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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십] 징비록 - 반성하자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9-05-12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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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징비록

유성룡(류성룡) 저/김흥식 역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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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나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때로는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에게 죄책감으로 얽매게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읽지 않았다고 해서 리뷰를 쓰지 않을 수는 없다.

 

2.

류승룡이 쓴 임진왜란의 기록.

임진왜란하면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류승룡이 기록한 임진왜란의 생생한 기록도 전해져 온다.

 

3.

담력이 세고 용감한 권응수는 정대임과 함께 1000여며으이 군사를 거느리고 영전성을 포위했다. 그러나 아무도 두려워해 공격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 중 몇 사람을 베자 모든 병사가 앞장서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 병사가 성안에 들이닥치자 왜적들은 창고로 숨거나 명원루 외로 피했으며, 그곳에 불을 지르자 사람 타는 냄새가 몇 리 밖에까지 퍼졌고, 살아남은 수십 명의 왜적은 경주로 도망가버렸다.

이때부터 신령·의홍·의성·안동 등지의 왜적들도 한 곳으로 모이게 되어 동부 지방의 안정을 되찾았다.

- pp.138~139

 

읽지 않았지만, 책 속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보면 이렇듯 생생한 묘사가 나온다. 물론, 류승룡이 직접 이렇게 쓸 수는 없겠지. 김흥식이란 번역가의 힘이다. 번역을 보면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임진왜란의 생생한 기억! 그 속으로 한번 빠져볼텐가!

 

4.

일고십 8월의 책이다. 아직 좀 시간은 있다. 요즘 내가 책을 많이 못 읽고 있다. 한번 뒤쳐진 독서능력은 좀처럼 올라올 줄 모른다. 책의 내용이 머리 속에 입력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서평당첨도서는 열심히 읽어서 리뷰를 정성스럽게 쓰려 노력 중이다. 다른 책들은 글쎄... 일단 사 놓은 거는 틈틈이 읽는 중이다.

 

오늘은 주일인데, 부처님 오신 날. 도대체, 교회 다니는 사람이 부처님 오신 날은 왜? 글쎄. 잘 모르겠다. 부처님 오시는 걸 불교에서는 축복해야 할 일이지만, 교회에서는 환영할 일은 아니니. 그러가, 난 분명히 믿는다. 부처님이 탄생한 것도 하나님 계획의 일부라고. 무엇인가 뜻이 있을 거라고.....

 

징비록! 임진왜란...그것도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 그 거대한 전쟁에 담긴 역사의 의미도 우리에겐 분명 소중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 전쟁 속에서 우리는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다시 도약할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다. 위정자 중에도 단순히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지지할 수는 없는 이유는 그 사람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사적인 욕심을 채우려고만 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반성할 줄 모르는 저 위정자의 욕심이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나 역시 반성하지 않는 것 아닐까. 징비록의 표지에 붙어있는 문구.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우리나라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그리고 나부터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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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십] (월든) 내 삶은 예술이 되어가고 있지!! 믿거나 말거나~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9-05-0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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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월든 (한글+영문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전행선 역
더클래식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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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로우는 최소한의 도구로 최소한의 삶을 살 것을 이야기합니다. 비록 그는 2년만에 월든에서 벗어나 실제 삶으로 돌아가긴 했습니다만, 한동안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과 연관지어 같이 생각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나는 내 인생에 넓은 여백이 있기를 원한다. (171)

     

여백이 있는 삶이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우리는 어떤 여백을 생각해볼 수 있고, 그 여백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 여백의 삶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 쉼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연과정이겠지요. 여백의 미가 없다면 우리 삶이 결코 순탄하거나 행복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여백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꼭 해야 할 것 중, 순위를 매겨 상위 세개에 집중하는 겁니다. 나머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들은 상위 세개를 한 후에 하는 것이죠. 사우이 세개에 포함되어야 할 것은 일에 관한 것, 취미생활에 관한 것(휴식관련), 인간관계에 관한 것. 이렇게 각각의 부분에서 딱 한가지씩만 정해놓고 해 보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우선순위 세개를 분야별로 정해놓고 나머지도 있는 대로 늘어놓다 보면, 뭐를 먼저하고 뭐를 하지 않아도 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월든....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깨달음을~

 

 

2. 삶과 예술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만한 예술은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지요.

      

- 하루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사소한 부분까지도 숭고하고 소중한 시간에 음미해 볼 가치가 있도록 만들 의무가 있다. (138) 

 

내 삶의 어떤 부분이 예술일까? 혹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 이 질문을 보니, 이 책이 대충 어떤 느낌의 책일지 감이 오는 군요.  내 삶의 어떤 부분이 예술일까. 어려운 듯 하기도 하고, 알고 보면 쉬울 것 같기도 한 질문이군요.   내 삶은 책을 읽는 순간부터 예술이 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그 순간에는 예술이 실존이 되었지요. 지금도 저의 예술은 계속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멋진 나의 예술을 기대하며, 다음 질문도 기대하겠습니다!

