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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순수한 괴테를 만나다 | 세계문학 2022-08-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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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판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허승진 역
더스토리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20대 청년 괴테의 질풍노도의 마음, 가장 순수한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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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시성 중의 한 사람이고 독일 문학의 거장인 괴테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 작품은 그가 스물다섯 살에 단 14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발표한 직후 전 세계에 자신의 명성을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베르테르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베르테르가 입었던 파란 연미복에 노란 조끼를 젊은이들이 따라 입었으며 2천 건에 가까운 모방자살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청년 괴테의 질풍노도와 같은 사랑의 열병을 앓던 그의 육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하지만 모든 점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괴테의 친구인 예루잘렘이 친구의 부인에게 연정을 품었다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얘기와 법무실습을 함께 했던 동료의 약혼녀 샤를 로테에게 사랑에 빠졌던 자신의 체험을 조합하여 작품으로 형상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있다. 가장 친한 친구 빌헬름에게 쓴 편지로 177154일자 이야기로 시작한다. 멀리 떠나와서 잘 지내고 있다. 어머니께서 맡긴 일을 잘 처리하고 있고 곧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있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경탄하며 묘사를 하고 있어서 눈앞에 선하게 이미지가 떠오른다. 편지들은 짤막짤막하다. 행복한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으며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낙원처럼 느껴진단다. 친구가 책을 보내준다고 했던 것에 대해 제발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장가라고. 끓어오르는 혈기를 잠재우려면 자장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천재 작가도 책이 물릴 때가 있다니.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왜 집을 떠났는지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가족 이야기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며, 본 풍경들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청년시절 괴테는 감정이 풍부하고 열정적이라는 것, 그리고 권위적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귀족과 평민 계급이 뚜렷했을 텐데 평민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도와주거나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있는 청년이었으며, 다정다감한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공직자 S의 초대를 받아 무도회에 갔다가 베르테르의 인생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춤 파트너 일행과 마차를 타고 무도회장으로 가는 길에 샤를 로테라는 여인을 태우고 가게 되었는데, 베르테르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포로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춤 파트너의 고모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면서 이미 약혼을 했다고 알려준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건만 아니나 다를까, 첫 만남에서 그녀의 자태,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행동에 온통 사로잡히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는 기본이고, 언변이 뛰어나고 책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임을 주도하거나 춤추는 것, 어린 동생들을 다정다감하게 돌보는 세세한 마음까지 어느 것 하나 흠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든다.

 

 늘 로테와 로테의 동생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고 대놓고 구애를 하는 건 아니다. 어느 날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고이고 눈길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마치 어린아이 같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친구에게 털어놓는 부분은 그 천진함에 또 웃음 짓게 한다. 우연히 그녀와 손가락이 스치고 서로의 발이 닿기만 하면 온몸의 혈관이 요동을 쳤고 이야기에 열중하다가 입김을 닿을 듯 할 때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쓰러질 것 같다고 묘사하고 있다.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격정적인 사랑의 열병은 점입가경으로 커져만 간다.

로테를 만나지 못했던 어느 날은 하인을 시켜 로테에게 다녀오라고 시킨다. 햇빛을 받은 야광석이 그 빛을 흡수해서 밤에도 빛을 발하듯이, 로테의 시선이 머물렀던 하인의 얼굴과 뺨, 윗옷의 단추, 외투의 깃에 닿았던 그 모든 것을 성스럽고 소중하게 여기며 행복해 한다. 이런 사랑을 어떤 여인인들 받고 싶지 않을까. 이 얘기를 전하며 만약에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묻는다.

 

 

 그토록 로테를 사랑하면서도 다시는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로테에게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엔 로테는 베르테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베르테르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깊지 않은 것 같았다. 약혼자가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우정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아니면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반면, 베르테르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들었던 자석산 이야기처럼 로테에게 빨려드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알베르트가 돌아왔다. 누구에게든 평판이 좋은 그를 대면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알베르트에게 로테를 빼앗긴 상실감에 사로잡힌다.

