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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 읽은책 (리뷰) 2021-02-2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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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월

아니 에르노 저/신유진 역
1984Books(일구팔사북스)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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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노의 소설 [세월]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즈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램 독자상을 수상하였으며, 소설 속 그녀는 아니 에르노 자신이면서 동시에 사진 속의 인물, 1941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이고, 개인의 역사에 공동의 기억을 투영한 비개인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명절, 42년의 겨울은 아무리 말해도 모자랐다. 추위, 배고픔, 루타바기, 보급용 식량, 담배 교화권, 폭격, 전쟁을 알렸던 북쪽의 여명, 약탈당한 가게들, 사진과 돈을 찾아 잔해를 뒤지는 이재민들.

 

가정마다 대부분 죽은 아이들이 있었다. 모든 겨울의 기관지염을 거쳐서 결핵과 뇌막염을 피한 후 대략 12살이 되어야지만 구제를 받게 되며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신문들은 아직도 해마다 5만 명의 아이들이 죽는다는 제목을 붙였다. 여성들을 <올바른 여성><몹쓸 종자의 여성>으로 나누었다. 금주의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교회 문 앞에 붙어 있던 <도덕 수위>는 성에 관련된 것뿐이었다. 남자애들은 군대에 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했고 우리는 군복을 입은 그들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을 때는 억지로 말을 시켜야 겨우 입을 열었고, <네가 전쟁 때 배고픔을 겪었으면 이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았겠지>라는 말로 혼나면서 음식을 남겼으며, <너는 인생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구나>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숲이나 모래사장에서 조심하지 않은 탓에, 어떤 방법으로든 유산시켜야 했다. 부자들은 스위스로, 그렇지 않은 이는 전문가가 아닌 낯선 여자가 냄비에서 뜨거운 금속관을 꺼내는 주방으로, 시몬드 보부아르를 읽은 것은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 태아를 무료로 소파수술을 시켜 주는 군의관들의 사택으로 임신한 여자들을 비밀스럽게 데려갔다. 스튜 냄비에 도구들을 소독했고, 도구는 자전거 펌프기 장치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면 충분했다.

 

견딜 수 없는 기억 중에 아버지의 임종 장면이 있다. 그녀의 결혼식 때 딱 한 번 입었던 슈트를 수의로 입힌 아버지의 시체는, 방에서 1층까지 관이 통과하기에 너무 좁은 계단을 비닐에 싸여 내려갔다. 새로운 바람이 동부에서 불어왔다. 우리는 마법 같은 말, 페레스토리이카와 글라스노스트에 끝도 없이 황홀해 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동독은 국경을 넘었고, 호네커를 끌어내리기 위해 교회 주변에서 촛불을 들고 열을 지어 행진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숨 가쁘게 흐르는 시절이었다.

 

사담은 수수께끼 같은 <전쟁의 어머니>를 약속했으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태어나서부터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지금까지 분리되고 조화가 깨진 그녀만의 수많은 장면들을 서사의 흐름, 자신의 삶의 이야기로 한데 모으고 싶어 한다. 거론되는 모든 두려움 중에 가장 큰 두려움은 에이즈였다. 에르베 지베르에서 프레디 머큐리까지 마지막 뮤직 비디오에서 그는 예전의 토끼 이빨보다 훨씬 더 멋졌다.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들과 거리를 뒀고, 정부는 그들을 페스트 환자 취급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윤리적인 광고에 전력을 다했다.

 

단연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 생각도 어떤 느낌도 없이, 단지 티브이 화면을 보고 또 봤다. 9, 그날 오후,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이 하나씩 무너졌고 그 장면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그것이 현실이 된 것만 같았다. 핸드폰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소식을 나눴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대에 이 땅 위에 살다간 그녀의 행적을 이루고 있는 기간이 아니라 그녀를 관통한 그 시간, 그녀가 사랑 있을 때만 기록할 수 있는 그 세상이다. 그녀는 또 다른 감각 속에서 자신의 책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를 직감했다. [세월]은 작가의 새로운 문학적 시도가 이뤄지는 작품이다. 저자가 세월에 기록한 삶은 작가 자신의 기억만이 아닌 다수의 기억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프랑스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살아 온 세월은 어떤 것일까 생각을 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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