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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고약말 꾸러미 ― 문제아 | 말 좀 생각합시다 2023-01-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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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22.

고약말 꾸러미 ― 문제아

 

 

[국립국어원 낱말책]

문제아(問題兒) : [심리] 지능, 성격, 행동 따위가 보통의 아동과 달리 문제성이 있는 아동. 넓은 뜻으로는 이상아, 특수아, 결함아 등을 뜻하지만 좁은 뜻으로는 주로 행동 문제아를 이른다 ≒ 문제아동

문제어른 : x

문제(問題) : 1.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2.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3.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 4. 귀찮은 일이나 말썽 5.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

 

 

  문제가 있다고 여겨 ‘문제아·문제아동’ 같은 말을 쓰는 어른입니다. 한자말 ‘문제’는 ‘말썽’을 가리켜요. ‘말썽꾼·말썽꾸러기·말썽아이’라고 말하는 셈인데, 둘레를 보면 말썽을 일으키는 어른이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어른을 보며 ‘말썽어른’이라 말하지는 않아요.

 

 말썽쟁이·말괄량이

 개구쟁이·장난꾸러기

 

  “왜 어른한테는 말썽쟁이라 안 해?” 하고 따질 만합니다만, 우리말로는 ‘나이가 많이 든 사람 = 늙은이’요, ‘어른 = 철이 들어 스스로 삶을 짓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켜요. 나이가 많기에 어른이 아니라, 철이 들어 어진 사람이 어른입니다. 나이가 적어도 철들고 어질면 어린이도 ‘어른스럽다’고 해요. 그러니까 말썽쟁이라면 어른일 수 없이 ‘철없는’ 사람이랍니다. 말썽을 일으키면 ‘말썽쟁이’일 테고, 장난을 즐기면 ‘장난꾸러기’입니다. 틀을 깨면서 신바람으로 놀 줄 알면 ‘말괄량이’에 ‘개구쟁이’이고요.

 

 

[숲노래 낱말책]

말썽쟁이 :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것·연장·살림. 자꾸 말썽을 부리는 사람·것·연장·살림. 말이나 몸짓이 거친 사람. (= 말썽이·말썽꾼·말썽꾸러기·말썽뭉치.)

말썽 : 1. 어떤 일을 들추어내어 귀찮게 하거나 말꼬리를 잡는 일이나 몸짓. 2.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망가지는 일

말괄량이 : 장난을 자꾸 하는 순이. 자꾸 장난을 치면서 즐기는 순이. 순이는 얌전하거나 조용하거나 돌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여기던 지난날, 얌전하지 않고 조용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뛰놀고 뛰어다니면서 씩씩하고 밝게 움직이거나 지낼 줄 알던 순이.

개구쟁이 : 아직 철이 들지 않아 장난을 자꾸 하는 아이. (= 개구지다.)

장난꾸러기 : 장난을 자꾸 하는 사람·것·연장·살림. 자꾸 장난을 치면서 즐기는 사람·것·연장·살림. (= 장난쟁이·장난꾼.)

장난 : 1. 재미로 하거나 심심해서 하는 짓. 2. 괴롭고 귀찮게 하는 짓.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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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74 나멋너못 | 말 좀 생각합시다 2022-12-3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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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74

 

 나멋너못

 

  1990해무렵(년대)에 어느 분이 벼슬판(정치판)에서 ‘내로남불’이란 말을 쓰면서 이 말이 확 퍼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벼슬판에서 쓰기 앞서도 사람들이 곳곳에서 제법 썼다고 느껴요. 저는 새뜸(신문·방송)에서 이 말을 떠들썩하게 쓰기 앞서도 여기저기에서 이 말을 들었거든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서 앞머리를 딴 ‘내로남불’은 ‘노찾사’하고 비슷한 얼거리입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란 말마디에서 앞머리를 따서 ‘노찾사’라 했어요. 어느 대학교 노래패는 ‘노곳떼’란 이름을 썼는데 “노래하는 고깃떼”를 줄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앞머리를 따서 줄이는 이름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어요. 아마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썼구나 싶어요. 이름이 기니까 단출하게 쓰려는 마음일 테고, 어떤 일을 하는 무슨 모임인가를 감추려는 마음이 있으며, 쉽고 귀여우며 부드럽게 부를 이름으로 가볍게 줄이는 마음이었다고 느껴요.

