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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은 빛이다. 다만 그 빛의 밝기는 읽는 사람이 발견하는 만큼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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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 기본 카테고리 2021-06-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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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저/김효은 역
하빌리스 | 2020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분재를 보는 듯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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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아키즈키 타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학교를 지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소년이 향하는 곳은 신주쿠와 시부야에 걸쳐진 국정공원이다. 하루 입장료 200엔, 연간 회원권이 1000엔이니 만들어 두겠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망설인다.

 

히말라야삼나무와 백향목이 나란히 서 있는 어둑어둑한 길을 지나면 별안간 공기와 냄새와 소리가 돌변하는 곳. 메타세콰이이아와 상수리나무로 이루어진 잡목림을 빠져나가자 연못이 넓게 자리한 일본 정원이 펼쳐진다. 무수히 떨어지는 빗줄기와 무수히 만들어지는 파문. 그 소리가 신비로운 속삭임으로 변해 수면 위로 피어 올라오는 곳.

 

우렛소리가 들리는 그곳에서 타카오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너무 아름다운 탓에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리며 살아온 유키노. 언제나 특별한 대접을 받고 그에 따른 시기와 질투를 받는 것도 지쳤다. 이제 아침에 갈 곳도 없지만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그녀가 향하는 곳은 국정 공원.

 

비가 오는 날 정자 아래에서 맥주를 홀짝이다 그 아이를 만났다. 타카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신발을 만드는 구두장이 되겠다고 하는 아이. 너무 큰 충격 때문에 미각을 잃어버린 유키노는 타카오가 싸온 도시락을 얻어먹고 맛을 되찾는다. 그 아이가 뭐라고. 이해할 수 없지만 유키노는 열두 살이나 어린 자기가 가르치던 학교의 학생 타카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마침 장마가 시작되었고 타카오는 걸핏하면 학교에 지각을 하고 국정공원으로 향한다.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었던 타카오는 유키노가 자기 학교 고전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하지만 유키노는 타카오의 교복을 보고 알아버린다.

 

장마는 끝났다. 이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여자 구두를 만들고 싶다며 유키노에게 발을 보여 달라고 했던 장면이 책의 첫 페이지에 애니메이션 장면으로 나온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감독이 직접 소설화한 작품이다. 소설 속 매력적인 장면을 시각으로 확인하자 조금은 시시하게 느껴진다.

 

작가 신카이 마코토도 그걸 알아서 쓰는 내내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화면으로는 절대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쓰는 그 쾌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일본 특유의 정제된 미학이 넘치는 소설이다. 덕분에 묘하게 답답하다. 언제부터인지 일본 문화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한때는 그게 좋았는데 요즘은 좀 숨 막히는 느낌이 든다.

 

타카오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국집에서 일부러 진상 짓을 하는 손님 앞에 무릎을 꿇는 지배인의 모습. 야근을 하지 않고 칼퇴 하는 타카오의 형을 바라보는 상관의 어이없는 표정 등등 너무 익숙해서 더 답답하다.

 

아름답지만 이리저리 철사로 꿰어 묶어만든 분재를 보는 기분이다. 그게 일본의 매력이었는데 이제 그 매력이 예전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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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정해진 기한의 끝 | 기본 카테고리 2021-05-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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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감 일기

김민철,이숙명,권여선,권남희,강이슬,임진아,이영미,김세희 공저
놀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마감 잘 지키는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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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일기라기에 마감을 지키지 못해 난리를 겪어본 사람들의 경험담 쯤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자 마감을 너무 잘 지키게 생긴 언니들이 마감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감이라고 하면 대부분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연상한다. 문예지 청탁을 받은 소설가라든지 포털에 연재를 하는 웹툰 작가들이 하도 마감에 대해 떠들어 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사실 평범한 직장인도 일상에서 자주 마감을 경험한다.

 

인간사 대부분의 일들은 정해진 기한의 끝이 있고 그 기한 안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들은 거의 나의 체력과 정신력을 고갈 시키며 쥐어짜게 만든다. 하다못해 어린시절 밀린 방학숙제 하느라 밤을 새워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마감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그리고 그 마감의 끔찍함은 대부분 나의 게으름에서 온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당신의 마감 스타일은 어떤가요?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내 주제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친구는 뭐든 닥쳐야 하는 사람이다. 그녀는체력이 장난아니게 좋아서 하루에 두 세시간만 자고도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마감을 진정 마감처럼 해내는 스타일이다. 마감 십분전까지 일을 해내고 뻗는 사람, 보기만해도 무섭게 강행군하는게 가능한 사람이다.

