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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34 지하철 무임승차 | 읽는 마음 2023-02-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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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3.2.7.

수다꽃, 내멋대로 34 지하철 무임승차

 

 

  예전에 나라지기(대통령)를 뽑을 즈음, 정몽준 씨가 버스삯을 몰랐다고 밝혔다가 호되게 엊어맞은 적이 있다. 그런데 노무현·김대중·김영삼·이회창·박근혜·문재인·윤석열 같은 이들은 버스삯이 얼마인 줄 알까? 시내버스삯이나 시외버스삯을 알까? 전철삯이나 기찻삯을 알까? 다들 모르리라. 그들은 시내버스도 전철도 탈 일이 없고 타지도 않으니까 모른다. 숲노래 씨 아버지는 경기 성남에서 으뜸어른(교장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물러났는데, 이분도 버스삯이건 전철삯이건 모른다. 탄 적도 탄 일도 없으니까. 무엇보다도 어떻게 타야 하는 줄을 모르고, 표를 끊는 길조차 모르며, 타고내리기도 모르는데다, 그냥 하나도 모른다. 곰곰이 보면 나라지기나 꼭두머리에 선 이들은 길삯을 아예 모르고 안 쳐다본다. 이들은 북새통(러시아워)을 모르고, 불수레(지옥철)를 겪은 적이 없다.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서는 ‘어르신 그냥타기(노인 무임승차)’를 한다만, 모든 시골에서는 여든 살이건 아흔 살이건 시골버스를 삯을 내고서 탄다. 생각해 보라. 예순다섯도 아닌 여든다섯 시골 할매할배는 여태 버스삯을 고분고분 내면서 살아왔다. 따돌림(차별) 아닌가? ‘어르신 그냥타기’는 서울이나 큰고장 아닌 시골에서야말로 할 일 아닐까? 서울이나 큰고장은 모든 사람이 길삯을 고스란히 내면서 타야 할 테지. ‘복지’란 이름을 붙여서 펴려면 시골에서 할 노릇이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다른 ‘복지’가 있으니, 시골 어린이·푸름이(8∼19살)는 ‘50원 버스’나 ‘100원 버스’이다. 시골 어린이·푸름이가 하도 서울이며 큰고장으로 빠져나가는 터라, 시골에서는 진작부터 어린이는 50원을 내고 푸름이는 100원을 내는 얼거리로 바뀌었다. 할매할배가 젊어서 고되게 일을 하고서 늘그막을 쉬는 터라 길삯을 나라에서 대주는 일은 나쁘지 않되, 우리 삶터가 고르게 아름다우려면, ‘어른삯(노인수당)’을 받는 어르신은 길삯을 고스란히 내는 길로 가야 맞고, 어린이·푸름이한테 에누리를 해주어야 맞다고 여긴다. 시골뿐 아니라 서울·큰고장에서도 어린이랑 푸름이한테는 ‘50원 버스·100원 전철’을 할 수 있고, 할 노릇이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 에누리를 받도록 길을 터야 비로소 나라 앞길을 돌본다고 여길 만하다. 온나라 곳곳에서 ‘저출산 대책·인구소멸 대책’을 세운다며 해마다 나랏돈(세금)을 펑펑 써대는데, 그런 짓 그만두고 ‘어르신 그냥타기’를 없애고 ‘어린이·푸름이 그냥타기’로 바꾸기를 빈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면 나라지기를 비롯해 모든 벼슬아치(공무원)가 부릉이(자가용)를 버려야 할 테지. 제발 나라지기부터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거나 버스·전철을 타기를 바란다. 지킴이(경호원) 없이 걸어다니지 못 한다면, 부릉이 없이 자전거를 달리지 않는다면, 누가 돌 던질까 걱정하느라 버스·전철을 안 탄다면, 그런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시내버스도 시골버스도 안 타는 놈들이 우두머리(대통령·시장·군수)에 벼슬아치를 해먹는다면, 나라가 무너지기에 딱 좋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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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33 사읽고 느낌글 | 읽는 마음 2023-02-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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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3.2.7.

수다꽃, 내멋대로 33 사읽고 느낌글

 

 