 

  이렇게 몇 마디를 따서 줄이는 이름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한자말에도 영어에도 있고 일본말에도 있어요. 우리말에도 마땅히 있습니다. 모든 자리에서 긴 이름을 꼬박꼬박 다 말하기 힘들거나 번거로울 수 있거든요. 자주 쓰는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이름이니 가볍게 줄입니다.

 

  그런데 저는 ‘내로남불’이란 말을 처음 들을 적에 시큰둥했어요. 그무렵에 저는 딱히 짝꿍이 없어, ‘로맨스이든 불륜이든 할 일이 없다’ 보니 이런 말을 둘레에서 쓰거나 말거나 눈길이 안 가더군요. 그렇다고 짝꿍이 있고 아이를 돌보는 오늘이 되었대서 로맨스나 불륜을 할 일이란 없습니다만, 문득 생각합니다. 이런 자리나 느낌을 저라면 어떤 낱말을 엮어서 나타내겠느냐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나멋너못’이나 ‘내멋남못’ 같은 이름을 떠올립니다. “나는 멋있고 너는 못났어”요 “내가 하면 멋나고, 남이 하면 못나”예요. 수수하게 ‘외곬·외넋’이나 ‘외곬눈·외길눈’처럼 그려도 어울리지 싶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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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73 씨 님 | 말 좀 생각합시다 2022-07-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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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 한국일보에

편성준 씨가

“'~씨'라는 호칭이 그렇게 나쁩니까?”란 이름으로

글을 실었다고 한다.

 

이 글을 곰곰이 읽어 보았다.

편성준 씨뿐 아니라

글을 쓰는 숱한 사람들이

우리말 ‘씨·님’ 쓰임새를

잘 모르겠구나 싶더라.

 

‘님’이란 말씨는 나쁘지 않다.

‘님’은 나쁘고 

‘씨’는 좋을 수 있을까?

 

두 낱말은 쓰는 자리가 다를 뿐이다.

‘씨’는 또래·동무·손아랫사람한테 쓴다.

‘님’은 누구한테나 쓴다.

 

누구한테나 쓰는 말인 ‘님’이니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자리에서는

마땅히 ‘님’을 써야 어울리고

그 자리가 부드럽다.

.

.

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7.17.

말 좀 생각합시다 73 씨 님

 

 

  우리말 ‘씨’는 ‘씨앗·씨알·씨톨’하고 얽힙니다. 우리말 ‘님’은 ‘놈·남·나·임’하고 얽혀요. “아무개 씨”나 “누구 씨”처럼 쓰는 ‘씨’는 동무나 또래나 손아래인 사람을 높이려고 붙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님’은 누구한테나 서로 높이려고 붙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예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기한테 ‘아기씨’라고 깍듯이 여겼습니다. ‘아가씨’나 ‘색시’ 같은 우리말에 이 ‘씨’를 붙인 버릇이 남았습니다. 어른인 사람이 어질게 손아랫사람을 곱게 여기고 돌보고 살피려는 마음으로 붙인 말이 ‘씨’입니다. 이 ‘씨’는 ‘마음씨·말씨’에 ‘글씨·솜씨·맵시’ 같은 자리로도 퍼졌어요. 이름씨(명사)·그림씨(형용사)·움직씨(동사)·느낌씨(감타사)·토씨(조사)·어찌씨(부사)처럼, 말결을 살피는 자리에도 씁니다.

