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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좀 더 친해 보자! - 다시(多時), 시로 읽는 세상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1-06-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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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시, 시로 읽는 세상

김용찬 저
휴머니스트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시 한 편에는 우리의 삶과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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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시를 읽자는 주제로 내 책 원고에 한 편의 글을 썼다. 그리고 시 읽기 실천으로 시집을 들춰보던 중 이벤트에서 반가운 책을 만났다. 블로그 이웃님이신 iseeman님의 신간이다. 작년 가을쯤 책을 내셨던 것 같은데 몇 달 만에 다시 신간이라니 놀라웠다. 나의 20대 시절엔 칼릴 지브란의 시집을 끼고 살았고, 오랫동안 시와 멀어졌다가 다시 함민복, 장석남, 문태준, 김선우, 허수경 시인 등 바쇼의 하이쿠, 작년 11월에는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만났다. 시에서 완전히 멀어지진 않으려고 나름 노력했다. 하지만 너무 띄엄띄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아이가 정재찬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읽어보라고 권해 준 덕분에 시를 즐겼던 예전의 추억과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를 많이 들려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 적어도 한 계절에 1권의 시집을 읽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 인용되는 시들은 모두 30편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의 시는 20여 전 전에 한차례 선보였던 원고이며 여기에 새로운 원고를 추가해서 썼다고 한다. 다시, 시로 읽는 세상이라는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다시(多時), ‘많은 시를 통해서 세상을 읽어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를 통해서 세상을 읽고 시인의 삶까지 엿볼 수 있는 시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시인과 시들이 나와서 오랜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프롤로그에서는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떤 시를 읽을 것인가, 에 대한 가이드가 나와 있다. 전에 어떤 글에서 시에 대한 평가는 읽는 사람의 몫이라는 말을 본 적 있다. 저자도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으며 무수히 많은 모범 답안이 존재할 뿐이라고 했다. 여기서 산문과 시의 비교를 말하는 문장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산문 쓰기는 불을 때서 밥을 짓는 것에 비유되고,

시 쓰기는 발효시켜 술을 빚는 것에 비유된다.”(P14)

 

 

 중국 청나라의 시인인 오교(吳喬)의 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산문은 밥이고 시는 술이 되는 셈이다. 같은 재료인 쌀이 발효되어 술이 된 것이 함축의 미를 지닌 시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절묘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쉽게 읽히지 않는 시의 특성을 알게 되면 산문과 달리 음미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본문으로 넘어가 보자. 1편의 시에는 저자의 에피소드와 함께 시 해설이 곁들여져 있다. 맨 처음에 나오는 시는 김소월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이다. 소개된 시들 중에는 가요로 불린 시들도 꽤 있어서 정겹다. 시는 노래고 노래는 시도 되니까. 국어시간에 배웠던 김소월의 시는 특히 전통적 민요조라거나 정한(情恨)을 노래했다는 특징을 암기해서 시험을 치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시대적인 상황이 시에 반영된 것이기에 무조건 민족의 정서를 한()으로 특징 지우려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매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리뷰로 소개할 시는 그동안 알고 있던 친숙한 시 외에 예전에도 아주 난해하게 생각되었던 시인의 시와 이번에 알게 된 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고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엇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 <거울>

 

 

