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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사전/우리말
읽었습니다 215 한국어-네덜란드어 사전 | 숲책+사전/우리말 2023-02-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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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네덜란드어-한국어사전

김영중 저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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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2.13.

읽었습니다 215

 

 

  1994년에 서울에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화란어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무렵에는 ‘화란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썼고, 이제는 ‘네덜란드어 학과’로 이름을 고쳤습니다. 처음 들어가서 처음 듣는 네덜란드말이었는데 ‘네덜란드’는 ‘네덜란드’도 ‘더치’도 아닌 ‘네이델란뜨’라고 바로잡아 주더군요. 모든 나라는 삶·살림·사람이 달라 말·소리·가락이 다릅니다. ‘반 고흐’란 사람은 없고 ‘환 호흐’가 있을 뿐이고, ‘헤이그’란 마을은 없고 ‘덴 하흐’만 있다지요. 이런 여러 가지를 살뜰히 짚고 상냥하게 가르친 김영중 님은 ‘네덜란드말 꾸러미’를 내려고 안간힘이었고, 새내기였던 몸으로도 셈틀에 글넣기(원고입력)를 거들었습니다. 그때 글치기(타자)를 잘 하는 배움이가 드물었거든요. 2007년에 드디어 태어난 《한국어-네덜란드어 사전》은 ‘사전’이기보다는 ‘단어장’입니다만, 얼마나 피땀이 깃들어 태어났는지 알기에 토닥토닥하면서 읽어 보았습니다.

 

《한국어-네덜란드어 사전》(김영중 엮음,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7.2.2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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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88 제주도 (이즈미 세이치) | 숲책+사전/우리말 2023-02-0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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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주도

이즈미 세이치 저/김종철 역
여름언덕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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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책읽기 2023.1.31.

숲책 읽기 188

 

《제주도》

 이즈미 세이치

 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5.25.

 

 

  《제주도 1935∼1965》(이즈미 세이치/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는 일본이웃이 우리나라 제주섬을 살핀 발자취를 서른 해를 틈을 두고서 갈무리하고서 여민 꾸러미입니다. 이제는 우리 손으로 우리 삶자취를 차곡차곡 여미는 사람이 부쩍 늘었으나, 아직도 우리 삶길보다는 이웃나라 삶길에 더 마음을 쏟는 얼개입니다. 지난날에도 우리 살림새를 우리 눈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손으로 품는 일이 드물었고, 오늘날에도 우리 살림빛을 우리 숨결로 읽고 헤아리면서 우리 넋으로 다독이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틀림없이 늘어납니다.

 

  이웃나라에서 먼저 세우거나 마련한 틀에 맞추면, 이모저모 읽거나 헤아리기에 수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나라 틀(이론·학문)은 이웃나라 삶·살림·사람을 살펴서 세운 틀이에요. 모든 나라는 다르기에 모든 나라는 저마다 저희 틀을 차근차근 세울 노릇이에요.

 

  지난날에는 총칼을 앞세운 무리가 억지로 짓밟았기에 ‘우리 눈·넋·숨·말글’을 스스로 뒷전으로 내몰았다면, 오늘날에는 ‘우리 눈·넋·숨·말글’을 뜬금없이 ‘민족주의·보수·차별’로 내몰곤 하더군요. 그러나 인도는 인도 눈빛으로 읽고 보아야 인도를 알 수 있고, 네팔은 네팔 넋으로 읽고 보아야 네팔을 알 수 있어요. 일본은 일본 숨길로 읽고 보아야 일본을 알 테며, 이 나라는 한겨레 말글로 읽고 보아야 비로소 이 나라 이 땅을 알 수 있습니다.

 

  제주사람 말글하고 삶결하고 살림새를 안 살피면서 제주를 알 턱이 없습니다. 우리말·우리글을 안 살피면서 우리 옛자취하고 오늘살림을 알 턱이 없어요. 이런 여러 가지를 헤아려 보면, 《제주도 1935∼1965》는 이웃 일본사람이 한겨레하고 제주섬을 찬찬히 사랑하려는 마음을 기울여서 여민 값진 꾸러미라고 여길 만합니다.

 

  제주에서 나고자랐기에 제주를 알지 않습니다. 한겨레(한국)란 이름을 달고서 살아가기에 한겨레를 알지 않아요. 말 한 마디를 차근차근 돌아보고, 살림살이 한 가지를 찬찬히 보살필 적에 비로소 우리 속빛을 읽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우리사랑(나사랑)’하고 등져요.

 

  작은 낱말 ‘우리’는 ‘너 + 나(나 + 너)’입니다. 혼자를 제대로 느끼고 바라보기에 ‘우리’입니다. 둘레에 다른 사람이 없어도 ‘나 + 나무’나 ‘나 + 새’이기에 ‘우리’입니다. ‘나 + 흙’이나 ‘나 + 풀벌레’나 ‘나 + 구름’이나 ‘나 + 바람’이나 ‘나 + 바다’이기에 ‘우리’예요.

 

  그저 뭉뚱그리는 자리에서도 ‘우리’를 쓰기에 “우리에 가둔다”도 있으나, 이런 말씨는 ‘말이 잘못’이 아닌, ‘말을 다루는 마음이 일그러진 모습’일 뿐입니다. 마음을 슬기롭게 다스리고 어질게 펴는 말로 생각을 심어야 비로소 한겨레도 제주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우리 스스로 태어나거나 살아가는 자리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살림을 짓습니다.

