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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누나 앞을 막고 싶지 | 내가 쓰는 달력 2016-04-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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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누나 앞을 막고 싶지



  산들보라는 누나 앞을 막으면서 걷고 싶다. 그리고 누나처럼 걷고 싶기도 하다. 산들보라는 누나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싶다. 그리고 누나처럼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달리고 싶기도 하다. 그래, 네 키가 누나보다 작으니 네가 앞에 서면 너도 누나도 모두 앞을 함께 볼 수 있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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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삯도 택배삯도 꾸준히 | 내가 쓰는 달력 2015-10-0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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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삯도 택배삯도 꾸준히



  어제오늘 우체국에 들러서 소포를 부치는데 편지삯이 제법 나간다. 어제는 택배를 착불로 받는데 두 달 앞서하고 견주니 천 원이 올랐다. 석 달쯤 앞서부터 전남 고흥에는 ‘일반 택배’가 많이 끊어지면서 ‘우체국 택배’로 바뀐다. 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리라고 본다. 이런 모습을 놓고 보자면 ‘시골 살기 참 고단하다’고 할 만하리라.


  시골 물건값 흐름은 ‘틀리지’ 않다. 시골은 사람 숫자가 차츰 줄 뿐 아니라 부쩍 준다. 도시는 사람이 늘 많은데다가 물건 흐름도 언제나 많다. 시골은 도시하고 다르게 물건값이 비싸면서 ‘물건 가짓수조차 적’다. 도시에서는 한결 맛있는 커피를 더욱 값싸게 푸짐하게 마신다면, 시골에서는 맛있는 커피도 드문데다가 값도 비싸고 부피도 얼마 안 된다고 할 만하다.


  한밤에 초 한 자루를 켜고 생각에 잠긴다. 시골에서 사는 뜻이라면, 물질문명이나 소비문화를 누리려는 뜻이 아니다. 물질문명이나 소비문화를 마음껏 누리려면 도시에서 살 테지. 두 시간에 한 번 오는 군내버스는 늘 제때에 안 오고 더디 오는데, 이런 버스를 즐겁게 기다리면서 살려고 시골에서 산다. 논둑길을 자전거로 천천히 달리다가도 자전거마저 세우고 더 천천히 걸으면서 봄내음과 가을내음을 맡으려고 시골에서 산다.


  물질문명은 없지만 한가위가 지나고부터 미리내가 잘 보인다. 구름 없는 날이면 밤마다 미리내를 본다. 소비문화는 없지만 우리 집 무화과나무는 아이들한테 달콤한 열매를 기꺼이 베풀었고, 까마중과 호박도 우리 밥상을 넉넉히 북돋아 준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하얀 가을꽃을 가만히 떠올린다. 우체국에 가느라 자전거를 달리면서 바라본 노란 들녘을 가슴에 새롭게 담아 본다.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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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지내는 마음 (도서관일기 2013.11.18.) | 내가 쓰는 달력 2013-11-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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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지내는 마음 (도서관일기 2013.11.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시골에 있는 도서관에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찾아옵니다. 도시에서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바다 건너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마다 책 하나 만나고 싶은 마음을 곱게 건사하면서 찾아옵니다.


  우리 도서관으로 오는 분들은 으레 ‘시골에 깃든 도서관’까지 오자면 길이 멀다고 얘기하는데, 시골에도 번듯하며 예쁜 도서관이 있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지내며 여러모로 아름답구나 싶은 책을 살뜰히 건사한 이들이 시골로 삶자리 옮기면서 크고작게 서재도서관을 꾸리면, 시골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시골로 오고픈 도시사람한테 살가운 쉼터 노릇을 하리라 생각해요.


  군청에서 돈을 들여 도서관을 짓는다 하더라도 읍내에 짓지, 면소재지라든지 면소재지에서도 몇 킬로미터 안쪽으로 들어가는 조그마한 마을에 도서관을 짓지는 않습니다. 모두들 한목소리로 ‘가기 쉬운(접근성)’ 곳에 도서관을 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자가용 안 모는 사람 거의 없는데, 도시 한복판이나 읍내에 굳이 도서관을 지어야 하지 않아요. 시골이라 하더라도 자전거로 찬찬히 달리면 그리 멀지 않아요. 찬찬히 시골 들길이나 숲길 자전거로 달려 도서관 찾아가는 즐거움이란 아주 커요. 도시에서도 시내 한복판 도서관보다는 자전거를 달려 나무 우거진 길을 지나서 찾아가는 도서관일 때에 한결 아름답고 상큼하리라 생각합니다.


