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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광수생각] 멱살을 쥐어가며 싸울지라도 | 신춘문예 2020-02-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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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광수생각

박광수 저
북클라우드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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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1. 광수가 왔습니다. 뽀리도 왔구요. 그런데 이번이 마지막 편이라네요. 그래서 신다도 준비해 봤습니다. 특집! 광수생각. 아하하...특집이라고 해야...많이 보실 것 같아서.... 아하하...특집이라고 해봐야 뭐 별 거 있겠어요. 다만, 오늘은 만화 속에 나오는 컷 중 다섯 편을 사진 찍어서 내보냅니다. 엄밀히 말해서 세편이고, 거이에 만두군까지 포함하니 네편이 되는 것이지만, 사진 찍은 것은 다섯 개니까 다섯 개인 걸로!

 

 

2. 내가 자네보다 못 생겼다고 생각하나? 

 

 

내가 자네보다 못 생겼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냉큼 쏘게. 이 말에 신다는 몹시도 감정이입을 하였습니다. 한때, 거울을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내 얼굴이 못 생겼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연애도 못하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아아 그래서 이 만화를 보는 순간 필이 딱 꽂혔습니다. 누군가한테 냉큼 쏘아달라고 하는 그 마음. 그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기보다 못 생겼다고 하면서 죽여버리겠다고 하면, 냉큼 그러라고만 할 것만 같은...이 상태는 뭔가요....!

 

 

 

3. 내 안에 부는 바람.

 

 

 

 

 

하다하다 끝끝내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포기한 많은 것 중에 나중에는 아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오곤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제가 포기했던 것 중 많은 것은 "부단히 노력하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그 순간은 그냥 그것이 힘들고 여려워 쉽게 포기했었는데, 사실 며칠만 더 했더라면, 나중에는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실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죠. 아! 그때 좀더 노력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저의 지금을 자각하게 합니다. 지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또 나중에 그때 "조금만 더 해볼 걸"하는 후회로 다가오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일. 그것이 지금 할 일이란 것을 요.

 

 

4. 나 없으면 니들 다 병신이야!

 

새끼 손가락의 이 말은 정말 처절하게 가슴을 울리는군요.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정치인을 욕하더라도 정치인 역시 소중한 사람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 역시 소중한 일임에는 틀림없구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필요한 것들 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상의 작은 움직임도 우리에겐 소중한 행동이지요. 소중함을 인정할 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때로는 멱살을 쥐어가며 싸울지라도 그 아귀다툼 속에서 소중함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5. 만두군

 

 

광수생각의 마지막 편은 이제 끝났습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부록으로 만두군이란 만화가 몇 편 실려있네요. 만두군이 앞으로 나올 만화인 건지, 아니면 부록으로 몇 편만 실린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만두군은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광수생각이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만화라면, 만두군은 웃음포인트를 더 많이 살려주는군요.

 

 

6.

오래 전에 봤던 광수생각을 다시 보니, 반갑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광수생각은 한결같이 웃기기도 하고 가슴을 파고들기도 합니다. 뽀리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왠지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제 뽀리는 앞으로 다른 만화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요.

 

주일날 오후, 한가롭게 펼쳐든 광수생각 속엔 저의 과거도 있었고, 저의 지금도 있고, 저의 미래도 보았습니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광수생각과 함께 겹쳐져 저에게 새로운 힘을 솟게 해줍니다. 광수생각과 함께 한 평화로운 휴일날 오후, 오늘을 기억하며 저에게 더 기를 불어넣어야겠습니다. 광수생각은 저에게 그렇게 용기를 넣어줍니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북클라우드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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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소설집] | 신춘문예 2020-02-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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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0 신춘문예당선 소설집

임수정 등저
한국소설가협회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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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끈질기다. 십 여분 째 같은 말을 반복 중이다. 콧등의 안경이 거칠어진 숨소리와 함께 씰룩댄다.

"뭐가 그리 빡빡해? 옛날엔 다 해줬는데."

"네 선생님, 죄송해요. 반납하지 않은 책이 있어서 대출이 안돼요."

"이따 갖다 준다고. 그러니까 빌려줘."

"죄송해요. 그리고 그 책도 기한이 넘어서 반납해도 대출이 안돼요."

나는 최대한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쯤 되면 포기하기 마련이었다. 자격이 정지된 사람들에게 도서 대출을 거절하면 '옛날 사서는 다 해줬는데하고 몇 마디 우물거리다 샐쭉해져 나가는 게 보통이었다.

 

- 강원일보 당선작 "밤의 도서관" 중에서

 


 

시작부터 확 나의 흥미를 끄네. 계속 읽어야지. 다 옮겨 적을 수는 없으니, 일단 멈추고. 깊고 깊은 밤에 도서관을 가면 열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했는데, 요즘은 도서관도 문을 닫는 게 일쑤고, 더더군다나 야간에는 사람도 없으니, 그런 광경을 보기 힘들다. 코로나는 언제쯤 물러갈까. 대사태가 계속 되는 한, 집 근처 도서관이 열리진 않을 터. 참, 아쉬운 마음이 크다. 어쩄든, 신춘문예 당선집은 여전히 나의 흥미를 확 끌어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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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시집] | 신춘문예 2020-02-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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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0 신춘문예 당선시집

고명재 등저
문학세계사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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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의 몸은 기록 없는 전쟁사였다

나는 용석을 기록하며 그것을 알게 되었다

 

세잔과 용석은 호명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하나의 인물이었다

 

나는 세잔을 찾아서 용석의 현관문을 두들기기도 하고 반대로 용석을 찾아서 세잔의 현관문을 두들기기도 했다

 

용석은 빌당과 빌당의 높이를 가늠한는 아이였고

세잔은 빌딩과 빌딩의 틈새를 가늠하는 아이였다

 

- 경향신문 시 당선작 "세잔과 용석" 중

 


