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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의 여왕으로 만났던 다케우치 유코 | 일드 보기 2020-09-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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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일드를 보기시작한 건 순전히 우리 큰 아이 덕분이었다. 오래된 일드 <런치의 여왕>2002년에 제작된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온 다케우치 유코는 밝은 웃음과 씩씩한 연기가(주로 그런 역할을 하는 드라마를 보아서인지)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나 돌려본 기억이 있다. 벌써 5,6년은 된 것 같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아들들이 경양식 가게 키친 마카로니를 운영하는 이야기다. 어느 날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나츠미(다케우시 유코)가 키친 마카로니에 와서 오므라이스를 먹게 된다. 그건 이집 갑자기 나타난 큰 아들 켄이치로의 부탁을 받아서였다. (약혼자인 척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그런데 그 오므라이스를 먹는 모습이 얼마나 먹음직스럽고 예쁘던지. 나중에 일본에 여행가면 나도 오므라이스를 꼭 먹어보리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후쿠오카에 갔었는데 미리 알아본 오므라이스 가게를 찾기 어려웠고 어느 백화점에 있는 오므라이스 가게를 갔더니 줄이 얼마나 길던지 먹는 것을 포기하고 말아서 아직이다. 나중엔 꼭 먹어봐야지.

 

남자들만 바글거리던 가게가 귀여운 여자가 나타나니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는 건 당연하겠지. 그렇게 자신의 가게인 것처럼 손님을 맞이하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였는지...

 

그런 행복도 잠시

나츠미가 조직폭력배 우두머리 슈지의 애인이었던 과거 때문에 경찰이 찾아오고 한바탕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서 민폐를 끼쳤다며 미안해서 나츠미는 가게를 떠나고 또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그러는 사이에 남자들의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나츠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있다. 12화에서는 그렇게 속을 썩이던 큰 아들이 돌아온다. 나츠미를 보고 자기를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었나 착각하면서 감동을 하는데... 나츠미는 전혀 당신을 기다린 건 아니라고 모두들 앞에서 선언을 한다.

 

갑자기 나타난 큰 형을 혼내주려고 다들 경계심을 품고 있는 가운데 맨발이 된 나츠미가 날렵하게 발차기로 혼내주는 장면은 얼마나 멋지고 후련했던지.

 

유지로는 나츠미가 거짓말을 하고 그 집에 눌러 앉았던 것을 알게 되고 화를 낸다. 셋째 준자부로도 나츠미를 좋아하는데 진짜로 큰형의 약혼자인 줄 알고 마음만 졸였었다. 그런데 결국 프로포즈는 유지로에 받았다는 말을 듣고 준자부로는 한발 늦었다는 안타까움이 표정에 가득해서 그걸 보는 사람도 안타깝고 웃음이 난다. 옆집 채소 가게의 토마짱은 준자부로를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결국 키친 마카로니의 견습생과 사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준자부로는 토끼 두 마리를 다 놓친 표정을 짓는데..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키친 마카로니의 데미크라스 소스와 오므라이스를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는 나츠미, 요리 레시피를 노트에 빼곡이 적은 것을 보여주고 유지로를 감동시켰던 나츠미. 이 집 아들들의 사랑 공세에 몸이 하나라서 정말 안타깝다. 나츠미를 짝사랑했던 준자부로는 유지로형과 나츠미의 결혼식장에서 결혼반대를 외치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아침에 NHK뉴스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다케우치의 이름이 들렸고.. 세상을 떠났다는..

 

저렇게 밝은 웃음과 목소리를 이제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다니 정말 안타깝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요리와 더불어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로 즐거움을 주었던 <런치의 여왕>을 떠올리며 오늘 12화를 다시 찾아보았다.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드라마를 보며 삭혀야겠다

좀 한가한 때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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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전개 걸 | 일드 보기 2018-11-0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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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는 드라마 제목을 뚝딱 지은 것처럼 희한하고 재밌는 것이 많다. <전개 걸>을 접하고 나니,     <도쿄 전력 소녀>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도쿄전력 회사에서 일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인가 했는데, 네 살 때 아빠와 헤어지고 엄마와 시골에서 같이 살다가 스무 살이 되어 도쿄에 살고 있는 아빠를 찾겠다면서 혼자 엄마 몰래 상경한 우라라의 당찬 모험기이며 성장기였다.

