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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의 소망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박준]지금 나의 불안이 나의 미래를 더 크게 만들 거라고 | 다이어리의 소망 2019-01-0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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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저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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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주 오래 전이었어. 마냥 순진한 아이가 있었어. 그애는 세상에 "나쁜"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걸 몰랐지. 그리고, 세상이 자기를 싫어할 줄도 몰랐어.

 

그해 우리는 /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 같은 음식을 먹고 /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 "선잠" 일부

 

그래, 오늘은 그 아이에 대해 얘기해 볼 거야! 남들이 하는 일들은 그 아이도 다 해보겠다는 다짐을 했지. 그 전에,

 

내 소개를 하지! 안녕 나 "다이어리"야. 2018년도 이후에 처음으로 등장하니, 거의 1년만이지! 그 동안 뭐하고 살았느냐고?

 

온몸으로 온몸으로 / 혼자의 시간을 다 견디고 나서야 // 겨우 함께 맞을 수 있는 날들이 / 새로 오고 있었습니다

- "84P"일부

 

그래, 긴긴 시간이 있었지. 여름을 견디고, 가을을 지나고, 겨울을 온몸으로 견디는 중이야. 나의 시간도 이렇게 가고 있지. 그 아이처럼 말이야.

 

 

당신은 어렸고 나는 서러워서 우리가 자주 격랑을 보던 때의 일입니다 갑자기 비가 쏟고 걸음이 질척이다 멎고 마른 것들이 다시 젖을 때의 일입니다 배를 타고 나갔던 사내들이 돌아와 침과 욕과 돈을 길바닥으로 내던질 때의 일입니다 와중에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어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던 때의 일입니다 아니 갈 곳 없는 이들만 떠나가고 머물 곳 없는 이들만 돌아오던 때의 일입니다

- "여름의 일" 일부

 

그때 그 아이는 누군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상처받곤 했지. 비가 쏟고 걸음도 지척이는데, 그 울음을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그 아이는 몰랐어. 서럽고 서러워서 그냥 울기만 하던 때.

 

가장 오래 // 기억하게 되는 꿈은 //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 누군가가 대신 꾸어준 // 태몽일 거라며 당신이 웃었습니다

- P.44

 

그 아이에게 웃어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몰라. 그러나 그 아이는 분명 기억하지. 그 사람의 웃음이 자신에게는 한줄기 빛이었음을. 누군가가 대신 꾸어준 태몽처럼, 그 사람은 그 아이 대신 아파했고, 그 아이 대신 기도했어.

 

외롭지? 그런데 그건 외로운 게 아니야 가만 보면 너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외로운 거야 혼자가 둘이지 그러면 외로운 게 아니다.

- P.58

 

아이는 그 사람이 대신 아파해주고, 또 그 자신을 보고 웃어주기 시작하자,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지. 아이는 점점 더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세상이 자기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지.

 

아픈 와중에도 그런 것이 어디 있느냐고 웃고 웃다 보면 새벽이 가고 오한이 가고 흘린 땀도 날아갔던 것인데 영은 목이 점점 더 잠기는 것 같다고 하고 아아 목소리를 내어 보고 이번에는 왼쪽 가슴께까지 따끔거린다 하고 언제 한번 경주에 다시 가보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 "나란히"일부

 

비로소 아이는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어. 세상엔 좋은 사람도 있으므로 나쁜 사람도 있다는 걸. 자기에게 잘 해주는 사람이 마냥 좋은 사람만 있지는 않다는 것도 깨닫기 시작했지. 아이는 점점 더 자라, 정치를 이해했고, 경제를 이해했고, 국제정세를 이해하기 시작했지.

 

점점 귀가 어두워지는 것 같을까 // 좋은 일들을 나쁜 일들로 잊을까 // 빛도 얼룩 같을까 //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 버릴까 // 그래서 나도 버릴까

- "안과 밖" 일부

 

아이는 세상을 점점 더 이해할수록 자신의 귀가 어두워지는 걸 느꼈어.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들이 한둘이 아니었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살인까지 하는 사람을 보았으며, 나라의 살림을 맡은 사람들이 주먹다짐을 하는 것도 보았어. 아이는 이해할 수 없었고, 점점 더 세상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

 

이 겨울과 밤과 잠과 / 아직 이른 순과 윗바람 같은 것들은 // 출현보다 의무에 가까웠으므로 / 불안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 P.87

 

싸우는 사람들,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불안 같은 것은 없어 보였지.  그런데 아이가 점점 세상을 알아갈수록 아이는 한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어. 불안해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사실은 내면 속에 저마다의 불안을 한아름 안고 있다는 것. 결국, 자신의 불안을 감추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는 것을.

