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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그토록 사소한 것 하지만 목숨을 걸 만한. | 2019.12 2019-12-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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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저/김상훈 역
엘리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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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다른 리뷰나 블로그를 통해 말한 적이 있지만 테드창의 작품들은, 작은 단편 속에 무수히 넓고 깊은 세계가 단단한 밀도로 압축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유사한 소재를 완전히 낯설게 바꾸어 참신하고 신선하게 직조한 멋진 스토리가 기본이고, 스토리속 에서 유영하는 인물들의 생각이 전해주는 통찰은 두고두고 같은 작품을 여러번 읽게 한다. 이 책의 첫번째 작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판타지와 SF를 천일야화와 아라비아 나이트의 이국적 분위에 흠뻑 적신 멋지고 재미있고, 신기하고 환상적이고도 기이한 시간여행 소설이다. 


우선 전체 구조는 천일야화적처럼 재귀적이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부르고 그 이야기가 다시 또 이야기를 부르고, 그렇게 서로 이야기가 이야기와 대화하는 사이에, 각자의 이야기들이 갖는 위치를 종종 잊게 되는데, 빠져나와 보면 어느새 새로운 이야기가 먼저 이야기와 연결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도대체 왜 테드 창은 10년에 한 번 꼴로 밖에는 책을 내지 않는 건지, 그리고 왜 노벨상이나 이런 순수문학쪽에서는 후보로 거론조차 안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 바슈라가 칼리프 앞에서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화자가 왜 칼리프 앞에서 이런 신기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마지막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하고 난 뒤에야 밝혀진다. 천일야화의 화자는 죽음을 유예하기 위해 매일 밤 칼리프에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기에서 칼리프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매일 화자의 목숨을 연장시켜준다. 이 이야기의 화자 역시 자신의 죽음을 유예하기 위해 이토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일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하고 있는 것일까? 


액자의 맨 바깥쪽 이야기가 칼리프 앞에 선 화자라면 그 안쪽에는 화자가 한 연금술사에게서 들은 세 개의 이야기가 있다.  바슈라는 해외 곳곳에서 값비싼 물건들을 거래하는 상인이며, 진귀한 물건을 귀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새로 생긴 상점에서  한 연금술사를 만나는 장면을 칼리프에게 묘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가의 가장 핵심 상권에 새로 자리 잡은 상점에 들어가서 만난 연금술사는 바슈라에게 새로운 물건들을 보여주는데, 연금술사가 만든 진귀한 물건들과 그의 말에 매료된 화자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가 만든 시간을 여는 문을 알게 된다. 이 문은 말하자면 시간을 가로지르는 웜홀이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과거 20년 전으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미래 20년 후로 가게 된다. 연금술사는 이 시간 여행 문을 카이로에 있는 상점에 설치했는데, 카이로에 있는 그 시간의 웜홀을 통과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화자 바슈라에게 들려준다. 


행운의 하산 이야기

카이로에서 시간 여행의 문을 통과한 세 명의 주인공들은 미래의 자신과 만난다. 첫번째 밧줄 직공 하산은 20년 후 큰 성공을 거둔 (늙은) 자기 자신과 조우한다. 20년 더 나이먹은 (늙은) 하산은 과거의 자기 젊은 자신이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다. 늙은 하산은 젊은 하산에게 미래의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깨알같이 일러준다. 자주 늙은 하산을 방문하여 인생 성공의 충고를 듣는 덕분에, 자잘한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작게 시작한 장사도 번성해간다. 어느 날 소매치기 아이에게 지갑을 도둑맞았다가 잡은 사건이 있게 되고, 왜 그 이야기를 미리 해주지 않았는지 늙은 자신에게 묻는다. 늙은 하산과 시간 여행자 젊은 하산은  대화 끝에, 자신에게 일어날 모든 일들을 미리 아는 것만큼 무엇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또한 멋지다는 걸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하산은 젊은 하산에게 도시의 서쪽으로 가서 어느 나무 밑을 캐라고 알려준다. 현재로 돌아온 하산은 미래의 하산이 시키는 대로 나무 밑을 캤더니 보물이 가득한 금괴가 있다. 하산은 그 돈으로 씨앗삼아 크게 사업을 벌이고, 대부호가 된다. 이렇게 시간여행을 하고 미래와 과거의 자기 자신과 조우하지만 운명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반복된다. 