 

 

 그럼에도 그들과 우정을 나누어 간다. 겉으로는 우정이었지만 상당히 마음으로는 힘들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사랑하지 못하는 심정이라니. 이들은 베르테르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식을 했는데 서운한 마음에도 자주 왕래하며 어울린다. 자살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자살을 나약함의 표현일 뿐이라고 말하는 알베르트에게 강하게 반박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어서 기쁨, 슬픔, 고통 등 어느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겠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파멸해버릴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견딜 수 있느냐하는 문제라고 말이다. 아마도 로테를 향해 치닫는 격정적인 사랑에서 자신의 괴로움을 피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대략의 이야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은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면서 권총을 빌려달라고 했고, 로테가 건네주었다는 그 총으로 자살하게 되는 비극의 최후다. 처음엔 무덤덤한 듯 보이는 로테에게 빠져드는 베르테르가 좀 안쓰러워 보였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나 태도에 민감하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으로 알베르트와 결혼하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이였지만 문학적인 공감대에서는 오히려 베르테르와 더욱 찰떡궁합이었다. 베르테르가 낭송해주는 오시안을 듣다가 로테는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하고 두 사람의 마음은 동시에 통한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에서 자신들의 슬픈 운명을 간파하게 된다.

 

 

 아마도 어머니가 정해준 운명이라서 거스르지 못하고 알베르트를 선택한 건 아닐까. 알베르트도 충분히 훌륭한 남자였지만 베르테르에게 향하는 마음을 뿌리치려고 노력했던 듯하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죽음을 택하는 게 낫다는 중세 시대의 사랑, 너무나 고전적인 사랑이 지금 이 시대에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작품이 나온지 25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사랑에 대한 의미와 관념은 많이 달라졌다,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아무런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기성세대들에게는 지난날 사랑의 의미와 추억을 되새기며 읽어본다면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다.

 

 

 계속 편지형식의 글이 이어지다가 후반부에 뜬금없이 편집자가 독자에게라는 페이지가 온다. 처음엔 이 작품 편집자의 목소리를 넣은 건가 했다. 그런데, 답장이 없는 편지글 형식의 소설 내용상 전달할 수 없는 사건들을 보고한다는 의미로 문학 표현 기법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한다. 너무 참신하지 않은가. 로테에게 쓴 편지를 알려주는데 베르테르의 죽음이 임박했고 죽음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그만큼 더욱 긴장감을 자아내고 몰입감을 높여준다. 스물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니. 괴테의 천재성을 새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괴테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작품부터 권하고 싶다. 청년 괴테의 순수한 마음과 생각을 마주한 듯 친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더구나 177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이라는 점도 소장 각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베르테르의 사랑 고백을 들었으니, 다음엔 60년이나 걸려서 나왔다는 파우스트를 도전해봐야겠다.

 

 

 

126

 