    

 

(질문 : 일고십 반장 휘연,

대답 : 일고십의 절대적 반항아 신다 (그냥 일고십 톡방에 프사가 그렇다는 얘기임. 실제 반항아 아님.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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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십-2019년 4월 도서] (두 도시 이야기) 정당한 삶의 길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9-04-1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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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두 도시 이야기 (한글판)

찰스 디킨스 저/신윤진,이수진 공역
더클래식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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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도시 이야기>에서 파리의 극단적인 귀족과 하층민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중 귀족들의 잔인성을 마차에 치여 아기가 죽고 말았던 이야기로 그리기도 하지요.

-       마차들은 으레 사람을 덮치고도 다친 사람을 그냥 버려두고 떠났으니까. 안 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158)

생명의 존귀함을 논하여 우리는 귀족의 행태를 비난합니다. 그 당시 귀족들에게는 그런 생각이 당연한 것이었으며, 그들과 하층민을 아예 다른 종족으로 분류하며 합리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에서 그들은 그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이유로 그들을 당연히비난할 수 있습니까?

- '당연히'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의 행태가 아무리 잘못된 것이었더라도 그들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신분제사회에서는 그것을 악으로 보지는 않았으니까요. 예수님은 말씀하셨죠. 너희 중에 죄없는 자 이 여인을 돌로 치라. 아무도 그 여인을 정죄하지 못했습니다. 그 여인은 그 당시로서는 아주 치명적인 죄를 지은 여자였지요. 우리도 그들을 정죄하건나 비난할 수 없습니다. 대신, 그 당시의 그러한 당연함을 안타깝게 여길 수는 있겠지요. 그래서 오늘날은 그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주 당연하게 타산지석을 삼아야 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권력에 눈이 어두워, 돈에 눈이 멀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마음이 그러함을 안타깝게 여기게 된다면 그 마음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 생각해 봅니다.

 

2.     <두 도시 이야기>에서 가장 큰 주제는 아마 연좌제가 아닐까 합니다. 찰스 다네이이자 시몽 에브레몽드는 자신의 귀족이라는 지위에 환멸을 느끼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납니다. 하지만 결국 그 윗대에서 했던 악마적인 행위로 인해 죽음을 대가로 치뤄야 하는 운명을 마주하게 되죠.

-       선생님, 전 이 아이를 위해서 속죄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다 할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이 아이는 가문의 유산을 물려받아도 절대 번창할 수 없을 거예요. 다른 누구라도 이 잘못에 대해 속죄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 아이가 죗값을 치러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제게 재산이라고 할 만한 것이 좀 있습니다. 보석 몇 가지밖에 안 되지만 만약 그 여동생을 찾을 수만 있으면, 제가 죽더라도 이 아이로 하여금, 어미의 동정과 슬픔을 잊지 않고 그 재산으로 불행한 가족에게 배상을 함으로써 죗값을 갚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471)

그의 엄마는 아이가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며, 그에게 그런 삶을 살지 않도록 그리고 그 윗대의 일들을 속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그는 한 번은 타당한 이유로 살아남았지만, 마담 드파르주의 복수로 인해 결국 사형을 선고 받게 되지요. 그런 그의 운명은 인과응보일까요?

 

- 사람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보상이나 죄에 대한 대가는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얼마나 반성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또 때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은 누구라도 회이의 마음을 품게 마련이지만, 그럴 때 마음을 비우면 삶에서 많은 것을 얻게 되곤 하지요. 그러므로 인과응보라기보다는 죄를 회개하기 위한 기회라고 보는 것이 맞을 거라 봅니다.

 

3.     파리의 시민들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던 대로 귀족들을 몰아내고 서서히 나라 전체를 점령해나갑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나 갈구하던 자유, 평등, 박애를 얻게 되지요.

-       만약 공화국이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한테 좋은 일을 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덜 굶주리고 덜 고생한다면, 그 애가 오래 살 수 있을텐데. 어쩌면 늙어 죽을 때까지 살 수 있을텐데. (532)

 

  하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것은 그런 사상이 아닌 기요틴인 듯합니다. 어제와, 오늘의 피가 섞이고, 내일의 피까지 준비되어 있다는 문장으로도 알 수 있다시피 매일같이 그들은 희생물이 필요했고, 그를 통해 자신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굳건한 의지를 표명한 듯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일까요?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무차별적인 살인은 응당 치뤄야만 하는 대가일까요?

 

- 정당성을 위한 폭력은 용인될 수 없지요. 어떤 경우라도. 그렇게 얻은 정권은 결국 또 몰락하게 될 거구요. 귀족들을 몰아내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뒤의 이념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빈부이 격차가 점점 심해지는 요즘, 폭력사태를 권력을 꺾는 당연한 도구로 여겨질 때, 역사는 다시 한번 후퇴합니다. 정당한 테이블이 필요하고, 열띤 토론과 협상이 필요하고, 그리고 적극적 경청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 곧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살인'이 아닌 정당한 나라이고, 정당한 삶입니다. 그것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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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십-2019년 3월 도서](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인간은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태어난 존재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9-04-1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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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저/조석현 역
알마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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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연님의 질문

 

1.     이 책의 모든 환자는 뇌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입니다. 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꽤나 인지하고 있다. 이런 뇌에 문제가 생기면 그 상태는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인간은 감정, 의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69)