이제 보물상자를 살펴보자. 20년간의 자잘한 충고가 일상의 작은 성공들을 일구기는 했지만, 도시에서 가장 갑부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나무 밑에서 발견된 보물상자였다. 늙은 하산 역시 그 보물 덕에 대부호가 되었고, 그 사실을 젊은 하산에게 알려주었던 것이고, 이제 시간 여행을 한 젊은 하산은 20년 후 똑같이 자신을 찾아올 젊은 하산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 그것이 거기에 있었는지 늙은 하산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이 궁금한 젊은 하산은 20년 후의 자신에게 가서 물어본다. 지금의 너처럼 나 역시 늙은 하산에게서 알게 되었지. '알라의 뜻이라고 밖에 다른 설명이 어디에 있겠느냐' 이렇게 행복한 하산의 이야기가 첫번째 이야기이다. 


시간여행의 가장 묘미는 타임 패러독스이다. 과거로 가건 미래로 가건, 시간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바꾸면 현재건 미래건 그것이  존재한 시간 자체가 사라지는 거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가장 매료시키는 장치가 얼마나 더 말이 안되게 꼬아놓는가 하는 것이다. 밧줄공 하산은 20년 후의 자신 역시 자신의 성공은 20년후의 자신에게서 행운의 보물 상자를 알게 되었고, 그 20년 후의 하산은 다시 20년 후의 자신에게서 행운의 보물 상자를 알게 되었던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20년 후의 나이가 되면 젊은 자신과 조우하여 자신이 다른 시간의 자신에게서 들었던 똑같은 말을 과거의 자신에게 하고 있을 것을 알고 있는 삶을 타임 루프속에서 영원히 살게 된다. 타임루프는 대개 다 기이하고 매혹적이지만 이보다 더 매력적인 타임루프가 있을까.


불운의 아집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더욱 기이하다. 양탄자 방직공인 아집은 하산의 이야기를 들은 후,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만나러 같은 문을 통과하여 간다. 하산의 이야기처럼 20년 후 부자가 되어 있으리라 기대한 아집은 20년 후에도 현재 아집이 사는 똑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크게 실망한다. 20년 후에도 전혀 부자가 되지 않았단 말인가. 그의 20년 늙은 자신은 젊은 자신에게 부자가 될 만한 아무런 충고도 도움도 되어 주지 못했단 말인가. 조용히 집 앞에서 미래의 자신을 기다래고 있던 아집은 낡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실패한 자신을 목격하지만, 앞에 나서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다가, 그들이 사는 집에 들어가서는 20년간 더욱 더 낡아빠진 초라한 살림살이들을 보고 더욱 실망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돈을 모아두는 나무 상자가 여전히 자신의 열쇠로 열리는 것을 발견하고 열어보고는 놀란다. 그가 조금씩 저축해두던 그 나무궤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있었던 것이다.  부를 가졌으면서도 전혀 쓸 줄 모르는 인색하고 째째한 노인이 된, 삶의 기쁨을 모르는 노인에게서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할 금은 보화를 젊은 자신이 훔쳐가서 평생을 즐겁게 먹고 쓴다면 더욱 행복한 자신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를 어르면서 젊은 아집은 20년 동안 자신이 모아둘(모아둔)  자신의 20년 후의 금은 보화를 모두 훔쳐가버린다. 


20년후의 자신에게서 20년동안 모은 돈을 훔치는 젊은 아집은 생각한다. 이러한 부는 이 부를 누릴 수 있는 사람에게 부여되어야 해. 늙은 자신에게서 훔치는 것은  도둑질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돈을 빼앗기는 사람은 20년후의 늙은 자신이지만, 그 돈의 수혜를 보는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금괴를 가지고 카이로에 있는 연금술사의 문을 통과해 20년 전의 젊은 자신으로 돌아온다. 늙은 자신이 애써 모은 돈을 훔쳐 온 아집은 그 돈으로 큰 집을 사고 흥청망청 물쓰듯 돈을 쓰고 다니다가, 평소 사모하던 타히라에게 청혼하여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지만 2주째가 되어 그녀가 납치당하고, 납치범들은 그에게 큰 돈을 요구해 모든 재산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써버리고 빈털털이가 되어 버린다. 납치에서 풀려나고 남편의 모든 돈이 훔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타히라는 서로 노력하여 그 돈을 마지막 동전 한잎까지 갚자고 맹세한다. 그리하여 둘은 죽어라고 인색하고 째째한, 한푼이라도 생기면 20년후 자신에게 훔친 돈을 갚기 위해 모두 상자에 저축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하여 20년째가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그 돈을 훔치러 오는 자신을 기다리게 된다.


