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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인문/교양 2021-01-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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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황헌 저
시공사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와인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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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헌 씨는 MBC의 간판 앵커를 맡는 등 34년 경력의 언론인이다. 이제 인문학 작가이자 유튜브 와인채널진행자로 거듭났다. 그는 이번 책에서 단순히 와인에 관한 지식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와인과 연계된 역사·철학·문학 등 인문학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낸다.

 

와인을 전문가 수준으로 알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할 것이 참 많다. 가령 영국에 본사를 둔 와인 마스터 협회(Institute of Masters of Wine)에서 주관하는 와인 마스터 자격증을 예로 들어보자.

 

실기 시험은 총 세 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 12종의 와인(36가지)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한다. 이 때 12가지 와인들에 대해 품종, 지역, 양조 방법, 품질과 스타일 등에 대해 영어로 기술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과 같이 와인 초보자가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진가가 자못 크다.

 

저자는 와인 한 잔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와인은 스토리. 와인이 왜 스토리인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MBC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기 며칠 전, 지인들과 송별만찬을 한 적이 있었다. 조택호 화백이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왔는데 놀랍게도 페트뤼스 2000’이었다. 알고 보니 조 화백이 자신의 귀중한 그림 한 점을 내주고 구한 와인이었다. 특별한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신 그날 밤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품질 좋은 와인 한 병에 6억 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와인에 얽힌 일화도 많지만, 와인을 마시는 사람에게 자신만의 이야깃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포도는 이글거리는 태양, 뿌리를 내리는 테루아 그리고 농부의 손을 거쳐 멋진 와인이 된다. 같은 품종이 같은 땅에서 생산되더라도 매년 다른 맛을 내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크게 와인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를 먼저 다뤘습니다. 와인 종류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은 이후 전개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와인의 종류 다음엔 포도 품종의 이야기가 뒤를 잇습니다. 품종 관련 글은 인문학 수필 혹은 역사 이야기이자 여행기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중략) 와인 품종 이야기에 이어 실제 와인을 즐기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소개했습니다. 코르크 마개의 역할, 라벨이 말해주는 것, 디캔팅의 의미와 효과, 무수아황산의 진실, 빈티지, 아로마, 병과 잔, 음식과의 조화, 등급과 점수 등 실전에 필요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 서문에서

 

저자가 처음 와인에 매료된 것은 1996년 영국 웨일즈에서 공부할 때였다. 당시 처음 만난 와인이 무통 카데라는 적포도주였다. 이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오는 날엔 어김없이 콧노래가 나왔다고 한다. ‘무통 카데는 바로 저자가 와인의 세계에 입문하는 키워드였던 셈이다. 2003년 파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본격으로 와인을 파고들었단다.

 

이어 유럽 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나파와 캐나다 온타리오의 와이너리를 방문해 양조 과정을 지켜보고 시음한 것 등을 일일이 기록했다. 와인에 대한 식견이 늘어나고 자료가 어느 정도 쌓이자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겼다.

 

내가 처음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기 전 회장이 쓴 ON & OFF를 읽고 나서였다. 책에 이데이 회장이 칠레 대사와 업무 협의를 위해 만나면서 초면의 어색함을 몬테스 알파 이야기로 풀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는 무릎을 쳤다. 해외 출장을 가거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와인이 쉽게 친해지기 위한 훌륭한 매개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저자 역시 와인을 문화 공통어라고 말한다. 와인과 친해진다면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인생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여담이지만 와인을 몇 년 공부한 나는 '피노 누아'가 '검정 소나무'라는 뜻임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

와인은 많이 마셔봐야 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시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은 와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교양서이자 훌륭한 가이드 역할도 하겠다.

 

"복잡하고 어려운 프랑스어나 이태리어로 이뤄진 용어에 지레 주눅들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와인의 차이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차이, 스파클링 와인이 만들어지는 원리, 적포도와 청포도의 특징, 그리고 몇 가지 기본적인 예절 정도만 익히면 와인은 참 재미있고 유익한 술로 다가올 것입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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