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모나리자의 지금 이순간을 사는 삶
http://blog.yes24.com/hayani7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모나리자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에밀 쿠에-『자기 암시』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12·13·14·15·16·17기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8월 스타지수 : 별18,968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채널예스 스크랩
서평단/이벤트응모 스크랩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
서평단/이벤트 당첨
책/ 일상
삶은 여행
책속의 문장
이벤트응모외 스크랩
독서중의 노트
파블미션수행
파블 그 후
월별 독서 계획
일드 보기
독서 캠페인 참여
일본어 번역 공부 (뉴스 기사)
일본어원서 읽기
첫 책 이야기
책읽기 글쓰기 단상
시 한편 읽기
나의 리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리즈 완독하기
열린책들 30주년 기념 세트 읽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읽기
세계문학
인문/철학/심리/역사/과학
사회/정치/법/사회복지
경제/경영/재테크
시/에세이/만화/예술
문학/작가/동화/추리
나쓰메 소세키 작품 읽기
가정/어린이/건강/기타
자기계발/성공/처세
외국어/여행
일본어 원서 읽기
글쓰기/독서
한줄평
영화
GIFT
나의 메모
메모
태그
오토파일럿 식물기반식생활 이산화탄소배출량 지방소비 고양이의본능 고양이실험 고양이는사각을좋아해 중국강소성 기모노코스프레 웨이보
2022 / 0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최근 댓글
비가 많이 오고 또 비가 오는군요 이.. 
지금은 세계 여기저기에서 나는 걸 먹..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것도 경제에 영.. 
즐건 주말 맞으세요~~비가 또 막내리.. 
날도 선선해지니 일어 공부 각입니다 .. 
새로운 글
오늘 49 | 전체 621942
2007-01-19 개설

문학/작가/동화/추리
히키코모리 작가가 보물같은 행복을 찾은 이야기 | 문학/작가/동화/추리 2022-08-06 15:09
http://blog.yes24.com/document/1667556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걸작은 아직

세오 마이코 저/권일영 역
에디터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재미와 감동이 있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행복한 이야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일본어 원서 30권 읽기를 계획하고 처음으로 읽은 단행본이 세오 마이코의 도서관의 카미사마. 대략의 내용은 문예반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거의 폐쇄된 학교도서관을 누구나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든 키요와 가키우치 군이 엮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세오 마이코의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표지에 처음 만나는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보고 과연 일본스러운 소재와 캐릭터 설정에 재미는 보장하겠구나, 호기심을 안고 읽어나갔다. 도입부부터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어느 날, 히키코모리 작가 가가노에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스물다섯 살 아들 도모가 불쑥 찾아온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다달이 양육비로 보낸 10만 엔과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친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려니 이상하네. 그래도 처음 만났으니까 괜찮겠지. , 내 이름은 알고 있을 테지만 나가하라 도모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P7)

 

 

 첫 만남에서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에게 도모는 이런 말을 건넨다. 예닐곱 살 어린 아이도 아니고 스물다섯 살 청년의 넉살이 보통이 아니다. 시원하고 거침없이 늘어놓는 반말에 아무런 쑥스러움도 없고 원래 알던 사이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놀라고 당황스러운 것은 가가노다. 원래 천성이 밝게 태어난 건지 너무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깔깔 웃게 된다. 호칭은 끝까지 아저씨. 사 가지고 온 간식을 내놓으며 함께 먹자, 실제로 아들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셔? 하고 물어보자, 가가노는 어쩔 줄 모른다. 어떻게 이렇게 구김살이 없을까. 복잡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당분간 여기서 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얼마 뒤에는 새로 생긴 점포로 가게 될 테니 그때까지만 있게 해달란다.

 

 

 대학 4학년 때 문학상에 응모했다가 덜컥 대상을 받게 되고 출판사에서 계속 새 작품을 요청해서 받아주다 보니 어느새 작가가 되었다. 소설가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다가 유일한 취미가 글쓰기였는데 직업이 된 것이다. 그러다가 학창시절 친구가 술자리에 나오라는 권유를 받고 나갔다가 미쓰키를 만나게 되고... 석달 후 미쓰키가 찾아와서 임신을 했고 아이는 낳을 거라고 한다. 이제 내 인생 끝났구나, 전혀 마음이 없는데 결혼을 해야 하나, 뒤숭숭한 마음을 읽었는지 미쓰키도 매달리지도 않고 쿨하다. 둘이 합의하에 아기를 낳아 미쓰키가 기르고 나는 양육비를 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나 있는 친구한테 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렇게 양육비를 대고 자라나는 도모의 얼굴을 사진으로 건네받으며 20년을 계속하다가 5년이 더 지나고 도모가 난데없이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25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아무도 안 만나고 소설 쓰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보니 히키코모리가 되어있었다. 완벽하게 혼자 살다가 누군가가 있다는 건 분명 신경이 쓰일 것이다. 도모는 원래 천성적으로 서글서글한 성격인 것 같다. 말도 잘한다. 아무래도 아비인 나를 닮은 것 같지는 않다. 내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어떤 의미냐고 물으며 말을 건다. 어렸을 때 모습을 사진으로만 보았고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안아 본적도 없다. 하지만 분명히 내 아들이다. 아기 때 사진의 자신을 쏙 빼닮았다.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다 큰 어른이 되어 나타난 아들이라는 존재가 애틋한 정이 솟을 리 없다. 그런데도 둘은 마주하며 대화를 하고 먹는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익숙해진다. 물론 가가노는 아직도 당황할 때가 많다. 자기보다 어린데도 세상 물정을 더 잘 알고 청산유수인 도모가 신기하기만 하다. 더구나 독심술을 배웠는지 도모는 아저씨의 마음속에 맴도는 말까지 간파하여 말해주곤 해서 가가노를 놀라게 한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건가. 얘기 도중 미쓰키 얘기가 나와서 기가 센여자라고 하자, 도모는 결코 기가 센 부류는 아니라고, 몇 번 안 만났으면서 기가 센지 어떻게 아느냐고 따지자 당황한다.

