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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시집] | 리뷰가 좋아 (시) 2020-02-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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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0 신춘문예 당선시집

고명재 등저
문학세계사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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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의 몸은 기록 없는 전쟁사였다

나는 용석을 기록하며 그것을 알게 되었다

 

세잔과 용석은 호명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하나의 인물이었다

 

나는 세잔을 찾아서 용석의 현관문을 두들기기도 하고 반대로 용석을 찾아서 세잔의 현관문을 두들기기도 했다

 

용석은 빌당과 빌당의 높이를 가늠한는 아이였고

세잔은 빌딩과 빌딩의 틈새를 가늠하는 아이였다

 

- 경향신문 시 당선작 "세잔과 용석" 중

 


올해의 문단은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상문학상 수상거부도 있었지만, 신춘문예당선집에 수록될 작품에 대한 신인작가들의 청탁거부도 있었다. 시도 있고 소설도 있었다. 그 중 서울신문 시의 당선자도 소설의 당선자도 모두 수록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신인이 이렇게 배짱이 있을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간신히 잡은 기회인데, 수록을 거부부터 하면 과연 나중에 그분들이쓴 글이 다른 매체에 제대로 실릴 수 있을까. 이게 문단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신인이라는 이유로 저자세를 나가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귀하게 잡은 기회를 놓칠 것만 같은 우려가 든다.  어찌되었든,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당선집을 구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결국 구매하기로 결정하였다. 비록, 몇몇 작품이 빠지기는 하였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신춘문예이기에 내게 도움이 분명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즐겁게 하는 신춘문에 작품집들은 여전히 그 속뜻을 이해하지 못해 버겁지만, 내겐 정말로 즐거운 읽기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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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필사 리뷰 이벤트] 고독하다는 것은. | 리뷰가 좋아 (시) 2019-02-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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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 저
예담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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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잡고 있네요. 한때는 여름을 버티어 주느 힘이었고, 심란할 때마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필사를 하곤 했었는데요. 요즘 들어 다시 심란해질 마음을 추스리고자 한땀 한땀 필사를 해 봅니다. 여전히, 글씨솜씨가 엉망이군요. 그래도 칼라로 쓰니까, 뭔가 좀더 있어어 보이지 않나요. 매일 칼라를 바꿔가며 쓰는 재미도 있고, 다양한 시인들의 명시들을 차곡차곡 음미하는 맛도 있습니다. 문득, 목이 몹시도 마르군요. 내 마음이 마르지 않듯이, 목마름이 오면 물이나 음료를 마시고 끊임없이 채워가야 하는 인생이 아닐까요. 다시 불끈 솟아오르는 기운에 나의 몸을 맡겨봅니다. 오늘, 조금 덜 행복했다고 해서 그것이 인생의 끝은 아니니까요. 고독한 삶에, 고독한 행복을 더해 봅니다. 오래만에 꺼내든 필사의 밤, 필사의 시간이 저를 즐겁게 하는군요. 아름답게 살아갑시다. 흥미로운 필사들을 보면서요.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 조병화 『고독하다는 것은』


 

이런 노래가 생각난다. 네 인생, 쩔어. 쩔어, 쩔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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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9] 봄 바다 | 리뷰가 좋아 (시) 2019-02-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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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끝없는 사람

이영광 저
문학과지성사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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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가슴 긁히며 가는 저 배,

물에 상처입히지 않을 수 있을까

 

물은 흉터를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흉터는 아픔을 물살에 지워낼까

비단 물낯, 비난 물낯 봄 바다엔 없는데

 

멀리 선 가슴들엔 꾹꾹 상처가 날까

마음은 상처를 찔러 앓을 수 있을까

흉터는 아픔을 몸에 달아 내릴까

감길 듯 감길 듯 졸며 다이빙 밸처럼

 

물비린내 턱턱 막히는 미궁 속까지

 

 

 

- <봄 바다> 전문

 


 

오늘은 딱 한편만 쓰는 걸로...

마음은 상처를 찔러 앓을 수 있을까.

상처를 찔러 앓을 수 있을까.

숨이 턱턱 막히는 어느 날엔,

감길 듯한 감길 듯한 어느 상처들처럼

앓지 말기를.

 

 

오늘도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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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8] 나는 나로서 어제의 사람 | 리뷰가 좋아 (시) 2019-02-0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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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권민경 저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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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서

어제

어제의 사람

 

어릴 적 골목에서 만난 개

질이 튀어나온 채 복판에 앉아 있었어요 무서워서 지나가지 못했죠.