  숲노래 씨가 나고자란 인천은 이제 책숲(도서관)이 꽤 늘었지만, 숲노래 씨가 어린이였을 적에는 ‘어린이책’을 건사한 데는 없다시피 했고, 열 살이던 1984년에 동무들하고 율목도서관에 찾아간 적이 있으나 “애들이 여기 왜 와! 얼른 나가! 에비!” 같은 소리를 들으며 쫓겨났다. 요새 이렇게 어린이를 내쫓는 책숲은 없을 테지만, 예전에는 이랬다. 아는가? 떠올릴 수 있는가?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1993년에도 인천 책숲은 ‘독서실’일 뿐, 책을 제대로 건사하지 않았다. 퀴퀴하고 낡고 고리타분한 책만 있는데, 빌리기도 어렵고, 빌릴 만한 책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알 수 있는가? 믿을 수 있는가? 그렇다고 〈대한서림〉이나 〈동인서관〉처럼 인천에서 내로라하던 큰 새책집도 잘난책(베스트셀러)을 바탕으로 꽂을 뿐, 뭔가 깊고 넓게 책을 살피는 책터가 아니었고, 책을 안 사고 5분 넘게 책시렁을 돌면서 읽을라 치면 눈치가 보이거나 쫓겨났다. 예나 이제나 책손(책을 읽는 손)을 안 내쫓는 곳은 헌책집이다. 무엇보다 헌책집은 잘난책보다 오래책을 건사하는 책터였고, 혼책(비매품)을 널리 만날 뿐 아니라, 이웃책(외국책)까지 만나서 배우는 터전 노릇을 톡톡히 했다. 책이 책다이 있지 않고, 책숲도 책숲답지 않으며, 헌책집에서 조용히 책빛을 헤아리면서 배운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책은 빌려읽을 수 없고, 사읽고 스스로 건사해야 한다”였다. 1991년부터 책느낌글을 혼자 써서 둘레에 나눴다. 주머니를 털어 장만한 책을 읽고서 스스럼없이 느낀 바를 밝혔다. 글님이나 펴냄터 이름을 따져서 느낌글을 쓰지 않았다. 줄거리·이야기·속내·밑뜻을 헤아리며 느낌글을 쓸 뿐이다. 1999년 여름에 보리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들어가서도 ‘스스로 일하는 보리출판사 책’을 놓고서 바지런히 느낌글을 썼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펴낸 책을 사람들한테 팔고 새책집에 넣고 책숲에 보내는 일을 맡았지만, ‘스스로 보기에 떨어지는 책’은 어느 대목이 어떻게 왜 떨어지는가를 낱낱이 밝히면서 팔거나 건네었다. ‘스스로 보기에 아름다운 책’은 어느 대목이 어떻게 왜 아름다운가를 찬찬히 짚으면서 팔거나 드렸다. 몸담은 일터에서 냈기에 “별점 만점”을 매긴다면 거짓꾼이다. 아는 분이 쓴 책이라서 “별점 만점”을 붙인다면 미친놈이다. 다만, 숲노래 씨가 보는 눈썰미가 ‘옳다’고 여길 수 없다. 숲노래 씨는 늘 “어린이 눈높이 + 시골내기 눈망울 + 들숲바다 눈길 + 해바람비 눈빛 + 풀벌레·벌나비·숲짐승 삶길”에다가 “가난하고 낮은 자리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 + 부릉이(자가용) 없이 걷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을 바탕으로 책을 살펴서 느낌글을 쓴다. 누가 거저로 주는 책이기에 “별점 만점”을 붙인다면 장사꾼이다. 펴냄터에서 돌리는 ‘보도자료’로 받았기에 좋게좋게 잘 써 주려 한다면 속임짓이다. 지은이와 엮은이가 땀흘려 내놓는 책이되, 지은이와 엮은이 땀값만 높일 수 없는 책이다. 모름지기 모든 책은 숲에서 왔고, 숲을 흔들거나 가꾸는 숨결로 잇는다. 눈먼 돈벌이를 꾀하는 책이 있고, 얼뜬 이름팔이에 얽매인 책이 있고, 참길을 감추거나 누르면서 거짓길(껍데기)을 부풀려서 사람들을 길들이거나 속이는 책이 있다. 솎거나 가릴 책은 솎거나 가린다. ‘숲노래 씨가 쓴 글을 여미어 펴내는 곳’에서 나온 다른 책도 ‘숲노래 씨 책을 펴내 주었기에 마냥 좋게 보는 느낌글’을 쓸 까닭이 없다. 누구나 매한가지이다. 책을 사읽거나 빌려읽거나 받아읽고서 느낌글을 쓸 적에는 숨김없이 느낌을 밝혀야 서로 이바지한다. 지은이와 펴낸이는 ‘팔 뜻’뿐 아니라 ‘배울 뜻’이 있어야 지은이와 펴낸이 아닐까? 모든 책이 “별점 만점”이라면 책을 낼 까닭도 읽을 까닭도 없다. 새롭게 들려주고 새롭게 배우면서 어깨동무하는 길 가운데 책이 하나 조그맣게 있을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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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32 안 읽는 신문 | 읽는 마음 2023-01-0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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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3.1.6.

수다꽃, 내멋대로 32 안 읽는 신문

 

 

  1988년에 태어난 〈한겨레신문〉이라지만, 푸름이로 살던 열넷∼열아홉(1988∼1993) 살에는 아예 몰랐고,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니던 1994년에 비로소 알았다. “이런 신문이 다 있네요?” 하고 윗내기한테 물었더니 “몰랐니? 그런데 〈한겨레〉도 이제 바뀌었어. 신문 같지 않아.” 하더라. “왜요? 그래도 읽고 배울 여러 가지가 있지 않아요?” “스포츠와 연예와 주식이 읽고 배울 이야기이니? 쓰레기이지!” 틀림없이 윗내기 말마따나 얄딱구리한 글이 제법 있되, 그래도 안 얄딱구리한 글도 많다고 여겼다. 이듬해인 1995년에 〈한겨레신문〉 이문·휘경 지국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들어갔다. 막내인 내가 새벽일을 마치고 새벽밥을 끓여서 차리면, 지국장을 비롯한 언니들이 좁다란 칸(지하 살림방)에 둘러앉아 담배를 뻑뻑 태우면서 새뜸을 읽는데 “어떻게 〈한겨레〉조차 이 따위로밖에 못 쓰냐? 얘네(기자)들이 이렇게 쓰면, 신문값 걷으러 다니는 우리(배달부)가 사람들(독자)한테 욕을 먹잖아? 우리가 글을 쓰지 않고, 우리는 신문을 돌릴 뿐인데!” 새뜸나름이는 서로 새뜸을 돌려읽는다. 〈한겨레〉 지국은 〈한겨레〉만 돌려서는 굶기에, 으레 〈스포츠서울〉하고 〈서울신문〉을 같이 돌렸다. 조·중·동 새뜸나름이는 스포츠신문을 얻으려고 저희 새뜸하고 바꾸자고 늘 찾아온다. 저절로 ‘10대 일간지’를 새벽마다 모두 읽는 나날이었는데, 싸움터(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날마다 열 가지 새뜸을 새벽마다 읽으며 헤아리노라면 ‘기자들은 참말로 책도 다른 새뜸도 안 읽고 스스로 배우려고 안 하는구나’ 싶더라. 2001년에 《보리 국어사전》을 짓는 엮음빛(편집장)으로 들어가서 일하자니 펴냄터 어른(대표)이 “우리가 의리 때문에 〈한겨레〉를 보기는 했는데, 이제 아무래도 끊어야 하지 않겠니?” 하고 얘기했다. 그래도 2003년까지 꿋꿋하게 받아서 읽다가 드디어 끊었다. 더는 보아줄 수 없다고 여겼다. 2023년 1월 6일에 ‘대장동 이재명 뒷돈’과 얽혀 〈한겨레〉 편집국 어느 기자가 6억 원을 낼름 받은 적이 있다는 일이 터져나온다. 〈한겨레〉 편집국 기자는 2019년에 덥석 받았다지. 언뜻 보면 그 한 가지가 이제서야 터진 셈이지만, 이 하나만 있다고 여긴다면 크게 놓치게 마련이다. 어디 이 일 하나뿐이겠는가. 터져나오지 않은 말썽하고 잘못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겠는가. 어느 분은 “그래도 조·중·동보다 낫지 않습니까?” 하고 감싸는 말을 한다만, 모든 말글은 ‘누가 누구보다 낫거나 나쁘다’고 가를 수 없다. 말썽은 티끌도 얼룩도 똑같이 말썽이다. 잘못은 100원을 먹든 100억을 먹든 똑같이 잘못이다. 옛말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가 있다. 거짓말이 아닌 참말이다. ‘대장동 이재명 뒷돈’과 얽힌 6억 원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숱한 ‘바늘도둑’이 있었는가 하고 되새길 노릇이다. 벼슬자리(공무원)도, 길잡이(교사)도, 글바치(기자·작가·문인)도, 스스로 아름답게 일한 땀방울 값만큼 벌어서 알맞게 쓸 적에 비로소 그들 자리를 지킬 만하다. 도둑은 도둑질 값을 사슬터(감옥)에 들어가서 달게 받을 노릇이다. 훔침글(표절·도용)을 일삼은 글바치는 글밭에 아예 발을 못 들이도록 쫓아내야 한다. 바늘 도둑은 왜 소 도둑이 되는가? 그들 잘못값을 우리가 너무 이쁘게 봐준 탓이다. ‘훔침글꾼(표절작가)’은 모든 책을 책숲(도서관)·책집에서 다 뺄 노릇이고, 도둑놈은 모든 살림을 붙들(압류) 노릇이다. 나라가 나라답고 글이 글답고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사람은 안 미워하더라도, 잘못한 값은 톡톡히 치를’ 일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2003년부터 〈한겨레신문〉을 끊었다. 2023년은 이 새뜸을 끊은 지 어느새 20돌이다. 조·중·동도 기득권 신문이지만, 한겨레·경향·오마이도 똑같이 기득권 신문이 된 지 오래이다. 모든 신문은 ‘새뜸’이란 우리말 이름이 창피할 만큼 하나도 안 새롭고 고리타분하다. 2023년 1월 6일에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자가 예전(2019년)에 ‘대장동 검은돈’하고 얽혀 6억 원을 몰래 집어삼켰던 일이 불거졌다. 바늘 도둑은 소 도둑으로 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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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31 신문배달 | 읽는 마음 2023-01-0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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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12.30.