올해의 문단은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상문학상 수상거부도 있었지만, 신춘문예당선집에 수록될 작품에 대한 신인작가들의 청탁거부도 있었다. 시도 있고 소설도 있었다. 그 중 서울신문 시의 당선자도 소설의 당선자도 모두 수록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신인이 이렇게 배짱이 있을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간신히 잡은 기회인데, 수록을 거부부터 하면 과연 나중에 그분들이쓴 글이 다른 매체에 제대로 실릴 수 있을까. 이게 문단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신인이라는 이유로 저자세를 나가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귀하게 잡은 기회를 놓칠 것만 같은 우려가 든다.  어찌되었든,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당선집을 구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결국 구매하기로 결정하였다. 비록, 몇몇 작품이 빠지기는 하였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신춘문예이기에 내게 도움이 분명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즐겁게 하는 신춘문에 작품집들은 여전히 그 속뜻을 이해하지 못해 버겁지만, 내겐 정말로 즐거운 읽기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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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히히히. | 신춘문예 2019-11-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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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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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냥 노력 말고 '노오력'을 해야 한단다. 그런데 노오력을 하고 노오오력을 한다고 별로 달라질 것 없는 세상이다. 모두가 노력하는 세상에선 노력이 티가 나지 않는다. 모두가 노력하니 기준만 높아져서 더 힘들어진다. 흡사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는 기분. 달려도 달려도 제자리인 기분말이다.

- p.57

 

 

때로는 아무리 잊으려 노력을 해도 잊혀지지 않는 책이 있다. 잊을 만 하면 떠올라서 다시금 찾게 되는 책. 나에게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그러했다. 벌써 세번째 완독이다. 어떤 점이 나에게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저자의 노력이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그야말로 득도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득도는 일반인의 생각을 이미 뛰어넘어서서서 이후에 나오는 어떤 "노력"에 관한 책들도 웃음거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란 말은 노력을 하지 않으며 먹고 사는 한량이 되란 이야기가 아니다. 열심히 살아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 되지 않는 것도 있으니, 마음 편하게 먹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그냥 인생을 즐기라라는 이야기 쯤 되겠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사람을 대하면서 인생을 불행하게 살 거면 뭣하러 노력을 하는 거냐는 일종의 푸념이기도 하다.

 

 

 

가끔은 인생에 묻고 싶어진다. 왜 이렇게도 끝도 없이 문제들을 던져주냐고.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고, 답도 없다. 이쯤 되니 인생이 하나의 농담처럼 느껴진다. 정답 없는 수수께끼 같은 농담 말이다.

 

 

- p.79

 

 

정말로 인생에다 묻고 싶어진다. 끝없는 문제들을 던져놓고 난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그래도 답은 있을지 없을지 알 수가 없으니, 뭐, 이만하면 잘 살았다고 해도 결코 잘 산 게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휴... 정말, 열심히 산다는 건 어떤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2.

시간은 금이라는데, 예전 같으면 아까워서 뭐라도 헀을 시간을 이렇게 막 쓰고 있다. 평생 낭비라는 것을 해본 적 없는 내가 마음껏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낭비는 인생 낭비만 한 게 없다. (웃음)

누구 하나 눈치 주지 않는다. 해야 할 일도 없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 만인가. 이런 하루를 보내고 나면 뭔가 충만한 기분이 든다.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 쓴 것 같은 기분. 낭비가 아니라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다. 무언가를 해야만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더 큰 의미가 있다. 나에겐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 p.100

 

 

 

혼자 있어서 좋은 점은 멍 때리고 있는 시간에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때론 나의 인생에 누군가가 조언이나 충고를 해 주려 한다면, 그것이 관심이 아닌 간섭이나 감시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 누구도 누구 인생에 간섭을 할 권리는 없다. 그래서 간섭과 관심, 애정과 집착은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나의 시간을 비교하는 것 역시, 그리 좋아할 만한 일은 되지 않는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그런 안 좋은 기분으로부터도 벗어나게 해준다.

 

 

 

글을 쓰다 보니, 요즘 내가 처한 고민에 대해서 해결할 방안을 찾았다. 때로는 아프더라도 떠나보내야 할 사람이 있고, 때로는 떠나야 할 때가 되었음을 느낄 떄도 있다. 내 인생의 로망은 무엇일까. 설명하기 힘든 아픔을 간직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뒤, 그 다음에 또 떠나가는 인생. 그러고보면 나는 계속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함을 느낀다. 한 곳에 오랫동안 있는 것은 나를 너무 답답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으면서 나의 어떤 마음들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래서 나 역시, 예스블로그에서 평생 있을 거란 장담을 하지 못하겠다. 언젠가 이별의 순간이 있을 수 있겠지.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니, 걱정 마시길. 최소한 몇 년은 있을 테고, 길면 몇 십년이 될 수도. 

 

 

3.

그러니 이 말을 새겨들을 수밖에

 

지금 당장 그만두는 건 아무래도 손해인 것 같아. 조금 더 나녀보는 건 어때?

다른 사람은 다 그렇게 말해도 오빠는 좀 다를 줄 알았어요.

좀 나답지 않았지? 하하. 그렇게 힘든데 뭘 고민해? 당장 그만둬. 그다음은 어떻게든 되겠지.

남 일이라고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 아녜요? 무책임하게....

내가 거기 얼마나 어렵게 들어갔는데...

그..그래. 내가 다 잘못했네.

- p.167

 

언젠가 나도 저런 고민을 하게 되곘지? 꼭 직장이 아니어도 말이다.

다양한 사회생활의 경험만큼이나 종교, 문화, 경제활동 등의 범위도 넓혀 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내 영혼을 죽이는 활동만 아니라면 말이다.

 

 

 

평생 한 곳에만 있을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히지만,

적게는1년 많게는 몇 년만 있겠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적극적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를 통해 본 나의 인생. 나의 삶.

어쩌면, 나는 이 책을 또 다시 읽을지 모르겠다.