 

 

 어느 날은 편의점 점장이 찾아오더니 도모에게 전해주라고 약을 가져온다. 감기에 걸려서 3일째 못 나오고 있다고. 그런데 가가노는 그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집이 넓기도 하지만 2층의 방 하나를 쓰고 있으려니 하고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일에 파묻히기도 했지만, 누구와 함께 살아본 적이 없고 사회성 제로인 가가노는 아들이 왔다고 해서 단번에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렇게 둔감한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니 우습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도모에게 올라간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인사를 나눈 적이 없다. 도모는 자치회비 1년치를 내고 가입했으니 주민축제가 있으면 참여하자고 한다. 보통 70이 넘는 노인분들이 활동하는 걸 보고 가가노는 놀란다. 젊은 사람이 나와주어서 고맙다고 하자, 젊지 않습니다. 하다가 멀쓱해진다. 도모 덕분에 조금씩 행동반경이 넓어진다.

 

 

 그리고 이제와서 도모가 왜 나를 찾아왔을까?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역시 소설가의 촉수가 있었나 보다. 도모는 이런 상황이 소설이라면 어떨 것 같느냐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결국엔 죽음으로 귀결되는 캐릭터가 패턴화된 최근의 몇 작품을 보고 위태로움을 느껴서, 혹시 아저씨가 죽으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미쓰키가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번도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아들이 그런 사소한 일로 만나러 찾아오다니 나는 도모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도모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자문하며 자신의 어리석었던 지난날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득 부모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을 못 본 지 28년이 지났다. 내 얼굴을 알아보시기나 할까, 역정을 내시지 않을까. 초인종을 누르고 문앞에 선 가가노는 불안했지만, 부모님은 금세 알아보신다. 그런데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부모님을 뵙고 어떻게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주는 걸까 당황스럽다.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들을 하나씩 듣게 된다. 여러 개의 반전으로 독자를 놀랍게 한다. 재미있게 읽을 독자를 위해 숨기고 싶지만 딱 한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예쁘기만 하고 머리가 텅빈 여자로 생각했던 미쓰키는 가가노의 열혈 팬이었다. 가가노가 데뷔할 때부터 팬이라서, 너의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더라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듣는다. 어머니가 쏟아내는 얘기 하나하나가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자신이 끔찍하다. “네 최고 걸작은 네 자식이야.”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급반전을 이루며 행복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25년 동안 쌓인 이야기가 하루 이틀 밤에 끝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코믹하고 쿨한 소설이다. 결국 히키코모리였던 가가노를 다시 가족과 연결시켜 준 것은 미쓰키와 도모였다. 아이를 떠맡았다고 해서 원망을 품거나 신파조로 흐르지 않았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인정해주려는 미쓰키의 슬기로운 지혜와 넉넉한 마음 덕분이 아니었을까. 역자의 말에서 결손 가정이라는 폭력적 용어가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겉으로 보이는 구조적인 결손만이 아니라 심리적 결손까지 포함한다면 이 세상에 결손 상태가 아닌 가족은 얼마나 되는지 묻는다. 이제 세오 마이코의 작품을 두 권 읽었지만, 따뜻하고 희망적인 그리고 재미와 감동까지 보장하는 작가가 되었다.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2        
프루스트의 미공개 단편들- 밤이 오기 전에 | 문학/작가/동화/추리 2022-06-11 16:41
http://blog.yes24.com/document/1640933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밤이 오기 전에

마르셀 프루스트 저/유예진 역
현암사 | 2022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비밀스런 일기처럼, 고백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살짝 엿보는 설렘과 즐거움.^^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가 20대 청년 시절에 썼던 작품으로 18편이 들어있다. 생전에 발표한 6편이 앞부분에 있고, 뒷부분에 미공개된 12편이 들어있다. 미공개된 12편 중 어느 대위의 추억,대화1,대화2,알레고리는 작가 사후 1950년대와 1960년에 프루스트 연구자들에 의해 공개되었고, 나머지 8편은 2019년에 단행본으로 빛을 보게 되었단다. 더욱이 이 책에 들어있는 18편의 글들은 한국에 처음 번역되었다는 것, 미공개된 작품이 작가 사후 1세기나 지나서 출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1권까지 완독을 마쳤던 터라 프루스트의 단편들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청년 시절의 쓴 이 작품들은 잃시찾 시리즈를 쓰기 위한 예비작업이 아니었나 싶게 닮은 듯한 분위기의 작품이 여럿 있었다. 이 중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몇 개를 리뷰하려고 한다.

 

 

무관심한 이

 

주인공은 마들렌, 마들렌은 꽃을 사랑하는 미모의 여인으로 르프레라는 청년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녁식사 초대를 하지만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만 거절한다. 어떻게든 자신을 사랑하게 되리라고 확신했지만 빗나갈 뿐이었다. 한쪽 마음이 닫혀있으면 자꾸만 열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시내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르프레를 잘 아는 남자들을 만나게 되고 르프레에게 마음이 있는 아가씨가 있는데 결혼상대로 염두에 두어도 괜찮은 사람인지 알고 싶다며 그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물어본다. 물론 사실은 자신이 궁금해서다. 그 남자들에게 들은 얘기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어쨌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국, 짝사랑이었던가. 마들렌은 하늘 아래 펼쳐진 드넓은 지평선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듯한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고 지금까지 그를 향한 마음이 헛되었음을 깨닫는다. 참으로 무관심한 이였다. 바쁘다는 말만 내세우며 거절하기를 반복했는데, 콩깍지가 덮인 마들렌은 눈치가 없었던 것일까. 이처럼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은 여러 작품에 나타나 있다.