 고교시절 국어책에 나왔던 이상의 <오감도>가 생각난다. 띄어쓰기 무시는 물론 비슷한 말을 반복해 놓은 듯한 시를 보며 어안이 벙벙하던 기억이다. 이렇게 글쓰기의 규칙에서 벗어난 시를 읽어내려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유추하는 것이 일차적인 독법이라고 한다. 기존의 문법 규칙을 벗어나는 새로운 형식은 절망을 벗어나기 위한 작가의 문학적 기교라고 했다. 과연 해설을 따라 시를 반복해서 읽어보니 난해하게 보였던 시가 환해진다. 거울을 매개로 한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는 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심상을 시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난해한 시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천재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왠지 매력적인 시로 다가와 <오감도> 읽기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자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시인의 이 시는 제목은 알고 있었는데 처음 접했다. 제목 느낌으로는 서정시인가 했었다. 어떤 이는 이 시를 접하고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시인이 된 이도 있었다.(어떤 리뷰에서 접했다) 영화 상영 전에 어김없이 볼 수 있었던 애국가를 들으면서도 이런 시가 나오는구나, 감탄했다. 일렬, 이열, 삼렬 하는 군대용어를 등장시켜 독재 정권의 억압을 드러내어 후련하고도 씁쓸한 웃음을 웃게 한다. 시인의 관찰력과 통찰이란 참 대단하다. 시의 매력이란 그런 것 같다. 처음 접할 때 아주 난해한 시도 있지만 한두 번 읽다 보면 의미를 알 수 있는 시가 있다. 문학 중에 가장 효율적인 장르가 시가 아닐까. 아주 짧은 문장 속에 핵심을 숨겨놓는다. 독자는 시와 행간에서 그것을 읽어내며 의미가 환해지면서 희열을 느낀다.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도 좋았다. 인간의 감정을 소재로 이렇게 시를 쓸 수 있구나.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처음엔 어려운 듯 느껴졌는데 몇 번 반복해서 읽어보니 그림이 그려진다. 시장에서 귤을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서 귤을 사면서 싸게 샀다고 기뻐하는 사람, 누군가 얼어 죽었는데 무관심했던 사람들. 어느 한쪽이 기뻐하면 다른 한쪽은 슬플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시라고 할까. 한마디로 더불어 살자는 호소가 짙게 느껴지는 시였다. 그리고 나도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에게서 야채를 사면서 그런 적이 있었던가... 떠올려 보았다.

 

 

 오랜만에 국어시간으로 돌아간 듯 시를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난 국어를 좋아했다) 김용찬 저자는 현재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 가사, 조선의 마음을 담은 노래, 18세기의 시조문학과 예술사적 위상, 교주 병와가곡집,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등 다수 있다. 저자는 시의 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시 해설서를 읽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시는 왠지 어렵다는 생각에 멀어졌던 독자들에게는 일독을 권하고 싶다. 어떻게 시를 읽을 것인가, 한 편의 시에 삶과 역사가 깃들어 있는 배경을 잘 풀이해주고 있어서 산문에서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시와 친해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시 독법 가이드가 되리라 믿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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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글을 썼던 인생- 나와 디탄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1-06-0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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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와 디탄

사철생(스테셩) 저/박지민 역
율리시즈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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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 소개를 처음 보았을 때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함께 읽었던 내게는 한쪽 다리가 있다(주대관, 송방기 공저)가 떠올랐다. 세상에... 한쪽 다리가 있다니, 읽기도 전에 제목만 보고 마음이 내려앉았던 기억이다. , , 그림에 재능이 있던 대만 어린이 주대관이 소아암으로 겨우 아홉 살의 짧은 생을 살았던 이야기다. 다리 한쪽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도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며 오히려 부모님을 위로하는 씩씩한 아이였다. 그것이 더 마음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고. 그리고 처음 만나는 이 작가 사철생은 20세에 하반신 마비로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던 중국의 국민작가라는 책 소개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한창 앞날에 대한 꿈으로 부풀 나이에 닥친 불행을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궁금한 마음에 만나게 되었다.

 

 

 책 표지는 따뜻한 동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휠체어를 탄 주인공의 모습은 애잔함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가장 아름다운 현대 산문으로 꼽힌다는 <나와 디탄>을 비롯하여 중학교를 졸업한 후 문화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대에서 7년 동안 가혹한 노동을 하다가 하반신 마비가 되기까지 이야기가 들어있는 <스물한 살, 그해> 등 여러 편의 산문이 들어있다. 다리를 못 쓰게 된 초기에 어머니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돌아가신 후엔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몇 편의 이야기 조각이 맞춰지면서 그의 삶의 여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중 몇 편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나와 디탄

 

 이 책을 다 읽고 밖에 나갔다. 땅을 딛고 걷고 뛰다가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화자의 심정을 느껴보려고 했다. 그가 휠체어를 타게 된 날들이 길어지면서 다리의 감각을 떠올리려고 상상하는 부분이 있었다. 발을 땅에 딛는 느낌은 어떨까, 돌을 발로 차는 느낌은 어떨까, 등등... 그가 그랬듯이 땅을 딛고 뛰지 못하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삶이란 옛날의 기억을 조금씩 잊어버리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이생에서는 불구로 살 테니까 다음 생애에는 칼 루이스처럼 튼튼한 몸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