-       정상적인 인간은 그저 계속해서 변화하기만 하는 감각의 집합체가 아니라 지속적인 개체 혹은 자아에 의해 통일을 유지하는 확고한 존재이다. (215)

 

<길 잃은 뱃사람>에 나오는 지미와 같이 기억은 없지만, 종교활동 등을 통해 영혼의 존재를 확인한 듯 합니다. 이 때 우리는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 나에게는 종교가 있다. 기독교다. 예전에는 내가 교회 다닌다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창피했다. 그보다 더 전에는 교회를 거부한 적도 있고 교회를 욕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난 지금 교회 다닌다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힌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잘못하는 경우는 많지만 하나님이 잘못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나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셨고, 앞으로도 들어주시려고 준비한다. 물론, 바로바로 이루어주신 것은 아니다. 내가 태어나서 살고 있는 것이 버거울 때는 하나님을 원망했다. 사람은 잘못할 수 있기에 그래서 서로간에 안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바로바로 나의 소원을 들어주신 것은 아니지만, 결국 언젠가는 내가 기도한 대로 모든 것을 들어주셨다. 나는 인간의 정의를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태어난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는 하나님의 선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기에.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이야기한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를 대속하셨으며, 다시 부활하시어 그가 우리를 구원하신 메시아임을 증명하셨다.

그 예수님을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님의 선이며, 언젠가는 나도 모르고 우리 모두가 모르는 방법으로 하나님의 선을 이룩할 것이라 믿는다.

 

 

1번에 대한 답만을 준비했다. 2번도 있는데, (아래 글 참고) 2번은 중복된 얘기가 될 것 같아 생략한다. 책 얘기를 하라고? 미안하다. 책은 못 읽었다. 그래도, 이렇게 책의 일부가 정리된 휘연님의 글이 있으니, 안심하고 리뷰용 답글을 남긴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책에 대한 정보는 가늠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나만의 생각이라고, 빠져들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그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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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백범일지/김구] 진정 존경받는 사람은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9-02-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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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쉽게 읽는 백범일지

김구 저/도진순 편
돌베개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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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택배기사님들을 존경한다. 내가 들 수 없는 무거운 박스들을 척척 들어, 엘리베이터도 없는 계단으로 몇 층의 높이까지 쉽게 운반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별로 무겁지도 않은 물건을 들고서 몇 층 올라오는 게 힘들어서, 엘리베이터 없어서 힘들다고 투덜대기만 하는 소수의 사람은 제외하고.

 

택배기사를 하는 사람은 힘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게 나의 작은 소견. 비록, 무거운 물건은 들지 못하지만, 헉헉대는 건 나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몇 층의 높이를 너무 가뿐히 올라오는 택배기사님들을 보면 참 대단하시다라는 생각이 든다. 택배기사님들이 가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닌데!

 

백범일지 리뷰를 쓰면서 이 얘기를 쓰는 이유는, 김구 선생님도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을 한 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도저히 들 수 없는 박스를 너끈히 드는 택배기사님처럼, 백범은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을 너무 너끈해 해냈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김구선생님을 존경하는 거겠지.

 

 

2.

매일 아침저녁 음식냄새를 맡을 때면, 나도 남에게 해가 될 말이라도 해서 밥을 받아먹을까. 또 아내가 젊으니 몸이라도 팔아서 좋은 음식을 해다 주면 좋겠다는 더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럴 때면 나는 중국 한라라 때 소무가 흉노에게 잡혀 19년 동안이나 감옥에서 굶주리면서도 옷 솜털을 씹어 먹으면서까지 끝내 절의를 지켰다는 이야기를 생각했다. 또한 허기진 알몸으로 고문 받으면서 "몸은 욕보일 수 있을지언정 정신은 뺏을 수 없다"고 소리쳤던 전날의 기개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다가 내게서 인간의 성정은 사라지고 짐승 같은 본능만 남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였다. 바로 이때 그놈이 나를 아카시의 방에 데리고 가서 극진히 우대하며 신문한 것이다.

- p.163

 

 

모진 고문이 통하지 않자, 우대하는 것으로 선회하였지만, 김구의 정신은 민족을 배신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애썼던, 개인의 안위보다는 나라의 앞날만을 걱정했던 김구. 그런 김구 선생을 존경할 수는 있어도 나는 그분을 따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더 존경하게 된다.

 

 

3.

당시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신교육은 예수교로부터 계발되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만 지키던 자들이 예수교에 투신함으로써, 서양 선교사들의 혀끝으로 바깥 사정을 알게 되어 신문화 발전을 도모하게 된 것이다. 예수교를 신봉하는 사람은 대부분 중류 이하로 실제 학문을 배우지 못하였지만, 선교사의 숙달치 못한 반벙어리 말을 들은 자들은 신앙심 이외에 애국사상도 갖게 되었다. 당시 애국사상을 지닌 대다수 사람들이 예수교 신봉자임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우종서는 그때 전도사였다. 동학 시절 이후 나와 여러 해 친교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나에게 예수교 신봉을 힘껏 권하였다. 나도 탈상 후에는 예수도 믿고 신교육을 장려하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장모도 금동 김윤오 집으로 인도하여 예수교를 믿게 하였다.

