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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 소설 2021-11-1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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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저/김남주 역
민음사 | 2008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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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하디 유명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드디어 읽었다. 이번에 미발표 유작이 출간되면서 서평 의뢰가 들어왔는데, 이 대표작을 안 읽어볼 수 없어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느낌이 궁금해서 읽었다. 이 전에도 많은 추천을 받았고, 얇고,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한 몫 했다. 이번에 리커버도 엄청 예뻐서 혹했지만… 일단 샤갈의 그림도 좋으니까 오리지널로 구매. 샤갈의 ‘에펠탑의 신랑신부’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생일’이라는 작품도 좋다. 평생 자신의 삶에서 보여준 사랑을 그대로 담아내서 그런가, 샤갈이 그린 사랑의 소재들은 대체로 몽환적이고, 어두운 색채를 썼어도, 밝은 느낌이라 따스해진다. 이 책과도 몹시 잘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여러 이중적 의미가 느껴지는 것 같아 씁쓸한 명화와 소설이다.

 

주인공은 39살 여성이다. 이 책을 쓴 프랑수아즈 사강은 당시 24살이었다. 24살이 어떻게 39살의 감정선을 읽어냈을까? 어떻게 그렇게 사무치는 외로움과 고독을 읽어냈을까? 25살의 어린 청년 시몽에게 더 집중했을까, 39살의 폴에게 더 집중했을까? 자신은 어디쯤인 삶을 살았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평생 이어질 외로움과 고독을 그 어린 나이에 알았을까? 물론 그 당시의 24살은 지금의 24살과는 다른 느낌이겠지만, 정말 40년 이상을 살아낸 사람처럼 글을 쓴 것 같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책에 끌리는 것도 있겠지.

책은 몹시 잘 읽히고, 재밌었다. 재미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장이 궁금하고, 그들의 심리가 궁금하고 문장이 궁금해지는 책인 건 분명하다.

 

고전 소설은 전혀 모르던 무지랭이 시절, 이 책 제목만 보고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인 줄 알았다. 브람스라니! 별로 내키지 않는데 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있는 듯 하다. 워낙 책을 볼 때 무슨 책인지, 내용을 전혀 살펴보지 않고 일단 읽고 보는 편이라 이 책도 내 마음대로 추측하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 표지를 넘기며 1장을 읽을 때까지도 클래식 관련 소설일 줄 알았다. (아하하하하하) 그리고는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 많은 내용 중에 ‘응? 왜 브람스?’ 했다.

작품해설에서 브람스에 대한 의미를 찾았다. 프랑스 사람들이 브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브람스 연주회에 갈 때는 꼭 물어본다는 것. 하지만 이 브람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브람스는 음악도 유명하지만, 클라라와의 관계로도 유명하다. 이들의 관계에서 모티브를 따왔을지도 모르겠다. 스승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브람스. 14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브람스는 평생 클라라의 곁을 지킨다. 심지어 슈만이 죽고 나서도 슈만의 아내로 남으려는 클라라였지만. 시몽은 자신을 브람스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브람스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14살 연하인 자신을 좋아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여겨도 좋지 않을까? 소설 속 시몽의 특징을 생각하면 정말 음악 취향에 대해 물어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녹여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분명 그 후에도 그런 질문을 받았겠지만 대답 같은 걸 한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 삶의 이런 단계에서 누가 대답을 기대하겠는가? 그런데 그녀는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중략)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중략)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56)