아니,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아, 지금도 여운은 계속해서 맴도는데, 나도 이 같은 에세이 한번 내고 싶다. 하하. 물론, 베스트셀러가 되는 꿈도 꾸기는 하지. 나 정직하지? 숨길 것 없다. 베스트셀러가 안 되고 책을 못 내면...폭망이지...! 그렇다고 내 인생이 망한 건 아니잖아~ 히히.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도서가 아닙니다. 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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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 추천 5        
[어느 베를린 달력/박소은] 베를린의 풍경들을 반추하며. | 신춘문예 2019-09-0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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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베를린 달력

박소은 저
정한책방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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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ch bin ein Berliner.

나는 베를린 사람(베를리너)입니다.

 

Berlin ist arm, aber sexy.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합니다.

 

이 두 문장은 베를린과 관련된 말 중에서 가장 유명하며 여전히 자주 인용되고 있다. 첫 번째는 1963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가 베를린 연설 중에 한 말이고, 두 번째는 2003년에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가 베를린을 단적으로 정의 내린 말이다. 독일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과거와 현재의 베를린을 응축한 대표적인 표현들이다.

- pp.25~26

 

그렇지만, 베를린이 어떤 곳일지 감은 잘 잡히지 않는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던 그 당시, 기적이 이루어졌다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놀라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얼른 통일이 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독일은 독일이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독일은 분명 통일 이후, 경제적으로 강국이 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러하리란 보장이 있을까. 물론, 독일이 미국과 중국처럼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독일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최고의 경제를 자랑하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으니까.

 

2.

강변에 정박하고 있는 한가한 수송 선박이며, 오래된 녹슨 대형 기중기가 정지된 채 만드는 풍경은 마치 통일 전 서베를린의 모습인 80년대 시계가 그대로 멈추어 있는 듯했다. 이제 베를린 중심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분단으로 고립되고 정체되었던 노스탤지어의 베를린 모습이랄까. 동네 사람들은 주로 독일인과 나이든 층이 대부분이라서 안정감은 있으나 전혀 활기도 매력도 없는 동네였다. 젊은이들이 가장 섢하지 않는 동네 중 하나이다. 부동산 가격이나 월세가 최근 들어 급상하는 베를린이지만 평균치에 밑돌고 있다.

 

그 매력 마이너스의 동네에서 나의 첫 베를린 살기가 시작된 셈이다.

- p.40

 

『어느 베를린 달력』은 베를린에서 산 12개월의 저자의 삶을 이야기한 책이다. 그러나, 이 12개월이 1년은 아니다. 때로는 2014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2018년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단위가 1개월이지만, 연도가 한 해가 아닌 것이다. 몇 년 동안의 삶을 응축해 놓은 이 책은 베를린에서 산 풍경들을 담아 놓는다. 통일 이후 베를린의 특성. 그 특성이 잘 나타난다고 보여주는 풍경들이다.

 

 

3.

공산주의, 한떄 그 얼마나 온기를 주던 언어였던가. 힘없는 자, 가난한 자, 억울한 자들에게 무한한 희망과 용기를 주던 언어. 그녀의 속삭임 속에 지난 세기의 투쟁이 꿈결처럼 스쳐 지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그녀의 늙어진 얼굴처럼 일그러진 모습이다.

 

모두가 한 송이 붉은 카네이션을 손에 들고 '전쟁 대신에 평화를!'이라는, 로자가 거의 100년 전에 주장하던 구호를 사람들은 외친다.

 

이렇게 베를린의 한 해는 시작한다.

- p.71

 

만약, 우리나라가 지금 당장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기쁨보다는 혼란이 먼저 올 것이다. 공산주의인지 민주주의인지도 모를 애매한 지배 체계가 될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이 땅에 평화를 외치는 것이다. 전쟁이 불가능한 나라, 외세의 침략이 불가능한 나라, 더 이상 이 땅에 전쟁이 자리잡을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리고 난 다음에 통일은 천천히, 우리가 우리 힘으로 우리의 정세를 주도할 수 있을 때 그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4.

베를린의 경우는 대도시이기 때문에 대부분 자기가 사는 동네가 자기 세계라고 할 만큼 사는 이의 일상과 의식이 사는 곳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베를린에는 한동네 안에서도 어느 특정한 거리나 골목을 중심으로 매일 매일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 즉 빵집, 카페, 술집, 식품 가게, 극장이나 기타 문화 시설 등을 나름 골고루 갖춘 일종의 섬 같은 소위 '키츠'라 불리는 꼬마 동네를 형성하는 키츠 문화가(골목 문화) 유명하다. 사는 사람들끼리 그 속에 소속감과 동질감을 공유하면서 자신들 특유의 키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생활양식과 문화를 서로 가꾸고 있다. 베를린에서는 동네마다 이런 키츠가 여러 군데 있는데 중심지 동네의 인기 있는 키츠에 사는 것은 사뭇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pp.94~95

 

베를린의 풍경이 그대로 묘사된 듯한 이 느낌. 키츠 문화란 것이 베를린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지금,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문화가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꼬마 동네 문화가 형성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몇 십 년 전에는 골목에서도 동네 공터에서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나,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조차 운동선수들이 아닌 한은 노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하물며, 차들이 계속해서 지나다니는 동네 골목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려면, 아주 먼 발걸음을 해야 겨우 볼까 말까다. 그래서 베를린의 키츠 문화가 선망의 대상은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5.

'얘들아, 다음 생에는 이 땅에서 태어나지 마라'라는 말은 기가 막히다 못해 비극적이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 즉 자기 국가에 대한 최악의 저주이다. 이 저주를 먹으면서 살찌우는 국가야말로 절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그 땅에 사는 자기 나라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지 못한지를 한마디로 말한다.

 

원한 맺힌 말들은 가슴속으로 거센 물살이 되어 여지없이 파고들며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는다.

- p.124

 

세월호로 아이들을 잃은 어떤 이의 절규는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을 불행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은, 이 땅 뿐 아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불안한 미래를 살고 있다. 언제 어느 때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때로는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 안전을 무시한 나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나라. 그것이 세월호의 비극 속에 있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참 옹졸하기도 한 것이다. 나는 막연하게 안전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태풍 같은 게 오면, 혹시라도 내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먹먹해진 마음은 가끔씩 눈물을 머금게도 한다.