- p.132

 

 

어떤 일부 교회에서는 백범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배척하기도 한다. 그래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극우적인 사상에 치우쳐 김구에 대한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김구가 기독교인지 천주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김구도 예수님을 믿었다는 사실이다. 김구가 예수님을 믿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버젓이 백범일지에 나와 있지 않은가. 나도 교회를 다니지만, 교회의 이런 일부 편협한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 고 있다. 백범이 독실한 신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백범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편협한 시각을 가질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김구는 어디까지나 민족의 화합을 위해 애쓴 한 사람의 독립운동가로 우리가 존경하고 존중해줘야 할 마땅한 선생님이다.

 

 

4.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일제시대에 살았다면 나는 어떻게 그 시절을 이겨냈을까. 도저히, 못 살았을 것 같다. 일제가 하라는 대로 순응하며 살았거나, 아니면 멀리 도망쳐서 그저 숨어서 지내거나. 그러니까, 그 시절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구같은 용기는 없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러므로 일제에 기대어 몽니를 부리는 사람을 욕할 수는 있어도, 일제에 순응하여 묵묵하게 그냥, 아주 조금만 힘든 삶을 산 사람을 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김구선생님의 삶은 오늘날 더욱 더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냈으며, 소신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범일지를 통해 보는 김구선생님의 일상은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분의 소신 있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이 책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5.

이제 3, 1절이다. 하루 남았다. 이 글을 보는 시점에 있는 분들은 대부분 3,1절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 백범 김구 선생님의 책은 더욱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이룩해야 할 것은 정치인들의 아집을 부리는 몽니가 아니다. 자신의 이익셈법만을 따지는 정치인들을 우리는 더이상 바라지 않는다. 너무 많이 그런 정치인들을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한 삶을 사는 정치인을 원한다. 표를 얻기 위해 통일을 얘기하거나, 표를 얻기 위해 통일을 배척하여 국민을 선동하여 의미없는 투쟁이나 일삼는 그런 정치인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나라의 분열을 걱정하는 진정한 정치인을 원한다. 아집으로 내세우는 고집이 아니라, 진정한 소신을 가진 정치인을 원한다.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기에, 그런 사람을 더욱 많이 존경할 것이다. 백범에게 향했던 존경의 마음을 그분께 돌릴 것이다. 어딘가에 그런 정치인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하면, 나는 눈에 불을 켜고 그분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러니까! 긴장하시길! 오늘 잠깐 인기가 높아졌다고 해서 자만하지 마시고, 오늘 잠깐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서 실망하지 마시길! 소신은 어떤 순간에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그 길에 함께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의미가 있는 것일 테니까. 

 

소신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오늘 나의 리뷰다. 당신이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사람들은 당신을 알아볼 것이다. 당신이 그런 정치인이라면, 기다리시오, 꼭 달려가겠소! 다만 주의하시오! 당신이 소신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 소신이 정말 진정한 소신인지, 그저 당신의 아집에 불과할 뿐인지는 당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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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무심한 마음으로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9-0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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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저/정현종 역
물병자리 | 200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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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제 당신에게 뭔가 가르쳐준 체험을 했고, 그 체험이 가르쳐준 것은 이내 새로운 권위가 된다. 그리고 어제의 그 권위는 천년 묵은 권위와 마찬가지로 파괴적이다. 하지만 자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어제의 것이든 천년 묵은 것이든 어떤 권위도 필요치 않다. 우리는 살아 있으며, 항상 움직이고 유동하여 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제의 죽은 권위를 가지고 자신을 바라볼 때, 우리는 살아 있는 순간은 물론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특질조차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것이든 다른 사람의 것이든 모든 권위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어제의 몯느 것이 죽는다는 뜻이며, 그때 당신의 마음은 항상 신선하고 젊고 천진하고 활력과 정열이 넘치게 된다. 우리가 배우고 관찰하는 것은 오직 그런 상태에서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앎이 필요한데, 즉 그것은 당신 안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 p.30

 

보통은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리뷰도 그렇게 메모해 놓은 글들 위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다른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언가 수긍이 가는 듯도 하면서, 좋은 문장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런 내부적 모순과 저항들을 마주하면서, 나의 내면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일 당신이 쾌락 가운데 하나에 대해서, 가장 작은 것과 가장 큰 것에 대해서 아무 강제나 논의 없이 자연스럽게 죽는다면, 당신은 비로소 죽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완전히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완전히 마음을 비우는 것을 뜻하며, 죽음은 새로 태어나는 것이요 변화이며, 그 안에서 생각은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생각은 낡은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을 때 거기엔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이 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곧 죽음이며, 그러면 당신은 살고 있는 것이다.

- p.122

 

내 내면에서 울리는 움직임. 나는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삶은 더 의미가 있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언젠가 죽어가는 그 순간이 있기에, 나는 누군가를 도우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수많은 생각을, 또 깨달음을 주는 명문장들이 많지만, 나는 그 명문장들 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명문장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그냥 느낄 뿐이다. 그러므로,내게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란 내게 생각을 하게끔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자체로 흘려보낼 수 있는 무심한 마음이다. 무심한 마음으로 나를 깨우는 오늘.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지금이다.