젊은 아집은 금궤를 훔친 후, 한 번도 카이로의 연금술사의 상점에 들르지 않았고, 미래의 자신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길고 긴 20년간의 저축 끝에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보물상자가 없어진 것을 보고서 그제야 자신이 빚을 갚았다는 것을 알고는 연금술사에게 와서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하산의 아내와 그녀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는 다시 첫번째 하산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하산의 20년 후의 아내 라니아가 젊은 하산을 만나는 로맨틱한 이야기에 그가 이룩한 부에 관련한 엄청난 비밀과 판타지가 숨겨져 있다.  20년 늙은 하산의 아내 라니아는 어느날 부터 자신의 집에 들락거리며 밥을 먹는 한 젊은이를 눈여겨 본다. 그녀는 한 눈에 남편과 밥을 먹는 바로 그 사내가 자신이 20년전 사랑한 젊은 하산이라는 사실을 알아본다. 아 이 얼마나 로맨틱한 설정인가. 일상에 퇴색해 희미한 기억조차도 멀리 사라녔을 젊은 첫사랑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난다니.  자신들의 첫사랑을 스포할 생각이 없는 두 사람은 하산에게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하산의 아내 라니아 역시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오랫동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던 젊은 하산의 아름답고 충만한 모습을 엿듣고 훔쳐본다. 젊은 하산에 대한 욕망을 키워가던 라니아는 어느날 남편(늙은 하산)이 젊은 하산과 작별한 후 다마스쿠스로 출장을 떠나자, 그녀는 카이로로 가서 남편이 말한 시간의 문을 찾아가고, 젊은 날 사랑했던 하산을 찾는다.


그녀가 젊은 하산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하산을 본 라니아는 젋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랑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늙은 하산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강한 애정과 욕망을 느낀다. 라니아는 평생 충직하고 충실한 아내였지만, 젊은 하산에 대한 욕망은 떨칠 수 없는 강렬한 것이다. 이것은 배신일까? 시간이 흘렀지만 같은 대상을 지금은 덜 사랑하고,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되어 버린 옛 사랑을 더 사랑한다면, 이것은 무엇일까. 라니아는 하산을 유혹하기 위해 집을 구해 살림을 차리고, 그를 스토킹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를 유혹하기도 전에 사건이 발생한다. 하산은 한 보석상에게 다가가 하산이 결혼 당시 자신에게 선물한 목걸이들을 얼마에 팔 수 있는지 물어본다. 보석상은 그것이 매우 진귀한 보석상이라 큰 돈을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 다음 날 다시오라고 얘기한다. 자신에게 준 목걸이를 팔려고 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라니아는 우연히 그들 옆에 선 두 남자가 하는 얘기를 엿듣는다. 이 남자들은 사실 하산이 나무 밑에서 파낸 금괴의 주인인 도적떼의 일원이었던 거다. 그들은 하산이 팔려고 하는 목걸이를 알아보고, 하산이 이를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적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라니아는 내일 하산이 목걸이를 보석상에게 팔면 도적들이 그에게서 돈을 빼앗고 때려눕히자는 계획을 알게 된다. 


라니아는 자신이 이미 20년간 그 목걸이를 계속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빼앗기지도 않고, 하산의 목숨도 온전하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가 이 상황을 목격한 것 역시 알라의 계시이기 때문에, 그녀는 적극적으로 하산과 그의 행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할 것인가?  라니아는 다시 20년 후의 현재로 돌아와 목걸이를 가지고 시간의 문으로 간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가 향한 곳은 과거가 아닌 미래의 방향이다. 그곳에는 지금보다도 더 늙은 20년 후의 라니아가 40년 전 남편에게서 받은 문제의 그 목걸이를 챙겨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하산을 돕기 위해 정교한 시나리오를 모의하고, 함께 시간의 문을 빠져나가 20년 전(그러니까 그 당시부터는 40년 전), 하산이 목걸이를 팔려고 하는 곳에 도착한다. 두 미래의 라니아에 의해 목걸이와 하산은 도둑떼로부터 무사히 구출되고, 어린 라니아는 결혼 전이며 이 목걸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아직 하산의 스토리에 등장하기도 전이다. 


