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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살림꽃 5 그림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21-04-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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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2021.4.26.

살림꽃 5 그림

 

 

늘 바라보는 대로 그린다. 늘 바라보지 않는데 그릴 수 없다. 늘 살아가는 대로 그린다. 늘 살아가지 않으니 그리지 못한다. 늘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늘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릴 길이 없다. 늘 사랑하는 대로 그린다. 좋기에 그리거나 안 좋기에 그리지 않는다. 스스로 늘 사랑하는 숨결을 고스란히 그린다. 무엇이든 그린다. 곁에 두기에 그리고, 보금자리를 이루기에 그리고, 이루고 싶어서 나아가는 길이니 그리고, 마음에 담다가 어느덧 사랑하니까 그린다. 아이가 무엇을 그림으로 담을 적에 아름답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울까? 어른으로서 무엇을 곁에 두는 살림을 짓고 어떻게 보금자리를 꾸리면서 아이한테 어떤 삶빛을 보여주면서 물려줄 마음인가? 아이가 ‘하늬녘(서양) 돌얼굴(석고상)’을 뻔히 바라보면서 베끼도록 그림을 가르칠 셈인가, 아이 스스로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사랑하는 마음을 눈빛을 반짝이면서 신나게 그리고 품도록 손을 잡을 생각인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읽으라고 건네는가?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그리도록 속삭이는가? 다만 좋은 그림도 나쁜 그림도 없을 뿐이니, 오로지 사랑을 마음에 담아서 싱그럽고 슬기로우면서 즐겁게 생각을 품는 실마리요 징검돌이 될 빛을 그리도록 북돋우면 늘 넉넉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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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꽃 4 걸레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21-04-2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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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2021.4.21.

살림꽃 4 걸레

 

 

손이며 몸을 닦는 천으로 쓰다가 낡으면 걸레로 삼는다. 바닥을 훔치고 먼지를 닦는 걸레로 삼다가 구멍이 숭숭 뚫리고 낡으면 자전거에 기름을 발라서 닦거나 마당 언저리를 치울 적에 쓴다. 마당 언저리를 치울 적에 쓰다가 매우 너덜거리면 끈으로 삼아서 알맞춤한 곳을 살펴서 묶어 준다. 어느 곳을 동여매거나 해가림을 하는 몫으로 삼노라면 어느새 흙으로 돌아갈 때를 맞이한다. 곁에서 살뜰히 다루는 살림살이라면 아무 천이나 값싸게 들이지 않는다. 늘 손으로 만지는 살림이니 제값을 치러서 제대로 쓴다. 밥그릇뿐 아니라 빗자루에 걸레를 아이들도 쥔다. 수세미랑 빨래가루나 설거지비누를 아이들도 만진다. 아무것이나 써도 될까? 우리 집에서는 몸이나 손을 닦는 천이건 버선(양말)이건 이불이건 처음 장만한 뒤에는 하루나 이틀쯤 볕에 말린다. 먼저 볕바라기에 바람바라기를 시키고서 물에 담그고 빨래를 한벌 하지. 이다음에 볕바람을 듬뿍 먹이고서야 몸에 댄다. 한두 해 입을 옷이 아닌 스무 해나 서른 해쯤 입다가 걸레로 삼고, 걸레를 지나 끈으로 삼기도 하는 살림이라면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살펴서 쓸 노릇일까? 아이들은 아직 걸레를 빨아서 물을 알맞게 짜지는 못하지만, 마루를 닦는 걸레질놀이는 신난다. 놀면서 배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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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꽃 1 기저귀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21-04-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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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살림꽃 1 기저귀

 

 

