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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장인정신으로!- 한동일의 공부법 | 인문/철학/심리/역사/과학 2020-10-1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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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동일의 공부법

한동일 저
EBS BOOKS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공부에 대한 새로운 자세와 태도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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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의 계절에 딱 어울리는 가을 리뷰 이벤트가 공지되면서 대상이 된 책들의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3년 전에 라틴어 수업으로 한동일 교수를 만난 적이 있기에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선택했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930번째 변호사가 되었다는, 공부에 있어서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한 저자가 아닌가. 공부를 좋아하지만 어쩐지 나의 공부는 끝이 없고 질질 끌려 다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자의 공부법이 궁금했다. 몰입하다시피 하며 다 읽었는데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공부법에 대한 책을 꽤 읽었지만 다른 책에서 느끼지 못했던 울림이 한동안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부를 대하는 자세와 철학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언어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이루어낸, 마치 웅장한 서사시의 영웅을 떠올리게 했다. 가슴에 콕 박히는 라틴어 문장이며 고풍스러운 사진 속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그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참으로 진지하고 한시도 낭비 없는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삶에 대한 경건한 예의가 느껴졌다. 가히 공부의 달인, 공부의 신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내공을 쌓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어떻게 견디어냈을까 존경심이 마구 일었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만났다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만났어도 충분하다. 나의 공부하는 과정을 돌아보면서 힘을 얻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안내받은 느낌이다.


 


 

 먼저 띠지에 적힌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라는 말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이토록 밝은 표정을 한 모습의 노동자라니. 그 단어가 주는 무거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승자가 맛볼 수 있는 여유와 온화한 웃음이 미소를 짓게 했다. 공부란 자기와의 약속, 자기와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저자는 공부를 한다는 건 자신을 가두는일이라고 했다.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힘들었던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찌감치 철이 들었고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하며 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녹록치 않은 여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유학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노동자로 규정지었다 한다. 아프고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과거를 펼쳐 보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 개인적으로는 치유의 시간이며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함께 생각할 게 한 가지라도 남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썼다고 한다. 공부법에 대한 책이 넘치는 가운데 다른 책과 달리 공부 방법을 기술했다기보다는 저자 스스로 공부의 최전선에서 경험한 어려움이나 그 과정을 극복했던 생생한 에피소드가 들어 있어서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읽었다. 무엇보다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힘든 상황에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적으로 무장할 수 있는 이야기와 정곡을 찌르는 라틴어 문장이 곁들여져 있어서 더욱 좋았다. 오직 결과만으로 인정받는 공부라는 직업에서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세는 선택이 아니라 힘겨운 과정을 버텨내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했다. 공부를 직업으로 여겼던 것이다. 여기서 보통의 우리와 다른 공부에 대한 철학이 느껴졌다. 일시적으로 성과를 내고 마는 일이 아니라 평생 하는 일로 여겼던 것이다. 마치 성실한 가장이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것처럼 공부에도 직업정신으로 임했던 것이다. 여러 이야기 모두 깊은 울림을 주었지만 특히 감동적이고 강한 인상을 남긴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몸을 가두고 그냥 하는 힘

 

 사람들은 왜 공부를 하는 것일까. 또 나는 왜 공부를 하는 것일까. 누구나 좀 더 나은 인생을 위해서 또는 조금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할 것이다. 좋아서 하는 공부지만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왜냐하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고,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그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전 공부하다 중단했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붙잡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이 책에서 무엇을 배워서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한재우의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에서 여러 연구에 의하면 공부가 꿀처럼 달기만 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얘기를 보았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동력을 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해야 할 이유를 찾음으로써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은 더 재미있는 외부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부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공부는 몸을 가두는 것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몸을 가두는 건 운동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선수촌에 들어가 집중적으로 훈련하며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공부를 하는 거라고 했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는 김연아 선수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하는 거죠라고 했단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발레리나 강수진도 자신이 받는 찬사와 성공의 결과는 그저 일상적 반복으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데도 중요한 것은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는것을 정해진 루틴으로 만들라고 했다. 몸이 공부를 기억하도록 생각은 단순화 시키고 그냥 규칙적으로 해나가라는 것이다.

 

 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아도 바로 집중하기가 힘들다. 마음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부유하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놓기가 힘들다. 쓸데없이 책상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이제 그냥 하는습관으로 몸이 공부를 기억하도록 훈련을 해야겠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얼마만큼 흘러넘치게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이 문장을 접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책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다른 공부법 책에서 공부의 양을 언급할 때 이렇게 시적인 비유로 말하는 문장을 본 적이 없다. 한동일 교수는 공부한다는 것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좋은 성적을 내거나 스스로 실력이 향상됐음을 느낄 정도가 되려면 땅속까지 충분히 적시고 밖으로 흘러넘치는 빗물과 같아야 한다고.


