서 보다 말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계절출판사에서 연  라이브북토크 현장에서의 벌어진 문제해결에, 시청자들의 청테이프같은 연립의 과정이 오히려 이 책의 참의미를 살려서 놀라웠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7        
제로웨이스트 생활 변환『쓰레기 거절하기』 | 인문/사회/과학 2020-11-22 19:08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36066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쓰레기 거절하기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저/박종대 역
양철북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남들이 그런 행동을 하든 말든 우리는 다르게 행동해야 돼! 여기가 계속 이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 있으려면!"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전작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는 내게 작은 충격이었다. 플라스틱 제품을 써도 분리배출만 잘하면 괜찮다고 생각했고,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플라스틱은 안쓰는 게 가장 좋은 것이구나, 재활용률이 아주 낮구나, 오히려 더 많은 물건이 만들어지게 된 주 원인이구나, 물건값이 싸진 큰 이유구나, 제품들의 수명이 짧아진 이유이구나, 등등, 플라스틱으로 인한 생활 속 폐해가 조용히 암같이 퍼졌던 것이다. 이로 인해 지구는 말기암 행성이 되었다.

 

 

『쓰레기 거절하기』가 플라스틱 안쓰던 가족들의 두 번째 책이라는 것을 알고 냉큼 읽게 되었다. 이들의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플라스틱을 안쓰고 있을까, 주변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을까? 여전히 플라스틱 제품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세 아이들 중 벌써 성인이 된 딸은 엄마보다 더 전투적인 환경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 가족 이야기 때문에 나 역시 플라스틱으로 든 제품을 살 때는 망설이다가 슬며시 놓기도 했고, 같은 제품군이라면 플라스틱 포장이 되지 않은 제품을 고르게 되었다. 최대한 분리배출을 세세히 하게 되었으며 최소한 수세미만큼은 아크릴 수세미를 쓰지 않게 되었다. 미세플라스틱 함류량이 높은 옷감은 피하려고 했고 칫솔도 대나무 칫솔, 음료를 사 먹을 때도 펫트병보다는 캔이나 유리병에 든 제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비닐봉투도 생분해 비닐을 사게 되었는데, 아직도 나의 생활에선 플라스틱은 널리고 널렸다. 적어도 플라스틱이 든 생활용품을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은 달라진 점 중 하나이다. 어떤 물건을 보든지 저건 플라스틱이 저렇게 들었구나, 하며 의외로 곳곳에 침투해서 별스럽게 느끼지 않았던 플라스틱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바뀐 점이다. 저자 산드라가 막내 레오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거야. 그래야 마음이 편해져. 중요한 건 너 자신이야. 누구도 너한테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 마찬가지로 네가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핑계를 대면 안 돼!”(82)

 

『쓰레기 거절하기』의 앞부분은 지난 책의 내용이 축약돼 들어 있다. 더 나아간 실천을 한다. 자동차 공유하기는 획기적이었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두 가구가 하나의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 사용거리나 횟수 등의 비용과 사용 규칙을 두 가구가 합의하여 문서화하여 사용하는 것은 획기적이다. 왠만하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은 그 실천이 수월하게 하는 하드웨어가 갖추어진 나라인 점도 크다.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진심으로 지구를 생각하는 태도에서 실천을 하려는 사람들의 의지이다. 비행기 타지 않기, 수리하여 쓰기,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은 기본이다. 통계를 가지고 실태를 분석하는 것이 좀 부족해서 아쉬웠는데 맨뒷부분에 가니 관련 정보와 근거들이 보충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대안을 제시하고 거기서 실천하고 주변을 변화시키고 지역을 바꾸고 이제는 직접 주의회까지 진출하여 활약하는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의 행동력에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그레타 툰베리가 떠올랐다. 어른 툰베리라고 해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 저자이다.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 저자의 주장이기도 하지만 나역시 평소 하던 생각이다. 과잉 소비시대이다. 경제가 사네 죽네, 하는 앓는 소리를 하여도 결국 우리 소비자의 소비 행태가 바뀌면 경제도 그쪽으로 바뀌게 되어 있다. 정치를 해야 한다. 법과 시스템으로 강제해야 근본의 변화가 가능하다. 실천하는 사람들이 증명하고 주장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로 들어가야 한다. 저자가 주의원이 된 이유이다. 에코 디자인 지침을 바꾼다거나 수리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낮추거나 없애는 일은 정치 영역이기 때문이다.

 

30년된 세탁기가 더 나은 이유가 나오는데 이유는 한가지였다.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사 하나만 바꾸면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다. 요즘 전자제품은 플라스틱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부품 하나 바꾸어서 수리하는 비용이 새로 사는 비용과 별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버리고 다시 산다. 버리면 쓰레기다.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생산 과정에서 이미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뿜뿜하는 것이다. 필요한 소비만 해야 한다. 이전 책을 읽었을 때는 몇 가지 생활 습관을 바꾸게 됐다. 이번 책을 읽고 실천 의지를 높이게 된 것은 다음 차는 무조건 전기차 사기, 생태 환경 관련 인증 제품 구매, 과대포장 제품 안 사기, 미세플라스틱 없는 화장품이나 세제 등을 사용하기이다.