아기는 똥오줌기저귀를 댄다. 똥오줌기저귀를 대려면 소창을 끊어야 한다. 소창을 끊으려면 모시나 삼이나 솜 같은 풀을 길러서 실을 얻어야 한다. 실을 얻으려면 물레를 잣고 베틀을 밟아야 한다. 베틀을 밟아 천을 얻기에 비로소 알맞게 끊어서 요모조모 살림에 쓴다. 오늘 우리는 모시나 삼이나 솜 같은 풀을 기른 다음에 물레랑 베틀을 다뤄 실이며 천을 얻는 길을 거의 잊거나 잃었다. 가게에 가면 천이야 널렸고, 누리가게에서 손쉽게 소창을 장만한다지만, 아기가 가장 반길 기저귀란 어버이가 땅에 심어서 길러내고 얻은 천조각이지 않을까? 우리가 살림꽃을 피우려 한다면 이 얼거리를 생각할 노릇이다. 모두 스스로 다 해내어도 좋다. 이 가운데 하나를 챙겨도 좋다. 어느 길을 고르든 아기가 가장 반길 길이 무엇인지는 알 노릇이다. 아기가 가장 반기는 길을 알고 나서 ‘오늘 나로서 할 만한 길’을 추스르면 된다. ‘무형광·무표백’을 왜 찾는가? 우리가 스스로 실이랑 천을 얻는다면 ‘형광·표백’을 안 하겠지. 가게에서 사다 쓰니 이런 판이 된다. 아기는 똥오줌기저귀를 댄다면, 어머니하고 딸아이는 핏기저귀를 댄다. 어려운 말로 ‘생리대·정혈대’라 하지 말자. 수수하게 살림꽃을 짓자. 천기저귀를 삶아 해바람에 말리자.

 

ㅅㄴㄹ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최종규 저/사름벼리 그림
스토리닷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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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꽃 2019.6.17.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9-06-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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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꽃

2019.6.17.


이제 이달 마감글은 모두 끝!

전라도닷컴에 이어 '퀘스천' 잡지 마감을

다 보냈다!

20일에 마감을 해야 하는 <손질말 꾸러미 사전>은

20일까지는 턱도 없지만,

머리말-맺음말은 끝냈고...

몸통이 될 알맹이를 신나게 여미어야지.

나흘 동안 오로지 여기에만 힘을 쏟자.


+++


'퀘스천' 잡지 7월호에 실릴 꽤 긴 글 가운데

한 대목만 옮겨 놓는다.

2012년 사진인데, 큰아이가 작은아이 기저귀 빨래를

같이 널어 주는 상냥하고 멋진 모습이다.


+++




[빨래] 표준국어대사전은 ‘빨래’라는 낱말을 “더러운 옷이나 피륙 따위를 물에 빠는 일”로 풀이하는데, 아무래도 빨래를 안 한 사람이 쓴 풀이 같다. 빨래를 한 사람이라면 이런 풀이를 달지 않으리라. 빨래를 하며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이런 풀이를 달 수 없으리라. 우리 몸을 고이 아끼듯 옷가지를 깨끗하게 하는 일, 이런 살림이 ‘빨래’라고 하겠지. 더러우니까 빨래를 하지 않는다. 깨끗한 옷을 누리면서 정갈한 몸이 되려고 빨래를 한다.


+++

+++

 https://tumblbug.com/writing0603


텀블벅을 함께하신다면

숲노래 도서관이 한결 푸르게 나아가는 길에

멋진 이바지 벗님이 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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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얼마나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8-08-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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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얼마나



아이들이 어버이를 얼마나 가르치고 일깨우려 하는가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배울거리가 많으니까, 배울길이 넉넉하니까, 이모저모 스스로 찾고 헤아려서 배우도록 이끌어 주지 싶다. 아이들이 온몸으로 이끌며 가르치는 하루를 돌아보다가 까무룩 잠든다. 닷새를 밖에서 지내고 엿새 만에 돌아왔다. 나무가 고양이가 바람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얼마나 어둡고 고요한 밤인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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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먹자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8-04-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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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먹자



  대구마실을 마무리하며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밖에서 뭔가 사서 먹을까 하다가 집까지 빈속으로 옵니다. 읍내에서 방울토마토하고 능금하고 고기를 장만해서 집으로 돌아오니 밥은 없으나 떡볶이가 있습니다. 큰아이 말을 들어 보니 낮에 끓여서 먹었다 하는데, 스텐냄비에 담긴 떡볶이는 아직 따뜻합니다. 고마이 집밥을 누리면서 참말로 집밥이 늘 가장 맛있고 몸이 반기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2018.4.1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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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버린 쓰레기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8-04-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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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버린 쓰레기