수다꽃, 내멋대로 31 신문배달

 

 

  열여덟 살 푸름이(고등학생)로 지내던 1993년 11월 17일, 푸른배움터 길잡이가 내 머리 한켠에 구멍을 내었어도 꺼리지는 않았다. 고작 0.5센티미터가 ‘학교 규정보다 길다’고 내세우는 길잡이한테 “두발검사를 어떻게 한다는 규정부터 보여주고서 자르시지요?” 하고 대꾸했다. 길잡이는 ‘두발검사 학교 규정’을 보여준 적이 없다. “임마, 내 말이 규정이다, 왜? 떫냐?” 하더라. 이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그래요? 저는 머리에 구멍이 나도 아깝거나 힘든 일이 없습니다만, 학교에서 후회하실 텐데요?” 하고 얘기했다. 다른 동무는 머리에 난 구멍을 감추려고 박박 밀더라. 나는 머리에 난 구멍을 안 감추고 버젓이 다녔다. 이 꼴을 보다 못한 길잡이는 “넌 돈이 없어서 손질을 안 하냐? 보기 흉하다. 내가 돈 줄까?” 하고 묻기에 “보기 흉한 줄은 알고서 머리에 구멍을 내셨나요? 머리 손질할 돈은 아깝습니다. 책을 사읽을 돈을 주신다면 기꺼이 받지요.” 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대꾸했다. 긴머리로 살아갈 마음은 없었으나, 얼결에 긴머리를 하는 차림으로 바뀌었다. 긴머리가 되고 보니 둘레에서 “남자가 보기 흉하게 왜 머리를 길러?”라든지 “너 불량배야? 왜 머리를 안 깎아?”라든지 “락가수라도 하게?” 하고 묻더라. 그리고 ‘긴머리 사내’이기 때문에 어떤 곁일(알바) 자리도 얻을 수 없었다. 얼굴보기(면접)를 하는 자리에서 “마음이 아닌 머리카락 길이로 일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를 따질 수 있는가요?” 하고 묻는들 부질없는 노릇이다. 푸른배움터를 마치고서 한 해 동안 곁일을 하나도 못 하면서 지내자니 살림돈이 그야말로 바닥인데, 푸름이로 지내면서 틈틈이 하던 새뜸나름(신문배달)이 떠올랐다. 열린배움터(대학교) 앞 신문사 지국에 찾아갔다. “응? 네가 신문 돌리게? 근데 머리가 왜 이렇게 길어? 뭐, 대학생이니 머리가 길 수도 있지. 그리고 새벽에 신문 돌리는 사람이 머리가 짧든 길든 아무도 안 쳐다보니까 너도 날마다 안 빠지고 나오면 일할 수 있어. 내일부터 나올래?” 1994년에는 아무런 일자리를 못 얻었다면, 1995년 4월에 드디어 곁일을 할 자리를 찾았다. 신문사 지국에서 먹고자면서 새뜸나름이로 일했다. 자전거를 달리는 새뜸나름이로 일하니, 이때부터 일감이 하나씩 풀렸다. 배움책숲(대학도서관)에서도 “신문배달부로 일한다면 근면할 테니 머리카락 길이쯤은 상관없습니다.” 하면서 ‘배움책숲 책 정리 근로장학생’으로 1995년 11월 5일까지 일했다. 왜냐하면 이해 11월 6일에 군대에 끌려가야 했으니 더 일할 수는 없다. 배움책집(대학 구내서점)에서는 “신문배달부에 도서관 근로장학생으로 일한다면 성실할 테니 잘 부탁하네. 군대에 다녀와서도 일해 주면 좋겠는데.” 하더라. 1998년 12월에 〈한겨레신문〉에서 나를 ‘특채(특별채용) 기자’로 뽑아 주겠다고 했지만, “한겨레신문이 언제나 ‘학력제한 없음’을 내거는 만큼, 대학생 아닌 몸인 채 일반시험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토익점수 제출’을 없애고 ‘영어 면접’으로 바꾸어 주시면, 특채 아닌 공채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고 여쭈었다. 〈한겨레신문〉은 ‘영어면접 아닌 토익점수 제출’이란 틀을 버릴 수 없다며, 그러면 나를 특채로는 못 뽑겠다고 밝혔다. 1999년 6월에 ‘보리출판사’에 얼굴보기(면접)를 하러 갔다. 이곳에서는 ‘학력제한 없음’이라 내걸었기에 ‘대학 자퇴 = 고졸’인 배움끈으로 기꺼이 넣었다. 보리출판사에 전화로 “그런데 어떤 차림으로 가야 하나요?” 하고 여쭈니 “평소 일하는 차림대로 오셔요.” 한다. 그래서 ‘새뜸나름이로 새벽에 일하는 차림’으로 갔더니 출판사 사람들 모두 책상을 치면서 웃더라. 새벽에 새뜸나름이로 일하자면 온통 땀범벅이라 민소매에 깡똥바지 차림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이 차림새로 갔는데 “누가 면접에 이런 차림으로 와? 다들 양복 입고 오지!” 하더라. 가만 보니 그렇다. 01시 30분에 일어나 04시 30분에 일을 마치는 새뜸나름이로 일했으니, 이무렵 깨어서 움직이는 사람은 매우 드물고, ‘새뜸나름이가 어떤 차림새’인지 다들 모르게 마련이다. 그나저나 1993년 가을에 푸른배움터 길잡이가 내 머리에 구멍을 안 냈다면, 나는 이런저런 길을 이러구러 걸었을까? 머리에 구멍이 안 났으면 ‘대학생 과외’라든지 곁일자리를 꽤 쉽게 얻었을 테고, 퍽 다르게 살아왔을는지 모르지만, 다른길을 걸었더라도 마음은 한결같았으리라 본다. 난 그저 내 다리가 이끄는 대로 걷고 달리고 자전거하고 함께살기를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보리출판사에서 한창 일하던 2000년에