 

 

밤이 오기 전에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이 단편은 1983년에 발표되었다. 죽음을 앞둔 여인의 고백 형식으로 프랑수아즈와 레슬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프랑수아즈는 자신의 동성애인 를 짓고 스스로 쏜 총알이 몸에 박혀 병이 되었고 죽음을 앞두고 있다. 노르망디 바닷가의 석양이 비치는 배경으로 이들의 대화와 분위기가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들의 슬픈 눈물까지도.

 

 

나는 가여운 눈물로 흥건히 젖은 그녀의 두 손을 닦아 주었다. 하지만 금방 다시 새로운 눈물로 젖어 들었고 그녀는 한기를 느꼈다. 그녀의 손은 분수대에 떨어지는 창백한 나뭇잎처럼 차가워졌다. 우리는 그 순간만큼 그렇게 아파했던 적이, 또 좋았던 적이 없다.’(p45)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잊히고 사라질 것이기에 아름다운 것인가.

 

 

미지의 발신자

 

몸이 아픈 크리스티안은 프랑수아즈의 친구이다. 어느 날 프랑수아즈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편지는 계속되고 그녀를 소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노골적으로 들어있어 프랑수아즈는 섬뜩함을 느낀다.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크리스티안의 집에 갔다가 의사가 건네는 작은 상자를 보게 된다. 거기에는 프랑수아즈가 보낸 마지막 편지가 들어 있었고.... 프랑수아즈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크리스티안은 고해성사를 한 다음 날 숨을 거두었다. 미지의 발신자로부터 편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프루스트가 자신의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흔적과 단호함이 느껴졌던 작품이다.

 

 

어느 대위의 추억

 

대위인 화자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찾아간 L 마을이 배경이다. 1년간 머물렀던 곳인데 사랑 때문에 슬픔 가득한 떨림 없이는 다시 떠올릴 수 없는 장소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양한 빛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장소를 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난 화자가 보였다. 어떤 사연이기에 이토록 화자의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 당시 화자가 복무했던 당번병에 대한 묘사가 들어있다. 역시나 동성애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신비로운 매력에 사로잡혀서 그의 마음에 들고 싶고 그를 감탄시킬 만한 말을 하려고 애썼다는 추억 말이다. 당번병이 다른 막사로 배치되었기에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도 화자의 애정 어린 마음을 알았을까. ‘두 눈과 미소에 애정을 가득담은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화자인 대위는 이제는 희미해진 그 당번병에 대한 추억을 이렇게 회상한다. 석양을 머금은 무언가 따스하고 황금빛이 어린, 그럼에도 완전히 알지 못하고 미완성이기에 약간 슬프고, 그저 감미로운 추억으로 기억될 뿐이라고. 동성애를 다룬 다른 작품에 비해 비참한 내용이 아니어서 오히려 입가에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대화1

 

고등학교 친구 로베르 드 플레르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이 단편은 프랑수아즈와 앙리의 대화로 되어있다. 희곡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프랑수아즈가 앙리에게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권유한다. 앙리는 좋은 곳이 있다며 그곳의 모습을 자세하게 알려주며 이야기를 하다가 옛날 여인을 떠올린다. 그녀에게 아름다운 말을 들려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프랑수아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앙리는 그 여인을 생각한다. 프랑수아즈는 그것을 눈치채고 힘들어한다. 앙리는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걸까. 여전히 과거에 연연하는 앙리가 보였다. 살짝 질투하는 프랑수아즈와 앙리의 주고받는 대화가 풋풋한 사랑은 아니지만 귀엽다고 할까. 이러한 습작들이 잃시찾의 알베르틴을 향한 자신의 질투를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었겠지.

 

 

대화 2

 

화자의 친구 오노레에 대한 이야기. 아주 매력적인 눈에 사랑스러운 영혼의 소유자였지만 방탕한 삶을 살아가며 빌린 돈을 탕진하며 살았다. 어머니는 손님을 초대했는데 아들 오노레에 대한 행실이 도마에 올랐다. 판사인 삼촌은 아들을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어머니를 나무란다. 어떤 소설가는 젊은 시절에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어떻게 초라하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 하며 오노레의 편을 들어준다. 오노레 어머니는 좋든 나쁘든 아들의 삶이 흉한 것보다는 아름답다고 믿고 싶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은 어른의 눈에 성이 차지 않기 마련이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그래도 젊은 시절이니 좀 치기 어린 삶을 살아도 되지 않겠느냐며 관대하게 바라보는가 하면, 걱정이나 비난 일색인 사람도 있었다.

 

 

요정들의 선물

 

천재가 아닌 이들에게 만약 그들 밖의 세계와 안의 세계를 발견하도록 안내한 화가, 작곡가, 시인이 없었다면 삶은 얼마나 우울하고 단조로웠을 것인가! 바로 이것이 천재들이 우리를 도와주는 방식이다.’(p160)

 

, 이 문장을 읽다가 나쓰메 소세키가 떠올랐다. 소세키도 풀베개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했었다.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 시와 음악 그림이 생겨나고 그래서 시인 화가들이 귀한 존재라고.

 

 

이 글에서 요정은 요람의 아가에게 슬픔에 잠겨서 말한다. 네게 아름다움, 용기, 온유함을 주었지만 너는 고통을 받을 거라고. 마치 세상에 태어난 것은 기쁨만이 아니라 괴로움 등 불안도 헤쳐나가야 하는 무거움도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이에 대해 온유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리는데...

 

 

되돌려받길 기대하지 않으면서 줄 수 있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분명 감미롭단다. 사람들이 네게 상냥하지 않아도 너는 그들을 상냥하게 대할 기회를 누릴 것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자비를 품은 자의 자부심을 느끼며 고통받는 자들의 지친 발에 신비하고도 놀라운 향기를 아낌없이 뿌리게 될 거야.’((p165)

 

 

마치 프루스트가 자신에게 한 다짐처럼 느껴졌다. 병약한 가운데서도 글쓰기를 지향한 그는 그 열정을 비밀스럽게 키워가지 않았을까.