이번에 본 드라마 <전개 걸> 또한 제목에서 벌써 궁금증을 유발한다. 뭘 전개하려는 걸까. 좌절 속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치열하게 공부하여 도쿄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아라가키 유이(와카바 역)가 주인공이다.

 

아라가키 유이는 정말 재밌게 본 <리갈 하이>에서도 변호사로 나왔었다. 면접을 보러 가는 날 버스에서 한 남자와 부딪히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던 보따리가 와르르 쏟아지는데. 희한한 물건들이 다 있다. 여자의 가슴 모양 그대로 만들어진 물건, 아기 기저귀까지. 와카바는 그를 변태로 오해를 하고 법조문을 읊어가며 소송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단한 로펌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을 보기도 전에 당장 내일부터 나오라는 말을 듣고 신이 난 와카바. 다음날 출근하니 그를 채용한 대표변호사(사쿠라가와)는 자신의 딸 다섯 살짜리 아이를 돌보는 시터 일을 해야 한단다. 기도 안 막히지. 죽어라고 공부해서 변호사자격증을 땄는데 베이비시터라니.

 

어떻게 뒷조사를 했는지 갚아야 할 학자금대출, 월세도 내야지, 가진 돈도 없는 상황을 모두 꿰뚫고 읊어대는데... 이러다가 이것도 놓칠세라 할 수 없이 받아들인다. 남편과 이혼하고 다섯 살 딸과 사는 이 변호사는 일에 대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베테랑변호사다. 와카바는 상황이 그러한지라 일단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리라 다짐하는데. 이튿날 아이를 데려다 주러 유치원에 갔는데 마주친 남자는 바로 어제 버스에서 부딪힌 그 남자 히나타의 친구 비타로의 아빠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도 아닌데 이렇게 마주치네. 둘의 인연이 어떻게 흘러갈지 몹시 궁금하다. 음 이 배우도 어디서 본 듯한데. 기억을 쥐어짜보니, <만물점집 음양사에 어서 오세요>에서 나오는 니시키도 료(야마다 소타 역)였다. 이 드라마도 재밌었는데. 이 배우는 웃음이 정말 순진무구하고 밝다. 알고 보니 아이돌 출신의 배우였다.

 

자칭 아이를 싫어한다는 와카바가 어떻게 아이를 거둘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거나 데려오고 심지어 도시락을 싸야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유치원 동료들을 한 집에서 맡아서 당번제로 놀아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와카바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웬일인지 부모님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차압 딱지가 붙은 가구며 험악한 사람들의 모습. 가난한 아이라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와카바가 심은 토마토를 발로 뭉개고 훼방을 놓는다. 그렇게 얄궂은 행동을 하며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며 울지 않는다. 마치 밟고 밟아도 일어서는 잡초와 같다. 토마토 묘목을 심어서 물을 주고 열매가 자라 그것을 보며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걸어 다니면서도 중얼중얼 외우면서 공부하는 와카바, 어려서부터 가난을 벗어나고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 울지 않고 오로지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와카바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데는 좀 부족하다.

 

 사쿠라가와 변호사의 딸 히나타. 다섯 살 짜리 히나나타가 하는 말은 애어른 같다.

 

오히려 어린 아이들인 비타로나 히나타가 솔직하다. 아이들이 눈치도 얼마나 빠른지 비타로의 아빠가 와카바를 좋아하는 마음을 눈치 챈다. 게다가 히나타는 얼마나 예쁜지! 인형이 따로 없다. 얘들이 한마디씩 하는 말이 얼마나 기발하고 애어른 같은지 요 아이들 보는 맛에 푹 빠진다. 비타로는 아빠에게 좋아하면 얼른 와카바에게 고백을 하라고 훈수를 두고 난리다. 처음부터 콩벌레(당고 무시)라며 애써 무시했건만  와카바는 자신도 모르게 비타로 아빠에게 마음이 가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류사회의 진입만이 꿈인 와카바는 그것을 애써 받아들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시터 외에도 변호사 로펌에서 번역이라든가 서류 조사 등 많은 일을 완벽하게 해냄으로써 사쿠라가와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하는데... 이때쯤 같은 로펌에서 변호사인, 고급 저택에 살며 프랑스에 와이너리까지 있다는 부를 가진 남자 변호사 신도가 조금씩 접근하기 시작한다. 와카바도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고 싶어 그의 호의를 받아들여 식사도 하고 음악회도 가는 등 바쁘다. 잘 나가는 부자 변호사도 좋지만, 변호사에 셰프의 조합도 나쁘지 않은데 하면서 둘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비타로 아빠는 이혼하고 비타로의 프랑스 식당에서 셰프로 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비타로의 육아를 위해 아쉽게 포기하고 작은 가게에서 요리를 한다.