 

 

 두 다리가 마비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그는 황량한 디탄 공원으로 찾아간다. 몇 년을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왜 태어났을까 생각하다가 마침내 깨닫게 된다. 한번 태어난 생명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그런 깨달음을 얻고 15년 동안 찾아갔던 디탄 공원은 그를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희망이었다. 거기서 만난 중년 부부, 아픈 어린아이, 노래 부르는 청년, 달리기 하는 친구 등 공원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늘 죽음을 생각하던 그가 비로소 살아보기로 마음먹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고 약간의 명성도 얻는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그가 죽지 않았던 건 살아갈 용기를 찾도록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친구들 덕분이었다고 한다. 따뜻한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픔만 함께 나누다가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회상하는 부분은 정말 안타까웠다. 그 넓은 디탄 공원에서 행여 아들이 잘못된 생각을 할까 봐 찾아 헤매다가 불안하고 초조하셨을 어머니의 마음을 뒤늦게야 헤아린다. 이처럼 이 작품에는 지난날에 대한 뒤늦은 후회와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산문이라고 해서 술술 읽히는 가벼운 문장들은 아니다. 한창 꿈과 열정으로 피어오를 시기인 스무 살에 닥친 불행으로 인해 일찍 철이 든 때문이었을까. 철학적인 사색이 담긴 물음은 묵직하게 다가오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우리는 왜 남의 불행한 모습 속에서 위안과 행복을 찾는 존재인지 참 아이러니할 때가 있다.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잘 챙기고, ’지금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날의 한때는 지나가면 그뿐이다. 돌이킬 수도 없고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작가에게 디탄 공원은 무엇이었을까. 온통 죽음을 생각하러 갔다가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고 깨닫는다. 그래서 살았고 15년 동안 찾았던 디탄 공원에 대한 헌사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꾼 것처럼, 그때 디탄에서 보낸 시간에 가끔 의문이 든다. 나는 디탄에 있었나? 아니면 디탄이 내 안에 있었나? 지금 나는 허공에 그어진 경계선을 본다. 그리움을 안고 그 선을 넘어 들어가면, 넘기만 하면 깨끗하고 순수한 기운이 훅하고 들어올 것 같다.

나는 이제 디탄에 없다. 디탄이 내 안에 있다.(P249)

 

 

 

 늘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자신 안에서 강렬한 삶의 의욕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다른 이름은 욕망이며 욕망을 갖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열정을 다해 살았던 그가 남긴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장 아래에서의 단상

 

 담장에 대한 사색은 어릴 때 놀았던 추억의 골목에 가서 돌아본 이야기. 국수 삶는 솥에 축구공을 떨어뜨린 이야기 등 어린 시절 유치원에 대한 추억과 마음속의 담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진다.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다가 맛있는 것에 넘어간 어린 화자를 데리고 멀리 돌아온 어머니의 작전을 늦게 눈치챈 어린 화자는 높고 높은 담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대성통곡을 한다. 그랬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아침마다 잠결에 유치원에 들어가기 싫은 아이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장면에서 웃음이 났지만, 웃고 넘길 수 없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큰 아이가 다섯 살 때 미술학원에 학원에 안 가겠다고 엄청 떼를 쓴 적이 있었다. 작은 아이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피부과에 가려고 함께 나왔는데. 결국 학원에 가지 않았고... 나한테 혼나고 그 하루는 엉망이 되었다. 아이가 가고 싶지 않다면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런 걸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학원 하루 빠지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그럼 우리 셋이서 맛있는 거 먹으며 재미있게 놀자, 했어도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어른이든 아이든 인생의 어느 한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인데, 그땐 왜 그걸 몰랐을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 되었다.

 

 

 담장에 대한 추억은 물리적인 모습에서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담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바다, , 사막까지 찾아 떠나지만 우리는 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담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고. 그 속에서 두려움을 쌓고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고 말이다.