 

 

6.

독일은 전쟁과 더불어 분단이라는 상처를 딛고 1989년 11월 9일, 바로 1938년 11월 포그롬이 있었던 51년 후, 똑같은 날 밤에 동서 냉전의 상징이던 장벽 붕괴되었다. 통일로 넘어가는 대로 훤히 뚫린 것이다. 1989년 11월 9일, 동독 공산당 서기 귄터 샤보브스키는 동베를린에서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동독 시민들이 서독을 비롯하여 외국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 규정을 발표하였다. 발표 후 곧이어 봇물 터지는 듯한 환호성과 흥분은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의 거리를 향해 휩쓸었다. 수많은 동독인의 물결은 당시 서베를린의 중심 상가인 쿠담으로 흘렀고 사람들은 서로를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p.244

 

운명이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듯, 독일의 통일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독일의 통일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정확하게 몰라도 알 수 있다. 독일인들의 눈물은 결코 그들의 통일이 결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대변해 준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독일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분명 많이 다르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반드시 통일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외세의 침략에 의해서 나라가 망한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대부분 내부의 분열로 인한 세도정치로 인해 민심이 흉악하게 변하였거나  왕의 잔악한 독재정치가 나라를 망하게 한 경우가 많았다. 아마, 그 진리는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라가 망해가는 걸 보는 어느 정치가나 독재 세력이 그런 나라를 볼 수 없다, 고 철저히 자신의 정치를 반성한다면 세계적인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꼭 그리 되기를.

 

 

7.

공항 스캔들, 더러운 길들, 서비스 제로 지점이 주는 불편함과 불쾌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에서 돌아올 때의 설명하기 어려운 안도감 내지 안정감, 기차 중앙역에서 내리면 플랫폼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자유의 바람, 가난한 이들끼리 나누는 은밀한 동지애, 각박하게 만들지 않게 하는 느긋함, 그런 느낌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베를린의 산소 같은 존재들이다.

- pp.265~266

 

베를린을 떠올리면 여전히 공산주의 시절이던 때의 암울한 풍경이 떠오른다. 독일은 경제대국이라는 나의 말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베를린의 풍경은 여전히 가난하고 낯설다. 그러나 그런 풍경들이 있기에 베를린은 어쩌면 아름다운 도시가 되어가지 않을까. 그들의 신선한 바람 같은 느긋함은 한국인이 배워도 괜찮지 않을까. "빨리 빨리"가 아니라 천천히 해도 되요,천천히 가도 돼요, 라는 말을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 느긋해서 포근한 사람,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가 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은가.

 

 

8.

『어느 베를린 달력』에서 건져올린 삶의 흔적들은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어느 순간 울림이 전해져오는 그때에, 나는 이 순간을 떠올리며, 그랬지, 베를린의 풍경을 즐기는 여유가 내게도 있었지, 하며 삶을 반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정한책방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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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는 심장/에드거 앨런 포] 웃지만 웃는 게 아니여. | 신춘문예 2019-08-0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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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러바치는 심장

에드거 앨런 포 저/박미영 역
스피리투스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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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설리드가 철퇴를 들어 용의 머리를 내리치자 용은 그의 앞에 쓰러져 고약한 숨결과 함께 무시무시하고 거슬리는 귀를 찢을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에설리드는 그 끔찍한 굉음에 손으로 귀를 막지 않을 수 없었으니 이제껏 듣지 못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 p.31 (어셔가의 몰락)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중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유일한 작품은 고릴라가 범인이었던 바로 그 작품이다.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포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의 숨겨진 작품이? 일러바치는 심장은 알려지지 않은, 에드거 앨런 포의 숨겨진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뒤통수를 치는 내용보다는 뭔가 의미심장하고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셔가의 몰락>도 그렇다. 어셔가는 우울하며 음울하다. 그런 어셔가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누군가의 죽음. 사건은 여기서 마무리된다. 애써 범인이 누굴까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괴한 죽음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암울한 상황 그 자체다. 그래서, <어셔가의 몰락>은 작품 자체가 음울하다.

 

2.

일러바치는 심장은 스피리투스 출판사의 문득 시리즈 중의 한 작품이다. 문득 시리즈란 이미 한번쯤은 들어봤을 알려진 작가의 작품 중, 숨겨진, 그러니까 잘 안 알려진 작품을 모아놓은 시리즈이다. 일러바치는 심장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중에서 이미 유명한 작품이 아닌,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을 작품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래서 그런가. 에드거 앨런 포의 고릴라가 범인이었던 작품처럼 깜짝 반전을 원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미 앞서 애기했듯, 일러바치는 심장이 작품들은 심오하다. 그래서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단순히 스토리상의 흥미로는 끌어당기는 요소가 별로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나는 검은 법복을 입은 판사들의 입술을 보았다. 내게는 그 입술이 하얗게 보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종이보다 더 하앴고, 섬찟할 만큼 얇았다. 그들의 엄격한 표정, 그 확고부동한 결의, 인간의 고통에 대한 eksg한 경멸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얇은 입술. 내게 있어 운명이 될 판결이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 이름을 발음하는 것을 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로도 이어지지 않아 몸서리가 쳐졌다.

- p.59 (구덩와 추 중에서)

 

그래서 일러바치는 심장의 작품들은 대체로 공포스럽고 음울하다. 때로는 우울함에 미쳐버릴 지경이기까지 하다. 원래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이 조금 어두운 면이 있기는 하다. 일러바치는 심장은 그 어두운 면의 절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권하지 않겠다. 삶이 너무 행복에 겨워 이 행복을 주체하지 못해 웃음이 너무 지나친 사람에게 특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3.