 

  누구나 서로 높이는 자리에 쓰는 ‘님’인데, 예부터 어른들은 마땅히 아기한테도 ‘아기님’이라 불렀어요. 곱상하게 여기는 마음을 담지요. 아이들은 ‘해님·꽃님·별님·흙님·돌님·새님·벌레님·바다님’처럼 둘레 모든 숨붙이한테 스스럼없이 ‘님’을 붙였고, 어른들은 ‘하늘님(하느님)·비님·바람님’이라 했고 ‘물님·불님·숲님’처럼 숲을 고이 섬기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우두머리가 나타나 나라를 세우면서 그만 ‘임금님’처럼 ‘님’을 쓰도록 억누르는 틀이 퍼졌어요. 2000년에 이르도록 ‘님’은 섣불리 쓸 수 없되 아이들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퍽 홀가분히 쓰던 말씨였습니다. 그리고 1994년 무렵 차츰 퍼진 누리판(피시통신)에서 너나없이 글로 만나고 사귀며 ‘나이를 안 가리고 어울릴 적에’ 서로 부를 마땅한 말씨를 놓고 한참 실랑이가 있었으며, ‘님’으로 쓰는 길이 낫겠다는 목소리가 높았어요. 어느 분은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고치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는 ‘누리님’이 낫다고 여겼습니다.

 

  ‘나’하고 ‘너’는 ㅏ랑 ㅓ만 다릅니다. ‘남’하고 ‘나’도 매한가지요, ‘님’하고 ‘놈’도 다 한 끗이 벌어질 뿐입니다. 보는 자리에 따라 달리 가리키는 이름인 ‘나·너·남’이자 ‘님·놈’인 터라, 나이·이름값·힘·돈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동무하듯 스스럼없이 높이는 ‘님’이요, 낮추는 ‘놈’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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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72 혼찰칵 | 말 좀 생각합시다 2021-10-16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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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2021.10.16.

말 좀 생각합시다 72

 

 혼찰칵

 

  혼자 먹는 밥을 ‘혼밥’이라 하는 눈빛은 놀라웠습니다. 혼자 마시는 ‘혼술’ 같은 이름을 지은 눈매는 상냥했지요. 처음 ‘혼밥·혼술’이란 낱말이 퍼질 즈음, 여러 새뜸(신문·방송)에서 “‘혼밥’ 같은 말씨는 우리말을 파괴하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이런 목소리나 걱정도 꽤 흔했습니다. 이때 저는 새뜸이며 이웃님한테 “‘혼밥·혼술’에다가 ‘혼집·혼살이’를 곁들이고, ‘함밥·함술’을 나란히 쓰면서 ‘함집·함살이’를 써도 즐겁고 멋스럽겠습니다.” 하고 얘기했습니다.

 

  영어로 ‘셰어하우스’를 한자말 ‘공유주택’으로 풀어내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만, ‘함집·함살이’이라 하면 돼요. 요새 이곳저곳에 ‘공유’란 한자말을 덕지덕지 쓰는구나 싶은데 ‘함께’를 오롯이 붙여도 좋고, 단출히 ‘함-’만 앞에 넣어도 어울립니다.

 

  ‘홀·혼자’에 이어 ‘혼’이란 앞가지를 새로 얻듯, ‘같이·나란히·더불다’하고 비슷하면서 결이 살짝 다른 ‘함께’를 ‘함’으로도 살려쓰면서 ‘하나·함함하다·함초롬하다·함박비’ 같은 낱말이 얽히는 말타래를 돌아볼 만합니다.

 

  모름지기 모든 말은 즐겁게 쓰고 나누려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억지로 밀어붙이는 말이라면 달달 외워야 할 뿐 아니라 생각이 갇혀요. 배움수렁(입시지옥)은 모든 어린이·푸름이를 불구덩이에 몰아넣으면서 괴롭히는걸요. 끔찍하게 길들고 짓눌리면서 달달 외우기만 하는 나날이라면 말빛도 말결도 모두 죽어버립니다.