 

 

 

사실 비밀 자체가 이미 담이다. 뱃가죽과 눈꺼풀도 모두 담이고, 거짓 미소와 거짓 눈물도 담이다. 다만 이런 담은 너무 약하고 피곤한 게 맘에 들지 않아 좀 더 내구성을 더해 보완을 강화하려고 한다. 설령 이런 마음의 벽은 쉽게 허물 수 있다고 해도, 산과 물 모두가 담이고, 하늘과 땅도 담이고, 시간과 공간도 모두 다 담이다. 시간과 공간도 담이고, 운명은 무한한 속박이고, 신의 비밀은 끝없이 이어지는 담이다. 정말로 이 비밀의 담까지 다 없애려 한다면, 어쩌면 오래 꿈꿨던 이상을 실현하게 된 것 같겠지만 기다려보라. 재미를 잃어버린 세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잠만 자고, 잠꼬대조차 할 말이 없는, 의욕이라고는 사라진 곳이 될지도 모른다.(P103)

 

 

 

 

 여기서 장벽이라는 의미도 된다. 우리 인간의 마음에도 벽이 있으며 인간관계, 세상일에 벽이 없을 수 없다는 말이 아닐까. 그런 벽이 거침없이 허물어진다고 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고 성취하는 것을 잃어버린다면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화자도 오랫동안 담을 바라보며 죽음을 주거나 아니면 걸을 수 있는 다리를 달라고 기도를 했지만, 어느 날 노인이 부는 피리 소리에 이끌렸다가 장애라는 벽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담과 나눈 대화는 글쓰기로 이어졌고 그를 살게 했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간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말이다.

 

 

기억과 인상

 

 이 이야기는 유년 시절의 기억부터 둘째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어머니, 할머니등 가족이 문화혁명이라는 역사의 굴레에서 받은 고통을 그의 기억과 인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알고 싶어도 어머니의 침묵 때문에 명쾌하지 않았다. 때로는 궁금해도 당당하게 큰 소리로 물어볼 수 없는 아픔과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게 시대적 아픔에 맞물린 어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기구했던 삶을 반추한다. 그리고 그리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초등학교 시절 듣던 종소리, 어린 시절에 자주 찾았던 절 마당, 자주 꿈에 나타나는 어머니 모습, 어머니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자귀나무와 해당나무의 추억으로 이어진다. 그 그리움은 아픔과 후회가 뒤범벅된 채 오랫동안 괴롭혔다. 어쩌면 인간은 살아오면서 경험한 기억과 추억으로 앞날을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을 더욱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휠체어에 앉은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그럼에도 자신이 자비 속에 있음을 깨닫고 무엇이든 써야겠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는 롤랑 바르트의 글쓰기의 영도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 있어 글쓰기의 영도는 삶의 시작점이라고 하였다. 글쓰기는 결국 찾아가는 과정이고, 영혼의 가장 처음을 바라보는 행위라고. 최근 다른 책에서도 인용된 책이라 관심 목록에 올려 두었는데 또 접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누구나 자신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면서도 종종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에 부딪힐 때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누구도 선택의 자유 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도 한다. 살아가면서 힘듦도 부침도 겪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런 고난 없는 평탄한 삶을 바라지 않는가. 작가 사철생은 20세에 맞이한 시련을 처음에는 견딜 수 없었지만,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힘을 얻고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아픔도 있었고 후회도 했지만, 그때마다 이겨내며 살아냈다. 그는 이런 나도 살았는데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 듯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 힘내라고 얘기해 주는 듯하다. 누구나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큰 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작가의 인생 앞에선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서 글을 썼고 그 결과 현 위의 인생이 영화화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진 작가가 되었고, 많은 작품이 교과서에 청소년 필독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많은 독자가 이 작품으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용기와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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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괴테처럼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1-03-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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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열일곱 괴테처럼

임하연 저
쌤앤파커스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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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목표가 확실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성공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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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기에 공부법에 관한 책을 자주 읽게 된다. 나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책으로 만나는 공부의 대가들을 만나면 언제나 주눅이 든다. 그럼에도 계속 찾아서 읽는 이유는? 아무리 공부를 좋아한다고 해도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슬슬 꾀가 생기면서 이 공부를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서 첫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도 몰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명약이 필요한 시간이 왔구나, 힘을 얻어야 해, 하면서 다시 공부법에 대한 책을 찾게 되는 것이다. 공부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우리에겐 끊임없는 자극이 필요하다.