혹시, 이 책을 본 것이 아닐까 하는 분들을 위하여 이 책에는 어떤 작품이 실려 있는지, 제목을 나열해 보겠다. 어셔가의 몰락, 일주일에 일요일 세 번, 붉은 죽음의 가면, 구덩이와 추, 검은 고양이, 일러바치는 심장, 도둑맞은 편지, 긴 상자,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 아몬틸라도 술통, 절름발이 개구리. 어떤가? 제목만 봐도, 벌써 우울해지지 않는가! 우울의 끝판에 가면, 오히려 우울이 회복될 수도 있으니, 실컷 암울함을 즐기고 싶으신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4.

그리고 그 머리 위에는 시뻘건 주둥이를 내밀고 하나뿐인 눈에 불을 담은 끔찍한 짐승이 앉아 있었다. 내가 살인을 저지르게 수작을 부리고, 그 목소리로 존재를 알려 나를 사형 집행인에게 넘긴 놈. 나는 그 괴물을 무덤에 넣고 벽을 발라버린 것이었다!

- p.97 (검은 고양이)

 

그러나, 내용이 어둡다고 해서,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 문장 자체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문장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번역의 힘인 것인지, 원문의 힘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심각하게 어두운 내용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힘찬 문장으로 전환을 했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어두운 내용이 힘찬 문장과 강건한 문체로 전개나감으로서 이 책에는 가독성이란 게 생겼다. 그래서, 나는 순식간에 이 책을 읽어나갔다,

 

5.

내 실수는 지나치게 부주의하고, 호기심이 많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인해 기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나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도무지 뇌리를 떠나지 않는 얼굴이 있다. 그 신경질적인 웃음소리는 영원토록 내 귓가에 울려 퍼질 것이다.

- p.155 (긴 상자 중)

 

나는 다시 내가 앞서 했던 말을 수정한다. 우울한 분들에게도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스토리상의 흥미가 없다는 것도 나는 다시 수정한다. 스토리는 밋밋해 보이기는 하지만, 아주 다분히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다수 있다. 나의 리뷰에 끝까지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일러바치는 심장은 정말로 재밌고 의미도 있다. 다만, 문체는 경쾌한데, 내용 자체가 밝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뭔가 즐거우면서도 뭔가 웃음이 나오면서도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어쩌면, 인생 자체가 그런 것이 아닐까. 늘 웃으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웃음 속에는 진한 고통이 베어 있고, 고생한 흔적이 베어 있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내공이 많이 쌓여 있다고 말한다. 내 글의 내공은 어느 정도일까. 인내의 끝에서 건져 올린 어느 낚시꾼의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며 누군가를 유혹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면 내 글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일러바치는 심장을 통해 얻은 삶의 또 다른 양면성. 그 양면성에 나의 내공을 시험해 본다. 내 글, 누군가에게 일러바쳐 널리 널리 퍼져나가길.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스피리투스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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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돼지의 낙타 완전체 리뷰] 당신의 삶도 덤덤하기를. | 신춘문예 2019-07-2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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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저
자음과모음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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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음식이 된 건 애초의 계획에는 포함되었던 필수적인 식재료를 어떤 사정으로 조리과정에서 빼먹었기 때문일 텐데, 그 식재료를 어떤 사정으로 조리과정에서 빼먹었기 때문일 텐데, 그 식재료는 아마 두부이리라. 이 어중간한 음식에는 두부의 부재로 인해 생긴 딱 그만큼의 빈 공간이 있었다.

- P.311

 

드디어 다 읽었다.  몸과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 그런지, 소설이 읽히기 제대로 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리의 돼지의 낙타』를 느무느무 재밌게 읽었다. 경수는 3년간 옥살이를 했다.

 

뜬금없는 옥살이는? 사실, 앞의 내용은 1차 리뷰에서 설명을 해서 생략을 한 거다. 근데, 1차리뷰를 지금 방금 보고 왔는데, 왜 이렇게 못 썼대? 으..1차 리뷰 보지 마라, 부끄럽다 (그럼 당장 보러 가야지 하고 달려가시는 분, 곧 후회할 걸세!) 뭐, 그렇다고 완전체리뷰가 잘 쓰게 될 거란 얘기는 아니다. 그래도 1차 리뷰보다는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전적으로 신다 생각!

 

그러니까, 경수는 옥살이 3년을 하고 나와서 두부를 먹기 위해 찾다가 찌개를 하나 시켰는데, 두부가 없는 것이다. 워메! 그래서 생긴 빈 공간. 경수의 그 빈 공간을 대신 채우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2.

이 나쁜 새끼야, 내 남편 살려내라, 내 남편! 울다 지친 안반장의 아내가 주저앉았다. 안반자의 아내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경수는 안반장이 예전에 본 감자탕 집 사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 P.379

 

 

그래 그러니까 인연은 어찌될지 모르는 거라고. 악연도 어찌될지 모르고.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건 통쾌감이 아니다. 경수의 의도는 복수가 아니었다. 그저, 정도를 따르자고 하려는 것이었을 뿐.

 

때로 세상은 불공평하고 때로 세상은 정도를 걷다가 낭패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 소설! 참 덤덤하다.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기만 하는 사람을 보여주지 않는다. 때로는 꿋꿋하게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살짝 비껴가는 삶들. 그 삶들 속에서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마음의 자유는 누가 얻느냐고? 바로 내가! 그러니까, 독자가 얻는다는 의미!

 

3.

마리는 생각했다. 다 말은 이렇게 한다. 다 나를 생각해서 이러는 거라고. 마을에서 내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들은 아주 적다. 조씨와 장씨, 그리고 경수 아버지 정도. 그런데 믿고 따랐던 조씨와 장씨에 이어 경수 아버지까지 나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 결국 나에게 잘해준 사람달은 전부 나쁜 사람이고 위험한 사람이고 경계해야 할 사람이다. 더구나 경수 아버지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문까지 있다. 금세 지워지긴 했지만 바로 이 공부방 벽 앞에서 경수 아버지가 변태라는 낙서를 본 적도 있다.