  숲이 우거진 곳에 깃든 도서관에서는 따로 종이책을 안 펼쳐도 즐겁습니다. 풀밭에 드러눕거나 나무그늘에 앉아서 풀노래와 새소리를 들어도 즐겁습니다. 바람소리로도 즐겁고 구름 흐르는 빛깔 바라보아도 즐거워요.


  나무를 베어 얻은 종이로 묶은 책을 읽을 때에도 마음을 살찌우는 한편, 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는 곳에서 풀내음 맡으며 풀바람 마실 적에도 마음을 살찌웁니다. 이제는 책을 새롭게 보아야 할 때요, 앞으로는 책을 한결 깊고 넓게 아우를 수 있어야 할 때라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지내는 마음은, 누구보다 나부터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고픈 마음입니다. 나부터 즐겁고 아름답게 생각을 가다듬어야, 우리 아이들과 옆지기도 즐겁고 아름답게 하루를 누립니다. 우리 식구부터 즐겁고 아름답게 하루를 일굴 적에 우리 이웃과 동무도 하루를 즐겁고 아름답게 일구는 길을 걷겠지요.


  반가운 책 하나 찾으러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들빛과 들숨을 마십니다. 반가운 책 깃든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서 자주 쉬고 멈추어 하늘빛과 하늘숨을 맞아들입니다. 가을볕이 따사롭습니다. 가을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이 모든 웃음과 노래를 책에 푼더분하게 담는다고 느낍니다. 책이 아름답다면, 책이 되도록 몸을 바친 나무가 있기 때문이요, 책을 엮도록 마음을 바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책이 즐겁다면, 책이 되기까지 오랜 나날 푸른 숨결 베푼 나무가 고운 노래를 실었기 때문이요, 책을 엮기까지 사람들이 저마다 하루하루 알뜰살뜰 가꾸며 사랑을 그득 담았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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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1] 씨앗과 | 내가 쓰는 달력 2013-10-0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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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1] 씨앗과

 


  봄부터 가을까지 씨앗들 떨어져
  한겨울 추위를 흙과 가랑잎 사이에서
  다 같이 씩씩하게 맞아들이는구나.

 


  시골에서 살며 지켜보니, 모든 풀과 나무는 가을에 꽃을 마지막으로 피우고 씨를 맺어 흙에 떨구고는, 이 씨앗들이 흙 품에서 겨울을 나도록 해서 봄에 새싹이 돋게 하더라고요. 봄에 피어 여름에 지는 유채풀도, 늦겨울 막바지부터 피는 봄까지꽃이랑 코딱지나물꽃이랑 별꽃도, 여름이나 봄에 씨앗을 흙에 떨구고는 겨울 추위를 견디어야 비로소 새로운 봄에 꽃송이 흐드러집니다. 사람들은 봄이 와야 비로소 손으로 씨앗을 심지만, 여느 풀이나 나무는 모두 가을까지 씨앗을 떨구어 겨울나기를 시켜요. 가을이란, 참 아름다운 철이지 싶어요. 겨울이란, 참 멋스러운 철이지 싶어요. 어떤 씨앗이든 가을을 누리고 겨울을 나야 싱그럽게 푸른 잎사귀를 내놓을 수 있어요. 4346.10.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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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ㄱ) 전태일 이야기 | 내가 쓰는 달력 2012-11-13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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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11월 13일은 ‘전태일이 몸을 불사른 날’이 아니다. 작은 사람 하나 ‘나 여기 숨을 쉬며 살아간다’고 외친 날이다. 마음속에서 터져나오는 목소리를 온몸으로 외치면서 ‘법이 없는’ ‘법이 있는’ 이 나라에서 작은 사람 하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하늘에 대고, 가슴에 대고, 땅에 대고, 이웃에 대고, 피울음으로 노래한 날이다. 참말 한국에 무슨 법이 있을까. 한국에 있는 법은 한국사람을 어떻게 섬길까. 참말 한국에 무슨 법이 없을까. 한국에 없는 법은 한국사람을 어떻게 내몰까. 깊은 가을날 별이 아주 밝다. 작은 사람 전태일은 스물둘 젊음을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꽃피우지 못했다. 땅 한 뙈기 있어 어버이와 동생들 밥을 먹을 수 있었으면 서울에 가지 않았겠지. 서울에서도 어버이와 동생들 밥을 먹을 수 있었으면 삶을 내려놓고 죽음으로 나아가며 소리쳐야 하지 않았겠지. (ㅎㄲㅅㄱ)

 

 

전태일 평전

조영래 저
아름다운전태일 |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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