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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눈 부신 순간들을 그린 에세이 | 책읽기(2019년) 2019-03-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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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유지별이 저
놀 | 2019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학창시절 하면 교복인데, 난 공교롭게도 교복 자율화가 시행 되던 시점이어서 중학교 1학년 까지만 교복을 입었다. 남들하고는 다른 일명 세라복. 교복을 입고 입학식을 했던 순간들을 많이 그려볼 텐데. 고등학교 때 사복 때문에 아침마다 고민했었던 시기였다. 그 눈부신 시절이 떠올랐던 그림에세이였다. 그림과 글을 쓴 작가가 아직 대학생이라는 점이 놀랍다. 글과 함께 필체가 고운 여학생을 바라 보는 느낌이랄까.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3년의 시간을 보내고 졸업식을 거쳐 이제 대학생 새내기가 되어 일년을 마친 시간들을 그림과 글로 나타낸 책이었다. 설렘반 두려움 반이 공존하는 입학식. 어떤 친구들이 있을 것이며,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지. 반 분위기는 또 얼마나 궁금해 했던가.

 

 

하얀 기대 반, 검은 걱정 반, 잿빛 발걸음.

그 위로, 봄바람이 불어오더라.

 

'넌 충분히 빛나고 있어.'

향긋한 꽃향기가 말을 걸어왔어.

봄을 찾아 이끌리듯 다시 힘차게 내디딘 한 걸음.

 

'잘할 거야,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돼.

우린 이제 시작이니까.' (16페이지)

 

봄의 시작은 이처럼 핑크빛이던가. 곧 있으면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매화 개화 시기를 지나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 곧 다가오지 않던가. 그래서 작가의 그림도 핑크빛이다. 온통 핑크빛으로 가득한 벚꽃의 계절을 봄으로 표현했다. 물론 새침하기 이를 데 없는 꽃샘 추위가 다가올테지만 그래도 설레기만 한 봄이다.  

 

 

설레기만 한 봄과 열정 가득한 여름, 울긋불긋 결실을 맺을 가을, 모든 것이 얼어붙지만 다시 봄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해 사계절을 챕터로 그때그때의 감정들을 그림과 함께 글로 풀어냈다.

 

바다 향기를 머금은

여름 길을 보며

한 걸음.

 

푸른 바람이 전하는

잔잔한 파도 소리에

또 한 걸음.

 

그러다

우산에 흘러온 하얀 구름에

내 걸음을 멈추었다.  (94페이지)

 

이미 십 대때부터 그림을 그려온 작가는 글도 어여쁘게 쓴다. 비록 아직 짧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언젠가는 긴 글도 쓰지 않을까. 나이에 맞게 성숙해가며 글과 그림이 더 찬란하지 않을까.

 

 

해가 채 뜨지 않은 겨울날.

소리 없이 눈이 내리던 날.

눈물이 날 정도로 시린 칼바람이 불던 날

 

겨울의 문을 열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의 새벽 속에는

 

네 웃음이 담긴 입김이

설렘이 담긴 목소리가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이

따뜻하게 남아 있을 거야.

 

나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186페이지)

 

 

 

그림 실력이 꽤 좋은 것 같다. 부드럽게 편안한 그림에서 한때 우리가 겪어 왔던 감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는 그 시절을 지나야만 느낄 수 있다. 얼마전 종영했던 드라마 제목처럼 눈부신 시절이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시절.

 

이 책을 읽으면 찬란한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그 시절을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감정들,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추억.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이다. 눈이 부시게 찬란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시절을 즐기라고. 그 시간 만큼 아름다운 순간도 없다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라고.

 

네가 상상도 하지 못한 풍경이

지금부터 펼쳐질 거야.

 

깊은 밤의 별빛이 가득한 은하수

그리고 달빛이 스며든 바람이

우리를 부르고 있어.

 

자, 이리 와.

내가 널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나와 여행을 떠나보지 않을래? (223페이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다. 그림도, 글도, 마음도. 한층 더 성숙해서 돌아오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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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모리미 토미히코 | 책읽기(2019년) 2019-03-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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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대여]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저/서혜영 역
작가정신 | 2013년 09월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최근 <펭귄 하이웨이>를 읽고 모리미 토미히코의 작품이 궁금해졌었는데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대여본으로 행사할때 구매해 둔 전자책이었다. 리뷰 리워드 기간이 다가와 읽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펭귄 하이웨이>처럼 판타지가 가미된 내용이긴 한데 전체적인 건 어수룩한 한 젊은 남자와 밤을 걷는 한 젊은 여자의 사랑이야기로 읽혀진다. 물론 이들의 모험 여정에서 그들 곁에서 조연으로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총 네 편의 단편 소설로 엮인 건데, 연작소설이다.