 

 

20대 시절에 쓴 이 작품들은 어쩌면 누구에게 하지 못한 말을 수줍게 쓴 일기처럼, 마치 고백처럼 들렸다. 풋풋한 청춘의 프루스트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프루스트가 추구했던 불가능한 사랑과 예술을 통한 삶의 구원이라는 주제가 전반에 흐르고 있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를 범죄로 여겼던 사회적 분위기,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애 사건 등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과 귀족 사교계로의 진입 등은 프루스트의 동성애 기질을 물리치는데 많은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등장인물 중에 아픈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평생 천식으로 고통받았던 프루스트여서 그랬을까.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많이 아프다. 또 관심을 보이며 좋아하는 여성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해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인식>은 짧은 이야기인데 그 외로움을 쥐고양이를 통해서 해소되기도 한다. 부드러운 털이 살갗에 닿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난데없이 왠 쥐고양이인가 싶었다. 아마도 그의 삶에서 사랑은 불가능했지만 다른 것에서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대가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불후의 명작을 낳았는지도.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3        
일본 문학 천재 작가들이 들려주는 뭉클한 삶 이야기! | 문학/작가/동화/추리 2021-07-04 19:06
http://blog.yes24.com/document/1467535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히구치 이치요,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지이 모토지로 등저/안영신,박은정,서홍 공역
작가와비평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역시 천재 작가의 작품이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책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에는 짧은 생을 살았던 천재 작가 여섯 명의 작품이 2편씩 열두 편이 들어있다. 히구치 이치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지이 모토지로, 나카지마 아쓰시, 다자이 오사무, 미야자와 겐지 이렇게 여섯 명의 작가다. 너무도 유명한 천재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의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가지이 모토지로는 지난 4벚꽃나무 아래로 처음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역시 그때 읽은 <레몬>과 처음 접하게 된 <모순과 같은 진실>을 만났다. 나카지마 아쓰시는 왠지 낯익다 싶었는데 2016년에 읽었던 산월기의 작가여서 반가웠다. 그리고 히구치 이치요와 미야자와 겐지는 작가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작품으로는 처음 만나게 되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작가당 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두 작품 읽기가 끝나면 바로 작가와 작품 소개가 이어진다. 보통은 책의 맨 뒤에 놓이기 마련인 해설 부분이 작품을 읽음과 동시에 확인해 볼 수 있는 점이 괜찮은 구성으로 보인다. 특히 작품에 대한 소개는 일본 문학을 가까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단편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작가의 체험이나 시대적 상황을 곁들이고 있어서 작품의 이해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품 소개를 먼저 읽고 나서 해당 작품 읽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섣달 그믐- 히구치 이치요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부모를 잃고 외삼촌의 집에서 살다가 야마무라 집안에서 고용살이를 하고 있는 미네는 다쳐서 아픈 외삼촌 문병을 갔다가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된다. 그리고 2엔을 주인댁에 부탁해서 빌려달라는 외삼촌의 말을 대뜸 수락하고 만다. 하지만 어렵게 꺼낸 이야기를 인색하기 그지없는 사모님은 들은 적 없다고 시치미를 뚝 뗀다. 약속한 돈을 받으러 심부름 온 외사촌 동생 산노스케가 찾아오자 마음은 더욱 바빠지고... 급기야는 돈을 훔치게 된다. 나중에 사실을 자백하기로 하고. 하지만 그것을 처음부터 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누구였을까. 생각지 못한 곳에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 ‘서랍 속에 있는 것도 빌려가겠습니다.’(P33)라는 말이 적힌 종이쪽지 덕분에 미네는 구원받을 수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었을까. 이 작품을 읽고 히구치 이치요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엔화 5천엔의 모델 히구치 이치요>

 

 <우리 아이>도 좋았다. 경어체로 쓴 이 이야기는 마치 자신의 지난 일을 담담하게 고백을 하는 것처럼 들려서 몰입하며 읽었다. 지기 싫어하는 자신의 성격, 고집이 센 성격의 화자는 과묵한 남편 때문에 힘들어한다. 바깥일도 알고 싶은데 남편은 무슨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피하기만 해서 자꾸 의심을 하게 되고 사이가 멀어졌다.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난다. 친정으로 가고 싶었는데 아이가 너무 건강하게 태어나서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반전처럼 아이가 너무 예뻐서 행복한 마음이 되고... 그동안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며 반성하게 된다. 아이가 자신을 지켜 수호신이라는 말을 접하고 미소가 번졌다. 결혼 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워 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도 없이 짧은 생을 살다간 작가가 여성의 결혼 생활 모습을 이토록 자연스럽고 실감 나게 묘사할 수 있었다니. 그래서 더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

 

 

 전에 어른들로부터 어린아이는 3년 동안 평생의 효도를 다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또 아이는 부부의 끈을 연결해준다는 말도. 지금은 너무 출산율이 떨어져서 세계 각국이 걱정을 하고 있다. 시대는 변하여 삶은 나아졌지만, 행복감을 느끼는 횟수는 줄었다고 한다. 너무 큰 것에 행복을 걸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 유아기가 생각났다. 그야말로 교과서처럼 거의 하루 종일 잠자며 달덩이 같은 미소로 지친 일상 녹여주었던 그때. 사르르 녹는 어린아이의 웃음을 함께 나누며 행복감을 맛보는 가정이 늘었으면 좋겠다.