 

5화를 넘어서면서 와카바의 마음은 조금씩 비타로 아빠에게 기울고 있는 느낌인데 과연 어떻게 될까. 6화에서는 요전날 밤샘 작업을 하고 유치원의 행사에 왔다가 수박을 깨는 행사에서 수박을 깨지 못하여 고백을 해야 하는데 잠들어 버린다. 와카바를 업고 유치원에 눕혀 놓고는 비타로 아빠는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는데... 아마도 잠결에 그것을 들은 모양이다. 히나타는 유치원에서 연극을 하는데 오로라 공주역이 아닌 마녀 역할을 하고 처음으로 그렇게 바쁜 엄마가 와서 보러 와 준 것에 대해 놀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히나타는 그때 와카바가 잠들었을 때 계속 있어준 사람이 비타로 아빠라는 것을 알려주는데...

 

히나타의 말을 듣고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고백을 해야겠다고 그의 가게로 가는데... 비타로의 친엄마가 와서 뉴욕으로 가자고 셋이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듣게 된다.

... 잘 되어가고 있는데 왜 왔담. 이제 와서 말이지.

하긴 아이의 친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건 지당한 말씀이다.

 

다시 마음을 굳힌 와카바는 신도의 부에 합류하여 신분을 상승시키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이상하게 비타로 아빠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귀여운 히나타의 조언으로 비타로 아빠에게 고백을 하지만 어쩐 일인지 거절을 한다. 왜 이렇게도 척척 마음이 맞지 않는 건지 안타깝기만 하다. 결국 신도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인가. 성대한 결혼식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여기서 반전. 와카바의 마음을 읽어서였을까. 처음엔 신도 선생이 와카바를 어떻게 이용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참 멋진 신도 선생이다. 결혼에 앞서 와카바 아빠의 빚을 모두 갚아주며 통 큰 선행을 베풀어 주었는데, 이젠 와카바도 놓아주었다. 와카바는 얼떨떨한 상황이 되고, 이미 계획하고 떠난 신도의 전언을 듣게 된다. 하객도 없는 텅빈 결혼식장에 새하얀 셰프 복장을 한 비타로 아빠가 나타나고 둘이 놀라고... 두 연인은 감격의 포옹을 한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다만 드라마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여기서 마친다.

이런 성장기 같은 드라마가 난 참 좋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훈훈한 연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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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 걸 코노 에츠코 | 일드 보기 2018-09-0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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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를 볼 때의 느낌은 굉장히 시끄럽다. 대사도 아주 많고 말이 얼마나 빠른지 집중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다. 하지만 정말 재밌어서 푹 빠지게 된다. 전에 본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에 나오는 야마시타 토모히사의 상대역인 여주인공 이시하라 사토미가 나온다. 아담한 사이즈의 키로 예쁘고 귀여운 배우다. <리치맨 푸어우먼>에서 푸어우먼 역을 맡기도 했다. 둘 다 정말 재밌었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드라마다.

 

 여기서의 배역은 경범사라는 출판사의 직원이며 교열을 담당한다. 이제 막 입사한 직원임에도 아주 유명한 인물이다. 왜냐하면, 이 출판사에 마음을 두고 무려 7년 째 도전해서 입사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7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 회사에 도전을 계속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만큼 초 긍정적인 성격과 열정은 누가 감히 따라갈 수도 없다.

 

 원래 코노가 경범사에 입사한 목적은 따로 있다. 바로 패션 잡지 랏시(Rassy)의 편집자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우선 경범사에 채용이 된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는다. 그래도 그렇지 교열이라니. 작가의 원고를 받아 오탈자를 점검하는 일이란다. 기가 막히지만 3개월 후에는 기필코 랏시로 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열정을 다한다.

 

 교열이라는 일의 성격이라서 그럴까. 교열부의 직원들은 거의 무뚝뚝하고 웃음도 말도 별로 없고 심지어 입사 첫날 인사를 하며 들어가는데 환영은커녕 쳐다보지도 않는다. , 이래서 근무를 오래 할 수 있을까 싶다. 초 긍정으로 똘똘 뭉친 코노가 이런 일로 상심하는 일은 없다. 편집장은 코노 코에츠의 이름을 코에츠라 부르면서 놀리기에 이른다. 바로 교열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 코에츠こうえつ[校閲]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연일 있을 수가. 어쨌거나 교열은 천직이 아닐까 싶을 만큼 열정에 열정을 다하는데...