 

 이 책은 스스로를 천재로 만든 하연이의 르네상스식 공부법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워낙 유복한 집안에 태어난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예술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고 전국 미술 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받기도 하고 오페라를 좋아해서 2009년 프라하 국립음악원 오페라 영재수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예술 쪽에 특히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고시절 1년 반만에 자퇴를 하고 혼자 공부하며서 1천 권 가까운 책을 읽게 된다. 자퇴를 했던 이유는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으로는 자신의 꿈을 펼치기 어렵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오랫동안 설득한 끝에 홈스쿨링을 하면서 미국 명문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책을 읽은 것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앞날을 위해 진지하고 당당하게 부모님을 설득해서 제도권 교육의 틀을 벗어났다는 게 놀라웠다. 그렇게 읽은 1천 권의 독서 목록에는 천재, 천재성, 무의식, 정신분석학, 역사 속 인물들의 전기, 영웅서, 문학소설, 베르사유 궁전과 프랑스 왕정생활 등에 대한 책으로 귀족이자 천재였던 괴테의 18세기 자유 인문 교육에 매료되어 스스로 공부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공부 중에서도그녀의 언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궁금했다. 그녀는 태어나자 마자 배운 한국어와 영어를 비롯해 초등6학년 때부터 배운 프랑스어롸 중국어, 고교생 때 이탈리아어와 일본어까지 대여섯 개의 언어를 할 줄 안단다. 이 중 영어는 어려서부터 모국어로 느껴질 만큼 익숙하다고 했다. 외국어를 하는 것은 일종의 연기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기도 하지. 그대로 흉내내려는 노력에서 발음도 억양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 테니까.

 

 그 외의 내용은 소더비 경매를 배운다거나 미술 등 예술에 대한 공부와 사교계 이야기도 들어있다. 무척 화려하다고 할까. 어쨌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위해 치열한 노력과 열정을 바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이 되었던 은혜로운 환경도 그 꿈을 이루는데 한몫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가지는 제도권 교육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표준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은가. 거기서 벗어나면 큰일 나는 줄 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길로 가더라도 자신의 꿈과 목표 설정이 확실하다면 어떻게든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 규칙적이고 정해진 제도권 교육에서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게 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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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1-01-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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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저/임홍빈 역
문학사상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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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하루키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그의 문학과 삶에 대한 열정은 더욱 크게 느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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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마라톤이 쉬울까, 소설 쓰기가 쉬울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었다. 33세에 달리기를 시작하여 마라톤,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에 참여하며 20078월 이 책의 원고를 탈고한 시점에 25회의 풀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비교적 젊은 시절의 하루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원래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하루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회고록 성격의 글이라고 해서 더욱 의미 있는 이야기였다. 그의 달리기 인생과 문학 이야기가 진솔하고도 유쾌한 필치로 펼쳐진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많은 공부법이나 글쓰기 책에서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를 접하고 기억에 새겼는데 우연히 이 제목을 발견하게 되어 읽게 되었다. 그냥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정도이려니 생각했는데 이토록 스포츠 마니아인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맨 처음 말한 것처럼 마라톤과 소설 쓰기 중 어느 것이 쉬울까, 생각이 든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결론은 둘 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겐.

 

 하루키가 참여했던 각종 마라톤, 트라이애슬론 대회 장면의 분위기는 물론, 그의 심리적 변화나 부담감 등이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어 경기를 가까이서 관전하는 느낌이다. 대회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는데 숨이 안 쉬어져서 수영을 못하고 기권하게 된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게 힘든 운동을 왜 하게 되었을까. 달리기를 좋아해서도 그렇지만, ‘소설을 착실하게 쓰기 위해서 신체 능력을 가다듬어 향상시킨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라고 했다. 올림픽에 참여한 메달리스트들도 몇 번의 완주에 그쳤다는 사례를 보면 얼마나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엿볼 수 있다. 바로 소설 쓰기와 달리기를 동급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좋아하는 것이라면 어떤 고통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누군가로부터 까닭 없이 비난을 받았을 때, 또는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때, 나는 언제나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리기로 작정하고 있다. (중략) 그리고 여느 때보다 긴 거리를 달린 만큼,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의 육체를 아주 근소하게나마 강화한 결과를 낳는다. 화가 나면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분풀이를 하면 된다. 분한 일을 당하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P41)

 

 

 동양인 최초의 세계적인 작가 하루키라도 때때로 비난을 받는 일도 있었겠지. 누구에게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럴 때마다 하루키는 달리기로 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뛰는 동안에 받은 마음의 상처도 분한 마음도 차차 완화되고 그의 몸은 더욱 단단해졌을 것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걷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나도 한번 뛰어보고 싶다.