 

ㅅㄴㄹ

 

밭갈이가 바쁜 계절이 끝나면 섬 날씨는 맑아 바다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그리하여 비 많은 달로 접어든다. 밭에는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다. 칠월절 전후는 이른바 ‘검질매기(김매기)’가 바쁜 철이다. (110쪽)

 

그들은 사락눈 또는 방울눈이 내린 직후엔 사냥감을 사로잡긴 쉬우나 급경사면에서는 ‘어름시러짐(눈사태)’이 많으니 깊은 골 바닥엔 들어가지 말라든가 엄의 사면은 잘 미끄러진다든가, 밑에 물이 흐르고 있는 엄믜 눈다리는 위험하니 피하라 …… (117쪽)

 

일본 해녀는 잠수 때 속치마를 입는데 비해 제주도 잠녀는 이와는 다른, 더구나 한복과도 계통이 다른 마름질인 소중의를 입는다는 것, 어획 대상물은 일본에서는 식용의 패류, 해조류가 주인데 비해 섬의 잠녀는 우선 밭거름으로서의 듬북이 죽이고 식용 해조류와 패류가 버금이라는 점이다. (147쪽)

 

(1933년) 일본 재주 한국인에 대해서 보면 전혀 그 양상을 달리해 특히 오사카·도쿄 등 대도시 거주자의 반수 가까이가 제주도 출신자다. (265쪽)

 

여자의 86.9퍼센트는 한복을 가지고 있는 반면 남자는 84.2퍼센트가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한복을 소유한 남자들 중 8인은 한 사람당 한 벌씩, 나머지 2인만이 각각 세 벌, 다섯 벌을 소유하고 있다. (292쪽)

 

(1944년) 인구 25만 명 정도인 섬에 전체 인구의 거의 반수에 해당하는 일본군이 들어와서 전도의 요새화를 위해 해안에서 한라산 기슭에 걸쳐 토치카를 만들고 도로를 고치고 혹은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진지에는 무기가 모여 쌓여갔다. 그것은 1년도 안 되는 기간이었으나, 뒤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섬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 (3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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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87 악당이 된 녀석들 | 숲책+사전/우리말 2023-01-0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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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박지애 그림/사자양 기획
다른매듭 | 2022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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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1.3.

숲책 읽기 187

 

《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

 박지애 그림

 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2.1.27.

 

 

  《악당이 된 녀석들》(정설아·박지애·사자양, 다른매듭, 2022)을 읽고 보니,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그동안 하나하나 익히고 살펴 왔구나 싶습니다. 적잖은 이웃님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이미 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낯설다’거나 ‘몰랐다’고 여길 만합니다.

 

  집에서 살림빛을 스스로 익히는 아이들은 여덟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해마다 하루씩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찾아가서 ‘입학유예신청서’를 써야 합니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를 굳이 다녀야 할 까닭이 없으니 안 다닐 뿐이지만, 그분들(제도권학교 교사)은 왜 어린이·푸름이가 배움터를 다닐 마음이 없는지를 귀여겨들으면서 그곳(제도권학교)을 바꿀 마음이 여태 없다고 느낍니다.

 

  나라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여 배움터를 세우고, 길잡이한테 일삯을 줍니다. 배움책(교과서)도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여서 내놓고, 숱한 펴냄터는 어린이·푸름이가 곁에 두는 배움책(참고서)을 만들어서 목돈을 끝없이 벌어들입니다. 나라는 무엇을 길들이려고 배움터를 세우고 배움책을 읽히는지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이른바 배움삯(교육비)은 배움터를 다녀야 누리는데, 이 배움삯은 ‘아이·어버이’한테 안 주고 배움터에만 줍니다. ‘육아수당·아동수당’이란 돈도 똑같아, ‘아이·어버이’한테 안 주고 어린이집·유치원에 몰아줍니다. 나라는 왜 이렇게 하면서 사람들을 길들이려 할까요? 길드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나이를 먹을까요?

 

  어린이책 《악당이 된 녀석들》에 나오는 모든 ‘나쁜놈(악당)’ 소리를 듣는 짐승이나 들꽃은 ‘나라’에서 돈벌이를 헤아려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돈벌이만 바라보는 나라에서 길든 사람들 스스로 돈을 더 거머쥐려고 들여왔습니다. 예나 이제나 오늘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누리고 배웁니다. 배움터를 다니면서 배움끈(학력)을 늘리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일감을 받아서 돈을 버는 얼거리’에 스스로 가둡니다.

 

  배움터를 오래오래 다닌 사람들은 고라니나 멧돼지하고 이웃하는 시골에서 안 살게 마련입니다. 책을 많이많이 읽은 사람들은 다람쥐가 뛰노는 숲하고 동떨어진 서울에서 살게 마련입니다. 부스러기(지식)를 쌓을수록 ‘나쁜놈’을 더 많이 둘레에 놓는 나라 얼거리입니다. 살림길을 살펴서 하루를 그릴 적에라야 비로소 ‘나쁜놈도 좋은놈도 아닌 이웃’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나라가 바뀌려면 ‘나부터’ 바꿀 노릇입니다. 배움터가 아닌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을 익히는 어린이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배움터 길잡이로 손쉽게 달삯을 버는 길을 스스럼없이 내려놓고서 살림길로 거듭나는 참다운 어른이 나오기를 바라요. 그때라야 ‘나쁜놈’이란 이름이 이 땅에서 사라집니다.