어디를 가든 그녀의 모습이 나를 따라다닌다네.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그녀의 모습은 내 영혼을 온통 사로잡는다네! 두 눈을 감으면 여기, 마음의 눈이 눈을 뜨는 머릿속에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어른거린다네. 바로 여기에!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 내가 눈을 감는 순간 그녀의 모습이 나타난다네. 마치 바다처럼, 심연과도 같은 그녀의 눈동자는 내 앞에, 내 안에 자리를 잡고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 버린다네.(P177)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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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 세계문학 2022-06-2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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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저/용경식 역
문학동네 | 200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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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소년 모모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삶과 사랑 이야기가 찡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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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낸 이 작품이 두 번째 공쿠르 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파문을 던졌다는 이 유명한 작품을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묵직한 느낌의 제목과 달리 열네 살 소년 모모의 시선으로 담담하고 거침없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술술 읽혔고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사람들이다. 유태인으로 열다섯 살 때부터 창녀 일을 하다가 오십 세부터는 창녀들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는 로자 아줌마, 권투선수를 하다가 엄마가 되고 싶은 롤라 아줌마, 평생 양탄자 행상을 하며 살아가는 하밀 할아버지, 이웃들의 의사 카츠 선생이 주된 등장 인물이다. 이들은 모모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관심으로 멀어질 때 크나큰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는 걸 살면서 종종 목격하곤 한다. 그런 면에서 모모는 어쩌면 축복받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자 아줌마를 세 살 때 알게 되었고 예닐곱 살이 되었을 때, 모모는 자기를 우편환 때문에 키운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엄마의 존재가 궁금해서 물어보면, 로자 아줌마는 배은망덕하다며 욕을 하고 울부짖었다. 바나니아 라는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송금되는 돈이 1년이나 끊겼어도 빈민 구제소로 보내지는 않았다. 로자 아줌마가 그렇게 모진 사람은 아니었다. 아직 어리지만 모세는 눈치가 빨랐고 로자 아줌마의 표정을 읽을 줄 아는 명석한 아이였다. 또래 아이보다 키가 컸으며 아주 잘 생긴 소년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로자 아줌마는 모모를 유달리 관심을 기울였을까.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 층 아파트에는 창녀들이 맡긴 아이들 일곱 명이 북적거리며 살아간다. 그런데 로자 아줌마는 이미 육십 오 세가 되었고, 95kg나 되는 육중한 몸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다고 푸념하는데 그 모습은 모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엄마 얘기를 했다가 혼이 난 모모는 개를 키우게 해달라고 졸라서 훔쳐 온 푸들을 키우다가 마음대로 팔아버리고 받은 500달러를 하수구에 버리는 기행을 하기도 한다. 병색이 완연한 로자 아줌마의 모습을 보고 창녀들이 아이들을 맡기지 않자, 생활고에 빠졌다가 다시 아이들이 오자 아이들의 밑을 닦아주면서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에 짠하고도 웃음이 났다. 그러면서도 우산 아르튀르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을 입혀서 어릿광대 놀이를 하는 천진난만한 소년이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로자 아줌마는 아이들을 돌보기는커녕 자신의 몸을 건사하기도 힘들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밖에 나갔다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면 모모는 무서웠다. 아침에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면 행복했고, 로자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겁이 났다. 나딘의 집에서 본 영화처럼 거꾸로 돌려서 로자 아줌마를 열다섯 살 적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려놓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은 모모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정신이 나갔다가 제정신이 되자, 로자 아줌마는 사랑하는 모모에게 엉덩이로 벌어먹고 사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암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온몸의 장기가 병들었다고 했다. 특히 뇌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죽기 전에 아들을 한번 안아보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낯선 남자와 실랑이를 하다가 다른 아이를 가리키며 그의 아들이라고 속인다. 그 말에 이 아이는 내 아들이 아니라고 외치자마자 심장마비로 죽고 만다. 아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감옥에서 11년을 살다가 막 나왔는데 눈앞에 아이를 두고도 안아보지도 못하고 죽다니 정말 안타까웠다. 자신조차 죽음을 앞두었으면서도 로자 아줌마는 그를 배려하지 않았다. 모모의 나이를 속이면서까지 하루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다. 그만큼 로자 아줌마에게 모모는 특별한 존재였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이 끈끈한 동정과 연민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그녀가 창녀로 살다가 오십 세에는 다른 삶을 살자고 결심하고 창녀들의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살짜리 모모를 만나고 키웠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가운데 모모는 인생을 배워 갔던 것이 아닐까. 세상에 아무도 돌보아 줄 사람이 없는 로자 아줌마를 불쌍히 여겼다. 젊고 예쁜 나딘의 친절에 잠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로자 아줌마를 끝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

 

 