 

나는 그 친구와 180도 다른 사람이다. 체력이 워낙 부실해서 막판에 안하고 몰려 있으면 포기하고 만다.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마감전에 미리해야 한다. 내 주제를 알기에 마감 일주일 전에는 끝이 나야 안심한다. 마감까지 일을 끌고 가다가는 그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빵 터지고 말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나 에세이스트, 소설가, 번역가의 대부분도 마감을 잘지키는 사람들이다. 내가 마감을 지키지 못하면 그에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 배로 고생한다는 것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마감 분투기니 모범생의 정답지를 보는 기분이다.

 

그런데 필진이 전부 여자라는 것. 뭔가 느낌이 온다. 아무래도 마감은 여자들이 잘 지킬거라는 선입견이 작용하게 만드는 책.

------

휴가지에서 빗소리를 배경으로 깐 재즈 음악을 들으며 '마감 일기'를 읽었다. 뭔가  여행지의 한가로움을 극대화 시키는 묘미가 있다. 그녀들은 마감을 부르짖으며 고군분투 하고 있는데 나는 한가롭게 호텔 침대에 누워 이 책을 본다.

창 밖으로 청송의 초록 산이 펼쳐지거나 영덕의 푸른 바다가 보였다. ㅋㅋ 이 맛이다. 가볍게 읽고 가끔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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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트 플래그 캐리어 | 기본 카테고리 2021-05-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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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GIFT][입점기념 특가] 코알트 플래그 캐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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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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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보지 않은 자는 캐리어 내부가 얼마나 작은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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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나에게 폭풍같은 나날이었다.

4월 첫주에 상견례를 했고 두번째 주에 욕실을 리모델링 했으며 셋째 주에는 도배와 장판을 새로 했다. 그 사이 남편의 업장이 또 리모델링 잡혀 있었다. 그야말로 머리끝부터 말끝까지 새롭게 시작하는 달이었다.

남편은 자신의 업장 리모델링 기간에 여행을 가자고 했다. 나는 정신이 없는 이 판국에 무슨 여행인가 싶었지만 그때 아니면 시간이 없다는 걸 알기에 제주도 비행기를 예약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업장 리모델링이 연기 되면서 제주도 여행은 취소되었다. 딸의 회사에서 제공하는 무료숙소를 취소하고 비행기와 렌터카를 취소했는데 책 팔아 쌓아 놓은 포인트로 산 캐리어만 도착해 있었다.

그러잖아도 짐을 모두 없애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 집 수리 기간중에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캐리어라니. 좀 허탈했다. 여행 가고 싶은 마음 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5월이 되었다. 집 수리는 끝났고 커튼과 거실 장식장까지 모두 바꿨다. 청소는 새로 모신 에브리봇 이모님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하고 있으니 나는 이제 사위가 하룻밤 자고 가도 무서울게 없는 장모님이 되었다. 핵심은 이거다. 집수리는 모두 딸의 결혼식 때문에 하는거다. 사위가 없었다면 또 몇년을 버텼을 것이다.

한숨 돌린 시점에 새롭게 업장 리모델링이 시작되었다. 제주도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으니 물건너 갔고 우리는 청송과 영덕, 울진 여행으로 코스를 바꿨다.

캐리어 리뷰를 쓰면서 티엠아이를 적당히 해야지 여기서 여행일정까지 다 이야기하는건 너무 심하지 않을까? 하기야 캐리어 리뷰 쓰면서 딸 결혼 이야기하는 마당에 무슨 말은 하지 못하겠는가. ㅎㅎㅎㅎ

하여튼 나는 너무 소심했다. 이박 삼일 이인 여행을 계획하면서 20인치 캐리어라니. 남편을 과소평가했다. 남편은 어딜가면서 필요이상의 옷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이 캐리어를 보면서 두개 산거냐고 물었을 때 다소 뜨악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아 실수했구나. 큰걸 샀어야 했다.

남편은 옷에 집착이 대단히 강한 사람이다. 옷이 구겨지는 걸 참지 못한다. (나는 이 사람한테 스타일러를 사주는게 장래 희망이다. ) 그런 사람과 여행을 하면서 20인치 캐리어라니. 역시 여행 안 다녀 본 티를 냈다. 오늘의 교훈. 캐리어는 큰 걸로 산다.

캐리어는 문제없다. 단지 내가 너무 몰랐을 뿐이다. 캐리어 손잡이에 걸 수 있는 가방이 있으니 다음에는 그것도 가져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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