- P.489

 

대체, 경수네 가족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경수아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오해를 받고 있는데, 그 오해는 오해인 걸까, 진실인 걸까?

 

경수 아버지란 인물이 적어도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흠잡을 데가 많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오해받으면서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어리숙함, 그러면서도 물 흐르듯 그냥 흘러가는 인생. 그렇다고 해서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닌 인생. 꼭 30대의 내 모습 같다. 물론, 100프로 같은 것은 절대 아니고.  그래서, 나는 별로 경수 아버지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때 나의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런 이유로, 경수아버지가 오해받는 채로 끝나는 것은 싫으니까 경수아버지의 실체를 밝히기로 한다.

 

4.

마리가 다시 말을 하게 된 건 형기를 마치고 시설에서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너무나 뒤늦게 진실을 깨닫고 나서였따. '집에……물……'이라는 경수 아버지의 마지막 말. 물이 아니라 불이라고 한 거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곘지만 집에 불이 날 거라고 알려준 거다. 나에게 나쁜 짓을 하려 한 게 아니다. 사실은 도우려 한 거다. 마지막 순간까지……

- P.494

 

그렇게 경수아버지에 대한 오해는 풀렸다. 비록, 마리의 방어로 경수아버지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났고 마리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최소한의 형기를 마친 후에야 깨달은 사실이었지만.

 

5.

『마리의 돼지의 낙타』는 정말로 덤덤하다. 실제로 아주 극한 상황까지 갔는데도, 작품의 주인공들은 결코 좌절하거나 실의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다. 그들은 아주 어려운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치열하게 재미있고, 덤덤하게 흥미진진하여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글들 속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 덧 책이 끝나 있었다. 읽고 나서 마음이 촉촉하면서도 건조한 이중성의 느낌. 그래서 삶을 조금 더 덤덤하게 바라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마리의 돼지의 낙타』가 주는 강점이라면 역시 삶을 단단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는 거 아닐까. 삶이 내게 주는 단단한 매력처럼 덤덤하게 리뷰를 썼다. 조금 더 강한 느낌, 조금 더 강한 삶이 당신에게도 들이닥치길. 아무리 폭우가 세차게 쏟아지더라도 당신의 삶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게 되기를.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자음과모음에서 도서를 증정받은 후

1차리뷰를 이미 작성하였고, 최종적으로 다시 쓰는 완전체리뷰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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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우선 쓰는 리뷰) 긴장감은 조금 덜하다. | 신춘문예 2019-06-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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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저/황금진 역
arte(아르테)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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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푸하하하하.... 내가 지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왜냐고? 오늘은 기필코 다 읽으리라 다짐헀건만,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책장 때문에 다 읽지 못하고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다 읽으려면 몇 달 걸릴 거 같다는 예감이... 파도처럼 몰려드는 지금. 어찌되었든, 리뷰는 써야겠으니.

 

 

2.

서평신청한 나의 댓글 : 작년 여름 브레이크 다운 덕분에 더위를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었지요!!! 이번 여름 역시 패리스 작가님 덕에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전이 주는 묘미뿐만 아니라 소설의 문장전개가 주는 짜릿함을 이번에도 기대해보며 브링 미 백의 멋지고 시원한 서평 소망합니다~~ 저도 진실을 알기 전에는 책을 덮을 수 없을 거 같으니 저도 시간 많을 때 한번에 완독할 수 있게 서평의 기회를~~! 여름은 이렇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브링 미 백에는 또 어떤 뜻이 있는 것일까요.... 나를 다시 데려가 줘... 그 시간 속으로 나를 몰아넣고 싶습니다. 그 시간의 의미에 나를 파묻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어디로 가야 하는걸까요... 여름의 더위를 잊어버리고 싶은 그 시간 속의 서평 속으로 나를 데려가 주십시오..

 

 

 

문제는 6월달의 여름이 그다지 덥지 않은데 있는 것일까. 아니면, 『브링 미 백』이 주는 문장이 스릴보다는 심리묘사에 치중해 있어, 내가 그들의 심리묘사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일까. <<브레이크 다운>>이 줬던 신선함과 서스펜스가 『브링 미 백』에는 맛볼 수 없으니. 아아아 나는 정말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있기는 한 걸까.

 

 

 

3.

그래서 다시 차로 돌아가 최대한 빨리 차를 몰고 다음 주유소까지 간 다음 뛰어 들어가 도와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제 불어가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 보니까 사람들한테 알아듣게 말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마침내 현지 경찰에 신고해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영어가 능통한 형사님이 오셨고 함께 레일라를 찾아보자며 저를 피크닉 구역으로 데리고 가 주셨죠. 제가 너무 레일라를 찾고 싶어 했으니까요.

 

이게 내가 프랑스 AI 고속도로 부근 어딘가에 있는 경찰서에 앉아 경찰에 한 진술이었다. 진실이었다. 온전한 진실이 아니었을 뿐.

- p.13

 

시작은 나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에 충분했다.  어떤 내용일지 몹시 궁금했다. 그러나 궁금한 건 궁금한 거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복잡한 구성이 나의 머리를 띵하게 만든다. 물론, 끝까지 읽고 나면 이 내용이 정리가 되고, 또 다른 반전이 나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극찬하게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것. 허헛!

 

4.

앨런과 내가 서로가 아닌 다른 상대와 사랑에 빠졌다면 이번 통화뿐만 아니라 만사가 훨씬 수월할 텐데. 레일라가 실종된 지 12년이나 지난 마당에 엘런이 레일라의 언니라는 게 문제가 될까?

당연히 문제가 된다.

- p.28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을지 이 부분에서 예상이 된다. 그 치밀한 구성을 위해 과거와 현재의 넘나드는 구성이 필요했을 것이고, 치밀한 심리묘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나 지금 뭐하니? 이 책의 구성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는 거야?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패리스의 작품은 반전을 위한 심리묘사와 치밀한 구성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 끝을 보고 싶기는 한데, 내가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어 우선 남긴다.

 

5.