문득 찍힌 모습 (오른쪽이 숲노래 씨)

 

자전거와 함께 살기

최종규 저
달팽이출판 | 2009년 05월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최종규 저/사름벼리 그림
스토리닷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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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30 자가용 | 읽는 마음 2022-11-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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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11.9.

수다꽃, 내멋대로 30 자가용

 

 

  아마 1990년이었지 싶은데, 그해에 우리 아버지는 빚을 내어 부릉이(자가용)를 장만했다. 해마다 설·한가위뿐 아니라 크고작은 비나리(제사)에 작은아버지는 번쩍거리는 부릉이를 몰고 와서 자랑했다. 어머니·언니·나는 작은아버지가 부릉이를 자랑하건 말건 대수롭지 않았으나, 아버지만큼은 늘 켕겼나 보다. 우리 아버지가 부릉이를 장만할 즈음, 우리가 살던 13평짜리 다섯겹(5층) 잿빛집(아파트)에 부릉이가 딱 둘이었다. 쉰 집이 한덩어리인데 제법 넓은 빈터에 부릉이가 둘. 이 부릉이가 없던 때에는 빈터가 온통 우리 아이들 차지였다면, 우리 아버지조차 빚을 내어 장만한 뒤로 하나둘 늘면서 어느새 어린이가 놀 자리를 몽땅 빼앗겼다. 열여덟 살이던 1993년 겨울, 이제 배움수렁(대학입시)을 끝낸 또래는 아침에 배움터에 나온 다음 ‘운전면허 시험공부’를 한다면서 빠져나갔다. 이때 나는 “아, 나는 면허도 안 따고 싶고, 부릉이는 더더욱 안 몰고 싶어.” 하고 생각했다. 1995년부터 자전거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 노릇을 하면서 내 몸은 자전거하고 두 다리한테 맞춘다. 1995∼2004년에 서울에서 살며 날마다 책집마실을 했는데, “그 많은 책을 무겁게 이고 지고 들고 가나? 차가 있으면 수월할 텐데! 내가 몰던 차 줄까?” 하는 이웃이 제법 있었다. “아뇨. 부릉부릉 몰면 책을 못 읽어요. 길에서 손잡이만 붙들지요. 게다가 글을 못 쓰지요. 더구나 기름값 탓에 책값을 못 씁니다. 전 두 다리하고 자전거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2004년에 권정생 할배는 〈승용차를 버려야 파병을 안 할 수 있다〉란 글을 내놓는다. 이 글 첫머리는 “승용차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달아나야 한다. 30평짜리 아파트에서 달아나 이전에 우리가 버려두고 떠나왔던 시골로 다시 돌아가서 15평짜리 작은 집을 짓고 살아야 한다. 가까운 데는 걸어다니고 먼 곳에는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다니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한 달에 백만 원 들던 생활비는 50만 원으로 줄어들 것이다.”와 같다. 이 글을 읽고 한때 부릉이를 버린 분이 꽤 있다고 들었으나 거의 다 도로 부릉이를 장만했다지. 부릉이만 버린대서 끝이 아니다. 잿빛집을 버리고 서울을 버리고 ‘마침종이(졸업장)·솜씨종이(자격증)’를 버리고, 이름값(명예)을 버려야 한다. 나는 2010년에 〈자가용을 버려야 책을 읽는다〉란 이름으로 글을 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갈수록 책을 안 읽는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넘치기에,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까닭은 바로 ‘부릉이(자가용)’를 붙잡을 뿐 아니라, 잿빛집을 붙잡고, 서울바라기를 하기 때문인걸. 시골로 삶터를 안 옮기고, 이름값을 안 내려놓으려 하니, 책을 못 읽는다. 모두 매한가지이다. “부릉이를 버려야 숲을 살린다”, “부릉이를 버려야 서울을 살린다”, “부릉이를 버려야 제주바다를 살린다”, “부릉이를 버려야 아이들이 산다”, “부릉이를 버려야 참 민주·평화·평등을 이룬다”처럼 말할 만하다. 부릉이를 몰면서 어깨동무(성평등·페미니즘)를 이룰 수 없다. 부릉이를 몰면서 아이사랑을 할 수 없다. 부릉이를 모는 주제에 어떻게 들숲바다를 푸르게 품는 길을 가거나 목소리를 내겠는가? 부릉이를 버려야 모든 싸움(전쟁)을 녹여버릴 수 있다. 부릉이를 버려야 사람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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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29 왼손질 | 읽는 마음 2022-11-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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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11.2.