 

 일드에는 이렇게 작가들의 세계를 알 수 있는 드라마가 종종 있다. 우리 드라마에서는 못 본 것 같다. 전에 본 일드 <고스트 라이터>도 생각난다. 왠지 분위기는 으스스하면서도 재밌던 기억이다. 작가들의 원고를 받고 교열을 하는데 와,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사실 확인을 하고 단계를 거쳐 한 권의 책으로 나오는구나 싶었다. 실제로도 그럴까 궁금하다. 사실 확인이란 작품의 내용에 나오는 장소나 언급된 내용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장소에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 이름이 맞는지, 식당에서 국물을 떠먹을 때 숟가락의 명칭이 정확한 지 확인하는 것이다.(우동 국물을 떠먹을 때 쓰는 숟가락을 렌게또는 스미레라고 부르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방의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서 모형을 만들어 살펴보는 장면까지 나온다. 물론 얼마나 작가인 당사자에게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한다. 타인이 봤을 때 쓸데없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지적들을. 자신들에게는 꼭 해야 하는 사명감이라고 하면서. 참 대단하다. 교열의 세계.

 

 무뚝뚝하고 남의 일에 관심이 없던 교열부 직원들은 조금씩 자신들도 모르게 바뀌어간다. 멋 부릴 줄도 모르고 단순한 공무원 패션만을 즐겨 입던 후지이와는 코에츠에게 관심을 보이며 친절해진다. 사무실에서 붙박이처럼 근무하던 동료들이 전염이라도 되었는지 외출도 잦아지고 분위기는 활기를 띤다. 모든 일에 열정적인 코노에게 따라다니는 에피소드도 참 다양하다. 한 전업주부의 책을 맡아 교열을 했는데, 표지의 제목이 탈자가 생기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오천 권의 책, 그것을 다시 인쇄하려면 또다시 비용이 발생하게 되니 스티커로 제목을 인쇄하여 밤샘 작업을 해서 겨우 맞추는 작업을 하게 된다. 한 사람의 실수는 교열부 전체의 미스가 된다면서 전원이 약속을 취소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감동적인 마음들실제로 직장 분위기가 이렇게 좋을까 싶다. 아마도 모든 직장의 분위기가 이렇다면 살 맛 나지 않을까. 좀 더 직장에 오래있고 싶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서 이직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드라마니까 그런 소망을 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코노의 후배 모리오는 코노가 그렇게 동경에 마지않는 랏시의 편집부에서 일한다. 차라리 둘이 바꾸었더라면. 코노의 열정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여기에 그냥 평범한 얼굴의 남자가 나타난다. 대학생인데 이미 15세에 소설을 써서 놀라게 했다는 코레나가 유키토. 어느날 코노와 유키토는 부딪히면서 마주하게 되는데 한 눈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된다. 보는 입장으로서는 그럴 만한 느낌은 별로 안 드는데 좀 웃긴다. 훈남스러운 느낌은 나지만. 엉뚱한 데가 있는 코노와 엮어주려는 드라마의 컨셉이 보인다. 둘이 두근두근한 느낌이다. 유키토는 월세를 못내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는데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을 하려는 과정에서 알게 된 모리오의 배려? 또는 흑심? 으로 모리오의 집에서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된다. 사정이 그러하니 랏시의 전속 모델이 될 때까지만 살아도 좋다고. 코노는 아직 이런 사실도 모르는데.

 

 자칭 생각이 없고 뇌와 입이 붙어 있는 것처럼 말이 바로 나와 버린다는 코노는 실수도 잦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좀 아닌 것 같다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관여를 하다가 작가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도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아닐까. 하지만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여 오히려 작가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다음 원고도 교열을 부탁하는 등 할 일이 줄을 잇는다. 또 아는 것은 얼마나 많은지. 7년이나 와신상담하면서 갈고 닦았을 것이다. 말하기에 대해서는 감히 누가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 똑 부러진다.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나면 정신이 없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흐뭇하게 미소 짓게 한다.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이.