 

 

<밀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코스카에서 출발하는 상행 열차를 탄 화자의 눈에 비친 풍경이 묘사된다. 삼등칸 표를 쥐고 있는 열 서너 살의 여자아이가 이등칸 좌석에 타는데 영락없이 시골뜨기로 보인다. 피로에 권태를 뒤집어 쓴 화자는 신문 읽을 기운조차 없어 온통 뒤틀린 심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 여자아이를 보는 눈이 곱지가 않다. 손은 동상에 걸리고 얼굴을 터서 빨갛게 달아올라 있고 꼬질꼬질한 모습에 볼품없는 생김새를 보니 더욱 짜증을 부채질한다. 꾸벅꾸벅 졸다가 놀라 깨어보니 자기 옆에 와서 차창 문을 열려고 몸부림치는 게 아닌가. 터널 속을 통과하려는 시점에 왜 창문을 열려고 하는지 알 수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아이가 문을 열지 못하기를 바라며 냉정하게 지켜보는 거였다. 둘은 서로 말이 없는 채 상대방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빠져있다. 열차는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여자아이는 창밖을 향해 밀감 대여섯 개를 던지는데... 그제야 화자는 모든 것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남의집살이를 떠나며 품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밀감을 던지며 배웅 나온 동생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었음을. 그리고 화자는 뭔지 모를 쾌활한 감정이 용솟음치는 걸 느낀다. 그리고 이제 그 여자아이가 새롭게 보인다. , 정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이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뭉클한 감동이었다. 여기 실린 다른 단편에 비해 아주 짧은 이야기인데 이토록 멋진 반전과 감동을 주다니. 더구니 잿빛의 우울한 색깔에서 노란 밀감의 시각적인 대비의 조화로움이 곁들여져서 더욱 강렬한 감동을 주었다. 전에 읽었던 <라쇼몽>, <지옥변>, <덤불 속>과 다른 따뜻함과 뭉클한 감동을 주어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레몬-가지이 모토지로

 

 다시 읽어도 좋았다.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던 화자가 어느 날, 혼자 돌아다니다가 과일 가게에서 좋아하는 레몬을 사 들고 마루젠에 들어가 책 구경을 하다가 미술책이 있는 책장 위에 레몬을 올려놓고 나온다. 곧 그 폭탄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기발한 상상을 하며. 아마도 폐가 좋지 않아서 평생 고생을 했으니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미시마 유키오는 <레몬>을 일본 최고의 단편소설로 꼽으며 레몬 하나가 독자의 눈앞으로 던져진 듯한 선명한 감각적인 인상을 주며 끝난 작품이라고 평했다 한다. 새콤하고 산뜻한 레몬의 향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모순과 같은 진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항상 힘이 센 아이에게 맞는 쪽이라면(?) 그런 말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초등학생과 덩치 큰 중학생이 싸우는 것을 보고 3년 전 자전거 타는 사람과 부딪혀서 얻어맞고 울고 들어온 동생을 떠올린다. 자기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왜 그렇게 똑같은지. 아마도 자신의 그 나약함을 동생에게서 발견하게 되니 더 화가 난 것이 아닐까. 싸움에 진 나약한 아이의 모습은 화자에게 그대로 전해져 울컥하게 만든다. 졌지만 완전히 사내인 척보이고 싶은,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싶지 않은 동생의 모습에 더욱 짠하고 화가 나지만, 동생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진다. 어린 시절 동심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젖게 하는 이야기다.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읽고 그에게 심취했었다는 것만으로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작가가 되었다.

 

 

행복 - 나카지마 아쓰시

 

 팔라우가 작품의 배경이고 섬에 사는 가여운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은 이 섬 최고의 부자 루바크다. 부자인 권력자의 시종이지만 그런 풍족함의 혜택은 받지는 못하고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했다. 상어에게 물려 발가락을 세 개나 잃었지만, 다리 전체를 잃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아무리 가혹하게 대해도 보고 듣고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꾼다. 꿈속에서는 그가 장로가 되어있고 온갖 호화로운 음식이 넘치고 아내가 있는 몸이었다. 기이하게도 현실의 고통이 줄어들었고, 혈색도 좋아지고 생기있는 젊은 몸이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인도 꿈을 꾸고 있었는데 거꾸로 하인이 되어 비참한 생활하는 모습이었다. 상어에게 물려 발가락 세 개도 없어지고 공교롭게도 주인은 자신이 부리는 하인이었다. 현실의 그는 비참할 정도 쇠약해졌다. 그를 혼내려고 불렀는데 변화된 하인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정중한 말투를 보면서 압도된다.

 

 

 오래전에 감동적으로 읽었던 산월기를 통해서 중국 고전을 소재로 한 <이릉>, <산월기>,<제자>와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 <호랑이 사냥>, <순사가 있는 풍경> 등 여러 작품이 만나면서 식민지 치하에 놓여 있던 조선에 그의 생각을 잘 알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두 편의 작품은 색다른 느낌이었지만, <행복>에서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위계질서가 역전될 수 있다는 작가의 가치관과 이념이 잘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카지만 아쓰시는 일본에서 제2의 아쿠타가와로 불린다고 한다.

 

 

앵두-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이나사양과는 다른 느낌의 다자이 오사무를 알 수 있었다. 단편이어서 그랬을까. 아니 가정의 풍경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늘 유쾌한 듯 집에서 농담을 하고 독자를 의식한 듯 독자를 향해 귀여운(?) 푸념을 하는 등 이리저리 둘러 말하더니 결국, 이 얘기는 부부싸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고백한다. 화자는 였다가 아빠로, 남편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아이들과 아내에 대한 상대적 입장의 다양한 역할의 힘듦을 묘사하고 싶은 듯했다. 아내의 눈물의 골짜기란 말에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게 된다. 막내의 발육이 더뎌서 힘들고, 따져보면 나만 잘못한 게 아닌 것 같고, 자기도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모든 것이 마음대로 안 된다. ‘잘못한 증거를 조용히 수집이라도 하는 듯한분위기에서 살고 있다는 이 부부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져 와서 웃음 짓게 했다. 작가의 삶이 약물 중독과 자살 미수로 반복되었던 삶이 작품에 투영되지 않았을까.