수다꽃, 내멋대로 29 왼손질

 

 

  나는 다람이(마우스)를 왼손으로 쥔다. 다들 오른쥠만 하는 듯싶으나, 1994년에 셈틀을 집에서 건사하며 쓸 적에 오른쥠만 하면 손목이 시큰거려 왼쥠하고 오른쥠을 갈마들었다. 왼손을 오른손하고 매한가지로 쓰려면, 오른손도 왼손처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왼손하고 오른손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 다르게 힘을 들이면서 우리 몸을 움직인다. 부엌칼을 쥐어 무를 썰 적에 왼손으로 무를 잡지 않으면 못 썬다. 칼을 쥔 오른손도 잘 움직여야 할 뿐 아니라, 무를 쥔 왼손도 알맞게 틈을 내주어야 한다. 그저 왼손에 칼만 쥔대서 무를 잘 썰 수는 없다. 자전거를 타고서 오른쪽으로 돌든 왼쪽으로 돌든 매한가지이다. 어느 쪽 힘만 세서는 곧게 나아가지 않는다. 수저쥠은 좀 다르다. 수저는 한 손만으로도 쥘 수 있으니, 밥을 늦게 먹거나 굶어도 좋다고 여기면서 젓가락이랑 숟가락을 놀리면 머잖아 왼쥠을 익숙하게 해낸다. 글씨쓰기는 부엌칼질하고 비슷하다. 붓만 왼손에 쥔대서 글씨가 나오지 않는다. 앉아서 쓸 적에는 오른손으로 종이를 받쳐야 하고, 서서 쓸 적에는 오른손으로 글꾸러미(수첩)가 안 흔들리도록 받칠 줄 알아야 한다. 한쪽 손만 한쪽 일에 으레 쓰던 몸이라면, 오른손이 하던 일을 왼손이 하기란 대단히 어렵거나 아예 안 된다. 거꾸로, 왼손이 하던 일을 오른손이 하자면 몹시 어렵거나 아예 안 될 수 있다. 짐을 어떻게 나르겠는가? 두 손으로 같이 잡고서 안으니까 나른다. 아기도 두 손으로 나란히 잡고서 품에 안는다. 찰칵찰칵 찍는 틀도 왼손으로 고즈넉이 받쳐야 오른손으로 가볍게 단추를 누르니, 거꾸로 찍으려면 오른손이 받침 노릇을 단단히 하면서 왼손가락을 가볍게 놀려야 한다. 이 여러 가지는 어릴 적에 한쪽 손이 크고작게 다치면서 알아차렸다. 어릴 적부터 수저를 두손잡이처럼 쓰려고 했다. 나중에 한쪽 손이 다치면 무척 번거로운 줄 알아차렸으니 두 손을 홀가분히 쓰고 싶었다. 그러나 1984년 무렵에는 ‘왼손잡이 = 나쁜손’으로 바라보는 어른이 수두룩했고, 그무렵 아이들은 어른 흉내를 내듯이 왼손잡이를 놀렸다. 왼손잡이인 또래는 왼손잡이가 아닌 척하거나 숨겼다. 오른손을 안 내밀고 왼손을 내밀면 버릇없거나 멍청하다고 여기기까지 했다. 1995년부터 제금을 나면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할 적부터 손빨래를 하는데, 한 손이 다치면 손빨래가 몹시 벅차다. 오른손으로도 왼손으로도 비빔질을 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오른손으로도 왼손으로도 잇솔질을 하려고, 또 왼손으로 하는 받침 구실을 오른으로 너끈히 해내려고 무척 힘썼다. 두손잡이로 지내면 한 손을 느긋이 쉬기에 좋기도 하지만, 둘레를 바라보는 결을 넓힐 만하다. 왼눈으로만 둘레를 보는가? 오른눈으로만 둘레를 보는가? 아니면 ‘두눈’으로 보는가? 아니면 ‘온눈(왼쪽도 오른쪽도 가운데도 아닌, 오롯이 사랑으로 활짝 연 눈)’으로 보는가? 두 손을 나란히 다루면서 갈마드는 첫걸음이란, 우리 눈길이 ‘외눈’을 내려놓고서 ‘두눈’으로 거듭나다가 ‘온눈’으로 피어나서 ‘꽃눈’으로 아름답게 노래하는 삶길이라고 생각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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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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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28 우리 아이가 읽을 | 읽는 마음 2022-10-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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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10.15.