 

달갑거나 반가울 것 하나 없이 새달을 맞고 있었습니다

- "입춘 일기"일부

 

아이는 그제서야 깨달었어. 자신도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불안은 죽는 날까지 계속 가져가야 할 슬픔인 것을. 그 불안을 기도의 힘으로 간신히 간신히 극복해 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불안을 열정으로 잊어보려는 사람도 있고, 그 불안을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해소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늘어난 옷섶을 만지는 것으로 생각의 끝을 가두어도 좋았다 눈이 바람 위로 내리고 다시 그 눈 위로 옥양목 같은 빛이 기우는 연인의 광경을 보다 보면 인연보다는 우연으로 소란했던 당신과의 하늘을 그려보는 일도 그리 낯설지 않았다.

- "세상 끝 등대 3" 일부

 

아이는 이제 세상을 너무 잘 알아. 그래서,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신경 쓰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를 쏟게 되었지. 아이는 불안을 감추기 위해 애쓰지도 않지. 누구에게나 불안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아무리 나쁜 사람도 마음 속에 존재한 불안은 어찌하지 못하지.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의 불안은 존재한다는 걸 아이는 이제 알지.

 

아이의 에너지가 나 "다이어리"에게 전해져와서, 나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해봤어. 그럼, 나 "다이어리"에게도 어느 정도의 불안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어. 그 불안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무언가를 이룩하려고 더 노력하게 되니까. 지금 나의 불안이 나의 미래를 더 크게 만들거라고 난 믿어. 그럼, 오늘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 마음에 드는 시집이 또 나타나면 다시 돌아온다!

 

 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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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택배/김선태] 행복해서 살겠다는 다이어리의 마음으로 | 다이어리의 소망 2018-09-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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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햇살 택배

김선태 저
문학수첩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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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을 밀어 넣고 갔다 // 햇살 택배다 //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 <햇살 택배> 전문

 

안녕? 참 오랜만이야. 내가 누군지 궁금할 거야. 나, 시를 내 맘대로 보는 일명, 신통한 마음대로 시 감상하기의 고수, 신다의 분신, 다이어리야. 그러니까 나, 다이어리는 시를 평가하거나 시를 분석하거나 그런 거 못해. 그냥, 시를 느낄 뿐이야. 어떻게 느끼냐구? 그것도 몰라. 그냥, 내 맘대로, 기분따라 느끼는 거야. 마치 햇살처럼 기분을 좋게 해주는 택배처럼 말이야. 그 택배 속엔, 누가 살까. 눈부신 택배의 희망. 아주, 아름다운 택배 속에 내가 숨을 쉬고 있어. 근데, 이거 택배 아니다, 시집이다. 뭐, 시집이 택배로 오긴 했지. 다이어리의 마음이니까, 다이어리의 느낌이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해. 쟤 또뭔 소리 한대? 어구구? 얼씨구? 이러지 말구...... ㅋㅋㅋㅋㅋㅋㅋ

 

행복은 공짜다 / 공짜는 둥글다 텅 비어 있다 / 애초 주인이 없으니 느끼는 자가 임자다

- <풍경은 공짜다> 일부

 

행복은 공짜래! 주인이 없으니 느끼는 자가 임자래! 그러니, 내가 행복하면 내가 주인이 되는 거야! 풍경도 공짜, 행복도 공짜.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지. 택배도 공짜면 얼마나 좋을까. ㅋㅋㅋ. 뭐, 말도 안 되는 바람이었어. 택배가 공짜면 안 되는 이유는, 뭐, 말 안 해도 알지? 우리가 사는 데 필요한 건, 행복한 마음만은 아니니까!

 

이름만으로도 / 달빛 부서지는 문장이다 간결한 / 구도의 낙월도(落月圖) 한 폭이 / 그대로 펼쳐지지 // 낙월, 하는 순간 / 마음속으로 달이 뜨고 져서 / 그리움 하나로 무장한 채 / 홀연히 가닿고 싶은 곳

- <낙월도> 일부

 

그리움 하나로 무장한 채, 행복의 낙원에 가 닿고 싶겠지. 시가 그걸 가능하게 해 주지 않을까? 마음 속에 한 아름 짐을 지고, 마음 속에 한 아름 아픔을 안고 있어도, 어느 시의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으면, 삶은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되곤 하지. 홀연히 가 닿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글쎄, 잘 모르겠지만, 그곳이 바로 낙원 아닐까. 달은 떨어지지만, 그 달이 떨어지는 건 내게로 오고 있기 때문이니, 떨어짐을 기뻐해야겠지. 그 마음의 낙월도.

 

그는 웃음의 달인이다 // 입가에 언제나 // 빙그레, 상냥한 초승달이 걸린다 / 껄껄껄, 유쾌한 반달이 걸린다 / 하하하, 환한 보름달이 걸린다 // 가는 곳마다 세상이 // 밝아진다 / 따뜻해진다 / 둥글어진다 // 그는 세상의 배꼽을 쥐고 있다

- <달인> 전문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야. 그러니까, 나는 신통한 다이어리가 아니고 그의 분신인 다이어리라는 건 좀 기억해 주고. 나, 다이어리가 꿈꾸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렇다는 거야. ㅎㅎㅎ. 꿈이 너무 컸나? 그래도 그런 다이어리가 되고 싶은 걸!