 

ㅅㄴㄹ

 

1960년 이후, 우리 다람쥐가 사람이 키울 수 있는 반려동물이 되면서 판매가 시작되었어. 이때 약 20만 마리가 팔렸고, 또 어떤 해에는 약 30만 마리가 팔리기도 하면서 애완용으로 주목을 받았대. 한국산 다람쥐들은 줄무늬가 또렷해서 무척 잘 팔렸지. (15쪽)

 

나보고 자꾸 마녀의 상징이니, 드라큘라니 하던데 사실 좀 억울해. 나는 그저 깜깜한 게 좋고 집이 동굴인 것뿐이라고. (50쪽)

 

요즘은 뉴트리아의 항문을 꿰매어 스트레스를 주어서 개체수를 줄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해요. 퇴치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생물이 있다는 것에 어떤 생각이 드나요? (72쪽)

 

성격도 강하고 물이 더러워도 살 수 있는 우리와는 정반대인 거지. 남생이가 우리 붉은귀거북보다 온순하고 느려서 사람들에게 잘 잡히는 것도 문제야. 남생이가 사람들의 보신용이나 약재로 매우 좋다며? (83쪽)

 

코치닐 색소를 얻으려면 우리 깍지벌레가 많이 필요한 모양이야. 1킬로그램 정도를 얻기 위해서 무려 10만 마리가 필요하다니까. (1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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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해정토

이시무레 미치코 저/김경인 역
달팽이출판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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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1.3.

숲책 읽기 184

 

《고해정토苦海淨土, 나의 미나마타병》

 이시무레 미치코

 김경연 옮김

 달팽이출판

 2022.1.18.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이시무레 미치코/김경연 옮김, 달팽이출판, 2022)은 책이름 그대로 미나마타 죽음앓이를 들려줍니다. ‘고해(苦海)’하고 ‘정토(淨土)’가 나란히 도사리는 마을로 내몬 죽음앓이(환경병)일 텐데, 고기잡이하고 논밭짓기로 살아오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사람·바다·땅·집·삶·꿈을 모조리 빼앗겼습니다. 이때에 나라(정부)하고 고을(미나마타 벼슬아치)은 뒷짐일 뿐이었고, 여러 글바치가 이 민낯을 다루었으나 숱한 글바치는 먼나라 일로 여겼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죽음앓이는 나몰라라이지요. 그런데 나라 탓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길그림을 보면 미나마타는 매우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바닷마을입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또 미나마타시라는 벼슬아치는,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바닷마을에 끔찍한 죽음터를 때려박았으며, 오늘날에도 이 죽음터는 고스란합니다.

 

  빛(전기)은 시골이나 서울이나 다 씁니다만, 빛을 많이 쓰는 곳은 서울인데, 정작 서울에는 빛터(발전소)를 크게 세우지 않습니다. 모든 죽음터나 빛너는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두멧시골에 세우는 일본이요 우리나라입니다. 이러다 보니, 글바치뿐 아니라 여느 사람들 스스로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가’를 모릅니다.

 

  이 땅은 티끌(고해)일까요? 이 땅을 떠나야 하늘(정토)일까요? 오늘(고해)은 죽음앓이에 잿빛앓이에 소용돌이를 치는 하루인가요? 삶을 내려놓은 다음(정토)에 이르러야 비로소 꿈이며 사랑을 속삭일 하루인가요?

 

  무언가 지으려 할 적에 왜 죽음물(폐수)을 내놓아야 하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예부터 살림집에서 내놓는 구정물은 ‘다른 목숨을 죽이는 물’이 아닌, ‘흙으로 돌아가 되살아날 물’이었습니다. 오늘날 구정물은 스스로뿐 아니라 둘레를 모조리 죽음길로 내모는 판입니다. 부릉부릉 매캐하게 달리는 쇳덩이는 더 달릴수록 들숲바다를 더럽힙니다. 부릉부릉 쇳덩이가 달리도록 놓는 새까만 길도 들숲바다를 어지럽힙니다. 죽음앓이에 죽음길에 죽음판에 죽음수렁은 미나마타에만 있지 않습니다. 온누리 어디에나 있습니다. 한겨울에 비닐집을 세워 기름을 때서 거두는 밭딸기는 참말로 딸기가 맞을까요? 딸기꽃도 딸기잎도 잊은 채 딸기알만 한겨울에도 늦가을에도 누리는 오늘날이란, 바로 ‘누구나 사납이’라는 뜻입니다.

 

  작은 아줌마 이시무레 미치코 님은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을 남겨 놓았습니다. 2007년에는 《슬픈 미나마타》란 이름으로 나온 적 있습니다. 미나마타는 미나마타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서울도 시골도 나란히 미나마타입니다. 총칼(전쟁무기)을 만드는 곳에서도 끔찍한 죽음물이 쏟아지고, 총칼은 언제나 죽음물을 잔뜩 내놓는 죽음길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잊기에 나랏놈도 고을놈도 죽음짓을 일삼으면서 사람들을 허수아비로 부릴 수 있습니다.