수다꽃, 내멋대로 28 우리 아이가 읽을

 

 

나는 글을 1992년부터 비로소 썼다. 그때 고작 열여덟 살이던 푸름이로서 오직 한 가지만 생각했다.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우리 아이가 읽을 수 있는 글만 쓰자.” 나는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이든, 푸른배움터를 다닐 때이든, 짝꿍(여자친구)이 없었다. 동무들은 내 말을 듣고서 “야, 넌 여친도 없는 주제에 무슨 네 아이가 읽을 글을 생각해?” 하면서 웃더라. “너희가 보기에도 내가 짝을 만날 수 없을 만할 텐데, 내가 짝을 못 맺고 아이를 못 낳더라도, 이웃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글을 쓸 생각이야.” 언제나 모든 몸짓을 “우리 아이가 본다면?” 하고 생각하면서 했다. 때때로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몸짓을 한 날은 “우리 아이한테 무어라 말하지?” 하면서 혼자 낯을 붉혔다. 이때에도 난 짝꿍이 없이 혼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했고, 한때 짝꿍을 사귀었다가 헤어지고 혼자 책집마실을 다니면서도 “우리 아이가 곁에서 지켜볼 테니까” 하고 생각했다. 어느덧 두 아이를 낳아 시골집에서 고즈넉이 살아가는데, 혼자 시골집을 떠나 서울(도시)로 바깥일을 하러 며칠씩 돌아다닐 적에도 늘 “우리 아이들하고 함께 일하러 돌아다닌다면” 하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곁에서 마음으로 지켜보네!” 하고 생각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의젓하고 씩씩한 어버이로서 한 걸음씩 디딜 수 있다. 나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볼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다. 겉모습은 껍데기이잖은가? 아무리 이쁘장해도, 아무리 날씬하거나 잘나 보여도, 아무리 대단하고 비싸다는 부릉이를 몰아도, 한낱 겉모습에 껍데기일 뿐이다. 나는 어릴 적에 ‘우리 아버지 때문에’ 주무르기(지압·마사지)를 스스로 익혔다. 우리 아버지는 어린배움터 길잡이(국민학교 교사)로 일했고, 날마다 술로 떡이 된 채 한밤에 들어왔는데, 날마다 마룻바닥에 털썩 엎어져서 “야, 신 벗기고 주물러.” 하면서 언니랑 나를 불렀다. 우리 둘은 거나쟁이 신을 벗기고 한 시간 남짓 발가락부터 머리까지 온힘을 다해 주물렀다. 이러기를 열 해 즈음 하다 보니 저절로 주무르기를 익힐 수밖에. 겉으로 아무리 잘나 보이는 사람도 얼핏 보기만 해도 몸 어느 곳이 막혀서 손가락으로 콕 찔러서 눌러 주어야 하는지 마음으로 보인다. ‘눌러 줄 곳이 안 보이는 사람’은 여태 다섯 사람쯤 보았을까. 나는 내 일감(본업)인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길도, 우리나라 ‘말살림(언어문화)’을 살리려는 대단한 뜻이 아닌, 내가 낳아서 돌볼 아이에다가 이웃 아이들이 앞으로 우리 말글을 헤아리고 배울 적에 이바지할 책으로 징검다리를 삼으려는 뜻 하나로 썼고 쓴다. 내가 쓰는 우리말 이야기가 아닌, ‘책숲마실 글’이나 여러 가지 삶글(수필)이나 느낌글(비평·서평)이란, 알고 보면, ‘낱말책(사전) 보기글’로 스스로 삼으려고 쓰는 글이기도 하다. 이리하여 내가 읽는 숱한 책도 ‘아이들한테 읽으라고 건넬 만한가 아닌가’라는 잣대가 가장 크다. 줄거리가 알차도 글결이 엉터리인데다가 우리말결을 망가뜨리는 책은 차마 아이들 손에 쥐어 주고 싶지 않다. 그림책이라면 엉터리로 쓴 글을 몽땅 죽죽 그어 고쳐쓴 다음에 건네준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두고두고 물려받아 삶을 노래할 만한 숲집을 가꾸고서 남길 생각이다. 나는 온누리 모든 아이들이 기쁘게 물려받을 숲과 보금자리인 푸른별(지구)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든 말글에 담아서 하루를 여민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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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27 연휴 | 읽는 마음 2022-10-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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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10.7.

수다꽃, 내멋대로 27 연휴

 

 