 

매일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인해 건너뛰거나 그만둘 수는 없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P115~116)

 

 하루키에게 달린다는 건 바로 생명선이었다. 소설 쓰기란 육체노동 못지않은 고도의 정신노동이라고 한다. 체력이 받쳐주어야 글쓰기의 기나긴 고통을 견딜 수 있다는 건 많은 책으로 접했다. 조금밖에 없는 달려야 하는 이유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단련하는 것, 그것이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날 수 있는 원천이었을 것이다. 무언가 야심 찬 계획으로 도전하고도 머지않아 그 의욕이 사라지는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발견하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하루키답게 열다섯 살 때부터 마니아적으로 모았다는 LP 이야기나 홋카이도 사로마 호수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에서 고통의 과정을 벗어나 몰입에 이르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서 대 소설가 하루키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 무언가에 열정을 갖고 몰입한다는 건 참 아름답다는 것도. 앞서 호흡 문제로 수영을 못하고 중단한 적이 있던 하루키는 무라카미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4년 만에 재도전하여 완주의 기쁨을 얻는다. 한번 실패한 일을 뼈에 사무칠 만큼 기억하고 있다가 잘 될 때까지 확실하게 복수를 하는 집요한 성격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작가는 그렇게 되었구나. 작년에 이 책을 구매 했는데 공교롭게도 새해에 읽게 되었다. 진작 읽을 걸 그랬다. 새해에 어떤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겠다.

 

 , 또 하나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얼마나 예찬하던지. 별 감흥 없이 읽었던 내 독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꼭 읽어봐야지, 결심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하루키 특유의 유머가 친근하게 느껴져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그의 문학과 삶이 풍기는 열정적인 여운은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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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의 기술 - 박재영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0-11-2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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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저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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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를 하는 과정도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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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란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는데 코로나19로 온 세상을 뒤덮어 꿈도 못 꾸는 요즘 상황에 딱 어울리는 책을 만났다. 여행책이 아니고 여행준비 책이라는 책 소개에서 벌써 재미는 보장하겠다 싶었다. 여행은 못 하지만 여행준비는 할 수 있다. ? 책은 제목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참 잘도 지었다. 여행준비의 기술이라니. 원래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떠나기 전부터가 이미 설렘과 기대감으로 날개를 단 기분이지 않나. 이 책 쓰려고 계획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예약해 두었던 출장과 여행이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서둘러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이 취미가 아니라 여행준비가 취미였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면서 말이다.

 


영어가 안 되면 시원스쿨

여행을 못 가면 여행준비!

딱 보는 순간 영어학원과 여행사 합작의 광고 카피인가 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이 책 핵심 내용을 제대로 뽑아 놓은 거였다.

 

 저자의 다재다능한 이력도 흥미를 끌었다. 의사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여행준비러책 팟캐스트(YG)JYP의 책걸상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장편소설 종합병원2.0, 한국의료 해설서 개념의료, 평론집 한국의료, 모든 변화는 진보다등이 있고, 청진기가 사라진다(공역), 환자의 경험이 혁신이다(공역),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8권의 책을 번역했다.

 

 이 이야기는 여행준비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오래전 여행 추억담과 여행준비를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떠나지 못한 아쉬운 여행 등 온갖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더구나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리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여행준비 스토리도 들어있다. 이 정도 되면 여행준비가 취미라는 걸 확실히 인정해야 할 정도다.

