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초록과 김구름의 사랑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스페이스 콜로니 사비는 목적을 잃은 도시입니다. 화성 침공의 전초기지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그저 별쓰임 없는 화성 근처의 인공 우주 도시일뿐입니다. 달처럼 지구로 인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자체 동력이 끊기면 암흑속으로 꺼져버리는, 우주생태계에서 믿을 구석 하나없는 곳이죠. 이초록이 이 스페이스 콜로니 사비로 갑니다.
'현대인이 꿈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믿지'않는 이초록.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친구 김구름의 꿈을 훔쳐 사비로 갑니다. 사비가 목적을 잃은 존재라면 이초록은 처음부터 꿈꾸지 않는 사람입니다. 처음으로 꿈을 가지고 사비로 갔지만 사비는 꿈과 희망의 우주세계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패배자의 도시같은 사비에도 정체성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미야, 장고요, 이강녕, 윤결정 그리고 한먼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부여잡고 있지요. 특히 스나이퍼 한먼지는 일생의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사비의 기묘한 탄도의 궤적을 추적하며 매일을 삽니다.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은 주류에서 소외된 우주도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둡고 우울하지 않습니다. 작가님이 선택한 '신나는 스텝'으로 경쾌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비의 독특한 구조를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생활방식, 등장인물 설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지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 그들만의 법칙이 있는 곳, 끝없이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곳 사비. 홀로 우뚝 서있는 우주 도시 사비에서 함께 꿈을 꾸는 이초록과 그들을 응원합니다.
여기까지 찾아와줘서 고마워. 그 먼 데서 이 깊숙한 곳까지 찾아와줘서, 정말로. p.17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