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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와 '고작'은 어떻게 다를까…숲에서 나온 우리 말 | 숲노래가 지은 책 2016-06-2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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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혜선 문화부장님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6)이라는 책을 놓고 느낌글을 써 주셨습니다. 이번에 책을 내며 <머니투데이> 매체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데에도, 이렇게 멋진 느낌글을 써 주셨으니 그저 고마우면서 기쁠 뿐입니다. 책 한 권을 고이 읽고서 써 주신 글이라고 느껴요. 제가 쓰는 느낌글도 이처럼 '책 한 권을 고이 사랑하는 이야기'로 슬기롭게 여미는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제 누리사랑방에 이 글을 옮겨 놓으려 합니다. 고맙습니다.


+ + +


'겨우'와 '고작'은 어떻게 다를까…숲에서 나온 우리 말

[MT서재]'새로 쓰는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1100가지 비슷한 말이 264가지 꾸러미에


집 책꽂이에는 사전 몇 권이 그야말로 '장식품'처럼 있다. 국어사전, 영·한사전, 한·영사전, 자전 그리고 독어사전. 아, 아이가 학원 다닐 때 봤던 영영사전도 하나 있는 듯하다. 

자전을 빼고는 모두 중고등학교 때 봤던 사전이니 낡았다. 마지막 들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으니, 버려야 할 물건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한데 괜히 가진 책. '책'이라고 쓰고 나니 드는 생각 하나 '사전을 책으로 생각한 적이 있던가?'

네이버에 '사전'을 검색하니,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해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이라고 나온다. 그래, 사전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은 사전은 사전이되 색다른 사전이다. 딱딱하거나 비닐이 싸인 표지와도 다르고 종이재질 역시 습자지 류가 아닌 일반 단행본 책과 같다. 무엇보다 기존 사전의 양식과 서술 방식이 다르다. 찬찬히 읽으니 오히려 단정한 문장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는 산문 느낌이다.

"뜻밖에 어떤 일을 겪어서 가슴이 자꾸 뛸 적에 '놀라다'라 합니다. '놀라다'는 무서움을 느끼는 자리에서도 씁니다. '까무러치다'와 '두근거리다'는 놀라서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놀라서 넋을 잃듯이 있으면 '까무러치다'라 합니다. 놀라서 가슴이 자꾸 뛰는데 멈추지 않으면 '두근거리다'라 해요. '까무러치다'와 '두근거리다'라는 낱말은 '놀라다'처럼 대단하거나 뛰어난 어떤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일을 가리킬 때에도 씁니다. '설레다'는 마음이나 몸이 가만히 있지 않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마음이 설레다"는 어떤 일을 기다리거나 바랄 적에 씁니다. '두근거리다'도 이런 느낌을 가리킬 수 있는데, '설레다'는 반갑거나 기쁘게 기다리거나 바랄 적에만 쓰고, '두근거리다'는 모든 자리에서 두루 쓸 수 있습니다."

한 꾸러미에 담은 '놀라다·까무러치다·두근거리다·설레다'는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쓰임새가 다르다. 누군가가 예의를 갖춰 그 차이를 조근조근 설명하는 듯하지 않나. 설명문 뒤에는 각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한 예문이 나온다. 

이런 문장을 읽으니 '~한 모습', '~하는 행위' 형태의 설명과 '(비)슷한 말'이나 혹은 '(반)댓말'이라는 약어로 몇 개 단어가 나열되고, '~ 하다'라는 식의 예문으로 설명된 깨알 같은 글씨의 사전이 왜 안 읽혔는지 알 것 같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쓰는 일 없는 한자말이 너무 많다. 일본 영어와 일본 말이 너무 많다. 외국사람 이름과 외국 도시 이름, 외국 문학책 이름도 많다. 한국말 풀이가 엉성하다. 아무리 읽어도 슬기롭게 쓰는 길을 배우기는 어렵다. 차라리 내가 국어사전을 새로 써도 훨씬 낫겠다."

저자가 고등학교 때 '국어사전 통독'을 두 차례 하면서 느낀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25년 만에야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

1100개 단어를 264개 꾸러미에 담았다. 그리고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그 맛과 멋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음을 반듯한 문장으로 보여준다.

그는 사전을 내기까지 한 우물을 팠다. "1994년부터 한국말을 살찌우는 길을 스스로 찾아서 배웠다." 그렇게 20여 년 동안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보리 국어사전을 편집하는 일을 하고, 이오덕 선생의 유고와 일기를 정리하고, 우리말을 정리했다. 

그의 말을 숲에서 나왔다고 하는 이유는 전남 고흥에 사진책도서관+한국말사전 배움터 '숲노래'를 꾸리며 살고 있어서다.

저자는 책에 대해 "말·넋·삶을 새롭게 가꾸면서 사랑스레 살찌우는 길을 기쁘게 생각하자는 살림살이를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사전을 만들면서 '생각하는 기쁨'을 살리는 말을 고민한 저자의 마음이 귀하게 다가온다.

'벌써-이미-어느새
개운하다-시원하다-후련하다
고즈넉하다-호젓하다-한갓지다
뜨뜻하다-미지근하다-미적지근하다-뜨뜻미지근하다
심심하다1- 심심하다2- 따분하다-재미없다
이따금-가끔-더러-때로-때로는-때때로
성가시다-귀찮다-번거롭다
맑다-깨끗하다-정갈하다-해맑다-티없다-해사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멋지게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라 해도 이런 한글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고 그 맛을 살려 번역하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새로 쓰는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최종규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496쪽/2만5000원

(머니투데이 기사)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62315474852030&outlink=1

(네이버 기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8&aid=0003701530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최종규 저/숲노래 기획
철수와영희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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