 

  혼놀이를 하듯 혼찰칵·혼찍을 합니다. 함놀이를 하면서 함찰칵·함찍을 합니다. 혼자이니 홀가분하게 혼노래를 불러요. 함께라서 함초롬히 함노래를 부릅니다. 혼자일 적에는 혼자이기에 즐거우면서 홀가분하다면, 함께일 적에는 함께라서 반가우면서 하나됩니다. 우리는 새길을 열면서 오늘을 빛내는 기쁜 몸짓이에요.

 

  혼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호젓하게 나아가는 혼길입니다. 함길은 어깨동무입니다. 서로 어깨를 겯고 가장 여린 동무 발걸음에 맞추어 느긋느긋 나아갑니다. 혼밭을 일구고 함밭을 가꿉니다. 혼살림이 알뜰하고 함살림이 살뜰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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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71 -ㅁ | 말 좀 생각합시다 2021-09-08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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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9.6.

말 좀 생각합시다 71

 

 -ㅁ

 

  우리말을 보면 ‘-ㅁ’을 붙여 이름씨꼴로 삼곤 합니다. ‘쉬다’를 ‘쉼’으로, ‘하다’를 ‘함’으로, ‘보다’를 ‘봄’으로 써요. 이처럼 이름씨꼴로 삼으며 생각을 펼 자리가 있습니다만, 요즈막에는 옮김말씨(번역어투)가 크게 불거지면서 아무 데나 ‘-ㅁ’이 들러붙는구나 싶어요.

 

  이를테면 “이들 기술記述에는 정확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무슨 말일까요? 우리말답게 손질하자면 “이런 말은 꼼꼼하지 않다”나 “이 같은 말은 허술하다”나 “이렇게 쓰면 꽤 어설프다”입니다.

 

  글을 쓰는 분은 으레 “마음이 조금씩 따스해짐을 느꼈다”처럼 쓰는데 “마음이 따스하다고 느꼈다”나 “마음이 따스하다”고 해야 알맞습니다. 또는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씩 녹는다”고 할 만합니다.

 

  “작업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같은 말씨도 흔히 봅니다. “틀림없이 일을 한다”나 “틀림없이 일을 하는 듯하다”로 손볼 노릇입니다. 이밖에 “괴로움을 안고(→괴로워하고)”나 “전혀 다름이 없다(→똑같다)”나 “아쉬움이 있다면(→아쉽다면)” 같은 말씨가 자꾸 번져요.

 

  우리말은 그림씨(형용사)하고 움직씨(동사)를 고스란히 살려서 쓰는 맛인데, 우리말맛을 버리는 셈입니다. 이름씨로 바꾸는 글맛은 이렇게 않아요. 우리말에서 이름씨로 바꾸는 글맛이란 “쉬는 터전”을 ‘쉼터’로 짓고 “노는 곳”을 ‘놀이터’로 지으며 “짓는 사람”을 ‘지음이’로 갈무리하는 길에서 찾을 만합니다.

 

  ‘이름’이라는 낱말부터 ‘이르다 + ㅁ’입니다. 이처럼 ‘괴로움·아쉬움·슬픔·웃음’ 같은 낱말을 널리 쓸 만하고 ‘쓰임새·씀씀이’처럼 얼마든지 살려쓰는 길이 있어요. 다만 “온갖 길을 배우면서”나 “여러 가지를 배우며”라 하면 될 말을 “온갖 지식을 배움으로써”처럼 써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이런 이름씨꼴은 영어 같거든요. 마치 영어처럼 쓴 옮김말씨예요. 아니, 영어하고 우리말 사이에서 헷갈린 채 엉성하게 튀어나오는 말씨이지요. 이제는 ‘앞가림’을 할 때입니다.