7층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하는 날들이 길어지자 모모는 슬프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로자 아줌마는 늘 말했듯이 억지로 목숨을 부지하며 병원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카츠 선생은 안락사는 죄악이라며 반대하는데... 수용소의 트라우마로 무섭고 힘들 때마다 쉬곤 했던 그녀만의 별장이었던 지하실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다. 모모는 자꾸만 변해가는 로자 아줌마의 모습을 감추려고 화장을 해주고 향수를 뿌려주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가 없었다. 돈이 없었고 이미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린 로자 아줌마... 결국, 악취를 맡은 이웃 사람들이 문을 뜯고 들어왔다. 죽은 로자 아줌마 옆에 모모는 누워 있었고. 어쩌면 모모에게 전부였을지도 모르는 로자 아줌마.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에서 살아야 할 자격이 있었던 로자 아줌마의 생은 그렇게 끝났다. 그래도 떠나는 길이 외롭지는 않았을 것 같다. 또 모모는 자기 앞의 생을 잘 살아갈 것이다. 하밀 할아버지, 로자 아줌마, 롤라 아줌마, 카츠 선생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가슴 속에 차곡차곡 채워 두었으니까.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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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 세계문학 2022-03-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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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알렉산드르 뿌쉬낀 저/백준현 역
작가와비평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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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푸쉬킨은 단편의 명수이기도 하다. 그의 단편 속에는 우리의 삶이 그대로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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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의 작품 대위의 딸, 예브게니 오네긴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아직 접하지 못했던 단편 소설도 정말 기대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뭐랄까, 독자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다 놓았다 하는 특유의 베짱이 느껴졌다. 최초의 운문소설이라는 예브게니 오네긴에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넉살 좋은 장난기나 재치가 느껴졌는데 이 책의 단편들에서도 유감없이 나타났다. 제정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을 살아온 작가답게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주인공에는 군인이라는 공통점이 많았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벨낀 이야기><스페이드의 여왕> 이야기로 되어있다.

   

 

발행인의 말은 빼뜨로비치 벨낀이 수집하고 다듬은 이야기를 발행인의 손을 거쳐 전달하는 형식을 갖춘 에필로그 격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푸쉬킨 자신이 지은 이야기면서 어떻게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그뿐만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소설의 형식과 결말이 달라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자주 나온다. 이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러시아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는 결투가 아닌가 한다. <남겨둔 한 발>은 과거에 신기에 가까운 사격 솜씨를 가진 실비오에게 동경을 품고 있던 화자가 결투에 대한 사건을 이야기한다. 화자는 작은 마을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 무리 속에는 35세의 퇴역 군인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이 실비오다. 어느 날, 실비오의 집에서 여럿이 모여 카드놀이를 했는데 모르는 장교 한 사람이 실비오에게 무례하게 군다. 청동 촛대를 실비오에게 던진다. 함께 있던 군인들은 경악을 하고 그 사람이 다음날 살아있을 것인가, 궁금했는데 사흘이 지나도 그자가 살아있다. 조금씩 잊혀졌지만 화자인 는 그에게 실망을 한다. 몇 번인가 변명하려는 눈치를 챘지만 듣지 않으려고 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실비오는 오늘 밤 갑작스레 이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며 모두 모여 저녁을 먹자고 한다. 저녁을 먹고 각자 흩어지는데 를 부르더니 궁금했던 결투 이야기와 과거의 결투 사건을 털어놓는 것이었다. 낭만적인 결투의 결말을 기대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남겨진 한 발로 결투의 상대인 백작을 쏠 수도 있었는데 실비오는 그러지 않았다. 죽음 앞에서도 태연자약하게 체리 열매 씨앗을 내뱉는 백작의 태도에 큰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러시아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결투가 당시 불법이었다고 하는데 그러한 현실을 직시한 걸까. 아니면 죽음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에게 놀란 것일까.

    

 

다음 이야기 <눈보라><남겨진 한 발>과 비슷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네나라도보 마을의 자기 영지에 가브릴라 가브릴로비치 P아무개라는 지주에게 열일곱 살의 딸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있었다. 손님을 환대하고 친절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예쁜 그의 딸을 보려고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였다. 마리야는 프랑스 소설을 들으며 자랐기에 사랑에 빠져있었는데, 상대는 가난한 육군 소위보 블라지미르였다. 눈치를 챈 그녀의 부모가 만나지 말라고 반대를 했지만 매일 단둘이 만났다. 서로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부모님의 뜻을 무시하자고 합의하는데, 마리야는 망설였지만 결국 함께 도주하기로 결심한다. 극심한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블라지미르는 결국 마리야를 만나지 못한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리야 집으로 찾아갔으나 자기가 보낸 말과 마부는 없었다. 평소에도 그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그녀의 부모는 헛소리를 하는 마리야를 위해 둘이 결혼시키려고 했으나 이것도 어긋날 운명인지 블라지미르는 불행한 인간은 잊어달라, 남은 희망은 죽음뿐이다라는 편지를 적어보내고 군에 입대를 한다. 그런데 젊은 날 치기어린 군인이 장난삼아 교회 결혼식자리에 섰던 부르민을 다시 만나게 되다니. 그토록 마리야를 사랑했던 블라지미르는 아무것도 아닌 인물이 된다. 이처럼 우리가 원하는 결말에서 철저하게 벗어나 있다. 마치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굴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게 바로 푸쉬킨의 작품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장의사>는 아드리안 쁘로호로프는 장의사 일을 하면서 두 딸과 하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제화공이며 이름은 고틀리프 슐츠라고 하는 이웃 사람이 아드리안에게 인사를 하러 와서 내일은 은혼식이라 영감님과 따님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건배를 제안하며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누군가 망자들을 위해 한잔 해야지, 하는 말을 듣고 모욕을 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는 죽은 사람들을 모두 불러낼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침대에 쓰러져 코를 골기 시작하는데...