 

세상의 흐름을 앞세워 개인의 자잘한노력들을 뜨거운 돌 위의 물방울처럼 부질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반박‘(80) 많다. 당장 나랑 같이 사는 남편도 그런 말을 했었다. 이제는 하지 않는다. 논쟁이 싫어서일 수도 있고 조금씩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현재 비건 지향인이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환경오염 때문에 시작했지만 건강때문에 한다고 넘겨짚는 주변인들이 더 많다. 이런 저런 설명이 길어질까봐 그냥 웃고 만다.

 

적당히 생산하자. 과잉 생산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함이다. 과잉 소비가 쉽게 이루어진다. 물자의 귀함이 덜하다. 쉽게 사고 쉽게 쓰고 쉽게 버린다. 인식부터 바꾸고 바로 행동해야 한다. 자급자족의 범위를 넓힐 생각이다. 텃밭 작물을 기르는 것이 목표이다. 자전거를 배우는 게 목표이다. 실천할 것이고 제로웨이스트 바람에 나도 후후 불어댈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9        
『아무것도 안하는 녀석들』이 창조한 세계를 응원한다. | 유아/어린이 2020-11-06 23:25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28646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김려령 저/최민호 그림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나에게 김려령은 우아한 거짓말이었다. 완득이보다 더 깊게 닿은 작품이었다. 해마다 학급 학생들 생일 선물을 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물도서 목록 속의 책이다. 김려령이라는 작가 이름만 봐도 반갑고 모르는 책인데 김려령이라고 되어 있으니 읽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도 그래서 선택한 책이다. 가제본이었고 완결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읽고 싶었다. 우리 아들이 읽기 딱 좋을 것 같았다. 내용의 2/3 정도 들어있었지만 진짜, 우리 아들같은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적당할 이야기이다.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사이인 삼촌에게 사기를 당한 현성이네는 양지꽃집이라는 폐가의 화원 비닐하우스에 임시 거주한다. 아무도 살면 안되는 곳인 줄 모르고 삼촌의 말만 듣고 잠시 살기로 한 곳이었다. 새 아파트가 건설되면 입주할 꿈에 부풀어 있던 아빠와 엄마는 삼촌에게 속은 걸 알고 망연자실한다. 아빠는 삼촌을 찾으러 집을 나가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원망하며 생계의 최전선에 나선다. 현성이는 그런 부모님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어린 아이 답게 주변의 폐화원을 둘러보며 아지트를 만든다. 혼자가 아닌 장우와 함께.

 

이 동화는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복잡미묘한 심리를 묘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래도 내가 여자여서인지, 어릴 때 겪은 관계중심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여자 아이 중심의 서사가 담긴 이야기에 이입이 잘 되었다. 조금 다른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내면보단 공간을 묘사한다. 곧 철거될 주르륵 서 있는 폐화원들을 놀이 공간으로 삼는다. 두렵고 공포스럽던 접근 불가의 공간이 두 아이의 모험심 덕분에 아지트로 승격되었다. 외롭고 힘든 각자의 가정 환경을 보충해주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두 아이는 이 창조적인 아지트에서 또다른 창조물을 만든다. ‘아무것도 안하는 녀석들이라는 영상을 만든 것이다. 유투브에 업로드했다.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스스로도, 시스템적으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상이 오히려 먹힌다. 아무 것도 안할 수 있다면. 멍 때리기 대회에 출전한 사람처럼, 어두컴컴하고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 혼자 앉아있는 무표정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1시간 동안 시청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우리 아이도 한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유투브 채널을 만들고 주어진 환경을 활용해서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업로드했다. 바다마을에 사는 소년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간지럼 참기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어느 날은 발가락으로 숫자 표현하기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구독자가 늘고 심지어 새로운 영상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이런 현상에 흥분하고 즐거워하던 아이를 보았기에 이 소설 속 장우와 현성이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이해가 됐다. 심심한 아이들에겐 주변의 환경을 자기 것으로 재해석하고 자기 공간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상상력이 있다. 당위와 규율보단 쾌락과 자유의 에너지가 더 강하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작가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문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소설 속 이야기를 가져온다면 별일이 되는데, 소설에서의 어조가 담담하고 느긋하다. 현성이의 시점인만큼 이는 현성이의 성격을 반영한 것일 것이다. 장우의 특별한 새식구의 탄생이야기도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가는 현성이의 태도가 나는 마음에 든다. , 그래? 하는 아무렇지 않은태도가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같은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기가 막힌 집안 상황에서 불안해하고 심각의 절정으로 가지 않는다. 걱정은 하되 아빠와 엄마의 화해를 중재하기 위해 은근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무심한 인물도 아니다. 여자 아이의 내밀한 심리묘사 중심의 동화를 주로 보다가 남자 아이가 주인공인 이 동화를 보니 뭔가 대조적이다. 우아한 거짓말의 천지와 만지는 보이지 않는다.

 

현성이네 가족은 어떻게 될까. 화원에서 쫓겨나 어디론가 다시 이사를 가는 것까지 읽었다. 도시 외곽의 흉물스런 풍경과 재개발이라는 인간의 욕망, 주거의 불안과 최저 생계를 이어가는 경제적 하층민의 생활이 나 같은 중년의 독자는 그간 쌓인 경험적 상상으로 불안감을 느끼지만, 정작 작가가 현성이는 태연하다. 태연한 현성이도 부모님의 불화만큼은 바로 잡고 싶다. 현성이네 가족은 재결합할 수 있을까. 지하의 방에서 지상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콘크리트 집으로 갈 수 있을까. 결말이 궁금하다.



*가제본 서평단으로서 쓴 솔직한 글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5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