  우리 눈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쓰레기를 버립니다. 이 모습을 나란히 지켜본 큰아이가 큰소리로 말합니다. “할머니가 저기 쓰레기를 버리네! 버리면 안 되는데!” 틀림없이 이 큰소리를 우리 앞에 있는 할머니가 들었을 테지만, 할머니 손을 떠난 쓰레기는 바닥에 뒹굴고, 할머니는 이녁이 버린 쓰레기를 주울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나는 가만히 서서 지켜봅니다. 큰아이는 앞으로 가더니 할머니가 버린 쓰레기를 줍습니다.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갖다 놓습니다. 큰아이가 돌아옵니다. “벼리야, 훌륭하구나. 우리는 저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는 아무 곳에나 아무렇게나 버리지 않는 마음을 배울 수 있으면 돼.” “벼리는 쓰레기 함부로 안 버려.” 2018.4.1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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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엽서를 사랑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8-03-3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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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엽서를 사랑해



  일본마실을 하며 몇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째, 하치오지에 있는 blu room에 다녀오기. 둘째, 도쿄 진보초 ‘책거리’에서 일본 이웃님하고 이야기꽃 펼치기. 셋째, 일본 우체국에서 우리 집 아이들하고 곁님한테 우편엽서 보내기. 넷째, 이렇게 다 하고 나서 진보초 책골목에서 책을 장만하고 사진을 찍기. 다섯째, 우리 아이들한테 새롭고 재미나거나 이쁜 옷을 한 벌씩 장만해 주기. 첫째 일을 마치고서 둘째 일을 했어요. 얼마나 홀가분하면서 기쁘게 했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보통 일반 엽서에 고작 70엔짜리 우표를 더 붙이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하네요. 우체국에 더 갈 수 있다면 더 부치고 싶었으나, 오늘은 토요일에 이튿날은 일요일입니다. 모레는 월요일이나 아침 일찍 나리타공항으로 가야 해요. 금요일 낮 세 시 반 즈음 하치오지에 있는 우체국에서 엽서를 부쳤어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손길을 담은 우편엽서를 기쁘게 받으면서 함박웃음을 지을 날을 기다립니다.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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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려는 말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8-03-3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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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려는 말



  우리는 어떤 말을 들을 적에 반가울까요? 아이하고 마주하는 자리에서 늘 이 대목을 떠올리려 합니다. 때때로 이 대목을 잊을라 치면 조용히 입을 다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내 입에서 어떤 말이 흐를 적에 아이들이 반가이 듣고서 배울 만할까 하고요. 일본에서 며칠을 묵는 길손집에서 잠자리를 치우는 일꾼이 동남아시아 여성입니다. 이 일꾼이 일본 여성이건 동남아시아 여성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길손집 치움일꾼이라는 자리를 ‘힘들면서 돈을 벌 자리’로 여길는지, 아니면 ‘즐거이 일자리를 누리면서 돈까지 기쁘게 버는 자리’로 여길는지 궁금했어요. 아니, 내가 이녁처럼 이 자리에서 일한다면 “enjoy your life. enjoy is best power.”라는 말을 스스로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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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게 먹기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8-03-2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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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게 먹기



  예전에는 ‘안 먹기’라고 여겼으나, 오늘 문득 느끼기로는 ‘알맞게 먹기’이네 싶습니다. 하루 세끼를 하루 두끼로 바꾼 지 열다섯 해 남짓인데, 하루 두끼도 앞으로 다르게 바꿀 만하겠구나 싶어요. 그리고 몸이나 마음을 쓰면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림을 지을 적에 슬기로운가를 새로 배우려고 요 이레 동안 꽤나 몸앓이를 했다고 느껴요. 일본마실을 하고, 파란방에 깃들어 몸을 다스리며, 골목골목 걷고 이야기꽃을 펴는 동안 숨고르기를 하면서 앞으로 우리 보금자리숲에서 할 일을 찬찬히 되새기려 합니다. 알맞게 먹고, 알맞게 일하며, 알맞게 놀자고 생각해요. 2018.3.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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