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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즐거운 기억 [오즈의 마법사] | 문학/에세이 2015-11-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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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즈의 마법사

L. 프랭크 바움 저/부희령 역
허밍버드 | 2013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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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에 아이의 학교에서 열린 학예회를 보고 왔다. [오즈의 마법사]를 연극으로 올렸길래 유심히 관람했다. 어릴 적 TV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분명 본 것 같은데 기억 속엔 회오리 바람에 집이 날아가던 장면과 허수아비, 그리고 양철나무꾼의 모습만 흐릿하게 남아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였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연극을 열심히 보았지만, 아이들이 연기하여 표현하기엔 역부족일 정도로 축약된 이야기이다보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 더 이상 답답함을 누르지 말자. [오즈의 마법사]를 읽어버리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실천은 조금 있다 했지만.

 

 

 

 

 

을에 샀던 허밍드 클래식 시리즈를 보며 요즘 자주 흐뭇하게 웃곤 한다. 하드커버를 좋아하는데다 선명한 일러스트의 표지 디자인도  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은 뒤, 이 책과 함께 샀던 [오즈의 마법사]와 [빨강 머리 앤]에 자주 눈이 갔다. 얼른 읽고 싶단 조급함이 때문이었다. 서평단 당첨 책도 몇 권 있어서 얼마간 미루고 있었지만, '이건 아니야, 읽고 싶어 미치겠어!'라고 외치는 마음의 소리가 내 귀를 때리는 바람에 손은 바로 [오즈의 마법사]로 뻗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비해 훨씬 잘 읽혔다. 이유는 문장들이 간단하고 별다른 묘사 없이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직설적인 서술로 이야기를 이끌어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아니라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는 뜻이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년 作)에서 도로시 역을 맡은 주디 갈런드

​주인공이 도로시였던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도로시'라는 말이 주는 혀의 굴림이 즐거워서 계속 '도로시, 도로시?' 부르고 싶은 이름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오즈'라는 단어도 발음 자체가 예쁘다. 이 책 속에는 이렇 듯 발음이 즐거운 단어들이 등장한다. 모두 작가가 지은 말들이겠지? 오즈에 가면 동서남북 지명이 다른데 먼치킨(뭉크킨), 윙키, 갈리타, 들링 등 재밌는 지명들이 나온다. 작가가 어떤 뜻을 전달하기 위해 고심해서 만든건지, 아님 동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귀여운 단어를 만들어낸 건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도로시는 캔자스 대평원에 불어닥친 회오리 바람에 실려 환상의 나라 오즈에​ 가게 된다. 거기서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를 차례로 만나면서 각자의 절실한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에메랄드시에 살고 있는 마법사 오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도로시는 비록 부모님도 계시지 않고 온통 잿빛만 가득한 심심한 대평원이지만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다. 자기를 돌봐주는 무뚝뚝한 헨리 아저씨와 무표정의 엠 아주머니 곁으로 가고 싶다.

"고향이 아무리 황량한 잿빛이라 해도, 그리고 다른 곳이 아무리 아픔답다고 해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우리 사람들은 고향에서 살고 싶어 해. 고향만 한 곳은 없어."(48p)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켄자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내비친다. 허수아비는 짚으로 가득찬 머릿 속이 싫어 똑똑한 뇌가 갖고 싶다. 모두가 아는 것만 아는 건 싫다. 일반 사람들처럼 생각하는 허수아비이고 싶다. "만약 사람들 머리가 나처럼 밀짚으로 가득 차 있다면, 모두 아름다운 곳에서만 살고 싶어 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캔자스 같은 데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뇌를 갖고 있는 건 캔자스에는 다행스런 일이야."(48p)라며 도로시 같이 뇌가 있고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 부러워진 순간을 표현한다. 양철 나무꾼은 더이상 두근거리지 않는 가슴이 싫다. 그래서 심장을 갖고 싶다. "너희가 나를 구해줄 때까지 그렇게 숲에 버려져 있었어. 정말 힘들고 끔찍한 시간이었지만, 그 자리에 서 있는 동안 내가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지. 그것은 바로 심장이었어. 사랑하는 동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지만, 심장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느낄 수 없어. 그래서 오즈에게 부탁해 심장을 얻고 싶은 거야. 그렇게 된다면 난 먼치킨 아가씨에게 돌아가 청혼 하고 싶어."(67p) 동물의 왕 사자는 '왕'답지 못하게 겁이 많은 자기 자신을 자신감 넘치는 사자로 변신시키고 싶다. 하지만 '겁쟁이'로 뒤집어 씌운 것은 남의 시선를 평가의 잣대로 삼은 사자 자신임을 나중에라도 깨닫길 바라는 안타까움을 독자는 느끼게 될 것이다. 어쨌든 도로시(강아지 토토 포함)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이렇게 넷은 각자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마법사 오즈를 찾아 떠난다.