개는 아팠던 것뿐인데 난 뭐가 무서웠던 걸까요 지는 만날 튀어나오는 주제에

 

네모 다음에 세모

다음은 평행 우주

 

애써 꾸민 형식보다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좋아요

 

 

 

- 권민경 <나의 형식> 일부

 

 


 

 

자연스레 이어지는 풍경들. 나는 나로서 어제의 사람이고 어제의 사람이기에 오늘의 나가 있을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법칙. 누군가의 아픔이 나의 무서움으로 대치되는 시대. 꾸미다 보면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져셔 결국은 누군가를 이용해 버리는 시대. 누군가의 큰 성공이 오히려 내게 피해를 주는 시대.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그 사람을 이용해 버리는 시대. 진정성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면, 간단한데, 그것이 쉽지 않은 시대. 그 형색에 나를 얽매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다 보면, 어느 덧 나라는 존재는 저만큼 가 버려 있는 요즘 세상에, 나를 지키고 살아간다는 것은 조금은 힘든 일일까. 나를 버리지 않으면서, 또 남을 버리지도 않으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그래서 남의 성공을 바라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가 되기를.

 


 

 오늘은 여기까지 세 편을 준비했습니다. 또 언제 올릴지 모릅니다. 이렇게 시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군요. 모두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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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7] 테레비는 혼자 졸다 말다 | 리뷰가 좋아 (시) 2019-02-03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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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백이 참 희망적이네

유강희 저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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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욱욱, 하고

어머니는 대봉 홍시를 내왔다

아, 저그 꽃나무가 세 번이나

꽃을 피웠다

뭐가요, 어머니?

야는 지가 갖다줬으면서도

그걸 모르냐?

그거 말고 저거!

나는 누군가의 시집을 들추고

아내는 보일러를 켜고 눕고

어머니는 염색약 사러 나가고

토요일 오후, 테레비는 혼자 졸다 말다

 

- 유강희 <팔복동> 전문


 

싸움이 날 것 같은 집안의 풍경이 평화로워 보인다.

이미 익숙해진 서로의 모습들에 테레비가 답해 버린 걸까.

한가한 날의 토요일 오후, 테레비를 켜놓고 졸고 있는 풍경이

마치, 드라마의 결말을 맺듯 단조로우면서 왠지 행복해 보인다.

이것이 행복이냐고 반문을 할지 모르지만,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다.

내 단순한 삶도 언제쯤이면 복잡해질 지도 모른다.

오늘, 작은 행복, 간직하고 나아가야겠지.

나의 마음에도 팔복동의 정경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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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6] 같은 너에 대해 말한다 | 리뷰가 좋아 (시) 2019-02-03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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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캣콜링

이소호 저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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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가 오는군요. 이런 날엔 시 한편씩 보는 것도 좋겠지요. [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또 준비했습니다. ㅋㅋ. 나의 반응기준은 댓글! 그리고 많이 본 글에 턱걸리라도 올려져 있으냐 없느냐! ㅋㅋㅋ, 이번엔 어떨지 조금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출발합니다.

 

 


 

나는 나 같은 너에 대해 말한다 당신이 파 놓은 구멍마다 들어가 보는 고양이처럼 너라는 나에 대해 말한다 모자란 2월의 날들을 걸어 놓은 옷걸이 푹 삶은 하얀 양말을 신고 건너간 수화기 너머에는 내가 버려 놓은 말들이 떨고 있다 먼지 위에 쌓아 올린 일가처럼 문턱을 넘지 못한 발가락처럼 나는 나보다 멀리 가 떨고 있다

-이소호 <혜화> 일부

 

 


 

나 같은 너. 그러니까 너는 나다, 라는 말인가. 나 같은 너가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한참은 모자라 보이는 너를 보면서 나는 떨며 떨며 떨고 있을까. 나 같은 너는 어떤 모습일까. 나의 모습이 나보다 멀리 가 있는 낯선 나에게서 느껴지는 당혹감. 다시 나로 돌아오길 바라면서, 부들부들. 갑자기 들이다친 빗소리처럼 당혹스러운 나 같은 너. 나에 대해 말하면서 너를 읊고 있다. 나 같은 너에게 아름답다고 잘 하고 있다고 말하는 날이 오면은 좋으련만.

 

- by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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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5] 거짓말의 빛깔 | 리뷰가 좋아 (시) 2019-01-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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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박라연 저
창비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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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이란 놈은

 

 

 

염색이나 도금이었던 것일까 핑계와

상황이 한패가 되어

서서히 제 색을 드러낼 줄이야!

 

붉은 이마도 다짐도 너의

뼈를 뚫고 들어앉아야만 너라고

그럴 줄 알았어! 호들갑 떨면서 말이야

 

- <거짓말의 빛깔> 일부

 


 