 

 

이 리뷰는 [일고십-일년에 고전 십이권만 읽자] 2019년 1월 선정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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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장 자크 루소] 그냥, 에밀!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9-01-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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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밀

장 자크 루소 저/이환 편
돋을새김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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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견과 제도에 물들기 이전의 아이였다면, 그 아이 역시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자시의 행복을 유지하는 데 자유를 활용했을 것이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나약함 때문에 그러한 자유는 제한된다. 스스로 능력이 되고,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욕망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다. 아이가 그렇다. 아이는 자연의 상태에서조차 그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불완전한 자유밖에 향유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어른이 사회의 상태에서 불완전한 자유밖에 누릴 수가 없는 것과 같다.

- p.70

 

드디어, 애증의 대상이던 에밀을 완독했다. 그런데, 나 정말 완독한게 맞나 싶을 정도로, 에밀은 나를 갈팡질팡하게 만든다. 내겐 물론, 아이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육아의 측면에서 바라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휘연님의 질문 "루소는 자연을 무엇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자연을 따라서 클 수만 있다면 아이는 올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바이다. 루소가 자연을 무엇으로 생각했는지를 모를 뿐만 아니라,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지 안 자랄지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내가 자신있게 이거다 하고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육아에 대한 많은 배움이 필요하지만, 에밀의 육아에 대해서는 어떤 동의나 또는 반대도 나는 할 수 없다.

 

2.

어린 아이들에게 있어 독서는 하나의 재앙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끊임없이 이 행위를 강요한다. 에밀은 빨라도 열두 살이나 돼야 책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사람들은 그 나이쯤이면 읽고 쓰는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말에도 일리는 있다.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독서가 유익하다고 깨달았을 때 읽을 수 있으면 된다. 그 전까지 독서는 아이를 귀찮게 할 뿐이다.

- p.111

 

독서에 대한 강요가 없어도 잘 읽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책을 읽으라 억지로 강요해야 읽는 아이도 있지만, 나는 에밀의 이 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억지로 책을 읽게 되면, 책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스스로 읽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어쩌면, 나 역시 그래서 책과 가까워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3.

이때 당신은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아이의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지 못하고, 단지 위기만 모면하려는 생각에서 이해도 할 수 없는 관념만을 나열한다면 '유용하지 못한' 그 답변에 아이는 실망할 것이다. 당신을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라, 힉생의 질문을 회피하는 선생이 어디 있을 것이며, 답변이 요령 있게 전달되지 못했다 해서 그 잘못을 인정하는 선생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와 같은 일이 있을 때, 스스럼없이 그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원칙으로 세우겠다. 그렇게 되면 나의 가르침은 항상 정확한 것으로 인식되어 학생에게 믿음을 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선생들과 비교됨으로써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185

 

에밀은 육아서의 개념으로 보는 분들에게는 육아서이겠지만, 선생님의 태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교육서라고 하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선생님이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에 대해 루소의 철학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 그런 선생님은 거의 본 적이 없긴 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4.

부유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부유한 자의 마음에 일으키는 그 영향 때문이지. 그녀는 부유한 사람에게는 항상 재산이 먼저라는 것, 인간의 가치보다 돈이 우선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못 여는 거야. 그러니 에밀, 그녀의 두려움을 몰아내기 위해 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보렴. 재산을 없앰으로써 목적을 이루려 하지 말고 새로운 재산을 보여줌으로써 그녀를 사로잡을 생각을 해. 네 머릿속에 들어 있는 봏석, 그 어떤 재산보다도 가치 있는 재물을 보여줌으로써 말이야. 물론 그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 않지. 영ㅍ혼이 지닌 고귀한 보물의 힘으로 그녀의 저항을 극복하도록 해봐. 크고 넓은 사랑으로 그녀를 감싸 안도록 해. 일시적 열정이 아닌 한결같은 사랑으로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보살피고 섬기면 돼. 그래서 그것이 무너지지 않는 원칙의 결과임을 그녀에게 증명해보렴.

- P.331

 

에밀에게 주어진 과제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에 다가가는 것.

 

 

5.

에밀은 내게 어떤 감흥을 일으킨 것일까. 아니면, 그 어떤 감흥도 없는 것일까. 지금은 잘 모르겠다. 고전의 힘이라는 것이, 언제 어느 때 불현듯 튀어나와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거니까. 아니면, 아예 아무 영향도 안 끼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책을 읽는 시간이 의미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삶이 항상 의미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도, 1년 365일 24시간 내내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 때로는 행복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또, 아무 의미없이 지나가는 시간이라도 그 시간에 대해 "쓸데업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냥, 그런 날도 있지, 라며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삶. 그런 삶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은 더 큰의미를 띄고 내게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므로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라도, 곧 오게 될 즐거운 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그 휴식 속에서 나는 더욱 더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고, 행복추구라는 위대한 쾌락에 나를 집어넣을 준비를 할 것이다.