 

 

산다는 건 힘든 일이다. 여기저기 쇠사슬로 뒤얽혀 있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피가 터진다.’(169P)

 

 

 

 작가가 경험했던 고뇌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문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삶은 없을 테니까. 이야기 시작부터 자식보다 부모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싶다는 말로 시작하더니 마무리도 역시 이 문장을 반복한다. 아무리 부모인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싶어도 자식에게 쏠리는 관심과 애정은 막을 수 없지 않나. 결국, 숨겨져 있는 화자의 마음에서 자식에 대한 진한 애정이 전해진다. 우리는 삶은 이렇게 크게 다르지 않고 소박한 것에서 위안과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이 외에 시인이며 동화작가, 교사, 종교가였던 미야자와 겐지의 두 작품은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작가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쏙독새의 별>과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동화 <바람의 아이 마타사부로>이다. 읽을 독자를 위해 여기서 리뷰를 마치겠다.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천재 작가들의 빛나는 작품을 엮은 책이다. 가난과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 어떤 사연인지 헤어진 자식을 몰래 만나러 온 아버지 등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도. 짧은 이야기에서 긴 여운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8)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8        
벚꽃나무 아래 | 문학/작가/동화/추리 2021-04-14 22:38
http://blog.yes24.com/document/1420208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벚꽃나무 아래

가지이 모토지로 저/이현욱,하진수,한진아 공역
위북(webook)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시적이고 감각적인 언어가 울림을 주었다. 그의 작품을 더 많이 읽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작품을 인스타에서 먼저 접하고 벚꽃 무리를 닮은 분홍빛 화사한 표지에 사로잡혔다. 처음 만나게 된 작가 가지이 모토지로가 31세에 요절한 천재작가라고 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작가 소개를 읽고 나서 맨 뒤의 작가 연보를 읽었다. 형이 빌려온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읽고 나쓰메 소세키에 빠져서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 카지노 소세키라고 서명하기도 했다는 얘기를 접하고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좋아했다니. 요즘 긴 글만 계속해서 읽다가 만난 단편은 짧은 호흡으로 쉬면서 생각할 수 있는 틈이 있어 읽기에 좋았다.

 

 가지이 모토지로가 실제로 작품 활동을 한 것은 7년 정도이며, 거의 병상에서 구상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온천 여관에 요양하러 가서 쓴 이야기가 많고, 아픈 사람, 불안을 안고 사는 우울한 사람, 피로에 지친 고단한 사람 등이 많이 나온다. 그렇게 병으로 시달리는 중에도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 열정에 숙연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고통스런 삶 속에도 희미하지만, 유머도 느껴졌다. 그랬기에 그 힘으로 버텨냈겠지. 열두 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데 이 중 인상적인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태평스러운 환자

 

 폐병으로 고생하는 요시다가 주인공이다. 열이 오르고 심한 기침으로 고생하면서도 단순한 독감이라 여기고 의사를 만나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의사를 찾아갈 무렵에는 꼼짝도 못 할 만큼 쇠약해졌다. 잠을 제대로 못 이루게 되면서 불안감에 휩싸여 온갖 생각이 부유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요시다의 방에 고양이가 들어온다. 역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 등장한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몇 번이고 쫓아내어도 자꾸만 들어와서 아픈 요시다의 신경을 건드린다. 이 고양이도 나름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 같다. 전에는 요시다의 베개 쪽으로 찾아들었는데 이번에는 이불에서 잠들려고 한다. 아무리 못 오게 막아도 대담하게 베개 위로 올라와 이불 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기분 좋게 잠 잘 수 있는 것이 소원인 요시다는 이제 고양이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고양이 때문에 어머니를 깨울 수도 없고 이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느라 안간힘을 쓴다.

 

 다행인지, 조금 견딜 수 있게 되었을 때 힘들었던 2주간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그 병으로 죽었다든가 병을 치료하려고 별별 방법을 쓰다가 죽어간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울해진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 폐병을 낫기 위해 인간의 뇌수 구이를 먹었다며 어머니가 요시다에게 그것을 권하자 심기가 불편해진다. 또 언젠가는 누군가 목매어 죽은 밧줄을 그냥 속는 셈치고먹어 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병원에서 만난 간병인은 주전자에 생쥐를 넣고 다린 것을 아주 조금씩 나눠 마시다 보면 한 마리를 채 다 먹기도 전에낫는다는 끔찍한 말을 듣는다. 정작 자기 자신은 태평한 환자이건만 주위에서 먼저 알아차리고 처방전을 내리는 것이다. 병에 걸려 마음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다는 말엔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지만 는 그렇지 않다. 결국 병이란 살아있는 동안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는 말로 매듭짓는다.

 

병이란 결코 학교의 행군처럼 견딜 수 없는 약한 사람을 행군에서 제외시켜주지 않는다. 마지막 죽음의 골로 갈 때까지는 어떤 호걸이든 겁쟁이든 모두 같은 줄에 서서 마지못해 질질 끌려가는 것이다.’(P41)

 

어느 벼랑 위에서 느낀 감정

 

  화자는 어느 무더운 여름 저녁 한 카페에서 두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 얘기가 소설의 주된 이야기다. 벼랑 위에서 다른 사람의 창문을 바라보는 이야기다. 창문을 통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린아이와 밥을 먹고 있는 남자를 보며 눈물을 흘릴 뻔했던 기억, 인간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장면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보였다. 어떤 때는 음흉한 욕망으로 비밀스럽게 다른 사람을 훔쳐보려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 그 감정은 전혀 다른 감정으로 바뀐다.