 

  코노의 최대 관심사는 랏시로 가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될지. 어느 날 랏시의 긴급 요청으로 교열을 맡게 되는데, 표정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이 행복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실수를 피해갈 수 없었는지 표지 부분의 실수가 드러나, 부편집장으로부터 후끈한 질타를 듣는다. 교열이나 잘 하라고 무시하는 발언에 힘이 쭉 빠지고. 다음날은 잿빛 패션으로 출근해서 초죽음이 된 코노를 보고 교열부의 직원들은 평소의 코노 같지 않다며 몹시 걱정을 한다. 화려한 패션으로 눈의 즐거움을 주던 코노의 그런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정도이다. 이렇게 물러서면 안 되는데. 다행히 유키토의 정성어린 응원으로 코노는 당당함과 웃음을 되찾는다. 그리고 랏시로 찾아 간 코노는, 눈에 띄지 않는 일, 쓸데없이 보이는 일이라며 무시하지만 당연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해 세상은 평화롭게 안정되어가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을 해서 랏시의 직원들을 입을 다물게 만든다. 코노는 정말 멋졌다!!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는 세상에 하찮은 일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 드라마다. 아무리 쉬워 보이고 간단한 일일지라도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사 빠진 기계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와 20년이나 헤어져 살았던 유키토에게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고(작가 혼고 선생이다) 그들의 우정 같은 사랑도 차츰 깊어간다. 처음엔 별로 맞지 않은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털털해 보이면서도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어느새 잘 어울려 보였다. 재기발랄한 교열 걸 코노 에츠코는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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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아르제논에게 꽃다발을 | 일드 보기 2018-08-2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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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드를 보기 시작한 건 아마도 14년도 가을이었나.

그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인데, 중단했던 일본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공부와 함께 듣기공부를 위한 드라마 보기는 나의 새로운 낙이 되어있었다. 매일 한 편씩 주말에는 여러 편을 몰아서 보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러던 중 내가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 활동을 하게 되면서 차츰 줄어들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고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니 일주일, 한 달 이렇게 넘어가도록 못 보던 때도 많았다. 나는 TV를 끊은 지도 6년이 넘어서 그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요즘 조금씩 띄엄띄엄 보다가 하루에 다섯 편을 몰아서 볼 정도로 재미있었던 일드가 있다.

바로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상대역이었던 꽃미남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나오는 게 아닌가. 정말 재밌게 보았던 그 드라마에서 보았던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나온다는 것만으로 금세 빠져 버렸다. 이틀에 걸쳐 10화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를 다 볼 정도였으니...

 

주인공은 시라토리 사쿠토, 스물여덟 살이 된 청년인데 여섯 살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태어나서부터 그랬을까. 단순한 놀이밖에 할 수 없는 사쿠토를 둘러싸고 가족은 갈등을 한다. 똑똑한 누이동생과 비교하며 상처를 입힌다. 그러다 결국은 아빠와 사쿠토, 엄마와 카렌이 헤어져 살게 된다. 얼굴은 어디에 내놓아도 미남이건만. 그나마 사쿠토의 아빠는 아들을 사랑으로 대해주고 꿈을 꿀 수 있도록 주지시켜주는 다정한 아빠였다.

 

사쿠토의 아빠가 죽기 전 꽃집을 운영하는 후배에게 열다섯 살에 맡겨지고 그렇게 세월이 갔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느새 웃음이 무기가 되어 있었다. 꽃집의 기숙사 동료들은 사쿠토를 이용해서 데이트 상대를 낚으려고 앞장서게 한다. 어눌한 행동에 아무 죄 없이 얻어맞기도 일쑤다. 얼마나 한이 되었을까. 히라가나 카드를 가지고 공부를 하면서 おりこうなりたい오리코 나리타이’(똑똑해지고 싶다)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똑똑해지면 엄마가 좋아하실 거라면서.

 

사쿠토의 이런 바람이 과연 이루어질까.

어느 날 얻어맞고 울고 앉아 있는 사쿠토 앞에 하얀 쥐가 나타난다. 외톨이 사쿠토는 자신의 처지 같은 하얀 쥐가 마냥 친구 같기만 하다. 이름을 물었더니 히라가나의 카드를 옮겨 다니면서 알려주는 게 아닌가. 바로 아. . . . . 아르제논은 뇌생리학 연구센터에서 키우는 쥐이다. 난치성 병 치료를 위해 키우던 소중하게 여기던 아르제논이 어떻게 밖으로 나왔을까. 하치츠카 박사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위해 신약 ALG의 임상실험을 위해 대상자를 찾고 있었는데... 같이 일하고 있는 모치즈키 하루카는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하치츠카 박사와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사라진 아르제논을 찾으려고 연구소는 발칵 뒤집어지고...