 

 

 

곳곳에 고난이 도사리는 여정이지만 이들은 서로를 도우며  결국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게 된다. 그런데 오즈의 마법사의 실체를 알게 된 이들은 망연자실하게 되고, 다시 쿼들링으로 착한 마녀를 찾아 떠나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환상의 세계 오즈에서 겪는 여러 일들을 통해 이들의 소원이 쓸데 없는 소원이었음을 독자들은 눈치챌 수 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던 허수아비를 보면 꼭 뇌가 있어야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란 걸 알 수 있을 것이고 생명이 죽거나 슬픈 일이 생길 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양철나무꾼을 보면 심장만 없지 감정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겁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위험한 일이 닥칠 때마다 스스로를 희생하여 친구들을 돕는 사자도 마찬가지로 이미 용감한 사자였던 것이다. 정작 본인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모험을 지속한다. 오즈의 마법사가 도로시를 캔자스에 보내주지 못하자 이미 자신들은 소원 성취하였음에도 다시 똘똘 뭉쳐 의리 하나로 도로시의 곁에 끝까지 있어준다.

[오즈의 마법사]가 출간된 시기를 보면 20세기 초, 자본주의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뒤이어 문제점도 터져나오던 시기와 맞물린다. 그래서 이 작품이 단순히 동화로만 보지 않고 작가가 어떤 의도를 담고 지었을 것이라고 해석 한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한 인물들을 해석한 모 평론가의 글을 보았다. 허수아비는 농민, 양철 나무꾼은 산업노동자, 사자는 정치인으로 비유하였고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했던 노란 벽돌길의 경우 금본위체제를 보여준다고 해석하였다. 설득력 있어 보였다. 하지만 무거운 내용으로 들어가는 게 싫어서 나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 자체의 즐거움만 느끼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

[오즈의 마법사]는 시리즈가 더 있다. 내가 읽은 것은 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첫번째 발간한 [오즈의 마법사]이다. 이 책의 인기로 뒤이어 시리즈를 더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얼마나 번역 출간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더클래식 출판사에서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3편까지 번역본을 출간했다는 건 확인했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 (1856~1919) / @위키백과 ​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1편인 [오즈의 마법사]는 원제가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이다.1편에 들어 있는 그림이 내 마음이 쏘옥 들었다. 충분히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그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2편부턴 삽화가가 달라 그림도 다르다. 구해 읽어볼 생각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한 세 명은 각자의 현실에서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을 성취한다. 도로시 역시 그토록 소원했던 캔자스로 돌아간다. 어떻게 켄자스까지 갈 수 있는지, 그리고 과연 마법사 오즈가 도로시가 켄자스에 가도록 도와주는지, 그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비록 문장의 아름다움이나 눈여겨볼만한 비유가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내 상상력의 한계를 넘나들 수 있는 자극제로 이런 모험 이야기는 최적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여자 아이가 모험을 떠나는 설정이라 [오즈의 마법사]도 더 기분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오즈. 아! 이 발음의 찐득함이여!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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