 

ㅅㄴㄹ

 

미나마타병을 잊어버려야 한다면서, 결국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과거 속으로 묻어버려야 한다는 풍조, 지금도 알게 모르게 매몰되어 가고 있는 그 암흑 속에 소년만이 우두커니 혼자 남겨져 있었다. (32쪽)

 

숭어뿐만 아니라 새우, 전어, 도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애가 탄 어부들은 보나마나 어렵사리 변통했을 돈으로 막 유행하기 시작한 나일론 어망으로 바꿔 보기도 했지만, 고양이가 사라진 해변에 들끓는 쥐들에게 빚내서 힘들게 마련한 나일론 어망을 맛좋게 갉아먹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77쪽)

 

무장한 경찰 기동대의 도착은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회색빛 나는 감색으로 통일된 무장집단. 어깻죽지가 찢어진 누추한 셔츠나 길이가 짧은 무명옷을 입고 지금까지 투쟁으로 가슴께가 풀리고 찢긴 어민들 틈으로 도착한 트럭에서 뛰어내린 이 무장집단이 우르르 몰려갈 때, 그것은 하나의 검은 염색체처럼 보였다. 어민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철갑옷을 입고 곤봉을 휘두르며 나아가는 기동대의 그 색깔은 너무 오싹해서, 확실히 어민들은 기가 죽고 말았다. (113쪽)

 

“여보, 당신은 밥을 해, 나는 회를 뜰 테니. 그렇게 마누라는 쌀을 씻지, 바닷물로. 깨끗한 먼 바다 바닷물로 지은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새댁, 먹어 본 적 있나? 그게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밥이 희끄무레하게 물이 들고 바닷물 내음이 은근히 입안에 감돈단 말이지.” (188쪽)

 

“우리는 보리 먹으면서 살아온 사람의 자손이오. 부모님 여의기 전까지 가난히 힘들었지. 부모님 돌아가시고 우리만 겪는 가난은 눈곱만큼도 안 힘들어. 회사 있고 사람 있다고, 당신들은 그렇게 생각하나 본데! 회사 있어 태어난 인간이라면, 회사에서 태어난 그 인간들도 같이 데리고 가줘요. 회사 폐수 때문에 죽은 사람은 봤어도 보리며 고구마 먹고 죽었단 얘기는 내 생전 못 들어봤네.” (299쪽)

 

#苦海淨土 #わが水また病 #石牟禮道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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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78 대마와 대마초 | 숲책+사전/우리말 2022-11-2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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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마와 대마초

노의현 저
소동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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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28.

숲책 읽기 178

 

《대마와 대마초》

 노의현

 소동

 2021.1.1.

 

 

  《대마와 대마초》(노의현, 소동, 2021)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 둘레에 이런 책을 좀 읽어 보십사 하고 여쭈는데, 막상 이 책을 기꺼이 장만해서 차근차근 읽고 새기면서 ‘나라·마을·사람’이라는 얼거리를 ‘삶·살림·숲’이라는 눈썰미로 가다듬은 분이 얼마나 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밥은 배불리 먹어도 안 나쁘되, 많이 먹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말에는 ‘아침저녁’이 있을 뿐, ‘아침낮저녁’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틀림없이 아침에 낮에 저녁이 있고, 밤하고 새벽이 있습니다만, ‘아침저녁’을 따로 가르는 까닭을 읽을 노릇이에요. ‘아침밥 = 아침’이요, ‘저녁밥 = 저녁’이거든요.

 

  예부터 우리 겨레는 두끼살림이었다는 뜻이 말마디에 깃든 셈입니다. 아침저녁 사이에는 ‘새참·샛밥’이 있고, 따로 ‘곁두리’라고도 합니다. 때로는 새참을 누리지만, 굳이 안 누려도 됩니다. 그리고 끼니를 아랑곳하지 않는 ‘잔치’가 있으며, 이 잔치는 ‘도르리·도리기’로 가릅니다.

 

  우리말로는 ‘삼’이고, 한자말로는 ‘대마’입니다. ‘삼실’은 삼이라는 풀한테서 얻어요. ‘삼다(실을 삼다·신을 삼다)’라는 낱말은 바로 ‘삼’이라는 풀이름에서 비롯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삼이랑 모시로 오래도록 옷살림을 이었어요. 여기에 솜을 맞아들였고, 결이 훨씬 고운 누에실(비단)을 따로 냈지요.

 

  숲책 《대마와 대마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온누리 여러 곳에서 ‘삼’이라는 풀을 얼마나 알뜰살뜰 옷밥집 살림으로 다루었는가 하는 실마리를 짚고, 풀살림 하나로 누구나 넉넉할 만했으나, ‘고리(커넥션)’를 이룬 무리(정부·기업·군대·언론)가 왜 어떻게 얼마나 언제부터 ‘삼’을 몹쓸풀로 여기도록 내몰면서 틀(법)까지 세웠느냐를 짚습니다.