 

- 이 리뷰는 [일고십-일년에 고전 십이권만 읽자]의 2018년 12월 도서로 선정된 도서로 작성된 리뷰로

 직접 구입한 도서로 작성하였습니다. 아, 이놈의 리뷰어클럽 데자뷔...왜 이렇게 재밌는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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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 하이쿠 선집/마쓰오 바쇼] 깃든 평화의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8-1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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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쇼 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저/류시화 역
열림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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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리 맞은 채

울적하게 피었네

가을 들꽃

- p.20

 

하이쿠는 보시다시피 짧다. 그리고 원문은 딱 한 줄로 되어 있고, 번역본은 딱 3행이다. 원문에서 잘 살린 운율을 번역의 한계로 인해 그걸 보여줄 수 없음을 이를 번역한 류시화 시인은 아쉬워한다. 『바쇼 하이쿠 선집』은 바쇼가 지은 하이쿠를 소개하고 밑에 해설을 덧붙인 하이쿠 감상책이라 할 수 있겠다. 하이쿠만 쭈욱 읽을 수도 있고, 해설을 읽으면서 천천히 읽어나갈 수도 있다. 하이쿠는 일본의 굉장히 짧은 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일 테니 (모를 수도 있으니, 이런 식으로 설명을 덧붙이는 건 나의 철부지 없는 배려심이다. 으히히히!) 일단은 생략(?)을 하고. 뭐, 그러니까, 난 지금 하이쿠의 함축성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거다. 그러니까,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다고 비난하지 마시길!

 

2.

씨앗이라고

얕보지 마시오

매운 고추

 

 

(밑에 일본어 원문이 나오는데, 그거 다 치려면 24시간은 걸릴 거 같으니, 일단은 생략하고...)

 

'조그마한 씨앗이라고 깔보지 마시오. 매우 작지만 밭에 뿌리면 가을에 빨간 열매를 맺어 사람의 혀를 얼얼하게 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고추의 씨앗이다. 바쇼 하이쿠의 강점은 소재의 다양성이다. 현실의 삶에서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사물들이 고르게 등장한다. 여행을 마친 후 고향 이가우에노에서 흏식을 취할 때의 작품이다. 고추는 가을 계어이지만 고추시는 봄의 계어이다. 바쇼 하이쿠 문학의 여섯 번째 시기는『오쿠노호소미치』여행을 마친 이듬해인 47세부터 에도로 돌아간 49세까지로, 하이쿠와 정신이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

- p.208

 

많은 페이지를 소개하고 싶지만, 딱 한군데만 해설을 덧붙인 부분을 소개하는 걸로 정했다. 여기서 강조할 점은 바쇼의 하이쿠는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점이다. 겨우 한 줄로 된 시를 이렇게 다양한 소재들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정말, 기본적으로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물론, 해설에서도 그는 하이쿠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재능도 자연과의 조화, 자연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없다면 펼칠 수 없었을 것이다. 『바쇼 하이쿠 선집』은  산이나 강, 바다 같은 자연에서 읽는다면 그 의미가 더 선명하면서도 깊게 다가올 것이다. 가까운 곳에 이러한 자연이 없다면, 그런 곳으로 여행을 가면 좋을 것이다. 여행은 자주 하기엔 부담스럽지만, 가끔씩 해주면 삶의 활력소가 되는 아주 좋은 취미생활이 되는데....나는 여행할 시간과 비용이 되지 않으니...! 아쉬움만 삼키고 있을 뿐....ㅎㅎㅎ.... 가까운 곳에 나들이라도 가봐야겠다!

 

3.

 

색 묻어난다

두부 위에 떨어진

옅은 단풍잎

- p.36

 

야, 아무렇지도 않네

어제는 지나갔다

복어 국

- P.39

 

여름 장맛비

학의 다리가

짧아지네

- P.49

 

고추에

날개를 붙이면

고추잠자리

- P.277

 

하이쿠는 정해진 글자수가 있다. 그 정해진 글자수로 시를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물론, 가끔은 한 두글자가 규정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그 미묘한 차이조차도, 짧아진 학의 다리를 묘사히기 위해 다섯자로 줄이는 등, 상징성까지 뛰어나다.

 

 

4.

바쇼가 아직 붓초 선사 밑에서 참선을 배울 무렵, 어느 날 붓초가 바쇼를 찾아와 물었다.

"오늘은 어떠한가?"

이 말은 요즘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이면서 선에서 대답을 재촉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선문답이다.

바쇼가 답했다.

"비 지나가며 푸른 이끼를 씻었습니다."

비가 내려 이기의 색이 더 뚜렷해졌다는 답이다.

붓초가 다시 물었다.

"푸른 이끼가 아직 생겨나기 전, 봄비가 아직 내리기 전의 진리는 무엇인가?"

이에 바쇼는 답했다.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문득 개구리가 오두막 근처 연못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그렇게 대답한 것이다. 선적 깨달음의 순간이다. 붓초는 바쇼의 대답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바쇼의 하이쿠에 선의 정신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를 말해 주는 일화이다.