번역자는 이 소설을 가리켜 '천진난만한 여대생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판타지다.' 라고 했다.

 

검은 머리의 가녀린 몸을 하는 그녀를 좋아하는 '선배'는 그녀가 나타날 것 같은 장소를 따라다닌다.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지 못하는 그에 반해 동네 아저씨들은 함부로 대하는 것만 같다.

 

단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는 술집들을 탐험하고, <심해어들>에서는 헌책방을 탐험한다. <편리주의자 가라사대>는 대학 축제에서 게릴라 연극으로 '괴팍왕'과 '축지법 고타츠'에 대해서 논하고, <나쁜 감기 사랑 감기>는 모든 사람이 누워버린 감기 바이러스를 말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와 <심해어들>의 내용이 참 좋았다. 아무래도 술과 책은 나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랄까. <심해어들>에서 대학 클럽 후배 여성이 헌책시장을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헌책시장을 거닐었다. 찾는 그녀는 보이지 않고 웬 소년이 자신의 곁으로 와 말을 건넨다.

 

일단 선배는 그녀를 만나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헌책시장을 방황하던 그녀가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의욕적으로 손을 뻗는다. 그곳으로 뻗어 오는 또 하나의 손. 그녀가 얼굴을 들면 그곳에 내가 서 있다." 라는 거다. 마음껏 상상해 보지만 헌책시장을 어슬렁거려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온 소년이 그녀가 원하는 책 이름을 말해준다. 그리고 헌책시장에서 발견한 <라타타탐>이란 책에는 어릴적 그녀의 필체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소년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되는 시점이다. "한 권의 책을 들어 올리면 마치 커다란 성처럼 공중에 떠오를 거라고. 책은 모두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거야." (174)

 

여기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건 후배가 느낄 감동이다. 어렸을 적에 읽었던 책 <라타타탐>을 찾고 있는데 선배가 자기의 이름이 적힌 책을 찾아 준다면 얼마나 그 감동이 클까다. 소년의 모습으로 변한 책방의 신이 책으로 이어지는 것들을 말한다.

 

소설처럼 밤을 걷기란 힘들지만 꽤 낭만적인건 사실이다. 자기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느낌일 것이다. 밤의 거리,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은 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전해진다. 물론 로맨스는 덤이다. 미적지근하게 진행되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 밖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으니 소설이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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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리뷰] 봉제인형 살인사건 - 다니엘 콜 | 간단리뷰 2019-03-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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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100%페이백][대여]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저
북플라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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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명의 희생자, 하나로 꿰매진 몸통!

이 문장 만으로도 섬찟하게 여겨진다. 한 사람의 시체가 아닌 여섯 사람의 몸으로 만든 하나의 시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런던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서 신체의 여섯 부위를 이어 붙인 시체가 발견된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이라 불린다.

 

한 살인자의 머리와 몸통, 팔과 다리가 각각 다른 사람의 시신으로 이어졌다.

살인자들은 누구이며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그러던 차에 울프 형사에게 편지 한 통이 전해진다.

여섯 명의 시체로 된 봉제인형의 살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며칠 무슨 요일에 여섯 명의 이름을 적힌 살해하겠다는 살인 예고장을 보낸 것이다.

 

거기에는 여섯 번째 희생자로 예고된 사람이 울프 형사였다.

여섯 명의 시체와 앞으로 여섯 명의 죽음이 예고된 사항을 울프 형사의 기자인 이혼한 아내 안드레아가 방송에서 여섯 명의 사람을 말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여기에서 봉제인형 살인 시간의 피해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가 중요하다.

방화 살인범으로 유명한 나기브 칼리드의 머리가 첫 번째다.

그러니까 나기브 칼리드의 방화 살인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 봉제 인형 살인 사건 피해자로 밝혀졌다는 뜻이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밝혀지는데,

이럴 수는 없다.

그 마지막 부분 때문에 소설이 실망스러웠으니까.

갑자기 힘이 빠졌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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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얼굴』포스터로 한국의 영화사를 엿보다 | 책읽기(2019년) 2019-03-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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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화의 얼굴

양해남 저
사계절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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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소녀였던 내게 첫 영화는 아마 이순신 장군 관련 영화였던 것 같은데, 자세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 학교의 강당에서 상영했던 영화였다. 커다란 화면 가득한 영화에 홀딱 반한 순간이었다. 스무살이 넘은 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를 보았다. 소도시의 개봉 영화관을 다 훑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커서 본 영화는 한국 영화보다는 거의 외국 영화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그때 우리나라 영화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일수도 있다.