 

그것은 인간의 기쁨이나 슬픔을 초월한 어떤 엄숙한 감정이었다. 그가 생각하던 인생의 무상함이라는 감정을 넘어선 어떤 의지력이 느껴지는 무상함이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풍습을 떠올렸다. 죽은 자를 눕히는 석관의 표면에 음탕한 장난을 치는 사람의 모습이나 암양과 성교를 하는 목양신의 모습을 새기던 그리스인의 풍습을…….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른다. 병원 창문 안 사람들은 벼랑 아래 창문을. 벼랑 아래 창문 안 사람들은 병원 창문을. 그리고 벼랑 위에 이런 감정이 있다는 것도…….’(P110)

 

 두 청년 이시다와 이쿠시마는 비밀스럽게 타인을 엿보는 행위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이들의 창문 바라보는 행위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살아가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고,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다는 인식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지는 않은지.

 

겨울 파리

 

 아픈 몸을 요양하기 위해 온천 여관에서 지내면서 겨울 동안 방에서 함께 살았던 파리들을 관찰한 이야기다. 바깥으로 절대 나가지 않고 병자인 를 흉내 내는 것 같다고 한다. 여름의 파리는 씩씩하지만, 겨울의 파리는 움직임이 느리다. 하지만 말라죽기 직전인 파리들이 햇빛 속에서 교미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면서 이 무슨 살고자 하는 의지란 말인가!‘ 라며 탄식을 한다. 그저 자연스러운 파리들의 생존 본능을 깨닫고 화자도 힘을 얻는 듯하다.

 

 한번은 우체국에 나갔다가 지쳐서 승합차를 얻어 탔는데, 여관으로 돌아갈 길이 멀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어두워지는 산속에 내리게 된다. 아픈 몸을 산골짜기에 스스로 내치게 된 셈이다. 첩첩산중에 쥐죽은 듯한 고요와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걷고 또 걷는다. 자신이 내버려두고 온 우울한 방이 생각나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상상을 한다. 이 산속을 벗어나려면 걷고 또 걷는 수밖에 없다.

 

이 얼마나 괴롭고도 절망적인 풍경인가. 나는 나의 운명 그대로인 길 안을 걷고 있다. 이것은 내 마음 그대로의 모습이고, 여기에서 나는 햇빛 속에서 느끼는 어떤 기만도 느끼지 않는다. 내 신경은 어두운 전방을 향해 뻗어 있고, 지금은 나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형벌 같은 어둠, 살을 에는 듯한 혹한, 그 속에서 내 피로는 즐거운 긴장감과 새로운 전율을 느낄 수 있다. 걸어라, 걸어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걸어라.

나는 잔혹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걸어라. 걸어라. 걷다가 죽어버려라.(P132)

 

 극한의 추위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산속을 걷는다는 건 얼마나 오싹한 일인지. 그럼에도 차가운 공기 속을 가르며 걷는 화자에게서 어떤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온 는 상한 몸으로 며칠을 앓아누워 있다가 문득 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후련한 마음이기보다는 오히려 파리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버린 것을 알고 우울해진다. 귀찮은 존재였지만 무언가 움직이는 생물과의 동거에서 무언지 모를 살아있음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레몬

 

 교토가 배경인 이 이야기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덩어리를 안고 있는 화자가 온종일 이 거리 저 거리를 떠돌아다닌다. 초라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에 강하게 끌렸는데, 큰길보다는 지저분하고 친숙한 뒷골목이 좋았다. 병색이 짙은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고 깨끗한 여관방에서 한 달 정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자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화자가 보였다. 레몬을 좋아하던 는 과일가게에서 레몬을 샀다.

 

나는 오랜 시간 거리를 걸었다. 계속해서 내 마음을 짓누르던 불길한 덩어리가 레몬을 손에 쥔 순간부터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 같아서 나는 거리 위에서 굉장히 행복했다. 그렇게도 집요했던 우울함이 이런 과일 하나로 풀리다니. 때로는 확실하지 않은 어떤 것이 역설적으로 사실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얼마나 불가사의한가.’(P147)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이더라도 무언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는 마루젠(서점)에 가서 화집을 탑처럼 쌓고 그 위에 레몬을 올려놓고 나온다. 마치 폭탄을 설치하고 나온 악당이 된 것처럼 기이한 상상을 하면서. 역자 후기의 해설에 의하면 <레몬>의 무대인 마루젠 교토는 1907년 산조에 문을 열어 1940년 가와라마치로 자리를 옮겨 영업하다가 2005년 폐점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고 교토 시민들은 이 서점 예술 서적 코너에 레몬을 놓아두는 이벤트를 벌여 화제가 되었다는 얘기가 들어있다. 이 작품의 단편들을 통해서 작가가 고통 속에서도 마냥 주저앉지 않는 맑고 깨끗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기이한 상상력과 짧은 일탈도 때로는 삶의 의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벚꽃나무 아래

 

봄이 왔다. 겨우내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여린 싹이 나오고 아름답게 활짝 핀 꽃을 보면 경탄해 마지않는다. 그게 보통 건강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 화자는 너무 아름답게 핀 벚꽃을 보고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생각해 보니 나무 아래 시체가 묻혀 있기 때문이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오랫동안 병에 시달리다가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되면 싱싱하게 피어오른 아름다운 꽃도 너무 낯설게 보이지 않을까. ‘는 아픈데 주위의 모든 것은 건강하고 빛나 보인다. 그래서 더욱 정이 가지 않는다. 뭔가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위안거리를 찾아야 한다. 아래의 문장이 이것을 증명해 준다.

 

이 골짜기에서 나를 즐겁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휘파람새와 박새도 하얀 햇빛을 새파랗게 물들이는 나무의 새싹도 단지 그것만으로는 몽롱한 이미지에 불과하지, 나에게는 슬프고도 잔인한 사건이 필요해. 그런 균형이 있어야 비로소 내 이미지가 명확해지거든. 내 마음은 악귀처럼 우울하게 메말라 있어. 내 마음속 우울함이 완성될 때만 내 마음은 온화해지지.’(P200)

 

 아픈 시간을 오랫동안 보내다 보면 누구든지 악귀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저 벚꽃이 원래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시체를 파먹고 살아서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 거라고 상상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 아닐까. 내 동생이 예쁘지만 내가 좀 더 예뻤으면 좋겠다는 시가 떠올랐다. 조금 삐딱한 시샘이라도 해서 화자가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눈감아 주고 싶다. 사물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고유의 미를 발견해 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이전에 작가 자신이 고통스런 삶을 이겨내는 방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화자의 기이한 상상력에 충분히 공감하고 미소짓게 한다.