 예를 들면, 시험 준비는 100%를 준비해서 20%를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합격하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60%정도만 공부하고 100% 실력을 바란다고 했다. 이게 바로 도둑놈 심보라는 것이다. 돌아보니 내가 그랬다. 빗물이 땅을 흠뻑 적실 정도는커녕 가랑비가 내리는 양 정도의 공부만 흉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른 땅에 내린 가랑비가 금세 말라버리는 것처럼 그런 공부를 했으니 돌아서면 잊어버렸던 것이다. 대충 공부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곤 했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자신을 신성시 하라

 

 공부를 선택하고 그 길을 가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이 책에서 한동일 교수는 공부라는 자체가 이미 도박의 과정과 비슷하다는 말도 했.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참 재미있고 위트 있는 비유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보통 사람들이 공부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힘든 순간엔 남을 탓하기 쉽지만 아무리 남을 원망하고 화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해결을 위한 열쇠는 오로지 자신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자신이 해낼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이 결국 끝까지 갑니다. 저는 좌절할 때마다 이렇게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Qui se ipsum norit(noverit), aliquid se habere sentiet divinum.

퀴 세 입숨 노리트(노베리트), 알리퀴트 세 하베레 센티에트 디비눔.

스스로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신성한 무엇을 간직하고 있음을 느끼리라.(P131) 

 


 가족이나 친구, 세상 사람들이 나의 꿈을 응원해 주지 않고, 부정적인 평가에 시달릴 때도 내 안에 신성한 무엇이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위로하고 다독였다고 한다. 나도 공부를 하다가 지칠 때 마다 이 문장을 되새기며 힘을 얻어야겠다.

 

행운을 부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공부

 

저는 행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공부라는 노동을 통해 운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성공을 시샘하지 않고 행운이 찾아올 때를 기다리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운은 찾아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준비한 자에게 찾아오는 겁니다.

(중략)

여러분은 어떤 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준비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운은 무엇입니까?

 

Faber est suae quisque fortunae

파베르 에스트 수에 퀴스퀘 포르투내

운명을 만드는 사람은 바로 자신. (P153~154)

 

 저자는 공부라는 노동을 통해 운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행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는 사람이란다. 세상에, 나는 공부를 하면서도 행운이라는 단어와 연결시켜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얼른 해치우고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급한 마음과 달리 성과를 앞당기지도 못했으면서. 행운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으니 그 기나긴 과정을 견디고 공부와의 대결에서 승자가 되었던 것이다. 역시 공부의 대가는 생각하는 것도 남달랐다. 그래도 내가 공부를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하는 공부가 언젠가 맞이할 행운을 부를 수 있는 일에 동참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공부를 하다가 힘들 때마다 이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중간태로 살아도 좋다

 

 수동태와 능동태는 들어봤지만 중간태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았다. 공부하는 과정을 라틴어 문법의 동사 중간태에 비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수동태와 능동태처럼 딱 떨어지는 주체가 아니라 이쪽저쪽’ ‘그 사이를 의미한다고 했다. ‘중간태를 오늘의 맥락으로 말하면 무엇 같은 상태’,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 ‘무엇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상태라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을 보더라도 중간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이 있고 결실을 보기까지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떠올릴 때 금세 이해가 된다. 무언가를 시작했지만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중단한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일단 시작한 건 어떻게든 끝을 맺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잘하든 못하든 끝까지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근성과 내공이 생기고, 그것은 생활양식까지 바꾸게 된다고 했다. 이 비유를 통해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중간태라는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며 상상하고 끝내 해내겠다는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기꺼이 중간태의 과정을 살아가면서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일본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번역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겁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다. 황당한 꿈으로 생각하며 한계를 짓기 보다는 일단 실험해 보자고. 나는 그 꿈을 위해 먼저 30권의 원서를 읽으며 실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그 목표를 완수하고 나서 가부(可否)를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늦은 건 사실이니까. 꿈조차 꿀 수 없다면 그 자체로 가혹한 일이 아닐까. 지난 8월에 읽은 클래식 클라우드 헤세에서 정여울 작가도 우리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외로울 용기가난할 용기라고 했다. 누가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핑계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생 공부의 시대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공감하면서 공부를 시작하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저자는 30년을 공부하고도 자신의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지금 보이지 않는 형틀로 몸을 가두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공부를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알고 나면 공부는 더 이상 참아야 할 고통이 아니라 행운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공부하는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빈다.

 



******

한동일 교수님 감사합니다.

진솔하게 풀어주신 공부와 삶 이야기가

공부하는 이들에게 열렬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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