 

이 책은 영화 포스터를 통해 바라본 한국의 영화사로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영화 포스터가 수록되었다. 저자가 직접 수집한 영화 포스터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영화 관련 기록들을 수집하다가 경제적인 문제 혹은 모든 걸 다 수집할 수 없어 영화 포스터로 한정했다는 저자의 말이었다. 다음 블로그에서 포스터를 디지털화하여 상업적인 게 아니면 출처를 밝히고 누구라도 가져다 쓸 수 있게 했다고 했다.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는 화폐와 우표를 디자인하던 이들과 마찬가지로 '도안사'라고 불렸다.(13페이지) 라고 했다. 아무래도 외국의 영화 포스터의 영향이 있었던지 지금과는 달리 조악한 포스터들이 많다. 좋아하던 영화 포스터를 방문과 벽에 붙이던 게 생각이 났다. 몇번이고 오래도록 붙여 있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떼어내곤 했었는데, 저자의 이러한 영화 포스터 수집벽이 오늘의 자산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영화계의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좋은 시나리오를 찾는 일이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는 영화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장르는 고전문학이다. 단일 작품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춘향전』으로 지금까지 총 13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27페이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춘향전만 해도 꽤 된다. 수많은 고전문학에서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 만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만든 작품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였음이 분명하다.

 

춘원 이광수의 작품은 25편의 소설이 영화화 되었으며, 김승옥의 소설도 17편이나 영화의 원작, 각본, 각색되었다고 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문학 작품들이 영화화되는 건 당연하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그만한 작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 편의 영화를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도, 졸작이라며 퇴출시키는 것도 모두 관객이다. 그러므로 관객은 늘 두렵고 잔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97페이지)

 

수많은 영화 중에서 좋은 작품이지만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은 작품도 있고, 수작이라고 하지 못하겠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도 존재한다.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은 오래도록 영화팬들에게 회자되기 마련이다. 영화 포스터를 구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갖고 싶은 마음들을 고백하고 있었다.

 

영화 포스터를 설명하고 영화 감독과 배우, 영화의 내용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시대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검열 기준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영화가 만들어졌는지 영화가 의미했던 정치적인 사안들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여로」는 내가 보았던 영화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많은 말을 들었던 영화다. 「여로」가 속편까지 나왔는지 몰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영화 속 캐릭터 영구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바보 캐릭터로 자리잡을 정도였다. 저자가 영화 자료를 수집하면서 주로 포스터에 집중하게 된 것은 필름을 쉽사리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많은 영화 자료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필름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깝다는 저자의 말에 자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한다.

 

 

「진짜 진짜 미안해」 영화는 모교 재단의 고등학교에서 찍었다는 이유로 좋아했던 영화였다. 임예진이라는 풋풋한 배우가 예쁘기도 했고, 이덕화라는 배우와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가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시리즈가 세 편 정도였던 것 같은데 마지막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지.

 

우리가 보았던 영화는 추억을 남긴다. 나랑 연관된 장소나 함께 보았던 사람들과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울러 저자가 말하길 신동헌, 신동우 형제에 의해 만들어진 만화 영화 <홍길동> 포스터를 설명하며 말하길, 영화는 꽤 성공을 거두었으나 제작비를 받지 못해 한국 영화계를 떠났다고 했다. 일본의 제작사들이 1980년대 우리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만화영화를 제작했다며 신동헌, 신동우 형제가 만화영화를 계속 만들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영화를 바라보는 깊은 마음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영화를 좋아하고 관련 자료들을 수집했기에 자료들이 존재하는 것일 테다.  

 

 

놀라운 것은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인 1950년대에도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전쟁의 기운이 있었을텐데도 영화를 좋아하는 제작자나 감독들은 어떤 영화를 만들까 골몰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내가 보지 못한 영화지만 TV에서 나와 이야기하던 원로 배우들의 말에서 그 시절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알 수 있었다.