 

ㅅㄴㄹ

 

참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잠이 깨이던 우리들의 상쾌한 아침은

→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깨던 싱그러운 아침은

《어제와 오늘의 사이 3 지금은 몇時인가》(이어령, 서문당, 1971) 230쪽

 

생명의 소중함을 재치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영리함을 지닌 훌륭한 작가이다

→ 값진 목숨을 멋지게 그릴 줄 아는 똑똑하고 훌륭한 분이다

→ 아름다운 숨결을 훌륭히 선보일 줄 아는 똑똑한 그림님이다

→ 빛나는 숨소리를 알뜰살뜰 담아낼 줄 알아 슬기롭고 훌륭하다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안노 미쓰마사/송해정 옮김, 시공주니어, 1999) 31쪽

 

폐가임에 틀림없는 제 살집 속에서 나와

→ 틀림없이 낡은 집인 제 살집에서 나와

→ 참말 낡아빠진 제 살집에서 나와

《흰 책》(정끝별, 민음사, 2000) 16쪽

 

우리는 마땅히 돈의 소중함을 알고 돈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 우리는 마땅히 돈이 값진 줄 알고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 우리는 마땅히 돈이 고마운 줄 알고 사랑하고 살펴야 한다

《김훈 世說》(김훈, 생각의나무, 2002) 13쪽

 

공동체의 파괴자라고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다

→ 두레를 무너뜨린다고 해도 좋다

→ 모둠살이를 허문다고 해도 된다

→ 마을을 짓밟는다고 말할 만하다

《그들이 사는 마을》(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 느린걸음, 2015)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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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70 같은 것 같다 | 말 좀 생각합시다 2021-09-08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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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9.6.

말 좀 생각합시다 70

 

 같은 것 같다

 

  닮거나 하나로구나 싶을 적에 ‘같다’를 붙입니다. “나비 같구나”라든지 “서로 키가 같구나”처럼 씁니다. “꿈 같은 일”이나 “옛날 같으면 어림도 못 하는데”나 “말 같지 않은 말”처럼 쓰임새를 넓히고, “마음 같아서는 나서겠는데”나 “나쁜 놈 같으니라구”처럼 쓰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비가 올 것 같다”처럼 ‘것’을 앞에 넣은 ‘-것 같다’ 같은 말씨가 불거집니다. 이 말씨가 불거지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나 “그런 것 같은 것 같은데요”처럼 꼬리를 늘이는 말씨까지 나타납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같다 9. 추측,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하면서 이 쓰임새를 다룹니다만, 알맞지도 올바르지도 않습니다. 어림하는 말씨는 ‘-것 같다’가 아닌 ‘듯하다’입니다. “동생은 잘 모르는 듯해요”나 “비가 올 듯해요”처럼 쓸 적에 우리말입니다.

 

  우리말을 우리말같이 쓸 노릇입니다. 우리말을 우리말이 되도록 쓸 적에 수수하면서 빛납니다. 우리말 같지 않은 우리말을 마치 우리말이라도 되는 듯 쓴다면, 어른으로서도 어른 같지 않으며, 아이들은 아이답지 않게 말빛을 잃거나 말결을 헤매고 맙니다.

 

  쉬워요. 우리말은 ‘듯하다’입니다. 이 말씨를 바탕으로 말끝을 살며시 바꾸면서 결을 살리면 됩니다. “살고 있는 것 같다”라면 “사는 듯하다”로 바로잡고, “사는구나 싶다”나 “살아가네 싶다”처럼 말끝을 바꿀 만합니다. “아닌 것 같아”는 “아닌 듯해”로 바로잡고, “아니지 싶어”나 “않구나 싶어”나 “않은 듯한걸”이나 “않을 텐데”나 “아니라고 생각해”처럼 말끝을 바꿀 만하지요.

 

  더 헤아린다면 어느 일을 놓고서 우리 스스로 즐겁고 의젓하며 알맞게 생각을 나타낼 자리에 생각을 꺼리면서 ‘-것 같다’가 확 퍼집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라 말하면 되는데, “저는 아닌 것 같은데요”처럼 말을 돌린달까요. 사람들이 홀가분히 생각을 밝히면서 이야기를 펴는 길이 억눌린 탓에, 생각대로 말하면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막짓이 판치는 바람에, 어느새 스스로 엉뚱말에 길듭니다.

