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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있다'는 말은 나를 소개하는 기나긴 글의 한 줄일 뿐 | 기본 카테고리 2022-05-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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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신채윤 저
한겨레출판 | 2022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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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있다'는 말은 나를 소개하는 기나긴 글의 한 줄일 뿐

 저자는 타카야수동맥염을 앓기 전과 후 자신의 서사를 구성한 수많은 일화들을 포근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아팠던 순간도, 즐거웠던 순간도 가감 없이 풀어내며 병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는 병을 결함,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병에 걸린 이들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동정과 안타까움의 시선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비처럼 쏟아진다. 병에 씌워지는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와 대비되는, 병을 '이겨낸' 사람들은 기적의 주인공이 되고 희망의 아이콘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병은 개인을 구성하는 정체성의 일부이지, 이걸 이유로 개인의 삶을 비극적이라고 재단할 수 없다. 병 때문에 아파하는 것도, 병이 있음에도 즐거운 하루를 보낸 것도 모두 개인의 모습이다. 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을 구성하는 수많은 정체성을 그저 '환자'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는 없다. 병에 걸리는 순간, 병이라는 적에 맞서 이기라며 개인을 전선으로 떠미는 것이 때로는 병보다 더욱 잔혹할지 모른다.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고 365일 매일 24시간 동안 절망의 쓴맛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p87)
"병은, 병이 가져온 고통은 내가 이루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 아니다. 이 고통을 '이겨낸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 끝난다는 보장도 없고, 끝나면 내가 이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병마와 싸워 이기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병에 의한 고통과 싸우지 않고 그냥 아픈 순간은 아프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는 걸까." (p135)

 병이 있다고 꼭 열심히 살 필요는 없다. 아프니까 한 줄기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병을 몸의 상처가 아닌, 계속 있을 수도 사라질 수도 있는 '조금 특이한 무늬의 점'(p159)으로 생각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그래 맞아. 내 몸에 이상이 있지. 어쩌면 심각한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반드시 우울함에 잠겨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구나! 병은, 아픔은 내 즐거움을 막을 수 없었다. 내가 '난 아파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해'하며 절망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반드시 절망에 짓눌려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p54)
"너 힘 좀 빼고 살아, 그렇게 호전적으로 살지 않아도 돼, 매일 하루를 대할 때 투지를 다지지 않아도 괜찮아," (p69)
"병이 꼭 나아야 하나? 병에 걸려도 내가 이렇게 빛나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p159)

 나와 저자 사이 5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너무나도 다양한 삶의 지혜들을 책 한 권에 담아낸 저자의 앞길이 언제나 행복으로 가득 차길 바라며, 우리 사회가 병을 좀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림을좋아하고병이있어 #신채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3기_그림을좋아하고병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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