그래, 내용설명 따위! 뭐 그리 중한데? 음...나는 또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다른 분들의 리뷰를....(저 나쁜 놈! 하고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나 보고 오래 살란 소리로 알아듣고....) 물론, 다 읽고 난 뒤 쓰는 리뷰는 당연히 쓸 것이다. 단, 언젠가는! 이다. 언제 올릴지 장담 못한다. 다만, 쓰긴 쓸 것이다. 여태까지 밀려 있는 1차 리뷰만 썼던 리뷰들도 모두 쓸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나의 독서력이 다시 끌어올라와야 한다. 조금은 머리가 명료해져야 하는데, 요즘 나의 머리가 명료한 상태가 아니다. 『브링 미 백』도 어쩌면 그래서 더디게 읽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브링 미 백』이 재미있냐구? <<브레이크 다운>>만큼 서스펜스와 반전을 기대했던 분이라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더욱 섬세한 심리묘사와 조금은 복잡하더라도 심리적 스릴이 있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이 <<브레이크 다운>>보다는 『브링 미 백』이 더 재밌을 수도 있곘다. 나 개인적으로는 서스펜스가 있는 소설이 더 좋다. 『브링 미 백』에는 숨막히는 긴장감 같은 건 다른 스릴러들에 비해 조금 덜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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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가볍게 그러나 진지하게. | 신춘문예 2019-06-2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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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저/남명성 역
해냄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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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이는 계속 잔소리를 했지만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글을 쓰라면서 이 작은 노트를 주었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 두껍고 하얀 백지가 묶인 노트. 나는 첫 번째 페이지를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연필을 뾰족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 p.13

 

가벼워지고 싶었다. 한없이 한없이. 무언가에 부담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내 인생이 아님을 알았기에. 리뷰쓰기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즐기면서 읽으라고 <서평단 당첨>순간부터 1차리뷰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지려고 한다. 그래, 이거 1차 리뷰다. 조금 더 오래 즐기고 싶어 쓰는 리뷰다. 그러니까, 내게 내용설명을 기대하지 마시라~ ㅋㅋ. 나는 그냥, 내용설명 안 할거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처럼 지금 현재, 침묵을 지킬 것이다. 그럴 것이다.

 

2.

디오메디스는 앨리샤가 미쳤다고 말하고 있었다.

앞뒤가 맞는 설명은 그것이 유일했다. 도대체 왜 사랑하는 남자를 의자에 묶고 바로 앞에서 얼굴에 총을 쐈겠는가? 그러고도 후회의 기색 없이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입도 열지 않는다? 미친 것이 당연했다.

- p.26

 

앨리샤는 미친 것일까, 아니면 계획적인 것일까. 어쩌면, 어느 정도 미쳤다고 해도 분명 일말의 의도는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인생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때, 때로는 신을 의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이 나를 돕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한번 가보는 거야, 그곳이 어딜지라도! 앨리샤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3.

정신벙원에 그로브에 수감된 사람. 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진짜 죄인지 아닌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살인이나 폭력은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러나 그럼에도 그래야만 헀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상황. 이해와 수용은 다르다는 의미. 이해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상황. 과연, <사일런트 페이션트>에는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까요. 그리고 그들의 상황 속에서 어떤 주제가 드러날까요. 삶은 미궁으로, 책은 현실로, 서평은 단단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어울리게 만들어지는 멋드러진 스릴을 꿈꾸며. 서평 소망합니다. 

 

서평을 신청했을 때 나의 댓글이다. 서서히 드러나야만 하는 앨리샤의 실체는 오히려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주제는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느낌도 든다. 

 

4

멍청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놈 같으니, 무슨 짓을 한 거야? 엘리샤를 너무 멀리, 너무 강하게, 너무 급하게 몰아붙였어. 끔찍할 정도로 전문가답지 못했어. 빌어먹을 정도로 서툰 짓이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밝혀버렸잖아. 그러나 그건 엘리샤가 상대방을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그녀의 침묵은 거울과 같았다. 상대방을 거울처럼 비춰 보여준다.

그리고 그건 가끔 보기 흉한 모습이다.

- p.130

 

드러나지 않는 실체와 드러내기 싫어하는 정체. 그 실체와 정체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은 서로가 서로에게 불신하는 사회, 또한 때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무언가를 숨길 필요도 있음을 역설하는 듯 하다.  나는 숨길 것 없다, 하는 사람이 오히려 숨길 게 많음을 직시하게 되는 현대. 그 현대란 미물에게서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은근한 폭력. 그 폭력을 어쩌면, 사일런트 페이션트는 침묵이란 주제를 통해서 드러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5.

 

사람의 실체를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객관적으로 먼 발치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사일런트 페이션트』, 그러니까 실어증 환자. 어쩌면, 나 역시 실어증 환자일지도 모른다. 할 말은 해야 하는 세상에서,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살고 있으니. 『사일런트 페이션트』에는 어떤 삶이,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 삶의 끝에도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오늘은 작기만 한 나의 소심한 리뷰를 마친다. 내일은 극찬할 얘기, 극찬할 리뷰, 극찬할 글이 써질 수 있기를 바라며.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해냄출판사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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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워치 (우선 쓰는) 리뷰] 잘하고 있지, 잘하고 있지.....(파블 16기 - 6월 (02) | 신춘문예 2019-06-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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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이트 워치

세라 워터스 저/엄일녀 역
문학동네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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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두렵지 않습니다. 그 어떤 기억에도 겁먹지 않죠. 그어떤 기억에도 또 다시 닥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친애하는 호러스 사랑이 당신과 함께합니다. 사랑이 당신을 채우고 에워쌉니다……"

- p,22

 

물론, 나도 잘 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업다는 것을.  그러나 이 책을 빨리 읽을 수가 없다. 휙휙휙 전환되는 장면이 나의 속독을 방해한다. 도저히, 천천히 읽지 않으면 이 책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다. 그렇게 읽다 보니, 지금까지 읽은 페이지가 200페이지가 넘지 않는다. 자기 전에 읽고, 새벽에 읽고, 또 오늘 아침에도 읽는 등, 틈나는 대로 읽었는데도 여전히 느리다. 물론, 다른 책을 읽느라 못 읽은 것도 없지는 않지만, 집에서 있는 동안은 그래서 집에 있는 동안 틈이 날 때마다 읽은 결과다. 내용의 흐름은 잘 잡히지 않는다. 대신, 순간순간 파고드는 문장의 향연들이 나를 뒤집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우선 쓴다. 기존의 이름은 1차 리뷰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우선 쓰는 리뷰라 쓴다. 이 책을 언제 다 읽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쉽게 읽힐 수 있을 거란 건, 나의 착각이자 오만이었다. 해석이 좀처럼 되지 않는 『나이트 워치』는 그렇게 나의 맘을 혼란 속에 빠뜨렸다.