 

ㅅㄴㄹ

 

이제 너무나 획일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 이제 너무나 판박이로 되어 간다

→ 이제 너무나 틀에 박혀 버린다

→ 이제 너무나 판에 박혀 버린다

→ 이제 너무나 똑같이 되어 간다

《현실과 이상》(송건호, 정우사, 1979) 44쪽

 

무엇인가 물어보고 있는 것 같아요

→ 무엇인가 물어보는 듯해요

→ 무엇인가 물어보나 봐요

《존 선생님의 동물원》(이치카와 사토미/남주현 옮김, 두산동아, 1996) 28쪽

 

저 때문에 어머니 집 나간 것 같아

→ 저 때문에 어머니 집 나간 듯해

→ 저 때문에 어머니 집 나갔지 싶어

《내가 미운 날》(오승강, 보리, 2012) 61쪽

 

술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인 것 같다

→ 술은 없어서는 안 되는 살림 같다

→ 술은 없어서는 안 되지 싶다

《나의 살던 북한은》(경화, 미디어 일다, 2019) 65쪽

 

꿈을 꾸는 것 같아요

→ 꿈을 꾸나 봐요

→ 꿈을 꾸는 듯해요

《고요히》(토미 드 파올라/이순영 옮김, 북극곰, 202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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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68 삶님 | 말 좀 생각합시다 2019-09-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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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이야기

말 좀 생각합시다 68


 삶님


  말은 어떻게 지을 수 있을까요? 어떤 자리에 어떻게 써야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리에서 짓지 싶습니다. 온누리 모든 말은 저마다 다른 삶자리에서 살림을 가꾸고 지은 사람이 저마다 제 삶자리에 걸맞게 하루를 살아가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굳혀서 붙이는 소리이지 싶어요. 처음에는 그저 떠도는 소리였을 테지만, 이 소리에 이름을 붙이기에 뜻이 깃들고, 뜻이 깃들면서 말이라는 모습으로 나누는 새로운 숨결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때로는 새로운 소리까지 지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숱한 사람들이 새로운 소리를 잔뜩 지었고, 숲이나 들이나 바다나 하늘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소리를 새롭게 지었으니, 굳이 소리를 더 짓지 않아도 될 만합니다. 우리 곁에 있는 엄청나게 널린 소리를 잘 살피고 엮어서 말을 새로 지으면 넉넉해요. 이미 있는 말 여럿을 새롭게 엮어 한결 새로운 낱말을 짓습니다.


  한국 한자말로는 ‘식구(食口)’요, 일본 한자말로는 ‘가족(家族)’이라 이르는 사이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한집사람’을 가리킬 낱말이 따로 없어도 되었기에 굳이 텃말을 안 지었구나 싶은데, 이를 글로 나타내고 싶던 사람이 있어 한자를 따서 ‘식구·가족’ 같은 낱말을 엮었구나 싶어요.


  저는 이 한자말도 저 한자말도 그리 안 내킵니다. 밥을 먹는 사이란 뜻도 좁고, 씨받이가 모인 집안이란 뜻도 좁구나 싶어요.


  이러다가 삶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서 이녁한테 ‘곁님’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저랑 삶을 함께하는 사람도 저를 ‘곁님’이라 부를 수 있어요. 한말(한국말)은 성별이나 나이나 자리를 안 따지고 누구나 아우르는 결이라, ‘아내·남편’을 넘어선 ‘곁님’이란 말을 짓고서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다면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한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이란, 삶을 함께 짓고 누리는 사이일 테니 ‘삶 + 님’ 얼거리로 ‘삶님’이라 할 만합니다. 한집에서 함께 삶님이에요. 사는 사이는 ‘삶님’이라면, 살림하는 사이는 ‘살림님’이 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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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67 손멋 | 말 좀 생각합시다 2019-09-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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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67


 손멋


  손으로 만지면서 헤아리는 느낌이라든지, 손으로 찌르르 오는 느낌이라든지, 손수 차린 밥에서 누리는 맛을 두고 ‘손맛’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손으로 글을 쓸 적이라든지, 손으로 적은 글월을 받는 느낌이라든지, 손수 짓거나 빚은 선물을 주거나 받을 적에도 ‘손맛’을 쓸 만해요. 남이 해 주는 일을 받지 않고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적에도 손맛을 누릴 만하지요.