호들갑 떨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짐을 해 보지만, 어느덧 나는 시란 놈을 요란스럽게 받아들여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마지막 편입니다. 언제 또 이런 시를 올릴지 모르겠고, 아마도 다시는 안 올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오늘만은 이러고 싶었습니다. 시에 머물고 싶지도 않았고, 시에 머물지 않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글을 도배하고 싶지도 않았고, 글을 도배하지 않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시란 놈은 엉뚱하게도 제게 다짐 같은 것을 하게 만들지만, 가끔은 글이 안 써질 때, 또 책이 안 읽힐 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냥, 조금 다른 걸 해 보는 방법입니다. 오늘은 어떤 기다림이 저를 마냥 기다리게 하고 있을까요. 아무데나 펼쳐 보아서, 그냥 느낌이 약간이라도 있으면 한 편씩 선정해서 발췌를 해 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보니, 이걸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아야겠군요. 또, 언제 이렇게 할지 모르니. 좋다고 하시면 또 이렇게 써 내려갈 수도 있겠습니다. 별로 반응이 없으면, 다시는 안 쓸지도 모르겠구요. 어느 덧, 저는 반응에 반응을 하는 사람이 되어가는군요. 반응에 반응을 하는 건,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어떤 다짐 같은 걸 해 보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다짐에 다짐을 더해, 자꾸 다짐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켜 지겠지요. 삶을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고역인 삶은 아니니, 참 다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주동안 고생하신 여러분, 시의 향기에 잠시나마 머물러 있으셨길. 오늘, 잠시라도 호들갑을 떨면서 행복해 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거짓말의 빛깔조차 넉넉한 여유로움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운 주말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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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4] 정육점 | 리뷰가 좋아 (시) 2019-01-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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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장석남 저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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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사러

정육점엘 가지

오늘 왔나보다

하늘에서 막 내려온 듯

천장에 매달려 뼈째 가슴을 벌린 팔등신

바닥엔 몇 점 응고된 피, 고대의 회화를

휑한 눈으로 감상하지

이 허기 앞에서

누가 죄를 말하랴

무엇이 내생(來生)을 말하랴

피를 흘리며 내걸린 말과 침묵

 

- <정육점> 일부


 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가본지도 꽤 오래되었군. 그래서 허기가 지네. 오늘은 고기를 먹어볼까도 생각하지만, 선뜻 손이 안 가는 건,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증거. 고기값도 값이지만, 그에 함께 딸려서 먹어야 하는 채소가. 허기 앞에서는 죄가 안 된다고, 훔치는 건 안 되니까. 피를 흘리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되고. 비록고기를 사면 피가 뚝뚝 흐리게 되지만 말이야. 동네에 정육점이 있어 몇 번 가봤지.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 빼고는 다 괜찮았는데. 고기와 내생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실은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고기를 보면 내세가 생각나는 이 미묘한 관계점에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고기, 반드시 익혀먹어야 된다. 안 익혀 먹으면, 혼이 되어 버린 그놈의 고기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비록, 우리가 먹을 땐 먹더라도 동물은 사랑을 듬뿍 줘야 하는 존재이지, 학대해야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 동물을 학대하게 되면, 내세에 있는 동물이 언제 당신을 공격할지도 몰라. 그러므로, 동물, 왠만하면 사랑하자. 사랑이 어렵다면, 제발, 학대는. 내세에 그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르니까.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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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3] 형 | 리뷰가 좋아 (시) 2019-01-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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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박철 저
창비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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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늘 한척 느린 이가

 

나 졸며 졸며 들길 거니는 사이

 

한척 먼저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어쩄거나

 

앞선

 

바람이었다고

 

- <형> 일부


 

그래, 나는 앞선 바람이었지.

그러나 늘 나약한 어린아이.

하루 종일 지친 몸을 이끌고 가다보면

어느 덧 졸음이 쏟아져 주체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하지.

뭐,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것 아니었어.

형 말고 동생이라는 말. 그 말이 그렇게 어색했는데.

나는 여전히 형이지. 그러니까, 조금은 앞선 바람이지만

나는 늘 느린 걸음을 걷는다. 오늘도. 미적대면서.

그걸, 나는 여유라 부르기로. 앞으로도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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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2]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 리뷰가 좋아 (시) 2019-01-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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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이제니 저
문학과지성사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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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기 위해 집으로 가듯 너는 쓴다. 종이 위에서 쓴다. 흘려서 쓴다. 자신에게조차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는 듯이. 팔분음표에 하나씩,  한 걸음에 하나씩. 천천히 일정한 박자로. 끊어지듯 이어지며.  이어지듯 끊어지며. 어떤 기계음처럼 단속적으로. 소리 아닌 소리로 발음되기를 바라면서. 발화자의 입술은 굳게 닫혀 있다. 문이라는 듯이. 열고 열리는 마음이라는 듯이. 마음은 통과한다. 기억은 건너뛴다.

- <발화 연습 문장 -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일부

 

 


 

 

하나씩 하나씩 나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늘 어디까지 와 있나 점검하는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진다. 조금의 쉼을 쉰다. 마음이 그곳에 머문다.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에게조차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 어떤 물음표. 결국, 발견하지 못한 채 나는 나의 길, My way로 향한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저 마음의 문을 통고할 뿐이다. 무사히, 건너길 바란다. 삶은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문이니까. 그 길에 누군가 함께 간다면 더 좋겠지. 나는 지금, 미지의 문 앞에 있다. 두렵지만, 설렌다. 삶이 바짝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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