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님 작품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만, 한동안 공백기를 가지신 이후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셔서 좀 아쉬운 참이었죠. 최근에 나온 작품들은 공포의 농도라고 해야 하나, 밀도 면에서 초기작에 비하면 많이 순한 맛입니다. 이토 준지표 공포의 특별함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있는데, 최근 스토리는 거의 예상 가능한 이야기이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용해교실」은 초기작의 감성이 제법 살아있는 특이한 작품이었어요.
주인공인 아자와 유우마는 한 지역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여동생인 치즈미와 둘이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고교생입니다. 마침 전학 온 첫날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걸로도 이상할 정도로 사과를 하죠. 그러나 그 뒤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누가 봐도 사백안에 무서운 얼굴을 한 치즈미는 “너의 살살 녹은 뇌를 쭉쭉 빨아먹게 해줄래?”같은 무서운 대사를 흘리며 사람들을 놀래게 만드는 아이지만, 진짜 무서운 건 저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유우마의 사과를 받으면 뇌가 녹아버리고, 유우마에게서 칭찬을 들으면 얼굴이 무너져 내리고, 그렇게 녹아버린 사람들을 치즈미가 마셔버린다는…무서운 이야기죠. 죽음과 저주를 퍼트리는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엔딩도 독특하고, 분명 읽어볼만한 작품입니다.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