- p.368

 

류시화의 해설에 나오는 장면이다. 바쇼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자연이나 인생의 깊이에 접근하려는 시적태도를 통해 하이쿠를 완성시켰다. 바쇼의 하이쿠를 읽는 순간은 환희나 기쁨보다는 잠잠한 평안함이 슬며시 깃든다. 그 깃든 평화의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자연에 대한 마음이 새삼 새로운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 『바쇼 하이쿠 선집』은 그렇게 잠잠히 나의 마음으로, 나의 정신으로 들어온다.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갈 나의 앞날을 편안하게 밝혀 주는 빛이 되어가는 바쇼의 하이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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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서양철학사/안광복]철학은 우리 생활의 동반자로서 함께할 존재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8-10-1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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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안광복 저
어크로스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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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을 알려면 철학만 바라보지 마라."

문제를 모르면 답도 못 찾는다. 철학 사상을 이해하고 싶다면 철학자들의 삶을 꼼꼼하게 살펴보자. 그리고 철학자들이 왜 그런 고민을 했는지를 캐물어 보라. 그들의 고뇌를 내 고민처럼 느끼고 아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철학은 나에게 의미 있는 무엇이 된다.

- p.009 ('철학으로 가는 첫걸음' 중에서)

 

서문에서 얘기하듯 이 책은 40명의 철학자들의 삶에 대해서 다룬다. 그들의 철학이 이뤄지기까지의 삶들, 그 철학자들의 삶이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오늘날의 철학까지 이어져오고 있는지를 시대순으로 보여준다. 즉, 철학자들의 전기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그들의 삶을 간단히 보여주고 거기에서 나오는 철학자들의 사상까지 간단하게 보여주는 정말로, 처음에 읽을 만한 서양철학사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알던 철학자도 있고,모르던 철학자도 있었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내가 오해하고 있던 부분들과 잘 모르던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또한, 철학은 정말 삶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사실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어쩌면, 철학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사상이 아닐까. 정치에서도, 경제에서도, 사회에서도, 문화에서도!

 

 

2.

행복은 무엇을 얻었느냐보다는 무엇을 원했느냐에 더 좌우된다. 아무리 좋은 것을 손에 넣어도 바라던 것이 아니면 실망하고, 보잘것없어도 간절히 원하던 것이면 최고의 만족을 느낀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행복을 찾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의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겠다는 야망에 불타서 갖은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반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을 따르는 이들은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바꾸려고 한다. 이들은 쉽사리 얻지 못하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는 쪽이 더 낫다고 여긴다. 고급 승용차를 몰려고 절절매며 돈을 모으느니, 평생 버스를 타고 다닐지라도 쓸 것 다 쓰고 사는 쪽이 속 편하다는 식이다.

에피쿠로스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삶의 자세를 가르쳤다. 나아가 그는 사람들에게 나무엑는 올라가 뭐하냐고 묻기까지 한다. 그는 빵과 물만 있다면 신도 부럽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이상의 욕심은 쓸데없으며 고통만 안겨 줄 뿐이다. 에피쿠로스는 사람들에게 과연 절실히 원하는 것이 그 때문에 생길 고통과 고생을 감수할 만큼의 의미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는 소비를 억제하는 테크닉을 통해 행복을 좇았던 사람이다.

- p.076

 

40명의 사상가 중에서 누구를 딱히 꼬집어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40명의 철학자 모두가 나름 의미있는 인생을 추구했으며, 궁극적인 본질은 행복을 발견하는 데 있었다는 데에 그 의미가 더해진다. 에피쿠로스가 금욕을 통해 행복을 좇았다면, 어떤 이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느낄 것이고, 어떤 이는 권력을 통해 행복을 좇을 것이다.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가 더 가치가 있고 의미있는 것은 이렇게 자신의 삶을 좇았던 철학가들의 삶과 사상이 어우러지면서, 지금의 우리 삶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질 수 있게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것 같이, 사상들 하나하나 깊이있게 연구해보고 싶은 의미를 만들어 준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단는 느낌을 부여해 주는 것. 그것이 이 책의 핵심가치가 아닐까.

 

 

3.

《자서전》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사로잡았던 것은 '사랑에 대한 동경, 지적 욕구,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었다고 고백한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은 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철학자의 생명은 건전한 비판 정신에 있다. 모두가 맹목적으로 한 방향으로 치달을지라도, 철학자는 판단력이 무뎌진 사회에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는 시대의 이성이어야 한다. 눈먼 다수가 원하는 것에 대해 그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 점에서 러셀은 진정 용기 있는 시대의 철학자였다. 우리는 러셀에게 냉철하게 고뇌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서는 학자로서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

- P.352

 

철학은 비판자로서, 또한 우리 생활의 동반자로서 함께할 존재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며, 그러한 철학이 있다면 삶의 근본을 흔드는 정신적 피폐함은 굉장히 감소하리라. 건전하게 비판하면서 건전하게 자신의 정신세계로서의 철학을 구축할 수 있다면 삶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 인류적 가치를 지닌 것이 될 것이다.