 

  삼(대마)은 아무 잘못도 말썽도 없습니다. 삼으로 돈벌이를 꾀하거나 다른 돈벌이를 일으키려고 한 무리(정부·기업·군대·언론)가 몹쓸놈일 뿐입니다. 삼씨앗을 ‘살림풀(약초)’로 알맞게 건사하는 길을 간다면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나라가 할 몫이라면, 글바치가 밝힐 길이라면, 사람들 눈귀입을 틀어막는 짓이 아닌, 또 엉터리 이야기로 길들이는 짓도 아닌, 풀살림을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어질게 다루도록 북돋우는 살림빛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대마초(마리화나)가 마약 취급을 받기 전 대마로 베옷이나 밧줄, 기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던 당시에는 삼이나 삼베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던 단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삼보다는 대마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삼이나 삼베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21쪽)

 

면화 재배는 토양과 환경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농산물 중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작물이고, 물 사용 요구 또한 큰 작물이다. 면직물을 마 섬유로 대체한다면 면화 재배 면적을 줄일 수 있고 환경 개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87쪽)

 

대마 속대를 이용해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을 만들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88쪽)

 

15세기에 활판인쇄로 찍은 구텐베르크 《성경》의 종이 원료는 대마였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과 최초의 미국헌법 또한 대마 종이에 쓰였다. (174쪽)

 

미국 정부가 대마 불법화 정책을 실시하게 된 배후에는 합성섬유, 페인트,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막 생산하기 시작한 듀퐁사, 신문재벌이며 삼림재벌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그리고 이들 회사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당시 재력가이며 재무부장관이던 앤드류 멜론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196쪽)

 

미국 농무부는 대마 1에이커의 종이 생산량과 삼림 4에이커의 종이 생산량이 맞먹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8쪽)

 

다급해진 미국은 1942년에 〈승리를 위한 대마〉라는 제목의 흑백 홍보영화를 만든다. 대마 제배법과 대마의 다양한 사용법을 알리며 대마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전쟁 기간 동안 대마를 재배하는 농민이나 그의 자녀들에게는 징집이 면제되었다. (2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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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81 동네에서 만난 새 | 숲책+사전/우리말 2022-11-2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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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저/진선영 역/박진영 감수
도서출판가지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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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28.

숲책 읽기 181

 

《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전선영 옮김

 가지

 2022.2.1.

 

 

  《동네에서 만난 새》(이치니치 잇슈/전선영 옮김, 가지, 2022)는 뜻있으리라 여겨 마을책집에서 장만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새바라기를 즐기는 마을책집에 나들이를 가던 여름에 장만했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읽으며 뭔가 알쏭하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우리 집 아이들한테 건네었어요.

 

  큰아이나 작은아이나 이 책을 못마땅해 하더군요. 왜 이런 책을 읽으라고 건네느냐며 숲노래 씨를 핀잔합니다. 아이들한테 잘못했다고 빌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 있더라도, 시골이 아닌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새바라기를 헤아리는 이웃이 있다고 느낄 책으로 여긴다고 얘기했지만, 투덜투덜 성난 아이들을 달랠 수 없었습니다.

 

  이 책 《동네에서 만난 새》에 나오는 새는 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다 다른 새인데, 모든 새를 동글동글 ‘귀염이(캐릭터)’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 책은 새를 새라는 숨결이 아닌 사람 눈썰미로 따지거나 잽니다. 이 책은 새살림을 가만히 헤아리는 길이 아니라, 짝짓기에 너무 얽매여 다루고, 이 짝짓기도 그저 사람 눈썰미로 구경한 대목에서 그칩니다. 마지막으로 옮김말씨가 안 쉽습니다. 얼핏 보면 어린이도 읽을 만하구나 느낄 텐데, 정작 펼쳐서 읽다 보면,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번역체)가 너무 춤춥니다.

 

  65쪽에 적듯 “동박새 커플은 사람이 보기에도 좀 창피할 만큼”은 뭔 소리일까요? 동박새한테 창피한 글이지 싶습니다. 모든 새가 다 다르게 노래하는 줄 모르는 채 새노래를 들으려 했을까요? 69쪽 글도 너무 엉성합니다. 74쪽에서는 “단시간에 끝나는 새들의 짝짓기가 어떤 의미로는 합리적”이라 적는데, 그저 할 말을 잃었습니다. 93쪽에서는 “새들에게는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튼튼해서 잘 망가지지만 않으면 그만”이라 적는데, 그야말로 새를 얕보는 글입니다. 더구나 사람들이 온누리를 쓰레기판으로 망가뜨린 짓을 스리슬쩍 넘어가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매우 안타깝습니다.

 

  마을에서만 새를 구경하지 않기를 바라요. 새가 살던 보금자리를 빼앗은 사람으로서, 오직 새를 새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부터 가다듬기를 바랍니다. 새바라기는 새를 바라보면서 사람이라는 숨결을 새롭게 가다듬는 길이 아닐는지요? 부디 서울(도시)을 떠나 숲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이처럼 자연을 관찰해서 날씨를 예측하는 일을 옛사람들은 ‘관천망기觀天望氣’라고 하여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57쪽)

 

새는 평소에는 스스로 자기 몸의 깃털을 가다듬지만 신뢰 관계가 있는 커플 사이에서는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상대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을 씀으로써 비로소 한 쌍으로 맺어진 인연이 진정으로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동박새 커플은 사람이 보기에도 좀 창피할 만큼 사이가 뜨겁다. (65쪽)

 

휘파람새에게는 사투리라고 할 만한 지역성도 확인되며, 그 소리를 잘 들어 보면 새들의 노랫소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느껴진다. (69쪽)

 

많은 동물에게 짝짓기 시간이란 천적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므로 단시간에 끝나는 새들의 짝짓기가 어떤 의미로는 합리적일지 모른다. (74쪽)

 

도시 새들의 둥지를 보면 쓰레기투성이라서 가엾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새들에게는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튼튼해서 잘 망가지지만 않으면 그만일지 모른다. (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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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60 카카오, 신들의 양식 인간의 욕망 | 숲책+사전/우리말 2022-11-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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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카오

안드레아 더리,토마스 쉬퍼 공저/조규희 역
자연과생태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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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환경책 2022.11.14.

