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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왠지클래식한떡볶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뷰 | 북클러버 2023-01-3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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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저
문학동네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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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학문을 사람을 대하는 심채경 박사의 다정하고 깊은 시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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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세상을 학문을 사람을 대하는 심채경 박사의 다정하고 깊은 시선이 좋다.**

 

이 책은 2021년 2월 22일에 초판이 출간되었는데,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어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금세 유명해진 것으로 기억한다. 즐겨 보는 북튜브와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모두 이 책을 소개했고, 천문학은 잘 모르지만 별과 달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을 가슴 한 켠에 담아 두고 있었다. 게다가 보기 드문 여성 과학자 그것도 천문학자가 쓴 책이라니, 대한민국의 많은 소녀들에게 직업 모델이 제시된 것 같아 반갑고 기쁘기도 하였다.  

이제 tvN의 '알쓸인잡'이라는 예능을 통해 이 책의 작가인 심채경 박사는 대중에게 더 널리 알려졌을 터다. 함께 출연하는 김상욱 박사가 방송에서 이 책을 언급하며 심채경 박사를 단단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당장 그 책을 읽고 싶었다. 심채경이라는 사람의 세상과 시선이 알고 싶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에 김영하 작가와 RM이 잠깐 언급되는 대목이 있는데(각자 다른 토픽이다) 현재 작가는 그 둘 모두와 함께 방송을 하고 있다. 참고로 김상욱 박사는 이 책 뒷표지에 실린 추천사를 써 주었다.

 

사실 인상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서 감상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좋은 문장도 참 많았다.

이걸 읽고 내가 알게 된 것은, 심채경 박사가 따뜻하고 다정하고 넓고 깊은 생각으로 세상을 대하고 바라본다는 것.      

 

13쪽 '프롤로그'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 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23쪽. 

국내 천문학계는 대단히 좁은데,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으로 넓어서 관심을 줄 대상이 너무 많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은 외롭지만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ㄴ자신의 연구,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 그래서 좋았다. 

31쪽. 

다시 새로움을 향해 떠나야 할 때,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과거의 나를 찾아간다. 

ㄴ 과거 일기를 쓴 나를 그 당시의 나를 찾아간다는 것. 공감도 가고, 너무 훌륭한 활용이어서, 감동적인 표현이어서. 

32쪽. 

과거의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토닥여주고, 쓰다듬어주고, 따뜻한 밥 한술 먹인 뒤 과감히 등 떠밀어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준다. 여러 길로 갈라진 평행우주 속 용감히 떠난 나와 용감히 남은 나, 모두를 찬양한다. 

52쪽. 과제 얘기도 좋았다. 비밀 암호 같다거나,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낸 학생들이 스스로 느끼는 뿌듯함에 대하여 미소로 화답하는 일. 

55쪽. 대학의 기능과 역할, 목적, 현재의 대학 모습에 대한 통찰. 신입생들의 모습. 

56쪽.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걸 조금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앎의 괴로움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맞바꿀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 

58쪽. 

관찰하고 탐구하는 그 자체가 학문적 태도다.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배우고 발견하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한다. 

59쪽. 

지역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학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는 학자들과도 교류하기 위해서 편지 형식을 취했던 것이 오늘날 논문의 전신이다. 

ㄴ 흥미로운 사실. 논문의 기원. 

63쪽. 

대학이 그들에게 '배운 것'보다 배우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갖는다는 것의 뿌듯함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발견하고 받아들이고 눈을 들어 앞으로 나아갈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그 즐거움과 괴로움을.

70쪽. 

괴로울 때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난다. 

 

86-87쪽. 

조언은 구할 때 해야 가치 있고 실효가 있는 것처럼, 우주의 아름다움도 다양한 지식을 접하며 스스로의 생각이 짜여나갈 때 불현듯 나를 덮쳐오리라. 

ㄴ 이 앎에서 오는 환희의 순간에 대한 전망이... 좋다. 단순한 기대나 추측도 아닌 경험에서 나오는 예측과 믿음. 