 

 

아드리안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자신이 묻어준 사람들이었다. 어떤 이는 관을 속이지 않았느냐 따지기도 하고 뼈만 앙상한 팔을 벌려 아드리안을 끌어안으려 한다. 망자들 사이에서 시달리던 아드리안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만다.

다행인 것은 꿈이었다는 것. 하녀가 얘기해 주는 말에 의하면 독일인 집에서 종일 술을 마시고 취해서 계속 지금까지 잤다는 말에 안도를 한다. 음울하고 말수가 없는 아드리안이 자신의 직업을 비하하는 말에 자격지심을 갖기도 했지만, 망자를 대하는 일을 하면서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그래도 공포스런 꿈속을 벗어나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안도하며 소박한 행복을 되찾아 간다.

 

 

 

<역참지기>는 당시 러시아 공무원 체계 중 가장 하급 직위 공무원인 역참지기의 신분과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 열네 살 짜리 딸 두냐를 경기병에게 빼앗기고 딸의 소식도 모른 채 죽어간 안타까운 이야기다. 참 경기병도 사악한 인간이지 않나 싶다. 그렇게 예쁜 딸을 꼬드겨(?)-두냐를 따라가게 한 건 아버지다. 그로 인해 평생 자책한다. 보통 소설에서라면 딸을 준 아버지를 은인으로 모셔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좀 무례하게 말하지만 두냐를 버리진 않을 것이고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불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역참지기인 아버지는 그를 따라가도록 한 결과 비참해질 거라는 자책으로 자신의 죽음을 자초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감상주의 문학의 한계를 초월한 새로운 시대상을 구현하려 했던 것일까.

 

 

다섯 편의 이야기 중 <귀족 아가씨-시골 처녀>는 가장 재미있고 귀여움과 재치가 느껴지는 이야기라 하겠다. 두 귀족의 이웃이 서로의 영지를 경영하는 방식이 탐탁치 않아서 앙숙이 되었는데 각각의 아들과 딸이 사랑하게 되면서 깊은 우정의 관계로 발전한 이야기다. 읽을 독자를 위해 이 정도로만 언급하려 한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눈치 챈 것처럼 카드게임에 관한 이야기다. 푸쉬킨이 두 번째로 볼지노에 머물렀던 1833년 가을에 써서 다음해인 1834년에 출간한 이 작품은 영화나 오페라로 상연되기도 했단다. 아버지가 물려준 돈으로 극도의 절약 생활을 하던 주인공 게르만이 카드게임 판을 구경하다가 일확천금을 보장한다는 카드 석 장의 비밀에 대한 일화를 듣게 된다. 백작부인의 침실에 몰래 잠입하여 그 비밀을 알려달라고 추궁하는 바람에 놀란 부인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런데 그의 욕망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았을까. 백작부인 유령이 나타나 카드게임을 할 때 ‘3, 7, 에이스를 하루에 하나씩만 사용해서 게임을 하고 거액을 걸면 큰돈을 거머쥔다, 그대신 그 이후에는 도박은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말해준다. 하지만 두 번을 성공하고 세 번째에는 에이스가 아니라 스페이드 여왕을 내는 바람에 모은 돈 전부를 잃게 되고 미쳐서 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오래전에 쓴 소설임에도 우리 현대인의 자화상을 잘 묘사해 놓은 듯 소름 돋지 않는가. 멋지게 한탕 해서 낭만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 말이다.