숲책 읽기 160

 

《카카오, 신들의 양식 인간의 욕망》

 안드레아 더리·토마스 쉬퍼

 조규희 옮김

 자연과생태

 2014.8.11.

 

 

  《카카오》(안드레아 더리·토마스 쉬퍼/조규희 옮김, 자연과생태, 2014)를 여러 해 앞서 읽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마시는 까맣고 달콤한 덩이나 물이 무엇이고 어떤 길을 거치는가를 수수하게 들려주는 꾸러미입니다. 까만 달콤이나 달콤물을 즐긴다면, 카카오라는 열매나 나무나 씨앗을 문득 눈여겨볼 만할 텐데, 뜻밖에 열매나 나무나 씨앗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드문 듯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겨레는 쌀밥을 늘 먹지만 막상 ‘벼·나락·쌀’을 찬찬히 짚는 책이 읽히지는 않는구나 싶고, 이 이야기를 쓰거나 그리거나 담는 사람도 드물어요. 어쩌면 ‘없다’고 해야 할 테지요. 보리나 서숙을 누가 이야기할까요. 팥이나 수수를 누가 쳐다볼까요. 씨앗 한 톨부터 비롯하는 모든 열매를 차근차근 짚으면서 마음으로 만나지 않고서는 풀밥(채식·비건)을 누린다고 말한다면 좀 창피한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밥을 먹느냐 고기밥을 먹느냐 그냥밥을 먹느냐 하고 가르기 앞서, 푸른별을 이루는 뭇숨결을 하나하나 마주하면서 스스로 살림짓기를 가다듬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풀밥을 먹으나 막상 풀꽃나무가 자라나는 들숲바다를 등지는 서울(도시)에서 돈을 벌기만 한다면, 무엇보다 스스로 왜 사람인가부터 잊기 쉽다고 느껴요.

 

  어느덧 우리나라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이 나라 지음터(공장)뿐 아니라 삽일(토목공사)을 하는 데에다가 논밭까지 들어와서 일합니다. 이웃일꾼이 이 나라를 떠나면 이 나라는 멈춥니다. 싸움터(군대)가 없어도 나라가 멈출 일이 없으나, 이웃일꾼이 멈추면 그야말로 나라가 끝장나요.

 

  카카오밭을 살피는 눈길은 너와 나 사이가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첫걸음입니다. 더디거나 작아도 됩니다. 첫걸음을 뗄 노릇입니다. 앞으로 이 나라 젊은이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스스로 꿈을 가꾸는 어른으로 살아갈 적에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아주 늦었습니다만, 이제라도 제대로 바라볼 때입니다.

 

ㅅㄴㄹ

 

병충해에 강한 몇 가지 복제종으로 구성된 경작지는 몇 세대가 지나면 결국 새로운 전염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53∼54쪽)

 

2009년 100그램 초콜릿 한 판 가격은 평균 69센트다 …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약 3센트다. 카카오 재배는 곧 가난한 삶을 의미한다. (79쪽)

 

카카오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대다수 농민은 최종 산물인 초콜릿을 즐기지 못한다. 카카오 농민과 그 가족 대부분은 초콜릿 한 조각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많은 농민은 카카오를 가지고 정확히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81쪽)

 

오늘날 우리가 아는 유용식물 중 상당수는 중남미가 원산지다. 예를 들면 해바라기, 감자, 호박, 옥수수, 아보카도, 담배, 토마토, 콩, 카카오가 그렇다. (187쪽)

 

마야는 글을 돌에 새겼을 뿐 아니라 코덱스처럼 책에 적어 넣기도 했다. 무화과나무 껍질로 만든 몇 미터나 되는 긴 껍질종이에 매우 얇게 석회를 발라 글을 썼다. 폭이 좁은 이 두루마리 종이를 연속 용지처럼 접었고, 나무로 책 표지를 만들었다. 어떤 문건들은 재규어 가죽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마야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양이 엄청났으리라 추정된다. (20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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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248 충실한 정원사 | 숲책+사전/우리말 2022-11-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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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충실한 정원사

클라리사 에스테스 저/김나현 역
휴먼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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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12.

인문책시렁 248

 

《충실한 정원사》

 클라리사 에스테스

 김나현 옮김

 휴먼하우스

 2017.11.15.

 

 

  《충실한 정원사》(클라리사 에스테스/김나현 옮김, 휴먼하우스, 2017)는 땅과 나무와 씨앗과 하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책이름에 붙은 ‘정원사’라는 이름인 분들은 ‘따로 손을 대어 심고 가꾸는 일’을 가리키기에, 이 책이 들려주려는 이야기하고는 좀 어긋납니다. 차라리 “뜰을 돌보다”나 “밭을 보듬다”쯤으로 수수하게 옮기는 길이 나았으리라 봅니다. “살뜰히 푸른손”이나 “알뜰히 풀빛손”이라는 숨결을 느끼도록 말결을 가다듬을 만합니다.

 

  이 나라에서 쓰는 ‘정원’이라는 한자말은 ‘매만져서 꾸며 놓은 꽃나무밭’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와 달리 이 책은 ‘매만지지 않고 땅심을 지켜보고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는 길’을 다루지요.