95쪽.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100-

101쪽.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알려지지 않은, 이소연 우주비행사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귀환 모듈의 결함으로 죽을 뻔했던 일이 한국 우주인의 영웅담으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는 일도 없었다. (...) 구조대가 올 때까지 수 시간 동안 동료와 의지해 목숨을 부지해야 했던 극적인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로 지겹도록 재생산되는 대신 누구도 넘겨보지 않은 책장처럼 홀로 바래갈 뿐이었다. 

104쪽. ㅠㅠㅠ 면접볼 때 한 대답으로, "지독한 불면과 자기혐오에 시달려야" 했던, 그 면접에 낙방한 것을 두고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해야 하는... 그 상황이 진짜. 지독하게 슬프고 씁쓸하다.

108쪽. 

부모 중 하나가 가사와 양육을 도맡거나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조부모 등 친척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아이 하나 키워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사회. 그래, 현실이 그렇다고 백번 인정한다. 그게 현실이지만, 그게 여자들의 '문제'로 인식되는 건 슬프다. 직장에서는 그토록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면서, 가정에서의 의무는 가벼이 보는 아이러니는 무엇인가. 

115쪽, 나도 눈물이 났다. 

채경씨 아이는 이름이 뭔가요?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나요? 키도 많이 컸겠네요. 

120쪽. 행성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참고로 천문학에서 별은 행성, 위성, 혜성 같은 천체를 제외하고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145쪽. 

나를 더욱 곤란케 하는 것은, 내가 어떤 대단한 계기로 천문학을 선택한 것도, 어릴 때부터 오매불망 천문학자가 되기만을 그리다 마침내 꿈을 이룬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각자 인생의 흐름이 있는 것이고, 나는 삶을 따라 흘러 다니며 살다보니 지금 이러고 있다. 

ㄴ 오히려 이게 멋있는 점. 그리고 도전해 봄 직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는 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 그때그때 열심이었던 것을 따라, 때로는 좇기도 쫓기기도 하며 버티고 지속하다 보니 흘러 흘러 이 지점에 와 있었던 것. 내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147쪽. 

하지만 평생 놀고먹어도 될 만큼의 돈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월급도 계약 기간도 과제에 달린 박사후연구원들에게는 학문의 세계가 그렇게 신성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ㄴ 현실과 생활에 대한 것도. 좋았다. 

153쪽. 

마침내 보이저의 모든 과학 탐사가 끝난 후에야 고향을 잠시 돌아보는 위험한 응시가 허락되었다. 너무 멀어지기 직전에 건진 사진 속 단 하나의 픽셀에,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이 찍혔다. 

ㄴ 묘사가 너무ㅠㅠ 

155-156쪽. 엄마의 마음 ㅠㅠㅠ 너무 울컥하고 눈물난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도 내 품을 떠날 것이다. "엄마가 뭘 알아?" 하고 큰소리치면서 제 방문을 쾅 닫아버리겠지. 독립한다고 손바닥만한 집을 얻어 나간 뒤 숙제는 커녕 어떤 조언도 구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더 큰 집을 마련하게 되면 내 집에 남아 있던 제 짐을 마지막 하나까지 가져다 자기 보금자리에 옮겨두고는, 나더러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으라는 둥 아프면 병원에 좀 가라는 둥 타박을 할 것이다. 그 애가 마지막으로 잠시 나를 돌아본 뒤 자신만의 우주를 향해 날아갈 때, 나는 그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아주리라. 

ㄴ ㅠㅠㅠ 여기 너무 눈물 ㅠㅠㅠㅠ 

 

172쪽. 

내게 있어 우주와의 랑데부는 완전한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서점에 갔다가 무심결에 다양한 성운과 은하 사진으로 가득한 과학 잡지를 집어들었다. 그것이 랑데부의 시작이었는 줄도 모르고 그저 우주를 담은 사진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천문학의 세계에 도킹해 있었다. 

180쪽. 