 

 

당신은 제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분입니다. 제게 돈을쓰실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카드 석 장을 차례대로 맞춰 뽑을 수 있다는 건 압니다.”

(중략)

그건 농담이었어.”(P211)

 

지금까지도 많은 러시아 작가들에게 영감을 끼치고 있는 천재 시인이며 대문호인 푸쉬킨의 단편작품을 만나게 되어 유쾌하고 감동적인 시간을 보냈다. 역시 명작에는 우리의 삶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푸쉬킨의 작가적 역량과 재치를 이 단편 걸작선에서도 만나보길 바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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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 세계문학 2021-01-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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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저/이미애 역
민음사 | 200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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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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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너무도 유명해서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만의 방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왠지 마음을 술렁거리게 하지 않는가.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당시에도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선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어울리다 보면 자신과 오롯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42월에 처음 읽고 두 번째로 작년 8월에 읽었는데 리뷰는 이제야 남긴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이야기 한 꼭지의 주제를 쓰기 위해 이번에는 책을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알라딘 서점 단독 리커버판이다. 울프의 작품 대부분이 의식 흐름 기법으로 쓰여 처음엔 어렵게 읽었다. 다른 건 별로 생각나지 않고 연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만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이 에세이는 192810월 케임브리지 대학교 안에 있는 여자대학인 거턴과 뉴넘 학생들의 요청을 받고 행해진 강연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로부터 오 년 후 1932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가장 권위 있는 클라크(Clark) 강연 요청을 거절했으면서도 여자대학의 강연 요청을 수락한 것은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려는 의도 때문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주된 내용은 브론테 자매, 제인 오스틴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작가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품을 써야 했던 안타까움이나 셰익스피어에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누이가 있었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상상하는 설정으로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기도 한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울프가 제기한 남녀평등 문제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다시 읽으면서 처음에 놓쳤던 울프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 깊은 뜻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 마음속을 샅샅이 뒤져보아도, 나는 남성의 동료라든가 남성과 대등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고귀한 감정을 찾을 수 없고 더 높은 목적을 위해 세상에 영향을 끼치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P144~145)

 

 

 결국, 울프가 여성들을 향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 글쓰기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거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기도 하고 점점 당당한 자신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울프의 이 말에 깊이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연 500파운드의 수입은 지금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4천만 원이라고 한다. 보통의 개인에게 있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사실 울프가 살아가던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의 물리적 환경은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편리해졌다. 자기만의 공간을 정하여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어떨까. 소박한 공간이지만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면서 이전보다 더욱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500파운드의 수입은 없더라도 편안하고 아늑한 나만의 글쓰기 공간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 않을까. ‘자기만의 방’, 가만히 되뇌어보아도 기분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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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속에서 발견하는 정치의 속성 -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 세계문학 2020-05-0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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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물농장