 

  우리말 ‘돌보다·가꾸다’는 억지를 안 쓰는 길입니다. 숨결을 고이 헤아리면서 품는 길입니다. ‘매만지다·꾸미다’는 억지를 쓰는 길이에요. 숨결보다는 겉으로 보기에 좋도록 하는 길입니다.

 

  해를 읽고 바람을 맞고 비를 누릴 적에는 어디나 저절로 숲을 이룹니다. 사람이 손을 안 대기에 애벌레가 잎을 알맞게 갉고서 나비로 깨어나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잎만 푸를 적에는 애벌레로 살고, 바야흐로 꽃이 피려고 할 즈음 고치를 틀어 꿈누리로 간 뒤, 어느덧 꽃망울이 터져 둘레를 밝힐 무렵 날개가 눈부신 나비로 거듭나는 숲이요 들이며 터전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뜰을 돌보는 눈길이라면 이 얼거리를 기쁘게 맞이하리라 생각해요.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공원·정원’이 아닌 ‘풀밭·풀숲’을 누리고 나누면서 푸른손가락으로 살림을 다독일 만합니다.

 

  나무는 해바람비를 먹기에 튼튼히 자라요. 사람도 해바람비를 머금기에 튼튼히 삽니다. 오늘 우리가 아이들한테 물려줄 이 터에, 해바람비가 고루 깃들면서 푸른들에 파란하늘로 넘실거리기를 바라요.

 

ㅅㄴㄹ

 

선생님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 들판의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웠단다. 그 누구도 이 전쟁이 커다란 매처럼 급습하여 마을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릴 줄은 몰랐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도 몰랐어. (40쪽)

 

“여기에 뭘 심을 거예요?”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심지 않을 거란다.” 삼촌이 말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는 거칠어진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땅을 불태웠다. “왜 아무것도 안 심고 맨땅으로 두려는 거예요?” “아, 내 강아지야, 이건 초대장이란다.” (57쪽)

 

“가난한 사람이 나무도 없다면 세상에서 가장 굶주린 사람이 되는 거란다. 그런데 가난하지만 나무가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가지 큰 부자가 되는 거지.” (58쪽)

 

“땅은 아주 인내심이 강하단다. 알겠니? 씨앗과 잡초, 나무와 꽃을 받아들이고, 비와 곡식의 낟알, 불을 받아들이지. 자신에게 오라고 초대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오는 걸 허락하기도 해. 완벽한 주인이지.” (59쪽)

 

#TheFaithfulGardener #ClarissaPEste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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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244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 숲책+사전/우리말 2022-11-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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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저
양철북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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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1.3.

인문책시렁 244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이옥남

 양철북

 2018.8.7.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이옥남, 양철북, 2018)을 읽었습니다. 1922년에 시골에서 나고자라서 시골사람으로 살아온 나날을 틈틈이 글로 남긴 할머니 삶길을 옮긴 책입니다. 무척 뜻있다고 여기지만 여러모로 아쉽기도 합니다. 이 책은 할머니 하루쓰기(일기)를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는데, 할머니 하루쓰기를 뒤죽박죽으로 엮었습니다. 철에 따라 나누었다지만, 해도 날도 오락가락일 뿐 아니라, 꼭지마다 글이름을 새로 붙였는데 ㄱㄴㄷ으로 벌이지도 않았어요.

 

  왜 이렇게 해야 했을까요? 할머니가 오랜 나날 이녁 삶을 옮긴 하루쓰기는 그저 ‘해·날에 따라’ 옮기면 됩니다. 모두 시골살이를 담았고, 모두 아이를 그리는 마음을 담았고, 모두 숲빛을 헤아리고 읽는 나날을 담았어요. 처음 쓴 글부터 맨 나중에 쓴 글까지 차곡차곡 담으면 될 뿐입니다. 할머니가 걸어온 나날을 할머니 손끝으로 읽도록 엮어야 알맞습니다.

 

  하나 더 아쉬운데, 글씨가 너무 커요. ‘할머니가 읽기에 좋도록 큰글씨’로 하려면 따로 내서 드려야지요. 할머니가 읽을 책도 어린이가 읽을 책도 아닌, ‘할머니를 이웃으로 여기면서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읽을 책’이라면 구태여 큰글씨로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글씨를 줄여서 할머니 하루쓰기를 더 담아내어 보여줄 노릇입니다.

 

  그리고 책끝에 풀이말을 길게 안 적어도 돼요. 할머니가 적은 맺음말이면 넉넉합니다. 또한 책을 두툼종이(양장)로 여미었는데, 책이 무겁기까지 합니다. 할머니 하루쓰기를 넉넉히 담지 않은, 고작 224쪽짜리인데 왜 두툼종이까지 써서 책값을 올려야 할까요? 수수한 시골 할매가 투박하게 여민 글씨로 숲빛으로 들려주는 하루쓰기를 그야말로 수수하고 투박하면서 숲빛으로 엮어서 선보였다면, 할머니하고 새록새록 마음읽기를 펼 뿐 아니라, 서울 아닌 시골이라는 터전을 새롭게 바라보는 길잡이로 삼을 만했으리라 봅니다.

 

  시골 할머니가 남긴 애틋하고 알뜰한 하루쓰기를 살려내지 못 한 엮음새가 대단히 아쉬운 책입니다.