 

2.

서평신청한 나의 댓글 : 전쟁의 흉터로 얼룩진 1940년대 영국,시대의 어둠을 초월해 사랑하고 증오하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6명의 런더너.1947년부터 1941년까지, 이들의 치열했던 6년을 역추적하며 상실의 폐허 속에 피어나는 설렘과 욕망, 격정과 후회를 더없이 세밀한 한 편의 드라마로 그려낸] 이 드라마같은 문구를 나는 옮겨적는다. 상실의 페허를 또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아서, 나는 또 하나의 작은 서평을 소망한다. 격정 속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거다. 후회 속에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격정과 후회가 있었기에 나는 희망을 가질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격정과 후회의 드라마가 궁금하다. 그리고 기대된다. 이 드라마 속으로 그리하여 희망의 서평 속으로 빠져드는 서평 소망합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격정과 후회의 드라마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6명의 주인공.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쉽지 않다. 각자의 아픔과 각자의 삶.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세밀한 감수성. 그걸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여자는 고개를 돌려 케이를 잠시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케이가 왜 이러는지 전혀…… 여자는 "아 친구가 왔네!"라며 길 건너편에 있는 여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발을 더욱 재게 놀려 보도 가장자리로 가서 좌우를 살펴보고 도로를 건넜다. 하이힐을 신은 여자의 발등이 파리했다. 케이는 토끼를 떠올렸다. 뒤에서 보면 털이 하얗게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뜀박질하는 토끼.

여자는 "그럼 이만"이나 "잘 가요"라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케이 따윈 이미 잊어버리 것이다. 여자는 친구의 팔짱을 끼고 길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 p.53

 

세밀한 감수성을 파악하는 대신, 나는 책이 주는 흐름에 의식을 맡겨보기로 한다.  그저 떠올리다 보면 가게 되는 길, 그들의 길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내면에, 그리고 그들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게 한다. 평화스러워 보이지만, 그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편안하지 않은 듯한 엇박자난 감수성이 나이감성을 자극한다. 그래 지금은 잘하고 있지. 잘하고 있지, 잘하고 있지.......

 

3.

줄리아가 책을 읽고, 밴드가 마지막 팡파를 연주한 뒤 악기를 치우고, 태양이 슬금슬금 하늘에서 내려가고, 노란 풀밭 위로 그림자가 길어지는 내내. 마침내 비참한 광분이 잦아들었다. 어둠은 쪼그라들어 제풀에 눅었다.헬렌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바보같이 왜 이래! 줄리아는 날 사랑해. 줄리아가 싫어하는 건 바로 내 안의 짐승이야. 이 말도 안 되는 괴물……

- p.86.

 

장면이 순식간에 바뀌는 상황은 내 성격과는 맞지 않지만, 다양하게 이야기되는 장면들은 나의 감성지수와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장면과 장면의 중간 어디쯤에서 이 말도 안 되는 괴물의 정체를 찾고 있다. 분명, 『나이트 워치』의 어딘가에는 그 괴물의 정체가 숨어 있을 것이고, 그 괴물은, 아주 큰 의미를 주는 것일 수도 있고, 정서적으로 큰 울림을 주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아무것도 아니어서 허무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중의 어떤 것이 맞을 거라고 얘기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저, 욕망 속으로 빠져드는 그들의 모습,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되지 않을까. 그 욕망 속에는 과거의 아픈 상처들이 내면화되어 나타날 테니까....그렇겠지, 그럴 거야!

 

 

4.

덩컨은 알 수 없었다. 십만 년은 된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 다른 멀쩡한 사람을 만나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술집 아가씨와 농담을 주고받고 있을지도. 혹시 무슨 일이 생겨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집에는 어떻게 가지?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덩컨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눈가리개를 하고 한 발 내디뎠는데 푸석한 지면이 꺼저버리는 것 같았다…… 이제는 정말로 공황 상태가 됐다. 덩컨은 눈을 뜨고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겁이 날 때 양손을 쳐다보면 진정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언젠가 의사산테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자신을 너무 의식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조차 이상하게 보였다. 마친 딴사람 손 같았다. 몸 전체가 괴상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문득 심장과 폐의 움직이 확연히 의식됐다. 한순간이라도 이 장기의 움직임에서 눈을 뗐다간 덜컥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 덩컨은 눈을 꼭 감은 채 땀을 흘리며 강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에 헐떡이면서. 혈관이 혈관을 쥐어짜내도록, 팔다리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지 않도록 꽉 다잡으면서.

- pp.132~133

 

무언가를 꽉 다잡으면서 위태로운 삶을 지탱해 가야 하는 삶. 어쩌면, 나도, 또 많은 사람들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트 워치』의 사람들은 그런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지만, 우선 쓰는 리뷰는 여기까지다. 나도 나의 삶을 꽉 잡고 누군가가 내밀어주는 손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그 내민 손 주변에 있는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삶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어둠 속에서만 헤매고 있던 나에게 내밀어주는 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그리고 물론, 가장 감사해야 할 분은 따로 있고.  그분은,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분이 내민 손을 꽉 잡고서 그분을 향해 나아갑니다. 오늘도요!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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