조지 오웰 저/김욱동 역
비채 | 2013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동물농장은 인간세상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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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P181)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면, ‘동물농장7계명은 위의 인용 문장처럼 하나의 계명만 남는다. ‘동물이라는 단어를 인간으로 대입하면 우리 인간 세상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도 완벽하게 표현했을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1984를 읽은 후 두 번째로 읽는 오웰의 작품이다. 미래사회의 디스토피아를 다루었다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노출되다시피 한 채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며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동물농장은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우화 소설로 알려져 있고 1945년 처음 출판한 당시에는 동화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읽고 나서 보니 동화로만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위기의 시대를 맞아 반드시 읽어야 할 클래식으로 출간 이후 단 한 번도 절판되지 않은 책이라는 평가가 달려 있다. 해설을 먼저 읽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읽어 나갔는데 처음엔 그다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았다. 주석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짜 맞출 수 있었고 소비에트 정치 상황과 연관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차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맨 위의 문장을 만났고 어느덧 이야기는 끝나 있었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인데 전하는 메시지는 제법 울림이 컸다. 소비에트 사회는 물론 국가라는 조직을 갖고 있는 사회라면 어디서든지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어느 날, 존스 씨가 운영하는 장원농장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메이저 영감이 동물들을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한다. 그 후 사흘이 지나 메이저 영감은 숨을 거두었고 농장에서 조금 똑똑한 동물들은 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동물들 중에서도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돼지, 스노볼, 나폴레온과 식용돼지 중 가장 이름난 스퀼러가 중심이 되어 메이저 영감의 교훈을 하나의 사상체계로 다듬어 동물주의라 이름 붙인다. 그들 세계에도 다양한 생각을 하는 동물이 있었다. 존스 씨가 없으면 굶어죽게 되니까 충성을 다하는 것이 자신들의 도리라고 말하는 자도 있고, 만약 반란이 일어난다면 그것을 위해 지금 노력하든 노력하지 않든 무슨 상관이냐는 동물, 반란 후에도 설탕이 있는 거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암말 몰리까지. 마치 변화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 뭔가 바뀌기를 원하지만 선뜻 나서기는 두려운 사람, 혁명 후에도 기존에 누리던 것은 가질 수 있는지 저울질 하는 등 인간 세상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던 6월 어느 날, 술집에서 곤드레만드레가 된 존스 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고, 동물들에게 밥을 주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일꾼들에게 방치된 굶주린 동물들은 폭발하며 반란이 시작된다. 채찍으로 맞으면서도 순종했던 동물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어안이 벙벙해진 주인은 두려움에 떨다 도망을 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개구리를 밟아 죽게 한 것처럼 어이없이 반란에 성공하고 장원농장은 동물들의 소유가 된다. 그동안 받은 핍박의 흔적을 씻어 버리기라도 하듯이 그들을 억압하던 코뚜레며 사슬, 굴레 등을 모두 불 속에 던져버린다. 농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확인해 보고 이 자유가 진짜인지 확인한 다음 모두 모인 가운데 장원 농장동물 농장으로 바꾸고 일곱 개의 계명을 만들어 그들만의 왕국을 세운다.

 

일곱 계명

 

첫째,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

둘째,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모두 친구이다.

셋째,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넷째,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서는 안 된다.

다섯째,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여섯째,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일곱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이만하면 그동안 존스 씨 밑에서 고생했던 삶을 보상해 줄 만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지 않은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 스노볼은 동물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배우게 하려고 학급을 만드는 등 각 동물들에게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단체를 조직한다. 하지만 오합지졸 같이 살아왔던 동물들을 교육시키려는 계획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읽기와 쓰기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어느 정도 읽고 쓸 줄 알게 되었는데, 권력을 잡은 돼지들은 완벽하게 읽고 쓸 줄 알았고 나머지 동물들은 딱 관심이 가는 부분까지만 읽을 수 있는 정도다. 특히 머리가 나쁜 양, , 오리들이 일곱 번째 계명을 외우지 못하자, 스노볼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빠!”로 알기 쉽게 바꾸어 준다. 이에 두 다리인 새들이 반발을 하자,

 

동무들, 새의 날개로 말하자면,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진기관일 뿐 무엇을 조직하는 기관은 아니오. …… 그것은 다리로 보아야 한단 말이오. 인간의 특징은 인데, 이 손이야말로 온갖 못된 짓을 하는 도구란 말이요.”(P52~P53) 


 우둔한 백성을 등쳐먹기 위해 어르고 달래던 이야기 속 통치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감언이설에 넘어간 동물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이 말을 외치곤 하는데, 권력자들이 통치하기 쉽도록 언어를 오용하고 조작하는 구체적인 실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동물들은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스노볼은 풍차를 건설하면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겨울에 난방을 할 수 있으며 사료 절단기와 젖 짜는 기계를 움직일 수 있다며 꿈같은 계획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나폴레온은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량 증산이라며 반대를 한다. 이들은 평소에도 의견이 맞지 않아 대립하곤 했지만 스노볼은 풍차를 건설함으로써 달라질 수 있는 동물농장의 미래상을 심어주려고 열띤 웅변을 토하자 둘로 나뉘어 있던 지지자들은 스노볼에게 압도당하고 만다. 나폴레온은 이것을 보고 그냥 두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스노볼을 내쫓고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집회를 폐지하고 회의는 비공개로 열 것이며 결정된 사항은 나중에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스노볼의 추방한 것에 충격을 받은 동물들은 나폴레온의 이러한 선언이 이어지자 아연실색한다. 이것을 무마하려고 거드는 스퀼러의 말이 참으로 가관이다.