 

ㅅㄴㄹ

 

큰딸이 온다기에 줄려고 개울 건너가서 원추리를 되렸다. 칼로 되리는데 비둘기가 어찌나 슬피 우는지 괜히 내 마음이 처량해져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네. (2002.3.20./28쪽)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앞밭에 감자밭을 맸다. 풀이 재잔은기 어떻게 많이 올라오는지 매는기 더디다. 감자가 먼저 올라온 건 벌써 이파리가 너불너불하다. (2015.5.4.맑음./60쪽)

 

건너 밭에 깨 모종을 심었다. 어제 심다가 못 다 심어서 오늘도 가서 심었지. 심는데 새소리가 들리는 것이 별 새가 다 있다. 호호로 백쪽쪽 하고 버드낭그에 올라앉아서 우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겠는가 하고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아서 결국은 못 보고 말았네. (2003.6.26.흐림/86쪽)

 

오늘은 벌써 투둑새가 운다. 날씨는 추운데 봄은 가차운 모양이다. 안 울든 새가 다 운다. (2009.2.20.맑음/19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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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69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숲책+사전/우리말 2022-11-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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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군지 메구 저/이재화 역/최형선 감수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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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0.29.

숲책 읽기 169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군지 메구

 이재화 옮김

 더숲

 2020.11.18.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군지 메구/이재화 옮김, 더숲, 2020)는 배움길을 새롭게 여는 삶을 조곤조곤 밝힙니다. 글님은 여러 앞길을 그리다가 긴목이(기린) 몸얼개를 살피는 갈래를 파고들었다지요.

 

  사람이 아닌 목숨은 푸른별에서 삶터를 아주 빼앗기거나 밀리는 판입니다. 터보기(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시늉이지만, 풀꽃나무나 풀벌레한테 미리 물어보는 일이란 없습니다. 사람만 살려고 하면 사람도 죽을 텐데, 둘레에 누가 있으며 어떻게 하루를 누리는가 하고 만나려는 마음이 자꾸 잊혀요.

 

  별은 날마다 돋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스스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닌 ‘사람물결’에 휩쓸리는 서울로 쏠리면서 별빛을 잊어요. 별빛을 잊는 마음이기에 사랑이 사라져요. 별빛을 잊는데 사랑이 왜 사라지느냐고요? 사랑은 별빛이요 햇빛이요 꽃빛이요 풀빛이요 바람빛이거든요. “네가 좋아”는 사랑이 아닌 ‘좋음’입니다. 좋음은 한 가지만 보면서 마음이 끌리는 길이요, 더 좋거나 덜 좋다고 느끼면서 크기를 가르고, 안 좋다 싶으면 내칩니다.

 

  더 좋은 꽃이나 덜 좋은 꽃은 없어요. 더 나은 풀이나 더 나쁜 풀은 없어요. 별도 해도 꽃도 풀도 바람도 그저 그대로 흐르는 사랑이라는 숨결입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숨결을 잊으면서 그만 ‘무리짓기’로 쏠리고, 무리를 지으면서 둘레 숨결을 잊다가, 시나브로 사랑을 잃는 수렁에 잠깁니다.

 

  목긴이를 살피는 아가씨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이 가는 길을 굳이 갈 까닭이 없습니다. 남들이 하는 일을 애써 할 까닭도 없어요. ‘남들처럼’이 아닌 ‘나처럼’을 바라볼 수 있을 적에 둘레를 꾸밈없이 헤아리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나처럼’을 잊고서 ‘남들처럼’ 나아가면서 좋거나 나쁘다고 가를 적에는, 그만 속빛이 아닌 껍데기에 얽매이면서 이웃하고 등집니다.

 

  스스로 사람빛이라면, 사람하고 숲이 같은 줄 느껴요. 스스로 잊은 사람몸이라면, 숲하고 사람을 동떨어진 남으로 여깁니다. 밤에는 별바라기를 하기를 바라요. 밤에는 일찍 불을 끄고서 몸을 쉬기를 바라요. 밤에 별빛을 헤아리지 않으면, 낮에 햇빛을 맞아들이지 못 합니다.

 

ㅅㄴㄹ

 

탐스런 털로 덮인 가죽 아래 칙칙한 적색 근육이 보였다. 몇 개의 근육 다발이 층층이 포개져 있는 것이 보였다. ‘도대체 어떤 이름의 근육일까. 어떤 역할을 할까.’ (51쪽)

 

니나의 해부는 대실패로 끝났지만, 지식은 확실히 내 안에 축적되어 있었다. 그 느낌이 정말 기뻤다. (79쪽)

 

근육이나 뼈의 이름은 이해하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눈앞에 있는 것을 이해한 뒤,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사용하는 도구다. 그리고 해부의 목적은 이름을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몸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다. (83쪽)

 

기린의 제1흉추는 흉추지만, 기능적인 면으로 봤을 때는 ‘8번째 목뼈’인 것이다. 남은 일은 이 내용을 논문으로 만들어 세상에 발표하는 것뿐이다. (192쪽)

 

같은 취약종인 아프리카코끼리의 야생 개체 수가 45만 마리, 하마가 12만 5천 마리인 데 비해 너무나 적은 기린 개체 수를 보면 암담한 마음이 든다. (214쪽)

 

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지식을 몸에 익히는 즐거움과 위대함을 배워 왔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억지로 지식을 쑤셔넣는 ‘공부’와 스스로 기꺼이 주체적으로 지식을 얻는 ‘학문’의 차이를 깨달았습니다. (221∼2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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