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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20-10-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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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가오 옌 그림/김난주 역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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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2020).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간.

하이쿠(俳句)는 별나게 짧은 시 형식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하이쿠는 "일본의 정형시의 일종"인데, "각 행마다 5, 7, 5음으로 모두 17음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하이쿠는 대충 이런 것이다.

閑さや岩にしみ入る蟬の聲
(しずかさや いわにしみいる せみのこえ)

"시즈까사야 / 이와니 시미이루 / 세미노 코에"라고 읽고, "한적함이여 / 바위에 스며드는 / 매미의 소리" 정도로 번역한다. 요미가나(소릿글자)를 점잖빼듯 느릿느릿 읽으면 된다. 입 안에서 글자가 굴러가는 동안 여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라고 하는데 외국인 입장에서 잘 와 닿지는 않는다.

짤막하여 별 것도 아닌 듯 싶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으로 먹물깨나 들었다는 이들도 쉽사리 논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루키의 아버지는 동경제대 문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하이쿠를 취미삼아 지었다는 양반이니 꽤나 부담스러운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하루키도 와세다를 나왔으니 학벌이 처지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부친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던 모양이다. 그의 여러 작품에서 와세다는 컴플렉스 묻은 "2류 대학"으로 격하된다. 아무래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란 그런 것인가 보다. 나는 문재(文才)라고는 없는 집안에서 좋은 대학을 갔는데도 아버지에게 무시를 당하곤 했으니 하루키야 오죽했을까.

그러나 애증 속에서도 혈연이란 어찌할 수가 없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고, 역사도 이와 마찬가지다. ? 그 내용이 아무리 불쾌하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해서든, 아버지 세대에 대해서든 마찬가지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와의 접점이 두드러진다. 그때 못했던 뒷이야기를 이제서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하루키의 시간도 그간 속절없이 흘렀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생각나게 마련일까. 그는 내 아버지보다 두 살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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