 

동무들!, …… 여기 있는 여러분은 하나같이 나폴레온 동무가 희생을 무릅쓰고 중책을 맡고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동무들, 남을 지도하는 위치에 선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즐겁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입니다. …… 그는 여러분 자신이 직접 모든 결정을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이 만약 풍차 운운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던 스노볼을, 알다시피 대역죄인임이 틀림없는 그 스노볼을 따르기로 결정했더라면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요?”(P83)


 이렇게 풍차 건설을 반대하고 스노볼을 추방했던 나폴레온은 풍차 건설 계획을 발표해서 또 한 번 동물들을 놀라게 한다. 여기엔 나폴레온은 한 번도 풍차 건설을 반대한 적이 없었으며 그가 만든 설계도를 스노볼이 훔쳐간 것이라는 그럴싸한 스퀼러의 변명이 따라 붙는다. 동물들을 감시하는 경찰격인 세 마리의 개들이 으르렁거리는 바람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조금만 열심히 일하면 돼라거나 나폴레온은 항상 옳아를 반복하며 무조건 복종하는 복서가 있었고, 동물들은 존스 밑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다며 위안을 삼는다.

 

 1년 동안 노예처럼 일하면서 풍차가 거의 완성되려는 시점에 산산조각이 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두 번째 짓는 과정에서는 음모와 살상, 배신으로 얼룩지며 일곱 개의 계명이 하나씩 사라진다. 우직하게 일만 하던 동물들은 조금씩 뭔가 이상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대항하지 못하고 동료들끼리 수군거릴 뿐이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던 그들의 꿈은 어떻게 되어가는 것일까. 그제야 깨닫는다. 비록 몸은 자유로워 졌으나 존스 씨 밑에서 살 때보다 더 굶주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 동물농장은 공화국으로 선포되었고 유일한 대통령 후보였던 나폴레온은 만장일치로 당선된다. 평생 복종 밖에 몰랐던 복서는 폐마 도살장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하고 권력을 손에 쥐게 된 나폴레온은 본성을 드러내며 권력을 휘두른다.

 

 어렸을 적부터 동물을 무척 사랑했다는 오웰은 사람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모습에서 인간 사회의 유산자가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것을 떠올리고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을 평생 간직하고 있었지만, 스페인 내란에 참여하여 스탈린이 이끄는 소비에트 연방 정부의 실상을 목격하고 서방 세계에 알리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등장인물을 동물로 설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우화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심을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한 후 동물농장을 이전의 장원농장으로 바꾸어 놓는다. 존스의 행동을 비판하며 평등을 부르짖으며 착취를 일삼더니 주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네 다리로 걷던 돼지들이 인간의 옷차림을 하고 두 다리로(뒷다리) 걷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은 타락한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라고 하겠다. 이 우화를 통해서 국민이 정치적 상황을 알려고 하지 않거나 무관심할 때, 권력자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위험한 사회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동물은 벤저민과 복서라고 할 수 있다. 복종으로 일관하며 어떤 횡포에도 비판하지 않고 침묵으로 동조함으로써 지배층이 힘을 키우도록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평생 사회주의를 신봉했던 입장이면서도 냉철하게 비판하고 고발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고, 오웰이 정말 공을 들여 썼다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한다. 결국 평등한 세상을 원하지만 그런 세상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어느 사회에나 갑과 을이 있으며 계급사회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게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하는 세상이다. 짧은 이야기에서 인간세상의 삶의 흐름을 다시 발견했다고나 할까. 정치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정치적인 인물이라는 오웰의 동물농장은 정치의 속성을 제대로 알려주는 작품이다. 관심을 갖고 참여하며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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