 

대나무 그림자가 // 해종일 적막을 쓸고 있다 // 마당귀가 환하다 // 깊어졌다

- <독거> 전문

 

깊어진 나의 고민을 아는 듯 하군. 대나무 그림자라니. 누군가 나의 바람을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어느 날 그는 / 집과 직장을 오가는 길 위에서 홀연 잠적했다 // 사람도 귀찮고 세상도 싫어져서 / 어디 독방이라도 얻어 마음껏 외롭고 싶었다 // 독하게 마음먹고 휴대폰을 해지한 다음 / 자진 유배라도 떠나듯 외딴섬으로 스며들어 / 스스로를 가두었다

- <독방> 일부

 

아! 이렇게 되지는 말아야 할 터인데!  이 시의 결말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건데, 뭐 나도 결국은 그렇게 되겠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훌쩍 떠났다가 마음을 추스리고 그래! 다시 해 보는 거야, 하고 들어줄 누군가를 또다시 찾아다니겠지.

 

가난한 저녁 그녀는 / 밥을 벌러 갔다가 길 위에서 쓰러졌다 / 지나는 길손들이 무덤 옆에 묻어 주었다 / 무덤과 무덤이 나란했다 / 둘이서, / 제대로 친구가 되었는지 / 밤이면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 집은 텅 빈 채 쓸쓸했지만 / 그저 주인이 방을 옮겼을 뿐이었다

- <집과 무덤> 일부

 

그렇게 찾아다니다가 쓰러진 저녁. 누군가의 말소리가 나의 친구가 되고, 나는 그들에게 마음 속으로 말하게 되겠지! 나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세상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배꼽 쥐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나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내 얘기가 재미없나요? 그래도 들어주세요. 썰렁한 유머라는 것도 있잖아요~~~

 

갑작스러운 절대 강자의 출현으로 수온은 급강하하고 / 정적이 감도는 수조 속은 삽시에 아수라장이 되지 / 무지막지한 아가리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음을 / 생각할 겨를조차 없어진 이놈들의 활력은 급상승하지 / 그렇게 사력을 다하여 죽음과 맞서다 보면 / 한 마리도 낙오 없이 펄펄 살아서 목적지에 안착하다니 / 참 신통하지 않아?

- <가물치 이론> 일부

 

결국은, 우리 모두 살아남고,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게 목표잖아요. 이 목표를 위해 죽겠다는 말, 그만하기로 해요!

 

예뻐서 죽겠다 미워서 죽겠다, 좋아서 죽겠다 싫어서 죽겠다, 행복해서 죽겠다 괴로워서 죽겠다, 슬퍼서 죽겠다 기뻐서 죽겠다, 배고파서 죽겠다 배불러서 죽겠다......// 오욕칠정이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호불호와 행불행이 교차하며, 삶과 죽음이 한통속인, 이 죽겠다는 말이야말로 곧 살겠다는 말이 아닌지 // 우리나라 사람들 / 죽겠다는 말 밥 듯이 쓴다

- <죽겠다> 일부

 

이제는 살겠다는 말로 바꾸기로 해요~ 예뻐서 살겠다 좋아서 살겠다 행복해서 살겠다! 우리 마음 속에 없는 말은 그만 하자구요~

 

하지만 우여는 행동이 느려 터진 슬픈 물고기, 어찌나 굼뜬지 봄철 먼 바다에서 산란하러 강을 오르다 거친 물살에 떠밀리고, 큰 물고기에 물어뜯기고, 그물에 걸리고, 훌치기낚시에 꿰여 올라오지, 그래서 우여의 몸뚱이는 언제나 상처투성이지 // 우여곡절이라는 말 속에는 먼 길을 에돌아 간신히 목적에 다다른 누군가가 있지

- <우여곡절> 일부

 

우여곡절 끝에 행복에 다다른 어떤 이는, 일기를 쓰게 되겠지요. 그동안에 일어났던 일들을.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요. 그 일기가 다이어리가 되고, 다이어리가 행복이 되고, 그리고 그 행복은 세상으로 전해지겠죠. 다이어리가 다이어리의 마음을 전해요. 오랜만에 다시, 나로 돌아왔어요. 다이어리가 신통한 다이어리가 되었다가, 또 신다가 되었다가, 때로는 신통한이 되기도 하죠. 지금은 다이어리의 마음으로 리뷰를 전했어요. 오랜만이라 반갑지요? 또 다음에 뵐께요. 저, 언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종종 모습을 보일께요. 제 마음에 드는 시집을 만나게 되면은요. 그럼,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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