 

일례로 최근에 영면하신 배우 신성일 씨나 엄앵란이 활동했던 시기의 영화 포스터를 보면 시대만 다를 뿐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은 어떻게든 표현했다는 점이다. 검열에 걸리면 비록 포스터가 망가지더라도 가리려고 했으며 상영할 수 있게 했다. 영화 포스터는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 해온다. 외국 영화 포스터를 반영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만의 색이 들어간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한다. 달라지지 않은 건,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영화를 어필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는 점일 것이다. 영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 신인 배우, 명배우를 내세워 영화를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때부터 영화관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저자의 고백에서 최근에 다시 본 영화 「시네마 천국」을 떠올렸다. 영화 속 소년 살바토레, 즉 토토와 겹쳐 보였다. 해맑은 얼굴로 영화관에 드나들며 영사 기사인 알프레도 곁에서 영사기를 돌리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어른이 되어 영화 감독이 되었듯, 영화를 좋아하던 소년은 영화 포스터를 수집했고, 광주 비엔날레에서 전시회도 열게 되었다.

 

문득 꿈을 꾸는 사람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며 그 꿈 안에서 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건 큰 복인 것 같다. 영화가 좋아 포스터를 모아 이렇듯 훌륭한 작품집이 되어 나타났다. 더불어 우리나라 영화사의 귀중한 자료집이 되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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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보통의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 | 책읽기(2019년) 2019-03-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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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정이현 저
현대문학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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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부분은 안타까운 감정을 가진다. 그렇다고 내가 적극적으로 어떠한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냥 무심하게 지나치는 편인 것 같다. 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은 이상 뭐라고 말을 건네기도 어렵다. 그래서 모른 척 하기도 하는데 그 사람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인데, 이게 옳은 건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건지 참 어렵다.

 

작은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세영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하루를 시작할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다. 특별한 삶의 희망이 엿보이지 않은 주인공 세영의 아침은 우울한 이야기일거라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심정지를 위한 케이콘틴과 졸피뎀 등의 약을 거론하는 세영. 하루의 시작이 이토록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라면 삶의 의미라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세영에게는 딸 도우가 있었다. 학원에 가야 하고 승급시험을 봐야했다. 그리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있었다. 모두들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까지 함께 올라간 이들 중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도우가 반장이 된 덕분에 학교위원회를 해야하는 세영은 회의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 보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세영은 남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손톱의 때만큼도 하고 싶지 않았다.' (18페이지) 이게 세영의 본심일 터다.

 

사건의 당사자들인 양은석과 차지수가 유강에게 폭력을 가했고, 피해자인 유강의 할아버지는 두 아이들이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바랐다. 학폭위에서 내리는 징계는 총 아홉 가지가 있으며 전학은 8호에 해당되었다. 남의 인생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 세영은 못내 불편하기만 하다.

 

 

 

수많은 책과 영화에서 보았겠지만, 가해자의 부모 입장과 피해자 측의 가족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내 아이들은 그저 장난이었으며, 다른 아이 때문에 그랬다는 핑계를 댈 것이다. 반면 피해자의 가족은 강력한 처벌을 원하며 진정으로 우러난 사과를 받고 싶어한다. 반면 보통의 사람들은 어떨까. 만약 유강이라는 아이가 조부모와 함께 산다면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다른 아이 차지수와 양은석은 한의원 집과 은행 본점에 다니는 부모라면 모두들 그 쪽의 편을 들지도 모른다.

 

이 중간에 선 세영의 곤혹스러운 입장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가해자 편을 들수도, 피해자 편을 들수도 없는 불편함의 한가운데 있었던 세영은 급기야 남편이 있는 호텔로 숨어버리고 만다. 세영의 남편 무원은 아버지가 남긴 호텔을 경영하다가 휴대폰으로 한 커뮤니티에 가입해 그를 숨기고 약사라는 직업으로 활동하는데 문제는 그를 여자라 여긴 남자가 있었음에도 바로잡지 않는다.

 

학폭위에서 결정된 사항은 가해자에게 약한 처벌이었고, 피해자의 가족은 이를 인정하지 못했다. 유강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학급 반장인 도우는 유강의 장례식에 가겠다고 하고, 장례식에 참석하겠다는 도우를 말리고 싶은 세영. 누군가 나서서 해결할 필요는 있지만 그게 내가 아니었으면, 딸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내 세영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학폭위 결정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평소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는 용기를 냈던 도우. 그런 도우를 바라보며 오래오래 울고 싶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세영이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신들에게 간구하는 밤이 언젠가 올 것이다. 짐작보다 더 빨리. 등 뒤에서 적막한 저녁의 구름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148페이지)

 

짧은 소설임에도 빠르게 읽지 못했던 건 날 것의 감정과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세영이었더라도 그  상황에서 피하고 싶었을테고, 딸 도우가 장례식에 가지 않았으면 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살고 싶은 우리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 불편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그 감정을 표출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단정이 아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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