 

 

4.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무의식중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상의 쾌락, 다른 이들과의 관계 등에 몰두하면서 계속 비본래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에 대해 하이데거는 인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자신의 죽음을 직시할 때 비로소 본래적인 실존을 찾을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인간은 삶의 매 순간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미리 경험해 본 죽음이 지금 이 순간의 나의 삶을 반성하게 만들고 스스로 결단하여 새 삶을 기획하도록 만든다. 아직 오지 않는 나의 미래가 현재 나의 삶을 바꿔 놓는 것이다. 오직 인간에게만이 이처럼 있지도 않은 미래가 현실을 규정한다.

- pp.381~382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그 죽음을 위해, 현실을 열심히 살아간다. 죽음 이후의 순간은 오직 신에게 맡기고 나의 하루를 보듬는다. 『처음 읽은 서양철학사』는 읽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읽고 난 후의 뿌듯함과 40명의 사상가들이 주는 정서적 감동은 그 어느 훌륭한 소설이나, 느낌 있는 시 못지 않다. 그들의 사상들이 현대에 활짝 꽃 피워서, 또다른 사상가의 탄생, 또다른 의미있는 철학으로 탄생하길 기대한다.

 

삶은 알기 쉬운 법칙을 따르는 질서 있고 우아한 과정

 

에픽테토스의 말이다. 알기 쉬운 법칙이지만, 쉽지 않은 삶에, 그들의 철학이 비상하기를, 그들의 삶이 내 삶의 한창일 때도 들어와 열매를 맺기를. 질서 있고 우아하게 열매 맺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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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최인훈] "광장"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 고전과 함께 (일고십) 2018-08-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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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웃음소리

최인훈 저
문학과지성사 |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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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한다.

그뿐이다.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 노랫가락마따나 지은 죄란 그밖에는 없다. 누구를 사랑하려고 했는가? 무엇을 사랑하려고 했는가? 그렇게 물으면 안 된다. 그건 아주 창피한 물음이다. 그런 말을 물으면 못쓴다. 중요한 건 내가 분명히 사랑하려고 헀다는 사실 그 한 가지다. 참으로 중요한 얘기다. 그런 탓으로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 <수囚> 중에서 -

 

『웃음소리』는 최인훈의 단편집이고, 단편 중 하나를 책의 제목으로 정했다. 사실, 『웃음소리』의 내용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듯 하다. 그 깊이를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웃음소리』에서 느껴야 하는 것은 내용전개의 기발함이나 신선함 이런 게 아니라, 글이 전개될 때 묘사되는 그 느낌의 향기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췌한 몇 문장만 실어보기로 한다.

 

그러자 그녀는 그 짜증스러움이 밖으로부터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맞은편 자리로부터 오고 있었다. 이맛전이 희부연 그 남자는 담배 연기 사이로  그녀를 뜯어보고 있었다. 몸으로 알 수 있는 그 남자의 눈길은 뭐 하는 계집인지 안단 말야 하는 투의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이 들자 그것은 무거운 고단함을 떠맡겼다. 그러자 그녀는 거의 날래다고 해야 할 움직임으로 핸드백을 열었다 줄칼은 없었다. 그러자 그녀 앞에 요즈음 들어 처음으로 부피 있는 느낌이 - 아득하도록 깊은 구렁텅이가 빠끔히 아가리를 벌렸으나 곧 인색하게 아물어졌다.

- <웃음소리> 중에서

 

최인훈의 소설은 소설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다. 더더군다나, <광장> 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차이나는 이 소설집에서 책에 나온 해설을 참고하여 보자면 <사실>주의 작품 계열>과 <반사실주의 작품 계열>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편의상 분류일 뿐, 사실 깊게 따지고 보면, 분위기는 모두 다르고, 그래서 최인훈의 책들은 아직까지도 계속 판매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왔지만,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장을 음미하고, 흐름을 따라서 다시 볼 만한 구절들이 꽤 들어 있다. 최인훈 전집도 있던데,전부 다 사볼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 <광장> 스타일의 최인훈의 글은 별로 안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건데, 『웃음소리』를 보면서 이런 스타일의 분위기라면 줄 쳐 가면서, 나름대로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읽어도 좋을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한다. 서평해야 할 책도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아서 당분간은 최인훈의 소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이 올 거란 기대를 해 본다. 웃음소리의 결말은 내게 신선한 충격까지 던져주면서, 내 삶에도 언젠가 신선한 충격 (물론, 좋은 쪽으로) 을 받게 되길 기대해 본다.

 

일주일을 더 묵고 그녀는 서울로 오는 열차를 탔다.

창가에 앉은 그녀는 가게에서 새로 산 줄칼로 골똘히 손톱을 다듬으면서 가끔 창밖을 내다본다.

올 때나 마찬가지로 창밖에서는 푸르게 더럽혀진 사막이 흘러가고 있었으나 그녀는 그 속의 한 푼경을 보고 있었다. 어느 사보텐의 그늘 속에 한 쌍의 남녀가 가지런히 누워 있다. 남자는 그녀가 모르는 얼굴이다. 여자는 사보텐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사보텐의 가시의 저편에서 여자의 짤막한 웃음소리. 손톱 다듬는 손이 저절로 멈춰지고 그녀는 홀린 듯이 그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주 귀에 익고 사무치는 목소리였다. 암암하게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바로 그녀 자신의 웃음소리였다.

-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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