우주 탐사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당장 상업적으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이 돈을 대는 일은 드물다.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 그리고 자신들이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 탐사에 쓰도록 허락하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주는 국민이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 천문학자가 아니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 탐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185쪽. 소설 종이달. 그믐달과 초승달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187쪽. 

"어떻든지, 그믐달은 가장 정 있는 사람이 보는 중에, 또는 가장 한 있는 사람이 보아주고, 또 가장 무정한 사람이 보는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보아준다."

(나도향의 수필 「그믐달」을 인용한 것을 가져옴) 

193쪽. 

여행자의 고향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대단히 춥고 어둡다. 그곳에서는 태양계 생성 초기의 물질들이 섞여 꽁꽁 얼어붙은 채 동면 상태로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근처 다른 천체의 사소한 섭동이 '넛지'가 되면 태양 근처로 향하는 궤도에 올라서게 된다. 

ㄴ 그냥 저 표현이 재밌고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섭동이라는 개념도, 단어도 처음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사실 '알쓸인잡'에서 섭동이라는 개념이 한 번 등장한 적이 있고 최초로 인지하게 된 것은 그 방송을 통해서다.)

*섭동: 행성의 궤도가 다른 천체의 힘에 의해 정상적인 타원을 벗어나는 현상(두산백과 두산피디아)

200쪽. 

당대에는 현명한 제안이었겠지만, 오늘날 '프톨레마이오스의 주전원'은 복잡한 가정을 억지로 끼워 맞춰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을 비유할 때 언급되는 슬픈 운명을 맞이했다. 설명은 간단할수록 좋다는 '오컴의 면도날' 개념의 대척점이라고나 할까.

ㄴ 이런 말이 있는 것도 몰랐다. 신기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같은 관용어. 재미있다. 

208쪽.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날 전 지구에 널리 퍼져 있지 않다고 해서 동양의 사고방식이 열등한 것은 아니다. 

ㄴ 박사니 뮤ㅠ 

209쪽. 

인류가 오래전부터 별을 깊이 관찰해 왔다는 점에는 동서양의 차이가 없다. 

210쪽. 스물여덟 개의 별자리, 28수가 윷놀이에도 반영되었다는 점이 신기하고 재밌다. 

우리나라식 별자리 분류

221쪽. 

인생에도 '문제은행'이 있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삶은 뻔한 적이 없었다. 

ㄴ 진짜 멋있는. 인생 선배. 

225쪽. 동물윤리와 동물원에 관하여, 동물권과 생명의 존엄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235쪽. 스페이스엑스의 기술이 왜 대단한지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235-236쪽.

스페이스엑스는 궤도 로켓 발사 후 발사체를 지상에, 발사 직전의 바로 그 위치와 자세로 다시 착륙시키는 데 수차례 성공했다. 돌아오는 즉시 재발사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발사체는 로켓을 힘차게 쏘아 올리는 역할을 다하고 나면 분리되어 바다로 떨어지는 토사구팽의 운명을 면치 못했지만, 스페이스엑스의 발사체는 폐기되기 전까지 천 번씩 우주를 드나들게 된다. 

244쪽. 별의 이름을 '백두'와 '한라'로 붙인 거. 예쁘고. 어쩐지 뿌듯하다. 호... 

253쪽. 그냥 이 문단이 너무 아름다움. 문장들이.

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휙,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취 있지 않는 속도다. (...)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 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259쪽.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265쪽. 여기도 울컥했다. ㅠㅠㅠ 위아더월드.

그와 나의 공동연구자 중에는 옛 소련에서부터 활동해왔던, 지금은 우크라이나인이 된 원로 과학자가 있다. 우주경쟁시대 초반에는 소련이 늘 미국보다 한발 앞서나갔는데 아폴로 우주인의 달 착륙으로 인해 상황이 역전되었을 때, 그때도 달 과학자였던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그 얘기라면 이미 나눠본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사람을 달에 보내서 기뻤다고 했단다. '우리'는 미국인도, 미항공우주국 관계자도 아닌, 인류 전체였다. 

270쪽. '에필로그' 

뭐라도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고, 삶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안갯속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책이 되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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