  그러면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손멋’ 말이지요. 밥이나 손 느낌을 손맛이라 한다면, 옷을 짓거나 집을 짓거나 살림을 꾸려서 보기에 좋거나 훌륭한 모습을 이룬다면, 이때에는 ‘손멋’이 드러난다고 할 만합니다.


  멋을 부린다거나 살린다거나 뽐낸다고 합니다. 멋을 차리거나 밝히거나 나눈다고도 합니다. 이런 여러 자리를 ‘손멋’이라 할 수 있어요. 마을을 가꾸는 손멋, 고장이나 고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손멋, 보금자리를 알뜰살뜰 여미면서 돌보는 손멋, 뜨개질이나 바느질로 옷살림을 하는 손멋, 살림지기로서 살림멋을 이루는 손멋, 여러 가지 손멋이 있어요.


  손맛하고 손멋을 나란히 놓고 보면, 손맛은 어떤 일을 스스로 하면서 즐거운 결을 나타내는 셈이고, 손멋은 어떤 일을 스스로 하면서 둘레에 퍼지거나 이웃하고 나누는 결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이런 얼거리를 살피면, ‘길맛·길멋’을 놓고는 스스로 길을 다니는 즐거움은 길맛으로, 어떤 길(골목이나 시골이나 마을에 있는 길)을 꾸미거나 가꾼 아름다움은 길멋으로 나타낼 수 있어요.


  손수 글을 쓰면서 즐거울 적에는 글맛으로, 어떤 글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은 글멋으로 나타낼 만합니다. ‘말맛·말멋’을 쓸 만하고 ‘삶맛·삶멋’을 쓸 만해요. 스스로 책을 읽으며 즐거우면 책맛이 되고, 아름다운 책을 마주할 적에는 책멋을 헤아리겠지요. 내가 여행을 할 적에는 마실맛(여행맛)이라면, 여행을 아름답고 멋지게 다니는 이웃이나 동무를 두고는 마실멋(여행멋)이 남다르다고 말할 만해요. 그저 보면서 즐거우니 눈맛이고, 누구나 보기에 아름다워 눈멋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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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66 창구 | 말 좀 생각합시다 2019-08-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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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66


 창구


  시골길이나 서울길은 멀기 마련입니다. 시골에서 서울을 가든, 서울에서 시골을 가든 꽤 오래 달려야 하지요. 먼길을 달리는 버스를 타면 으레 앞자리 머리받이에 적힌 “안전띠 착용”이란 글씨가 보입니다. ‘안전벨트’에서 영어 ‘벨트’는 ‘띠’로 고쳐썼네 싶으나 한자말 ‘착용’은 좀처럼 ‘매기·매다’로 고쳐쓰지 못합니다. “안전띠 매기”라 하는 분도 많지만, 적잖은 어른들은 아직 ‘착용’이란 자리에 머무릅니다. 더 헤아리면 자동차에서 몸에 띠를 매니까 ‘몸띠’라 할 수 있어요. 어깨에 매면 ‘어깨띠’가 되겠지요. 허리에 매는 ‘허리띠’를 생각해 보면 말을 어떻게 지으면 한결 나을까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은행으로 볼일을 보러 가니 ‘창구’란 글씨가 곳곳에 적힙니다. 저는 어른이라 이 이름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다가도 ‘손님맞이·맞이칸·맞이터’처럼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고도 생각하고, 수수하게 ‘자리’라고만 해도 좋겠구나 싶어요.


  마침 아이들이 묻습니다. “아버지, 저기 ‘창구’라고 적힌 데는 뭐야?” “사람마다 은행에 와서 볼일이 달라. 그래서 어떤 볼일이 있는가에 맞추어서 다르게 가서 묻고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가리켜.”