여기에 이 구절을 읽으면서 오로지 돈 때문에 일을 해야 하고, 자신을 외롭게 하는 남자에게 목 매고 있는 폴이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다 준 것에 관심이 갔다. 평소 읽던 문학에서는 여성들은 진취적이고, 변화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들을 봐서 그런지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여기의 폴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브람스라는 취향에 대한 질문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단순히 데이트 구실의 일부로만 생각하면서 상대방을 만날지 말지만 생각했던가? 현재에도 뭘 하는 지 행위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는 지에 집중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하긴, 호감가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뭘 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래서 내가 마지막 부분까지 읽고는 기분이 나빠졌던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책장을 다 덮고 광분했다. 아니 왜?!! 왜죠?! 왜 처음부터 끝까지 폴은 수동적이고 나약하고, 타인의 사랑을 먹고 사는 작은 아기 새 같은 모습을 취한단 말인가. 심지어 로제에게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도 마음에 안 들지만, 그 후의 모습은 왜 또 똑같단 말인가? 그렇고 고독하고 괴롭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녀 스스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즐기고 있는 거 아닐까? 고독감에 치를 떨면서도 같은 모습을 반복한다는 점에 몸서리 쳤다. 시몽은 어쩌면 그녀 자신의 고독감에 정신이 혼미해져 벗어나보려는 짧은 도피였을 수도 있고, 로제를 되돌리고자 하는 하나의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저 너무 외롭고 고독한 마음에 작은 불씨라도 하나 갖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끝낼 수 밖에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책 분위기나 흘러가는 느낌은 분명 그래, 이게 사강스러운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

  • 그랬다, 그것은 차라리 ‘그들 두 사람’에 대한,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일종의 가학인 셈이었다. 두 사람 중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이제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외쳤어야 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나 로제에게서 그런 반응이 나오기를 거의 절박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 사이의 무엇인가가 죽어 버린 모양이었다. (100)
  • 익숙한 그의 체취와 담배 냄새를 들이마시자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울러 길을 잃은 기분도. (149)

사랑의 덧없음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거라는 해설을 보면서 덧없음이 이렇게 외로운 단어였나 싶어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이런 관계를 이어가서 어쩌겠다는 건가… 이미 무언가 죽어버렸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그들의 관계에서 자신이 행복한 순간(중요한 건 순간만 찾아온다는 거다)만을 갈구하고 있다는 게 올바르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여기에 진짜 불행은 자신은 모른 척 하고 있다는 걸, 그로 인해 스스로를 좀먹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고.

로제에게 그 동안 자신이 불행했다고 이야기 하는 폴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너무나도 익숙한 자리에서 그제야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한참 어리고 부담스럽게 잘생긴 남자 곁에서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모진 말들을 들으며 아마 많이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에게는, 자신의 수준에는 로제가 차악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던 거 아닐까? 적어도 부담스럽고 손가락질 받는 시간은 안 가져도 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모습은 조금 이해된다.

  • 오늘밤도 혼자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 역시 그녀에게는, 사람이 잔 흔적이 없는 침대 속에서, 오랜 병이라도 앓은 것처럼 무기력한 평온 속에서 보내야 하는 외로운 밤들의 긴 연속처럼 여겨졌다. (중략) 그녀는 가만히, 가슴 아프게 고독을 되씹었다. (17)
  •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53)
  •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로제는 그녀에게서 언제나 빠져나갔다. 이 애매한 싸움이야말로 그녀의 존재 이유였다. (139)

그냥 로제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서움. 편안함으로 돌아가는 건가, 익숙함으로 돌아가는 건가… 그게 무엇이든… 덕분에 시몽이 말한대로 그녀는 평생 고독할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이야기 하는 남자 곁에서 사무치게 고독한 삶을 사는 걸 선택한 자신을 가엽게 여기면서 말이다.

문득 어떤 상황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지 잘 들여다보고 나를 위한 긍정적인 환경을 구축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더 들면.. 로제를 이해할 수 있을까 -_-? 언젠가는 로제를 이해하는 날이 올까? 분명한 건 로제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 그녀는 그를 제대로 평가해 준 적이 없었다. 항상 그가 상스럽고 천박하다고 여기지 않았던가. 그녀에게 그 자신의 가장 좋은 부분, 가장 견고한 부분을 내주었음에도. 여자들은 그랬다. 여자들은 모든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다 내주는 것처럼 보여서 완전히 마음을 놓게 만든 다음, 어느 날 정말 하찮은 이유로 떠나 버린다. (143)
  • 그는 그 아파트의 신이자 주인이었다. 거기에는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었고, 애정으로 가득했고, 조용했다. 그럼에도 그는 밤중에 그곳에서 나올 때면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144)

남자들은 전부 이래? 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리 흘러가게 된다. 시몽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된다고? 알 수 없다. 시대적인 배경도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혼자 행복하게 살 방법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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