 

 저자가 말하는 여행준비의 기술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여행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는 시점의 각종 기념일을 활용하거나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성취를 기념하는 것으로 명분을 만들면 된다. 후자의 경우 예를 들면, 책 한 권 낸 후, 승진 후, 악기 하나 배운 후 등 나에게 보상하는 것으로 여행의 명분을 찾으면 된다. 여행적금을 들어 여행을 준비하거나 노력형의 대표격인 외국어 공부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적금은 2년이 적당하며 끊이지 않게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어 공부에 대한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여행 때마다 현지인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돌아왔던 일을 떠올리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동안 여행을 돌아보니 어쩌다 1년에 한 번 아니면 두 번의 여행이라 최소한으로 준비만 하고 갔지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해 본 적이 없다.

 

 여행준비하는 과정도 버리기 연습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여행의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여행지를 찾는 과정에서 버릴 것은 버려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역시 여행준비러다운 통찰이다. 여행지 목록을 만들 때는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처럼 막연하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했다. 예를 들어 현대미술관 다섯 곳, 영화 촬영지 다섯 곳, 특이한 박물관 등. 이렇게 목록을 만들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엔 자신에게 딱 맞고 만족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내는 작업이고 그렇지 않은 곳을 걸러내는 작업이 여행준비의 단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준비가 취미일 때 장점은 무엇일까. 이것은 여행준비를 많이 하고 떠난 여행일 때도 그렇지만 준비만 하고 떠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노르웨이 여행이 화제에 올라 대화가 무르익었는데 가본 적은 없지만 미리 여행준비를 해 두었기에 척척 이야기가 진행된다. 상대방은 가봤느냐고 물었다는데 아직이라는 저자의 말에 크게 웃었다는 이야기. 결국 좋은 분위기가 미팅 결과도 긍정적인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화의 기술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것이다. 여행준비의 진가는 이런 것이었다.

 

여행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여행의 좋은 점은 100만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라고 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피하고 싶었으나 평소에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P78)

 

 여행준비에 있어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과 지겨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둘 중에 어느 것에 큰 비중을 둘 것이냐에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준비의 시작은 평소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찾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다 주어지는 여행을 별다른 계획 없이 떠났다가 가보고 싶은 장소가 문을 닫았거나 하는 바람에 아쉬운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여행준비는 다르다. 특히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언젠가 꼭 가리라는 다짐도 없는 채로 느릿느릿 하는 여행준비는 괴로울 까닭이 없다. 내가 이런 여행 계획을 세웠노라고 어디 가서 발표할 일도 없고, 내가 준비한 계획을 다른 사람의 그것과 비교하여 잘했니 못했니 따질 필요도 없다. 그저 가고 싶은 곳의 목록을 하나 늘리고,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한두 가지 상상만 하면 된다.’(P87)

 

 시험준비, 출근준비, 식사준비, 회의준비 등은 즐겁지 않아도 어쩔 수 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여행할 곳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일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참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구글 지도에 가고 싶은 곳의 별을 찍으며 여행지의 목록을 늘리는 방법도 있었다. 이 부분은 욕심보다는 희망에 방점을 찍으며 희망은 최대한 많이 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여행의 목록을 늘리면서 언젠가의 여행을 꿈꾸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는 과정도 좋을 것 같다. 이밖에도 인생의 맛집, 추억의 맛집에 대한 에피소드와 맛있는 음식에 대한 애착으로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거기를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독서와 여행준비는 좋은 짝이다. 둘 다 좋은 취미지만, 두 가지를 다 좋아하면 확실한 시너지가 생긴다. 목적지가 정해졌을 때, 조금만 검색해보면 그곳과 관련된 책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책값 몇만 원을 미리 쓰면, 여행이 최소 몇십만 원어치는 더 즐거워진다. 독서는 여행준비를 자극하고, 여행준비는 독서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독서는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고, 여행은 독서를 더 즐겁게 만든다. 이런 게 바로 선순환의 좋은 예가 아닐까.(P167) 


 코로나로 인해 우울증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여행의 기분을 되살릴 수 있다. 역시 기대한 것처럼 재미있었다. 나도 이제는 닥쳐서 준비하지 말고 평소에 차근차근 여행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여행지를 꿈꾸며 틈틈이 가고 싶은 장소의 정보를 탐색하고 목록의 리스트를 적어 가면서 여행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부도 되고 여행하는 설렘으로 일상에 활력소가 될 테니까. 지금 여행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우울한 기분 탁 털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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