푸른배움터에 들어간 1988년부터 ‘쉬는날(연휴)’이 없었다. 1988∼1990년 사이에는 06시부터 22시까지 배움터에 갇힌 나날이라면, 1991∼1993년 사이에는 05시부터 23시까지 배움터에 갇힌 나날이었다. 1994년 한 해는 인천·서울 사이를 날마다 오가면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고서 책집마실을 다녔고, 1995년에는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더는 다니지 않기로 하면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하루를 열고서 짐자전거로 헌책집 나들이를 다니고, 책숲·책집(대학도서관·대학구내서점)에서 곁일을 하면서 ‘이레 가운데 하루는커녕 하루 어느 때도 쉬잖고’ 일하고 배우며 살았다. 1995년 11월 6일에 싸움터(군대)에 끌려가서 1997년 12월 31일에 비로소 풀려날 때까지 그 싸움터에서 쉬는날이란 없었고, 다시 새뜸나름이로 일하다가 펴냄터(출판사) 일꾼으로 들어가는 1998∼2000년에도 쉬는날이 없었다.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으로 일하던 2001∼2003년에도,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던 2003∼2007년에도, 인천 배다리에서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연 2007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모든 나날을 아울러도, 나는 열네 살부터 하루조차 쉬는날을 두지 않았다. 둘레에서 “무슨무슨 연휴”라고 말하면 성가시다. “개천절 연휴”라든지 “한글날 연휴”라고 하면 살짝 어리둥절하다. ‘하늘을 연 날’을 우리 스스로 돌아보는 자리가 없이 놀러다닌다는 뜻이자, ‘말글길을 연 날’을 우리 스스로 잊으면서 노닥거린다는 뜻이니까. 배우지 않는 하루라면 죽음길이다. ‘배움 = 학교 다니기’일 수 없다. ‘배움 = 삶을 이루는 사랑을 스스로 알아차려서 슬기롭고 즐겁게 살림을 짓는 생각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도록 모든 숨결을 받아들이기’이다. 둘레 사람들이 ‘쉬는날 없이 살아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나는 쉬는날 없이 살지만, 누구나 느긋이 쉬는날을 누릴 노릇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나라에서 떠드는 “한글날 연휴”를 보라. ‘서울내기가 갑갑한 잿터(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푸른바람을 마시고 맛밥을 먹으려고 돈을 쓰는 며칠’을 읊지 않는가? “한글날 연휴”는 누가 누리는가? ‘공무원 아닌 일하는 사람’ 가운데 누가 쉬는날을 누리는가? ‘살림꾼(가정주부)’은 쉬는날을 누리는가? 시골사람은 쉬는날을 누리는가? 시골에서 흙살림을 짓는 사람한테 해날(일요일)이 있는가?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한테 쉬는날이 하루는커녕 한나절이라도 있는가? 2022년 10월 6일 낮에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타는데 빈자리가 없다. 아이들을 이끌고서 할머니·할아버지·이모·이모부·사촌동생을 만나러 경기 일산에 갔다가 전남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골사람은 쉬는날(연휴)이 끼면 고단하다. 쉬는날에는 ‘시골로 가는 길’에 빈자리가 없으니까. 나는 1995∼2004년 사이에 서울에서 살며 날마다 책집을 두서너 곳씩 다녔는데, 그무렵에는 흙날(토요일)·해날(일요일)에 쉬는 책집이 아예 없다시피 했고, 한 해에 하루조차 안 쉬는 책집이 참 많았다. 2022년 무렵에 이르면 이제는 ‘쉬는날 없이 여는 책집이 아예 없다’고 할 만하다. 지난날 여러 책집에서 “사장님은 쉬는날이 없으면 힘드시지 않아요?” “쉰다고 집에 있으면 더 힘들어요. 책집사람은 책집에 앉아서 책을 보며 햇볕을 느긋하게 쬐는 일이 쉬는 셈이에요.” 같은 말을 으레 주고받았다. 한 해 내내 쉬잖고 일해야 하는 어머니하고 “어머니 오늘은 좀 쉬시지요?” “아이고, 그럼 이 많은 일을 누가 하니?” 같은 말을 늘 주고받았다. 풀꽃나무한테는 쉬는날이 없다. 바람도 해도 별도 바다도 쉬는날이 없다. 쉬는날은 뭘까? 제대로 느긋하면서 즐거이 쉬는 길이란 뭘까? 돈을 들여 서울(도시)을 벗어나는 하루가 쉬는날일까? 서울에 눌러앉는 삶이야말로 참다운 쉼을 잊고 아름다운 일을 잃으며 즐거운 놀이하고 등진 채 사람다운 사랑을 스스로 버리는 길은 아닐까? 아기한테도 아이한테도 쉬는날이 따로 없다. 어른이란 몸을 입은 ‘사회인’이란 자리에 서면 일놀이뿐 아니라 모든 숨빛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굴레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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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26 아이곁에서 | 읽는 마음 2022-09-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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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9.21.

수다꽃, 내멋대로 26 아이곁에서

 

 

  2008년 8월 16일, 큰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육아일기’를 썼다. 아이하고 곁님을 돌보는 어버이로 지내자면 셈틀맡에 앉을 틈이 없다고 여겨, 아주 작아 뒷주머니에 넣을 만한 꾸러미(수첩)를 잔뜩 장만했고, 언제 어디에서나 쪽틈을 내어 쪽글을 적어 놓고서, 비로소 셈틀맡에 앉아 글을 여밀 짬이 나면 바지런히 옮겼다. 다들 ‘육아·일기’라는 낱말을 쓰기에, 제아무리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더라도 유난을 떨고 싶지 않았다. 순이로 태어난 큰아이는 온날(백일)을 맞이하기까지 날마다 기저귀 쉰두 벌, 돌이로 태어난 작은아이는 온날을 맞이하기까지 날마다 기저귀 서른 벌을 내놓았다. 온날을 고비로 똥오줌기저귀 빨래는 차츰 줄어 큰아이는 쉰·마흔다섯·마흔·서른으로 꾸준히 줄다가 마침내 스물을 지나 열둘을 거쳐 대여섯하고 서넛 사이를 한참 오가다가 기저귀는 더 안 빨아도 되었다. 집안일이 ‘기저귀 빨래’만 있지 않으니 다른 일은 그대로인데, ‘아기 기저귀’를 그만 빨아도 될 무렵 ‘곁님 핏기저귀’ 빨랫감이 나왔고, 곧이어 작은아이 똥오줌기저귀로 이었다. 아이들은 늘 어버이 곁에서 쪼물락쪼물락하며 무엇이든 따라하고 싶다. 글을 쓰면 같이 글을 쓰려 하고, 그림을 그리면 같이 그림을 그리려 한다. 책을 읽으면 같이 책을 읽으려 하고, 노래를 부르면 같이 노래를 부르려 하고, 춤을 추면 같이 춤을 추려 한다. 부채질을 해주면 되레 부채질을 해주겠다고 부채를 뺏는다. 걸으면 같이 걸으려 하고, 자전거를 타면 같이 자전거를 타려 한다. 호미를 쥐어 흙을 쪼면 같이 호미를 쥐어 땅을 쪼아야 하고, 톱을 쥐어 나무를 켜면 으레 톱을 쥐어 같이 나무를 켜야 한다. 우리 집 아이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어버이 곁에서 붓도 쥐고 종이도 만지고 찰칵이(사진기)까지 다루었을 뿐 아니라, 부엌칼에 호미에 낫에 톱도 덩달아 다루었다. 내가 손수 집짓기를 한다면 아이들은 아마 집짓기를 함께하면서 배우겠지. 다시 말해서,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온삶을 보여주고 물려준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모든 살림을 소꿉놀이로 따라하면서 새롭게 가꾸고 지어낸다. 어버이는 아무 짓이나 못 한다. 늘 아이가 지켜보고 쳐다보고 바라보니까. 아이가 늘 보기에 어버이는 ‘아이 곁에서 무엇을 해야 스스로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울까?’를 늘 생각하면서 찾아나서고 배우게 마련이다. ‘아이가 늘 어버이한테 스승’이다. ‘따라하려는 아이가 곁에 있기에 어버이는 어질고 참하며 착하게 살림하는 길을 늘 새롭게 배우면서 펼치되, 춤노래로 즐겁게 맞아들일 노릇’인 줄 알아차렸다.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차리는 동안 ‘육아’나 ‘육아일기’란 한자말은 안 어울린다고 깨달았다. 한자말이라서가 아니라 ‘아이키우기·아이기르기’는 터무니없다. 아이는 스스로 보고 느끼고 놀면서 스스로 배우고 자란다. 어버이란 자리는 “아이 돌아보기(돌보기)”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만 돌아보아서는(돌보아서는) 어른답지 못 하다. 우리가 어버이(또는 어른)라면, “아이 곁에서 사랑을 스스로 숲빛으로 지으며 살림을 노래할 줄 알아야”겠더라. 이 대목까지 아이한테서 배웠기에 이제는 ‘아이곁에서’란 말을 지어서 쓴다. 아이 곁에서 살며서 글을 쓰면 ‘아이곁글’이다. 누구라도 매한가지라고 여긴다. 우리한테는 ‘아이키우기·아이기르기(육아·훈육·양육·보육·교육)’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한테는 ‘아이곁에서’가 어울리고, 이 살림을 글로 옮긴다면 ‘아이곁글’을 남길 뿐이라고 생각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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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꽃, 내멋대로 25 우체국 공무원 | 읽는 마음 2022-09-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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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9.14.