똑같은 목걸이를 팔려 하는 여러 여인의 등장으로 모든 게 오해였다고 잘못 알게 된 도적떼는 돌아가고, 어린 하산을 구한 성숙한(?) 라니아는 본격적으로 젊은 하산을 유혹하기 위해 집으로 데려가 음식을 먹이고 포도주를 대접하여 침대로 꾀어들인다. 방을 모두 어둡게 하고서야 베일을 벗은 라니아는 드디어 젊고 아름다운 하산과의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는데, 그녀가 생생히 기억하는 하산의 자신만만하고 능숙한 기교와는 달리, 하산의 행동이 어설프고 어색하다는 걸 알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여기서 기억의 오류는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하산이 어린 신부에게 그토록 자신만만하고 능숙하게 행동하게 한 배경에는 성숙한 부인의 가르침이 있었다는 타임루프의 패러독스가 있었던 것이다. 둘은 매일 그녀의 집에서 만나 아트오브 러브를 전수받는다. 


결국, 20년후의 라니아는 20년전의 매력적인 하산을 만나러 가서, 매력적인 하산을 만들고 온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베푸는 애정 행위가 다시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 올(온) 것임을 안다. 사랑의 기술을 모두 전수한 라니아는 하산과 이별할 시간이 되자, 과거의 시간에 구입한 가구와 집을 정리하고, 둘이 다시는 볼 수 없다고 말하고 떠난다. 20년 후의 현실로 돌아온 라니아는 이제 다마스쿠스에서 돌아올 남편을 흡족하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젊은 하산과의 뜨거운 사랑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토록 사소한 것, 하지만 목숨을 걸 만한 것

이제 연금술사가 이야기한 시간의 문을 통과한 세 사람의 이야기는 모두 끝났다. 이 이야기를 들은 화자 바슈라는 자신이 과거 20년 전에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고 싶어 시간의 문을 통과해 2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현재 화자가 연금술사를 만난 곳은 바그다드이고, 앞서 말했듯이 이 상점은 이제 겨우 일주일 되었다. 그러니까 이 문을 열고 과거로 들어가는 왼쪽 방향으로 들어가면 그 곳 20년 전에는 이 문이 만들어지기 전이므로, 도착 지점이 없고, 설령 간다고 해도 돌아올 수 있는 문이 없기에 다시 현재로 되돌아올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카이로로 가기로 한다. 카이로에 원래 있던 시간의 문은 이제 그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사막을 끼고 있는 이 공간 배경은 탈것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사막 여기저기에 도둑들이 출몰하는 곳이다.  카이로와 바그다드 까지의 거리는 멀고도 험하다. 카이로에 있는 시간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현재 시간으로 카이로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시간의 문을 통해 20년 전으로 간다. 그리고 그 과거에 다시 바그다드로 와서 일을 바로 잡은 후,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문을 가기 위해 카이로로 돌아가서 현재로 돌아온 다음 다시 바그다드로 오는 것이다. 왕복 세 번의 여행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그는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걸까. 이미 결정된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며 과거에 가서 무슨 행동을 해도 바뀔 수가 없다. 그가 팀을 꾸려 카이로와 바그가드로 동분서주하는 동안 고초를 겪고, 칼리프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해 많은 천일야화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모두 이 과거를 오가는 시간과 공간 여행에 있다. 


지나버린 사랑, 과거에 무심히 뱉어버린 말 한마디가 다시는 주어 담을 수도 취소할 수도 없는 상흔을 남기며 인생에 회환만을 불러올 때, 우리는 과거에 가서 무언가라도 하고 싶어한다. 그는 온갖 고초 끝에 과거에 도달하지만 결국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애닯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온 현재가 과거인데 이를 어떻게 바꾸나. 그러나 한 가지 그 위험한 여행을 감행한 대가를 돌려주는 계기가 생기는데, 바로 다양한 층위의 기이하고도 신기한 이야기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이 소설의 절정은 바로 그토록 사소한 것, 하지만 목숨을 걸을 가치가 있을 중요한 어떤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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