 

 아프고 고단하고 지친 삶 이야기를 읽으며 건강한 것이 얼마나 은혜로운 일인가 새삼 느꼈다. 이제 벚꽃은 다 지고 말았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누구나 피로감이 역력해 보인다. 몸은 건강하지만, 마음이 복잡한 오늘을 살고 있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남긴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우리가 가진 소박한 일상이 한층 더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2        
클라라와 태양 | 문학/작가/동화/추리 2021-04-11 16:46
http://blog.yes24.com/document/1417385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저/홍한별 역
민음사 | 202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머지 않은 우리의 미래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201710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던 여운과 기대감으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태양을 상징하는 듯 빨간색 표지와 해의 모습이 비친 창문을 연상하는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본 적은 있지만, 소설로는 처음 만났다.

 

 작품의 내용은 가까운 미래에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려나가고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서 빚어내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는 클라라다. 로사와 클라라는 매장에서 매니저의 지휘를 받으며 인간 친구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태양광을 받아야 몸에 자양분을 받아서 활동할 수 있다. 자리에 따라 빛의 양이 달라지니 그것 때문에 다른 에이에프 친구들과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소년 에이에프 렉스와 단짝 친구인 로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로사와 클라라는 이 매장에서 대표로 여길 만큼 중요한 존재다. 이들은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중 단연 클라라가 월등하다.

 

 어느 날 클라라가 창가에 서 있는데, 불편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한 소녀를 발견한다. 바로 14세 반 나이가 된 조시다. 사람들의 나이도 추정하고 슬픔, 기쁨 등 감정을 읽어낼 줄 하는데, 다정하게 웃는 조시의 얼굴에서 한 조각 외로움도 읽어낸다. 인간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에이에프라니. 이 부분에서 몇 해 전 읽었던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에서 접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과 공생을 말하는 부분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 배워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아직 까지는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잘하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인공지능의 한계는 바로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에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고 했다. 반면 인간은 사람이나 물건환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고등한 영역이 있기에 인공지능을 좋은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안도했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사람과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감정 읽기 능력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런 날이 올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던 기억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렇게 인간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인간의 아이와 친구가 된 클라라를 만나게 된 것이다. 꼭 찾아오겠다던 조시와의 약속이 이루어지고 드디어 클라라는 조시의 집으로 왔다. 새로운 환경은 왠지 조금 불편해 보인다. 늘 깔끔하게 정리된 매장과 달랐다. 더구나 가정부 멜라니아는 클라라를 대놓고 싫어한다. 같은 동료인 에이에프들끼리 있다가 인간의 가정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궁금했다. 조시의 이웃집 친구 릭과 그의 어머니, 조시의 언니 샐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조시의 어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매장에만 있던 클라라는 새 환경에서 제법 당당한 모습이다. 교류 모임 때문에 조시의 집으로 몰려든 손님들 속에서 짖궂은 친구들의 장난에 시달리다가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B3 에이에프로 살 걸 그랬다는 조시의 푸념을 듣기도 한다. 그때 클라라의 마음은 어땠을까. 감정을 느낄 줄 아는 클라라지만 내색할 수도 없다. 모건 폭포에 조시의 어머니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하다가 죽은 언니 샐의 이야기를 했다가 혼나기도 하고, 조시 흉내를 내달라는 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주는 등 지금은 아프지만 조시가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얘기하며 돌아왔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조시와 어머니는 클라라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면서 클라라를 힘들게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지만, 자신의 감정은 표현하지 않아도, 아니 표현할 수 없어서 편리한 존재가 인공지능 로봇일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감정이 상하면 관계가 틀어질 텐데 클라라와 조시 사이에서는 그런 게 없었다. 그저 조시를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조시에게 좋은 친구가 되면 바랄 것이 없었다. 여기서 남아있는 나날의 집사 스티븐스가 오버랩 되었다. 달링턴 가의 위대한 집사35년을 살면서 나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복종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스티븐스 말이다. 사람과 로봇이라는 성격만 다를 뿐이다. 스티븐스는 나중에 일에 파묻혀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 대해 회한을 품지만 클라라는 끝까지 희망을 이야기는 부분이 대조적이었다.

 

 클라라의 희망과 달리 조시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가고 어머니 등 주변 사람들은 체념하기에 이른다. 이제 조시는 어떻게 될까.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는다면 멕베인 씨의 헛간에서 조시를 위해 기도하는 장면이 아닐까. 꺼져가는 생명 조시를 살려 릭과 연결시켜 달라고 클라라는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영혼의 기도를 들어주듯이 어두운 밤 갑자기 태양이 떠오르며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데... 이 장면은 그야말로 환타지였다.

 

 어느 정도 사람의 감정을 읽으며 공감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서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인간과 동일한 속마음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이 탄생하는 날도 올까. 왠지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첨단 과학 변화의 과도기를 지나는 상황에 로봇이 가정의 구성원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사람의 빈자리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보면. 그래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 작품은 사람과 인공지능의 상호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사람이 채워주지 못하는 따뜻한 정을 로봇이 채워줄 수도 있다는 희망. 그래도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본문 번역 내용 중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자주 나온다)

등급이 높은 양복이나 등급이 높은 드레스이런 문장 말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그것을 고급의 양복이나 고급의 드레스또는 고품격의 양복이나 고품격의 드레스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같은 의미인데, ‘등급이 높다는 표현은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6)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8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