수다꽃, 내멋대로 25 우체국 공무원

 

 

  왜 그러한지 알 길이 없는데, 갈수록 우체국 일꾼이 자주 바뀐다. 게다가 새로 들어앉는 우체국 일꾼은 일을 대단히 못 한다. 글월(편지)이나 꾸러미(택배·소포)를 받거나 다루는 길을 처음부터 아예 모르는 채 자리에 앉으니, 손님은 하염없이 기다리기를 두 달쯤 하면, 우체국 일꾼이 이럭저럭 일손이 잡히고, 서너 달쯤 이 꼴을 보면 이제는 버벅거리는 우체국 일꾼이 없는데, 바로 이즈음 우체국 일꾼이 다시 싹 바뀌더라. 왜 이럴까? 어제(2022.9.13.)도 고흥읍 우체국에서 이런 꼴을 지켜보는데, 여기에 한 술 얹어 “낮 네 시 삼십 분이 지났으니 마감합니다!” 하고 여러 벌 외치더라. 나는 우체국에 세 시 사십오 분쯤에 들어와서 글월자루에 풀을 바르느라 바빴고, 마지막 풀바르기를 마치고 글월을 보내려 하니 네 시 삼십일 분이더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요새 우체국에서는 ‘받는곳 미리넣기(사전접수)’를 해줍사 하고 이야기한다. 미리넣기(사전접수)를 하느라 마감을 넘겼는데, 미리넣기를 안 하고 맡겼으면 마감에 안 걸렸겠지? 그런데 언제부터 우체국 마감을 네 시 삼십 분으로 앞당겼을까? 2022년 여름부터 우체국은 12시∼13시에 아예 닫아건다. 낮밥을 느긋하게 먹겠다면서 글월받기를 안 한다. 우체국 일꾼 스스로 일거리를 줄이면서 일삯은 그대로 받을 텐데, 무엇보다도 우체국이라는 자리는 열린일(공공업무)이다. 면사무소·동사무소·군청·시청도 어느덧 12시∼13시에는 아예 닫아거는데, 그들이 낮밥을 먹더라도 ‘무인 민원기계’를 쓸 수 있도록 해놓아야 하지 않는가? 우체국을 09시에 열어서 18시에 닫는다면, 글월을 받거나 돈을 넣고 빼는 일도 18시 마감이어야 맞다.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감을 미리 쳐놓고서 18시까지 자리를 지킨다니 무엇을 하겠다는 뜻일까? 우체국이나 열린터(공공기관)가 ‘나날이 일을 안 하는 쪽’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 이들은 “낮은자리에 설 마음”이 조금도 없다고 느낀다. 나라지기(대통령) 한 사람만 ‘여린이(사회 약자)·외로운 사람·가난한 사람한테 눈을 맞추는 길(행정)’을 찾겠다고 몸을 낮춘들, 이렇게 열린터 일꾼(공무원)부터 일찍 마감을 걸고서 일을 안 한다면, 이 나라는 가라앉아 버리리라. 누가 우체국까지 찾아가서 글월을 부치는가? 누가 은행까지 찾아가서 돈을 넣고 빼는가? 누가 면사무소나 군청까지 가서 일을 보는가? 바로 ‘여린이(사회 약자)·외로운 사람·가난한 사람’이다. 함부로 ‘노동복지’를 들추지 않기를 빈다. 우리는 ‘나흘 일하기(주4일제)’로 가기 앞서 ‘왜 어떻게 어디에서 누구를 마주하며 일하는가?’부터 똑바로 보고 되새길 노릇이다. 벼슬꾼(공무원)이나 길잡이(교사)가 ‘닷새 일하기(주5일제)’로 일한다고 하더라도, 흙지기(농사꾼)는 늘 ‘이레 일하기(주7일제)’를 한다. 더구나 ‘갈마들기(24시간 교대제)’로 일하는 곳(공장)이 수두룩하다. 하다못해 마을가게(편의점)조차 24시간을 돌린다. 벼슬꾼아, 우체국 일꾼아, 군청과 면사무소 일꾼아, 너희들은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서 ‘사람이 없다고 빈둥거리면서 누리마실(웹서핑)을 하며 한들거리’는데, 우체국도 군청·면사무소·동사무소도 스물네 시간을 돌려야 한다. 스물네 시간 쉬지 않고 돌리되, 너희들은 ‘나흘 일하기’로 갈마들기(교대제)를 해야지. 그래야 너희 일이 ‘공무원’에 걸맞지 않겠느냐? 시골 군청과 면사무소조차 넘쳐나는 일꾼이 할 일이 없어서 노는데, 제발 하루 내내 열어놓고서 갈마들기를 하기를 빈다. 우체국에도 일꾼이 너무 많더라. 좀 갈마들기를 하며 ‘나눠서 일하기’를 해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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