하루카는 사쿠토가 있는 꽃집에까지 찾아온다. 아르제논을 찾으러 왔다는 말에 사쿠토는 숨어들어가며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 왜 아르제논을 버렸느냐고.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쿠토는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하며 눈물을 쏟는데... 하루카의 눈물어린 호소에 아르제논을 내어준다.

 

똑똑해지고 싶다는 사쿠토의 바램은 이루어져 수술을 받기에 이른다. ALG라는 신약으로. 3일이면 나타난다는 효과가 금세 나타나지 않아서 모두들 안절부절 한다. 13일이 지난 후, 어려운 계산을 암산으로 하게 되면서 동료들은 놀라는데. 점점 똑똑해지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얼굴표정과 말투에 천재의 기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눌함과 웃음기도 사라졌다. 여자들을 보아도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던 사쿠토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토록 하고 싶던 운전을 배우게 되고. 그야말로 급성장이다. 아들을 잃은 하치츠카 박사는 사쿠토를 아들로 삼고 자동차를 선물하고 방을 마련해주며 급기야는 연구팀에 합류하게 된다. 아이큐 200이 넘는 천재. 평생 동안에 박사가 이루었던 연구를 사쿠토는 단 2주 만에 해내는 놀라운 결과를 낸다. 역시 천재는 아름다워.

 

천재가 되면서 새로운 신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마음의 그늘이 있다. 엄마를 만나서 똑똑한 사람이 된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내던 일, 하루카에게 주소를 알아내서 혼자서 엄마를 찾아간다. 십 년도 넘게 떨어져 살면서 아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하지 않았을까. 굳은 표정의 냉정한 엄마의 얼굴을 마주하고 사쿠토는 당황한다. 더구나 자신에게 복수하러 온 줄 알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가져간 꽃다발을 내치는데. 칭찬받을 줄 알고 마음 설레며 달려갔건만.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커다란 상심을 품고 돌아온다.

 

처음부터 하루카를 좋아하던 사쿠토, 처음엔 그의 순수한 마음에 동정을 품고 있던 하루카는 연인으로 발전하여 같이 살게 된다. 어떤 연인이 부럽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아픈 과거는 이제 잊고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랬다.

 

그즈음 아르제논에게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한다. ALG의 과잉투여로 미로를 찾지 못하고 머리를 부딪치며 상처가 나고 서서히 죽어간다. 이것은 사쿠토에게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비상사태가 벌어진다. 얼른 손을 쓰지 않으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니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아버지의 환각을 자주 보게 되면서 사쿠토는 불안해지는데...

 

또 하나의 뇌환자 연구센터 이사장의 딸 리오가 있다. 뇌가 계속 수축해 가며 마침내는 꽃이 되어간다는. 치료 방법도 없고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데. 초가 급한 지경에 이르러 사쿠토는 연구진들과 함께 리오를 살려낸다. 자신의 상황도 급박한 지경이었지만, 아르제논과 자신이 받은 지능 등 천재의 혜택을 리오를 위해 쓰기로 작정한 것이다.

 

리오를 살려낸 순간 사쿠토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를 보는 것 같은 허전함과 안타까움에 사로잡혔다. 찬란했던 신세계의 잠깐 동안의 삶이 그를 행복하게 해 주었을까. 타임머신에서 내리면 현실로 돌아오듯이 사쿠토는 이전처럼 웃음기 많은 얼굴로 돌아와 동료들과 어울린다. 이전보다 더 끈끈한 우정으로.

 

똑똑함을 강조하는 세상이다. 비교를 하고 상처를 주고 불행을 자초하기도 한다. 그런 신약이 있다면 행복을 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 상상 속에서라도 신세계 속에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너무 안타깝고 짠한 이야기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다면서 하루카에게 만나지 않겠다는 말을 고하는 일. 사랑하는 연인도 못 알아보는 옛날로 돌아가는 일...

이쯤 해서 잊어야겠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끝내야지. 더 생각하면 머리 아프다.

멋진 연기를 하는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나오는 드라마를 또 찾아 봐야겠다.

 

 사쿠토가 엄마와 화해하며 안아주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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