  은행을 두리번두리번하는 아이들이 또 묻습니다. “저기 ‘VIP룸’이라고 적힌 데는 뭐야?” “저곳은 큰돈을 만지는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라고 해. 이를테면 ‘큰손님칸’이라고 할 수 있겠네.” 


  은행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 생각합니다. 은행뿐 아니라 여느 가게에도 아이들이 못 알아들을 만한 글씨가 넘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매한가지요, 책은 더더구나 아이들 눈높이를 안 헤아리는 말씨가 철철 흘러요. 버스나 기차에서도 이와 같고, 여느 학교나 관공서도 엇비슷합니다. 모두 ‘좀 배운 어른 눈높이’에 따라서 글을 써붙여요. ‘누구나 알아보기 좋’게 한다든지 어린이가 쉽게 바로 알아차릴 만하게 글을 써붙이지 못합니다.


  어떤 말을 쓸 적에 아름다울까요? 어떤 말을 쓸 적에 어깨동무를 하는 사랑스러운 나라를 이룰까요? 우리는 아무 글이나 쓰는 길에 흠뻑 젖어버리지 않았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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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65 끝없는 말 | 말 좀 생각합시다 2019-02-2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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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65


 끝없는 말


  배우는 길에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다면 누구나 꼭 한 걸음을 배운 뒤 더 배울 까닭이 없어요. 한 번 읽어서 다 외우거나 익힌다면 굳이 더 배우지 않겠지요. 그런데 잔나비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날마다 지어서 먹는 밥은 늘 밥물이 살짝살짝 다르면서 밥맛도 언제나 새로워 죽는 날까지 물리지 않고 누릴 수 있습니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글이기에 열 스물 온 즈믄 골 잘 …… 끝없이 되읽습니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글은 되읽을 적마다 새롭게 살아나면서 우리 마음자리를 촉촉히 적시거나 포근히 감쌉니다.


  삶도 사랑도 말도 글도 끝이 없습니다. 밥도 길도 꿈도 생각도 끝이 없어요. 그러면 우리는 책을 읽거나 새말을 익힐 적에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려나요? 책을 한 번 스윽 읽었으니 몇 쪽 몇 줄에 어떤 줄거리가 흐르는가 다 외울까요? 토씨 하나 안 틀리면서 다 외우더라도, 줄거리에 깃든 이야기를 모조리 헤아릴까요?


  ‘무궁무진’이라는 중국 한자말이 있습니다. 중국 한자말이니 이 말을 지은 중국이라는 삶터에 걸맞게 태어난 이야기가 서립니다. 이를 한국말로 옮기면 ‘끝없다’나 ‘가없다’가 될 텐데, ‘끝없다’나 ‘가없다’는 이 오랜 낱말을 먼먼 옛날부터 쓰던 한겨레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도사립니다.


  전문말이 전문말이 되는 까닭은 쉬워요. 꾸준히 쓰고 자꾸 써서 몸이며 마음에 깊이 배거든요. 낯선 말이 그저 낯설어 잘 안 쓰는 까닭도 쉽습니다. 낯설다는 핑계로 자꾸 안 쓰고 다시 안 쓰니 노상 낯설어 입이며 몸이며 삶에 안 붙습니다.


  아는 사람끼리 쓰는 말도 아는 사람 삶에 녹아들어서 쉽고 익숙해요. 그러면 이웃하고 동무를 넓혀 누구나 즐겁게 쓸 말을 헤아리려 한다면 어떤 말을 써야 좋을까요? 몇몇한테만 낯익은 말이 아닌, 몇몇이 오래 쓴 말이 아닌, 나이나 배움끈 같은 틀을 넘어서면서 모두한테 쉽고 부드러우면서 따사로운 말을 다룰 줄 알아야 할 테지요. 끝없는 말이 가없이 흘러 티없는 마음이 되고, 거짓없는 사랑으로 자라니, 말없이 즐거운 새말, 함께 쓰며 서로 기쁜 숨결이 됩니다. 2018.6.2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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